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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울 포스코’ 사태, 정부 입장 밝힐 차례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지난 11일 “지역균형발전을 역행하는 포스코의 서울 본사 설립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사실상의 본사인 지주사(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설립하기로 한 포스코그룹이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의 ‘서울포스코’ 반대입장 표명에 어떠한 대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현재 포항시민들은 50년간 애환을 같이해온 포스코가 일방적으로 그룹본사를 서울에 설립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배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본지는 지난 10일자 사설에서 포스코그룹 사태와 관련한 대선후보들의 입장표명을 촉구한 바 있다.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포스코는 경북 유일의 대기업 본사로, 경북의 자부심이자 균형발전의 상징이기도 하다. 포스코의 본사 서울 설립 결정은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의 도전정신, 민족의 기업으로써 역사적 사명에도 맞지 않는다”라며 “지방이 살아야 국가가 사는 균형발전 시대정신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했다.윤석열 후보도 지난달 27일 포스코그룹 지주사 서울설립 문제와 관련해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김정재·김병욱 국회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기관도 지방으로 가는 마당에 국민기업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서울에 설립하는 것은 지방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포스코 측은 “현재 서울에 있는 그룹 전략본부가 지주사로 분리되는 것뿐이며, 분할 전 포스코의 인력과 자산은 변함없이 포항에 유지되기 때문에 지역생산, 세금, 고용, 투자 등 모든 측면에서 변화되는 것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룹 브레인격인 미래기술연구원에 이어 지주사마저 서울에 자리 잡자 포항시민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10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포스코 지주사 전환이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고 지방소멸을 가속화한다’며 1인 규탄 시위를 벌였으며, 지난 11일에는 김정재 국회의원과 이 시장이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포항의 민심을 전했다. 이제 50여년간 포스코와 애환을 같이해온 포항시민들의 상실감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인 태도를 밝힐 차례다.

2022-02-13

오미크론 위기, 촘촘한 방역망으로 극복해야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걷잡을 수 없다. 주말인 어제도 하루 5만6천명을 넘어 또 기록경신했다. 하루 5만명대 발생이 연 나흘째다. 방역당국은 이달 말쯤에는 하루 13만∼17만명을, 일각에서는 하루 30만명도 전망한다. 하루 수천명씩 확진자가 늘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의 마음도 불안하고 착잡하다. 재택치료 대상자만 전국에 20만명을 넘었다니 정부의 의료체계가 얼마나 더 감당할지도 걱정이다.정부가 지난 10일부터 방역체계를 고위험군과 일반군으로 구분해 관리에 들어갔다. 60세 이상 고령자 등은 정부가 모니터링하는 대신 무증상·경증 환자는 동네병의원에서 진료받도록 했다. 증상이 가벼운 환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셀프 관리에 들어간 셈이다.오마크론 확진자가 급증하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신규 확진자의 70∼80%를 차지하는 경증 재택치료대상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의료체계를 먼저 갖추는 것이 옳은 순서다.고위험군이 아니면 이날부터 PCR(유전자 증폭) 검사도 받을 수 없게 되자 자체적인 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시중에는 자가진단키트가 수요를 감당 못해 값도 뛰고 품귀다. 정부가 온라인 판매금지 등 개입에 나섰지만 코로나 초기 있었던 마스크 사태와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또 재택환자가 증상 악화 등으로 상담센터 등에 연락을 하려 해도 전화연결이 잘 안돼 불만도 많다.정부의 준비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다. 이럼에도 정부는 위·중증환자가 안정되고 있다며 거리두기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미크론이 통제선 안에 들어온다면 거리두기 완화도 시행해야겠지만 무앗보다 엄격한 방역체계 구축이 먼저다. 섣부른 완화는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대구와 경북도 어제 하루 4천6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재택치료대상자도 하루 1천명 이상씩 느는 위급한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물론 지자체도 방역체계에 대한 치밀한 준비와 대응으로 무장해야 오미크론 위기도 잘 극복할 수 있다.

2022-02-13

팔공구(八公區)

얼마전 대구 동구의 자치구명을 팔공구로 하자는 동구의회 내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모았다.자치구 명칭변경 주장의 요지는 동서남북 방위개념의 현재 자치구 이름으로는 지역의 정체성이나 차별성을 담을 수 없고 도시브랜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다는 것이다.실제로 방위개념의 자치구 명칭은 전국마다 중복 사용되고 있고 지역에 따라서는 도시 확장으로 지리적 방위와 불일치하고 있는 곳이 많아 문제점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다.특히 주민 중심의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지역민의 자긍심과 통합의식을 불어넣기 위한 새로운 명칭의 필요성이 전국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이름을 바꾼 곳도 많다.경북에도 2010년 1월 포항시가 대보면을 일출명소 이름을 따 호미곶면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작년에는 문무대왕릉과 감은사터가 있는 경주시 양북면을 문무대왕면으로 바꾸었고, 이보다 앞서 군위 고로면은 일연스님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가 있다는 역사 사실을 근거로 삼국유사면으로 바꾸었다.또 상주시 사벌면이 사벌국면으로 청송군 부동면과 이전리는 주왕산국립공원의 명승을 알리기 위해 주왕산면과 주산리로 바꾸었다.대구 동구는 대구시민의 최대 휴식처이자 대구 상징성이 있는 팔공산을 끼는 자치구다. 팔공산은 동화사, 파계사, 부인사, 갓바위 등 많은 문화유산과 더불어 역사적 이야기를 안는 우리지역 대표 산이다.대구 동구가 팔공구로 명칭을 바꾸자는 논의는 시대적 흐름이나 도시 브랜딩 차원에서도 적절해 보인다. 주민 동의와 재정적 문제가 걸림돌이나 이는 자치구가 풀어갈 일이지 논의를 막을 사유는 되지 않는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2-13

전국에 ‘서울대 10개 만들기’ 제안 공감 간다

경북대를 비롯한 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가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거점대학을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하면서, 이를 대선후보들이 공약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국가거점국립대총장협의회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10개 국립대 총장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총장협의회는 “현재 거점국립대학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서울대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거점국립대를 연구중심대학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소한 국립대학법인 평균 수준으로 예산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국회에 계류 중인 국립대학법 제정을 청원한다”고 밝혔다.국립대 총장들의 회견 내용을 요약하면,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굳이 수도권으로 가지 않아도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을 각 정당 대선후보와 국회가 협력해 시행해 달라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제안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모든 자원의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지방 명문대학인 국립대를 비롯해 비수도권 대학 대부분이 고사위기에 있다. 총장협의회가 밝혔듯이, 비수도권에도 우수인재들이 잔류하도록 하려면 지방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한 혁신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인재육성은 비수도권의 일자리확보와 직결된다. 지난 2019년 SK하이닉스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한 구미시를 뿌리치고 경기도 용인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인재확보 때문이었다. 포항에 뿌리를 두고 성장한 포스코가 최근 미래기술연구원을 수도권에 두려고 하는 것도 역시 인재확보가 그 이유다.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국내외 우수한 스타급 연구원들이 지방으로 내려오지 않으려 한다”고 밝혔다.이와 같은 기업논리에 매몰돼 모든 인재가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가균형발전은 요원하다. 국립대총장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각 지방을 대표하는 국립대를 서울대 수준으로 지원해서 인재들이 비수도권에도 남도록 하는 것은 국가 최대현안이다. 그래야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도 대기업을 유치해 일자리를 마련하고, 성장기회를 가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2022-02-10

소탐대실의 중국

먼저 자리를 잡은 사람이 뒤에 들어오는 사람에 대해 가지는 특권의식을 텃세라 말한다. 특권의식이라 표현하지만 내용으로 보면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위세를 떨치고 사람을 괴롭히는 경우도 포함한다.텃세는 특정지역이나 직장, 단체 등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자주 일어나는 사람 간의 문제다. 과거 직장인 상대로 새로운 직장에서 기존직원의 텃세를 경험했느냐는 물음에 70%가 경험했다고 했다. 우리 사회에 만연돼 있다는 뜻이다.먼저 입양한 강아지가 뒤늦게 들어온 강아지를 시기해 못살게 군다는 사례도 있다. 사람에게만 텃세가 있는 게 아니라 동물도 텃세를 한다.텃세와 달리 홈그라운드 이점이라는 게 있다.“똥개도 제집 앞에서는 50점을 딴다”는 시쳇말이 이를 뜻한다. 유럽과 라틴아메리카 외 다른 지역에서는 8강이 한계라는 월드컵대회에서 우리나라는 4강 신화를 만들었다. 선수도 잘 싸웠지만 2002년 FIFA월드컵 경기에 등장한 붉은 악마의 응원 덕이 컸다. 가는 곳마다 넘쳐나는 붉은 악마의 함성과 물결은 다른 나라 선수를 주눅 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홈그라운드라는 게 이런 장점이 있다. 이는 합법적 어드밴티지다.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한 한국은 홈그라운드 이점을 활용해 역대 가장 좋은 성적인 4위를 목표로 삼았다. 비록 7위에 그쳤지만.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편파 판정시비로 세계인의 비난을 싸고 있다. “올림픽이냐 중국체전이지”라는 비아냥이 나올 정도다. 홈그라운드 이점을 활용하는 지혜는 내버려 두고 텃세만 부린 중국 탓이다.금메달 한두 개 더 따겠다고 국격 실추를 감수하는 중국의 태도야말로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2-10

단일화 셈법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야권 단일화 논의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단일화에 선을 긋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단일화 가능성을 내비치며 밀당에 나선 분위기다.단일화를 둘러싼 양측의 셈법은 어떤 것일까. 먼저 ‘단일화’ 화두를 띄운 윤 후보 측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앞서고 있는 이점을 살려 안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안 후보는 단일화와 거리를 두며 자신의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윤석열 후보의 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선명하다. 언제든 담판을 짓겠다는 태도다. 그가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끼리 서로 믿는다면 단 10분 만에도 되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의지를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달까지 “공개적으로 할 말 없다”며 선을 긋던 태도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안 후보도 예전에 비해 긍정적인 발언으로 응수하고 있다. 안 후보는 윤 후보의 발언과 관련, 윤 후보의 일방적인 생각이라고 일축했지만 ‘윤 후보의 연락이 오면 만날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 “그때 생각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과거 “단일화는 없다”는 입장에서 많이 진전된 입장으로 해석된다.어쨌든 20대 대선을 20여 일 앞둔 시점에서도 단일화 논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은 양측의 단일화 셈범이 다르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경우 다자대결을 전제로 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하고 있어 단일화가 매우 시급하다고 판단하지는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단일화 이슈를 선점하면서 야권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동시에 안철수 후보를 소수정당 후보로 부각시켜 지지율 하락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반면 안 후보는 단일화 논의에 자신이 적극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정치의 폐해를 비판하며 출마한 자신이 국민의힘과 단일화를 할 경우 출마명분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확실한 대선승리와 대선 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라도 국민의힘 윤 후보와 안 후보와의 단일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실제로 박관용 김형오 박희태 강창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 전직 의원 191명이 10일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를 향해 “후보 단일화는 승리의 길이고 통합의 길이다. 정권 교체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절체절명의 명령”이라며 “각자의 길을 멈추고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한다”고 단일화를 촉구하고 나섰다.윤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여유있게 이길 수 있는 필승카드로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안 후보로서도 10%에 채 미치지 않는 지지율로 대선끝까지 완주하는 것보다 야권 통합의 대의명분을 지키면서 담판을 통해 총리직이나 야권 공천지분 등을 확보한다면 새로운 정치판을 짜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항간에는 이미 야권 단일화 성사여부와 시기를 두고 내기가 벌어질 정도다. 단일화 셈법의 결론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무척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2022-02-10

은행점포 줄 폐쇄, 노인층만 골탕 먹어서야

인터넷·디지털 뱅킹 등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은행마다 수익이 떨어지는 동네점포를 잇달아 폐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디지털 문화에 익숙지 못한 노인층의 은행권 이용이 불편해지고 일부에서는 집단민원으로 이어지는 등 사회 문제화 되고 있다.금융권에 의하면 최근 5년 사이 국내 은행점포는 적어도 1천500개 이상 문을 닫은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문을 닫아 일부 지역에서는 은행점포를 이용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몇 정거장을 이동해야 하는 불편도 생겨나고 있다.1년 전쯤 일이지만 서울 노원구의 모 은행 점포는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만드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바람에 점포 폐쇄 계획을 은행에서 철회한 바도 있다.대구와 경북에서도 지난 4년간 4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인 대구은행 점포 71곳이 줄었다. 디지털 고객이 늘어나는 추세인데다 코로나 영향까지 겹쳐 앞으로 은행점포 폐쇄는 더 늘 것으로 짐작이 된다.은행의 입장에서 유지비가 많이 드는 점포의 수익성을 고려해야 하고 디지털 문화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이라 불가피하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은행의 공공성을 감안하면 수익성만 고려한 점포 폐쇄는 옳지가 않다.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한 대안 제시가 먼저 있어야 하며 점진적 변화로 소외계층의 확대를 최소화해야 한다.금융감독원이 작년 3월 점포폐쇄 영향평가서 의무화 등 고령층 등 소외계층을 막기 위한 조치에 나섰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은행권 내부에서도 인력감축이나 사회적 파급력 등을 고려, 금융점포를 줄이는 것이 반드시 옳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고 하니 점포 폐쇄에 대한 범금융권 차원의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은행은 정부가 허가한 업무의 독점성을 가진 공공기관이다. 한곳에서 손해가 나더라도 다른 데서 나온 이익으로 적극적 지원을 해야 한다. 디지털 문화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고령층만 골탕을 먹는 점포 폐쇄는 좀 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2022-02-10

동메달이 행복한 이유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제24회 동계올림픽이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됐다. 개막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판정 논란이 일고 있다. 남자 쇼트트랙 1천m 준결승전에 출전한 우리나라의 두 선수도 실격 처리됐다. 경기를 직접 관람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황당하고 어이없다”라는 견해를 밝혔다.국민들의 마음을 달래줄 결과가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천500m 경기에서 나왔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값진 첫 메달이다. 주인공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같은 종목의 동메달을 땄던 김민석 선수이다. 첫 메달의 영예를 안은 김민석 선수의 인터뷰가 궁금했다.“후회 없는 레이스를 했다. 다른 네덜란드 선수들이 저보다 잘 탔기 때문에 제 경기에 승복하고 결과에 만족한다.” 그런데 4년 전 올림픽에서 금메달, 동메달을 딴 선수가 이번에도 똑같다. 지난번 대회의 결과를 설욕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했을 텐데 23세 동메달리스트의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밝았다.서울대 최인철 교수는 ‘프레임’이라는 책에서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행복한 이유를 설명했다. 메달이 결정되는 순간 동메달리스트의 행복 점수는 10점 만점에 7.1점인 반면, 은메달리스트는 4.8점에 그쳤다. 이러한 차이는 ‘가상의 성취’ 때문에 발생한다. 은메달리스트는 금메달을, 동메달리스트는 노메달을 비교 기준으로 삼았기에 동메달리스트가 더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어떨까.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정보센터가 작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2018~2020년 평균 국가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5점을 기록했다. 전체 조사 대상 149개국 중 62위이고, OECD 38개국 중 35위에 해당한다.1974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의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는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도와 소득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2008년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의 베시 스티븐슨 교수와 저스틴 울퍼스 교수는 부유한 국가일수록 복지 인프라가 발달해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이 높아진다고 주장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을 방증하고 있는 듯해 씁쓸하다.3월 9일에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경기를 치르는 순간, 대선 주자들도 사활을 건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의 관심은 권력이라는 금메달을 쟁취하는 것이지만, 국민들은 동메달과 노메달도 모두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OECD 자살률 1위의 오명을 벗고 행복 선진국으로 이끌어줄 지도자를 간절히 찾고 있다.대선이 끝나고 얼마 후인 3월 20일은 ‘세계 행복의 날’이다. 새로운 지도자와 정부는 경제 성장과 복지 증진을 함께 이루어내며 대한민국의 행복지수를 높여줄 수 있을까. 또한 우리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반목, 불신과 불공정을 극복할 수 있을까. 메달의 색깔과 관계없이 행복한 세상을 염원하는 국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22-02-09

산속으로 올라간 타이어

김규인수필가 자갈길, 흙탕길, 아스팔트 가리지 않고 열심히 달렸다. 얼마나 달렸는지 내 몸은 닳았고 어느 날 새것으로 교체되었다. 정비소 한 곳에 던져진 채 여러 달을 보냈다. 밤이 이슥한 어느 날, 차에 실려서 밤길을 달렸다. 어디가 어딘지 구별할 수도 없는 곳에서 내렸다. 날이 밝아 사방을 둘러보니 산속이었다.상쾌한 공기를 마시니 살 것 같았다. 나이 든 사람들이 귀촌이라고 하더니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도시에서 오염된 공기만 마시다가 오니 낙원이 따로 없다. 터지도록 구르기만 하던 나에게 이런 휴식이 주어지다니. 기분이 좋아졌다. 오래 살고 볼 일이다.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었다. 앙증맞은 새싹은 얼마나 귀여운지. 뾰족이 땅을 헤집고 나오는 싹을 보면 신기하였다. 내 옆의 꽃을 찾아 나비가 날아들고 벌이 꿀을 따갔다. 자연의 잔치는 향기로웠다. 나를 내려 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었다.멧돼지가 냄새가 나서 다니지를 못하겠다고 나를 보고 야단을 쳤다. 멧돼지뿐만이 아니었다. 밑에서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엉덩이를 들었더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여 싹을 틔울 수 없다고 쑥이 말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옆의 친구도 나이 든 나무 위에 걸터앉았다고 젊은 녀석이 버르장머리가 없다고 혼이 났다.주위를 둘러보니, 기름때 묻은 친구들의 몰골과 사고로 살갗이 찢어진 친구는 속살을 부여잡았다. 흰색의 줄로 장식한 네 명의 친구는 같은 차에 달렸던 형제라며 가까이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런데 하나 같이 얼굴이 굳어졌다. 주위에서 여기는 올 자리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다. 우리는 자연의 생명과 공존할 수 없는 성분을 지녔다. 썩어서 거름이 되지도 화분이 되지도 못한다.“누가 여기에 쓰레기를 버렸어.”승객을 위해 달리고 짐을 싣고 달리고, 평생 사람을 위해 닳고 닳도록 일했는데, 갑자기 쓰레기라니 속이 터졌다. 도시의 길가에 버려져 파리떼가 득실거리는 쓰레기를 알고 그런 말을 하는지. 아무 말 없이 째려보며 얼굴을 찌푸리는 사람들을 대할 때면 바늘방석이 따로 없다. 버린 사람과 싸잡아서 범죄자로 취급한다. 폐타이어 신세가 되면 몸속에서 철을 뽑아내고 깨끗하게 씻고 잘게 부서지면 고무 분말이 되어 다시 원료로 사용된다. 고무 매트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운동장에 트랙 바닥으로 깔린다. 아스팔트 원료로 쓰이기도 하고 아니면 나를 태워 산업체에서 열에너지가 된다.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몸을 쓰레기라고 부르면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다. 이제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싶다.이제야 밤늦게 허겁지겁 나를 내린 사람의 행동이 이해되었다. 다른 사람 모르게 우리를 내리느라 불안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면서 내리고는 쏜살같이 가버렸다. 그동안 수고했다고 귀촌하는 사람처럼 산속에서 쉬라고 내려준 줄 알고 얼마나 고마워했는지,나를 사용한 이도 사람이고 이곳에 버린 이도 사람이다. 평생 사람을 위해 일했는데 산속에 버려지다니, 자원을 쓰다가 버리는 것이 인간의 속성이라지만, 인간은 알아야 한다. 문명의 이기물을 함부로 버리면 반드시 역습당한다는 사실을….

2022-02-09

을축(乙丑)

육십갑자의 두 번째 을축(乙丑), 하늘에는 을목(乙木)이라는 힘이 나타나는 시간이고, 땅에서는 소(축토·丑土)의 성질과 같은 기운일 때 하늘의 그 기운을 잘 소화하는 때다. ‘소 축(丑)’이 아직 간신히 동지(冬至)를 지닌 ‘을목(乙木)’을 만난 형태며, 을목(乙木)을 ‘겨울 들판의 풀 위에 소가 앉아있는 형상’이라고 한다. 겨울 들판에 소가 나가면 먹을 것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고삐에 묶여서 뼈 빠지게 일하는 것도 아니고 팔자 좋게 외양간에서 김이 펄펄나는 ‘여물’을 오무작거리며 먹기만 하면 된다.소 축(丑)은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내고 갖가지 고난과 고초가 많지만 끈기와 생명력을 지녀서 기죽지 않고 봄의 농사일을 위하여 부지런히 일해서 덕을 베풀며 근면 성실하고 집념이 강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삶을 특징으로 한다.소는 한번 삼킨 먹이를 다시 게워내어 씹는 특성을 가진 동물이다. 소의 입은 하루 종일 바쁘다. 낮에는 뜯은 풀을 씹느라 바쁘고, 밤에는 낮에 뜯어 먹었던 풀을 게워서 이를 다시 씹느라 바쁘다. 바로 되새김질을 하느라 바쁜 것이다. 그래서 축(丑) 소띠는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들 한다. 말을 많이 하게 되면 모든 화의 원인이 되며 분쟁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백호 윤휴(尹鑴·1617∼1680)의 ‘백호집(白湖集)’ 언설(言說)에 따르면, 말을 잘하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지금은 말하는 기술을 가르치려 애쓸 시기가 아니다.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하도록 하고, 천천히 말하게 하며,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일러주어야 할 때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말솜씨는 자연스럽게 체득된다. 외향적이라고 해서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며, 내성적이라 해서 말을 못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헛된 걱정을 버리자. 옛 사람이 말하기를, 말은 간단하게 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겼다. 말은 자신의 뜻을 펼치는 것인데 무엇 때문에 간단하게 하려는 것이겠는가? 말할 만한 것을 말해야 하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을 말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을 과시하는 말은 말하지 않아야 하고, 남을 헐뜯는 말을 말하지 않아야 하며, 사실이 아닌 말을 말하지 않아야 하고, 바르지 못한 말은 하지 않아야 한다. 말을 하는데 이 네 가지를 경계한다면 말을 적게 하려고 하지 않아도 저절로 적게 하게끔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옛사람이 말하기를 “군자의 말은 부득이한 경우에만 말한다”고 하였고, 또 “좋은 사람의 말은 적다고 하였는데 부득이한 경우에 말해서다”고 하였는데, 이것이 말을 적게 하게끔 되는 이유다.조선 숙종 6년(1680년) 서인이 남인으로부터 정권을 빼앗은 경신환국으로 말미암아 당대 최고의 유학자 윤휴(尹鑴)는 소주와 사약을 마시고 생을 마감했다. 그 배경에는 ‘천하의 이치란 한 사람이 모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반주자적’ 입장 때문에 주자를 절대적 가치로 여긴 서인들로부터 사문난적으로 몰렸고, 개중에서 주자학을 통해 신분 질서를 강화하고 양반 사대부의 특권을 굳히고자 했던 송시열의 사주와 모략이 크게 작용했다.생각이 다르면 안 쓰면 그만이지 죽일 필요까지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해본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인정할 때 진정한 대화를 이룰 수 있다.대화는 독백과 달리 상대가 있다. 대화의 윤리가 필요한 이유다. 이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켜야 할 윤리가 필요하다. 의사소통도 능력이다. 말 잘하는 재능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다. 위르겐 하바마스는 이상적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을 들고 있다. 첫째, 이해가능성이다. 서로가 상대 말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쉬울 것 같지만 이것조차도 쉽지 않다. 둘째, 진리성이다. 사실적으로 참인 말을 해야 한다. 너무 당연하다. 거짓으로 대화할 수는 없다. 셋째, 정확성이다. 자신의 주장의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실성이다. 태도의 문제이다. 얼마만큼 신뢰성을 보여줄 수 있는가이다. (김영필 ‘우리 시대의 철학적 문제들’에서 인용) 류대창명리연구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겉모습을 다듬어 치장하고 말솜씨를 단련하여 나라에 자기의 재능과 기술을 아주 크게 부풀려서 팔고 있다. 알고 보면 그러한 사람들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는 경우가 생각 밖으로 많다. 나라가 안정되고 큰일이 없을 때에는 설사 삼 년이 넘도록 그러한 사람이 그 자리에 있어도 크게 잘못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나라에 큰일이 일어나게 되는 경우에는 마치 속이 텅텅 비고 가죽이 이미 썩은 흙처럼 문드러진 채찍으로 말을 다스리는 것과 같다. 그렇게 되면 어찌 그 사람 혼자만 몸을 망치고 부끄러운 이름을 후세에 남기게 되는 일에 그칠 것인가. 나라에까지도 그 환란이 미쳐서 나라의 질서와 기초를 흔들어 놓게 되는 것이다.소의 되새김질을 돌아보며 ‘말잔치’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 남이 하는 말을 꼼꼼히 되새겨보는 지혜가 필요하지는 않을지? ‘소에게 하는 말은 새어나가지 않지만, 아내에게 한 말은 새어나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2022-02-09

‘서울 포스코’에 대한 대선후보들 입장은?

포항시가 8일 시청에서 포스코 지주사(포스코 홀딩스) 서울설립과 관련해 ‘지역 경제·사회단체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범시민 대책기구를 구성해 강경대응을 이어가기로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포항지역 정치권과 각계 주요기관장들은 회의를 마친 후 포스코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지주사본사 포항이전을 촉구했다. 범시민 대책기구는 △포스코 지주사 본사 포항이전 △미래기술연구원 포항설치 △지역상생대책 △철강부문 재투자·신사업에 대한 투자확대 등 4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서명운동과 국민청원을 전개하기로 했다. 포항시민들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포스코의 지주회사 전환에 따라 지배구조가 바뀌게 되면 기존 포스코 본사 기능이 서울로 이전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사결정 사령탑을 서울에 두고, 포항에는 생산공장만 남길 경우 철강사업보다 신규사업에 대한 우선투자로 포항지역 투자가 축소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이와 관련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분할 전 포스코의 대부분 인력과 자산이 ‘철강회사 포스코’로 이전되고 본사도 변함없이 포항에 유지되기 때문에 지역생산, 세금, 고용, 투자 등 모든 측면에서 변화되는 것이 없다. 지주사 전환 후에도 그룹의 중추적인 역할은 철강사업”이라고 설명했다.그렇지만, 본사를 지방에 둔 유일한 대기업인 포스코가 지주사를 서울에 설립하는 것에 대해 포항시민들의 상실감은 엄청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이 누차 밝혔듯이 포스코의 이러한 의사결정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처사다. 비수도권의 모든 자산이 수도권으로 집중돼 농어촌지역 시·군이 소멸위기를 겪는 것에 대해서는 대선후보들도 크게 우려하는 부분이다. 포항시민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세계 굴지의 대기업이 된 포스코가 지주회사 전환을 이용해 사실상의 본사를 서울로 옮기는 것은 문제가 많다.대선후보들은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포스코의 지주사 서울설립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지방소멸문제는 차기 정권이 최대 현안으로 다루어야 할 의제다.

2022-02-09

면세점 구매한도 폐지

코로나 팬데믹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국내 면세점 업계 지원을 위해 5천달러로 설정된 국내 면세점 구매한도가 이르면 3월부터 폐지된다. 정부는 9일 다음달 중 5천달러로 설정된 국내 면세점 구매 한도를 폐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개정 세법 시행규칙을 발표했다.개정 시행규칙은 향후 입법예고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다음달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면세점 구매 한도가 사라지는 것은 지난 1979년 제도 신설 이후 43년 만이다. 정부는 그동안 면세점 구매 한도를 1979년 500달러이었던 것을 1985년 1천달러, 1995년 2천달러, 2006년 3천달러, 2019년 5천달러로 늘려왔다.그랬던 것을 올해부터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면세업계를 지원하고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해 한도를 아예 없애기로 했다. 실제로 국내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2019년 24조8천586억원에서 2020년 15조5천42억원으로 37.63% 감소했다.면세점 구매 한도가 폐지되면 그동안 내국인 여행객들이 면세한도 문제로 구매하지 않았던 1천만원 이상 고가의 가방이나 시계 등을 살 수 있게 된다. 다만 면세 한도는 600달러로 유지돼 한도를 초과하는 구매액에 대해서는 20~55%의 관세를 물어야 한다.국내면세점 업계는 최근 명품 브랜드의 면세점 철수까지 겹쳐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이 시내 면세점 매장 철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샤넬이 부산과 제주 면세점에서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면세점 업계의 어려움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2-09

대구·경북 미래차기업 육성 거점 거듭나야

정부의 2030 미래차 산업발전 전략에 맞춰 대구시와 경북도도 미래차 기업 육성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정부의 미래차 산업 발전전략은 2030년까지 친환경차 국내 신차 비중과 세계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고 2027년에는 완전자율차 수준의 미래차를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최첨단 기술을 융합화해 만든 미래차 시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본격 대응책이다. 이에 맞춰 1천여 자동차 부품업체가 산재해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도 대구와 경북에 각각 200개 부품사를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각종 지원 사업에 나선다. 대구시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구조혁신지원센터를 통해 기업의 구조 전환을 돕고, 경북은 경북테크노파크를 거점으로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 플랫폼을 구축키로 했다. 시도는 이들 단체를 통해 기업진단과 RD 사업화, 기술과 자금, 인력양성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지원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지금 세계는 전기차 기반의 미래차 산업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그 중 자율차시장은 2035년까지 세계시장 규모가 약 1조달러에 이르고, 연평균 성장률도 40%정도로 전망한다. 지역의 자동차 부품업계로서는 미래차 전환이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는 것이다.대구경북의 주요 신성장 산업으로 손꼽히는 자동차 부품산업이 이런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것은 중차대한 과제다. 하기에 따라 지역의 산업구조와 성장동력을 크게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첨단산업을 기반으로 한 미래차 산업에 대한 도시별 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와 경북이 전국 최고의 미래차 선도도시로 일어서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힘을 모아 좋은 기업을 유치하고 유망한 기업을 잘 양성할 때 미래차 선도도시로서 길도 열린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각별한 각오가 필요하다. 전국 최고의 미래차 선도도시로서 우뚝서기 위한 도전장을 이제 지역의 지도자들은 과감하게 내밀어야 한다.

2022-02-09

잠자코 기다리는 일

야근을 하고 집에 돌아와 늦은 저녁밥을 만들 때엔, 몇 가지 조심해야 하는 게 있다. 우선 요리하기 전 바깥에서 있었던 일은 깡그리 잊어버려야 한다. 그리고 칼을 이용해 식재료를 다듬을 때엔 달팽이의 속도로 아주 느리게 썰어야 하고, 무언가 볶거나 구울 땐 반드시 약한 불로 해야 한다.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로 요리를 하면 반드시 다치기 마련이다. 빠르고 거칠게 칼질을 하면 손가락을 깊게 베어버리기 쉽고 잡생각에 빠져 들다간 눈 깜짝할 사이에 손을 데이고 만다.저녁 식사를 만드는 동시에 다음날 먹을 점심 도시락까지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요리 시간이 은근 긴데다 어느 때엔 고된 노동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고 대충 끼니를 때우다 보면 빈혈이 더 심해질 게 뻔하니, 무슨 수를 쓰던 건강한 밥을 만들어 먹기 위해 부던히 노력중이다. 물론 그만큼 두 손과 팔에 크고 작은 상처가 나날이 늘고 있지만.언제부터였을까. 학창시절 별명이 고구마일 정도로 답답할 만큼 행동도 느리고 만사태평하던 내가, 지금은 모든 상황에 쫓겨 ‘빨리 빨리’를 외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다음 열차를 타도 되지만 굳이 떠나려는 열차에 몸을 구겨 넣는다거나, 빠르게 오가는 환승 구역에서 천천히 걷는 사람을 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만다.씻는 것도 빨리, 먹는 것도 빨리, 업무조차 빠르게 끝내기 위해 점심시간마저 쪼개어 일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과다한 업무량과 무의미한 결과물뿐이라 현재는 나 몰라라 포기 상태에 이르렀다.대체 무엇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나는 자꾸 화가 나 있었다. 장소불문 누군가 말만 걸어도 빨개진 얼굴로 씩씩거리고 있어서, 내 꼴이 약간 우스워 보였을 지도 모른다.게다가 짧고 자극적인 미디어를 소비하는 일이 유일한 취미가 되는 동안 날카롭고도 생소한 문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을 너무 쉽게 잊어 버렸다. 이젠 문장을 읽어내는 일이 외로운 해독처럼 느껴지는데다, 읽고 쓰는 행위에 있어 떠오르는 의문이나 생각을 저 멀리 던져버리는 요령이 생겼다. 내 생활 패턴과 생각은 나날이 심플해지고 단순해지는데 어느 때엔 이게 좋다가도 어느 때엔 아득히 암울해진다.아주 가끔 글 쓰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 특히 또래의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이들을 마주하면 피해갈 수 없는 몇몇 질문들이 있는데, 그럴 때면 정말 아무 구멍이든 파고선 들어가고 싶다. 그 어떤 물음에도 명확히 대답할 수 없는데다가 이 모든 게 정말 알 수 없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아무리 조심히 요리한다 한들, 예기치 못하게 생겨버리는 몇몇 개의 물집이 있다. 모두 나의 조급함에서 생겨나버린 크고 작은 상처들. 약간의 힘만 주어도 뜨거운 물을 흘리며 터질 물집들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사라지기 마련이니 일단 그대로 둔다. 시간이 약이라는 간단명료한 막연함을 믿으며.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2018년 나는 원인모를 피부 알레르기를 얻었다. 단순한 자극이나 마찰이 생겼을 때 두드러기가 올라오는데, 요즘은 별 다른 이유 없이 작고 빨간 수포가 피부 위로 일어나고 있다.돌연 생긴 수포는 참을 수 없는 가려움을 유발하는데 이럴 때에 처방 받은 약을 먹기도 하고, 스테로이드 연고도 발라보고, 세라마이드가 함유된 차가운 로션을 듬뿍 발라 온 몸을 도배해보지만 사실 그리 큰 도움이 되진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건 기다림이다.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얄밉게 쏙 사라지고 마니까.지금 내 손에 맺혀 있는 물집들도 그렇다. 다른 일을 하다 문득 물집을 보면 이미 터져버리고선 반투명한 막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것이다. 웅크려 있던 뱀이 허물을 벗고 홀연 사라진 듯이.불청객 같은 상처가 사라지고 불그스름한 새 살이 돋아난다는 건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간단하게 일어나는 건지도 모른다. 그게 아무리 식상하고 단촐한 물집 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잠자코 기다려보기로 한다.

2022-02-08

세상의 모든 불빛

배달 대행 아르바이트를 한 지 벌써 5개월이 됐다. 일은 익숙하지만 날씨는 적응하기 힘들다. 종일 겨울비가 내린다. 우비도 챙겨 입어야 하고, 빗길 안전에도 유의해야 한다. 비 오는 날 신경 써야할 것은 또 있다. 고급 아파트 단지는 배달 오토바이의 지상 출입을 막는다. 이런 날 지하 주차장은 위험하다. 에폭시로 마감된 바닥면에 물기가 생기면 몹시 미끄럽기 때문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갑자기 중심을 잃고 넘어질 수 있다. 그러면 다치는 것도 문제지만 손님이 주문한 음식이 엉망이 된다. 특히 국물 음식은 더 조심해야 한다.절대 넘어져선 안 돼. 천천히, 두 발을 땅에 디디면서,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배울 때처럼, 엉금엉금 오토바이를 몬다. 땀인지 빗물인지 몇 방울의 물이 눈썹을 타고 뺨으로 흐른다. 차가운 겨울비와 우비 안의 열기가 섞이면서 하얀 김이 오른다. 107동 지하 현관 앞에 간신히 오토바이를 세운다. 40층에서부터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린다. 나도 40층에 가야 하는데, 아마 음식을 주문한 손님이 조금 전 귀가한 모양이다.신축 고급 아파트여선지 지하까지 엘리베이터가 금방 내려온다. 40층 버튼을 누른다. 문이 닫힌다. 40층은 처음이다. 이렇게 높은 아파트가 있는 줄 몰랐다. 아기가 자고 있으니 초인종을 누르지 말아달라는 요청에 조심스레 음식을 문 앞에다 내려놓는다. ‘배달완료’ 버튼을 누르고 돌아서는 등 뒤에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감사합니다” 마음 환해지는 한 마디. “맛있게 드세요” 속삭이듯 말하고 다시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지하 2층에 내려간 엘리베이터가 40층까지 올라오려면 한참 걸릴 것이다. 복도 끝에 창문 하나가 열려 있다. 창문 밖 야경을 바라본다. 이렇게 높은 곳에서 아름다운 야경을 볼 수 있다는 건 이 일의 기쁨 중 하나다. 40층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의 모든 불빛들이 물기를 머금어 보석처럼 빛난다. 상자에서 마구 쏟아진 사탕 같고, 엉킨 채로 콘센트 꽂은 크리스마스 전구 같고…. 글씨가 됐다가 얼굴이 됐다가 어느 한 시절 혹은 잃어버려 그리운 무엇이 되는 저 불빛들이 애틋하기만 하다.현재 우리나라 자가보유율은 61퍼센트다. 얼마 전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한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자가보유율을 80퍼센트까지 올리겠다고 말했다. 자가보유율이 80퍼센트가 되어도, 90퍼센트가 되어도, 아니 99퍼센트가 되어도 내 집은 없을 것만 같다. 10명 중에 6명이나 집을 갖고 있다는데, 왜 내 주변엔 집 없는 사람들뿐인가. 나도, 아버지도, 엄마도, 동생도 자기 집이 없다. 고철 주워 월세 보태던 할아버지는 12년 전 돌아가셨는데, 저세상에 ‘내 집’을 구하셨을까?화장한 분골더미 속에 철심 몇 개가 녹지도 않고 널브러진 걸 보며 ‘저세상에서도 방세 치를 걱정에 쇳덩어리를 지니고 가시려 했구나’ 안쓰러웠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수없이 많은 불빛들 중 내 것은 하나도 없구나. 나는 문득 내가 데이빗 보위의 노래 ‘Space Oddity’에 등장하는 우주비행사 ‘톰 소령’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톰 소령은 비행선이 고장 나 캄캄한 우주를 끝없이 표류한다. 지구는 점점 멀어져 희미한 한 점 불빛이 되고, 그는 지구와의 교신이 끊어지기 직전 아내에게 “사랑해”라고 전해줄 것을 부탁한다. 이제 톰 소령은 망망한 암흑을 영원히 떠도는 우주 먼지, 나도 “Can you hear me, Major Tom?”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저 무수한 불빛들 중 내가 돌아갈 별이 어디 있을까 찾아본다. 불빛들이 한꺼번에 뭉치면서 윤곽 없는 색채의 덩어리가 되고 만다.어느새 엘리베이터가 도착했다. 지하 2층으로 하강하는 엘리베이터 안은 중력 없는 우주공간의 깡통우주선 같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다음 배달 콜이 울린다. 짧은 공상, 그리고 긴 감상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갈 때다. 오토바이에 시동을 건다.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자 세상의 모든 불빛들이 내게로 한꺼번에 쏟아진다. 세상 어딘가에 환하게 빛나고 있을 내 불빛을 찾아서, 나도 쏟아지듯 달려가야지. 비에 젖은 채 뭉개지는 저 불빛들을 보면서 시구 하나를 외운다. “이제 불 켜진 집에 돌아가게 허락해주십시오. 고통이신, 그리고 사랑이신 적막한 황혼의 하나님이여”(장석주, ‘완전주의자의 꿈’)

2022-02-08

코로나 빈곤층 폭증, 사회 안전망 위협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최저 생활마저 어려운 빈곤층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경북도내서만 작년말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가 사상 가장 많은 14만명을 넘어섰다. 전년 대비 12.8%가 증가했다. 코로나 발생 이전 해인 2019년말 보다는 24%가 늘었다. 지역별로는 포항시가 2만8천여명으로 가장 많고 경산시, 구미시 등 도내 전역에서 빈곤층이 증가하는 추세다. 포항시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무려 30.6%가 증가했다.코로나 사태로 노동시장이 위축되고 경제난까지 겹쳐 실업률이 높아진 탓으로 분석된다. 알다시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퇴출이 늘면서 식당이나 소규모 사업장에서 일하던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었다.코로나 사태가 아직은 언제 끝날지 몰라 앞으로 실업으로 인한 빈곤층이 얼마나 더 늘지도 알 수 없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고 근로시간이 단축됐지만 취약한 구조의 임시직이나 비정규직은 되레 고용시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것 또한 빈곤층 양산의 원인으로 손꼽힌다.국회 자료에 의하면 문 정부 출범 이후 사회 빈곤층이 3년6개월 동안 무려 55만명이 늘었다고 한다. 경북도내 빈곤층 증가 추세로 볼 때 이후에도 전국적으로 빈곤층은 더 늘어난 것으로 짐작이 간다.빈곤층 증가는 양극화를 심화시켜 사회적 갈등의 요소가 된다. 코로나 장발장 같은 생계형 범죄도 늘고 극단적으로는 2014년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모녀와 같은 비극적 사건이 재발할 수도 있다. 기초생활수급 제도는 어려운 생계자의 최저 생활 보장과 자립을 돕기 위한 우리 사회의 최후 보루 안전망이다. 이런 기초수급 대상자가 늘면 소요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어 사회적 비용의 국가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근본적으로 정부가 앞장서 빈곤층 해소를 위한 일자리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 자치단체도 늘어나는 빈곤층의 실태를 파악해 적기에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야 사회적 안전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코로나 대응과 함께 빈곤층 증가에 대한 범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때다.

2022-02-08

일찍 ‘예산전쟁’ 준비하는 포항시 돋보인다

포항시가 지난 7일 ‘2023년 국가예산확보 보고회’를 갖고 내년도 국비확보에 전 공무원의 역량을 결집시키기로 했다. 포항시 예산은 민선 6기 이강덕 시장이 취임했던 지난 2014년 1조3천343억원 규모였지만 그 후 2018년 2조원을 넘어선 후, 3년 만인 지난해 3조원 시대를 열었다. 7년 만에 예산이 두 배 이상 증가한 놀라운 성과다. 일찌감치 국비확보를 준비하는 포항시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이러한 성과의 밑거름이 된 것이다. 이장식 부시장 주재로 열린 보고회에서는 주요 국비확보 대상사업에 대한 설명과 기관 간 협력방안, 정부부처 대응을 위한 논리개발 등이 집중 논의됐다. 포항시는 우선 부시장을 중심으로 한 TF를 구성해 신규 사업을 발굴하고, 중앙부처를 설득할 각 사업의 타당성과 당위성 등 대응논리를 개발해 중앙부처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쏟기로 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신규사업은 수소연료전지 발전클러스터 구축사업, 모빌리티 부품용 그래핀 첨단소재 상용화 실증지원 플랫폼 구축사업, 형산강 도시바람길숲 조성사업, 다목적 생활체육센터 건립 사업 등 27건이다.이와 함께 지난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사업 타당성 조사비용 20억원을 확보해 가까스로 사업의 연속성을 살린 ‘포항~영덕고속도로 (영일만횡단구간) 건설’ 사업도 계속 추진한다.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던 영일만횡단구간 건설 사업은 올해 나오는 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사업의 존폐여부가 결정된다. 포항의 물류허브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영일만대교 건설은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예산전쟁’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방자치단체의 국비확보 경쟁은 늘 치열하다. 지역경제를 성장시키고 다양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공무원이 일심동체가 돼 일년 내내 정부와 국회, 상급자치단체를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여야 한다. 특히 중앙부처의 정책방향을 사전에 파악해서 이와 연계한 신규사업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려면 공무원들이 경북도와 중앙부처를 내집 드나들 듯해야 하고, 사업에 대한 공부도 많이 해야 한다.

2022-02-08

중국의 적반하장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의 풍속화를 보면 당시 복식과 풍속을 나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려진 풍속화 하나로 당시 생활상을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흥미 있는 일이다.전통 복식이란 그 민족이 가진 오랜 정체성의 표현이다. 김홍도의 그림에서처럼 옷 하나로 그 민족이 가진 고유한 사상과 관습 등을 엿볼 수 있다. 비록 입는 옷이지만 민족정신이 깃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한국의 한복을 비롯 일본의 기모노, 베트남의 아오자이, 만주족의 치파오 등이 이런 종류의 옷으로 다른 나라에선 베낄 수 없는 독자적 민족문화의 하나다.복식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전통 한복의 유래를 고구려 고분벽화(4∼6세기)에 나타난 그림에서 찾는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저고리에 해당하는 긴 상의를 입고 바지 차림이다. 신라와 백제 유물에서도 동일한 유형의 유물이 나와 시기적으로 보면 우리 민족의 한복 역사는 1천600년 전으로 거슬러 간다.2022 중국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중국 소수민족 대표가 한복을 입고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 중국이 김치와 삼계탕에 이어 이번에는 한복까지 문화공정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국민적 비판이 크다. 중국의 문화 침탈이 이젠 도를 넘었다는 여론이다.한복은 영국의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한국의 전통의상으로 소개된다. 누가 뭐래도 우리 고유 의복임이 틀림없다. ‘대장금’ 등 우리나라 사극(史劇)이 외국에서 인기를 끈 배경에도 우리 고유 한복의 아름다움이 한 몫한 탓이다.중국의 역사 왜곡이 한두 번 아니지만 한복(韓服)을 중국의 한복(漢服)에서 유래했다는 그들의 주장이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중국의 문화공정에 대한 국민적 경계심 더 높여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2-08

기업의 존재이유, 미션과 비전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2022년 설날을 맞이하여 지인들로부터 “임인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이하여 뜻하시는 일들 두루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 계획한 모든 것을 이루시고 건승하시길 기원합니다.” 라는 문자와 서예가인 지인으로부터 붓글씨를 선물 받았다글은 ‘비도진세(備跳進世)’라는 단어로 “도약을 준비하여 세상에 힘차게 나아가다”라는 내용이다.안부 인사와 글을 선물 받고 필자는 ‘올해 내가 뜻하는 일이 무엇이었지’라고 다시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그냥 삶을 살아가는 것보다는 계획을 잘 수립하고, 실천하는 인생이 훨씬 알찬 인생이 될 것이며, 직장 생활을 함에 있어서도 그냥 주어진 일을 하는 것 보다는 지금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와 목적은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필자는 ‘세명의 석공 이야기’를 좋아한다. 1666년 성바오로성당 건축 현장에서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이 인부들에게 물어봤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건축가는 세명의 석공에게 물어본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라고 질문하자, 첫번째 석공은 주인이 시킨 돌을 깎고 있습니다. 두번째 석공은 돈을 벌기 위해 돌을 깎고 있습니다. 세번째 석공은 후대에 남길 위대한 성당을 짓고 있습니다. 라고 답을 한다. 똑 같은 일을 하는데 가치관은 달랐다는 것이다.기업에서 일을 하면서 아무 생각없이 일을 하는 사람과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의 결과(Out-Put)는 확연한 차이를 가져온다.우리는 세번째 석공의 대답에 주목해야 한다.지금하고 있는 일의 목적을 알고 그것을 추구함으로써 일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그로 인해 힘든 일임에도 즐겁게 일을 하였다는 것이다.훌륭한 기업에는 경영 미션과 비전이 존재한다.미션은 우리 기업 또는 조직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조직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미션은 개인의 철학, 불변의 가치,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으로 인생의 철학과 가치를 담는 것이다. 즉 미션을 통해 왜 존재하는지 아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비전은 우리 조직이 나아가고자 하는 미래 모습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으로, 조직의 목표를 나타낸다. 막연한 꿈이나 희망이 아닌 비전을 통하여 미래의 이상과 목표가 명확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즉 비전을 통해 무엇이 될지 아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삼성을 예를 들어 보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 가능한 미래에 도전하는 혁신적 기술, 제품, 그리고 디자인을 통해 미래 사회에 대한 영감 고취”라는 미션이며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잘 나타내고 있다. “미래 사회에 대한 영감, 새로운 미래 창조”라는 비전으로 간결하면서도 열망하는 바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다.필자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기업의 미션과 비전을 잘 수립하고 구성원 모두에게 알려서 같은 곳을 바라보게 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본다.

2022-02-07

봄빛 희망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봄이 선다는 입춘은 예고편으로 아직은 봄날이 한참 있어야 온다. 설 연휴가 끝나기 무섭게 코로나19 오미크론의 확진자가 하루가 다르게 폭증세를 보이고 있으니, 예상과 우려를 넘어 걷잡을 수 없는 역병의 딜레마에 속수무책으로 빨려드는 것 같다. 3년째 계속되는 지리멸렬한 바이러스의 변이에 몸서리만 쳐지는데, 계절과 세상의 봄날은 허공의 그물에 갇혀버린 듯 싸한 바람이 여전히 빈 가슴을 후비고 있다. 코로나에 빼앗긴 일상에도 과연 봄이 오기는 오는 걸까?그러나 얼음장 밑에서도 봄물은 흐르고 눈 덮인 산야에서도 복수초가 피어나듯이, 봄은 분명 더딘 걸음으로나마 조금씩 오고 있다. 차디찬 땅 속에서도 뿌리는 물긷기를 멈추지 않고 새움을 준비하는 여린 풀들은 단단해진 흙을 하나씩 밀어내고 있다. 비록 비닐하우스 작물이긴 하지만 미나리나 부추 등의 채소는 파릇하고 싱싱하게 싹을 키워 벌써부터 봄의 향과 입맛을 한껏 돋우고 있다. 무채색 겨울빛이라 하지만, 대지는 이처럼 알게 모르게 동면 속에서도 봄빛 생동과 희망을 품으며 만물을 다독이고 채비하고 있다.“솔숲 다한 곳에 물소리 새롭고(松林盡處水聲新) 한적한 개울녘엔 미나리 싹 돋아나네(閒溪濕地芹芽發)” - 강성위 한시 ‘次送元二使安西’ 중봄은 색깔과 향기로 온다. 파릇한 새싹이며 향기로운 꽃에서 새봄의 빛깔이 반짝거리면서 눈과 코를 자극할 때 비로소 봄날임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봄은 결코 쉽사리 호락호락하게 오지 않는다. 얼었던 강물이 풀리고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비가 내리면서 두어 차례 봄샘추위가 지나가야 미상불 봄처녀의 발길이 살포시 닿게 되는 것이다. 새 풀 옷을 입고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찾아오는 봄처녀를 맞이하기 위해 봄의 전령인 달래와 냉이가 서둘러 여린 싹을 내밀고 양지 바른 개울 가에는 미나리 싹이 돋아나는 것이리라. 얼음이 녹고 쌓인 눈도 녹아 개울에 보태기에 흐르는 시냇물 소리도 한결 새롭고 맑은 것이리라.이렇게 봄이 다가오면 자연은 저절로 풀리고 녹고 새롭게 돋아나며 더불어 흐르는데, 사람 사는 세상에는 결코 그렇지 못하는 일들이 너무나 숱하고 흔하기만 하다. 끝없는 질시와 반목, 불신과 배신이 팽배하고, 갈등과 대립의 긴장 속에 배타와 독선이 판을 치는 형세이니, 어느 날에야 얼음장 같은 냉랭함이 녹고 칼날 같은 빗장이 풀릴 수 있을런지 요원하기만 하다. 개인적인 해묵은 감정이나 견해차도 그렇지만,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즈음해 그러한 기류가 더욱 가세되고 증폭되는 듯해 안쓰러움을 넘어 안절부절하기만 하다.미증유의 블랙홀 같은 코로나19의 난마에 구멍 난 가슴인데, 난무하는 가담항설에 시달리는 민초들의 시선은 고뇌일까 고소(苦笑)일까?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역병이 봄눈 녹듯이 사라지고, 좀 더 편하고 나은 삶을 바라는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봄빛 가득한 희망의 새싹이 풋풋하게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2022-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