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뒤 지방선거다. 그런데 무슨 선거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대통령 후보였던 이재명 후보, 안철수 후보도 나섰다.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같이한다. 이 상임고문은 “권력은 집중되면 부패한다는 명확한 진실이 있다”라며 윤석열 견제론을 재등판 명분으로 삼았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로 겨우 일주일째. 그런데 민주당 공격이 윤 대통령에게 집중했다. 취임사도 비판 대상이다. 새 정부의 출범부터 부정했다. 이 상임고문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그 선봉에 섰다. 선거 불복(不服)이라는 말이 나올 만하다.
선거 불복은 많았다. 윤보선 전 대통령은 1963년 대선에서 역대 가장 적은 15만 6026표 차이로 떨어진 뒤 “나는 정신적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71년 선거에 대해 “나는 선거에서 이기고, 투·개표에서 졌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87년 선거도 “명백한 부정선거였다”면서, “단일화했어도 (선거 부정을 막을 수 없어)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라고 ‘김대중 자서전’에 적었다. 단일화 책임론을 그렇게 뒤집었다. 그러나 선거에 불복해 이익을 본 예는 없다. 국민의 눈이 차갑다.
이재명 후보 출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이 많다. 대통령 선거에서 졌으면 반성하고, 자숙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냐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살아온 근거지이고, 성남 시장과 경기도 지사를 거치며 정치적 뿌리를 박은 분당갑에 나설 수도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에 유리한 인천 ‘계양을’을 선택한 것도 비판 대상이다. DJ가 13대 총선에서 전국구 11번, 15대 총선에서 14번을 자청한 것과 비교된다. ‘대장동 비리’ 등 수사를 막을 불체포 특권 갑옷을 입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그의 비서실장이었던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반드시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상임고문을 지켜내겠다”라고 외친 게 이런 의심을 굳혀준다.
선거가 끝나도 대결 구도를 풀지 않고, 바로 다음 선거를 준비한다면 국민 통합은 영원히 불가능하다. 민주당이 집권한들 국민의힘 지지자가 승복할까. 지방선거가 코앞이라 일시적이고, 불가피한 현상이라 믿고 싶다.
대선을 재수하는 길이 여러 가지다. DJ는 대통령 선거 뒤 곧바로 정계 은퇴하고, 영국으로 떠났다. 선거가 국민의 심판이라면,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DJ와 이 상임고문은 다르다. DJ가 세 번째 떨어진 뒤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져 단일화 실패 책임까지 모두 떠안을 처지였다. 또 권위주의 시대의 끝자락이라 정치보복을 피하려면 불체포 특권만으론 불안했다. 해외 피신 경험도 있었다. DJ도 71년 대통령 선거에서 떨어진 뒤에는 당권 장악을 시도했다. 대선 한 달 뒤에 있었던 총선 때 진산 파동이 터졌다. 이를 이용해 총재 대행을 맡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87년 대선에서 졌을 때도 평민당 총재로 여소야대 정국의 중심이 됐다. 97년 말 대선에서 패배한 이회창 후보도 이듬해 당권을 장악했다.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이번 선거에서 전임 정부 실패가 정권교체에 큰 변수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당내 경쟁 후보 진영을 온전히 끌어안지 못해 고전했다. 확실한 당 장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을 것이다. 정당과 국회 경험이 없는 점도 큰 약점이다. 불복만 아니라면 자리와 사람은 일치하는 것이 좋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해야 정상이다. 박완주 의원 문제 대응이 흔들리는 것도 자리와 사람이 일치하지 않은 탓이다.
97년 대선에서 실패한 이회창 총재는 원내 과반의석을 가진 한나라당을 이끌며 총리 임명안을 비롯해, 새로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 반대만 했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민심과 멀어졌다. 뒤이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 다음 대선도 실패했다. 따라갈 만한 길이 아니다.
어차피 지방선거는 곧 끝난다. 윤 대통령은 이 상임고문의 경쟁자가 아니다. 법대로 법안을 통과시키고, 법대로 장관을 임명했다. 이 ‘법대로’가 대화와 타협을 막고, 정치를 실종시킨다. 책임 있는 사람이 나서야 결단하고, 협치할 수 있다. 그런 성숙한 여야 관계로 국민의 신뢰를 쌓아가기를 기대한다.
/본사 고문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