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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경영과 해조류

등록일 2022-04-27 19:04 게재일 2022-04-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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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의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며 탄소중립을 이룰 수 있는 대체재로 떠오른다. /해양수산부 제공

햇수로 9년 전 일이다. 출산예정일이 6일 지난 날, 터질 듯한 배를 안고 황급히 병원을 찾았다. 진통 없이 양수가 터진 상황으로 의사는 보호자를 대동한 입원을 권했다. 가족을 불러야 했지만 공공제대혈 은행에 먼저 연락을 취했다. 출산 전 연락이 닿아야 의약품 전담 특수차량이 제때 도착할 수 있다는 전언 때문. 물론 아이와 함께 하는 ‘생애 첫 기부’를 성공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다행히 아이는 건강하게 태어났고 제대혈 채취도 문제없이 진행됐다. 한 달 뒤 은행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제대혈 성분 결과 연구와 기증이 가능하다는 것. 곧 의미 있게 사용될 것이라고 했다. 순간 조혈모세포 이식을 기다리는 골수병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뭉클한 순간, 새근거리며 자는 아이를 바라보자 벅찬 마음에 눈물이 쏟아졌다. 우리가 한 작은 기부가 또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 온 우주가 감동받는 기분이었다.

그 이후 찾아온 엄마라는 극한 직업은 내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물론 거창한 것은 아니다. 플라스틱 장난감을 사주고 종이 기저귀를 사용하면서 스치는 생각. 이렇게 쓰다보면 내 아이와 그 아이의 아이는 어떤 환경을 마주하게 될까. 출산 전에는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고민이었다. 그 후 소비와 구매에 ESG 평가 지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작지만 소중한 우리 가족만의 환경사랑 실천방식이 됐다.

잘 알다시피 ESG경영은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기업의 비재무적인 요소를 기업경영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 미세먼지로 아픈 횟수가 늘고, 바닷가 산책에서 쓰레기더미를 만날수록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종이 빨대를 사용하는 기업의 커피를 마시고, 지속가능성을 인증 받은 수산물을 구매했다. 특히 세계자연기금(WWF)과 네덜란드 지속가능한 무역(IDH)이 공동 설립한 국제 인증인 MSC에코라벨을 알고 난 후 제품 선택의 기준이 더 까다로워졌다. MSC(해양관리협의회)에코라벨은 생산과정에서 해양환경 훼손을 최소화했다는 인증으로 수산업 분야의 친환경인증마크다.

최근에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조류를 이용한 친환경기업이다. 해조류의 효용가치는 그동안 꾸준히 발표되어 왔다. 먼저 해조류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바이오에너지로 손꼽힌다. 현재도 많은 기업들이 기술개발 및 양산에 나서고 있다. 최근엔 이산화탄소 흡수율이 높아 탄소중립을 실현시킬 대체재로 떠오르기도 했다. 식품으로 소비하기 위해 양식하는 해조류 양이 늘어날수록 지구를 살린다는 개념이다.

여기에 더해 신소재로도 개발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롤리웨어(LOLIWARE)는 해조류로 식기를 개발해 폐기물 문제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도 미역귀와 우뭇가사리 등으로 친환경 종이컵과 달걀 담는 용기를 개발해 국제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가 주최하는 창업 콘테스트에서는 해조류를 이용한 기술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대회에서는 유망 창업 아이디어로 ‘해조류를 이용한 화장품’과 ‘해조류 사료’가 대상을 수상했다. 해조류 사료의 경우 소의 헛배 부름을 막아 트름과 방귀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를 획기적으로 줄인다고 한다. 실제 메탄가스는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84배나 높다. 탄소중립의 대안으로 해조류가 떠오르는 이유다. 해조류가 지구를 살리고 가축의 건강까지 챙기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정현미작가
정현미작가

해조류의 영양학적 가치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식이섬유와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이 풍부해 대표적인 건강식으로 꼽힌다. 사실 미역국에 톳나물 반찬으로 식사를 하고, 간식으로 다시마 부각을 먹는 민족은 한국 등 동아시아에 집중된 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해조류가 각광받으면서 한국의 식문화가 자세히 소개되기도 했다. 요즘엔 미국의 아이들도 스낵으로 조미김을 먹는다고 한다.

오는 5월 10일은 바다 식목일이다. 바다 속에 해조류를 심어 바다 숲을 살리는 등 바다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바다사막화를 의미하는 갯녹음 현상이 급속히 퍼지자 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바다 숲을 되살리자는 의미라고 한다. 해조류의 효용성이 주목받는 동시에 한 쪽에서는 파괴되어 가는 해조류 숲을 살리는 운동이 벌어지는 아이러니다. 해조류는 바다 숲을 이루는 근간이자 바다 생태계를 지탱하는 힘이다. 해조류가 기후변화를 감지하는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내 아이의 먼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금 당장의 실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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