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월호 참사 8주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SNS에 “아직도 이유를 밝혀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다”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과제라고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었는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일이 있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 시간이 또렷이 기억난다. 타이타닉처럼 대서양 한복판에서 침몰한 것도 아니라 당연히 모두 구조될 것이라고 믿었는데 어처구니없게 304명이나 희생되다니 슬픔을 넘어 분노가 일었다.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은 차마 볼 수 없어 뉴스도 오랫동안 보지 못했다.
이번 뉴스를 보면서 지난 5년간 진상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 더듬어보았다. 참사 후 1년이 지나 설립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성과도 없이 활동 기한이 지나 강제 종료되었다. 그래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자 바로 세월호가 인양되어 선체조사위원회의 진실 규명에 기대를 걸었는데, 18개월 후 나온 보고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조타 미숙이나 솔레노이드 밸브 고착 때문일 것이라는 내인설과 외력에 의한 급선회 때문일 것이라는 열린안, 두 가지 의견만 내놓은 채 선조위 활동이 종결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 진상 규명을 넘겨받은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에서 조사를 계속 하고 있으나 2년이 넘도록 어떤 성과가 있는지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그 사이 세월호참사특별수사단에서 기소한 해경지휘부가 무죄 선고를 받게 되어 무기징역을 받은 선장 외에는 높은 자리에 있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참사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2021년에 나온 박상은의 ‘왜 세월호 참사 조사는 종결되지 못하는가?’는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유일한 논문이다. 게다가 2018년 이후 세월호 연구가 끊어졌다가 나온 귀한 연구이기도 하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내인설이 위원회 내부 다수의 주장이었는데도 외력설을 주장하는 열린안을 같이 보고하게 된 과정을 설명하면서 조사가 제대로 종결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 논문에 의하면, 내인설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많은 사람에게 외력설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가설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위원회 내부에 해양적폐세력과 진상규명세력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소통이 단절되어 결론 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선조위의 조사가 제대로 종결되지 못한 것은 밝혀지지 못한 진실이 있어서가 아니라 합의되지 못한 해석이 있기 때문인 셈이다.
이제 한 달 후 6월 10일에 사참위도 종결된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사참위에 전화를 걸어 2년 6개월이 넘도록 왜 아무 소식이 없는지 물어보니, 현재 5월 말 발표를 앞두고 위원들이 보고서를 검토하는 중이라고 한다. 최종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8년이 걸린 만큼 이번에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청사진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