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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매듭풀기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얼마 전 조용기 목사가 작고하였다. 그는 단일 교회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자가 모이는 교회로 성장시켜 기네스북에 올랐다. “네 영혼이 잘됨 같이 네가 모든 일에 잘되고 강건하기를 내가 간구하노라”는 요한의 기도문을 교리화 하여 영혼관리만 잘 하면 모든 일이 잘되고 육신도 건강해 진다는 삼박자 축복교리를 주창했다. 이는 매우 간단명료한 신앙방식으로 순식간에 교회를 급성장 시켰다. 사람들은 인간관계에서 매듭이 생기면 당사자를 만나 술 한잔 하면서 매듭을 풀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은 당사자를 만나 풀려고 하지 않고 기도로 하나님을 만나 매듭을 풀려고 한다. 모든 문제를 오직 하나님을 만나 해결하면 끝이라고 생각한다. 이청준의 ‘벌레이야기’를 영화화 한 ‘밀양’에서 아들을 유괴하여 죽인 범죄자가 자신에게 사죄의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은 이미 하나님을 만나 회개하고 용서 받은 것으로 모든 문제는 끝났다고 하는 뻔뻔한 신앙을 보고 극노광분(極怒狂忿)한다. 하나님과의 문제만 해결되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삼박자축복신앙의 부작용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삼박자축복교리의 근거가 된 요한의 메시지는 영지주의에 빠진 자들을 바로 잡기 위해 쓴 편지이다. 영지주의는 하늘과 영에 속한 것은 선하고, 땅과 육에 속한 것은 악하다고 보고 오직 하늘과 영에 관련된 영혼만 거룩하게 유지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된다는 신앙이다. 이것이 기독교 신앙에 유입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하여 준 요한의 메시지로 하나님과의 문제를 잘 해결하려는 것처럼 사람과의 일도 잘 해결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메시지는 오히려 영지주의적 삼박자축복교리로 왜곡 변형되었다. 그 결과 사람과의 관계가 잘못되어 있어도 오직 하나님과의 관계만 잘 가지면 된다는 신행(信行)불일치의 획일주의적 만사형통 신앙에 빠지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게 된 것이다.예수는 “나를 예배하기 전에 먼저 형제와 화해부터 하라”했고 “사람에게 한 일이 곧 하나님께 한 일이요 사람에게 하지 않은 일이 곧 하나님께 하지 않을 일이라”하였으며 율법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했을 때에 경천애인(敬天愛人) 즉 하나님 사랑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라면서 사람과의 매듭풀기 없이는 하나님과 매듭풀기도 없다고 했다. 그동안 기독교 신앙은 이웃과의 매듭풀기를 외면 해 왔다. 그렇게 된 것은 땅의 일을 외면하고 하늘의 일에만 몰두하는 영지주의적 삼박자축복 신앙의 영향이 적지 않다. 영지주의적 삼박자축복 신앙은 이제 고인의 떠남과 함께 같이 떠나보내고 왜곡된 신앙을 바로 잡아야 할 때이다.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2021-10-06

대장동 의혹 ‘국감 블랙홀’ 될 수밖에 없는 이유

국회 국정감사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연일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대장동 의혹이 블랙홀처럼 모든 국정감사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는 것이다.지난 4일부터 시작된 국감은 6일에도 대부분 상임위원회가 대장동 의혹 진상규명과 관련돼 여야가 충돌하며 파행을 빚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장동 의혹의 몸통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규정하고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했고, 여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고발사주’ 의혹으로 맞섰다.예상한대로, 어차피 이번 국감에서는 여야 유력 대선주자들이 검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대장동 의혹 같은 천문학적 부동산 투기 카르텔이 국감의 도마에 오르는 건 불가피한 일이다. 대장동 의혹은 민주당내에서도 심상찮게 보는 사건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5일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1위 후보의 측근이 구속됐다.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다. 민주당이 크게 후회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청와대도 이날 대장동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대장동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5일 뇌물 수수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를 불러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 소환 조사도 곧 이루어진다고 한다.김씨 조사 이후에는 자금수수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6일부터 전국을 돌며 대장동 의혹에 대한 특검수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 대표를 비롯해 야당은 현재 민간사업자에게 거액을 몰아주는 결정을 유 전 본부장이 단독으로 했을 리 만무하다고 보고 있다.대장동 사태는 여당 유력 대선주자의 정치생명과 직결돼 있어 이번 국감의 최대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국감이 정상적인 ‘민생국감’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대장동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있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신뢰성이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야당의 특검요구는 계속될 것이다.

2021-10-06

한글날 연휴, 코로나 방역 긴장 풀려선 안 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 데 따른 피로감 누적과 코로나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코로나 방역 긴장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다음 달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가는 위드 코로나가 실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방역 긴장감이 풀린 모습들이 자주 목격돼 감염병 확산 우려를 낳고 있다. 쇼핑센터나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 등지에서 사람이 붐비고 있으나 마스크 쓰기와 자리 띄워앉기 등과 같은 방역수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그럼에도 방역 당국의 관리 손길은 거의 미치지 못하고 있다.지난 7월 시작한 코로나 4차 대유행이 석달째 이어지면서 하루 평균 2천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주 사흘 연휴에 이어 이번주 주말도 한글날 사흘 연휴가 기다려 코로나 감염증 확산이 우려되는 불안한 국면이다.대구에서는 또다시 의료기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해 6일 현재 누적 확진자가 30명에 달한다. 6일 0시 현재 대구는 64명, 경북은 55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경북은 인구 10만명당 발생률이 3.4명으로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지역단위에서 가장 높다.정부가 준비에 들어간 위드 코로나 의료체계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위드 코로나 의료체계로 빠르게 전환할 경우 현 의료체계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18세 이상 기준으로 1차 백신접종률이 90%를 돌파함으로써 위드 코로나 체계에 대한 자신감을 가진 듯하다. 그러나 어떤 형태든 방심은 금물이다.유럽 등 위드 코로나에 들어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신규 확진자가 크게 느는 등 불안한 국면이 일어난 점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극성을 벌이고 돌파감염 사례도 적지 않아 위드 코로나에 대비한 방역체계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코로나19 사태는 현재로선 끝이 안 보인다. 국민 각자가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정부는 높은 백신접종율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위드 코로나도 백신접종을 믿고 위중증 환자 관리로 가는 과정일 뿐 완전한 방역은 아니다. 코로나 확산세 억제를 위해선 방역 긴장감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2021-10-06

토론 유감

장규열 한동대 교수 대선이 이제 다섯 달 앞이다. 정당들이 대선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경선에 힘을 쏟는다. 국민 앞에 주자들을 선보이고 평가받기 위해 토론을 여러 차례 벌인다. 방송사들과 시민들의 금쪽같은 시간을 쓰면서 벌이는 말의 경연은 도무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당신에게 어떤 특별한 강점이 있어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출해야 하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당신의 제시하는 나라의 내일이 내가 꿈꾸는 비전과 함께 하는지 가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경선의 ‘흥행’이 목적인지는 몰라도, 후보들이 국민과 경선의 본질을 나누지는 못하고 있다. 토론은 국민의 선택을 도와야 한다. 토론은 국민으로 나라의 내일을 기대하게 해야 한다. 토론은 나라경영을 위한 후보의 자질을 보여주어야 한다.부동산에 관한 국민의 혼돈은 어찌 해야 하는가. 날이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의 격차는 어떻게 줄일 터인가. 백년대계 교육은 어느 한 사람 언급조차 없다. 청년의 절망을 제대로 이해하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지역 간 갈등은 자신들의 출신지로 때울 뿐이 아닌가. 평화통일은 우리의 소원인가 아닌가. 만성적인 저성장의 굴레는 어찌 극복해야 하나. 사회에 만연하는 차별과 혐오정서는 그대로 두어도 되는지. 고령화와 저출산은 어떻게 해결하려 하는가. 나라의 안전과 사회의 질서를 확보할 지름길은 무엇인가.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이끄는 4차산업혁명을 당신은 속속들이 이해하는가. 지구온난화와 환경문제는 그 뿌리를 헤아리고나 있는지. 후보 당신은 이들 과제를 폭넓게 담아 대처할 인성과 실력을 가지고 있는가.당신의 어깨에 실릴 내일의 무게와 기대의 총량을 이해하는가. 토론하는 자리에서 국민이 목격해야 할 내용과 태도는 오늘 당신이 보여주는 그것들과는 너무나 다르다. 역대급 네거티브 비방전은 그만 보았으면 한다. 당신이 품은 고약한 속내만 드러날 뿐이다. 화려한 말솜씨로 국민의 마음을 사겠다는 술수도 반갑지 않다. 국민은 언변보다 역량을 찾는 중이다. 흠집 내기와 말꼬리 잡기도 식상할 뿐이다. 당신들 덕에 코미디쇼들이 사라졌다는 비아냥이 들리지 않는가. 대선경선 토론에 정책은 사라지고 말싸움만 가득하다는 관찰은 치명적이다. 방송전파를 허비하고 국민관심을 배반하는 게 아닌가. 이제라도 돌이켜, 나라의 내일과 국민의 일상에 희망과 기대를 안기는 토론을 열어주었으면 한다.대선주자는 누구보다 정직해야 한다. 솔직해야 한다. 어느 인간이 완벽할 수 있나. 실수와 부족함이 드러날 참이면, 진솔하게 시인하고 다음 라운드에 새롭게 임하는 자세를 보여 주시라. 모르면서 아는 양 없으면서 있는 양 하는 태도, 국민이 금방 알아채서 당신의 신뢰도만 깎일 뿐이다. 청렴하고 일 잘하며 인간미도 넘치는 당신이 다음 오 년을 맡아주었으면 한다. 국민 위에 군림하는 게 아니라, 이웃과 함께 호흡하면서 빈틈없이 국정을 살피고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줄 리더를 기다린다. 토론에서 또 만날 당신에게 국민은 그래도 기대를 건다.

2021-10-06

개발이익환수제

개발이익환수제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토지에 대한 투기를 방지하고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촉진하는 목적의 제도다.1989년 제정된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1990년 1월부터 도입됐다. 처음에는 부담률이 개발이익의 50%였지만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9월~1999년 12월 한시적으로 면제했고, 2000년 1월부터 1년동안은 부담률을 25%로 조정했다. 이후에도 경제활성화를 위해 2002~2005년 면제하는 등의 절차를 거쳐 현재는 계획입지 20%, 개별입지 25% 부담률을 적용하고 있다.전문가들은 부담률을 높여 민간이 가져가는 수익을 조정하는 개편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 부담률은 25%인데, 이를 45~50%로 높이고, 사전 협약과 관련된 기준, 절차, 수단 등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상당수 지자체 재량에 맡겨야 하다보니 각 지자체의 경험이나 판단력에 많이 좌우된다. 정상 토지가격 상승분을 초과하는 부분에 부담금을 부과하고 있지만 추후 아파트 등 건물 건축 뒤의 토지가치 상승분도 반영해 부담금을 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개발 전후 토지가격 차이가 큰 데도 이 부분이 고려되지 않다보니 개발이익 환수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무엇보다 대선과정에 불거져나온 성남시 대장동 개발특혜의혹은 개발이익환수 측면에서도 비상식적이다. 성남시가 개발이익을 5천여억원을 환수했다지만 사업설계 과정에서 자본금 5천만원 짜리 급조한 화천대유라는 법인에 나머지 개발이익 대부분이 돌아가도록 해 4천억원이 넘는 수익이 배당된 것은 누가 봐도 정상적이지 않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못하는 법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06

기업 개선문화의 布石, 인재양성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기업활동에서는 생산의 본질(本質)이라는 한자를 자주 사용한다. ‘본질(本質)’의 어원은 농경시대에 많이 사용하던 도구인 ‘도끼(斤)를 이용하여 돈(貝, 조개)을 버는 근본(本)이 되는 것’에서 연유한다. 기업에서는 이를 ‘본원경쟁력’이라고도 하며 ‘좋은 제품을 남보다 싸게 만들어 고객이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의 성장이 중요한데, 눈에 보이는 이익에 집착하여 잘 보이지 않는 인재양성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기업의 개선활동 측면에서 인재라 함은 ‘현장의 낭비를 발굴하고 개선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인재와 인재육성의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정신(Mind)이며 개선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행동으로 매일 낭비를 발굴하고 개선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며, 방법적으로 어느 사업장에서도 통하는 보편적인 개선 도구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제도적으로 개선활동을 경영진이 지원하고 결과에 대한 보상으로 직원이 보람과 성취감을 느끼도록 하는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필자가 지도하는 P사도 이러한 체계가 잘 구축되어 있지만, 개선이 생산과 하나의 방식으로 잘 구축돼 있는 회사가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이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내 자신을 수양하는 데 도움이 되듯이(他山之石), 벤치마킹으로 선도기업의 장·단점을 분석해 자사의 새로운 혁신모델을 지향하는 것은 본원경쟁력과 인재양성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도요타자동차의 특장점을 공유, 인식하는 것은 정신적인 무장이나 행동적인 자세에서 많은 도움이 되기도 할 것이다.이를 테면 도요타의 직원들은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필요할 때 필요한 양만큼 생산’한다는 JIT(Just In Time)사상을 모두가 잘 공유하고 있다는 점, 가치 있는 움직임만을 위해 고객이 요구한 생산량으로 정한 표준시간과 순서로 작업을 하고, 제조공정이 정체없이 흐름화하여 제품의 준비교체시간을 줄이면서 앞 공정은 후공정인수 방식으로 생산하도록 하며, 직원의 역량을 5단계의 테크니션 레벨로 구분해 레벨이 올라갈수록 자동차 전체를 조립할 수 있는 장인으로 성장하는 체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점 등이 주목된다. 이렇다 보니 도요타를 퇴직한 후에도 대다수의 임직원들은 각 대학, 정부기관에서 서로 추천 제의를 할 정도로 인기가 있으며, 실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인재양성은 기업의 개선활동이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시작 단계이며 정신(Mind), 행동, 방법, 제도 등이 독특한 방식으로 체계화돼야 한다. 또한 무엇보다도 개선과 혁신은 전직원의 기본 업무이며 일을 통해 사람이 성장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인간존중 사상이 기반이 돼야 회사와 개인 모두 지속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혁신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인재양성은 결국 기업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투자이고 포석(布石)이며, 지속가능한 창의융합의 청사진이다. 일련의 기업경영이나 인재 창조의 안목과 비전은 모두 사람에게서 비롯되고 사람이 마무리하게 된다.

2021-10-05

선생의 책임감

얼마 전 한 대학의 비대면 수업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오픈 채팅을 통해 강의를 진행한 것, 교수 자신이 집필한 교재를 구입 후 인증하라고 요구한 것, 인증하지 못한 학생을 수업에서 강제로 배제한 것이 논란의 주된 이유였다. 하지만 이 사례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건, 결정적으로 그가 했던 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교재를 준비하지 못한 학생을 향해 “가뜩이나 어려운 시절에 강의가 부실해지는 느낌”이라며 “강의를 망치려는 사람”, “강의를 부실하게 만드는 것을 도저히 넘어갈 수 없다”고 비난하며 그를 수업에서 배제했다.네티즌들이 가장 문제 삼은 것은 그의 태도였다. 정작 본인 또한 오픈 채팅을 통해 대학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로서 성실하지 못한 태도를 보였음에도 단지 교재를 준비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학생을 힐난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는 것이다.내가 느낀 분노의 초점은 그가 한 대학의 강의를 맡은 교수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그는 교수로서, 한 강좌의 선생으로서 학생들에게 최상의 수업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물론 그에게도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한 학기 수백만 원을 학비로 내고 제공받는 수업에서 그와 같은 강의 방식을 채택하진 않았을 것이고, 학교 측 또한 그렇게 내버려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사정을 옹호하고 싶지는 않은 건,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최상의 수업을 제공하고자 최대한의 노력을 행해야 하는 게 교수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가 보고 배웠던 교수들은 모두 그러했다. 어떤 사정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수업을 제공하고자 하는 책임감.그리고 이 책임감에는 학생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도 포함되어 있다. 선생은 제자가 뛰어나기에 선생을 자처하는 것이 아니다. 선생은 제자가 못난 모습을 보이더라도 선생을 자처해야 하며, 혼을 내서라도 그를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그는 제자를 힐난하고 비난했으며, 그를 타일러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기 보다는 수업에서 배제하는 방향을 택했다. 마치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악덕 상인처럼…. 그 순간, 그는 선생이길 포기했다. 그는 스스로 학점을 사고파는 악덕상인이 되기를 선택했다.만약 그가 선생이고자 했다면, 그는 학생을 포기하지 않았어야 했다. 그가 교재를 준비하지 못했다면 그에게 교재를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이유를 가르쳤을 것이다. 비록 혼을 내서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보다 나은 수업을 위해 오픈 채팅보다 나은 방법을 모색했을 것이다. 어떤 것이 학생에게 더 나은 선택인지에 대해 고민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서 어떠한 고민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아마 문제를 직면했을 때 그가 보인 행동이 권위를 내세우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이다.누군가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른이 사라진 시대라고. 우리가 기대하는 어른이란, 문제를 직면했을 때 그에 합당한 지혜를 베푸는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에, 어느 누구도 쉽사리 우리에게 지혜를 제공하지 않는다. 혹자는 그것을 질문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할 테지만, 우리가 질문을 하지 않는 건 질문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걸 경험적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질문에는 권위로, 요청에는 묵살로 대응받은 경험이 우리를 자연스럽게 위축시켰기 때문이다.좋은 질문이 나오기 위해서는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야만 한다. 그리고 질문에는 대답이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시켜줘야만 한다. 권위 대신 해답을 제시하는 것, 혹은 해답을 찾기 위한 방법을 일러주는 것. 우리 시대에 어른이 없다는 것은 아마도 이와 같은 일을 함께해줄 사람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학생들이 선생을 공경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겠지만, 공경 받을 만한 선생이 줄어드는 것 역시 문제인 셈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수업이 학생에게 제공해야 하는 것은 지식만이 아니다. 그들에게 사회생활을 위한 방식을 가르치고, 문제를 직면했을 때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리하여 삶이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인지를 가르쳐야 한다.그렇다면 저 사례 속에서, 선생은 학생에게 무엇을 가르친 것일까. 도대체 그는 무엇을 가르치려고 했던 것일까. “학교는 좋은 학생만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좋은 교사도 길러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던 채현국 선생님의 말이 떠오른다. 그에게도, 그의 학교에게도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

2021-10-05

눈을 감을까 뜰까, 그것이 문제로다

아가사 크리스티가 추리 소설만 썼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물론, 그녀는 최고의 추리 소설 작가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그녀는 80여 편의 추리 소설을 발표했으며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같은 작품들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역사상 가장 위대한 추리 소설 작가로 꼽히며 명실상부 영원한 ‘추리의 여왕’이자 캐릭터와 플롯을 능수능란하게 운용하는 작가로도 정평이 나 있다. 무엇보다 그녀의 작품은 재미있다. 영국의 시인 소피 한나는 아가사 크리스티만큼이나 다양하고 흥미로운 추리 소설을 많이 쓴 작가는 없다고 말했으니, 나 역시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이토록 위대한 작가로 유명세를 날리던 아가사 크리스티는 1930년부터 1956년까지 ‘메리 웨스트매콧’이라는 필명으로 6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하게 된다.이것은 당대의 독자들에게 철저한 비밀에 부쳐진 사실이었다. 이렇게 발표한 작품들은 기존의 아가사 크리스티의 플롯을 따라가지 않는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한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 소설에서 벗어나서, 인간 특히 여성의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인생의 내밀한 지점을 파헤치며 벼랑에 내몰린 인간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한다.그중에서도 ‘봄에 나는 없었다’는 뛰어난 작품이다. 나는 우연히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책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에서 집어온 책이었는데, 다 읽을 때까지도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이라고 예상조차 못 했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면서 ‘와, 이 작가 정말 대단한데?’하고 작가의 이력을 확인하고 굉장한 혼란에 빠졌던 기억이 있다.소설의 주인공은 유능한 변호사 남편과 사랑하는 아이들을 가진, 그야말로 완벽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주부, 조앤이다. 그녀는 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사막의 기차역에서 발이 묶이게 된다. 가만히 앉아 있거나 사막을 걷는 것 외에는 아무 할 일이 없는 허허벌판에서 그녀는 자연스럽게 생각에 잠기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무시무시한 고요 속에서 그동안 묻어두었던 날카로운 과거의 조각들이 그녀를 아프게 찌르기 시작한다.조앤의 딸은 그녀에게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정말 몰랐다. 왜냐하면 결코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자신에게 되묻는다.‘나는 정녕 제대로 살아왔는가?’ 자신을 똑바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이 순간이 그녀에게는 괴롭기만 하다. 이러한 괴로움 속에서 그녀는 다시 한 번 의심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진실일까? 그게 진실이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는가?’ 결국 조앤은 생각과 고민을 멈춘다. 그리고 현실로, 거짓되지만 안온한 집으로 돌아가기를 선택한다.이러한 고민에 빠진 또 다른 문학적인 주인공이 있으니, 바로 ‘햄릿’이다.햄릿은 그의 숙부가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깊은 고뇌에 빠진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 이 유명한 구절은 영문학사 전체에서 제일로 꼽히는 명대사이다. 진실을 파헤치고 복수의 칼날을 뽑을 것인지, 혹은 진실을 바라보는 것을 포기한 채로 삶을 지속할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 놓인 것이다. 혹자는 햄릿이 결단을 미루는 우유부단한 인간상이라고 판단하기도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그는 분명하게 자신의 태도를 결정한다. 햄릿은 비극적 운명과 대면하기를 선택하고 숙부에게 칼을 들이댄다. 그로 인해 자신 역시 비참한 죽음에 내몰릴 것이라는 사실을 분명 알고 있었음에도.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조앤과 햄릿의 고민의 지점은 같다. 그러나 그들의 선택은 완전히 상반된다. 조앤은 삶에 자리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그럴듯한 현실 속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햄릿은 끝까지 진실을 파헤치고 끝까지 마주한 뒤에 비극적인 결말을 향해 제 발로 걸어간다. 과연 누가 옳은가. 우리는 누구의 손을 들어 줄 수 있고, 누구를 비난할 수 있을까.삶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이러한 질문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할 최대의 과제인 것이다. 우리 앞에 놓인 진실을 분명히 봐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눈을 감을 것인가, 뜰 것인가. 우리는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서 섬뜩한 삶의 굴레 안에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실감한다. 어떤 인물에도 탄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택하더라도 후회할 수밖에 없다. 그 아이러니가 바로 소설을 읽는 이유다.

2021-10-05

APEC 경주 유치, 시도민의 결집된 힘 보여야

경주시가 또 한번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를 확인하면서 본격적인 홍보전에 나섰다. 지난 7월 경북도와 경주시는 2025년 11월 개최 예정인 APEC의 경주유치를 발표한 뒤 경주화백컨벤션센터 전시장 증축 등 경주 유치를 위한 준비작업에 착실히 나서고 있다.제32차 APEC 정상회의는 2025년 11월 우리나라에서 열리나 아직 개최도시는 정해지지 않았다. 제주 등 다수의 국내 도시들이 유치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나 천년고도 경주시는 어느 도시보다 개최지로서 적합성이 뛰어나다.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 할만큼 문화유산이 곳곳에 산재해 있어 문화와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인근에 포항과 울산, 구미 등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어 온 도시들이 있어 세계 정상에게 한국 경제를 알리는 데도 좋은 기회가 된다. 정부가 공식 지정한 국제회의 도시로서도 충분한 인프라와 역량과 경험도 갖고 있다. 경주는 2015년 세계물포럼, 2016년 유엔 NGO 컨퍼런스, 2017년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 등을 개최한 바 있어 APEC 정상회의를 감당하기는 충분한 역량과 경험을 이미 입증했다.APEC 유치에 대한 시도민의 열의와 응원을 이끌어 낼 분위기 조성이 지금부터 필요하다. 대구경북연구원은 APEC 정상회의 개최로 경제유발효과 9천720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4천654억원, 7천908명의 취업 유발효과가 있다고 했다.APEC 정상회의 개최가 주는 경제적 파급력은 막강하다. 적어도 경주지역의 경제발전을 10년 정도는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국내 최고의 문화유산 관광도시인 경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없다. 개최지로서 충분한 인프라가 있는 만큼 경주시민을 비롯 대구·경북민의 적극적 유치 열의가 밑바탕 되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중요한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하지만 2005년 APEC 회의 유치 당시 부산에 밀려 탈락했던 제주도의 도전 또한 만만치 않다. 경북도와 경주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회의에 걸맞는 치밀하고도 안전한 개최지가 될 수 있는 준비와 함께 더 많은 지지와 관심을 얻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2021-10-05

여름 같은 가을

한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절기 중 가을 절기는 입추부터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까지를 말한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만 지나도 이미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느낌을 갖는 게 보통이다. 이슬이 맺히기 시작한다는 한로(寒露)가 바로 코앞(8일)에 닥쳤지만 올해 가을 날씨는 가을 같지 않아 요상하다.우리의 선조들은 한로가 지나면 기온이 더 내려간다 하여 이맘때쯤 농촌 들녘은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타작 소리로 분주하다. 한로 다음의 절기인 상강(霜降)은 말 그대로 서리가 내리는 시기이므로 가을의 끝자락이다. 단풍이 절정기에 이르면서 농촌은 겨울나기 준비에 손길이 바쁘다.우리나라는 중위대의 온대지방으로 사계절의 날씨 변화가 뚜렷한 곳이다. 봄철은 따뜻하고 건조한 날씨로 변덕이 심하다. 여름은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가을은 양쯔강 기단의 영향으로 봄과 비슷한 날씨를 보이나 변덕없는 화창한 날씨 덕에 천고마비 계절이라 부른다. 기상청은 올가을 이상고온을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된 탓이라 하나 여름같은 가을 날씨가 지속되자 시민들은 지구촌의 기상변화 일환으로 나타난 현상이라 여긴다.제주도에서는 밤사이 기온이 25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10월 중 열대야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4일 낮 강원도 강릉이 낮 최고기온 32.3도를 기록했으며 대구도 같은 날 31.5도를 기록했다. 남부지방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낮 기온이 최고 30도를 오르내리는 곳이 많다. 한여름에도 잠잠하던 모기떼가 가을철에 극성을 부리나 하면 뒤늦게 에어컨을 다시 가동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가을이 가을 같지 않으니 모두가 추래불사추(秋來不似秋)라 부른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05

‘착한’ 드라마, ‘나쁜’ 드라마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하늘이라는 무한(無限) 화면에는 / 구름의 드라마, / 늘 실시간으로 생방송으로 진행되네. / 연출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 그는 수줍은지 / 전혀 얼굴을 드러내지 않네…. 누가 염치도 없이 버렸을까. / 휑하니 껍데기만 남은 텔레비전이 / 무슨 면목없는 삐딱한 영정처럼 / 바위투성이 개울 한 구석에 처박혀 있네. / 텅 빈 텔레비전에서는 / 쉬임없이 / 서늘한 가을물이 흘러내리네.”‘세계의 문학’ 2003년 봄호에 실렸고, 그해 미당문학상의 수상작이 된 최승호 시인의 시 ‘텔레비전’의 첫 6행과 마지막 7행이다. 시인은 하늘, 강물, 바위, 개울 등의 자연과 버려진 텔레비전을 대비시키면서 영상 문화의 비감을 ‘개울 한 구석에 처박힌 삐딱한 영정’으로 표현하였다. TV는 사회와 삶의 부도덕성을 그려냄으로써 시청자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하고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도 한다.영화에 비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라는 점에서 TV의 선정성은 자주 심각한 문제가 되곤 한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우리나라를 뛰어넘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단 한 사람의 승리자에게 돌아가는 456억원이라는 상금 앞에서 455명의 사회 부적응자 또는 실패자는 모두 탈락이 되고 제거된다. ‘탈락, 제거’라고 했지만, 실상은 무참한 살육(殺戮)이다. 이 지나친 선정성과 물신주의의 폭력성에 대해 여기서 더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 나는 두 개의 드라마에 더 눈길이 간다.‘슬기로운 의사생활 2’(슬의생2)와 ‘펜트하우스 3’(펜하3), ‘슬의생2’는 올해 6월 17일부터 9월 16일까지 매주 목요일 tvN에서 방영되었고, ‘펜하3’은 6월 4일부터 9월 10일까지 방영된 지상파 방송사인 SBS 금요 드라마이다. 우연인 듯 올해 6월에 같이 시작하여 9월에 같이 종영된, 온탕과 냉탕을 하루 차이로 왔다갔다 한 기분이 들게 만든 ‘슬의생2’에 ‘착한’ 드라마, ‘펜하3’에 ‘나쁜’ 드라마라는 모자를 씌워주고 싶다.‘슬의생2’는 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으로 tvN 역대 드라마 중 최초로 첫 회 시청률이 10%를 기록한 드라마이다. 종편과 케이블 모든 드라마를 통틀어도 첫 회 시청률이 역대 1위이고 마지막 회 시청률도 14%를 넘겨 시청자들의 사랑을 제법 받았다. 이에 비해 ‘펜하3’의 시청률은 첫 회에 19.5%, 마지막 회에 19.1%이었다고 한다. 종편과 지상파라는 차이가 있지만, 첫 회에서는 거의 두 배의 시청률 차이가 나고 마지막 회에서도 5%의 차이를 보였다. 사람들은 ‘나쁜’ 드라마에 매력을 더 느끼나 보다.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에는 나쁜 드라마가 더 좋은 것일까?한국 사회의 모습은 TV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 드라마가 사회를 그려내고 있기에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말이 ‘나쁜 펜하’에는 제법 들어맞는데, ‘착한 슬의생’에는 그다지 들어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슬의생 드라마의 착하고 고운 의사들같은 의사 선생님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 많이 있겠지? 코로나19의 퇴치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의료진들이 그 ‘착한’ 이들이 아니런가!

2021-10-05

코로나 사태로 혈액부족 현상 계속돼 걱정

코로나19 유행 이후 헌혈이 줄어들면서 대구와 경북지역의 혈액부족현상이 심상치 않다. 올들어 대구와 경북의 월평균 혈액 보유량은 1월 3.6일분을 시작으로 3월 3.3일분, 4월 2.8일분, 9월엔 3.5일분으로 한 번도 4일분을 넘기지 못했다. 전국 평균보다 높았던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 적정 혈액보유량은 5일 이상분이다. 혈액수급 위기단계는 관심(5일분 미만), 주의(3일분 미만), 경계(2일분 미만), 심각(1일분 미만)으로 구분된다.혈액부족 사태가 계속되자 최근에는 경북도가 도내 2천여명의 공직자를 대상으로 헌혈행사를 벌였다. 경북도는 혈액 보유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자 올들어 3차례 단체헌혈에 나섰으며, 각 시·군에 헌혈추진협의회 구성과 관련한 조례 제·개정을 요청했다. 경북도 김진현 복지건강국장은 “혈액부족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경북도내 공직자들이 앞장서서 범사회적으로 헌혈운동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대구·경북지역 각급 병원에서도 혈액부족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직원들이 헌혈운동을 벌이는 등 자체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확산하는 추세라서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는데다, 학교나 직장, 군부대 등의 단체 헌혈도 잇따라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단체헌혈이 크게 줄어드는데다 겨우 잡힌 헌혈 약속도 확진자가 나오면 당일 취소되기도 한다”고 밝혔다.최근 들어 인구고령화로 인해 혈액이 긴급하게 필요한 수술이나 질환이 많아져 전국적으로 혈액 공급량이 따라가지 못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전체헌혈의 80% 정도를 차지하는 학생들이 방학을 하면 혈액원이 헌혈자를 찾기 위해 비상이 걸리는 것은 연례행사처럼 되고 있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다. 어떻게든 헌혈로만 확보가 가능하다. 헌혈운동에 국민 모두가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장기적으로 혈액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군인에게만 쏠려 있는 헌혈대상의 범주를 넓혀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혈액부족현상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2021-10-05

신라불교의 정점 불국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토함산에 자리한 불국사는 신라 경덕왕 10년(751년)에 시작해 혜공왕 10년(774년) 완성한 사찰이다. 불국사는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김대성(金大城)이 현생의 부모를 위하여 지은 사찰이다. 그러나 김대성은 사찰의 완성은 보지 못하고 그 뒤에 국가에서 이어받아 완성하였다.불국사에 대한 발굴조사는 복원을 위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으로 이루어졌다. 이는 불국사의 법등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석가탑과 다보탑, 조선후기에 지은 대웅전, 자하문, 범영루 등 다수의 건물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 이루어진 발굴조사는 무설전(無說殿)과 대웅전(大雄殿) 영역 내 회랑, 익랑, 비로전(毘盧殿), 관음전(觀音殿)에 대해 이루어졌고 백운교 남쪽으로 연지(蓮池)의 흔적을 확인하는 성과가 있었다.불국사는 신라사람들이 염원한 불국의 세 가지를 구현했다고 한다. 첫째는 법화경에 근거한 석가여래의 사바세계, 둘째는 무량수경에 근거한 아미타불의 극락세계, 마지막으로 화엄경에 근거한 비로자나불의 연화장세계로 불국사 대웅전, 극락전, 비로전 일대와 비교된다.불국사는 다보탑, 석가탑, 청운교·백운교, 연화교·칠보교, 금동비로자나불좌상, 금동아미타여래좌상 등 다수의 불교문화재를 품고 있는 곳이다. 그중에서 대웅전, 무설전, 극락전과 안양문 등 건물지도 우수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곳은 계단이라 할 수 있다.극락전 앞에는 안양문, 대웅전 앞에는 자하문이 있고 문 앞으로는 2단의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안양문과 연결되는 연화교(계단에 큰 연꽃잎이 새겨져 있음)와 칠보교는 합하여 18단이고, 자하문과 연결된 청운교(푸른 청년의 모습)·백운교(흰머리 노인의 모습)는 33개의 단으로 이루어져 있다.아래쪽에서 우러러보아야 하는 이 계단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높디높은 불교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명칭을 살펴보면 청운교(靑雲橋)·백운교(白雲橋)로 즉 다리를 의미하는데 ‘다리는 물을 건너는 구조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의 불국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이전에는 아래쪽으로 연못이 있어 물이 흘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청운교·백운교 사이 하단에는 다리에나 있을법한 아치형의 홍예구조를 볼 수 있다.불국사에서 수려함을 자랑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석가탑과 다보탑은 또 어떤가?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잘 알려져 있는 탑이다. 신라 석탑의 전형적인 모습이 충실히 구현된 석가탑은 비례와 균형미가 뛰어난 탑으로 인정받고 있고, 사방에 계단과 기둥으로 이루어졌으며 화려한 상륜부를 자랑하는 다보탑은 우아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신라인들의 미적감각과 돌을 다루는 기술을 마음껏 보여주는 것과는 달리 두 탑은 후대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다보탑은 일제강점기인 1925년 조선총독부에 의해 해체되었고 탑 안에 봉안되어 있던 사리장엄구는 현재 그 행방을 알 수가 없다. 석가탑은 1966년 도굴꾼들에 의해 훼손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로 인해 석가탑은 해체·보수 공사를 진행하게 되었는데 이때 신라인들의 불교예술을 여실히 보여주는 유물들이 출토되었다. 2층 탑신석 상면 중앙 사리공에서 금동제 방형 사리합, 소형의 은제 사리합, 초록색유리병, 곡옥, 수정 및 각종 구슬 등의 사리장엄구가 확인된 것이다. 정여선학예연구사 특히, 사리공에서는 세계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 발견되어 깜짝 놀라하게 하였다. 다라니경은 길이 약 600㎝, 너비 8㎝의 두루마리 형태로 금동제 사리 외함 내부에서 발견되었다. 또한, 금동제 사리 외함의 바깥쪽에서는 묵서지편(墨書紙片)도 발견되었는데 고려시대에 필사된 ‘보협인경’의 잔편과 약 10×13~15㎝ 크기의 고려시대 중수문서 3종 등이 밝혀졌다. 특히, 중수문서에는 고려시대에 석가탑이 서석탑으로 불려졌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려주었다. 이렇듯 불국사는 신라사람들이 바라는 불국세계를 현세에 펼치기 위해 당대 최고의 예술과 기술을 동원하여 통일신라시대 불교예술의 정점을 이루었다.경주는 수학여행지, 답사지, 여행지로써 손색없는 곳이다. 경주를 여행하다가 간혹 오랫동안 운영된 식당 벽에 기와지붕이 올려진 오래된 건물과 그 아래 축대처럼 쌓인 돌 그리고 계단이 보이는 흑백사진을 보게 될 수 있다.‘저 사진이 왜 여기에 걸려있을까?’ 하고 처음에는 참 의아했는데 그 사진이 불국사의 옛 모습임을 알게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기는 경주이고 경주의 대표적 유적은 불국사이니 저 사진이 걸려있는 건 당연하다는 공감의 끄덕임이다.

2021-10-04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렛미인’ 포스터. 북유럽의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뱀파이어 영화다. 낮보다 밤이 길고, 하얀 눈이 하염없이 내리고 쌓이는 풍경 속에서 주변의 소음들이 소거된다. 소리없이 진행되는 영화다. 하얀 눈과 붉은 피, 강렬하게 대비되는 시각적 이미지로 남는다.내용에 있어서도 구구절절한 사연들은 암시적인 표현으로 지나가고, 적막함 속에서 탄식과 안타까움이 단계적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탄식과 안타까움은 아름다움과 애틋함을 동반한다. 그래서 애틋하면서 아프고, 시리도록 아름다우며, 단순하지만 선명함으로 남는 지독한 사랑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12살 8개월 9일’을 살았다고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소년 오스칼의 옆집에 ‘12살쯤’이라고 살아 온 시간을 얼버무리는 소녀 이엘리가 이사를 온다. 이엘리는 오래 전 어느 날 12살의 나이로 뱀파이어가 되었다. 12살을 지나고 있는 소년과 수 백년의 시간을 12살의 외모로 살아가는 소녀가 적막하고 어두운 놀이터에서 만난다.‘탄식’은 이엘리의 정체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나온다. ‘애틋함’은 오스칼과 이엘리의 사랑이 진행되면서 예측될 수 있는 운명의 과정 속에서 나온다. 위의 감정들은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과 무한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뱀파이어의 ‘시간의 상대성’에서 기인한다.12살의 모습으로 수 백년을 살아 온 이엘리와 함께 했었을 수많은 유한한 존재들. 오스칼의 미래를 이엘리와 같이 사는 늙은 남자에게서 보게 된다. 영화 ‘렛미인’은 늙지 않는 영생의 삶을 살아가며, 보통 인간과 비교도 안될 괴력을 지닌 초월적 존재로서의 뱀파이어에 집중하지 않는다. 12살의 외로운 소년과 수 백년의 12살을 살아가고 있는 소녀의 외로운 성장기를 다룬다.뱀파이어 영화에서 연상할 수 있는 강렬함과 액션, 잔인함과 공포가 스웨덴의 시리고 적막한 겨울 속에 묻힌다. 영화는 어둠과 흰색이 지배하는 풍경에 뿌려지는 선혈 속에서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와도 같은 흐름을 따른다. 기존 뱀파이어 영화에 등장할 법한 것들을 빼고 감독에 의해 선택된 것들만이 남아 반짝이며 빛난다.‘왕자는 공주를 구출하고 그후로도 오랫동안 아름다운 궁전에서 행복하게 살았음’이 성립되지 않는다. 유한한 존재와 무한에 가까운 존재의 ‘시간의 상대성’으로 인해 다가올 미래는 어긋난다.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 가는 존재가 아니라 존재의 특수성으로 인해 희생을 강요당하는 관계에 놓인다. 이렇게 기울어진 관계를 예측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아름다운 동화’같은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은 소설 원작(스웨던 작가 욘 린퀴비스트의 동명 소설)에서 다채로웠던 이야기들을 살뜰히 발라내고 펼쳐낸 영화의 리듬에 있다고 하겠다.사람의 피를 마셔야 살 수 있는 뱀파이어와 그 희생자인 사람의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여기에 ‘사랑’의 단계로 나아가는 전개는 더욱 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소년과 소녀는 금기를 깬다. 정해진 결말을 향해, 소년은 끝을 알면서도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사랑의 여정을 떠난다.뱀파이어는 다른 사람의 영역에 들어갈 때 꼭 그 영역의 주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온 몸의 구멍에서 피가 흘러 나오고 고통에 빠진다. 영화 제목인 ‘렛미인(Let Me In)’은 너의 영역으로 나를 들여보내 달라는 허락의 의미다. 영화의 제목처럼 서로가 좁혀질 수 없는 물리적 간극이 존재하고 있지만 소년과 소녀에게 그것은 장벽이 되지 못한다.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라는 이엘리의 메모 속에서 뱀파이어를 호러의 대상이 아닌 연민의 대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2008년 개봉 되었던 이 영화는 2010년 맷 리브스 감독에 의해 동명의 제목으로 미국에서 리메이크 된다. 같은 원작으로 영화화 되었지만 스웨덴 버전보다 현실적이며 그들 간의 사랑은 직접적이다. 스웨덴 버전이 한편의 창백하고 아름다운 동화의 분위기라면 미국판은 뱀파이어 영화의 스릴러와 액션 등의 장르에 충실하고자 했던 점이 보이며 슬픔의 감정을 끌어 올린다.다소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어느 것을 먼저 보느냐에 따라 취향이 갈릴듯하다. 굳이 추천하자면 스웨덴판 ‘렛미인’을 먼저 볼 것을 권한다. /(주)Engine42 대표 김규형

2021-10-04

일상을 축제처럼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한창 가을날이 익어가는 시월은 밝달뫼에 아침의 나라가 열린 달이라 해서 하늘연달이라 하기도 한다. 양떼구름, 새털구름을 띄우는 하늘은 점차 높푸르러 가고 들판엔 황금물결이 일렁이는가 하면, 산에는 조금씩 초록에 지쳐가는 잎새들이 슬며시 물들어가는 듯하다. 멀지 않아 천자만홍, 만산홍엽으로 결실과 단풍을 부를 계절은 저마다의 색과 빛과 몸짓으로 한바탕 신명나는 축제라도 펼칠 참이다. 이 같은 자연의 변조에 어우러져 유난히 축제가 많은 10월은 문화의 달이기도 하다.미증유의 코로나19가 축제의 발목을 잡아온지 벌써 2년째, 그러나 언제까지 코로나만 탓하고 움츠리며 몸만 사릴 것인가? 궁하면 통한다(窮則通)고, 없으면 없는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살아나갈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싶다. 축하와 제전의 의미를 담아 문화, 예술, 체육 따위와 관련하여 성대히 열리는 사회적인 행사인 축제(祝祭)는, 사람 사는 세상의 중요하고 긴밀한 연결과 화합의 요소라 할 수 있다. 축제를 통해 사람들의 유대와 소통은 활발해지고 협력과 일체감은 강화된다. 또한 축제는 밝은 내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향하는 문화, 관광, 예술 전분야의 핵심적인 성장동력이 되기도 할 것이다.이러한 순기능적인 측면의 축제가 명맥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의 위협을 받고 있으니 고민과 착잡함이 빠져드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주변 분위기와 처한 여건을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과 유효적절한 아이템으로 축제의 다변화된 양식을 선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비대면, 비접촉 상황임을 전제한 온라인 축제나 가상공간에서 이뤄지는 이색 테마 등은 한결 축제의 다양성과 흥미로움을 유발할 것이다. 실제 문경찻사발축제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곳도 이미 있다.‘문화의 달’답게 포항에서는 지역과 전국 규모의 굵직한 축제가 풍성하게 열리고 있다. 지역의 고유한 ‘일월 정신문화 전승’ 차원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제14회 일월문화제와 ‘생활문화 백신(100 Scene)으로 만나는 새로운 일상’을 주제로 10월 4일부터 일주일 간 개최되는 ‘2021 전국생활문화축제’가 그것이다. 특히 전국생활문화축제는, 지난 2014년부터 매년 가을에 열리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생활문화축제로 전국 시군구 5천여명의 생활문화인들이 비대면으로 접속하여 각 지역의 다양한 생활문화를 공유하고 교류하는 축제의 장이다. 올해는 제8회째로 포항을 메인 스튜디오로 하는 메타 유니버스와 생활문화TV온오프라인 등으로 전국을 연결해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이러한 일련의 축제를 통해 지역문화의 고유성과 다양한 생활문화의 가치를 이해하고 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일상을 살고 있는 지역민과 전국의 생활문화인에게 위로와 안부를 전하며, 아울러 문화와 예술을 즐기고 누리면서 용기와 희망을 가져 보길 기대해본다. 일상의 쉼표에서 문화를 느끼며 축제장의 만남을 통해 코로나19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기회로 여긴다면, 삶이 한결 여유롭고 향기롭지 않을까? 매일매일 숙제(?)하듯이 살지 말고 일상을 축제처럼 즐기며 살아보면 어떨까?

2021-10-04

나침반 이야기

조현태​​​​​​​수필가 나침반은 바늘이 항상 남,북 방향을 가리키는 특성이 있다. 둥근 지구의 어느 곳에 있든지 극 지점의 자력에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만 고정되어있는 물리적 특성이지만 사람의 눈으로 본 감정나침반 이야기가 있다.나침반 바늘 끝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미세하게 떨고 있단다. 나침반의 바늘이 그렇게 떨고 있는 한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은 옳다고 믿어도 좋단다. 여윈 바늘 끝에 맡겨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지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면서. 만일 그 바늘 끝이 떨림을 멈춘 채 어느 한 쪽만을 가리키며 고정되어 있다면 이미 나침반 기능이 아니라고 한다.그러면서 사람의 현상에 비추었다. 현명한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잘 맞추는 사람이며,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을 자기에게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라고.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세상은 이런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조금씩 더 나은 세상으로 변한다고 한다.‘나무야 나무야’의 저자 신용복은 ‘어리석음! 그것이 지혜와 현명함의 바탕이자 내용’이라고 덧붙인다. 나아가 ‘편안함’은 흐르지 않는 강이기 때문에 ‘편안함’도 경계해야 한단다. 반면에 ‘불편함’은 흐르는 강물이어서 수많은 소리와 풍경을 그 속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흐르는 강은 추억의 물이며 뭔가를 희망하는 잠들지 않는 물이라고 한다.나침반의 기계적이고 과학적인 특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임무와 사명감이 나침반만큼이나 우직하면 좋겠다. 이러쿵저러쿵 살면서 상황에 따라 변화무쌍할 수 있는 삶이지만 그럴 때마다 갈등하며 불편하게만 여기면 멈춤으로 이어질까 두렵다.우리는 언제나 편함과 불편함을 함께 지니며 살고 있다. 그렇건만 불편함만 없으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며 살고 있다. 어쩌면 미세하게 떨고 있는 망설임이 곧 불편한 것일 수 있으나 종국에는 고유임무를 지켜가는 과정이 아닐까 한다. 흔하게 사용하는 어휘에 ‘갈등’이 떨고 있는 바늘의 현상이기도 할 것이다.칡과 등나무가 생장하는 양상이 서로 반대방향이라 하더라도 그 방향 때문에 성장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만약 참나무에 같이 감아 오르는 칡과 등나무가 있다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감을 뿐 참나무를 오르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터이다. 오히려 더 단단하게 감을 수도 있다.그러나 칡과 등나무가 서로 감으려고 한다면 상당한 실패와 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둘 다 생명을 포기하지는 않으리라. 어떤 형태로든 조금은 엮이면서 상대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들에게도 불편함과 편안함이 있겠지만 어느 쪽을 택하기보다는 처음 목표를 둔 것에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칡은 칡의 방식으로, 등나무는 등나무의 방식으로 꼬아야 할 일이다. 어느 한 쪽이 자신의 방향에서 상대의 방향으로 따라하면 새끼처럼 잘 꼬일 수는 있어도 방향을 바꾼 쪽은 이미 자기정체성을 잃은 것이다. 불편하게 떨다가 정지해버린 나침반처럼 말이다.

2021-10-04

카카오톡 피싱

카카오톡 피싱은 카카오톡을 이용해 메신저피싱을 하는 것을 말하며, 주로 자녀를 사칭해 평상시 대화처럼 접근하기 때문에 경계심이 느슨해져 피해를 입기가 쉽다.금융감독원의 ‘2021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에 따르면 전체 피해액은 전년 대비 46.4% 감소했지만 메신저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165.4% 증가한 466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55.1%를 차지했다.사기범은 대체로 “엄마 나 폰이 고장나서 AS를 맡겨 놓고 컴퓨터로 톡 접속 중~” 등의 방식으로 접근한다. 그 후 돈이 필요하다며 신분증을 촬영해 보내달라거나 계좌·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정보를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원격 조종’, ‘전화가로채기’ 앱 등을 설치하게 하는 링크(URL)를 보내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훔치기도 한다.이렇게 탈취한 정보로 사기범은 금융거래를 한다. 피해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휴대폰을 개통해 피해자 계좌의 잔액을 털어간다. 최근에는 오픈뱅킹을 악용해 다른 금융회사의 계좌를 터는 수법도 있다.모르는 전화번호 혹은 카카오톡 계정 등으로 메시지를 받는다면 문자·카카오톡으로 답을 하기 전에 반드시 직접 자녀에게 전화해 확인해야 한다. 자녀가 전화를 받지 못하는 경우 카카오톡의 프로필을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 보이스톡(카카오톡의 무료 통화 기능)을 이용해 연락을 취해보는 것도 좋다. PC에서도 보이스톡은 가능하기 때문이다.만약 프로필 사진 아래 주황색 모양 지구본이 보인다면 해외 계정을 통한 사기범일 가능성이 높다. 신분증 촬영·계좌·비밀번호와 같은 민감한 개인정보는 가족·지인이 요구하더라도 바로 알려줘서는 안 된다. 한순간의 실수로 금융피해를 입지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04

일그러진 우리들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내게는 나름으로 내세울 만한 게 몇 있었다. 첫째로 공부, 나는 그 별난 서울의 일류학교에서도 반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는 들었다. 또 나는 그림 솜씨는 서울시 규모의 대회에서 몇 번의 특선은 따낼 만했다. 내 아버지는 그 작은 읍으로 봐서는 몇 손가락 안에 들 만큼 직급 높은 공무원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담임과 급우들은 이런 것들에 관심이 없었다. ‘한병태랬지? 이리 와봐.’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았으나 나는 하마터면 일어날 뻔했다. 그만큼 그의 눈빛은 이상한 힘으로 나를 이끌었다. 처음에는 엄석대의 힘에 저항했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그에게 다가갔다. 엄석대는 내가 물어봐주기를 바랐던 서울 학교의 성적, 아버지의 직업 등을 물었다.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시작 일부분을 조금 요약한 것이다. 1959년으로 추정되는 시기, 한병태는 5학년으로 올라가며 시골로 전학 와서 자기의 서울 성적과 집안에 대한 우월감을 뽐내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러나 엄석대를 중심으로 학급의 분위기가 힘의 논리로 운영되는 데 대해서는 불합리와 폭력이라며 끔찍해하며 저항한다.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은 시골 학교를 지배하고 싶은 욕망이다. 그렇기에 엄석대의 권력에 더욱 저항했을 것이다.엄석대에게 무너지고 2인자의 자리가 확보되자 병태는 그 누구보다 엄석대에 기생하며 권력의 달콤함을 누린다. 그렇다고 1인자가 되려는 욕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2인자가 된 후에도 엄석대가 시험답안지를 바꿔치기해서 전교 1등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담임에게 알리려고 한다. 이런 한병태는 분명히 반 아이들과 구별된다. 반 아이들은 석대에게 바로 복종하거나 석대 무리에 끼기 위해 애쓰는 반면, 한병태는 자유와 합리라는 이름으로 저항했다. 권력에 한없이 무기력한 반 아이들이 소시민이라면, 자유와 합리를 추구하며 저항했던 한병태는 시민에 가깝다. 그런데 한병태의 시민 정신의 뒤에는 자신이 1인자가 되고 싶은 욕망이 도사리고 있다. 2인자가 된 후에도 엄석대의 몰락을 꿈꾸기 때문이다.26년이 지나 사업 실패로 실업자가 되었을 때는 가혹한 왕국에 내던져졌다고 세상을 탓하며 병태는 석대의 질서를 그리워한다. 6학년 담임이 엄석대의 비리를 캐물을 때 모른다고 회피하고 오히려 석대를 그렇게 만든 것은 아이들이라며 탓하기까지 했던 병태였다. 당시로서는 최고급 승용차였던 그라나다를 엄석대가 타고 다니자 고향 아이들은 경멸의 눈초리를 보냈을 때도 병태는 석대가 그 이상의 영웅이 되어주기를 바란다.자기가 잘 나갈 때는 자유와 합리를 주장하면서 형편이 어려워지면 영웅을 기다리는 병태의 굴절된 의식은 엄석대 체포 후 극에 도달한다. 석대의 몰락은 영웅을 기대하던 병태에게 분명히 새로운 비관이었을 텐데도 세상에 대한 안도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이 작품이 나온 1987년에서 30년이 더 지난 지금도 여기저기에 ‘한병태들’이 있을 가능성이다. 조금이라도 자유와 합리를 추구한다면 ‘한병태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21-10-04

군위군 대구 편입, 되돌아온 경북도의회 책임

행정안전부가 경북 군위군을 대구시로 편입하려면 경북도의회의 의견을 다시 청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날 오후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김영만 군위군수는 전해철 행안부장관을 만나 군위군의 대구 편입과 관련한 논의를 벌였으나 이 자리에서 전 장관은 경북도의회의 찬성이 나와야 법률안 작성 등 후속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경북도의회가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두고 찬성도 반대도 아닌 애매한 입장을 취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지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제대로 진행될지 매우 우려스러워졌다.행안부의 입장은 경북도의회의 찬성을 전제로 후속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현재 임시회를 열고 있는 경북도의회가 이번 회기 내 이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군위군의 연내 대구 편입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내년 선거일정 등을 감안하면 통합신공항 사업 진행에도 상당한 문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군위군의 대구 편입은 통합신공항 사업의 전제조건으로 대구시 및 경북도의회가 약속한 내용이다. 작년 7월 경북도의회 의원 53명이 서명 약속했고, 대구시의회는 앞서 군위군의 대구편입을 의결한 상태다.그런데도 경북도의회는 표결을 통해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없음’으로 결론을 낸 것은 무책임한 태도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이중적 태도로 도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신뢰를 잃었을 뿐 아니라 지역이 결정해야 할 문제를 중앙정부나 국회로 떠넘기는 소신없는 행동이라는 비판을 받아도 마땅하다.물론 경북도의회가 신공항 건설을 반대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하지만 지역의 미래를 걸머질 막중한 사업인 통합신공항 사업이 도의회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차질을 빚게 된다면 그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한다. 군위군의 대구 편입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결론을 내고 명확한 입장을 취해야 사업의 추진력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행안부의 도의회 의견 재정취 요구를 계기로 도의회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란다. 통합신공항은 경북 발전의 획기적 역할을 할 대형 프로젝트다. 지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책임있는 태도가 분명히 있어야 할 때다.

2021-10-04

국민의힘 대선주자들 지금 ‘주술논쟁’할 땐가

대선 후보를 8명에서 4명으로 압축하는 2차 컷오프를 앞둔 국민의힘이 ‘주술 논쟁’에 빠져들고 있어 어이없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손바닥에 ‘왕(王)’자를 쓴 채 지난 세 차례의 경선 토론회에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윤 전 총장과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의원은 이와관련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점으로 박사학위 받는 것도 처음 봤고 무속인 끼고 대통령 경선 나서는 것도 처음 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 시켜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문 하나로 여론이 급격히 나빠졌는데 이제 부적선거는 포기하시기 바란다”며 윤 전 총장을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당 경선에 웬 주술과 미신이 등장하냐. 무당층을 공략하라고 했더니 엉뚱한 짓을 한다는 비아냥이 퍼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이웃 어르신들이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써 준 것이다. 주술을 운운하는 것은 턱도 없는 얘기고 정권교체를 간절히 원하는 국민을 왕처럼 모실 것”이라고 해명했다.2차 예비경선이 임박하면서 유력대선주자들의 공방이 격해지는 것은 수긍이 가는 측면도 있다. 본선 진출을 하기 위해서는 2차 경선과정에서 상대보다 압도적인 성적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급할 것이다. 그러나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 입장에서는 야당 유력 대선주자들 간의 격(格) 떨어지는 네거티브전은 정말 불필요하게 보인다. 유력 대선주자들간의 인신공격이 과격해 질수록 거기에 비례해 정권교체의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기 때문이다.국민의힘 대선주자들간의 네거티브전은 ‘대장동 개발의혹 비리’ 사건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있는 집권여당이 가장 바라는 바다. 당장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공화국에서 주권자의 대표를 뽑는 과정에서 손바닥에 ‘왕’ 표식을 하고 등장한 대통령 후보”라고 윤 전 총장을 비난하며, 주술논쟁을 확전시키려고 하지 않는가.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2차경선에서 비교우위에 서려면 국정비전과 공약, 정책을 내걸며 외연 확장에 집중해야 한다. 국민들 눈에 비치는 진정한 진검 승부는 대선주자들이 자신의 국가경영 역량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이다.

2021-10-04

돈벼락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주역(周易)은 중국 주(周)나라의 역서(易書)다. ‘점술에 관한 것을 기록한 책’을 역서라 한다.주역을 역경(易經)이라고 경전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그 점복(占卜)의 원리가 천지자연 변이(變易)의 이치로 인간사의 변이를 풀어내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근원인 태극(太極)에서 음(陰)과 양(陽)이 갈라지고, 음양이 사상(四象)으로, 사상이 팔괘(八卦)로, 팔괘를 다시 64괘로 나누어서 각 괘마다 괘사(卦辭)를 붙여 점술의 근거로 삼고 있다.경기도 성남시 개발사업에 참여한 회사명으로 유명해진 ‘천화동인’과 ‘화천대유’는 주역의 64괘 중 열세 번째와 열네 번째 괘의 이름이다.괘사의 풀이는 학자들마다 의견의 차이가 있지만, 천화동인(天火同人)의 괘상(卦象)은 ‘널리 뜻 맞는 동지를 얻어 서로 협력하고 노력하면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 순조롭게 잘 통한다’는 의미로 풀기도 한다. 화천대유(火天大有)는 ‘음기와 양기가 서로 통해 이슬과 비를 내리니, 만물이 생장하고 오곡이 잘 여물어 크게 부유하게 될 상’이란 풀이가 있어 둘 다 돈과 권력이 되는 거사를 도모하기에 좋은 괘라는 얘기가 된다. 하필 주역의 괘명을 회사 이름으로 정한 이유가 뭘까. 혹시 회사를 설립하려고 점을 쳐보니 대박 날 점괘가 나와서 그것으로 회사명을 삼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중천의 해도 저녁이면 지는 것처럼 길흉화복이란 바뀌게 마련인 것이 또한 주역의 원리다.돈벼락을 맞은 사람들 얘기가 요즘 뜨겁게 매스컴을 달구고 있다. 성남시 대잠동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 얘기다. 수천만 원의 자본으로 시작해서 몇 년 만에 수천억 원의 이득을 보았다니, 그야말로 단군 이래 최대의 돈벼락이 아닐 수 없다. 천억 원이라면 십억 원짜리 복권을 한꺼번에 백 번이나 당첨이 된 것과 같은 액수인데, 대명천지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인지 경악과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다.자본금이 고작 수억 원인 조그만 회사에 고위급 전직 법조계 인사들이 관여 했다는 것만도 의혹의 소지가 다분하다.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박영수 전 특검, 강찬우 전 검사장 등이 그들이다.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서 고위급 전관 법조인들을 대거 영입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 야당 국회의원의 아들이 6년을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50억 원을 받은 사실까지 드러나 사태는 더 혼란스러워진다. 어떤 인연으로 엮였던지 간에 썩은 고기에 파리들이 몰려든 것을 연상케 하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마른하늘의 날벼락이 재앙이듯 대명천지의 돈벼락도 화근이기 쉽다. 거액의 복권 당첨자들의 말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에서 알 수 있듯 일확천금의 대박이 해피엔딩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돈벼락 한번 맞아보고 싶다는 사람도 적지 않겠지만, 한번 뿐인 인생을 그렇게 살아서야 되겠는가. 인생의 소중한 것 중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도 많기에 하는 말이다.

2021-09-30

애플의 포항 입성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40여 년 전인 1978년 애플이란 회사는 애플2라는 인류 최초의 개인형 컴퓨터 PC를 만든다.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작품이다.그전까지 컴퓨터는 대형컴퓨터로 주로 데이터 관리에 사용되었고 경영 하부층에서만 상부 보고용으로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PC가 출현한 이후 의사결정에 컴퓨터가 활용되기 시작했고 경영 상부층에서도 그들의 데스크에 놓고 컴퓨터를 쓸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의사결정 시스템(DSS)이 출현한 것은 PC의 출현에 의해 가능했다.1981년 마이크로 소프트의 운용체제를 장착한 IBM PC에 밀려나긴 했어도 애플의 컴퓨터업계의 공헌은 엄청난 것이었다. 사실 IBM은 애플의 운용체제 개발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지 않아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에게 전화를 걸어 MS-DOS라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운용체제가 장착 되게 되었다는 일화도 있다.그런 애플이 포항에 둥지를 튼다.최근 애플·경북도·포항시·포스텍은 ‘애플 제조업 R&D지원센터’ 및 ‘개발자 아카데미’ 설립·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애플은 포스텍 캠퍼스 내 국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스마트 공정과 친환경 제조기술을 지원하는 ‘제조업 R&D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수백억을 투자해 포스텍과 함께 운영한다고 한다.R&D 지원센터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제조업에 특화해 운영할 예정이며 SW 핵심인력들을 양성하는 개발자 아카데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된다고 한다.센터는 중소기업의 스마트 제조업 역량 강화를 위해 스마트 공정과 관련된 최신장비를 구축하고 애플의 전문인력이 상주하면서 지원대상에 선정된 전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 등을 진행하게 되고. 아카데미는 재능있는 개발자, 기업가,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교육을 진행한다고 한다.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 대학과 실리콘 밸리는 그 발전에 있어서 궤를 같이한다. 스탠퍼드가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여 실리콘 밸리를 만들었고 역으로 실리콘 밸리는 스탠퍼드를 지원하고 있다.애플의 포항 입성은 포항이 ‘한국판 실리콘 밸리’가 되는 서막일 수 있다.포스텍은 기업가 정신에 기초해 애플과 협력으로 과거 스탠퍼드가 시작하여 실리콘 밸리의 초석이 된 휴렛팩커드 같은 제2의 애플을 여기 포항에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최근 몇 년간 각종 세계 랭킹에서 포스텍이 고전하고 있다. 포스텍은 순위 하락에도 그 입지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장담할지 모르지만 세계의 대학들은 순위에 의해 상대 대학을 판단한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대학들은 구미대학들이 랭킹에 의지하여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애플의 포항 입성과 포스텍과의 연계가 포스텍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데 공헌 하길 기대해 본다.포스텍은 2010년 타임즈(THE TIMES)에 의해 세계 28위를 기록해 한국의 대학이 기록한 세계 최고 랭킹의 기록을 아직도 갖고 있다. 애플의 포항 입성이 포항, 포스텍의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2021-09-30

국민의힘 4강전 ‘自中之亂’이 최대의 적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4명을 결정하는 2차 컷오프(10월 8일)를 앞두고, 각 후보들이 당원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 지역을 집중공략하고 있다. 특히 중위권 후보들은 일단 4강 합류가 발등에 떨어진 불인만큼 컷오프 통과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민의힘은 후보가 4명으로 압축되면 각 지역별 순회토론회(매주 월·수요일)와 1대1 맞수토론(매주 금요일)을 진행할 계획이다. 1대1 맞수토론은 4명의 후보가 각각 나머지 후보들과 한 번씩 맞붙게 되는 형식으로,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윤석열 후보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홍준표 후보(대구 수성을)는 지난달 29·30일 경북과 대구에서 당원을 집중적으로 만나며 지지율 확산에 나섰다.지난달 27일 일찌감치 대구 당협위원회를 찾았던 유승민 후보는 30일 다시 대구를 찾아 시민들을 두루 만났다. 원희룡 후보는 29일 이준석 대표와 함께 경산에서 열린 국민의힘 영남캠퍼스 총회를 찾아 당원들을 만났다. 이날 황교안 후보도 대구 당협위원회와 서문시장을 찾았으며, 최재형 후보는 30일 서문시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생가터, 수성못 등에서 대구시민들을 만났다.국민의힘 경선룰은 2차 경선(여론조사 70%, 당원투표 30%)에서 최종 경선(여론조사 50%, 당원투표 50%)으로 갈수록 당원투표 비율이 높아지는 만큼, 각 후보들이 대구·경북 여론에 민감한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이 지역 당원들의 표심이 2차 컷오프는 물론, 최종 후보 결정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국민의힘 경선 판세는 현재 ‘2강 1중’ 양상을 띠고 있다. 본경선 진출이 유력한 후보는 윤석열·홍준표 후보와 그 뒤를 추격하는 유승민 후보다. 이 때문에 2차 컷오프에서는 4위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에 대해 국민의 관심이 높다.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은 불필요한 네거티브전으로 자중지란을 일으켜선 안 된다는 것이다. 집권 여당의 자원과 조직, 전략은 야당을 압도하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 등 앞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도 많다. 이들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대선주자 모두가 ‘원팀의식’을 가져야 한다.

2021-09-30

도덕심의 根源

도덕심이 후천적이냐 혹은 선천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냐 하는 것은 정확히 알 수 없다.도덕과 윤리는 비슷한 개념이다. 덕(德)을 가리키는 그리스어 ethos나 라틴어 mores는 모두 습속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생활방식에 기초해 살아가는 사회적 습성에서 본다면 도덕은 후천적인 습관에 의한 규범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이 공동체 속에서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규범적 행동을 말한다.그러나 성격이나 지능, 가족력 등이 유전에 의해 나타나는 것처럼 도덕심도 유전적일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는 없다. 오래전 미국 시카고대학 연구팀이 정의감과 도덕심이 유전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했다. 생후 12개월에서 24개월까지 유아 73명과 그 부모를 대상으로 불공평한 사례를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통해 도덕심 있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했다. 유아들은 캐릭터가 서로 다른 두 종류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뇌파검사로 반응을 살폈다고 한다. 검사 결과, 정의감이나 도덕심이 유전하는 것으로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후천적으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고 부모로부터 유전될 수 있음을 인지했다고 한다.도덕심은 지도자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다. 그러나 도덕심이나 청렴만 가지고 지도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수도 없이 많다. 도덕심, 정의감, 청렴성, 용기, 결단, 애국심, 판단력 등등 열거하기조차 어려울만큼 많다. 그 중에 도덕심은 으뜸이다.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까지 이 사건에 연류 의혹을 받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울화통이 절로 터진다. 당사자가 무슨 변명을 해도 국민의 눈에는 ‘부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도덕심의 근원 정말로 궁금하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9-30

낮은 외국인 접종률, 재확산 불씨 안 되게 해야

추석연휴 이후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및 외국인 근로자의 코로나19 감염세가 크게 늘어 코로나 재확산의 불씨가 될까 걱정이다. 외국인 감염세 확산은 전국적으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어 국내 거주 외국인 등 백신 사각지대가 없는지 잘 살펴야겠다.특히 대구와 경북의 외국인 백신접종률은 2차 접종 기준 전국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경북도내 외국인 확진률은 도내 전체 확진자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44%를 차지했다.지난 20일 확진자 27명 중 17명이(63%) 외국인인 것을 시작으로 이후 매일 전체 확진자의 20∼50%가 외국인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도내의 경우 경주와 칠곡이 각각 31명으로 가장 많고 구미, 성주, 경산, 포항 등 14개 시군에서 외국인 감염자가 발생했다. 외국인 가운데는 베트남 출신이 가장 많았다.대구의 경우 지난 28일 발생한 신규 감염자 108명 중 63명이 베트남 외국인 관련 추가 확진자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현재까지 누적자가 489명에 달한다. 23일부터 6일간 달성군과 달서구 보건소, 임시선별검사소 3곳에서 검사를 받은 사람의 19%가 외국인으로 나타났다.현재 국내 외국인 백신접종률은 1차 65.7%, 2차 24.4%다. 그러나 대구는 1차 62.4%, 2차 12%며 경북은 1차 57%, 2차 12%다. 특히 경북지역의 외국인 백신접종률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국내 백신접종률이 70%를 넘어서면서 보건당국은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위드 코로나와 함께 백신패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백신패스는 미접종자는 다중이용시설이나 행사 등의 이용이 일부 제한되는 제도다.내국인에 대한 백신접종 속도가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 거주 외국인의 백신접종 속도가 떨어지면 효과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외국인의 경우 사전등록 등 절차가 있어 강제추방 등이 두려운 일부 근로자는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인의 거주 특성을 잘 살펴 백신접종 사각지대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추석 이후 번지고 있는 지역 확산세를 진압하는 것이 가장 급하다. 또 다른 불씨로 보이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2021-09-30

공짜는 없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어느 왕이 현인들을 모아놓고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는 성공의 비결과 교훈이 될 만한 글을 지어오라고 명령했다. 학자들은 열심히 연구해 성공의 비결을 총 12권의 책으로 만들었지만 왕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먹고 살아가는 데 바쁜 백성들이 이 많은 책을 언제 다 읽어보겠는가?”그리곤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게 줄여오라고 다시 명령했고, 며칠 지나지않아 학자들은 12권의 책을 단 1권으로 줄였다. 하지만 왕은 “너무 길다”며 손사래 쳤고, 결국 학자들은 종이 한 장에 중요한 문장만 넣어서 가져왔다. 그래도 왕은 고개를 저으며 못마땅해했고, 결국 한 지혜로운 현인이 단 하나의 문장을 뽑아 왕에게 바쳤다. 이를 본 왕은 그제야 흡족해하며 백성들에게 공표했다.‘세상에 공짜는 없다.’사람에게 교훈이 되는 많고 많은 격언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라. 모두 이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최근 국내에 개봉된 영화 ‘아수라’가 화제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으로 대변되는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사건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필자도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영화를 감상했다. 영화는 검찰과 경찰, 정치권력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부패하기 시작하면 어떤 지옥도로 펼쳐지게 되는 지를 잘 보여줬다.강력계 형사 한도경(정우성)은 이권과 성공을 위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악덕시장 박성배(황정민)의 뒷일을 처리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 말기 암 환자인 아내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 돈 되는 건 뭐든지 하는 악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 한도경은 자신의 약점을 쥔 독종 검사 김차인(곽도원)과 검찰수사관 도창학(정만식)으로부터 협박을 받아 박성배의 비리와 범죄 혐의를 캐려 한다. 각자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한도경의 목을 짓누르는 검찰과 박성배 사이에서 한도경은, 자신을 친형처럼 따르는 후배 형사 문선모(주지훈)를 박성배의 수하로 들여보내며, 살아남으려 몸부림친다. 하지만 자신을 에워싼 올가미를 끝내 벗어던지지 못한 채 서로 물어뜯고 마는 지옥도를 연출한다는 내용이다. 작가는 검찰과 경찰의 인권을 무시한 수사관행, 언터처블한 정치권력의 무서움 등을 실감나게 묘사했다.이 영화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오버랩 되는 건 어찌보면 당연했다. 영화 무대가 ‘성남시’와 비슷한 가상의 ‘안남시’였으니 더욱 그랬다. 대장동 비리의혹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는 “단1원이라도 돈을 먹은 게 있으면 사퇴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지만 정작 특검은 반대하고 있다. 그 와중에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 비리에 연루돼 도리어 ‘국민의힘 게이트’로 역공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석열 후보 역시 대장동 개발의혹에 대한 범죄정보를 보고받지 못했는 지를 추궁받는 가 하면 부친이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 누나에게 집을 파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대선판이다. 어쨌든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개발 이익을 민간업자에게 돌아가게 만든 당사자나 부정한 돈을 함부로 먹은 사람들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게 세상의 순리고, 공정·공평·평등한 처사다. 그래서 세상에 공짜는 없다.

2021-09-30

보물찾기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제천에 가면 청풍호 주변에 금월봉이라는 곳이 있다. 아세아 시멘트 영월공장에서 시멘트 제조에 필요한 흙을 공급하기 위한 땅이었는데 흙은 없고 온통 바위 뿐이어서 헐값에 팔아버렸다. 이 땅을 산 사람이 평토 작업을 하려고 흙을 파내다 보니 그 바위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물을 뿌려가며 흙만 걷어 내었더니 기암괴석들이 나타나게 되었다. 그 모양이 마치 금강산에 달이 뜬 봉우리 같아서 이름을 ‘금월봉’이라 지었다. 이를 제천시가 수십억원에 사들여 관광지로 조성하여 지금의 국민 관광지가 되었다. 땅속에 보물이 숨겨져 있는 것을 알아보지 못한 처음 소유자는 땅을 치고 통곡을 하였다. 아무리 내 속에 보물이 있어도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보물찾기와 같다.예수님 비유이야기에 보물찾기 이야기가 있다. 남의 밭에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사람이 그 보물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전심전력으로 그 밭을 자기의 소유로 만들었다는 이야기이다. 노력하는 자가 보물을 얻는다는 교훈이 담긴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해이다. 예수는 제자들에게 “밭은 세상이요 심어놓은 보물(씨앗)은 천국의 아들들이라”고 하면서 “너희들은 좋은 세상을 만들려고 심어놓은 천국의 보물”이라고 했다. 내가 노력해서 찾아 가져갈 보물이 아니라 내 자신이 세상을 천국으로 만들 보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씀을 오해하여서 사람들은 그 보물을 사유화하려는 일에 몰두해 왔다. 이야기를 마치면서 예수는 이렇게 당부한다. 그 보물은 네가 가져갈 보물이 아니라 곳간을 열어 나누어 주어야 할 보물이라고 했다. (마태 13장 52절)보물찾기가 보물 나누기로 이어지지 않으면 좋은 세상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내 속에는 어떤 보물이 숨겨져 있을까? 좋은 세상을 만들 보물이 내 안에 어디 숨겨져 있을까?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나무는 보이지 않게 심겨진 작은 씨앗에서, 빵의 재료가 되는 가루를 부풀게 하는 것 역시 보이지 않게 숨겨진 누룩에서, 많은 열매도 보이지 않게 심겨진 한 알의 밀알에서 비롯된 것이라 했다. 수십 년 전만 해도 대천바닷가는 진토라서 쓸모없는 땅이었지만 그 진토에 나트륨, 마그네슘, 칼슘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노폐물배설을 촉진 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고, 피부를 곱게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머드 축제를 통해 한 해에 600억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보물 해수욕장이 되었다. 보물은 없는 것이 아니라 숨겨져 있었을 뿐이다. 예수의 보물찾기 이야기는 없다고 생각하는 보물 곳간을 찾아서 그 보물을 꺼내어 나누어 줌으로 세상을 천국과 같은 좋은 세상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우리 모두 보물찾기에 나서야 되지 않을까?

2021-09-29

추분에 능을 찾다

배문경수필가 낮 길이가 눈에 띄게 짧아진 추분(秋分)에 진평왕릉을 돌아본다. 여름의 흔적이 하나씩 지문처럼 지워진 자리로 단풍든다. 여름의 울울창창하던 시간이 버드나무의 짙은 그림자에 묻힌다. 주위는 논밭이 자리 잡고 있어 여름이면 개구리소리 요란하고 풀벌레 소리에 가을을 실감한다.진지왕과 선덕여왕사이인 신라 26대 진평왕, 그의 능으로는 아직 뜨거운 햇살 한줌이 고요히 내린다. 능을 휘돌아보면 그 흔한 호석도 없고 무신상과 문인상 하나가 없다. 그저 모든 것에서 해탈한 듯 보이는 능이다. 왕릉은 그대로지만 온 사람 간 사람의 추억이 여기저기 머물다 흩어진다.푸른 고요가 홰치는 아침과 함께 사라지면 돗자리를 들고 소풍 온 사람들과 웨딩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능 주위가 소란하다. 혹여 밤새 긴 연회로 왕의 곁에 있던 무희들도 휘모리장단에 맞춰 춤을 추었던 것은 아닐까. 빙그르르 돌던 놀이로 박제된 채 주름진 치마와 장구를 치는 모습으로 왕릉주위에 목석처럼 붙박이가 되어있다.오래전 문인들과 문화재 해설사가 왕릉주차장에서 만났다. 돗자리를 깔고 진평왕과 선덕여왕의 야사(野史)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열세 살에 왕위에 오른 진평왕의 첫 여인이 미실이었다. 화랑세기에 ‘용모가 절묘하여 풍만함은 옥진을 닮았고, 명랑함은 벽화를 닮았고, 아름다움은 오도를 닮았다’고 하였다. 세 명의 왕을 모신 대원신통의 여자로 역사서에도 다시없을 미실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선덕여왕도 부친의 영향으로 풍채가 좋았다고 한다. 맞은 편 해가 저무는 야산이 꼭 부처가 누워있는 듯이 보이는 것도 이야기를 듣고서야 동감하며 다시 보았다. 두 부녀가 평야와 산기슭에 능을 만든 이유는 신라를 지키고자 하는 똑같은 마음 때문은 아니었을까.진평왕은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 중앙 행정부서를 설치하고 중국의 수·당나라와의 외교관계를 통해 백제와 고구려의 침공을 막았다. 왕릉에서 봄 벚꽃, 가을 코스모스가 피고 수로를 따라 걷는 길의 끝이 명활산성이다. 그때 산성을 보수하여 수도 방위에 힘썼다. 천사백년 전 신라 땅에서 일어난 일이다.신라에서 이어진 이 왕릉은 찾는 사람들에게 위안과 기쁨을 준다. 큰 나무의 가지가 뻗은 곳 아래 벤치가 있다. 그를 ‘나의 의자’라 칭하고 삶의 고단함으로 지칠 때 그 곳에 앉아 왕의 무덤을 오래토록 바라보았다. 아무것에도 묶이지 않는 시간과 공간과 거리의 어디쯤에 왕과 마주친 운명의 시간이 있었던가. 알 길은 없지만 그 시간만큼은 편안했다. 왕릉의 소박함과 서있는 나무들의 생김새는 그 아래 있는 누구라도 품어 줄 것 같은 넉넉함이 있다. 설총이 태어난 남촌마을 곁의 햇빛이 소복이 모이는 명당이다. 삼년을 밤낮으로 찾던 시간이 지나자 기이하게 마음은 안정을 찾았다. 인(因)과 연(緣)의 화합에 의한 결과인지는 두고두고 나의 숙제다.가을태풍이 지나간 뒤 안개를 헤치고 들어서는 왕릉은 성처럼 넓으면서도 아늑하다. 왕의 신전에 도달한 내가 정원수들의 인사를 받으며 한 걸음씩 떼면 어디선가 궁녀들의 웃음소리 낭창하게 들리는 듯하다. 지나간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것은 역사물을 많이 본 탓일까. 햇살이 안개를 가로지르면 신비한 상상과 공상은 지니의 램프처럼 사라진다. 어느 자리라도 좋다. 선 자리에서 나무와 왕릉을 바라보다 천천히 왕의 세계를 여행하면 된다. 아무도 금을 그어두지 않은 그곳이 안식처이며 평온의 세상일 수 있다.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햇살이 눈부시면 눈부신 대로 비바람이 불면 우산 하나에 의지하거나 차 안에서 그냥 바라만 봐도 왕릉이 주는 신비한 아름다움과 평온함에 넋을 잃는다.시간여행 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아무카페’에 앉아 능을 바라보는 호사를 누린다. 카페라떼 한잔의 여유로움으로 왕릉과 주위의 나무에 눈길을 준다. 스친 숱한 인연과 역사와 희로애락이 저 푸른 팽나무와 버드나무로 남았다. 많은 왕릉과 과거를 잇는 문화재들이 경주에는 차고 넘친다. 그 중에서도 마음을 추스르게 할 왕릉이 여기 있으니 잠시 찬가를 불러본다.소슬한 갈바람에 추분의 아침고요가 지금 능을 감싸고 있다.

2021-09-29

너도 나도 밤나무

갓길 한적한 곳에 무인계산대가 있다. 걸음을 멈추고 다가가 보았다. 거기에는 서너 봉지의 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한 봉지에 만원입니다.’라는 명찰을 달고. 밤이 든 봉지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하다 그냥 내려놓았다. 주머니를 뒤져보니 현금이 없다. 무인계산대가 있는 뒷산에는 골짜기마다 밤나무가 있을 것이다.해마다 이맘때면, 작은 배낭에 얼음물 하나 챙기고 뒷산에 올랐다. 밤나무 아래는 입을 벌린 밤송이가 수북이 떨어져 있다. 나무에는 가시 달린 밤송이가 알밤을 금방이라도 떨어뜨릴 듯 입 벌렸고, 아직은 아니라고 가지에 매달려 바람 그네를 타고 있다. 아슬아슬하게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면 밤나무 몸통을 세차게 발로 찬다. 후드득, 후드득 알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땅에 흩어진 밤송이를 모아놓고, 양쪽 신발 사이에 밤송이를 놓는다. 다음에는 나무꼬챙이로 살살 밤송이의 입을 벌린다. 몇 번을 쿡쿡 찌르면 반들반들한 알밤이 보인다. 알밤을 덥석 잡아, 매번 가시에 찔리기도 했다.밤송이를 까는 일은 손이 많이 간다. 밤송이는 누구도 건드리지 말라고 안팎으로 두 번이나 싸매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뾰족한 가시를 최전방에 보초를 세워놓고 알밤을 지키고 있다. 그런데도 가시를 헤집다 손에 가시가 박혀도 알밤을 꺼내면 골대를 지키는 골키퍼를 피해 골을 넣은 듯 신났다.이 골짜기가 분명하다. 무인계산대에서 산을 훑어보았다. 그래, 이번 추석 차례상에 내가 주운 밤을 올리자. 오래된 기억이지만, 이 골짜기에 밤나무가 많이 있었지 싶다. 어린 날 발자국을 찍은 골짜기가 분명하다. 두어 걸음 떼자, 갈색빛의 늙은 밤송이가 군데군데 보였다. 두 눈 크게 뜨면 숨어 있는 알밤을 찾을 수 있겠지. 그래 여기서 한 주먹만 줍자. 밤나무를 뜻하는 한자는 栗(율)이다. 나무 위에 밤송이가 달린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밤나무는 땅속에 밤톨이 씨밤 인 채로 썩지 않고 있다가 밤이 열리고 난 후에 썩는다. 밤나무는 자신이 태어난 삶의 뿌리가 어디서 왔는지 근본을 잊지 말라 한다. 근본은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거나 이면에 잠재되어 있다. 근본을 둘러싼 꾸밈의 포장이나 가식을 걷어내면 볼 수 있다.그렇게 다 걷어내고 흠 없고 정결한 밤, 조상을 생각하는 깊은 마음을 담아 차례상에 올린다. 밤은 조상과 영원히 연결되어 있다. 제사상에 올리는 대표적인 과일인 ‘조율이시(棗栗梨67F9)’에도 ‘栗’은 두 번째 서열이다.너도밤나무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한 스님이 지나가다 어린아이를 보고 호랑이로 인해 죽을 운명이라 말했다. 아이 아버지가 깜짝 놀라 대책을 묻자, 스님은 밤나무 백 그루를 심으면 괜찮다고 했다. 며칠이 지나 호랑이가 아이를 잡으러 왔다. 아버지는 밤나무 백 그루를 심었으니 당장 물러가라 했지만, 호랑이는 꿈쩍도 안 했다. 으르렁거리며 호랑이는 한 그루가 말라 죽었다며 당장 아이를 잡아가려 했다.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데, 옆에 있던 나무가 “나도밤나무다.”라고 말했다. 그 소리가 얼마나 또록또록했는지 호랑이는 한마디 말도 못 하고 뒷걸음질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그 나무에 “그래, 너도밤나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도밤나무는 밤나무와 열매가 조금 다르다. 그런데도 나도밤나무라고 우기는 것이 재미있다.이이의 호 ‘율곡(栗谷)’도 밤나무에서 따온 것이다. 이이의 아버지인 이원수가 관직에 있을 때 앞으로 상서로운 일이 닥칠 것을 대비하여 밤나무 천 그루를 심었다는 전설이 있다. 덕분에 율곡은 실제로 어려운 일을 면하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밤나무가 심어졌던 동네 이름도 율곡리(栗谷理)라 지었다. 이순혜수필가 밤나무 그늘이 빽빽하고 넉넉해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큰 나무 아래서 두 눈 크게 떴는데 밤이 보이지 않다니. 몇 번을 둘러봐도 오래전에 떨어져 색이 바랜 밤송이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푸석한 가시를 달고 땅에 박힌 채로. 혹시 알밤이 떨어져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렸지만 허탕이다.발길을 돌리는데, 도토리나무가 보인다. 도토리나무들이 나도밤나무라고 선창하면 뒤에서 나도밤나무라고 가지를 흔들고 합창하면 좋으련만. 밤나무와 도토리나무는 서로 4촌이나 육촌쯤 되지 않을까. 조금은 비슷해 보이는 도토리가 반들반들한 얼굴을 내밀고 수풀에 떨어져 있다. 얼른 몸을 굽혀 밤 대신 도토리를 줍는다. 이쪽저쪽 주머니에 도토리가 불룩하다.아무렴 어떤가. 밤이든 도토리든 줍는 재미 아닌가. 너도, 나도.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