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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차기 대구시장 공천은 대선 결과가 최대 변수

경북매일신문이 만 18세 이상 대구시민 1천23명을 대상으로 지난 8∼10일 3일간 에브리미디어에 의뢰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36.8%)과 홍준표 의원(34.2%)이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월 18∼20일 동일한 방식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이 홍 의원을 더블스코어로 이기며 선두를 달렸던 것과 비교하면 대구민심이 크게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6월 조사에서는 윤 전 총장 지지율이 37.3%, 홍 의원 지지율이 11.3%였다. 주로 국민의힘 지지층과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출생자)에서 홍 의원 지지세가 큰 폭으로 올라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국민의힘 대구시장 출마예상자에 대한 지지도 조사에서는 권영진 대구시장(21.1%)과 김재원 당 최고위원(16.1%)이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고, 그 뒤를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류성걸 의원, 이진숙 전 대전MBC사장, 정상환 전 국가인원위원회 상임위원이 10%미만 지지율로 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구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특징적인 것은 부동층이 3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지지하는 인물이 없다’고 응답한 부동층은 지난 6월 조사(27.5%) 때보다 오히려 29.9%로 상승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 지지율이 67.8%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 대구시민들이 내년 지방선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대구시장 선거와 관련한 ‘유의미한 지지율’은 여야 대선후보가 모두 결정된 이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여야를 막론하고 현재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들은 대부분 각 대선주자 캠프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 3월에 결정되는 대선결과가 대구시장 공천에 최대변수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광역단체장 출마 예상자들이 대선주자들과 파트너십을 형성해 해당 지역의 미래 청사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이번 조사에서 대구시민들은 차기 대구시장 제1 선택기준으로 ‘경제활성화 추진 능력’을 꼽았다. 대선주자와 대구시장 출마희망자 모두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2021-10-13

포스코의 기술나눔, 중소기업 성장 발판 되길

포스코 그룹이 올해도 중소기업의 친환경·스마트화 기술혁신 성장을 돕기 위해 자사가 보유한 140건의 특허를 무상으로 제공키로 했다고 한다. 포스코 그룹은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실시되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기술나눔 프로그램에 벌써 5년째 참여하고 있다.기술나눔 프로그램이란 공공연구소 및 대기업 등이 보유한 기술을 중소기업에게 무료로 제공해 중소기업에게는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제공하고 대·중소기업 간에는 상생의 목표를 실현하는 사업이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는 지난해부터 포스코 그룹은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포스코ICT,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등 6개 관계사도 함께 참여해 지원 폭을 대폭 늘리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많은 중소업체들이 포스코의 기술 전수를 통해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협력은 이제 시대적 과제다. 대기업만 잘되거나 또는 중소기업은 늘 대기업에 예속되어야 하는 구태적 경제구조는 새로운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가 바꿔가야 할 으뜸의 숙제다.특히 융복합과 네트워킹을 특징으로 하는 4차산업 혁명시대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이 더욱 중요한 흐름으로 간주되고 있다.포스코 그룹의 기술나눔 프로그램 참여는 이런 점에서 업계의 모범적 사례일 뿐 아니라 중소기업에게는 또 하나의 새로운 희망의 불빛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포스코로부터 연료전지 특허를 이전받은 (주)에프씨아이는 올해 해당기술을 활용해 시장진출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지금도 다수의 중소업체들이 IT 플랫폼 등 신시장 진출을 위해 RD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포스코는 5년 동안 기술나눔을 통해 모두 241개 업체에 564건의 특허 기술을 무상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기술제공에 이어 컨설팅 등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사후관리도 하고 있다고 하니 많은 중소기업이 이런 혜택을 받았으면 한다.중소기업과 상생발전하려는 포스코의 기술나눔 실천이 지역경제 발전의 촉매제가 되고 기업으로서는 성장의 발판이 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2021-10-13

퍼펙트 스톰

퍼펙트 스톰은 개별적으로 보면 위력이 크지 않은 태풍 등이 다른 자연현상과 동시에 발생하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내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 용어의 기원은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인 세바스찬 융거가 1991년 미국 동부 해안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쓴 베스트셀러 ‘퍼펙트 스톰’에서 출발했다.융거는 당시 허리케인 그레이스와 다른 두 개의 기상전선이 충돌해 유례없는 대형 폭풍이 만들어진 걸 보고 ‘완전한 폭풍’이라 이름지었다. 원래 기상용어인 퍼펙트 스톰은 2008년 미국 글로벌 금융위기로 달러가치 하락과 유가 및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물가 상승 등이 겹쳐지면서 경제용어로 진화했다.최근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전력난 가중, 유가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의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부채 급증과 부실 확대 우려 등이 커졌기 때문이다.중국의 전력난은 반도체, 자동차 부품, 스마트폰 부품 등의 글로벌 공급망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중국 산시(山西)성에서 발생한 폭우와 산사태로 탄광의 석탄 생산이 중단되고, 인도의 전력난 우려까지 가세했다. 국제 유가 역시 계속 오르고 있어 세계 경제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원자재와 에너지발 물가 상승에 따른 생산과 소비 위축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까지 더해져 경기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한국도 대외 환경 악화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국내외 증시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함께 약세고, 원화 가격도 약세다. 퍼펙트 스톰에 대비한 대책마련에 힘써야 할 때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13

옹이

오낙률시인·국악인 나무에 생겨난 상처의 흔적을 옹이라 하지만 인간에게도 옹이가 있다. 육신이나 마음에 남은 상처는 한번 생기고 나면 옹이처럼 돼 버리며,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옹이 몇쯤은 지니며 산다.무언가의 떠남에 대하여 가슴 아파하며 세월이 지나면 잊어질 것을 기대하지만, 사실 그 상처는 옹이가 되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은 살면서 외부로부터 상처받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어쩌면 상처받지 않고 살다 가는 인생, 그것이 삶의 목표일지도 모른다.어느 날 산책길에서 재선충에 당했는지 푸석푸석하게 썩어가는 아름드리 소나무를 보았다. 이미 푸석하게 썩어서 흙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 소나무 마디마디에 있는 옹이들은 썩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백년은 족히 살았을 저 소나무가 나무꾼들에 의해 가지가 잘려나갈 때 얼마나 아팠으면,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 상처부위를 호호 불고 살았으면 저렇게 단단히 옹이 져서 아직도 썩지 못하고 있는 걸까?사실 소나무의 옹이란 것은, 소나무가 자라는 과정에서 상처가 나거나 가지가 부러졌을 때 소나무 자체의 치유본능에 의하여 상처 난 자리에 송진이 몰리게 되고, 그렇게 몰려든 송진이 상처부위를 도포하듯 감싸서 그 부위가 마치 송진에 절여진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상처부위가 송진덩어리처럼 돼있기 때문에 아름드리 소나무가 다 썩어 가도록 옹이부분은 썩지 않고 그대로 있는 것이다.살아있는 소나무의 송진은 상처가 발생하지 않으면 절대로 한곳에 모이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들의 민족성 같다.이를테면 아주 미미한 농도로 가지와 이파리에까지 분포하다가 어느 한 부위에 상처가 생기면 일제히 모여들어 상처치유에 나서곤 한다. 상처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이 모여든다. 그래서 그 부위는 예전보다 더 단단하게 옹이가 되고 오래도록 썩지 않는 부위가 되는 것이다.가끔, 사람들이 자주 찾는 산사 주변에 아름드리가 넘는 소나무의 허리춤에서 수도 없이 도끼질을 당한 흉물스러운 흔적을 볼 수 있다. 이는 이러한 소나무의 특성을 이용해서 일제가 군사용 송진을 수탈해간 흔적인데 그 소나무들도 언젠가는 죽어서 썩을 때 그 상처부위만 옹이로 남아서 두고두고 수탈자를 원망하게 될 것이다.하물며 소나무에 생긴 옹이도 그러할진대, 사람에게 생긴 옹이야 더 말해 무엇할까.돈 몇 푼 쥐어주며 그것으로 옹이를 지워 달라 하고 정부와 정부가 합의했다고 그 상처 잊어 달란다. 머지않은 세월, 위안부 피해를 입으신 할머니들이 모두 다 돌아가신다 해도, 절대로 잊지 못하고 우리 민족의 상처로 남게 될 옹이, 그 할머니들의 영혼에, 또 그 자손과 민족의 자존심에 생긴 커다란 옹이를 대체 어찌하면 좋을까 싶다.불에 태워도 시커먼 연기만 내 뿜으며 쉬 지워지지 않을 민족의 옹이를 진정 어찌해야 좋을까 싶다.

2021-10-12

‘국가지정 명승’ 내연산 폭포의 위상

박창원​​​​​​​수필가 지난 8월 24일, 문화재청은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있는 자연유산 ‘포항 내연산 폭포’를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 늦은 감이 들지만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내연산은 그 명성이나 가치에 비해 평가절하되어 왔다. 고찰 보경사를 품고 있는 내연산은 1983년 당시 영일군에 의해 보경사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1995년 포항시와 영일군이 행정통합을 하여 포항시가 된 후에도 ‘보경사군립공원’이란 이름을 계속 써 오고 있다.내연산은 경북 내륙에 뿌리를 둔 산맥이 동해안으로 한 줄기를 뻗어 형성된 산으로 풍화에 강한 화산암 기반에 깎아지른 절벽과 깊게 패인 계곡이 발달돼 있다. 그러다보니 이곳에는 침식지형의 폭포와 폭포수 바로 밑의 웅덩이인 용소(龍沼)가 많아졌고, 열두 폭포를 가진 명산이 되었다.신증동국여지승람과 대동여지도를 비롯한 각종 지리지와 고지도에 등장하는 내연산은 현재의 연산폭포, 관음폭포, 잠룡폭포 일대를 일컫는 명칭인 삼용추(三龍湫),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조금 움직이지만 양손으로 밀면 꿈쩍도 않는다는 기이한 바위인 삼동석(三動石)으로 일찍이 유명세를 탔다.조선 선비들이 내연산을 명승지로 인식한 것은 대략 16세기부터이다. 1587년에 내연산을 유람한 울진의 선비 황여일(黃汝一)은 유내영산록(遊內迎山錄)에서 “산을 잘 논하는 자는 (내연산을) 소금강이라 한다.”고 하였다. 이때 벌써 소금강이란 이름이 등장한다. 서사원(徐思遠)은 1603년에 쓴 동유일록(東遊日錄)에서 “만 길 하얀 절벽이 좌우에 옹위하며 서 있고, 천 척 높이 폭포수가 날아 곧장 떨어져 내렸다.(중략) 사다리로 올라보니 선계에 앉은 듯하여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고 적었다. 정시한(鄭時翰)이 17세기말에 전국의 산천을 유람하여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인 산중일기(山中日記)에 내연산 탐승 기록이 나온다. 이 글에서 그는 삼용추 일대의 모습을 보고 “금강산에도 없는 것이었다.”고 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그림으로써 내연산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전한 사람은 진경산수화의 거장 정선(鄭敾)이다. 정선은 1733년부터 2년 간 이곳을 관할하는 청하고을의 현감을 지내는 동안 내연삼용추(內延三龍湫) 등 내연산폭포를 소재로 4점의 그림을 그려 남겼다. 그로부터 많은 선비들이 내연산 폭포를 보기 위해 찾았고, 17부터 19세기까지 400여 명의 명사들이 내연산 폭포 주변에 탐승 기념으로 이름을 새겨 남겼다. 그것은 현재 내연산의 인문학적 자산이 되고 있다.지금 우리가 국가 명승으로 그 위상이 높아진 내연산 폭포를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 많다. 12폭포 탐방로는 최근 3년 사이 잦은 태풍과 폭우로 훼손된 채 방치돼 있어 정비가 시급하다. 또한 자연유산으로서, 인문유산으로서 관광객들에게 친절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안내판도 보완해야 한다. 보경사와 12폭포를 중심으로 한 수많은 문화재와 자연경관, 인문학적 자원을 가진 내연산은 사실 도립공원 급이다. 그러니 차제에 도립공원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2021-10-12

우리들의 오징어게임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모든 국가에서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외국인들은 딱지치기,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구슬치기, 달고나 뽑기 등 한국의 골목 놀이에 열광한다. 프랑스 파리에 오픈한 오징어 게임 체험관에는 드라마 속 놀이들을 직접 해보려는 파리지앵들이 긴 줄을 서기도 했다. 거액의 상금이 걸린 살인 게임이라는 설정이 긴장감을 유발하면서 시청자들을 몰입시킨다. 독특한 의상, 기묘한 화면의 구도와 색감이 청년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무엇보다 빈부격차, 양극화 등 세계 공통의 시대적 요소를 담아낸 것이 주요했다. 특히 젊은 세대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고 있는데, 청년들은 드라마 속 캐릭터들에게 자신을 투영한다. 성기훈, 조상우, 강새벽, 알리, 지영 등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생의 벼랑 끝에 몰려 더는 갈 데가 없는 이들이다. 게임에서 탈락하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목숨을 건 데스매치에 참가한다. 현실에서의 삶이 더 지옥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국 서로 죽고 죽이는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이 사람도 살아야 하고, 저 사람도 살아야 한다. 꼭 살아서 상금을 차지해야 할 각자의 사정이 있다. 하지만 단 한 명만 살아남을 수 있다. 게임을 거듭할수록 생존자는 줄어들고 탈락자의 목숨 값인 상금은 오른다.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것은 물리적 힘, 두뇌 회전 속도, 행운과 불운의 차이지만, 현실의 지옥 대신 차라리 목숨을 걸고 인생 역전을 노리는 이들의 절박함만큼은 우열을 가릴 수 없다.가장 역겨운 장면은 깡패 덕수와 한미녀의 화장실 정사 신도 아니고, 자신을 따르던 외국인 노동자 알리를 속여 죽음에 이르게 한 상우의 야비함도 아니다. ‘VIP’로 불리는 세계 각국의 부자들이 동물 가면을 쓴 채 마치 경마를 즐기듯 가난한 사람들의 살인 게임을 관람하던 대목이다. 시청자들은 그제야 ‘오징어게임’이 사람을 체스마로 삼은 부자들의 유희였음을 알고 씁쓸함을 느낀다. 사채업자에게 신체 포기각서를 써주고 어머니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456번, 외국인 노동자로 고국의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 199번, 북한에 있는 엄마를 데려오고, 보육원에 맡긴 동생과 함께 지낼 방 한 칸을 얻어야 하는 67번… 이 모든 ‘사람’의 간절함이 VIP들에게는 그저 벌레들의 우스꽝스런 몸부림으로 보일 뿐이다. 라운지에서 게임을 내려다보는 VIP의 시선으로 화면이 전환될 때,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의 삶이 농락당하는 것 같은 당사자성을 감각하게 된다.대장동 개발 비리에 수많은 공직자와 여야 정치인들이 연루되었다. 국민의힘 곽상도 전 의원의 아들은 화천대유로부터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박영수 전 특검도 특혜 의혹에 휩싸여 있다. 국민들의 박탈감과 분노가 극에 달한 가운데 문재인 정부는 전세자금대출과 신용대출을 규제하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주거 안정 기회를 산산조각 내버렸다. 집값을 올려놔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게 해놓고, 전세를 장려하더니 막상 전세대출을 막아버린 것이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겠다며 대출을 틀어쥐는 동안 33세의 한 중국인이 89억 원짜리 도곡동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전액 은행 대출로 매입한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을 허탈하게 했다. 한편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 과세가 시행되는데, 주식에 비하면 갈취라 할 만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 투자자 보호는 하지 않고 세금만 걷겠다는 정부 방침에 2030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걷어 차버리는 기성세대의 행패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금요일 저녁, 차가운 가을비가 내린다. 다음 문장을 골똘히 생각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배달대행 라이더 어플에서 피크타임이라며 높은 단가에 배달하라고 부추긴다. 원고도 쓰고 강의 준비도 해야 하는데…. 빗길 운전은 위험하다. 하지만 단가가 높다. 고민을 거듭하다 한 5만원이라도 벌고 오자며 우비를 챙겨 입고 스쿠터에 시동을 걸었다. 몇 건의 배달을 마치고 집에 와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이번 판에선 살아남았지만 다음 판에선 죽을 수도 있다.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빗길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공장에서, 거리두기로 파리만 날리는 식당에서 우리들의 오징어게임은 계속 된다. 한국사회의 VIP인 고위 공직자와 정치인들은 저 높은 곳에서 가면을 쓴 채 낮은 데서 벌어지는 비참한 생계의 분투를 웃으며 지켜볼 것이고, 우리끼리 죽고 죽이게 할 것이다.

2021-10-12

루저들의 참혹한 놀이터

오징어게임 열풍이 한창이다.‘오징어게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로,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생존 게임에 참석하게 된 기훈(이정재 분)의 이야기를 다루었다.벼랑 끝에 몰린 삶을 사는 기훈은 상금에 혹하여 게임에 참석하게 되고, 이는 곧 목숨이 걸린 기이한 생존 게임으로 이어진다.게임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설탕 뽑기, 줄다리기와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 어릴 적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단순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하지만 여기서 반전은 게임에 탈락하는 순간 가차 없이 게임 관리자들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다는 것.오징어게임은 국내에서도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세계 90개 국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최근엔 미국 인기 토크쇼인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에서도 오징어게임 출연진의 인터뷰가 진행될 정도였으니 이전에는 쉽게 보지 못했던 실로 대단한 인기다.인기를 몸소 체감했던 건 인터넷이나 유튜브에 오징어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는 것. 해외 유명 먹방 유튜버들 또한 달고나 먹방을 진행하며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이야기는 어느 사회에서나 만연한 사회 계층과 빈부 격차 문제를 한 회도 빠짐없이 끈질기게 담아내고 있다.구조조정 후 이혼을 하게 된 기훈은 빚에 쫓기는 동시에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한 어머니를 잃기도 한다. 돈의 부재로 극단의 벼랑에 몰린 기훈은 온갖 소외와 부당함으로 괴로움을 겪는 인물이며 한국 사회의 소외 계층 시선을 가감 없이 보여주기도 한다.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단순 놀이가 생존 게임으로 이어진 점도 흥미로운 포인트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설탕 뽑기 등 외국인들의 시각에선 처음 보는 놀이이기에 새로울 것이며, 단순하고 명쾌한 놀이는 흥미를 벗어나 죽음으로 곧장 이어지는 신선함도 담고 있다.게임 플레이 또한 플레이어 간 공평함을 기준으로 정해놓았지만 점차 온갖 실수와 꼼수로 관문을 통과한다. 게임 주최 측 또한 이를 암묵적 허용하며 즐긴다.이는 한국 사회의 경쟁과 생존의 현실을 담아낸 것은 물론, 선과 악이 긴밀히 섞인 캐릭터들이 연달아 등장하며 흥미를 자극한다.오징어게임을 시청하는 이들은 드라마 내 대사를 바탕으로 밈을 형성하고 있다.실시간 SNS으로 글과 영상으로 패러디되고 있으며 그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전 세계적인 유행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감독은 루저들끼리 싸우고 그 루저들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다룬 것이라 밝히며 이어 현실에 게임을 돌파하는 멋진 히어로는 없는 것이라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순수와 선으로 이루어진 100% 인간상은 없다는 것이다.그래선지 기훈 또한 모든 관문을 평이하게 통과하지 않는다. 선과 악 사이에서 몸 붙이며 순수와 잔혹 사이를 아슬아슬 넘나든다.어린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도 엄연히 승과 패가 난무하는 장소다. 제일 마지막인 오징어게임도 그렇지 않은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선 안에서 게임이 진행되며, 돌진하는 이는 막는 이를 몸으로 밀치며 일정 장소에 도달해야 한다. 막는 이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돌진하는 이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한다.이 단순하고도 거친 게임에서 승리하는 이는 일정한 성취감을, 패배하는 이에겐 슬픔과 당혹감, 그리고 선망과 두려움 같은 얼굴빛이 읽힌다. 이러한 상황은 어딘가 늘 불편하다.경쟁 사회에서 한 두어 발자국 물러난 채로 관조하고 시니컬해지는 것도 마냥 옳다는 건 아니다. 이 모든 게 인간의 도덕성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시스템 문제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누군가는 클리셰가 난무하는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라 말하기도 하지만, 난 충분히 파장을 일으킬 만큼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적어도 9시간 내내 시선을 곧잘 붙들어 놨으니까.세계인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주목하여 K-붐을 일으키는 것 또한 기쁜 일이다.미국 CNN 방송 홈페이지에도 오징어게임이 한국어로 소개되고, 한국어로 진행한 영상도 볼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흐름임은 확실하다.

2021-10-12

메르켈리즘

일반적으로 정치인 이름에 이즘(ism)을 붙이면 그의 정책이나 정신을 가르키는 의미로 쓰인다. 그러나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조금 다르다. 메르켈 이름에 붙인 메르켈리즘이란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힘을 가진 정책을 추진하는 그녀의 리더십을 가르키는 말이다.메르켈른(merkeln)이란 말도 있다. 메르켈스럽다는 뜻이다. 조용하고 신중하면서도 유연함과 강인함을 가진 메르켈 총리의 스타일을 이르는 용어다. 강경한 정책을 휘둘러 철의 여인으로 불리던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는 대조되는 지도자 스타일이다.메르켈 총리에게는 숱한 별명이 따라다닌다. 독일 최초의 여성총리, 가장 젊은 나이에 집권한 총리, 헬무트 콜을 잇는 최장수 총리, 포브스 선정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등의 수식어다. 2005년 총리에 올라 16년간 총리직을 수행했으나 지금도 그녀는 80%의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놀라운 일이다. 2008년 경제위기나 유로존 위기, 최근의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보여준 그녀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준 지지율이다. 그녀의 탁월한 지도력으로 국가가 번영을 누리고 국민 대다수가 비교적 좋은 삶을 누린 결과라 보면 될 것 같다.최근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가 이스라엘 홀로코스트를 방문해 또한번 세계의 화제가 됐다. 독일의 책임과 반성을 뜻하는 그녀의 이스라엘 방문이 벌써 8번째다. 퇴임을 앞둔 지도자로서 다시 한번 반성의 시간을 가지겠다는 그녀의 폭넓은 아량과 대범함에 세계는 존경의 눈으로 바라본다. 메르켈 총리가 떠난 자리에 누가 올지 독일인도 관심이라 한다. 지도자를 잘 뽑는다는 것은 국가나 국민에게 크나큰 행복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대목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12

대선과 정치인

김규종 경북대 교수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2022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후보를 선출하느라 부산하다. 일찍이 공자는 정치는 발라야 한다고 설파했다. 논어 ‘안연편’에 나오는 ‘정자정야(政者正也)’가 그것이다.노나라 재상 계강자(季康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묻자 공자가 대답한다. “정치는 바르게 하는 것입니다. 선생이 백성을 올바르게 이끈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습니까.” 2천500년 전 공자의 말로써,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단순명쾌한 이치를 드러낸 것이다.정치가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통치행위이기에 정치인이 정도(正道)를 걸어야 함은 자명하다. 위정자가 정도를 걷는다면 그를 따르는 국민 역시 올바른 길을 걷게 된다. 따라서 정치가에게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은 바른 인간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바르지 않고 거짓되며 사특한 사람은 정치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그런데 요즘 대선정국에서 언론에 노출되는 예비후보들을 볼라치면 낯이 뜨거워진다. 비리와 부정과 의혹과 막말로 얼룩진 후보가 한둘이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그런 자들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이다. 왜 이런가?! 언론이 제 몫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확고한 반증이다. 언론이 자신에게 주어진 공론장을 통해 인물과 정책을 전혀 검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언론은 공정과 신속, 정확을 바탕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공적 기구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구독자 숫자에 함몰되어 공정과 정확을 상실한 지 오래다. 그 결과 정체가 모호한 수많은 1인 유튜버들과 혹세무민하는 인사들만 득세한 꼴이 되고 말았다. 언론이 오히려 그들에 편승하여 조회 숫자를 늘리기에 혈안이 되어 본연의 사명을 망각해버린 꼴이다.2020년 기준 대한민국은 국민총생산 세계 10위, 국방력 세계 6위의 경제-군사 강국이다. 여기에 문화의 힘까지 보태져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들어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진국 모임인 G7 정상회담에 작년과 올해 연이어 초대받은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렇게 크고 중요하며 대단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데 나온 인물들의 면면은 적잖게 아쉽다.미국과 중국의 사활을 건 패권 경쟁, 일본의 지속적인 우경화, 경색된 남북한 관계처럼 외교·안보 분야 역시 녹록지 않은 도전이다. 예비후보 가운데 외교와 안보 분야에서 내공을 쌓은 사람은 드물다. 세계 곳곳에서 한류 바람이 드세게 부는데, 정작 외교도 모르고, 경험도 없는 자들이 득세하는 형국은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지금 국민은 특정 인물과 정당에 쏠려 있다. 확증편향에 기댄 집단적 선택이 강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의 혜안은 늘 놀라웠다. 집단지성을 발휘하여 민족과 국가의 명운을 짊어질 지도자를 고르리라 믿는다.이제 대한민국은 새우가 아니라, 최소한 돌고래 이상의 힘과 경륜을 갖춘 나라다. 그런 나라의 격에 맞는 대통령을 뽑는 것은 우리 모두의 시대적 과제다.

2021-10-12

호남 외연확장에 총력 쏟는 야당 모습 바람직

4강으로 압축된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이 광주에서 첫 지역 순회 토론회를 개최한 지난 11일, 이준석 대표와 당 지도부가 함께 광주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며 호남지역 외연확장에 나섰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대선주자들과 같이 일제히 현 집권여당의 산실인 호남을 찾아 지지를 호소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았다. 당 지도부의 이날 광주 방문은 호남과 청년 등 당의 외연 확장을 강조해온 이 대표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한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돋보인 날이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호남 공략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커졌다. 이 대표는 이날 현장최고위 회의에 앞서 일정상 이유로 참가하지 못한 홍준표 의원을 제외한 다른 후보들과 함께 5·18 민주묘지를 참배했다. 회의 후에는 5·18 민주광장에서 전남대까지 5km 구간을 2시간가량 걸으며 대장동 게이트 특검을 촉구하는 1인 도보행진도 이어갔으며, 호남권 합동토론회가 열린 KBS광주방송총국도 찾아 후보들을 격려했다.이 대표는 이날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민주당에서 이재명 후보가 선출됐지만 지금까지와 다르게 매우 뒤처진 결과가 나왔다. 하루빨리 특검을 받아서 본인에 대해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진상 규명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국민의힘 본 경선 후보 4명도 이날 첫 TV토론회에서 상대후보와의 차별화를 의식하며 공방을 주고 받았지만, 네거티브전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토론막판 유승민 전 의원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역술인과의 친분관계를 거론하며 몰아붙이자, 윤 전 총장이 토론회 마무리 발언 때 “비방성 논의가 오간 것에 대해서는 참 유감”이라며 불쾌해 하는 장면은 있었다.현재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 선출 이후 ‘무효표 처리’ 문제로 당내 갈등이 격화되면서 앞길이 험난한 상황이다. 이재명·이낙연 캠프간의 공방은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집권여당의 이러한 내분은 국민의힘에겐 둘도 없는 기회로 여겨진다. 야권이 정권교체에 성공하려면 이 기회에 호남권과 중도층을 대상으로 외연을 넓히는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2021-10-12

경북도의회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한다

내일(14일) 경북도의회는 군위군의 대구편입과 관련한 의원들의 찬반의견을 다시 묻는다. 지난달 2일 이 안건과 관련해 경북도의회가 “의견없음” 의견을 낸지 40여일 만이다. 행안부가 경북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의 명확한 의견이 없이는 후속절차를 밟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데 따른 도의회의 또 한번의 의견청취 과정이다. 도민들 역시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군위군의 대구편입 문제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입지를 결정할 때 대구시와 경북도, 시도의회, 국회의원 등이 이미 합의한 사항이다.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지난해 7월 53명의 도의원이 찬성에 서명한 사안이다. 대구시의회는 지난 8월 이와 같은 이유로 관련 안건을 이미 의결 처리했다.도의회가 지난달 본회의서 찬반 의견이 맞서 “의견없음”이라는 모호한 결론을 낸 것은 그 자체로서 자기모순이다. 도민을 대표하는 의결기관으로서 약속 파기는 물론 무기명 투표 속에 숨어버린 무책임한 태도라는 지적이 틀리지 않다.군위군 소보면과 의성군 비안면에 걸쳐 건설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중요성은 새삼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대구와 경북이 미래비전을 안고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 프로젝트인 신공항 사업은 그동안 가시밭길과 같은 과정을 거쳐 입지 결정에까지 이르렀다. 경북도의회가 14일 다시 상정한 군위군의 대구편입 문제를 만약 이번에 부결시킨다면 통합신공항 건설 사업은 암초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안부의 협조로 국회까지 빠르게 진행해야 할 입장이나 반대로 결론이 난다면 물리적으로 연내처리가 어렵게 되는 것이다. 전체 흐름이 불투명해 지는 것이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도의원과 지역국회의원의 협조 요청에 나섰지만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다.지금 세계는 무한경쟁 시대다. 글로벌시대의 특징은 치열한 도시간 경쟁이 도시존망을 가르고 있다. 우리 지역의 신공항 건설은 서둘러도 제대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덕도 신공항 등 국내외 공항과의 경쟁에 지지 않기 위한 준비도 만만치 않다. 정치적 이해타산으로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것이다.

2021-10-12

문무왕이 시작해 신문왕이 완성한 사찰 감은사

불교는 고대 삼국이 공통으로 받아들인 종교이며, 신라시대 경주지역 최초의 사찰은 흥륜사(興輪寺)로 554년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흥륜사를 시작으로 경주지역에는 많은 사찰이 건립되는데 초기에는 주로 평지를 중심으로 세워지다 점차 구릉부로 입지가 변화되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그러나 오늘 이야기의 중심인 감은사는 통일신라시대 사찰이 대부분 평지나 구릉에 세워진 것과는 달리 바다에 인접해 창건된 흔치 않은 사찰이다.감은사(感恩寺)가 바다 근처에 위치한 것은 사찰의 창건이유와 관련된다. 동해안에 위치한 감은사는 문무왕이 창건을 시작하였으나 미처 완성하지 못하고 그 뜻을 이어받은 신문왕이 682년 완성하였다. 그 뜻은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이 동해안에 자주 출몰하여 노략질을 일삼는 왜구를 불력의 힘으로 물리치기 위한 바람에서 시작된 호국의 이념에 매우 강하게 투영된 사찰임과 동시에 신문왕이 아버지 문무왕을 위한 마음이 함께 담긴 사찰이기도 하다.이러한 이유 때문일까? 감은사에서 직선거리로 약 1.4㎞에는 “바다의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자 하니 화장하여 동해에 장사지낼 것”이라는 유언에 따른 문무대왕릉(文武大王陵)이 위치하고 신문왕이 감포 앞바다에 있는 문무대왕릉을 바라보고 그리워했다는 이견대(利見臺)도 인접하여 위치한다는 것으로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감은사 창건은 앞서 이야기한대로 문무왕이 창건하고 신문왕이 완성했다. 그렇다면 그 뜻은 언제까지 이어졌을까? 감은사 창건은 기록을 통해 알 수 있지만 폐사된 시점은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유물을 통해 그 시기를 짐작해 볼 수는 있겠다.감은사에 대한 조사는 195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일차적으로 발굴한 바 있고, 이후 전체 가람구조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정비하기 위해 1979년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서 추가조사를 실시하였다.그런데 당시 서회랑터 조사를 위한 트렌치에서 예상하지 못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바로 청동반자(靑銅飯子)가 그것인데 글자만 보면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무슨 용도인지 금방 와 닿지 않는다.청동반자는 사찰에서 사용하는 금속으로 만든 일종의 북으로 금구(禁鼓) 또는 금고(金鼓)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감은사에서는 의도적으로 매납 된 반자 위에 청동풍탁이 함께 출토되었다. 청동반자는 지름 32.2㎝로 표면에 연꽃무늬가 양각되어 있고 테두리는 당초무늬를 돌렸는데 무엇보다도 뒷면 구연부 둘레에 명문 77자가 음각되어 있었다.특히 “至正 11년”이라는 명문은 고려말기 공민왕 즉위년인 1351년으로 이를 통해 적어도 이 시기까지는 사찰이 운영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또한, 명문의 내용 중에는 반자의 제작 동기가 해적이 감은사의 반자, 소종, 금구 등을 훔쳐갔기 때문에 재차 만들었음을 밝히고 있어 당시 고려 말에 동해안에 해적이 시시때때로 출몰하였음을 알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발굴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감은사는 강당지-금당지-중문지가 일직선을 이루고 금당지 앞에 삼층의 동·서 두 탑이 서 있는 쌍탑일금당식(雙塔一金堂式)임이 밝혀졌다. 특히 석탑은 높이 13.4m로 1959년 석탑 보수를 위한 해체시 서쪽 탑 3층에서 청동사리장치가 확인되었고, 1996년 동탑 해체시에는 금동사리함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정여선학예연구사 감은사 건물지 구조 중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금당의 구조이다. 금당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규모로 하부는 지하구조를 이루고 있다. 구조는 방형의 석재를 일정한 간격으로 놓고 이 석재와 석재 사이에 남북방향으로 길다란 장대석을 걸쳐 끼웠다. 그리고 장대석 위에는 다시 동서방향으로 길게 장대석을 직교하도록 잇대고 그 위에 초석을 놓았다. 마치 마루바닥처럼 돌바닥을 깔아 초석 아래에 약 60㎝의 지하공간이 마련된 것이다. 이 시설은 당시 일반적인 금당지의 구조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구조로 ‘感恩寺 侍中記(감은사 시중기)’에 보이는 “문무왕이… 금당 밑의 섬돌을 파고 동쪽으로 향하도록 구멍을 내었으니 이 구멍으로 용이 금당으로 들어와 서리게 하였다”는 것이다.

2021-10-11

가을, 산더미처럼 쌓인 책의 바닷속에서 갈곳을 잃다

어떤 책은 꼭 필요해서, 또 어떤 책은 꼭 필요하지 않지만 언젠가는 필요할 것 같아서, 또 어떤 책은 꼭 필요했는데 어디다 두었는지 몰라서 한두 권씩 사들이는 책들이 순식간에 산을 이루게 된다. 집이든 연구실이든 책꽂이를 넘쳐 바닥에 쌓이기 시작하는 것은 그야말로 순식간이다.아마도 책을 읽는 것을 그다지 자신의 취미로 삼지 않으시는 분이라도 이것만큼은 공감하실지 모른다. 별 대단한 생각 없이 읽으려고,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아이들을 위해 조금씩 사둔 책들은 어느새 집안 여기 저기 쌓인다. 한번 불어나기 시작한 책들은 단호한 마음을 먹고 정리하지 않으면 절대로 줄어들지 않으며, 자기 증식한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야말로 대략 난감한 혼란 속에 빠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아마도 무언가 수집을 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잘 이해하시리라. 무언가 모으는 데 들이는 시간은 비교적 잠깐이지만, 이를 정리하는 시간은 무한대에 가깝게 소모된다. “오늘만큼은 꼭 이 산더미 같은 책들을 정리해버려야겠다”고 굳은 마음을 먹고, 그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보면, 정리는커녕 고작 책 몇 권을 버리고 난 뒤 빈곳을 채우기 위해 더 많은 새로운 책들을 주문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무언가를 모아 내 집에 들여 어떤 공간에 언제든 꺼내볼 수 있도록 배열하여 두는, 수집이라는 행위가 한편으로는 자기가 가진 취향이나 기호, 감식안을 드러내는, 즉 사회 속에 자기 정체성의 확인과 과시라는 행위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은 분명하다. 부르주아의 지적 취미에 해당했던 서적에 대한 수집은 이제는 한물간 것이지만, 최근 젊은 세대들에게서 불고 있다는 신기한 바이닐 레코드(LP) 붐도 그렇지만, 어떤 것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으고 보여주는 것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행위이다.게다가 책을 모은다는 것은 어떤가, 책이란 물성(物性)을 가진 것이기도 하면서, 기억 그자체이기도 하지 않은가. 평론가인 발터 벤야민이 파리의 시인 보들레르에게서 발견했던 ‘산책자’라는 것은 결국 ‘수집가’이기도 했던 것이다. 다만 그 수집가는 과시만을 위해 자신의 서재에 책을 모아두는 수집가가 아니라 자신이 거닐던 파리라는 도시의 파사주들 사이에서 어딘가 다른 시대로 연결되는 선들을 발견해서 기억들을 그러모아 새로운 시로 써냈던 이들이었다. 기억의 수집가였다고 생각해도 좋으리라.미술가이자 미술평론가인 근원 김용준(1904~1967)은 그의 수필들을 담아놓은 책 ‘근원수필(近園隨筆·1948)’속에서 ‘골동(骨董)’을 완상하는 행위에 대해, 그것이 단지 좋은 옛 물건을 소유하는 의미만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흘러오는 옛 형제의 피를 느끼고 그들의 감각이 어느 모양으로 나타났는지가 궁금”해서라는 의미를 덧붙이고 있다. 이 글이야말로 ‘골동’을 수집하는 행위가 단지 귀중하고 값나가는 물건의 수집이 아니라, 머나먼 기억을 수집하는 행위임을 알려주는 의미가 담겨 있다.마찬가지로, 한국미의 순례자이자, 찬미자였던 혜곡 최순우(1916~1974)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1992)’에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면서, 그것의 비색이나 곡선, 상감의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좀 더 근원적인 ‘빛깔’이 몸에 배어드는 마음을 지적한다. 그 아름다움에는 분명 형태의 아름다움을 넘어서는 어떤 교감이 존재하고 있으리라.아차, 책들을 꺼내 정리하다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책을 정리해 버리기는커녕, 새로운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이제 갓 들어선 가을의 오후가 지나가 버린다. /홍익대 교수

2021-10-11

詩가 흐르는 古宅에서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시월 초순 저녁답, 고즈넉한 고택마당이 부산해졌다. 한쪽에서는 전(煎)을 부치거나 어묵 끓이는 냄새가 구수하게 진동하고, 다른 편에서는 야외무대에 현수막을 설치하며 음향시설을 준비하는 등 무슨 잔치라도 벌이려는 듯 하나씩 구색을 갖춰가는 모양새가 바쁘기만 하다. 이쪽저쪽 두리번거리며 일손을 돕던 몇몇 사람들은 막걸리를 몇 잔씩 들이켜고는 김이 설설 나는 정구지전을 손으로 쭉쭉 찢어 안주삼아 먹기도 하는 등 벌써부터 분위기에 들뜨는 듯했다.이윽고 어둠이 내리고 풀벌레 합창의 선율 속에 설장고 가락의 들썩임으로 오프닝 되면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아슴하게 찾아 들고 마종기의 ‘우화의 강’이 담담하게 흐르는가 하면, 코로나19의 딜레마에 고정희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가 지친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정호승의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는 시의 울림이 역경의 고비(苦悲)를 이겨내는 용기와 희망의 북돋음처럼 전해졌다. 거기에 그윽한 대금소리가 심금을 파고드는 듯 구성진 시조창이 끊어질 듯 이어지며, 들숨과 날숨으로 경쾌하게 여울지는 하모니카 멜로디 ‘숨어 우는 바람 소리’가 고택의 마당을 휘감는 듯했다.이러한 레퍼토리는 경북문화재단 지역문화활성화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코로나 극복 기원 힐링 콘서트로, 포항지역의 박기영 시낭송가가 기획·연출한 ‘시(詩)와 음악(音樂)이 흐르는 고택(古宅)을 거닐다’의 부분적인 행사 정경이다. 이 행사에는 (사)시 읽는 문화와 포항시낭송회의 시낭송가와 초청 게스트, 주민 등이 참여해 세계문화유산인 경주시 양동마을 만호고택에서 소박하면서도 다채롭게 열렸다. 넓직한 마당 한 켠에는 국화와 쑥부쟁이가 소담스레 피어 반기고 옛적의 흐릿한 등잔불 마냥 정겨운 불빛이 얼비치는 고택을 배경삼아 시를 읊고 시조창을 하며 대금과 하모니카 소리를 울려 퍼지게 하는 것은, 정말이지 고색창연함 속에 설레임으로 즐기는 이색적인 풍류가 아닐 수 없었다.더욱이 시낭송에 어울리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맵시나 남·여고생 교복 또는 기타 고상한 차림 등으로 저마다의 표정과 몸짓을 시의 행간에 담아, 흐르는 배경음에 매끄러우면서도 차분하고 애절하고 청순가련하게 읊조리는 목소리는 시의 감칠맛을 한껏 더하며 시 나눔의 마당을 고조시켰다. 그 즈음 툇마루 밑의 아궁이에서 지피는 군불로 몽실몽실 피어나는 연기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고택 곳곳에 운무처럼 스며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기까지 했다.그렇게 보낸 두 시간여 시낭송과 음률의 흥취 속에는 별빛도 내려앉고 밤이슬도 내려앉아 모두가 촉촉함에 젖어드는 감미로운 어울림의 마당이었다. 양동마을 이장까지 시종 참관하여 깊은 관심 표명과 문화적인 발전방향의 덕담까지 해줘서 눈길을 끌었다. 이렇듯 문화는 생활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함께 즐기고 누리며 만들어갈 때 활성화되는 것이리라.

2021-10-11

17÷3

조현태​​​​​​​수필가 낙타 17마리를 전 재산으로 가진 노인이 있었다. 그는 슬하에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두고 유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부터 자신의 수한이 차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자 자녀들에게 재산분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하여 깊이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깔끔한 방법보다는 자식들이 우애를 잘 지키면서도 흡족하게 분배할 수 있게 하고 싶었다.드디어 심사숙고하지 않으면 쉽사리 해결하기 어려운 방법을 고안해냈다. 노인은 자식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맏아들에게 낙타 수의 1/2을, 차남은 1/3을, 그리고 딸은 1/9을 차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자식들이 함께 논의했다. 장남은 8마리를 가지자니 남는 1마리에 자신의 욕심이 드러날 것 같았고, 9마리를 가지려니 동생들의 욕심이 끼어들 것 같았다. 차남도 5마리를 가진다면 두 마리가 남는다. 형과 동생에게 한 마리씩 더 주어도 되겠으나 1/2과 1/9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을 따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6마리 가진다는 것도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딸도 마찬가지로 한 마리는 억울하고 두 마리는 오빠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 같았다.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버지의 계산법에 정직하게 따를 수가 없었다. 고민 고민 끝에 평소에 친분이 두텁던 아버지 친구 분을 찾아가 상의해 보자고 했다. 여차저차 하니 아버지께서 원하신 대로 유산을 나눌 수 있도록 묘안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 친구 분이 이들의 자초지종을 다 듣고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다.“내가 낙타 한 마리를 너희들에게 주겠다. 한 마리 더 늘어난 18마리라면 너희 아버지가 원하는 대로 상속받을 수 있을게다.”그 말씀을 듣고 보니 세 명 모두 아버지의 계산에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장남은 18/2니까 9마리, 차남은 18/3이니까 6마리, 그리고 딸은 18/9이므로 2마리씩 가지는 계산이다. 이렇게 명쾌한 해답을 얻게 된 것은 낙타 한 마리를 더 보탠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배분법대로 준행하고도 1마리가 남는다. 아버지 친구께서 보태준 낙타를 돌려주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출처:과목별학습백과 퀴즈초등)집으로 돌아온 자녀들이 아버지 앞에서 그 방법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노인이 자식들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내가 죽은 후 너희들이 세상사는 방법을 내 친구처럼 하면서 살기를 바란다. 자신의 것을 공짜로 내주어도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하고 공평할 수 있도록 말이다.’ 당연히 그 자녀들은 아버지 유언대로 훌륭한 공무원이 되어 많은 칭송을 받으며 살았다.오늘날 우리 사회가 이러한 분위기로 흘러가면 좋겠다. 남의 것을 탐하기보다, 내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으면 누구를 탓할 것도 없게 된다. 내가 먼저 더 유리한 조건의 재물에 욕심내는 것은 9:7:2를 주장하게 되고 서로 부당하다고 논쟁할 것이 뻔하다. 보태진 가상의 숫자 하나가 완벽한 배분을 하게 했고 여전히 남아있는 하나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유익한 여유감이 아닐까 한다.노인이 고민했던 내용을 친구와 상의하였고 친구가 노인의 자녀에게 가르쳐준 방법도 노인이 고안한 것이었다면 현 정치에 적용할 부분은 없을까 싶다.

2021-10-11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야권은 외연확장 기회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그저께(10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그동안 진행된 지역별 순회 경선과 1~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누적 득표율 50.29%를 기록해 결선 투표 없이 본선 직행을 확정지었다. 여야 주요 정당 가운데 대선후보를 확정한 것은 민주당이 처음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8일 2차 컷오프에서 본경선에 진출할 4명의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를 뽑아 어제(11일)부터 본격적인 토론 배틀에 들어갔다. 최종 대선주자는 11월 5일 가려진다.여권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 내에서 특정한 계보나 조직이 없는 ‘아웃사이더’지만 정치입문 15년만에 집권당 대통령 후보가 됐다. 그러나 이 지사는 여권 내부에서 ‘불안한 후보론’이 나올 정도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최종 득표율에서는 이 후보가 가까스로 과반을 넘겼지만, 24만8천여명이 참여한 3차 선거인단 투표(슈퍼위크)에서 이낙연 전 대표가 62.37%를 차지해 이 후보(28.3%)를 압도했다. 권리당원과 대의원이 참여한 지역순회경선이 ‘당심’을 반영했다면 슈퍼위크는 민심에 가깝다. 대장동 게이트가 여권지지층 민심에 아주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전 대표측이 경선과정 내내 논란이 됐던 ‘무효표 처리’와 관련해 이의를 제기한 것도 사실상 경선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도에 후보를 사퇴한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 득표가 무효처리 되지 않았다면 이 후보 득표율이 50%에 미달된다는 것이 이 전 대표측 주장이다.대구·경북 지역민의 주된 관심사는 민주당 후보 확정이 야권 대선후보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다. 대체적인 시각은 이재명 후보 선출이 그동안 충분히 예상되었던 만큼 야당의 판을 뒤흔들만한 큰 변수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국민의힘은 앞으로 이어지는 토론회에서 이 후보에 맞서 이길 수 있는 본선 경쟁력을 부각하는 데 비중을 둬야 한다. 이제까지처럼 서로 비난하며 감정 다툼으로 토론회를 오염시키면 외연확장에 실패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주요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추세는 위기상황을 예고하고 있다.

2021-10-11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

그린플레이션은 친환경을 뜻하는 ‘green’과 물가상승을 뜻하는 ‘inflation’의 합성어로, 친환경정책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현상을 뜻한다.최근 정부가‘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40%로 대폭 상향하면서 ‘그린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국의 기준연도에서 한국의 연평균 감축률은 4.17%로, 영국과 미국의 2.81%나 유럽연합(EU)의 1.98%보다도 높다. 특히 배출 비중이 높은 전환(발전) 부문의 온실가스는 44.4% 줄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석탄 발전량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확대한다. 에너지원별 2030년 발전 비중을 보면 △원자력 23.9% △석탄 21.8% △액화천연가스(LNG) 19.5% △신재생 30.2% 등으로 제시됐다.이에 따른 막대한 비용 상승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재생에너지 설비 비용 등이 더해지며 발전 단가가 가파르게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에 따라 발전사들이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공급해야 하는 비율이 늘어나는 점도 전기료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정부는 전체 발전량 중 일정 부분을 신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으로 채우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비율을 2022년 12.5%로 설정했고,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상향해 법정상한인 25%에 이르도록 설계했다. RPS 비율과 비용이 증가할수록 한전의 부담도 커진다. 올해 4분기에 약 8년 만의 전기요금 인상에 이어 내년에도 추가 인상될 수 있다. 전기료 인상은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그린플레이션을 불러온다.에너지 위기가 서민의 생활비 상승으로 이어질까 걱정스럽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10-11

소음 입증된 수성사격장, 합리적 대안 나와야

사격장 폐쇄까지 갈등이 증폭됐던 포항시 수성리 사격장에 대한 소음 측정 결과가 지난주 발표됐다.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수성리 사격장 주변지역 소음 측정결과에 따르면 지역에 따라서는 순간 최대 소음이 107dB에 달하는 등 사격훈련 때마다 측정장소에서 상당한 소음이 발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성리 성황당 마을에서는 해병대 전차가 움직일 때는 지하철이 다닐 때 나는 소음(100dB)보다 더 큰 107dB의 소음이 났으며, 수성리 집 90.5dB, 수성리 마을회관 85.3dB의 소음이 측정됐다.또 수성리 집을 기준으로 훈련이 없는 날 평균 소음이 41.6dB이었으나 미군 아파치 헬기훈련이 있는 날에는 62.5dB, 해병대 지상화기훈련이 있는 날은 65.3dB로 나타난 것이다. 소음 전문가는 평균 소음이 10dB 이상 차이가 나면 소음에 대한 피해나 불편이 발생한다고 밝혀 그동안 수성리 주민이 받은 불편과 고통이 상당했던 것으로 이번 측정 결과 확인된 셈이다.이번 소음은 민관군이 합의한 6곳에 3개의 기관이 각자 설치한 측정기 34개의 평균값으로 산출한 것이어서 객관적 수치로 보아도 타당하다. 권익위 관계자도 “객관적 수치가 나온 것에 의의가 있으며 중립적인 상생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수성리 사격장은 1960년 군사훈련용으로 만들어져 60년 동안 각종 사격 훈련이 실시돼 왔던 곳이다. 하지만 남북 대치라는 국가적 안보 상황을 이유로 주민들은 사격장에서 나는 각종 소음에도 보상 요구조차 못한 채 지내왔다. 훈련이 있는 날이면 불발탄이나 유탄사고가 발생하고 화재 위험에도 시달려야 했다.수성리 사격장 소음문제는 객관적이고 합리적 대안이 제시되지 않으면 또다시 민군갈등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권익위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중재에 나선만큼 지금부터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미 주민들은 사격장 폐쇄까지 요구하고 있는 마당이다.포항시도 “사격훈련 소음 피해 발생이 입증된 만큼 군 당국은 주민 입장을 전향적으로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제는 국방을 이유로 더이상 주민의 희생을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 갈등 조정에 나선 권익위도 당초 약속했던 공정성을 잣대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2021-10-11

한글날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내일은 훈민정음 반포 575주년이 되는 한글날이다. 일제치하인 1926년 조선어연구회는 11월 4일에‘가갸날’을 선포하고 2년 후에는 ‘한글날’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1940년에 발견된 ‘훈민정음하례본’에 근거하여 1945년부터는 한글날을 10월 9일로 정하고 훈민정음 반포 500돌이 되는 1946년에 국경일(공휴일)로 지정하였다. 1990년 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하는 바람에 기념일로만 유지하다가, 2005년에 다시 국경일로 격상되고 2013년부터는 공휴일도 회복 되었다.자국의 글자를 만들어 선포한 날을 기념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만든 이유와 사람과 연대를 아는 문자를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언어는 6천800여 종이지만, 문자로 표현이 가능한 언어를 가진 나라는 100개국 정도이다, 그중 자국어를 가진 나라는 28개국이고 고유한 문자는 한글, 한자, 로마자, 아라비아문자, 인도문자, 에티오피아문자 등 6개뿐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은 고유한 말과 문자를 가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인 것이다.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음소문자(音素文字)이자 자질문자다. 문자는 크게 표의문자와 표음문자로 나뉘고, 표음문자는 다시 음절문자와 음소문자로 나뉘는데, 한글이 음소문자 가운데에서도 가장 우수한 것은 자질문자(featural writing system)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음소문자란 글자 하나하나가 하나의 소리를 낸다는 것이고, 자질문자는 자음이나 모음을 나타내는 각각의 글자들이 별개의 독립적인 기호가 아니라 일정하게 연결된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질문자인 한글은 감정 표현을 더 세심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한글의 모음 10개와 자음 14개를 조합해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는 무려 일만 천 개 이상이나 된다. 고작 300개인 일본어와 400개인 중국어(한자)와는 비교가 안 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가 한글이다. 또한 한글은 조합된 문자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제자의 원리만 이해하면 누구나 쉽사리 익힐 수가 있고 쓰기도 쉽다. 유네스코에서도 말은 있되 글자가 없는 소수민족에게 그들의 말을 한글로 쓰도록 함으로써 소수언어의 사멸을 막자는 제안이 있고, 실제로 인도네시아 소수 민족인 찌아찌아족과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에서는 한글표기법을 사용하고 있다.한글(훈민정음)은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이 되었고,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도 만들어 매년 시상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인들 중에는 한글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문화유산인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요즘 인터넷 등에서 자행되는 한글 파괴현상은 여간 우려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상한 비속어와 은어, 국적불명의 신조어 등으로 우리의 말과 글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유행과 변화를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교육현장이나 공영방송 등 책임 있는 기관만이라도 우리의 말과 글을 지키고 가꾸려는 성의와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1-10-07

오징어 게임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필자가 어릴 적인 60년대에는 지금같이 오락 기구도 많지 않고 장난감도 많지 않던 가난하던 시절이라 몸으로 때우는 놀이를 많이 했다.골목길에서 친구들 등에 타는 말타기, 술래를 정해서 숨는 다방구, 다리를 들어올려 싸우는 닭싸움, 딱지 치기, 자치기, 팽이돌리기, 여자 아이들은 고무줄 놀이, 공기 놀이 등을 즐겼다. 사실 거의 준비물이 필요하지 않는 놀이들이다. 학교 앞에는 해삼, 멍게를 엄마가 쓰는 핀으로 찍어먹는 장사꾼 옆에는 달고나 장사가 있어 입으로 별모양, 삼각형 모양 등을 잘 발라내면 한 개를 더주곤 하는 놀이도 있었다.최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오징어 게임, 이 두 개의 결정적인 게임을 모티브로 한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라는 영화 전문 채널에 소개 되면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2주 전 개봉되자 마자 전 세계를 폭풍의 도가니로 넣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패트롤 집계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TV 프로그램(쇼)’부문에서 압도적인 기록으로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미국, 유럽, 아시아 국가 등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쇼가 될 것이라고 넷플릭스는 단언하고 있다.필자는 ‘오징어 게임’을 보다가 너무 잔인한 장면을 견디지 못하고 다 보지 못했다. 미국 방송들도 ‘Ultra-violent(도를 넘는 잔인함)’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방송에서는 못 보여 준다고 하면서도 ‘오징어 게임’을 연일 크게 보도하고 있다. 과거에도 ‘헝거 게임’같은 유사한 영화가 있었지만 ‘오징어 게임’의 돌풍에는 미치지 못한다.도대체 ‘오징어 게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그건 코로나 사태 이후 겪고 있는 부의 불균형과 관련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드라마 인물들은 모두 빚을 져서 내몰린 사람들이고 상금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놓아야만 하는 그런 설정이 부의 불균형에 대한 사람들의 카타르시스를 자극했다는 것이다.그런데 또하나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드라마에 나오는 게임들이 전 세계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프랑스에서는 ‘오징어게임’ 체험관의 줄이 몇 백미터가 된다고 한다.디지털 시대에 온갖 온라인 게임이 난무하고 있는데 아날로그 시대의 게임들이 신선하게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드라마 중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징어 게임’ 등은 아무런 준비물이 필요없는 아날로그 시대의 대표적 게임이지만 디지털 게임과는 다른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가 재미있다.‘헝거게임’은 공포속에서 떨게 하지만 ‘오징어 게임’은 공포속에서 아날로그 게임이 보여주는 게임의 신선함과 재미를 배우들이 재미있게 선사한다.최근 한류문화의 세계화는 강남스타일, K-팝,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몰아 ‘기생충’의 아카데미상 수상에 이어 ‘오징어 게임’까지 왔다. 인구 수나 국토면적이 작은 한국이 전 세계 문화를 흔들고 있는 것은 신기할 정도이다.“가장 한국적인 게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말도 와 닿는다. 한국 문화의 계속적인 질주를 기대해 본다.

2021-10-07

575돌 맞는 한글날의 의미 되새기자

9일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들어 반포한 지 575돌째 되는 날이다. 한글은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 가운데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한글은 독창성이나 과학성에서 세계 최고의 문자로 평가받는다. 이 점을 인정받아 유네스코가 일찍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한글은 남북한과 해외동포 등 지구촌 8천만 명이 사용하는 세계 13위권의 언어다. 최근 부는 한류바람의 영향으로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와 대학의 학과 개설도 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독자적인 언어 하나만으로 국민 모두가 큰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그러나 한글의 우수성을 제대로 알고 자부심만큼 한글을 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생활 속에 사용되는 우리 말과 글이 국적불명의 신조어와 외래어 등으로 훼손되거나 파괴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비판이 제기된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특히 한글날을 맞아 한글의 순화와 외래어 사용의 자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으나 이것 또한 한글날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일과성 지적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이번 한글날에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한글주간 행사(4∼10일)가 열린다. 경북도도 7일부터 오는 13일까지 경북 전역에서 경북도 한글사랑주간 행사를 연다. 또 자치단체마다 특성에 맞는 한글날 기념행사가 벌어지고 있다.그중에 경북 칠곡군에서 열리는 칠곡할매글꼴 상품전시회는 한글날 행사로서 유난히 돋보인다. 이 행사는 지난해 12월 성인 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깨친 할머니들의 글씨체로 만든 칠곡할매글꼴의 홍보와 함께 한글사랑을 확산하기 위해 칠곡군이 마련한 전시회다.한글 사랑은 일회성 행사로 그칠 일이 아니다. 이같이 각계각층이 다양한 행사 등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인식시키고 특히 자라나는 어린이에게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줄 교육이 필요하다. 생활 속에 무심코 사용하는 우리말이 외국어에 물들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부단한 교육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언어일수록 더욱 순화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2021-10-07

반려동물 전성시대

지난달 27일 통계청은 처음으로 국내 반려동물 사육가구를 조사해 발표했다. 전체 가구의 15%인 312만9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했다. 그 가운데 개를 키우는 가구가 77%로 가장 많았고, 고양이도 22%나 됐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연령대는 50∼59세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통계청이 반려동물 조사를 시작한 것은 반려동물 사육가구가 늘어난 데 따른 사회현상을 관측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증가와 달라지는 사회인식도를 반영한 조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3년 전 통계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며 느낀 점을 조사한 내용이 있어 잠시 소개해 본다. 지금 다시 조사한 데도 내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반려동물을 키우기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변화된 것에 대해 16세 미만 자녀들의 답변은 첫째가 “생명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다음이 “외로움이 줄었다”고 대답했다. 반려동물을 둔 부부에게 물었더니 첫번째 답변이 부부간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했다. 다음으로 많은 대답은 부부간의 대화가 늘었다는 것이다. 또 65세 이상 노인들은 반려동물을 키움으로써 외로움을 덜 수 있었고 정서적으로 안정화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다.반려동물은 표현대로 사람과 더불어 사는 동물이다. 동물이 인간에게 주는 여러 혜택을 존중하며 사람의 장난감이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물질문명 발달 속에 세상의 민심은 달라져도 동물은 타고난 천성 그대로의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마다 동물과 더 친해지려는 것은 아닐까 싶다. 역설적이지만 세상이 각박할수록 반려동물은 전성기를 맞는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10-07

인사권 독립은 지방의회 전문성 키우는 계기

내년 1월부터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자가 지방자치단체장에서 지방의회 의장으로 바뀐다. 행정안전부는 그저께(6일) “지난 9월 28일 국회를 통과한 ‘지방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 교육훈련법’ 일부개정법률 공포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날 의결된 법률개정안은 지방의회가 소속 공무원에 대해 자율적인 인사 운영을 할 수 있도록 인사관리 전반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지금까지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의 임용권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있었으나 내년(1월 13일)부터는 지방의회 의장이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면·교육 훈련·복무·징계 등 모든 인사를 관장하게 된다. 지방의회 의장은 이와함께 공무원 임용시험을 시행해 의회에 근무할 공무원을 직접 채용할 수도 있다.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은 1991년 6월 20일 지방의회가 재출범한 지 30년 만에 이뤄졌다. 그동안 지방의회는 지방자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인사권 독립은 필수불가결하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국회사무처 직원 인사를 국회의장이 하듯이, 지방의회소속 공무원 인사도 지방의회 의장이 하는 것은 순리다. 그러나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 전문성 있는 인력풀 확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인사 적체 문제다. 기초의회의 경우 사무직원 수가 적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벌써 내년 인사권 독립을 앞두고 지방의회에 근무하고 있는 공무원들이 의회를 탈출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연말 정기인사에서 집행부로 들어가지 못하면 인사권 독립에 따라 남은 정년까지 지방의회에서 근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공무원 정원이 많은 광역의회의 경우 자체적으로 승진, 보직이동, 교육 등으로 인사운영이 가능하지만, 정원이 10여명에 불과한 기초의회는 독립적인 인사운영이 사실상 힘들다.그러나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이러한 초기 혼란을 극복해 나가면서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집행부에 대한 지방의회의 감시와 견제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의회인력의 전문성을 키워나가야 한다.

2021-10-07

CPR(심폐소생술) 알고, 내 소중한 가족 지키자

심학수포항남부소방서장 겨울철(10월∼1월)에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고혈압성 질환 등과 같은 순환기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한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총 사망자 수는 30만4천947명으로 사망원인통계 작성(1983년) 이래 최대라고 한다.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한해 사망원인 1위는 암, 그다음이 바로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지난해 심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3만2천347명, 뇌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1천860명에 달하며 두 질환이 전체 사망률의 18%를 차지한다.심혈관 질환의 경우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식은땀·현기증·호흡곤란·통증확산 등의 증상을 보이고, 뇌혈관질환은 한쪽 마비·언어 장애·심한 두통·어지럼증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증상을 안다고 해서 바로 처치할 수 있을까? 순환기계 질환 발생은 예측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가정에서의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당황해 심폐소생술 처치를 못하고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빈번하다.심폐소생술은 정지된 심장을 대신해 심장과 뇌에 산소가 포함된 피를 공급하는 응급처치로 가슴압박과 인공호흡을 반복하는 것이다. 인공호흡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슴압박만 시행해도 중요한 역할을 해내는 것이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경우,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2∼3배 증가시키기 때문에 최초 목격자의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의식확인, 도움요청(119신고 및 자동심장충격기 요청), 호흡확인, 가슴압박 순으로 구급대원 도착 전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된다.심폐소생술을 배웠더라도 자신이 없거나 당황스럽다면, 119에 전화를 해서 의료지도를 받을 수도 있다. ‘의료지도’란 적절한 응급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의사 혹은 응급의료 전문 의료인이 하는 활동을 말하는데, 위급상황 신고 시 응급처치를 실시간으로 도와주는 제도다. 환자 발생 시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방법으로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니 참고하길 바란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하지 말고,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응급처치 ‘심폐소생술’을 익혀 소중한 생명을 구하자.

2021-10-06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10개

해마다 한글날을 앞두고 이런저런 행사가 열린다. 한류가 세계의 문화를 주도하는 시대에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는 행사는 바람직하다. 언론도 우리말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사를 싣는다. 그러고는 우리말을 사랑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이튿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외래어가 넘치는 기사를 남발한다.“리어에는 센티멘탈하고 절제된 바디 위에 스포티한 느낌을 살린 투 라인 테일램프를 적용하였으며, 리어 펜더의 숄더 볼륨에 포인트를 준 낮고 와이드한 프로파일과 쿠페형 루프 끝단에 위치한 고정형 리어 윙 스포일러로 하이 퀄리티한 EV 이미지를 강조했다.”국산 승용차를 소개하는 기사인데, 번역체를 구사하고 영어를 많이 쓴 이유를 물어보니 고급스러움과 신뢰감을 주기 위해서란다. 반대로 보면 한국어로 쓰면 저급스럽고 신뢰감이 떨어진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의식은 거리의 간판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말의 우수성을 모르는 사람은 영어는 고급스럽고 세련되었다는 편견에 빠져있다.우리말은 동사를 중심으로 하는 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동사가 발달했고 그에 따라 형용사도 발달했다. 예를 들어보자.- 달리다, 내닫다, 치닫다, 내달리다, 치달리다, 내리달리다- 돌다, 휘돌다, 맴돌다, 에돌다, 겉돌다, 공돌다, 나돌다, 감돌다, 떠돌다, 베돌다, 싸고돌다, 장돌다, 통돌다, 헛돌다, 계면돌다- 서다, 추서다, 벋서다, 못서다, 엇서다, 뒤서다, 갈서다, 나서다, 대서다, 다가서다, 돌아서다, 들어서다, 갈라서다, 가로서다, 곤두서다, 곧추서다, 내려서다, 넘어서다, 따로서다, 올라서다, 일어서다, 빕더서다, 비켜서다, 물러서다, 앞장서다, 물구나무서다달리다, 돌다, 서다, 하나에 그치지 않고 움직임의 상태에 따라 세분화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증명으로, 우리말은 표현하지 못할 움직임이 없을 정도다.“우리말은 표음문자다. 대상의 움직임이나 상태 그리고 성질 등을 음성으로 나타낸다. 따라서 그것을 가장 잘 나타내도록 발달했다. 특히 형용사와 부사에서 도드라지는데, 이는 우리 민족의 풍부한 감성과 관련이 있다. 한국어에서 형용사는 고유어 비중이 높다. 표현 또한 다양하여 우리말의 특성을 잘 반영한다. 이러한 점에서 형용사는 ‘한국어다운’ 어휘로 꼽힌다. 풍부한 표현력, 아름다운 어휘, 묘사와 상징이 풍부한 ‘소릿말’이 적재적소에 활용되기 때문이다.”(김이랑 ‘문장의 문학적 메커니즘’부분 발췌)미쁘다, 예쁘다, 참하다, 어여쁘다. 탐스럽다, 살갑다, 밉살맞다, 푸르데데하다, 푸르뎅뎅하다, 푸르죽죽하다, 푸르스름하다, 누르스름하다, 가무스름하다, 불그스레하다, 동그스름하다, 가느스름하다, 야트막하다, 나지막하다, 자그마하다, 나직하다, 달콤하다, 달짝지근하다, 우락부락하다, 얼룩덜룩하다, 울긋불긋하다, 알쏭달쏭하다, 시시껄렁하다, 시금털털하다,동사가 풍성하면 이를 수식하는 형용사도 이처럼 발달한다. 상태를 나타내는 우리말은 풍성하다. 어감으로 실제를 연상할 수 있다. 감각적이면서 감성적인 표현은 형용사에도 넘치는데 특히 흉내말에서 도드라진다. 우리말은 흉내말을 무한대로 만들어낸다.찰랑찰랑, 자박자박, 넌출넌출, 알록달록, 어슬렁어슬렁, 어우렁더우렁, 붉으락푸르락, 퐁당퐁당, 방긋방긋, 두리번두리번, 바람만바람만, 왁자지껄, 헐레벌떡, 그냥저냥, 개발괴발, 곤드레만드레, 미주알고주알, 아옹다옹, 알콩달콩, 얼렁뚱땅, 오순도순, 허겁지겁, 흐슬부슬, 흐지부지, 흥청망청, 얼씨구절씨구….우리말 동사는 움직임이 살아있다. 형용사는 모양을 그대로 어감으로 살린다. 그래서 생동감이 넘치고 상태도 실감이 난다. 이는 표음문자의 특성이지만, 그 특성을 잘 살려 표현을 풍성하게 하는 것은 언어 사용자인 우리이다. 이처럼 풍성하고 아름다운 언어를 만들고도 외국어를 고급스럽다고 여기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김수영(金洙暎·1921~1968) 시인은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열 개’라는 수필에서 마수걸이, 에누리, 색주가, 은근짜, 군것질, 총채, 글방, 서산대, 벼룻돌, 부싯돌을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낱말로 꼽았다. 시인이 살던 시대의 언어라서 지금 우리에게 약간 덜 친근하지만, 외래어 홍수에 휩쓸리는 오늘의 언어를 돌아보라는 성찰을 준다.한글날, 일 년에 한 번쯤이라도 주변을 돌아보며 우리말을 찾아보시라. 그러고 가장 아름다운 우리말 10개를 꼽아 보시라./수필가·문학평론가

2021-10-06

정약전이 묻다

이주형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질문이 곧 공부야 이놈아. 외울 줄밖에 모르는 공부가 이 나라를 망쳤어.”필자는 영화를 즐겨 보는 것도, 또 특별한 영화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기회가 되면 대사에 좀 더 집중해서 영화를 본다. 글머리에 인용한 대사는 영화 ‘자산어보’에 나오는 말이다. 영화 속 대사 중에 필자의 마음에 오래 남은 말이 많지만, 이 말은 그중 유독 크게 남아 있는 말이다. 왜냐면 이 말만큼 우리 교육계의 아픔을 정확하게 분석한 말은 없기 때문이다.공부에 있어 암기(暗記)도 필요하고, 중요하다. 암기하면서 얻어지는 긍정적인 기능도 많다. 물론 이때 말하는 암기는 이해를 바탕에 둔 제대로 된 암기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에 있어 암기는 너무 맹목적이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시험을 위해 학생들은 수많은 시간을 투자하여 교과 지식을 무조건 외운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는 순간 모두 잊어버린다. 물론 모든 학생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상당수 학생이 시험을 위한 맹목적인 암기의 덫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공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나라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교육이 본연의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그래서 학생이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교육과정이며, 이미 여러 차례 새로운 교육과정이 나왔다. 다음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개정 배경 중 일부이다.“미래 사회에는 지식을 많이 습득하는 것보다 학습한 내용을 바탕으로 새로운 환경과 상황 속에서 선택, 조정, 통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할 수 있는 창의융합형 인재가 필요합니다.”늘 말하지만, 우리 교육이 이것을 해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은 늘 이론과 거리가 멀다. 모든 혼돈은 그 거리 차이에서 온다.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혼돈도 크다. 지금 우리 교육계가 큰 어려움에 빠진 것도 교육 이론과 교육 현장 간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분명 교육과정에서는 지식의 습득보다 지식의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교 현실은 어떤가? 학생들이 자신들이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학교 현장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안타깝게도 또 많은 학교가 시험 기간이다. 독서실은 이미 만원이다. 학생들은 시험을 저주하며 또 시험용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암기에 이 아까운 시간을 다 보내고 있다. 시험 위에서 선 위태로운 학생들을 보면서 필자는 영화 속 정약전의 말을 다시 떠올린다.“질문이 곧 공부야 이놈아. 외울 줄밖에 모르는 공부가 이 나라를 망쳤어.”그리고 공자의 말을 생각한다.“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하고,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니라.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학생들을 창의융합형 인재로 이끌 교육은 언제 가능할까!

2021-10-06

독일 정치를 벤치마킹할 수 없을까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우리나라에서는 독일 통일을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같은 분단국이었던 독일은 30년 전 통일을 이룩하여 유럽의 중심국가로 우뚝 서 있다. 라인강의 기적이 독일 통일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누구나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독일의 통일은 경제력뿐 아니라 독일의 다원주의 정치 전통과 시민들의 통합 열망이 합쳐진 결과이다. 우리도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제 성장이 북한 경제를 압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통일에 관한 국민적인 열망은 통합되지 않고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우리도 통일에 앞서 독일의 선진 정치를 배워야 할 시점이다.먼저 독일의 협치(協治) 전통을 배워야 한다. 다당제인 독일은 오늘날 연정을 통해 협치의 모델이 되고 있다. 메르켈이 이끄는 기민기사연합은 야당과 연정을 구성하여 정치적 안정과 번영을 이끌었다. 이번 하원선거에서도 사회당이 26%의 지지로 불안한 1당이 되었지만 기민당(24%) 등과 연립정권을 수립할 것이다. 우리의 정치는 말로는 협치를 외치지만 실질적으로는 분열과 대립의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협력과 양보를 굴종과 패배로 보는 우리의 나쁜 정치 관습이 초래한 비극이다. 우리 정치는 결국 승자 독식의 정치가 되고 있다. 우리도 독일식 관용과 타협의 정치를 하루 빨리 정착해야 할 것이다.독일연립정부의 바탕에는 정치적 다원주의 전통이 뿌리 내리고 있다. 서독 본의 독일 의사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의사당 입구 벽면에는 7색의 무지개가 선명히 그려져 있다. 독일의 다양한 정치이념을 상징한다고 했다. 독일은 극좌의 공산당에서부터 극우 히틀러정당에 이르기까지 그 정치적 스펙트럼이 넓다. 보수 기민당(CD)과 진보 사민당(SPD) 사이에는 녹색당과 자유당이 공존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보수와 진보를 자처하는 양당제가 극한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우리 정치를 성숙시키려면 ‘사이비’ 보수와 진보의 대결정치부터 탈피해야 한다.독일 정치에서 우리는 외교와 통일문제에 대한 초당적인 협력을 배워야 한다. 전범국가 독일은 히틀러 시대의 잘못을 여야가 철저히 반성하고, 유럽 통합의 초당적인 외교를 꾸준히 추진하였다. 분단 시절 기민당 아데나워의 경제적 기적을 사민당 브란트가 동방정책의 토대로 활용하였다. 결국 기민당의 콜은 독일 통일을 이룩하였고, 동독 출신 기민당 마르켈은 통독 후 독일 통합을 훌륭히 이끌었다. 그러함에도 이번 하원 선거에서는 사민당이 집권하게 되었다. 아직도 틈만 나면 종북과 색깔 논쟁을 일삼는 우리 후진 정치가 배워야할 사항이다.20여 년 전 아데나워 재단의 초청으로 정치교육과정을 수료하고 독일 여러 곳을 둘러본 적이 있다. 그들의 정치교육원(Politishe Buildung)은 우리로 치면 정치연수원 격이지만 독일식 토론 문화를 성숙시키는 도장임을 알게 되었다. 칸트와 헤겔을 가진 독일인들의 토론문화는 우리가 배워야 할 민주 정치의 토대이다. 우리의 태극기 부대와 촛불 혁명은 아직도 정치적 갈등의 수단이 되고 있을 뿐이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마저 갈등과 저주의 공간으로 전락한 우리의 정치 풍토에서 독일식 토론과 타협의 정치 문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2021-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