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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하여

등록일 2022-05-12 18:57 게재일 2022-05-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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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사람의 일생 중 가장 행복한 시절은 언제일까? 환경과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대개는 부모의 사랑과 보호를 받고 의식주를 직접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어린 시절을 꼽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들 중에서 최하위권이라 한다.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과 출세 지향적 사회분위기가 주요 원인인 것 같다. 우리나라도 먹고 살기 급급했던 절대빈곤의 시절을 벗어난 만큼 어린이들의 행복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어린이들은 행복하게 하는 첫 번째 조건은 맘껏 뛰놀게 하는 겻이 아닐까 싶다. 다른 동물들도 어린 새끼들은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잠시도 가만있지를 않는다. 몸과 마음의 성장과 학습에 즐겁게 노는 것보다 좋은 게 없다고 한다. 놀 때는 혼자서 노는 게 아니라, 형제나 동무들과 어울려 놀아야 더 즐겁고 학습효과도 크게 마련이다. 하지만 요즘은 등하교 시간이 아니면 골목에서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고, 잘 꾸며진 놀이터에도 어울려 노는 아이들이 거의 없다. 혼자서 인터넷게임을 하거나 만화영화를 보는 것으로 놀이를 대신하는 모양이다.

가급적이면 자연과 친해지는 것으로 어린이들의 행복감을 높여주면 좋을 것이다. 맑고 안정된 정서를 길러주는 데 자연보다 좋은 게 없을 터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는 철따라 변하는 자연의 모습을 자주 대하는 것만으로도 무궁무진한 신비와 감동을 체험하는 일이 된다.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김치나 된장, 채소나 과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듯이, 자연과 친해지는 것도 처음부터 자주 접해서 길이 들어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 틈나는 대로 풀이름 나무이름, 새와 곤충의 이름도 익히고 모양과 생태에 대한 지식도 쌓아가야 친근감이 생기게 된다.

배움의 기쁨도 행복감을 높이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하나다. 성인의 반열에 오른 공자님도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했으니 범인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부모의 닦달에 쫓겨서 학원을 순례하는 공부 말고, 예능이든 운동이든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라야 행복감을 가질 것이다. 학교 성적과 상관이 없는 과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결코 쓸데없는 일이 아니란 걸 어른들이 알아서 지나친 참견을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한 일이다.

가장 좋은 행복한 진·선·미에서 나온다고 한다. 거짓되고 악하고 추한 것에서 쾌락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그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는 얘기다. 비뚤어진 욕망의 충족이나 말초적인 쾌감 따위에 집착하는 것은 심성을 피폐하게 해서 결국 행복과는 멀어질 뿐이다. 그리고 정서와 감성의 깊이가 행복감의 깊이가 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한 송이 풀꽃을 보고도 감탄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 감흥이 없는 사람도 있는 것처럼, 행복감이란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서적 반응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존감을 갖게 하는 일이다. 경쟁의 우위에서 오는 자만심이 아니라, 무한한 우주 속에서 오직 하나뿐인 존재라는 생각을 가질 때, 자존감과 행복감은 물론 남에 대한 이해와 배려도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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