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포항의 지도자 조건은<br/>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과<br/>손해 보더라도 실천하는 용기<br/>공천은 정치관행 상식 따라야
사람은 기본적으로 식물이 아닌 동물에 속한다. 동물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곳이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이다. 누, 가젤, 얼룩말, 치타, 사자, 하이에나 등이 평화롭게 사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처절하고 치열하다. 죽으려 하지 않는 상대를 잡아먹어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공통적인 속성은 죽음 회피 그리고 먹기와 번식이다. 만물의 영장이라 하는 인간 역시 동물이기에 그 속성을 벗어날 수 없다. 하지만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옳고 그름을 안다는 것이다. 옳은 일을 하면 명예롭고 그릇된 일을 하면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에 인간이 짐승과는 다르게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인간은 공동체 생활을 한다.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동물적 속성이 견제되지 않는다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되어버릴 것이다. 각자가 동물적 속성을 충족하면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인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찾아내었다. 법이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사실이다. 동물적 속성을 충족하면서도 공동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법이 고안된 것이다. 이때 법이란 법률만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과 관습도 포함한다. 즉 인간은 누구나 정해진 법에 따라 행동할 때 진정 자유로워지고, 우리는 그것을 바로 법치라 하는 것이다.
그 법을 어겨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그 법을 내가 권세를 지녔다고 내 마음대로 정하고 강요하는 것을 독재라 한다. 그런 경우 법과 정의란 강자의 이익일 뿐 약자들이 믿고 의지할 수단이 되지 못한다. 껍데기만 민주주의 운운하지 세렝게티 초원의 야만생활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런 나라는 스페인처럼 한 때 융성했더라도 결국은 쇠락한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포항에서 정치를 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다양하게 시민들과 접촉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포항시민들이 어떻게 세월을 살아가는지 윤곽을 그릴 수 있다. 포항시민 역시 동물적 속성을 유지한다. 죽음을 회피하니 자동차도 조심해서 몰고, 코로나 방역조치에 협조를 한다. 먹고 살기 위해 죽도시장이든 비학산이든 연일들이든 직장에서든 열심히 일을 한다. 그러면서 결혼도 하고 가정을 꾸리며 후손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포항시민의 소득원은 크게 두 가지로 포스코와 포항시청이다. 포스코는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권력이 기존의 밥그릇 체계를 바꾸지 않을까 신경을 곤두세운다. 포항시장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선거 때만 되면 어느 줄에 설지 잘 판단해야 나중에 먹고 사는데 편해진다. 수많은 관변단체, 협회, 인쇄, 광고, 꽃집, 식당, 납품, 건설 등등 사업자들이 안테나를 높이고 줄을 댄다. 먹이가 우선이라 평상시 인간관계는 한 줌 가치도 없다. 우리 편이 아니면 아래 위도 없이 물어뜯어 댄다. 세렝게티 초원의 야만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인간의 동물적 속성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담 스미스는 우리가 저녁식사를 기대하는 것은 푸줏간, 술집, 빵집 주인의 자비심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해에 대한 욕심 때문이라 했다. 그러기에 법을 지키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주의 나라라면 오히려 권할 일이다.
3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나 새 인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나 다 자기들 주장일 뿐이다. 각자의 주장을 목소리만 높인다면 포항은 세렝게티 초원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공천은 정치관행이 중요하다. 법과 원칙이 안정되어야 잠재적인 입후보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시장 개인에 대한 지지도와 당에 대한 지지도 차이를 이용한 교체지수를 4년 전에 적용 않다가 이번에 적용하거나, 일부 시군에만 적용하면 관행에 맞지 않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야지, 권세 쥐었다고 그 때 그 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적용하면 법이란 강자의 이익에 불과하다. 힘 있는 곳에 붙어야 먹고 산다며 민초들을 야만의 세계로 인도하는 꼴이다.
진정한 포항의 지도자들이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줄 알고, 명예와 수치를 알며,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옳음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공직은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라 일시 담임을 할 뿐이다. 선출직 권력이 천년만년 갈 듯 옳음보다 이익만 쫓고 그것에 빨대 꽂아 단물 빨아대는 기생세력이 기세등등 하는 한 포항은 세렝게티 초원이 된다. 항상 양지바른 곳만 찾는 해바라기가 득세하는 한 포항은 쇠락하는 야만의 도시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