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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로바이러스와 패류독소, 그리고 방사능 오염

겨울방학이 끝나기 직전, 설 명절을 앞두고 스키장을 찾았다. 스노보드를 배우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온 가족이 설산으로 향했다. 평일 야간개장이었지만 스키장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지그재그로 뒤뚱거리며 슬로프 내려오기를 반복하자 아이는 금세 익숙해져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속도가 붙자 미끄러지고 넘어지는 횟수가 점점 줄었다. 영하 10℃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리며 생애 첫 스노보드 타기에 성공했다.그런데 그날 밤, 잠에서 깬 아이가 갑자기 복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발열을 동반한 구토와 설사, 복통으로 아이는 밤새 울었다.다음날 아침,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장염이라는 의사의 진단이 내려졌다. 생애 첫 보드타기로 근육통까지 얻게 된 아이는 급격히 까라졌다. 생굴을 먹었냐는 질문과 요즘 노로바이러스가 유행이라 사람 많은 곳에서 옮았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수액과 항생제 처방을 받고, 아이는 설 명절 내내 떡국이 아닌 죽으로 식사를 대신하며 새해를 맞았다. 물론 엄마도 곧 감염돼 배앓이를 하며 명절을 보냈다.노로바이러스 장염은 겨울철 본격 유행하는 바이러스성 식중독이다.감염된 환자의 구토에서 나온 입자가 공기 중 에어로졸 형태로 대규모 감염을 일으킬 정도로 전염성이 높다. 세균성 식중독과 달리 낮은 온도에서 생존하며, 60℃의 온도에 30분간 가열해도 죽지 않는다. 위생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국가에서 빈발해 ‘선진국형 장염’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수산물 중에는, 특히 생굴을 먹었을 때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사가 열 살짜리 아이에게 생굴을 먹었냐고 물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굴은 아이들이 싫어하는 물컹한 식감으로 어린이용 식재료가 아니다. 그럼에도 의사는 수산물 매개질환의 원인으로 굴을 지목한다.굴 양식업자들이 억울한 것도 이 지점이다. 매년 겨울 유행하는 노로 바이러스 자체를 막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염성이 강해 한번 유행하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익혀 먹기를 권하지만 이게 말처럼 쉽지 않다. 회를 즐기는 식문화로 인해 사람들은 여전히 생굴을 선호한다. 100℃에서 1분만 데쳐도 바이러스는 사라지지만 굴전이나 굴구이 등 작정하고 요리를 하지 않는 이상, 싱싱한 굴은 그냥 날로 먹는다.수산물 매개질환은 이 뿐만 아니다. 날이 따뜻해지는 3월부터는 패류독소가 기다린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노로바이러스의 발생 빈도는 급격히 낮아진다. 대신 패류독소라는 새로운 복병이 나타난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패류독소 발생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돼 해양수산부는 1월부터 대응태세에 나서고 있다.패류독소는 유독성 플랑크톤을 섭취한 패류 내에 축적된 독소로, 3월부터 5월까지 최고치를 나타내다가 평균 기온 25℃ 이상인 여름철에 소멸된다.조개류와 멍게, 미더덕 등이 대표적이다. 패류독소 수산물을 먹을 경우 근육마비와 복통, 설사 등을 일으킨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마비성 패류독소가 주로 발견된다. 섭취 후 30분 이내에 입술 주위로 마비가 나타나고 두통과 메스꺼움, 구토 등을 동반한다. 심할 경우는 호흡곤란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특히 패류독소는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아 발생지역은 패류출하금지해역으로 지정되고 정부의 관리 하에 들어간다.해양수산부는 2월 현재, 작년 조사에서 패류독소가 검출되었던 해역에 대해 주 2회 조사로 독소의 허용기준 초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3월부터는 조사 지역을 129개로 확대해 주 1~2회 조사할 예정이다.허용기준 초과로 검출될 경우 패류출하금지해역으로 지정된다. 검출 패류는 엄격히 출하 금지되고, 어민들이 타 품종 출하를 희망할 경우 조사 후 허용기준 적합 패류만 출하할 수 있다. 봄철 임의로 조개류를 채취해 섭취하는 것에 주의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현미 작가 정부는 패류독소 발생 현황과 품종별 조사 결과 등을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 국립수산과학원(www.nifs.go.kr) 누리집을 통해 신속히 알리고 있다.이 외에도 방사능 노출 수산물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일본이 올해 3월부터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밝힌 이상 방사능 오염 수산물에 관한 공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방류가 이뤄지면 과학적인 데이터 분석도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우리나라 등 주변국에서 수차례 시뮬레이션으로 피해 정도 등을 예측했지만 아직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다. 피해가 명확해질 경우 정부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다.매년 발생하는 피해에 더해 새롭게 나타날 방사능 오염수 유출이라는 복병으로 수산업계의 시름도 깊어질 것이다.어업인들도, 소비자도 함께 윈윈할 수 있도록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지혜가 모아지길 희망해본다.

2023-02-22

세계적인 해양레저관광도시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에 대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3년 업무보고에서 해양레저관광산업 활성화의 방안으로 ‘한국형 칸쿤’이란 가칭의 해양레저관광도시를 제시했다. 관광과 예술, 리조트, 먹거리 등 다양한 융·복합 해양콘텐츠를 제공하는 거점을 만들어 지역 경제 활력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동시에 주요 연안에 해양레저활동을 지원하는 대규모 마리나를 확충하고, 도서지역에 휴게소 기능의 바다역을 구축해 K-마리나루트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해양수산부가 이상형으로 제시한 칸쿤은 유엔 산하의 세계관광기구 인증을 받은 관광 특화 도시로 멕시코의 대표적인 휴양지다. 멕시코 정부는 1970년대 외국관광객과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카리브해 칸쿤에 대규모 관광단지를 조성했다. 200여 개에 이르는 숙박시설을 갖추고, 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설해 전 세계적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혼여행지로 특히 유명하다.해수부는 이와 함께 남해안 권역에 대표적인 해양레저관광벨트를 조성하고, 동북아시아를 대표할 해양레저관광산업 중심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제안했다.경상남도가 현재 추진 중인 거제 장목관광단지의 국제해양관광거점 사업과 비슷한 구상으로, 기대효과 또한 일맥상통한다. 해양레저관광벨트는 경상남도와 부산시, 전라남도가 맺은 ‘남해안 글로벌 해양관광벨트’ 협약과도 연계된다. 결국 정부와 여러 지자체가 나서 남해안을 세계적인 해양관광도시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앞으로 이와 관련 사업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한편, 경상남도가 추진 중인 거제 장목관광단지에는 1조2천억 원의 민간자본이 투입돼 힐링 체류형 휴양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다. 지난 11일 경상남도는 거제시, JMTC 컨소시엄과 협약을 맺고 복합문화 상업시설과 국가별 정원, 힐링체험 숙박시설 등을 갖춘 국제해양관광도시 조성의 첫 시작을 알렸다.경상남도가 국제해양관광거점을 만들겠다고 밝히면서 제시한 도시는 ‘싱가포르 센토사’다. 세계최대 규모의 해양수족관과 골프장, 고급 리조트 등을 갖춘 센토사는 우리에게는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싱가포르는 국가 자체가 세계적인 금융과 물류의 중심지인데다 남부의 섬에 관광휴양도시까지 인위적 조성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현재 우리나라가 착안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칸쿤과 센토사 등 앞서 설명한 도시에 뒤지지 않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졌지만 전략적으로 관광자원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대두된다. 각 지자체별로 해양축제와 엑스포 유치 등 한국의 해양관광지를 알리기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는 항상 짧고 굵었다. 경남과 부산, 전남이 함께 모여 남해안 관광브랜드와 관광 상품을 공동으로 개발하자고 협약을 맺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 개의 지자체가 해안관광도로 조성 등 관광 인프라를 함께 확충해야지 장기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쟁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와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등 굵직한 행사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모두 함께 노력하자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현미 작가 우리나라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은 유네스코 자연유산 등재 등으로 이미 입증 받았다. 다만, 이를 보존하면서 함께 누릴 수 있는 세계적인 관광지가 없다는 점이 항상 아쉽게 남는다.물론 여기서 말하는 휴양지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그래서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을 말한다. 제주도와 부산 등이 이미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르긴 했지만 정부와 경남도, 부산시 등이 말하는 규모의 관광지는 아니다.가덕 신공항이 들어서고, 남부내륙철도가 깔리면 남해안권은 관광지로서 최적의 교통망을 갖추게 된다. 서울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의 관광객이 우선은 타깃이 될 것이다. 그 이후에는 K-드라마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 부흥에 힘입어 더 큰 흐름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사실 세계적인 관광지를 만들자는 제안은 그동안 자주 반복돼 왔다. 각 지자체별로 국제공항을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만은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가 생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한 목소리로 하나의 길을 향해 나아가고, 한국의 글로벌 위상도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곧 조성될 해양레저관광도시와 해양레저관광벨트가 세계적인 관광도시 ‘한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길 희망해본다.

2023-01-25

수산업의 힘, 불황을 이겨내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이 밝았다. 일반적으로 계묘년은 지혜와 생존력의 표상이다. 음의 기운을 가진 계수는 어디든 흘러드는 작은 물로 약한 힘이자 동시에 지혜로 해석된다. 지지의 묘는 목의 기운으로 봄의 생동감, 동력 등을 뜻한다. 비록 약하지만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하는 토끼의 모습이 계묘년의 의미로 풀이되는 이유이다.2023년은 계묘년의 표상답게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해라는 게 집단지성의 결론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펼쳤던 재정, 금융 정책들이 부메랑이 되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진단이다. 높은 물가와 금리가 일상을 옥죈다. 동시에 지난해 있었던 많은 사건들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코로나 3년이 만들어낸 뉴노멀의 새로운 기준도 여전히 2023년과 함께다. 지혜의 힘으로 넘고 극복하며 이겨내야 할 파고가 겹겹이다.지난해 임인년(壬寅年)엔 많은 일들이 있었다. 대양(大洋)의 기운과 호랑이의 양기가 만난 해였던 임인년은 코로나의 엔데믹과 대통령 선거, 이태원 압사 사고 등을 거치며 우리 현대사에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특히 이태원 압사 사고는 세월호 사고 이후 가장 큰 시대적 아픔이 됐다. 10대, 20대의 젊은이들이 축제를 즐기다 무질서 속에 압사를 당하는, 그야말로 21세기에는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벌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막혀 있던 ‘함께 즐기는 문화’에 대한 갈증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버렸다.이태원 사건의 슬픔은 현재진행형이다.관련자들이 줄줄이 소환됐고, 곧 사건 발생에 관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또 다짐할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말자고 말이다.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전문가들은 한 사회의 다양한 변수들을 상정하며 사건발생 원인과 변동성 등을 예측한다. 지난 해 발생한 많은 사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선거로 정권이 교체되고, 코로나로 달라진 뉴노멀에 관한 단상들이 만들어낸 여파를 예측했다. 안타깝게도 많은 분야에서 예측이 빗나갔다. 카오스에 가까웠던 팬데믹은 그 이후의 삶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바다의 변화무쌍함만큼이나 사회문화적 환경도 급변했다.코로나가 엔데믹으로 바뀌었지만 우리의 일상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 뉴노멀이 사회적 인식과 다양한 제도로 자리 잡았고 많은 이들이 이를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다만, 그렇게 힘들게 변화를 받아들이고 버텼는데, 다시 경제불황이라는 새로운 변동성이 나타나 두렵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불황을 예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경제적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과거의 패턴과 주기 등을 들어 변화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만든 뉴노멀과 전쟁, 국가 간 무역마찰 등 변수가 얽히고 설켜 다양한 지점의 위기를 가리킨다. 결국 우리는 다시 물의 기운으로, 유연하게 흐르는 ‘지혜’라는 표상으로 돌아간다. 다행히 지난해 수산업 분야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나타내며 글로벌 위기극복 가능성을 보여줬다.해양수산부는 지난해 12월, 사상 최초로 수산물 해외 수출 30억 달러(2022년 기준, 대략 4조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애초 2025년 수산물 수출액 4조원 달성을 목표로 다양한 정책을 발굴했던 해수부 입장에서는 무려 3년을 앞당긴 성과였다.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K-POP, K-MOVIE 등의 영향과 건강식품을 찾는 식문화 트렌드가 결합해 이뤄낸 결실이었다. 정현미 작가 특히 한국의 김은 미국 등에서 스낵으로 각광받으며 김 업계 최초로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한 기업이 등장했다. 고등어의 가시를 발라낸, 순살 고등어를 진공 포장해 수출한 업체 역시 급성장했다. 아이디어에 기반한 수산물의 변신이 수출 증대에 큰 몫을 한 셈이다.바다는 수산업과 여행·관광업, 항만물류 등 다양한 산업경제와 연계되어 있다. 그래서 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경제 주체들이 경제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주축으로 대접받는다. 올해도 이 분야 경제 주축들이 제 역할을 해내며 건실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수산업 뿐만 아니라 해운업도 뉴노멀을 적응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지혜는 위기에서 더욱 힘을 발휘한다. 토끼는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 3곳에 도망갈 굴을 파놓는다고 한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어원이다. 올해는 우리에게도 이 같은 토끼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우리 모두 지혜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웃음을 즐기는, 그런 한 해가 되길 희망해본다.

2023-01-04

북극 한파와 해양생태계

“제트기류의 약화로 북극한파가 남하했다”북반구를 중심으로 한파가 맹위를 떨칠 때마다 기상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에 영하 50℃에 이르는 북극한파가 닥치면서 원인규명에 분주하다. 고립과 인명피해 소식까지 이어지면서 사실상 크리스마스 악몽에 가깝다. 전문가들은 대류권 상층부의 제트기류가 약해져 극도로 차가운 북극의 소용돌이가 남하한 것으로 판단한다. 다만 왜 제트기류가 약해졌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북극 온난화가 원인이라는 주장과 원인을 알 수 없다는 진단, 또 열대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는 등 다양하다.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 더 자주, 더 센 강도로 한파가 찾아온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라는 말이 적합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당장 우리 바다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 21일 전남 함평만 해역에 ‘저수온경보’를 발령했다. 저수온경보는 수온 4℃ 이하가 3일 이상 지속되고, 전일대비 5℃ 또는 평년대비 2℃ 이상 하강할 때 내려진다.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안이 동해보다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충남의 가로림만에도 저수온주의보가 발령된 상태다. 연안의 수온이 낮아지면 당장 양식장의 피해가 예상된다. 양식어류는 저수온 상태에서 사료 섭취량이 감소하고, 면역력과 생리활성도가 저하된다. 한파가 길게 지속될수록 위험도는 더 커진다. 지난해는 저수온주의보가 한 번 발령됐다고 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반복되는 횟수가 잦고 강도가 세지는 양상이 뚜렷하다.내년에는 또 다른 형태의 위험을 마주한다. 바로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수 방류다. 일본은 2023년부터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쌓인 오염 원전수를 바다로 방류키로 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발생한 멜트다운(노심이 녹는 것)을 막기 위해 투입된 냉각수가 현재 보관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원전 오염수를 희석해 방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삼중수소 등 피폭의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 원전수가 방류되면 오염수는 먼저 해류를 타고 태평양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방류 후 대략 200일후 쯤 우리나라에 도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수산물 오염 뿐만 아니라 바다 전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정확히 입증하기 어렵다.이에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협조를 통해 일본을 설득하고 있다. 다만 해양방류 외에 원전 오염수 보관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 장기화될 조짐도 보인다. 그 과정에서 일본이 해양방류를 강행할 경우 이를 막을 방도가 없다.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실제로 방류될 것을 대비해 해류의 이동통로인 북서태평양 해역 모니터링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후쿠시마 인근에서 주입된 선박평형수의 방사능 오염 전수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후쿠시마에서 채운 선박평형수의 오염여부를 조사해 우리 연안 배출을 금지하기 위해서다.원전 오염수와 저수온 현상은 해양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원전 오염수가 해양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피폭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저수온도 마찬가지다. 양식어류만 피해를 입는데 그치지 않는다. 열대와 아열대로 바뀌고 있는 우리 바다 생태계에 어떤 형태로든 흔적을 남길 것이다. 바다의 무한한 가능성이란 말은 역으로 우리가 그만큼 바다를 알지 못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바다를 둘러싼 변화가 극적일수록 그 여파도 급격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지난 33년간(1989년~2021년) 우리나라 해수면이 9.9cm상승했다고 한다. 기간을 넓혀 살펴보면 지난 62년 간 15.4cm가 상승했다. 최근의 기록에서 변동폭이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후변화는 앞으로 더 극적으로 다가올 확률이 높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 뿐만 아니라 연안침식도 이어지고 있어 태풍 등의 자연재해 앞에 바다는 그 어느 때보다 무섭게 변할 수 있다 정현미 작가 바다의 변화는 해양생태계의 변화로, 결국 우리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 피폭된 수산물을 섭취하고 폐사한 양식어류의 찌꺼기가 가득 쌓인 바다를 마주할 수도 있다. 선제적인 대응과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하다.그래서 정부가 발표한 ‘수산물 안전성 조사 추진계획’이 더욱 빛을 발한다. 해수부는 지난 19일 수산물이 생산·저장·출하되기 전 단계부터 유해물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말하는 유해물질은 중금속과 방사능, 동물용의약품, 패류독소 등이다. 즉, 동물용의약품이 수산물에 잔류할 경우를 대비하고. 방사능에 오염됐을 경우를 확인하며, 패류독소 발생지역을 좀 더 꼼꼼히 살펴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유해물질을 사용하는 양식장도 특별 점검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기후변화는 앞으로 더 자주, 더 강하게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이번 북극한파도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북극한파가 휩쓸고 갈 우리 바다가 덜 다치길, 덜 상처입기를 희망하며 기후변화에 능동적인 대응하는 정부의 집단지성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본다.

2022-12-26

뷰카(VUCA)의 시대

2022년이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올해는 팬데믹에서 엔데믹의 시대가 열리며 일상회복을 꿈꿨던 한 해였다.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을 뚫고 나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그래서였을까. 터널 앞 눈부심에 주춤하듯이 올해는 나아가려는 힘과 머무르려는 힘이 팽팽히 맞섰다. 평범했던 일상이 ‘뉴노멀’이라는 이름 앞에 변모했고, 새로운 변화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대체했다. 일시적이었던 재택근무가 엔데믹시대에도 혼용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고, 기술혁신으로 등장했던 메타버스와 AR 등은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세상을 구축하며 승승장구 중이다.그 중 가장 큰 변화는 ‘관계’로 꼽힌다. 대면 중심의 관계가 비대면으로 이어지면서 SNS(소셜미디어)세상의 관계로, 직장의 사회적 관계에서 가족 중심의 관계로 확장·변모했다. 가족, 공동체, 쉼, 돌아보기 등의 단어가 유독 회자된 이유이기도 하다. 고즈넉한 풍경을 벗 삼아 불멍, 풀멍, 물멍을 즐기려는 이들로 산과 들, 바다가 붐볐다. 물론 가족 중심 등 소규모 여행이라 차분하게, 조용히 머무른 이들이 많았다.힐링을 위한 촌캉스와 워케이션의 장소로 단연 1위는 어촌마을이다. 바다 풍광의 감성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서핑 등 액티비티를 즐기려는 MZ세대까지 몰리면서 활기를 띠었다. 비대면 맞춤형 취미인 낚시인들도 꾸준히 바다를 찾았다. 단절된 관계의 헛헛함을 ‘훌쩍 떠나는 여행’과 ‘타지에서 1달 살기’ 등과 같은 낯선 체험으로 채우는 시간이기도 했다.자연이 내어주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일상의 불안을 잠재워준다. 파도소리와 바다내음, 수평선 위 반짝거리는 햇볕 등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치유자원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불안에 맞서 다양한 형태로 고군분투했다. 다만 그 사이,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대외적인 상황도 급격하게 변했다.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은 경제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었다. 최근 자본주의 경제의 순환주기인 회복과 성장, 둔화, 침체의 완만한 곡선에 변화가 감지된다. 경기 침체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발견되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현상도 뚜렷하다. 감염병 팬데믹이 불황으로 옮아가고, 곧이어 경제 위기로 향할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 코로나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 위기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대증요법’ 외에 뚜렷한 해결책이 제시되지 않는다. 동시에 뷰카(VUCA)라는 경제 용어도 자주 회자된다.뷰카는 변동성(Volatile),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함(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을 뜻하는 단어로 기업 경영에 쓰는 용어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 상황과 대외적 요인이 불확실하고 변동성이 크며, 복잡하고 모호하다는 의미로 쓰인다. 지금의 경제 상황을 뜻하는 말로 확장된 것이다. 코로나발 경제 위기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와 비견되며 다양한 분석이 나오지만, 이 또한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워낙 천문학적인 금액이 실물경제에 스며들었고 어떤 형태로든 해소되어야하기 때문이다.뷰카의 시대를 맞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팬데믹도, 경제위기도 개인의 노력과 의지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올해 가족, 공동체(커뮤니티), 지역(로컬) 등의 화두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는 분석이 많다. 결국 위기와 불안 앞에서 사람들은 가족 중심으로 모여 지역의 공동체 안위를 살피며 버텼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대신 ‘로컬’이란 단어에 먼저 반응하고, 네트워크 중심의 오픈 관계보다는 지인 중심의 커뮤니티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정현미 작가 이 지점에서 내년의 화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동안, 자본주의의 특징인 성장과 개발의 논리는 주춤했다. 동력이 부족해진 자본주의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우리나라도 그 과정에 있다. 경제분야의 뷰카는 곧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경기 침체 속에서 실직과 고물가 등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사회문화적 요인으로 작용해 지금보다 훨씬 팍팍한 삶을 살아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IMF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은 견고해졌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들도 비슷한 진단을 한다. 결국 우리는 묵묵히 오늘을 살아내며 이 위기를 지나가야한다. 또 다시 힐링이다. 다만 이번에는 좀 더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며 견고한 연대와 유대를 갖춰야 할 듯하다. 팬데믹 동안 각자 도생의 고군분투 역량을 키웠지만, 단절된 인간은 반복된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다가 내주는 품과 커뮤니티가 안겨주는 안정감 등 어떤 형태로든 결속감을 키워야 한다.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관계가 중요하다. 2023년에도 감성여행, 상담예능, 힐링 등의 키워드가 여전히 대세가 될 듯하다. 그리고 그 대세 속에서 바다는 묵묵히 제 역할을 할 것이다. 내년에도 바다에서 희망을 길어보길 바래본다.

2022-12-19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의 의미

한 때 돌고래 태교 체험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돌고래가 내는 고주파 소리가 태아의 정서적 안정과 두뇌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결과가 알려지면서 전국적인 붐이 일었다.제주도와 거제도 등 전국에 위치한 수족관(아쿠아리움)에서는 대대적인 돌고래 태교체험을 홍보했고, 영유아 등을 포함한 가족단위 이벤트도 연일 성황이었다. 산모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재롱을 부리는 돌고래의 모습뿐만 아니라 태동의 신기한 반응을 확인한 산모들의 증언까지 겹치면서 돌고래는 그 후 태교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2010년 중반부터 생겨난 야생동물체험카페도 비슷한 흥행을 일으켰다. 미어캣과 너구리 등 귀여운 외모를 가진, 더욱이 한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야생동물을 보고 만질 수 있는 체험카페는 이용자들의 인기에 힘입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당시 야생동물카페는 식품위생법상 ‘식품 접객 업소’로 분류돼 있어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면 누구나 영업이 가능했다.야생동물에 대한 검역과정 뿐만 아니라 카페 위생규정 조차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희박했다.우리와 달리, OECD 소속 국가들은 돌고래와 야생동물을 보고 만지는 등 체험활동을 하지 못한다. 유럽연합과 영국, 미국, 독일 등은 동물을 전시·사육하는 공간에서의 동물보호와 복지에 관해 오랜 시간 고민해왔다. 동물원과 수족관을 단순히 즐기는 오락거리가 아닌,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연구·교육의 기능을 갖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영국의 경우, 1981년 동물원허가법(Zoo Licensing Act)을 제정해 정부 허가와 면허를 기반으로 동물원을 관리하고 있다.면허 역시 4년간만 유효하며 갱신을 위해서는 허가를 위한 일정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동시에 동물원 검사관 제도를 통해서 동물보호와 복지에 나서고 있다.장관이 지명, 또는 임명하는 검사관은 수의사나 교수 출신으로 환경식품농무부의 ‘현대 동물원 실무표준’ 등 동물복지 관련 기준의 엄격한 적용 여부를 확인한다.이들 대부분 국가들은 동물원과 수족관의 시설 및 최소사양기준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정하는 대신 동물 종별 관리기준은 협회가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 대신 법과 가이드라인은 동물복지 5원칙을 기준으로 삼는다.배고픔과 목마름, 고통·질병·상해, 정상적 습성 표현, 두려움·스트레스, 환경·신체적 불편함. 즉, 전시·사육되는 동물들은 이 5가지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언적인 의미라고 보이지만 동물복지 개념이 희박한 우리나라에서는 실제 사육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다.다행히 최근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달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것. 개정안은 2017년 이 법이 제정된 이후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먼저 누구나 등록만 하면 운영할 수 있는 동물원 또는 야생동물카페가 허가제로 바뀐다. 또 영국과 같이 전문검사관 제도가 도입된다. 논란이 됐던 수족관 내 고래의 보유도 금지된다.현재 운영되고 있는 수족관 외에 다른 곳에서는 새롭게 고래를 들여올 수 없다. 만지기와 먹이주기 등의 체험도 금지된다. 상세한 시행규칙은 조만간 제정돼 가이드라인으로 현실에 적용될 예정이라고 한다.그동안 숱한 동물들은 좁은 철창에서 정형행동(한 자리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머리를 흔드는 이상행동)을 반복하거나 야생과 달리 이른 죽음을 맞았다. 동물원이란 공간이 태생부터 전시를 목적으로 설립됐기에, 동물복지가 법적 테두리로 들어오는 데 이렇게 오래 걸린 것은 아닐까. 정현미 작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원수족관법이 이렇게 환영받는 데에는 야생동물의 참혹한 실태가 연일 보도되면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인식 때문일 것이다. 하나의 생명체를 다루는 데에 최소한의 기준 은 마련되어야 한다는 공감대 말이다.인권의식이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동물보호와 복지에 관한 의식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동시에 지속가능한 운영과 관리에 관한 요구도 높아질 것이다. 어린 시절 동물원의 추억이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보장은 이제 누구도 할 수 없게 됐다.기후변화 속에서 멸종 위기 동물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고, 자연의 위기를 인간의 위기로 받아들이는 인식도 높아졌다. 이제부터 현실 적용의 단계가 남아있다. 법 적용과정에서 좀 더 면밀하고 체계적인 과정을 거쳐 동물원과 수족관의 동물들이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받기를 희망해본다.

2022-12-12

굴의 계절이 돌아오다

겨울, 굴의 계절이다. 뜨거운 화로 위에 통째 구워 먹는 석화구이는 겨울철 대표적인 낭만 중하나다. 훌쩍 떠나는 바닷가 캠핑족에게도 석화는 반가운 식재료다. 올해는 크기와 상품성 등 작황이 특히 좋다고 한다. 알이 굵고 생산량이 많아 가격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고물가시대, 건강과 감성을 채울 수 있는 식재료로 인기를 얻고 있다.굴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급 식재료로 인식되어 왔다. 특히 유럽에서는 클레오파트라와 카사노바가 즐겨먹은 음식으로 손꼽혔고, 일반인들에게는 젊음과 고급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우리나라에서 굴은 남해안 지역의 대표적인 수출효자상품이다. 미국 FDA(美 식품의약국)의 점검 하에 매년 수출 길에 오르고 있어 국제적으로 청정해역의 지위를 갖추고 있다. 남해안과 서해안은 1972년 한미패류위생협정에 따라 ‘패류수출지정해역’으로 지정돼 있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굴은 미국 뿐만 아니라 캐나다와 유럽, 일본 등지로 수출된다.생산량도 매년 증가세다. 굴은 경남 남해안이 주산지로 전국 굴 생산의 75% 가량이 이 지역에서 출하되며, 물량으로 따지면 매년 30만 톤가량이 생산된다. 수출의 경우 가격경쟁력과 상품성 등에 따라 수출량의 변동이 발생하지만 매년 국제적인 수요가 늘고 있다.최근에는 식재료뿐만 아니라 굴 껍데기(이하, 굴 패각)가 새로운 산업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포스코와 현대제철에서 사용하는 ‘석회석 대체 원료’다. 일반적으로 가루형태의 철광석을 고로(용량로)에 넣기 위해서는 주먹크기의 소결광으로 만드는 작업이 선행된다. 철광석을 소결광 형태로 잡아주고 성분을 조절하는 역할에 석회석이 활용되는데, 이 석회 원료를 굴 패각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이는 소결공정에 사용되는 석회석의 성분이 굴 패각의 함유성분과 유사하다는 데에서 착안한 것으로,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이를 통해 약 40만 톤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굴 패각을 활용한 산학연의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한양대학교 건축공학부 배성철 교수팀은 시멘트 내 석회석 대체재로 굴 패각을 활용하는 방안을 개발했다.차세대 시멘트로 주목받는 ‘석회석 소성 점토 시멘트(LC3)’에 굴 패각을 재활용한 방안으로, 지난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대회에서 ‘과학기술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배 교수팀에 따르면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에는 다량의 탄산칼슘(CaCO3)이 함유돼 있는데, 굴 패각 내 탄산칼슘은 석회석과 동일한 구조를 갖췄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품위 석회석 기준치보다 탄산칼슘의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굴 패각이 친환경 건축 재료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한 것으로 앞으로 현장 활용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박진원 교수팀은 최근 ‘패각 내 유효성분 활용 고품질 경질 탄산칼슘 합성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굴 패각을 잘게 부숴 산화칼슘을 만든 뒤 탄소를 투입해 경질 탄산칼슘을 생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경질 탄산칼슘은 입자 크기가 나노(10억분의 1미터)수준인 것으로 중질 탄산칼슘보다 반응성이 높아 활용도가 좋다고 한다. 산화칼슘이 탄소와 결합해 경질 탄산칼슘으로 바뀌는 성질은 콘크리트 등 건설소재나 화장품 제조, 약물 전달 매개체로 사용될 수 있다.해양수산부는 산학연의 이런 움직임에 발 바꿔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해수부는 수산부산물을 친환경적으로 처리 및 재활용하는 것을 촉진하기 위해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패각 폐기물의 재활용을 장려했다. 그동안 굴 패각은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사업장 폐기물로 분류돼 활용하는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 이 법은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으며, 양식 굴의 대표 산지인 통영시 역시 이 법에 발맞춰 배연탈황흡수제를 생산하기로 했다. 정현미 작가 배연탈황흡수제는 화력발전소 매연에서 나오는 황산화물을 제거하는 물질로 석회성분이 원료가 된다. 통영시는 굴 패각의 석회성분을 자원화해 배연탈황흡수제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매년 수만 톤에 가까운 굴 패각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지자체가 스스로 나서 문제를 해결한 결과이기도 하다.굴 패각은 산학연정의 관리 하에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매년 쌓이던 굴 패각의 처리문제가 결국 다양한 주체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발상의 전환으로 해결방향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수산부산물을 폐기물로 보느냐, 재활용이 가능한 산업원료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됐다. 굴 패각은 탄소를 줄이는 새로운 원료로 활용되고, 더욱이 산업적인 측면에서 경제적인 이득까지 갖출 수 있는 자원으로 재탄생했다. 앞으로도 굴 패각은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전망이다.

2022-12-05

‘규제 혁신’, 그 속의 함의를 따져보다

환경과 산업, 제도와 규제 등은 일반적으로 상충되는 의미를 지닌다. 신산업 육성 등의 개발계획이 발표되면 환경영향평가를 들어 반대 의견부터 제시하는 경우가 잦다. 개발과 환경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은 난제들도 많다. 대화와 토론, 타협을 통해 해결하자는 논리는 꼭 정반합의 원리로 진행되지 않는다. 밀고 당기는 힘의 논리에 의해 교착상태에 빠지거나 명분에 갇혀 해결이 지연되기도 한다.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개발의 논리가 친환경 등 녹색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이분법의 논리가 흐려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실현해야 한다는 전 세계적인 움직임 덕분이다.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의 범위를 정한 것으로,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녹색경제활동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했다. 녹색분류체계는 6개 환경목표를 두고 경제활동을 분류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자원 순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이 그것이다. 6대 환경목표를 기준으로 삼아 신사업을 추진할 때 친환경 여부를 판단한다. 투자지원 등 녹색금융도 환경목표에 부합하면 가능하다. 경제성장과 환경보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실제로 독일의 세계적인 해운회사인 하파크로이드(Hapag-Lloyd)는 2020년 대우조선해양에 LNG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할 때 위의 환경목표에 부합해 녹색금융의 지원을 받았다. 12개의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대출을 해줄 때 대출시장협회(Loan Market Association)가 제정한 녹색대출원칙을 충족해 전폭적인 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산업의 규제도 친환경일 경우 혁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각 분야별 신기술 개발 등 다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규제 혁신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술 환경의 변화를 현장에서 즉각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랐다. 규제법령의 조문 등이 오래되고 현장의 목소리가 행정과 입법의 영역까지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해양수산부는 얼마 전 자율운항선박과 친환경선박의 상용화를 위해 규제 혁신에 나선다고 밝혔다. 친환경 선박의 시험운항에 소요되는 각종 규제를 간소화하고, 친환경 신기술로 개발된 설비와 기자재의 인증기간도 1년 이상 단축한다고 한다. 해양바이오 소재 활용도 다변화한다. 굴 등 패류 뿐만 아니라 갑각류에서 나오는 부산물도 폐기물이 아닌, 해양바이오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해양심층수 소금 역시 별도 식품유형으로 분리해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다.더불어 수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초점을 두기로 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수산물에 대해 금어기와 금지체장 등 규제 일변도로 수산업을 관리해왔다. 자연스레 단속과 신고로 질서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최종산출물 중심의 총허용어획량(TAC, Total Allowable Catch, 어종별 어획할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해 어획하는 제도)으로 수산자원을 관리하기로 했다. 수산자원의 증감을 따져 어종별로 잡을 수 있는 상한선을 정하고, 장기적인 관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어업을 실현시키겠다는 복안이다.녹색경제활동과 친환경 기술 개발, 지속가능한 어업 등은 현재 우리가 처한 전 지구적 상황에 대처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환경과 개발이란 구태의연한 논리에서 벗어난 상생의 길이기도 하다. 물론 그 과정에서 진통 하나 없을 수는 없다. 정현미 작가 이번 규제 혁신 내용 중에는 항포구, 어항 등지에 쇼핑센터와 일반업무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도록 제한을 푼 혁신이 담겼다. 그동안 이 지역에는 횟집과 지역특산물 판매장 등으로 입점을 제한해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었다. 또 바닷가 캠핑장 시설도 확충한다. 샤워장과 관리동 등을 늘려 바다 낚시객들이나 캠핑객들의 이용 편의를 증대시킨다는 계획이다.이 같은 규제 혁신은 어촌계와의 갈등과 바닷가 인근의 환경오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동시에 해양레저관광객을 늘리고 어촌관광소득 증대로 어촌경제 활성화를 제고할 수도 있다. 상충되지만 함께 가야 할 방향이라는 논거가 성립되는 지점이다.모든 경제 활동이 녹색성장일 수 없다는 점은 당연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집단 지성의 혜안이지 않을까? 이번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규제 혁신안도 대국민공모전과 해양수산 업·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또 7천200여 개에 이르는 해양수산 규제법령 조문을 전수 조사해 개선과제를 발굴한 것이라고 한다. 각종 제도의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 위해 애쓴 결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녹색경제활동이 전체 경제성장을 이끌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22-11-16

예측 불가능한 해양생태계

몇 해 전 통영 사량도 앞바다에서 스노클링(물안경과 오리발, 스노클 정도의 간단한 장비들을 이용하여 잠수를 즐기는 스포츠)을 한 적이 있었다.바다 속 해초를 보며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데 갑자기 신기한 물고기 하나가 눈에 띄었다. 꼬리에 형광물질을 묻힌 듯한 모습은 기존 우리가 알던 물고기와 사뭇 달랐다. 자세히 살펴보니 형형색색의 무리들이 산호와 해초 사이를 유영 중이었다. 백화현상으로 곳곳이 하얗게 변한 바닥과 열대어 모습의 물고기까지 마주하니 묘한 감정이 일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청정해역에서 직시한 바닷속 풍경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변하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가슴 아팠다. 바다사막화와 기후변화, 급격하게 다가오는 우리의 뼈아픈 현실이었다.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해양수산부는 지난 달 ‘기후변화가 바꾼 우리 바닷속 풍경’이라는 제목의 도감을 발간했다. 우리 바다에 살고 있는 대표적인 열대·아열대 해양생물 180종의 생태학적 특징을 담은 도감으로, 해양생태계의 변화를 그려냈다고 한다. 통영 사량도 일대에서 봤던 어종이 실제 아열대 해양생물임을 확인하는 순간이자, 해수온 상승으로 우리 바다 생물들이 북쪽으로 이동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즉, 열대·아열대 해양생태계의 특성을 알아야 우리 바다의 변화에 대응 가능하다는 부연 설명도 함께였다. 도감에 따르면, 남해안의 대표적인 어패류인 소라는 300km가 떨어진 경북 울진에서도 서식이 가능하며, 기수갈고둥 역시 경북 울진에서 강원도 삼척까지 활동반경을 넓혔다고 한다. 그만큼 바다가 따뜻해지고 그에 맞춰 해양생물들도 이동 중이라는 의미다.기후변화로 인한 해수온과 해류의 변화는 해양생태계의 서식지 이동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예측불가능성을 불러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최근 남해안과 부산에 출몰한 정어리 떼다. 지난달부터 정어리 떼 수만 마리가 마산과 부산 일대에 나타났다. 마산만의 경우 좁은 해역에 정어리 떼가 갑자기 유입돼 산소부족으로 집단 폐사하는 일이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떼 지어 이동하다 다시 종적을 감추었다고 한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원인규명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과거 개체수가 많았던 정어리 떼가 수십 년째 줄어들다가 최근에 다시 늘어났을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이는 최근 동해에서 잡히기 시작한 참치와 비슷한 맥락이다.동해에 참치(참다랑어)가 잡히기 시작한 것은 2018년부터다.열대·온대성 기후에 사는 참치는 원양어업의 대표적인 어종으로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온 상승으로 참치 떼가 한반도까지 이동하면서 정치망(자루 모양의 그물에 테와 깔때기 장치를 한 어구로, 대상 생물이 들어가기는 쉬우나 되돌아 나오기 어렵도록 장치한 그물)에 걸리기 시작했고 어민들은 이를 어판장에 내다 팔았다.하지만 국제적인 쿼터에 묶여 있는 참치를 모두 처분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랐다. 결국 어민들은 그물에 걸린 참치를 먼 바다에 버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그 사체들이 해류에 떠밀려 동해안 해수욕장을 덮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금도 동해어민들이 쿼터제를 폐지해달라고 시위하는 이유다.기후변화로 해양생태계가 변하는 일은 이제 일상이다. 그래서 어족자원이 고갈되거나 어종이 다변화하는 등의 생태계 흐름에 능동적인 대응이 어렵다. 원인을 찾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그에 걸맞은 제도를 개선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따를 뿐이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이 예측불확실성은 불안을 낳는다. 생태계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해양생태계의 이상 현상은 우리가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촉발시키고 이를 반복할 확률이 높다. 원인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인과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현미 작가 당장 참치 쿼터제를 풀면 갑자기 늘어난 어족자원으로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어민 뿐만 아니라 소비자 역시 고급어종의 횟감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마구잡이 참치어업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던 전철을 또다시 밟을 수 있을 것이다. 참치는 쿼터제 덕분에 다시 개체수가 늘었다는 가설이 현재 가장 설득력 있다. 동시에 참치의 증가로 다른 어종에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생태계의 오묘한 균형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해양생태계의 예측불가능성은 앞으로 더 자주, 더 많은 어종에서 발생할 것이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모든 가능성을 현재의 기술로 예측하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자정능력 역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이 필요한 이유이자 기후변화를 늦춰야 하는 당위다.빠른 시일 내에 정어리 떼가 출몰한 이유를 알아내고 열대어종 180종이 아닌, 더 많은 어종의 도감이 계속 발간되길 기대해본다.

2022-11-02

수산물 유통환경의 미래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우리 식탁을 점령한지 꽤 됐다. 음식점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손쉽게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구입해서 먹는다. 우리가 알던 그 고등어는 맞는데, 대신 좀 더 크고 통통한 게 특징이다. 수산강국인 노르웨이는 수산물 관리와 유통의 선진화로도 유명하다. 대형 어선에서 잡은 고등어가 선박 위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내려져 위판장의 자동선별기로 이동하는 모습은 노르웨이 수산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다. 크기별로 선별 돼 담긴 박스는 차곡차곡 쌓여 경매 후 바로 냉동 창고로 보내진다. 양륙과 선별, 위판 어느 단계에서도 사람과의 접촉은 없다.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우리에게는 당일 잡힌 각종 수산물이 수협 위판장의 바닥에 깔려 경매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물론 경매가 끝난 후에도 나무 상자에 실려 바닥에서 선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앉은뱅이 의자에 앉은 7,80대 어르신들은 날렵한 손놀림으로 선별과 손질을 끝낸다, 그렇게 매일 항구 어귀에 마련된 널찍한 공간은 천막을 친 어판장이 되고, 경매가 끝난 휑한 공간은 주차장이나 빈 공간으로 남는다. 수산물 유통단계의 위생안전을 논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국내 수산물의 위생 및 유통관리와 달리, 수입수산물의 유통관리는 당장의 국민 먹거리 안전과 직결된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인근의 수산물 안전이 비상이다. 이미 해양수산부 등 관계당국은 원전 사고 후 국제적 방법을 동원해 일본 후쿠시마 인근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당장의 문제는 내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출될 경우다. 일본은 2023년부터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해류의 방향 등 조건을 따지면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은 수년 후라고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후쿠시마 인근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의 수산물을 모두 수입 거절하기에도 한계가 있다.‘수입수산물 유통이력 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수입수산물 유통이력제’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고시하는 수산물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거래하는 경우 유통단계별 거래명세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제도다. 식품 위생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강제적인 대응이 가능해 수입수산물 관리에 가장 우선시된다.사실 수입 수산물 뿐만 아니라 국내 수산물도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산자와 중도매인 등 수산물을 취급하는 업체에서 ‘수산물 이력정보시스템’을 등록하면, 최종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산물 이력제’가 운영 중이다. 다만, 강제성이 없고 업체에서 생산·유통·가공 과정에서 영업 정보 유출을 우려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산물 이력제의 정보를 ‘생산이력’으로만 단순화시키고, 이력마크가 부착된 수산물은 정부가 인정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생산이력으로 공개정보를 국한시켜 업체의 수산물 이력제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복안인 셈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미도 담겼다.실제 많은 소비자들은 수산물을 구입할 때 가격보다는 신선도와 원산지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수산물의 신선도를 가장 중요시하며 그 다음으로 원산지와 수산물 외관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이력으로만 정보를 국한시켜도 일반 소비자들의 알권리는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위생과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데도 직거래 활성화가 더디고, 여전히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산물의 직거래가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전체 물량으로 따지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한 지자체와 손잡고 수산물 직거래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중간업자가 경매하는 등의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산지 위판장에서 이커머스 업체가 주문과 재고관리, 배송을 완전히 맡아 직거래하는 형태다. 당연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현미 작가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도 ‘청정 위판장 모델 구축사업’과 ‘수산물 유통단계 위생안전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즉, 위판장을 천막수준의 바닥 선별장이 아닌, 위판장과 하역장을 분리하고 저온경매가 가능한 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폐쇄형 구조로 저온 경매장을 만들고 자동선별기와 저온차량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청정 위판장 모델 한 곳을 구축하는 데에도 수십 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영광군 수협과 서천군 수협 등 4곳이 사업 대상으로 선정, 위판장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위생과 안전, 선진화 등에는 항상 그렇듯이 예산이 수반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건강식으로 알려진 수산물의 섭취가 는다는 것이 정석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10년 사이 수산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국내 수산물 뿐만 아니라 수입 수산물의 소비량도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시장이 커지면 당연히 선진화가 따라야 한다. 먹거리일 경우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의 위판장이 북유럽 국가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수산물의 위생과 안전이 현장에서부터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22-10-19

친환경 ‘해양기술’의 세계

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논리는 이제 일상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많은 변화들이 생활 전반으로 퍼지고, 많은 이들이 텀블러 이용과 빨대 사용 중지, 자전거 타기 등 일상의 소소한 변화에 동참한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ESG경영으로 기후 변화 등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기업에 관심이 쏟아진다.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기업의 경영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해양수산부가 개최한 ‘2022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 수상자들의 아이디어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아이디어의 사업화와 상용화의 의미를 넘어 현재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 체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자세한 이유를 되짚어보자.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30일부터 약 3달에 걸쳐 ‘2022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유망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화할 목적으로 2015년부터 시작된 창업 콘테스트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양 기술의 소개장으로 활용되어왔다. 올해는 ‘배양생선(Clean Fish)’ 생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벤처기업)인, ‘바오밥헬스케어 주식회사’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배양생선’이라는 낯선 단어가 들린 지 몇 년 만에 한국에서도 대량생산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배양생선은 배양육, 즉 대체육의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주목받았다. 남획과 기후변화 등으로 어족자원 고갈이 현실화되자 이에 대안으로, 어육으로만 이뤄진 생선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배양생선은 실제 물고기의 근육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액에서 키워낸다. 배양액에서 늘어난 세포 중 농축 세포만 뽑아내 3D프린터로 생선살을 찍어내고, 이 과정에서 바이오잉크를 섞어 물고기의 형태를 살린다. 3D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조직재생 전문기업인 ‘바오밥헬스케어’가 배양생선의 대량생산 기술을 갖춘 것도 우연이 아니다.20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대체육 가공 기업은 20여개 가량이라고 한다. 그 중 세포배양방식의 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업은 6개 정도다. 참치 대체육에 집중하고 있는 핀리스 푸드(Finless Foods)가 대표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참치는 2022년 현재 멸종 위기 종이다. 2015년 세계자연기금은(WWF)은 전 세계 참치 개체수가 과거에 비해 70%가량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각 국가별 쿼터를 정해 잡을 수 있는 양이 제한된 대표적인 어종이다. 참치가 배양생선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배양생선의 대량생산은 어족자원 고갈의 대안이 될 뿐만 아니라 깨끗한 생선(Clean Fish)이라는 이미지도 갖추고 있다. 미세플라스틱과 중금속 축적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배양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변형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시대, 단백질 공급원으로 배양생선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이 외에도 해양기술을 통해 진일보한 현실을 마주한 경우는 꽤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용 홍합접착제와 혈액동결보존제다.홍합이 강한 파도가 치는 바닷가 갯바위에 붙어있는 이유는 홍합에서 분비되는 강력한 접착성분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홍합의 이런 접착성분을 인체에 활용하는 홍합 단백질 유전자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접착 강도가 세고 생채 적합성이 높아서 인체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방광에 생긴 누공(구멍)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방광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치료가 쉽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화학접착제의 경우 인체 내 부작용이 많아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홍합단백질의 접착제는 자연유래성분으로 생체 내 부작용과 거부반응이 적어 치료가 어렵기로 유명한 방광 누공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혈액동결보존제 역시 해양 기술의 대표적인 경우다. 극지연구소는 2018년 남극 로스해에 서식하는 해양미생물에서 얼음성장억제물질(항동결 바이오폴리머)을 발견했다. 이를 혈액 동결에 적용해 보존제를 만들었다. 항동결 성분이 영하의 온도에서도 혈액 내 수분 동결을 막아 혈액동결보존을 가능하게 했다. 혈액이 동결되면 혈액 내 적혈구 세포가 파괴돼 그동안 혈액동결보존에 어려움이 있다. 정현미 작가 한편, 항동결 물질은 화장품 분야에서도 활용될 예정이다. 극지연구소는 남극에서 발견한 해양미생물의 얼음성장억제물질과 북극 효모에서 발견한 결빙방지단백질을 활용한 노화방지화장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빙으로 화장품 효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결빙방지단백질의 세포막 보호 기능을 활용해 주름 개선 및 노화방지 화장품을 개발한 것이다.홍합접착제와 혈액동결보존제는 당장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은 아니다. 오히려 인류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해양기술의 무궁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해양기술은 해양미생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생물에서 착안한 기술을 연구·개발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인다.오염되지 않은 배양생선을 먹고 홍합접착제로 상처를 치료하며, 항동결 물질이 포함된 화장품을 쓰는 시대다. 동시에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기술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를 늦추는 일상의 소소한 실천과 함께 기술의 도약에도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이 두 가지가 양립해야 기후변화 속 우리네 일상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22-10-05

‘어촌마을-소멸 위기의 시대’

소멸위기란 이야기가 자주 회자된다. 서울과 지방 간 인구격차를 논하거나, 인구절벽 등 인구감소 문제를 지적할 때 종종 사용된다. 이를 지표로 나타내는 용어도 있다. ‘소멸고위험지역’과 ‘소멸위험지역’ 등으로 분류해 지역이 소멸될 위기에 처했다는 긴박함을 알려준다. 그런데 그 지역의 분포가 참 특이하다.전국 시군구 소멸지수(2021년 5월 기준)에 따르면, 강원도 고성군과 속초시 등 동해라인을 시작부터 경북 포항시와 경주시까지 모조리 시뻘건 소멸위험지역이다. 부산 동구에 이르러서야 주의단계로 낮아진다. 즉, 강원도와 경상북도의 항·포구 등 어촌마을을 끼고 있는 지역은 전부 사라질 위치에 처했다는 진단이다. 소멸위험지역은 65세 이상의 고령층이 20~39세 사이의 여성인구 비율보다 2배 이상 많은 경우를 뜻한다. 소멸이 시간의 문제라는 의미다. 소멸위험도까지 면밀히 살펴보면 상황은 더 나빠진다. 전국 탑텐(Top 10)에 속하는 지역으로 단연 1위는 경북 군위다. 그 뒤를 경북 의성, 봉화, 청송, 청도가 잇고 있다. 전국 소멸위험도 상위 10위 안에 경북의 5개 지역이 차지하고 있는 뼈아픈 현실이다.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어촌 마을은 이와 처지가 다르다. 오히려 전남과 경남은 농촌소멸지역이 더 많다. 이에 대해서는 다양한 진단이 가능하다. 먼저 이 지역은 연근해어업과 양식업이 발달한 곳이다. 완도의 전복과 통영의 굴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다도해가 가진 천혜의 자연경관, 즉 해양관광자원이 풍성해 전국의 관광객들이 몰린다. 먹거리와 구경거리가 있는 지역에 사람이 운집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인구소멸을 막기 위한 대안 역시 이 같은 현실에서 착안해야 할 것이다.2021년 기준 전국의 어가인구는 9만7천명이다. 그리고 그 인구의 약 40%가 만 65세 이상 노인이다. 수십만 명에 달하던 어업인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소멸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은 이제 상식이다.그 상식을 현실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있다. 바로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귀어지원프로그램’이다. 해양수산부는 어가인구의 상당수가 고령층인 점을 감안해 귀어인구를 늘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먹거리와 구경거리를 만들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촌에 인구유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먼저 귀어의 전 과정을 컨설팅해주는 ‘귀어닥터’ 프로그램이 있다. 정착 초기의 혼란과 어려움 등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창업 등 일자리 지원 뿐만 아니라 금융과 행정절차 등도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두 번째는 귀어학교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 경상대학교(경남 통영시 위치)를 귀어학교로 지정, 귀어를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연근해어업과 양식어업 등 현장 중심 실무 교육을 6주간 실시했다. 2022년 현재, 전국에는 6개의 귀어학교가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알차다. 창업절차와 귀어실태 등 기본적인 소양을 다루는 교과과정부터 어업, 양식, 수산가공, 수산물 유통 분야까지 두루 다룬다. 특히 3주간 현장 실습이 핵심이다. 실제 승선 후 어업활동 전반을 배울 수 있어 귀어인들의 호응도가 특히 높다.세 번째는 주거플랫폼 사업이다. 해양수산부는 현재 ‘어촌뉴딜300’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어촌과 어항의 사회기반시설(SOC)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 특화 자원을 활용해 개발에 나서는 사업으로 3년째 이어오고 있다. ‘어촌뉴딜300’ 사업에 더해 국토교통부와 함께 하는 사업이 바로 주거 플랫폼 사업이다. 주거플랫폼은 어촌뉴딜사업으로 사회기반시설이 확충되고 지역특화산업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여기에 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주거안정까지 이뤄내겠다는 포부로 시작됐다. 일자리와 주거문제까지 해결되면 귀어인구는 차츰 늘 것이라는 게 정책입안자들의 판단이다. 정현미작가 인생 2막을 여유 있는 시골 마을에서 보내려는 이들에게 귀어는 아직 생소하다. 실제 귀농·귀촌 인구가 수만 명에 달하는 것에 비해 귀어인구는 한 해 1천 명을 넘지 못한다. 2020년 귀어인구는 967명이었다. 이에 비해 귀농인은 1만2천570명이었다.귀어인을 위한 정책적인 지원도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귀농인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지원, 홍보 등은 이미 십수년을 지나왔다. 귀어 역시 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장년층이 인생 2막을 시작할 수 있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좀 더 촘촘한 지원과 그 지원이 현장에 스며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우리나라 인구는 앞으로 더 급격히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낼 것이다. 어촌마을이 그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젊은 어업인들이 몰려 어장을 가득 메우고, 관광객들로 붐비는 어촌마을은 아직은 상상 속 현실이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이제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정책적 지원과 홍보, 인식 전환 등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경험하는 어촌마을은 지금보다 훨씬 활력 넘치는 장소가 되길 희망해본다.

2022-09-21

참치(다랑어)가 전하는 메시지

최근 항·포구에 버려지는 참치에 관한 뉴스가 심심찮게 들린다.정치망(바다에 고정해놓은 그물)에 걸리는 참치의 양이 어획 쿼터량을 넘어서자, 어민들이 참치를 바다에 버리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버려진 참치는 해류에 떠밀려 항·포구, 해수욕장 등에 밀려들고 부패하면서 사회적인 이슈로까지 부상했다.참치(다랑어)는 남획을 방지하고 지속가능한 어업을 위해 설립된 국제기구인 ‘지역수산관리기구(egional Fisheries Management Organization)’의 어획할당량 협약 대상이다.우리나라는 지역수산관리기구 중 WCPFC(중서부태평양수산위원회·Western and Central Pacific Fisheries Commission)와 IATTC(전미열대참치위원회·Inter-American Tropical Tuna Commission)에서 매년 약 3만t 가량의 참다랑어 등의 어획량을 할당받고 있다. 이를 넘어설 경우 국제적인 제재가 가해진다.문제는 기후변화로 동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따뜻한 바다에 사는 다랑어의 개체수가 급격히 늘었다는 데에 있다.원양어업으로 할당량을 채우던 과거와 달리 본국에서 할당량 보다 더 많은 참치가 잡히면서 어민들이 참치를 버리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우리나라 어족자원의 변화는 벌써 수십 년 째다. 찬 바다에서 서식하는 대구와 명태는 이미 자취를 감췄고, 일본 등에서 인기 어종인 다랑어는 양식뿐만 아니라 어업으로도 매년 할당량을 넘어선다.기후온난화로 바다가 따뜻해지는 것은 어족자원의 변화만 수반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기상이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특히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북서태평양의 기후변화는 예사롭지 않다. 우리나라의 해수면 상승과 어족 자원의 감소, 해양 환경의 변화 등이 북서태평양의 환경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실제 우리나라 해양과학자들은 2006년부터 포세이돈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북서태평양 환경을 연구한 바 있다.포세이돈 연구에서 지적한 환경변화로 ‘태풍’이 먼저 손꼽힌다. 북서태평양에서 만들어지는 태풍의 진원지가 점점 북쪽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자 태풍 역시 점점 북쪽으로 올라오는 중이다. 이 경우 한반도가 더 강한 태풍을 맞이할 확률이 높아진다.이유는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의 강도 때문이다. 태풍은 바닷물의 온도가 높은 열대 해역에서 상승 기류가 발생하면서 만들어진다.그런데 최근 기후변화로 바닷물 온도가 상승하면서 태풍에 전달되는 에너지가 아주 커졌다. 태풍의 크기와 세기가 점점 강해지는 이유다. 실제 최근 태풍 피해 집계를 보면, 2000년 이후 발생한 태풍의 위력이 과거에 비해 훨씬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태풍이 발생, 한반도에 올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방점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관한 고민이 있어야 점차 강해지는 태풍에 대처할 수 있다.올해 11호 태풍 힌남노 같이 순간최대풍속 40m/s가 넘는 태풍은 대처만으로는 역부족이다.어족자원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어족자원을 지속가능성보다는 소비의 개념으로만 받아들인다.흔히 어족자원의 변화는 경제의 대체재 관점으로 해석된다.값비싼 다랑어가 대거 잡히니 수출효자 노릇을 할 수 있고, 또 국내에서도 원활히 유통돼 국민 먹거리로 등극할 수 있으니, 우선 어획허용량을 풀어달라고 요구한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막을 수는 없으니, 지금의 상황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상황을 풀어나가자는 논리다. 이는 멸종위기 어족자원이 다른 어종으로 대체가 가능하고, 양식이나 다른 방법을 통해 수산물을 조달할 수 있다는 용기의 발로로 보인다. 정현미 작가 대체재를 통해 수산물을 섭취할 수 있는 자유는 당연한 권리이기도 하다.하지만 지금 바다가 내주는 어족자원은 자연의 한 모습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다양한 바다생물들이 멸종의 위기에 내몰리고 동시에 양식을 통해 특정 개체만 인위적으로 독점된다.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문제들도 촉발된다. 대응과 대처 역시 보호해야 할 생물로의 지위보다는 폐기처분이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이뤄진다.앞으로 힌남노와 같은 태풍이 더 자주 발생하고 더 큰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한다. 결국 자연은 순환이고 흐름이며, 전 지구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물고기 한 마리, 바람 한 점에도 자연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감수성이 필요한 시점이지 않을까.모쪼록 힌남노가 남긴 상처가 빨리 아물기를 바라본다.

2022-09-07

요트, 여름 바다를 누비다

해양레저스포츠의 계절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 물살을 가르며 바다를 즐기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안겨준다. 제트스키와 윈드서핑, 세일링 요트 등 다양한 해양레저기구가 바다 위를 누빈다. 최근에는 동호회를 중심으로 해양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 그야말로 해양스포츠 전성시대다.각종 축제와 제전 등 행사도 풍성하다. 부산 광안리에는 국내 최대 해양레저축제인 대한민국 국제해양레저위크(키마위크, KIMA WEEK:Korea International Marine Leisure Week)가 열리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전국해양스포츠제전도 개막했다. 참가자만 수천 명에 달했다. 코로나로 인해 취소됐던 행사들이 연달아 열리면서 그동안 억눌렸던 관광·레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모든 현상에는 양면이 존재한다. 대부분의 스포츠가 비슷한 환경이지만, 해양레저의 경우 바다라는 특수성 때문에 더 큰 주의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몰릴수록, 바다에 떠있는 수상기구들이 많을수록 안전에 관한 확고한 인식이 요구된다. 이는 해양스포츠의 성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해양스포츠인 ‘세일링 요트’의 경우를 살펴보자.세일링 요트는 골프와 함께 대표적인 신사의 스포츠로 여겨진다. 요트 종목의 올림픽 규정 역시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기 자체가 선수 스스로 지켜야 하는 규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맨십이 탄탄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어렵다. 먼저 세일링 요트는 시작점(스타트 라인)이 명확하지 않다. 망망대해에 떠있는 부표를 스타트 라인 삼아 그 인근에서 출발한다. 경기 시작 후 정해진 마크를 돌아 마지막 라인으로 들어올 때까지 그 어디에도 정해진 항로는 없다. 스스로 최적의 길을 찾아서 가장 빨리 돌아와야 한다.경기의 특성만으로 요트의 ‘신사도 정신’이 설명되지 않는다. 자연의 변화 앞에서 요트 경기의 스포츠맨십은 목숨과도 같은 역할을 한다. 요트는 바람의 방향과 세기, 조류의 흐름, 파도의 높이 등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헤치고 나아가는 경기다.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조건에서 최상을 바람을 찾아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해야 우승을 차지할 수 있다. 즉, 요트는 시간 경기가 아니다. 상대 선수보다 앞서야 이길 수 있다.이 지점이 바로 스포츠맨십의 정수다. 당장의 욕심에 상대 선수의 진로를 방해하는 행위는 자칫 충돌과 침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선수들은 반환점(마크돌기)을 돌 때 줄을 맞춰 상대선수 뒤로 이동한다. 무리한 추월이 상대선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기에 가능한 모습이다.실제 1988년 서울올림픽 요트 경기에서 스포츠맨십의 숭고한 정신이 발휘된 사건이 있었다. 당시 2위로 항해하던 캐나다 선수 로렌스 르미유(Lawrence Lemieux)는 전복사고로 부상당한 싱가포르 선수를 확인,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이들을 구조했다. 결국 22위로 결승점에 들어와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많은 이들에게 스포츠맨십과 신사도 정신의 귀감이 됐다. 경기 규정을 지키고 자연의 위협을 감내하는 것을 넘어, 해양사고 발생 가능성까지 염두해둬야 하는 것이 바로 요트, 즉 해양스포츠다.바다는 예부터 미지의 대상이자 도전의 표상이었다. 그만큼 변화무쌍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요트 대회가 날씨의 변덕에 경기 연기와 취소를 반복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조류의 흐름을 읽고 파도의 높이를 가늠하고 바람의 방향에 맞춰 돛을 펼치는 과정에는 자연과 일체돼 나아가고자 하는 질주본능이 서려있다.그 때문에 동호회 등 취미로 해양레저스포츠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요트를 타려는 해양레저스포츠인들이 많아지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요트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취미로 세일링을 하려는 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정현미 작가 우리나라에서 요트는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다. 하계올림픽에서 메달이 10개에서 많게는 12개씩 배정돼 있는데도 엘리트 선수 양성에는 소극적이다. 올림픽 요트 종목은 거의 대부분 1~2인승 작은 배인 딩기요트로 시합을 겨룬다. 돛(세일)을 당기고 펼치며 바람을 이용해 나아가는 경기로 선수의 순발력, 판단력, 유연성 등이 크게 작용한다. 우리나라 하지민 선수가 ‘2020 도쿄올림픽’ 때 남자 요트 레이저 종목에서 세계7위를 하면서 세일링 요트가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요트를 비롯한 해양레저스포츠의 성장과 저변확대는 새로운 문화의 유입과 다양성 등을 촉발시킨다. 이에 해양레저스포츠를 둘러싼 문화·관광의 영역 뿐만 아니라 산업적인 측면도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에 관한 인식은 비용의 문제를 수반한다. 레저와 안전이 함께 움직이는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관련 분야 산업이 뒷받침돼야 한다. 해양레저스포츠의 저변확대와 안전에 관한 인식, 산업적 성장까지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작동해야 해양레저스포츠의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 해양레저스포츠는 앞으로 더욱더 성장할 것이다. 그 성장의 저변에 안전의식이 함께 하길 바라며, 세일링 요트 역시 국가적 위상을 높이기를 희망해본다.

2022-08-24

폭염과 해양기후변화

연일 폭염이 기승이다. 뙤약볕에 잠시만 서 있어도 습하고 더운 열기가 아찔하다. 여름은 더워야 한다는 속설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이들도 줄었다. 한여름 최고기온 경신 소식이 이젠 낯설지 않다. 2018년 폭염이 대표적이다. 공식적으로 41도(강원도 홍천군)를 기록할 당시, 폭염과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등의 용어들이 어지럽게 통용됐다. 요즘도 푹푹 찌는 열기가 며칠째 이어지면 내일은 또 얼마나 더울지 걱정부터 앞선다.2018년 폭염이 진짜 두려웠던 이유는 매일 쏟아지던 비극적 뉴스 때문이었다. 오늘은 또 몇 명이 열사병과 사투를 벌이며 쓰러질지 가늠하기조차 힘든 시기였다. 밭일을 하다가,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택배 배달을 하다가 등등 수많은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며 열기에 쓰러져갔다. 자연재해는 사회구조상 가장 약한 고리부터 끊어낸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리어카를 끌고 폐지 줍던 노파와 공사장 인부의 사망 소식은 한없는 무기력감을 안겨줬다.요즘도 폭염과 가뭄으로 낙동강 녹조발생이 잦아진다는 뉴스가 연일 보도된다. 당장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이들의 피해로 국한되겠지만, 결국은 낙동강 변에서 농사짓고 낚시하는 이들과 낙동강 주변 생태계 전체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시선을 바다로 돌리면 산적한 문제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고수온으로 인한 양식장의 피해가 대표적이다. 여름바다의 고온현상은 일상이다. 가두리양식 대표 어종인 넙치의 경우, 25도 안팎의 수온에서도 거뜬히 살아있다고 한다. 한때 수온 25도씨는 마(魔)의 경계였지만 환경적응을 통해 생존력을 높인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넙치의 생존력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바다수온이 높아지고 있다.집단폐사 소식도 낯설지 않다. 고수온의 변동 폭은 생존과 폐사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인 셈이다. 갯녹음 현상도 눈에 띈다. 드론으로 촬영한 연안해역의 암반지역은 흰색 투성이다. 해조류가 사라지고 석회조류가 붙은, 일종의 바다 사막화 현상이다. 바다 생태계는 석회조류를 통해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어떤 형태로든 기후변화를 막아야 한다는 절실한 움직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블루카본(blue carbon)이다. 블루카본은 간단하게 말해 해양과 연안 생태계에 의해 포집되는 유기탄소로, 맹그로브와 해초류 등이 여기에 속한다.맹그로브 등은 해양탄소 흡수원으로 육상 식물에 비해 탄소 격리율이 높아 열대 우림의 동일 면적당 2~4배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IPCC(유엔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이 같은 블루카본의 온실가스 저감기능을 확인, 2013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공식적인 탄소 감축원으로 인정했다.블루카본 생태계가 탄소저감을 일으키는 효율 역시 엄청난 것으로 알려졌다. 맹그로브 등 블루카본 생태계는 해저면적의 1% 가량이지만 블루카본의 50%이상, 많게는 70%까지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2050탄소중립을 선언한 우리나라는 해양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 생태계가 절실한 상황이다.다만 한국은 IPCC에서 인정한 맹그로브와 해초류 등의 서식지 분포는 적은 편이다. 대신 해조류와 산호초, 미세조류, 갯벌 등이 많아 이들의 IPCC 국제인증 작업이 필수적이다. 해조류와 산호초 등이 블루카본 흡수원으로 인정받게 되면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감축량을 늘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기후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정현미작가 이에 현재 해양수산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제1차 갯벌 등의 관리 및 복원에 관한 기본계획’을 통해 갯벌생태계복원에 나서고 있다. 실제 2020년에 진행된 블루카본 평가체계 구축 및 관리기술개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갯벌은 매년 26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으며 이는 자동차 11만 대가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고 한다.한편, 동해안에 많이 서식하는 해조류와 산호초 역시 블루카본 흡수원이지만 공식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특히 해조류의 탄소흡수원 연구가 미약한 상황이라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얼마 전에는 ‘제주형 블루카본’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제주연구원은 ‘제주형 블루카본’ 대상으로 해초류와 염습지, 해안사구, 해조류와 패류를 선정하고, 연간 8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앞으로도 블루카본 생태계에 관한 다양한 연구와 활용 방안들이 소개될 것이다. 이로 인해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자체를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장기적으로 발생 빈도를 낮출 수는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생사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에 대한 장기적인 혜안과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2-08-10

‘지속가능한 바다, 가치의 충돌을 넘어서야…’

요즘 외부인의 해루질에 어촌계의 시름이 깊어진다는 뉴스가 잦다. 해양경찰이 직접 단속에 나서 벌금을 매기는 등 현장에서 충돌도 계속 이어진다. 대부분이 스킨스쿠버 등 잠수장비를 이용해 전문적으로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금어기와 금지체장(전체 길이)을 지키지 않는 경우라고 한다. 스킨해루질(스킨스쿠버와 해루질의 합성어)이 하나의 레저로 각광받을 정도이니 ‘어업인과 비어업인 사이’, ‘어족자원 보호와 맛있는 음식’이라는 가치가 매번 충돌하는 셈이다.관광객과 비어업인의 생각은 간단한 듯 보인다. 바다의 어족자원이 어업인만의 소유는 아니니 자유롭게 해루질 재미를 즐기겠다는 것. 아예 수긍이 가지 않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바다에서 생계를 잇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노고를 잊은 판단은 아닐까 싶다. 치어를 방류하고 인공어초를 심고, 금어기를 지키는 이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지속가능한 바다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물론 처음부터 이들이 바다 생태계의 복원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명태와 쥐치 등 특정 어족자원의 멸종위기를 겪고, 뱃일을 나가 텅 빈 어창으로 돌아오는 횟수가 늘면서 느낀 변화가 더 클 것이다. 산호초 등이 석회화되면서 바다 숲이 망가지고, 이로 인해 바다생물들의 산란장이 점차 줄었다. 급격한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1차적으로는 마구잡이 어획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바다 밑바닥을 긁어 물고기를 잡는 대형 트롤 어선들의 경우, 바다 숲을 급격히 황폐화시킨다. 결국 아무리 써도 계속 쏟아질 것만 같던 물고기들은 대형 선망들의 쌍끌이 어업에 자취를 감췄고 치어들마저 희생양이 됐다. 지금도 어시장엔 총알오징어와 풀치, 깡치 등 어린 물고기들이 팔리고 있다. 치어마저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팔고 있으니 3~4년 후에 상품성을 갖춘 물고기는 당연히 찾아보기 어렵다.바다를 둘러싼 어업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있는 비어업인의 경우, 바다를 망친 주범은 ‘어민들’이라는 말을 쉽게 꺼낸다. 폐어구와 어망, 그물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매년 해양사고 원인 중 폐그물로 인한 ‘기관 고장’ 등이 전체 사고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선착장 등에 쌓아놓은 폐그물이 물에 떠내려 오거나, 버려진 것들로 인해 발생한 사고다.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난립하는 양식장에 의한 바다 오염도 자주 회자된다. 한정된 공간에 물고기를 가둬 사료를 먹이는 지금의 양식법이 적조 등 바다 이상기후 발생을 촉진시킨다는 논리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바다는 어업인과 비어업인 사이 책임 회피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수산자원의 30%이상이 마구잡이로 잡히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2048년에는 수산물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여기에 마구잡이어업에는 비어업인의 낚시도 한몫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낚시 면허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낚시로 인해 한 해 잡히는 어획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싯배 영업의 활성화와 낚시 문화 등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어획량임이 가늠된다.해양수산부가 1999년부터 도입한 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이하 TAC)제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연근해어업의 TAC를 45만 톤으로 확정하고 대상어종과 어업을 발표했다. 이는 올 한해 연근해에서 오징어와 대게 등 15개 특정 어종에서 쌍끌이대형저인망 등 17개 업종의 방식으로 잡을 수 있는 총허용어획량이 45만 톤이라는 뜻이다. 마구잡이 방식의 어업을 막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의 40%가 TAC 관리 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올해는 어획량 감소로 몸값이 오른 ‘멸치’가 TAC 시범사업 대상이 됐다. 뚜렷한 자원감소 징후를 보이자 정부가 멸치 기선권현망 업종을 대상으로 TAC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만선의 은빛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던 바닷가 풍경도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현미 작가 금어기에 대한 엄격한 적용도 계속된다. 산란기 등에 일정기간 어획을 금지해 어족자원을 보호하자는 의미로 어업인 사이에서 정착된 제도다. 다만 바다낚시나 해루질에서는 이를 명확히 아는 이들은 없다. 이는 낚시면허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는 낚시면허제를 실시, 금어기와 금지체장(길이)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 낚시면허제가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세금 저항과 공유지를 대하는 태도로 보여진다. 어족자원은 잡는 이가 먼저라는 생각,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하다. 공유지는 결국 모두에게 최악의 비극으로 남는다. 지속가능한 어업은 TAC기반의 자원관리형 어업구조와 바다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 있는 인식이 동반될 때 실현 가능하다. 어업인과 낚시꾼, 해양레저인 등이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 지킴이로서 제 역할을 할 때 바다 생태계는 살아나고 기후변화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곧 그 날이 오길 고대하며 오늘은 금어기에서 해제된 고등어와 오징어로 저녁식사를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우리 모두는 바다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2-07-27

여름과 생존수영

“수도꼭지를 튼다. 그때 아주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투명한 것이 주르르 떨어졌다. 나는 그걸 곰곰이 노려본다. 손으로 건드린다.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물이…. 젤리 같으면 좋겠다. 앗, 몰랑몰랑 쫀득쫀득. 물이 모래알처럼 차르르 쏟아진다. 죽처럼 뚝뚝 떨어진다. 못처럼 쨍그랑 떨어진다. 깜짝 놀라 수도꼭지를 잠근다. 두 손으로 붙잡고 두근두근 돌린다”어린이 과학동화 ‘물은 예쁘다’의 한 구절이다. 아이들이 물을 경험하며 느낀 점을 표현한 글로, 물의 다채로운 성질들이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으로 펼쳐진다. 초등생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자 물의 또 다른 모습이 표출됐다. 아들에게는 물이 파란색이었나보다.어렸을 때부터 아이는 유난히 물놀이를 좋아했다. 양수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물속에서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낀다는 육아서적의 조언대로, 욕조 한가득 물을 받아 물놀이를 하곤 했다. 소리를 지르며 물장구 치고, 또 까르르 웃던 아이는 어느덧 생존수영을 배울 나이가 됐다. 학교에서 잎새뜨기를 배운 첫 날, 아이는 처음으로 물놀이의 공포와 재미를 동시에 느낀 듯 보였다. 온 몸에 힘을 빼고 둥둥 떠서 에너지를 최소화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잎새뜨기(생존수영의 일종). “엄마, 여름바다는 갑자기 사람을 휩쓸어간데. 그럴 때 허우적거리지 말고 이렇게 누워서 떠 있으면 된대” 이안류(빠른 속도로 해안에서 바다로 흐르는 좁은 해류) 상황에서 생존수영을 배웠는지 아이는 약간의 공포를 상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행히도 아직 생존수영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지는 않았다.본격적인 여름이다. 땀을 흘리고, 물놀이가 일상인 계절이다. 계곡과 바다는 물놀이 온 이들로 가득하다. 서핑과 카약, 요트, 윈드서핑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이들로 해수욕장은 이미 만원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구명조끼 착용법 등 수상안전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각종 리플렛과 안전구호들이 해수욕장 곳곳에서 눈에 띈다. 최근 5년간 어선 해상추락 사망자의 97%, 비어선 해상추락 사망자의 100%가 구명조끼 미착용이라고 한다. 어떤 형태의 물놀이든, 낚시든 ‘안전’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매년 100명 안팎의 소중한 생명이 해양사고로 세상을 등진다. 특히 요즘은 해양레저 활동의 증가로 그 위험도가 더 높아졌다.해양수산부가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 여름 해양사고 예방 및 방지를 위해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취약선박 안전관리 강화’와 ‘인명피해 유발 안전사고 및 빈발 선박사고 중점관리’, ‘여름철 위험요인(태풍)대비 대응태세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중 특히 눈여겨볼 것이 3번째 여름철 위험요인 대비 대응태세로, 찾아가는 해양안전체험시설 운영이다.해양수산부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물놀이 시설 6곳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해양안전체험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구명조끼착용법과 구명뗏목 작동 및 탑승, 생존수영 등 배울 수 있다. 또 가상현실 체험장과 해양안전 전시관도 함께 설치돼있어 여객선 화재 사고 발생 시 비상탈출 등을 가상현실로 체험해볼 수 있다. 비상 상황 시 구명설비와 구명뗏목 내 설치된 생존용품의 위치와 용도도 알아볼 수 있다. 정현미작가 여름 휴가철 대비 여객선 특별안전점검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얼어붙었던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여객선을 이용, 섬을 관광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17년 1천690만 명을 육박했던 여객선 이용객은 코로나로 급감하다 최근에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안전에 만전을 더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연안여객선 특별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기관과 항해설비 등을 살펴보고 태풍발생 상황 등에 대비한다.사실 여객선은 우리에게 이중적인 함의로 다가온다. 섬을 잇는 낭만의 대명사이자 사고위험이 넘실대는 수단이다. 구명뗏목의 위치와 사용법을 면밀히 살피는 데에는 아픈 과거의 교훈도 숨어있다. 잎새뜨기를 배우면서 아이가 바다의 위험성을 체감했듯이, 각종 안전설비와 비상시 대피요령 등을 접하면서 우리 역시 조용한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행길에 오른다. 여객선 갑판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난다. 바다가 주는, 물이 주는 무정형의 느낌은 미지의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망망대해의 압도적인 힘에 감탄하고, 동시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불안하다. 바다가 내어주는 품에서 마음껏 놀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아이는 8살 때 바다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갖기 시작했다. 뭐든 한없이 좋은 건 없는 모양이다. 곧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한없이 즐기는 대신 ‘안전’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 뼛속까지 희극인 여름 휴가철이 되었으면 한다.

2022-07-13

선거, 그 너머의 의미

올해는 유난히 선거가 많은 해다.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6월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소신과 이념, 이해관계 등을 따져 후보자에게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는 과거와 다른 지도자가 서 있다. 당선인을 지지했던 이들은 이 시기, 큰 기대를 품는다.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다. 당선인이 국정 제반 사항을 살펴보고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나서기 전, 대중의 기대심리는 최고조에 달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공약이 정책과제로 구체화되고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또 다른 현실의 문이 열린다. 의견을 조율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돌파기간의 도래다. 당연히 허니문 기간의 달콤함도 사라진다. 정권 초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제20대 대통령인수위원회는 지난달 3일, 국정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허니문 기간의 인수위 자료는 대통령 취임 후에도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근간이 된다.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집권기간 동안 이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국정과제로는 3가지가 꼽혔다.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 ‘세계를 선도하는 해상교통물류체계구축’,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관리’다.먼저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이란 정책 과제는 어촌 주민의 정주공간과 생활환경, 소득수준을 도시민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어촌뉴딜300 사업 후속 사업)과 수산업 경쟁력 강화로 어가평균소득을 상향하고 수산업 매출액을 높인다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세계를 선도하는 해상교통물류체계 구축’ 과제는 스마트항만 확충과 자율운항·친환경선박 개발 보급으로 국적 선복량을 확대하고 관공선 등 국내 선박의 친환경 전환을 목표로 한다.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 관리’ 과제는 굳건한 국가해양력 구축과 안전한 해양·연안 공간 조성을 목표로 추진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해양 감시 범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발생량 50%감축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특히 갯벌과 바다숲 등 탄소흡수원(블루카본)을 확대해 바다살리기에도 적극 나선다.해양수산 분야의 정책과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화두를 살펴볼 수 있다. 어촌마을의 정주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안이다.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어촌뉴딜300’ 사업의 후속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촌뉴딜300’은 지난 정부가 추진한 SOC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전국 300개의 어촌·어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어촌의 생활환경이 나아지면 주민 삶의 질 향상 뿐만 아니라 어업인구 증가, 관광객 유치 등에서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해양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기존 선박의 친환경선박 전환 등의 정책과제는 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선제적인 자구책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바다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상기후의 폐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양식 전복이 폐사하거나 굴양식장이 집단 폐사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문제는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데 있다. 수온상승과 해양쓰레기 등으로 인해 바다 속 환경이 급변한 데에 따른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올해 3월 25일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이 같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위기를 막아보자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이상을 감축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정하고,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온실가스 흡수량을 상쇄해 순배출양이 0(ZERO)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50년을 탄소중립 완성의 해로 계획하고 있다. 정현미 작가 이 외 정책과제들은 ‘해양 신산업 육성’과 ‘미래선박 시장 주도’ 등 산업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 친환경선박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선점까지도 점쳐진다. 이에 정부는 무탄소선박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동시에 친환경 선박 도입시 선가의 30%를 지원하기로 했다. 해양 신산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출한다. 해양바이오와 레저관광, 창업투자와 같은 분야도 직접 지원한다.인수위에서 발표한 약속과 정책과제들은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본격적인 현실화·면밀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책과제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행정적, 재정적 제도가 되어 살아 움직일 것이다.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다양한 의사소통의 과정과 결과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또한 예측 불가능하기에 우리가 정치에 희망을 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당장 7월부터는 지방선거로 탄생한 각 지자체장들의 새로운 리더십이 펼쳐진다. 대통령과 지방권력이 모두 변화를 맞았기에 우리네 삶도 일정부분 달라질 것이다. 지금보다는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미래가 펼쳐지길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2022-06-29

바다와 교감하기

5월부터 내리쬐던 볕의 강렬함이 남달랐다. 덩달아 한낮의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향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바지에 이르자 야외는 다시 인파로 북적였다. 사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자유로이 거닐 수 있는 환경을 되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다.최근 밤바다를 찾은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깊은 상념에 젖었다. 폭죽놀이를 하는 사람들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의 가벼운 실랑이로 일상회복 현장을 만나기도 했다.파도소리가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상식을 뒷받침하듯이 곧 평온과 여유가 찾아왔다. 바닷물의 음이온 입자들이 해변가를 맴돌고, 해풍이 귓가를 스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곧잘 이완된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데이터다. 흔히 말하는 해양치유 효과의 일부이기도 하다.바다를 찾는 이들은 쉽게 바다에 마음을 내준다. 잔잔히 일렁이는 수평선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혼란이 가라앉는 경험을 하곤 한다. 온 몸의 힘을 빼고 물위에 둥둥 떠 있을 때의 이완과 비슷하다. 불안 강도가 높고, 만성질병으로 인한 통증이 잦은 경우 심신안정 등 치유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일종의 바다와의 교감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를 밟으며 걷는 동안 뺨에 전해지는 해풍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것. 바다와의 대화가 아닐까 싶다.바다 생물과 사람 간 교감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에서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문어의 지능이 반려견과 비슷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사람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모습은 화제가 됐다. 친근해진 사람과 손가락 놀이를 하고, 포식자에게 공격당해 상실감에 젖어있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다큐는 문어를 통해 교감 뿐만 아니라 새끼를 낳고 죽어가는 모습을 통해 생애의 애틋함까지 담아냈다.돌고래 체험도 대표적인 사례다. 상업적인 체험으로 질타를 받았지만, 여전히 성행하는 이유는 사람과 돌고래 간 교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임신부들이 돌고래를 만난 기억은 특별하게 회자된다. 뱃속 아이 태동이 심해졌다거나, 돌고래들이 임신부를 둘러싸고 빙빙 도는 행동을 보였다는 등 다양한 체험담이 들린다. 돌고래의 초음파에 반응하는 뱃속 태아의 행동이 늘상 이슈의 중심이다. 태아가 돌고래와 어떻게 교감을 나누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사이에 뭔가 있다는 것이다.바다생물로 한정 짓지 않으면 동물 간 교감의 대표격은 ‘동물매개치료’다. 치료사와 내담자 간의 신뢰를 쌓는 데에 동물을 매개, 심리적인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반려견 등 동물이 갖고 있는 정서적 교감능력을 활용해 내담자의 긴장도를 낮추고 통증을 줄이는 등 다양한 심리 치료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담자는 동물을 통해 낯선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치료사를 신뢰하며 편안한 마음 상태에서 상담에 응하게 된다고 한다.사람은 기본적으로 관계를 통해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다. 부모관계든 연인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통해 존재를 확인받고 유대를 맺고 앞으로 나아간다. 관계는 교감의 전제이자 존재의 이유인 셈이다. 문어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신을 찾아오는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마음을 연 것처럼, 해양생물도 비슷한 패턴을 가진다. 돌고래가 태아에게 보낸 초음파도 관계 맺기의 일종일 것이다. 정현미작가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교감’과 ‘관계’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알게 됐다. 관계를 맺지 않았을 뿐인데, 코로나 블루와 각종 정서적 불안증상이 사회 전반을 드리웠다. 결국 사람은 홀로 설 수 없다는 반증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극단적인 단절의 상황에 놓였을 때,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회적인 실험이기도 했다. 홀로 바다와 산, 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삼삼오오 모여 바다에서 모래와 해풍, 파도소리에 치유 받지만 누구나 단절의 기억과 낯섦이 어떤 것인지 인식하게 됐다.관계를 통해 교감을 맺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동일한 행동 패턴이다. 그 속에서 따뜻한 위안과 위로, 삶의 동력을 얻는다. 문어 이야기를 촬영한 감독 역시 심한 번아웃을 경험한 후 어린 시절의 바다를 찾았고, 그곳에서 문어의 생태를 관찰하게 됐다.삶의 난간에 부딪혔을 때 고향을 찾아 추억을 회상하고 관계를 반추하는 것 역시 좋은 과거와 교감하는 행위일 것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물놀이 기억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물이 주는 물질의 특성뿐만 아니라 함께 놀이를 했던 관계의 추억 때문이기도 하다.이제 본격적으로 물놀이 시즌이 찾아올 것이다. 연중 개장하는 해수욕장까지 생긴다고 한다. 단절의 기억을 치유하는 방법은 결국 다시 함께하는 행위이지 않을까. 올해 여름은 작정하고 바다와 친해볼 예정이다. 무의식 속에 갇힌 기억을 딛고 다시 관계 속에서 교감하는 것, 많은 이들이 바다에서 위로받기를 희망해본다.

2022-06-15

체르노빌과 일본 원전 오염수

한 국가의 이미지는 종종 미디어를 통해 각인된다. 전쟁이나 대형재난사고 등 참혹한 현장이 언론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많은 이들의 뇌리에 박힌다.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대표적이다.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라는 대참사의 기억까지 더해져 비극의 이미지로 공전 중이다.2019년 미국의 케이블방송사 HBO가 고증해 낸 드라마 ‘체르노빌’은 당시의 끔찍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사고 축소와 은폐로 현장 수습이 더딘 상황에서, 사상자의 내밀한 말로까지 그려내며 원전의 위험성을 알렸다. 피폭 사실조차 몰랐던 소방관들의 죽음과 희생이 겹치면서 재난에 대처하는 국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계기이기도 했다.한국에서 방사능의 공포로 떠오른 것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다.일본은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에 걸쳐 인근 해양으로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태평양 바다로 흘려보낼 계획이다. 원전 오염수를 정화해 방사성 물질을 최대한 제거·희석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오롯이 믿을 국가는 없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또한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전문가들은 원전 오염수가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4~5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한다. ‘쿠로시오 난류’가 캄차카 반도에서 남하하는 ‘오야시오 한류’와 만나 북태평양으로 이동하는 흐름에 따른 것으로, 방사능의 직접적인 피해는 적다는 것이 중론이다.문제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의 안전성이다. 사고 발생 2년 후인 2013년 과학저널 ‘네이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200km 내 민물고기에서 세슘이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 일대 대부분의 수중생물이 오염됐고, 많은 이들이 방사능 수산물을 섭취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수산물이력관리제’와 ‘원산지표시제’ 등의 제도를 통해 안전성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지만, 사실 이들의 신뢰도는 낮다. 수산물의 검역 자체가 전수조사가 아닌, 샘플조사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2013년 후쿠시마 등 8개 현의 모든 수산물에 대해 수입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 조치는 2019년 한·일간 수산물 수입금지분쟁(DS495) 승소로 국제적인 타당성을 인정받아 후쿠시마 원전의 완전한 폐로까지 유효할 수 있다.내부피폭 시 가장 문제가 되는 방사성 물질은 세슘과 스트론튬이다. 세슘의 생물학적 반감기는 70일이다. 체내원소들이 70일이 지나면 배출된다는 의미지만, 섭취가 계속되면 체내에 쌓이게 된다. 세슘은 골수암과 갑상선암, 유방암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론튬은 주로 뼈에 축적되며 뼈암과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다.일본 원전 오염수 방출 외, 원전의 안전성 문제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를 통해서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는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사고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일반인들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핵폐기물 역시 고준위방사성 폐기물 문제로 방폐장 인근 주민들이 건강상의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다.앞선 정부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원전을 조기 폐쇄하고 원전건설을 중단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정책의 추진 속도조절 실패로 특정 산업과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쳐, 결국 정권 말기 원전산업으로 회귀하는 듯한 인상을 보였다. 한편 경상북도는 전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28조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용역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현미 작가 원전의 안전성 여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분야다.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능하기에 원전 폐쇄만이 답이라는 급진적인 주장부터 안전한 운영 및 관리로 충분히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다양하다. 원전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삼느냐 대체에너지로 전환하느냐는 결국 선택의 문제로 귀결된다. 다만 어떤 정책이든 연착륙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미 수십 년 간 이어온 원전정책으로 산업생태계가 조성된 상태인데, 그걸 갑자기 축소시킨다는 것은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는 이미 우리가 목도한 바다.당장 내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갈 것이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원전오염수가 해양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이는 수산물 소비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방사성 물질 피폭 중 음식물을 통한 피폭이 80%에 달했다고 한다. 성찰하지 않는 과거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수산물의 방사능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다.

2022-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