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금 포항수협 얼음 공장에선… 새벽부터 얼음 만들어 내지만 최대 생산량보다 1.5배씩 더 나가 저빙고 보관할 새도 없이 화물차 실려 어민에게 가장 먼저 배달
가로 140㎝, 세로 55㎝에 135㎏의 육중한 직사각형 물체가 묵직한 소리와 함께 쏟아졌다.
저장공간에 가는 대신 곧바로 잘게 쪼개진 이 물체를 실은 화물차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전국을 할퀸 호우가 사라지고 폭염이 똬리를 튼 24일 새벽 5시 포항시 남구 송도동 포항수협 얼음 공장에서다. 이재현 주임은 “비가 그치자 얼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냉동고에 보관할 틈도 없다”고 설명했다.
얼음 만드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꼬박 48시간이 걸린다. 9개의 빙관에 물을 꽉 채운 뒤 승강장치(호이스트)로 올려서 ‘브라인’에 담근 뒤 2차 냉매로 얼린다. 이 과정에서 공기를 불어 넣어 불순물을 걸러내 표면을 투명하게 해주고, 이틀간 얼린 뒤 온수 탈빙조를 거쳐 틀에서 분리한다.
이 주임은 “지난해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수요가 생기면서 하루 종일 얼음을 만들고 배달용 화물차에 싣기를 반복한다”라면서 “설비 최대 생산량보다 1.5배씩 더 많은 얼음이 나가고 있는데, 예년의 데이터로는 현재 수요 예측조차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폭염 특보가 내릴 정도의 바깥과는 다른 세상도 있었다.
냉기 때문에 입김이 확연하게 나오는 영하 10도의 공간인데, 공장에서 생산한 얼음을 보관하는 곳이다. 이 주임은 “수요가 크게 늘면서 보다시피 얼음 보관 창고가 텅 비었다”고 했다. 공장에서 만든 얼음은 즉시 창고로 옮겨 보관해야 강도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원칙도 못 지키고 있다. 갓 만든 얼음을 기다리는 곳이 많아서다.
저빙고 보관을 생략한 얼음은 예상보다 빨리 녹으면서 강도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신속 배달’이 매우 중요하다.
공장에서 갓 나온 얼음은 어민들의 품에 먼저 안긴다.
수산업의 도시 포항에서는 얼음이 생명줄인데, 조업 중 잡은 생선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데 얼음은 필수다. 얼음 공급이 흔들리면 어민들은 생계에 막대한 지장을 받는다. 포항수협이 새벽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쉬지도 않고 얼음을 만들어 나르는 일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
영하 10도라는 저빙고의 냉기 무색하게 연방 굵은 땀방울을 훔쳐내던 이재현 주임은 “수요에 비해 생산시설의 한계가 있으니 우리가 더 열심히 임하는 방법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음 생산을 총괄하는 김진수 과장은 “어민들의 얼음 수요가 집중되는 중요한 시기에 생산을 방해하는 폭염이라는 악재가 있지만,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