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북핵 고도화와 한미정상회담

등록일 2022-05-16 18:06 게재일 2022-05-17 19면
스크랩버튼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윤석열 정부의 출범 직후에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양국의 공동관심사인 북한 핵과 미사일, 한미동맹과 대북공조, 경제안보와 지역적·국제적 현안 등 이른바 ‘포괄적 전략동맹’의 강화방안이다.

한미동맹의 총론과는 달리 각론으로 들어가면 양국의 이해관계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대해 ‘미국은 전략핵과 ICBM’에 신경을 쓰지만, ‘한국은 전술핵과 단거리미사일’ 위협을 더욱 우려한다. 또한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쿼드(Quad) 참여를 기대하고 있지만, 중국이 최대 교역국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이해관계 차이를 조율하고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이번 정상회담의 과제다.

우리의 입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어야 할 의제는 북한의 전술핵 위협이다. 김정은은 이미 “핵기술을 고도화하여 소형·경량화, 전술무기화 할 것”을 여러 차례 지시했다. 나아가 지난 4월 25일 인민군 창설 90주년 열병식에서는 “핵 무력은 전쟁방지 수단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근본이익이 침탈되는 등 비군사적 상황에서도 선제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공언했다. 핵이 방어용이라는 기존 논리를 뒤집고 선제공격용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북한의 비핵화라는 비현실적인 대북정책’이 아니라 ‘북핵을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안보전략’이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5년 동안 벌인 ‘평화 쇼’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시켰을 뿐이다. 그 결과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균열되고 약화된 한미동맹을 다시 복원함으로써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이번 회담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전술핵은 전략핵과는 달리 실전에서 사용가능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쟁의 양상을 일거에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이다. 단거리미사일이나 방사포에 탑재된 전술핵은 포착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전술핵을 통한 전자기파(EMP)공격’은 우리의 최첨단 전자무기들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따라서 미국의 ‘핵우산 신뢰도’를 제고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들이 향후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의 재가동과 함께 논의될 수 있도록 그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절대무기인 핵’에는 핵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북한의 핵이 공갈협박수단 또는 협상용에 불과하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김정은은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술핵의 사용가능성을 열어 둠으로써 NATO의 직접적 참전을 막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커다란 시사점을 얻었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핵을 포기한 우크라이나가 핵을 가진 러시아에 유린당하고 있는 이 참담한 현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세상을 보는 窓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