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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출산율 0.75의 시대

등록일 2022-09-14 18:10 게재일 2022-09-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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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추석을 맞아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부모님 집을 방문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대형 쇼핑몰을 찾았다. 반려동물 출입이 자유로운 쇼핑몰에는 수많은 종류의 강아지와 각양각색의 반려견 유모차가 즐비했다. 물론 아이들도 적지 않게 보였지만, 반려견과 반려견 유모차의 수도 만만치 않았다. 대기업이 만든 복합 쇼핑몰에서 아이와 반려동물이 뒤엉킨 장면은 기괴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으로 동물을 인식하는 것이 보편화 된 시대이다. 도나 해러웨이는 ‘반려종 선언’에서 반려동물과 인간의 소통은 인간 중심주의를 극복한 새로운 인간, 즉 포스트 휴먼의 탄생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런 의미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간단하지 않다. 통계청은 지난 달 24일 2022년 2분기 합계출산율이 0.75라고 발표했다. 2018년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이 처음으로 1 아래로 떨어졌고, 이로 인한 위기감이 팽배했지만 이후에도 출산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기만 한 것이다. 지난 6월 출생아 수는 통계청이 월간 출생아수를 발표한 1981년 6월 이후 가장 최소인 1만8천830명이며, OECD 국가 평균 합계출산율이 약 1.6명인 것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이 얼마나 빠르게 아이를 낳지 않는 국가로 변화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출산율 저하 문제를 우리 모두 알고 있으며,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오랜 시간 투입했지만 반등의 여지없이 아이를 낳지 않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어떤 해결책이 있을까? ‘소비’의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내가 쇼핑몰에서 느낀 기괴함의 정체도 바로 이것이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유모차에 태워진 잔뜩 멋을 낸 반려견과 그 주인의 모습에서 아이를 위해서라면 빚을 내서라도 원하는 것을 해주는 부모를 떠올리는 것은 오독일까? 소비 자본주의 시대에 돈이 사랑을 대리한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있다. 하지만 정작 아이 혹은 반려동물과 어떻게 깊게 교감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돌봄에 수반되는 헌신이 사회적 관계의 재구성으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말이다.

최근 오픈 서베이가 발표한 ‘Z세대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한국의 Z세대 62.7%가 행복을 위해 소득과 재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한 반면, 미국의 Z세대는 인간관계와 우정을 꼽았다. 출산이 파산의 지름길이라는 Z세대의 인식을 단적으로 확인시켜준 결과이다. 개인이 체감하는 사회적 관계 혹은 가치를 재구성해야 합계 출산율의 반등을 이룰 수 있다.

그 시작은 국가와 사회가 아이를 부모와 함께 키운다는 의식을 젊은 세대가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함께 살아가는 대상이 꼭 구별 짓기를 통해서야 주체성을 드러내는 ‘사람’일 필요도 없다. 이질적인 대상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 문화가 형성될 때 출산율의 반등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돌봄은 이질적인 두 주체가 연결되는 과정이자 새로운 세상을 함께 가시화하는 시간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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