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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한파와 해양생태계

등록일 2022-12-26 18:16 게재일 2022-12-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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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영하 24℃를 기록한 미국 덴버 국제공항의 모습. /출처 : Hart Van Denburg/CPR* News *CPR : Colorado Public Radio

“제트기류의 약화로 북극한파가 남하했다”

북반구를 중심으로 한파가 맹위를 떨칠 때마다 기상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에 영하 50℃에 이르는 북극한파가 닥치면서 원인규명에 분주하다. 고립과 인명피해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크리스마스 악몽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대류권 상층부의 제트기류가 약해져 극도로 차가운 북극의 소용돌이가 남하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왜 제트기류가 약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북극 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주장과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진단, 또 열대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는 등 다양하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더 자주, 더 센 강도로 한파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말이 적합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당장 우리 바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전남 함평만 해역에 ‘저수온경보’를 발령했다. 저수온경보는 수온 4℃ 이하가 3일 이상 지속되고, 전일대비 5℃ 또는 평년대비 2℃ 이상 하강할 때 내려진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이 동해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충남의 가로림만에도 저수온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연안의 수온이 낮아지면 당장 양식장의 피해가 예상된다. 양식어류는 저수온 상태에서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고, 면역력과 생리활성도가 저하된다. 한파가 길게 지속될수록 위험도는 더 커진다. 지난해는 저수온주의보가 한 번 발령됐다고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반복되는 횟수가 잦고 강도가 세지는 양상이 뚜렷하다.

내년에는 또 다른 형태의 위험을 마주한다. 바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다. 일본은 2023년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쌓인 오염 원전수를 바다로 방류키로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멜트다운(노심이 녹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입된 냉각수가 현재 보관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원전 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삼중수소 등 피폭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 원전수가 방류되면 오염수는 먼저 해류를 타고 태평양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방류 후 대략 200일후 쯤 우리나라에 도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산물 오염 뿐만 아니라 바다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입증하기 어렵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협조를 통해 일본을 설득하고 있다. 다만 해양방류 외에 원전 오염수 보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일본이 해양방류를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실제로 방류될 것을 대비해 해류의 이동통로인 북서태평양 해역 모니터링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후쿠시마 인근에서 주입된 선박평형수의 방사능 오염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후쿠시마에서 채운 선박평형수의 오염여부를 조사해 우리 연안 배출을 금지하기 위해서다.

원전 오염수와 저수온 현상은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원전 오염수가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피폭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저수온도 마찬가지다. 양식어류만 피해를 입는데 그치지 않는다. 열대와 아열대로 바뀌고 있는 우리 바다 생태계에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길 것이다.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이란 말은 역으로 우리가 그만큼 바다를 알지 못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바다를 둘러싼 변화가 극적일수록 그 여파도 급격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33년간(1989년~2021년) 우리나라 해수면이 9.9cm상승했다고 한다. 기간을 넓혀 살펴보면 지난 62년 간 15.4cm가 상승했다. 최근의 기록에서 변동폭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더 극적으로 다가올 확률이 높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 뿐만 아니라 연안침식도 이어지고 있어 태풍 등의 자연재해 앞에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변할 수 있다

정현미작가
정현미 작가

바다의 변화는 해양생태계의 변화로, 결국 우리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피폭된 수산물을 섭취하고 폐사한 양식어류의 찌꺼기가 가득 쌓인 바다를 마주할 수도 있다. 선제적인 대응과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가 발표한 ‘수산물 안전성 조사 추진계획’이 더욱 빛을 발한다. 해수부는 지난 19일 수산물이 생산·저장·출하되기 전 단계부터 유해물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유해물질은 중금속과 방사능, 동물용의약품, 패류독소 등이다. 즉, 동물용의약품이 수산물에 잔류할 경우를 대비하고. 방사능에 오염됐을 경우를 확인하며, 패류독소 발생지역을 좀 더 꼼꼼히 살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양식장도 특별 점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이번 북극한파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북극한파가 휩쓸고 갈 우리 바다가 덜 다치길, 덜 상처입기를 희망하며 기후변화에 능동적인 대응하는 정부의 집단지성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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