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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바다, 가치의 충돌을 넘어서야…’

등록일 2022-07-27 18:12 게재일 2022-07-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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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족자원의 고갈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어업에 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출처 = Client earth

요즘 외부인의 해루질에 어촌계의 시름이 깊어진다는 뉴스가 잦다. 해양경찰이 직접 단속에 나서 벌금을 매기는 등 현장에서 충돌도 계속 이어진다. 대부분이 스킨스쿠버 등 잠수장비를 이용해 전문적으로 해산물을 채취하거나, 금어기와 금지체장(전체 길이)을 지키지 않는 경우라고 한다. 스킨해루질(스킨스쿠버와 해루질의 합성어)이 하나의 레저로 각광받을 정도이니 ‘어업인과 비어업인 사이’, ‘어족자원 보호와 맛있는 음식’이라는 가치가 매번 충돌하는 셈이다.

관광객과 비어업인의 생각은 간단한 듯 보인다. 바다의 어족자원이 어업인만의 소유는 아니니 자유롭게 해루질 재미를 즐기겠다는 것. 아예 수긍이 가지 않는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바다에서 생계를 잇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노고를 잊은 판단은 아닐까 싶다. 치어를 방류하고 인공어초를 심고, 금어기를 지키는 이들의 바람은 한결같다. 지속가능한 바다를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

물론 처음부터 이들이 바다 생태계의 복원과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명태와 쥐치 등 특정 어족자원의 멸종위기를 겪고, 뱃일을 나가 텅 빈 어창으로 돌아오는 횟수가 늘면서 느낀 변화가 더 클 것이다. 산호초 등이 석회화되면서 바다 숲이 망가지고, 이로 인해 바다생물들의 산란장이 점차 줄었다. 급격한 탄소배출로 인한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1차적으로는 마구잡이 어획의 결과이기도 하다. 특히 바다 밑바닥을 긁어 물고기를 잡는 대형 트롤 어선들의 경우, 바다 숲을 급격히 황폐화시킨다. 결국 아무리 써도 계속 쏟아질 것만 같던 물고기들은 대형 선망들의 쌍끌이 어업에 자취를 감췄고 치어들마저 희생양이 됐다. 지금도 어시장엔 총알오징어와 풀치, 깡치 등 어린 물고기들이 팔리고 있다. 치어마저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팔고 있으니 3~4년 후에 상품성을 갖춘 물고기는 당연히 찾아보기 어렵다.

바다를 둘러싼 어업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있는 비어업인의 경우, 바다를 망친 주범은 ‘어민들’이라는 말을 쉽게 꺼낸다. 폐어구와 어망, 그물이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며 사고의 위험을 높이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매년 해양사고 원인 중 폐그물로 인한 ‘기관 고장’ 등이 전체 사고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선착장 등에 쌓아놓은 폐그물이 물에 떠내려 오거나, 버려진 것들로 인해 발생한 사고다. 어민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난립하는 양식장에 의한 바다 오염도 자주 회자된다. 한정된 공간에 물고기를 가둬 사료를 먹이는 지금의 양식법이 적조 등 바다 이상기후 발생을 촉진시킨다는 논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바다는 어업인과 비어업인 사이 책임 회피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수산자원의 30%이상이 마구잡이로 잡히고 있으며, 이대로라면 2048년에는 수산물이 모두 고갈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여기에 마구잡이어업에는 비어업인의 낚시도 한몫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낚시 면허 제도를 도입하지 않아 낚시로 인해 한 해 잡히는 어획량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낚싯배 영업의 활성화와 낚시 문화 등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어획량임이 가늠된다.

해양수산부가 1999년부터 도입한 총허용어획량(Total Allowable Catch, 이하 TAC)제도는 이러한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을 유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연근해어업의 TAC를 45만 톤으로 확정하고 대상어종과 어업을 발표했다. 이는 올 한해 연근해에서 오징어와 대게 등 15개 특정 어종에서 쌍끌이대형저인망 등 17개 업종의 방식으로 잡을 수 있는 총허용어획량이 45만 톤이라는 뜻이다. 마구잡이 방식의 어업을 막기 위해 마련한 고육지책으로, 이는 우리나라 전체 어획량의 40%가 TAC 관리 하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는 어획량 감소로 몸값이 오른 ‘멸치’가 TAC 시범사업 대상이 됐다. 뚜렷한 자원감소 징후를 보이자 정부가 멸치 기선권현망 업종을 대상으로 TAC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만선의 은빛 멸치를 그물에서 털어내던 바닷가 풍경도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정현미작가
정현미 작가

금어기에 대한 엄격한 적용도 계속된다. 산란기 등에 일정기간 어획을 금지해 어족자원을 보호하자는 의미로 어업인 사이에서 정착된 제도다. 다만 바다낚시나 해루질에서는 이를 명확히 아는 이들은 없다. 이는 낚시면허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캐나다와 미국 등 북미 뿐만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는 낚시면허제를 실시, 금어기와 금지체장(길이)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낚시면허제가 정착되지 않는 이유는 세금 저항과 공유지를 대하는 태도로 보여진다. 어족자원은 잡는 이가 먼저라는 생각, 그래서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하다. 공유지는 결국 모두에게 최악의 비극으로 남는다. 지속가능한 어업은 TAC기반의 자원관리형 어업구조와 바다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책임 있는 인식이 동반될 때 실현 가능하다. 어업인과 낚시꾼, 해양레저인 등이 지속가능한 바다 생태계 지킴이로서 제 역할을 할 때 바다 생태계는 살아나고 기후변화의 영향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곧 그 날이 오길 고대하며 오늘은 금어기에서 해제된 고등어와 오징어로 저녁식사를 차려보는 것은 어떨까. 결국 우리 모두는 바다 생태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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