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히트를 친 후 에미상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휩쓸면서 한국 콘텐츠들이‘1인치 장벽’을 깨고 새로운 현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1인치 장벽’이란 2년전 영화‘기생충’을 연출한 봉준호 감독이 골든 글러브 수상소감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널리 퍼졌다. 자막의 크기를 말하는 것으로, 미국의 경우, 자막을 읽는 것이 부담스러워 해외 영화를 잘 보지 않는 데, 바로 그 자막의 장벽을 넘기만 하면 정말 좋은 영화가 많다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해 9월 공개된 지 엿새 만에 전 세계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46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최장 기록을 세웠다. 세계 곳곳에서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패러디하는 것은 물론, SNS에는 달고나 만들기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한국 놀이 영상도 잇따랐다.‘오징어 게임’신드롬은 결국 에미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빈부 격차와 경쟁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 전 세계인들이 공감한 셈이다.
황동혁 ‘오징어 게임’ 감독은 당시 신드롬에 대해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한탕주의 같은 것이 더 심해지는 세상에 파산한 사람들이 하는 그 게임이라는 게 지금 이 시대의 흐름이나 상황과 잘 맞아떨어져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국경을 뛰어넘는 OTT의 대중화도 한몫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단 한 번의 가입만으로 다른 나라의 드라마들까지 손쉽게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화 ‘기생충’ 등 한국 콘텐츠의 성공 이후 다른 나라 콘텐츠를 자주 접하며 자막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든 것도 ‘오징어 게임 성공’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오징어 게임’ 이후‘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등이 해외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어 한국 콘텐츠가 1인치의 장벽을 넘는 도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