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우리 식탁을 점령한지 꽤 됐다. 음식점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손쉽게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구입해서 먹는다. 우리가 알던 그 고등어는 맞는데, 대신 좀 더 크고 통통한 게 특징이다. 수산강국인 노르웨이는 수산물 관리와 유통의 선진화로도 유명하다. 대형 어선에서 잡은 고등어가 선박 위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내려져 위판장의 자동선별기로 이동하는 모습은 노르웨이 수산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다. 크기별로 선별 돼 담긴 박스는 차곡차곡 쌓여 경매 후 바로 냉동 창고로 보내진다. 양륙과 선별, 위판 어느 단계에서도 사람과의 접촉은 없다.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우리에게는 당일 잡힌 각종 수산물이 수협 위판장의 바닥에 깔려 경매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물론 경매가 끝난 후에도 나무 상자에 실려 바닥에서 선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앉은뱅이 의자에 앉은 7,80대 어르신들은 날렵한 손놀림으로 선별과 손질을 끝낸다, 그렇게 매일 항구 어귀에 마련된 널찍한 공간은 천막을 친 어판장이 되고, 경매가 끝난 휑한 공간은 주차장이나 빈 공간으로 남는다. 수산물 유통단계의 위생안전을 논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국내 수산물의 위생 및 유통관리와 달리, 수입수산물의 유통관리는 당장의 국민 먹거리 안전과 직결된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인근의 수산물 안전이 비상이다. 이미 해양수산부 등 관계당국은 원전 사고 후 국제적 방법을 동원해 일본 후쿠시마 인근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당장의 문제는 내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출될 경우다. 일본은 2023년부터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해류의 방향 등 조건을 따지면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은 수년 후라고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후쿠시마 인근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의 수산물을 모두 수입 거절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수입수산물 유통이력 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수입수산물 유통이력제’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고시하는 수산물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거래하는 경우 유통단계별 거래명세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제도다. 식품 위생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강제적인 대응이 가능해 수입수산물 관리에 가장 우선시된다.
사실 수입 수산물 뿐만 아니라 국내 수산물도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산자와 중도매인 등 수산물을 취급하는 업체에서 ‘수산물 이력정보시스템’을 등록하면, 최종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산물 이력제’가 운영 중이다. 다만, 강제성이 없고 업체에서 생산·유통·가공 과정에서 영업 정보 유출을 우려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산물 이력제의 정보를 ‘생산이력’으로만 단순화시키고, 이력마크가 부착된 수산물은 정부가 인정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생산이력으로 공개정보를 국한시켜 업체의 수산물 이력제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복안인 셈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미도 담겼다.
실제 많은 소비자들은 수산물을 구입할 때 가격보다는 신선도와 원산지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수산물의 신선도를 가장 중요시하며 그 다음으로 원산지와 수산물 외관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이력으로만 정보를 국한시켜도 일반 소비자들의 알권리는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위생과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데도 직거래 활성화가 더디고, 여전히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산물의 직거래가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전체 물량으로 따지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한 지자체와 손잡고 수산물 직거래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중간업자가 경매하는 등의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산지 위판장에서 이커머스 업체가 주문과 재고관리, 배송을 완전히 맡아 직거래하는 형태다. 당연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도 ‘청정 위판장 모델 구축사업’과 ‘수산물 유통단계 위생안전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즉, 위판장을 천막수준의 바닥 선별장이 아닌, 위판장과 하역장을 분리하고 저온경매가 가능한 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폐쇄형 구조로 저온 경매장을 만들고 자동선별기와 저온차량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청정 위판장 모델 한 곳을 구축하는 데에도 수십 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영광군 수협과 서천군 수협 등 4곳이 사업 대상으로 선정, 위판장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위생과 안전, 선진화 등에는 항상 그렇듯이 예산이 수반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건강식으로 알려진 수산물의 섭취가 는다는 것이 정석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10년 사이 수산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국내 수산물 뿐만 아니라 수입 수산물의 소비량도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
시장이 커지면 당연히 선진화가 따라야 한다. 먹거리일 경우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의 위판장이 북유럽 국가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수산물의 위생과 안전이 현장에서부터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