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 대응하자는 논리는 이제 일상이다.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많은 변화들이 생활 전반으로 퍼지고, 많은 이들이 텀블러 이용과 빨대 사용 중지, 자전거 타기 등 일상의 소소한 변화에 동참한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ESG경영으로 기후 변화 등 사회적 책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기업에 관심이 쏟아진다.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기업의 경영가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올해 해양수산부가 개최한 ‘2022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 수상자들의 아이디어는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아이디어의 사업화와 상용화의 의미를 넘어 현재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 체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자세한 이유를 되짚어보자.
해양수산부는 지난 6월 30일부터 약 3달에 걸쳐 ‘2022 해양수산 창업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유망 아이디어를 발굴해 사업화할 목적으로 2015년부터 시작된 창업 콘테스트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해양 기술의 소개장으로 활용되어왔다. 올해는 ‘배양생선(Clean Fish)’ 생산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벤처기업)인, ‘바오밥헬스케어 주식회사’가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배양생선’이라는 낯선 단어가 들린 지 몇 년 만에 한국에서도 대량생산 기술이 개발된 것이다.
배양생선은 배양육, 즉 대체육의 시장이 커지면서 덩달아 주목받았다. 남획과 기후변화 등으로 어족자원 고갈이 현실화되자 이에 대안으로, 어육으로만 이뤄진 생선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배양생선은 실제 물고기의 근육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채취해 배양액에서 키워낸다. 배양액에서 늘어난 세포 중 농축 세포만 뽑아내 3D프린터로 생선살을 찍어내고, 이 과정에서 바이오잉크를 섞어 물고기의 형태를 살린다. 3D바이오프린팅을 이용한 조직재생 전문기업인 ‘바오밥헬스케어’가 배양생선의 대량생산 기술을 갖춘 것도 우연이 아니다.
2020년을 기준으로 전 세계 대체육 가공 기업은 20여개 가량이라고 한다. 그 중 세포배양방식의 해산물을 생산하는 기업은 6개 정도다. 참치 대체육에 집중하고 있는 핀리스 푸드(Finless Foods)가 대표적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참치는 2022년 현재 멸종 위기 종이다. 2015년 세계자연기금은(WWF)은 전 세계 참치 개체수가 과거에 비해 70%가량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각 국가별 쿼터를 정해 잡을 수 있는 양이 제한된 대표적인 어종이다. 참치가 배양생선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배양생선의 대량생산은 어족자원 고갈의 대안이 될 뿐만 아니라 깨끗한 생선(Clean Fish)이라는 이미지도 갖추고 있다. 미세플라스틱과 중금속 축적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배양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변형도 일어나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시대, 단백질 공급원으로 배양생선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 외에도 해양기술을 통해 진일보한 현실을 마주한 경우는 꽤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용 홍합접착제와 혈액동결보존제다.
홍합이 강한 파도가 치는 바닷가 갯바위에 붙어있는 이유는 홍합에서 분비되는 강력한 접착성분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홍합의 이런 접착성분을 인체에 활용하는 홍합 단백질 유전자 연구가 진행되어 왔다. 접착 강도가 세고 생채 적합성이 높아서 인체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졌고, 최근에는 방광에 생긴 누공(구멍)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방광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 치료가 쉽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화학접착제의 경우 인체 내 부작용이 많아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홍합단백질의 접착제는 자연유래성분으로 생체 내 부작용과 거부반응이 적어 치료가 어렵기로 유명한 방광 누공까지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혈액동결보존제 역시 해양 기술의 대표적인 경우다. 극지연구소는 2018년 남극 로스해에 서식하는 해양미생물에서 얼음성장억제물질(항동결 바이오폴리머)을 발견했다. 이를 혈액 동결에 적용해 보존제를 만들었다. 항동결 성분이 영하의 온도에서도 혈액 내 수분 동결을 막아 혈액동결보존을 가능하게 했다. 혈액이 동결되면 혈액 내 적혈구 세포가 파괴돼 그동안 혈액동결보존에 어려움이 있다.
한편, 항동결 물질은 화장품 분야에서도 활용될 예정이다. 극지연구소는 남극에서 발견한 해양미생물의 얼음성장억제물질과 북극 효모에서 발견한 결빙방지단백질을 활용한 노화방지화장품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결빙으로 화장품 효능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결빙방지단백질의 세포막 보호 기능을 활용해 주름 개선 및 노화방지 화장품을 개발한 것이다.
홍합접착제와 혈액동결보존제는 당장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은 아니다. 오히려 인류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해양기술의 무궁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해양기술은 해양미생물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양생물에서 착안한 기술을 연구·개발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 보인다.
오염되지 않은 배양생선을 먹고 홍합접착제로 상처를 치료하며, 항동결 물질이 포함된 화장품을 쓰는 시대다. 동시에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기술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를 늦추는 일상의 소소한 실천과 함께 기술의 도약에도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이 두 가지가 양립해야 기후변화 속 우리네 일상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