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푸른 가을철, 사진작품이나 옛 유물, 미술작품 전시회를 찾을 기회가 많아졌다.
이런 전시회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법으로 프랑스의 구조주의 철학자이자 비평가인 롤랑 바르트가 ‘찌름’을 뜻하는 라틴어 ‘푼크티오넴(punctionem)’에서 따온 ‘푼크툼(punctum)’을 추천한다.
푼크툼은 사진작품이나 옛 유물, 미술작품 등을 감상할 때 관객이 작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똑같은 작품을 보더라도 일반적으로 추정·해석할 수 있는 의미나 작가가 의도한 바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지극히 개인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낙동강 서부 지역에서 4세기에서 6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손잡이가 달린 머그잔을 감상한다고 하자. 원래 있던 자리를 벗어나 세상을 돌다 온 유물들은 우리에게 들려줄 정보가 별로 남아 있지 않다.
이처럼 오랜 세월이 지난 옛 유물들과 소통할 유일한 방법이 바로 푼크툼이다. 객관적인 정보나 해석에 기대지 않고 자신만의 기억에 비추어 예술 작품을 느끼는 것이다. 두 귀를 쫑긋 세우고 빙글빙글 웃는 동물 장식을 보고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애견을 떠올리며 뭉클해하는 식이다.
푼크툼으로 어떤 기억과 감정을 떠올릴지는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감상하는 작품이 눈에서 곧장 마음속으로 뛰어드는 경험을 하고 나면 잘 모르는 것들도 더욱 더 잘 바라볼 수 있게된다. 푼크툼은 매우 직관적이다. 그래서일까.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다르리라”는 유홍준 교수의 말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