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오피니언

화천대유 vs 고발사주 의혹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이번 추석 명절 동안 국민들의 밥상머리에 오른 정치얘기의 화두는 단연 화천대유와 고발사주 의혹이었다.공교롭게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야당의 선두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나란히 의혹의 최전선에 놓였다. 아마 두 사람은 이번 의혹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여야 대선후보가 결정될 것이 분명해보인다.우선 민주당 경선이 막바지에 이르러 화천대유란 암초가 돌발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당초 이 지사가 과반수 득표로 결승없이 여당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민심이 대장동 개발의혹이 터지면서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쪽으로 표심이 많이 쏠리는 바람에 결승까지 가야만 승부를 판가름할 수 있게될 듯 싶다.국민의힘도 여당 선두주자인 이 지사에게 연일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다.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배현진 최고위원과 조수진 최고위원은 번갈아 “한가위 추석에 조롱 섞인 농담들이 참 많이 나돌았다”면서 “‘화천대유’하면, ‘천화동인하세요’로 화답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인 김부겸 국무총리도, 주요 대권 주자인 이낙연 후보도 ‘일반적이지 않은 케이스’, ‘비상식적인 케이스’라고 규정해 이번 화천대유 사건 의혹이 눈덩이처럼 연일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남의 집에 불이 났으니 부채질해 불을 크게 키우고 싶은 심사를 이해못할 바 아니다. 결국 이 지사는 TV토론회에서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면 후보직과 공직을 사퇴하고 그만두겠다”고 선언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특검과 국정조사를 거부한다면 이 지사에게 숨겨야 할 커다란 비리 의혹이 있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며 특검 수사와 국정감사를 촉구했다. “100% 수사에 동의한다”던 이 지사 측은 특검과 국감에는 반대하고 있어 과연 이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 지 지켜볼 일이다. 특히 주역의 궤에 따라 지었다는 ‘화천대유’, ‘천화동인’의 뜻이 하늘의 도움을 받아 뜻을 이룬다는 말이라니 왠지 대권을 겨냥한 작명이라는 심증이 드는 게 나만은 아닐 듯 싶다.야당인 국민의힘 경선은 아예 혼돈상태다.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이어 2위를 달리던 홍준표 의원이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이후 일부 여론조사 범야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석열 전 총장을 앞질렀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더구나 연령별 지지율 분석에서 20대 젊은층에서 홍준표 의원이 앞서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어 보수정당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가 경선 승부를 뒤집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있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미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의 대다수가 윤 전 캠프 쪽에 합류해 대세가 기울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상태에서 승부는 예측불허다.옛말에 ‘임금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현대판 임금님인 대통령 역시 하늘이 내린다고 할만큼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과연 하늘이 누구를 대통령으로 점지할 지 궁금하기 짝이 없는 요즘이다.

2021-09-23

도심재개발 이유로 역사문화자산 훼손은 안돼

대구시가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큰 역사문화자산을 보존하기 위해 체계적인 정책수립에 나섰다. 우선 중구 북성로와 향촌동 등 원도심 재개발사업지에 있는 역사문화자산을 파악한 후, 보존 가능성과 필요성이 있는 자산을 모아 종합적인 보존대책을 세운다는 구상이다. 대구시는 지난해 ‘무영당’(중구 서문로1가)과 ‘대지바’(구상 시인 활동 공간, 중구 향촌동)를 매입했고, 민족지사 ‘이일우 선생 고택’(중구 서성로1가)을 기부채납 받는 등 역사문화 자산 보존에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권오환 대구시 도시재창조국장은 “역사문화자산 보존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다른 도시보다 앞서 마련했지만 급증하는 민간개발 압력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다. 장기적인 정책을 통해 원도심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이미 역사문화자산 보존의 제도적 안전장치를 위해 지난 2월 주거환경정비에 대한 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의 핵심은 민간 재개발 허가과정에서 역사문화자산의 보존방안을 별도의 위원회에서 최종 검토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둔 것이다. 위원회는 공공보다는 일반시민이 주도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지역의 역사문화자산이 도심 재창조의 핵심 콘텐츠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일반시민주도의 위원회 운영이 바람직하다.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에 산재해 있는 소중한 역사문화자산이 재개발 바람으로 인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 도시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문화자원들의 가치와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그 쓰임새도 다양해지고 있다.대구는 특히 역사문화자산 보존에 대한 성공사례를 많이 가지고 있는 도시다. 대표적인 것이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중구 근대 골목길이다. 청라언덕과 계산동 이상화·서상돈 고택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근대 골목길 투어는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대구는 다른 도시와 달리 6·25 전쟁에도 피해가 적어 근대건축 유산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대구시가 이러한 역사문화 건축 자산의 가치와 잠재력을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키로 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2021-09-23

통합신공항, 거점공항으로서 완벽한 준비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계획이 정부의 최상위 법정계획인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년)에 반영됐다. 이번 정부 법정계획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거점공항의 위계를 갖추는 것과 동시에 권역별 관문공항 기능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향후 사업 추진에 큰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특히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비교해 공항의 위계가 떨어질까 우려했던 부분이 해소되고 그동안 장거리 국제노선 취항의 걸림돌이 됐던 단거리 국제노선 문구가 사라져 중·장거리 국제선 취항의 길도 활짝 열리게 됐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이 미래 항공교통에 대비해 충분한 규모로 건설돼야 한다는 지역의 뜻이 반영된 결과여서 매우 고무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북도도 정부의 이번 발표와 관련해 “통합신공항의 성공적 건설을 위한 또 하나의 난관을 통과했다”는 평가를 내렸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군위군의 대구편입 문제만 해도 새로운 걸림돌로 등장했다. 지역의 단체장과 정치인들의 지혜로운 판단과 협력이 필요하다. 가덕도 신공항과 같은 거점공항으로 위계를 받았다. 하지만 특별법을 갖고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과는 비교가 될 수 없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순조로운 추진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도 급선무다.권역별 관문공항이라 하지만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는 상호경쟁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대에 지역의 발전은 도시간 경쟁에서 시작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경쟁력이 바로 지역의 경쟁력으로 직결된다는 점 잊어선 안 된다.경북도는 연간 1천만명 이상 여객수용, 연간 26만t 이상 화물처리, 3천200m 이상 활주로 건설 등이 정부 계획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 노력을 해야 한다. 지자체뿐 아니라 지역의 정치인도 TK 통합신공항이 경쟁력 있는 공항으로 탄생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야 한다. 또 신공항과 연계되는 교통망 확충과 공항 신도시 개발 등 성장동력을 창출하는데도 정치력을 모아야 할 것이다. 통합신공항 건설의 완성도는 대구경북의 경쟁력 향상과 비례한다. 후손들이 머물고 신나게 살아갈 삶의 터전을 물려주는 일이라 생각하면 신공항 건설에 조금의 게으름도 있어서는 안 된다 할 것이다.

2021-09-23

고향 까마귀

까마귀는 앵무새와 함께 새 중에서도 최상위권의 지능을 가졌다. 훈련을 잘 받은 까마귀는 돌고래나 침팬지급 지능을 자랑한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앞날을 예언하는 신령스런 새로 인식돼 왔다. 동서양의 속담과 설화 속에서도 까마귀는 신령한 새에 잘 비유된다.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말은 자식이 자라서 부모를 잘 봉양할 때 이르는 말이다. 그런데 그 유래가 까마귀에서 나왔다. 까마귀는 새끼가 나면 60일 동안 먹이를 물어 키우는데 그 새끼 까마귀가 자라면 60일 동안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주며 은혜를 갚는다하여 유래한 말이다.고향 까마귀는 반가운 고향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교통이 불편했던 오랜 옛시절, 고향가기가 무척 어려웠던 때 타지에서 고향 사람을 만나면 고향 까마귀 보듯 반갑다는 뜻이다.고향 까마귀라는 표현 속에는 반가움과 그리움 그리고 정겨움이 모두 섞여 있다. 고향에 대한 향수를 진하게 느끼게 하는 용어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그리움과 추억이 있는 곳이다. 태어나 자라고 부모형제와의 온갖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고향은 공간이자 시간이며 마음이다. 어느 하나도 분리될 수 없는 복합적 생각이 얽혀 있는 곳이다. 그래서 사람마다 간직한 고향의 모습은 제각각이다.선거철이 되면 고향 까마귀를 찾는 정치인이 늘어난다. 고향을 등지고 타지에서 활동을 하다 고향 까마귀를 핑계로 고향 사람들 앞으로 찾아온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올 추석에도 고향을 찾은 정치 지망생의 모습을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다. 고향을 위해 뛰겠다는 그들의 모습에서 바야흐로 정치시즌이 왔음을 깨닫는다. 작금의 고향 민심은 어디로 가는 중일까 궁금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23

국민지원금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의 수령자 대상의 90%가 벌써 수령을 했다는 뉴스가 나온다. 아직 신청까지는 한 달 여가 남아있지만 빠른 수령 속도이다. 개인당 25만원씩 지급되는 국민지원금의 효과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도 그렇게 하니까 우리도 그렇게 한다라고 정당화 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타이밍이 묘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 표를 의식한 선심이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있다. 나랏돈을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명제에는 진정한 애국심과 국민사랑, 나라사랑이 바탕이 돼야 한다. 정당이나 자신들의 표를 의식하여 선심 공세를 피하기 보다는 나랏돈 사용의 당당한 자세가 필요하다. 세금을 효과적으로 쓰지 못하고 매표행위에 쓰이는 것은 옳지 못한데도 그러한 문제가 계속 되고 있다.현재 대학 등록금은 13년째 동결되어 있고, 재정의 학생 일인당 지출이 대학의 경우 OECD 평균 대비 하위권이라고 한다. 대학평가 때문에 대학을 방문해 강연을 하거나 자문을 해보면 모든 대학들이 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인공지능의 4차 산업혁명시대의 대학들이 세계와 경쟁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니컬한 교수와 대학들의 대학 등록금을 올리는 건 표를 깍아 먹는 일일 지도 모른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풀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예비 타당성 면제라는 소위 예타면제로 효과가 떨어지는 사업에 돈을 쓰는 것도 매표 행위이다. 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면서까지 예산을 반영했다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동네에 플래카드를 걸고 선전 홍보 하기에 바쁘다. 다음번에 또 찍어 달라는 매표 행위이다. 예타면제를 받은 프로젝트가 어떻게 되든 그건 그 다음 문제이다. 아이러니컬하게 그러한 프로젝트는 길게 오랫동안 끌어서 두고 두고 써먹으면 더 좋을 지도 모른다.최근 입원해 본 환자들은 의료시설 확충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은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를 겪은 가족들은 억울한 죽음에 한숨짓는다. 의료시설 확충은 당장은 매표 행위에 효과적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큰 효과가 있을 꺼라는 걸 왜 모르는 걸까? 의료진의 파업을 막아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음지에서 일하는 간호사 의료진들을 위한 지원확대와 의료시설의 확대는 나랏돈을 효과적으로 쓰는 중요한 한 개의 축일 것이다.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극단적 선택도 큰 문제로 떠올랐다. 소상공인들의 극단적 선택을 보면서 근거 없는 정치 방역과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방역지침은 하루빨리 합리적인 수준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국민들은 말한다. 사실상 진짜 어려운 사람을 돕지 않고 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라는 방식으로 매표 행위에만 골몰하는 정책을 야당은 비판했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나랏돈 세금은 국민들의 혈세이다. 이를 효과적으로 올바르게 쓴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매표행위를 위해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지원금! 그 목적은 순수해야 한다.

2021-09-23

조국수홍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지난해부터 ‘조국수호’란 말이 세간의 논란거리가 됐다. 나라가 침략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이 나도는지 의아한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조국’은 조국(祖國)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장관이 된 지 36일 만에 물러난 조국(曺國)이란 사람을 수호(?)하자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도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했기에 검찰청 앞에 수만 인파가 모여서 목이 터지게 ‘조국수호’를 외쳐댔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범법자로 몰린 조국이란 사람을 결사적으로 수호해야 할 이유는 바로 ‘검찰개혁’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검찰개혁이 그토록 절체절명의 사안이라면 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우선으로 착수할 일이지, 검찰이 지난 정권을 적폐로 몰아 수백 명을 단죄할 때는 박수를 치다가 그 칼끝이 현 정권 실세들을 향하자 화들짝 놀라 검찰개혁을 들고 나오는 건 너무나 속 보이는 짓이었다. 게다가 최고 학벌에다 최상위 지도층에 오른 부모가 자식들 출세를 위해서 스무 가지가 넘는 위법과 편법을 저질렀음에도 그렇게 목숨 걸고 수호해야 할 명분이 되는가? 조금이라도 상식적인 사고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해괴한 현상에 어찌 아연하지 않겠는가.그들의 죄과는 비단 법적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나라를 끌어갈 동량들을 길러내는 대학의 교수라는 것과 사회정의를 구현해야 할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 때문에 국가와 국민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적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명백한 죄과가 드러나 법원의 유죄판결이 났음에도 잘못을 시인하거나 반성하는 태도가 전혀 없는 데다 그에 동조하는 무리들마저 일말의 회의도 없이 오로지 조국수호를 외친다는 것은 상당수 민심들까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보여준다. 단순히 입시부정의 비리를 넘어 민심을 분열하고 어지럽히는 해악을 끼쳤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최근에는 ‘조국수홍’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얼마 전 제일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의 검찰총장시절 조국 일가의 수사가 지나쳤다고 몰아세운 데서 비롯된 말이다. 그는 ‘일가족 살육’이란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조국 일가의 비리를 수사하면서 정권의 온갖 핍박과 좌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검사의 길을 가고 있다”며 “그대는 진정 대한민국의 검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나는 해방 이후 이런 검사를 본 일이 없다”거나 “훗날 검사들의 표상이 되고 귀감이 될 것”이라고까지 했던 그가 태도를 돌변한 것이다. 조국수호 좌파들의 환심을 사서 역선택 지지로 대권후보경쟁에서 윤석열을 이겨보겠다는 속셈인 것을 비꼬는 말이 조국수홍이다. 정치판에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됨됨이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예사다. 삿된 편견을 버리면 그들이 하려는 것이 과연 나라와 국민을 위한 봉사인지 자신의 야욕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있을 터인데, 그걸 모르는 국민들이 많을수록 나라는 위태로워진다.

2021-09-23

추석 정취와 치매 혐오

장규열 한동대 교수 하필 올 추석날이 ‘세계알츠하이머의 날(World Alzheimer’s Day)’과 겹쳤다. 노인이 되어 기억력이 사라지고 인식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명, 치매(Dementia)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예방과 치료에 인류의 공동노력을 기울이자는 다짐을 담은 날이다. 전세계 노인인구 가운데 5천만 명이 넘게 앓고 있으며, 65세 이상 아홉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치매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으며, 지역의 보건소에는 검사와 대응을 위한 ‘치매안심센터’를 둔다. 치매야말로 인간 노후 삶의 질을 갉아먹는 치명적인 병이 아닌가. 생노병사의 노정 위에서 치매에 대해 완벽하게 안전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국회의원들은 가히 현수막으로 정치를 한다. 의정성과를 알리며 자랑하거나 명절인사도 길거리 현수막 문구로 건다. 추석이 다가오는 어느 날, 서울 어느 지역에 내걸린 현수막은 ‘축, 실버케어센터 계획, 전면 백지화 확정’이라 적었다. 그가 속한 정당도 ‘우리의 염원, 실버케어센터 백지화 달성!’이라 외치고 있었다. 눈을 의심하였다. 세상에 축하할 일과 염원 삼을 일이 따로 있지, 어르신을 돌보는 장소가 지역의 혐오시설이 되다니! 계획을 백지화시킨 일이 국회의원의 치적이 되고 정당의 자랑거리가 되다니!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을 가까이 모실 기회일 뿐 아니라, 어린 자녀들에게 공감과 배려를 가르칠 교육기회일 수도 있을 게 아닌가.아니 어쩌면, 센터를 더욱 적절한 곳에 세우기 위해 계획이 무산되었을 수도 있겠다. 보다 안전하고 비용대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일 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국회의원과 정당은 그런 사정을 설명하고 새로운 계획을 알리면 된다. 지역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니 ‘축하’하거나 계획무산이 ‘우리의 염원’이었다고 치하할 일을 없었을 게 아닌가. 지역에 혹 실제로 아파트 가격하락을 걱정하는 민원이 있었다면, 더욱 세심하게 공간의 필요와 지역의 상황을 폭넓게 살펴 최선의 대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았을까. 새털처럼 가벼운 혐오 정서에 편승하여 저런 현수막을 높이 거는 일은 없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세상이 거꾸로 흘러가도 국회의원 당신은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추석은 물론 가족의 시간이다. 가족 구성원 사이의 정을 확인하고 나누는 좋은 명절이 아닌가. 우리 가족 안에 나타날 수 있는 질병, 치매가 내게 닥칠 때에만 무서울 것인가. 사회가 함께 겪는 어려움으로 바라보고 공동체적 배려와 공감을 발휘할 수는 없을까. 혹 아직껏 그같은 공동체적 인식에 달하지 못하였다 해도 치매를 ‘혐오’로 바라보는 일은 지나친 게 아닐까. 누구나 나이가 들고 쇠약해 간다. 인생의 황혼길에 나의 존재가 누군가의 혐오의 대상이 된다면 그만큼 서글픈 일이 다시 있을까. 인생의 선배로 앞서 세월을 지내오신 어르신들을 보다 따뜻한 눈길로 섬겨야 하지 않을까. 추석의 아름다운 정취가 치매를 멀리하는 밉상스런 정서에 떠내려 가지 않기를 바란다. 어른들이 계셔서 당신이 있다.

2021-09-22

펫캉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500만명 시대를 맞아 ‘펫캉스’가 대중화하고 있다. ‘펫캉스’는 반려동물과 함께 동반 여행을 떠나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로, 코로나19로 소규모 여행이 주목받으면서 반려동물이 최고의 여행 메이트로 인식돼 펫캉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 동물 편의 시설 제공 등이 여행에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숙박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여 반려동물 동반이 가능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실제로 최근 숙박·액티비티 플랫폼 여기어때에 따르면, 지난달 반려동물이 함께 방문하는 숙소의 수요(거래액 기준)가 전년 동기 대비 118%가 폭증했다. 여기어때의 전체 거래의 10%를 차지하는 규모로, 여행객 10명 중 1명은 올여름 성수기 반려동물 동반 숙소를 이용한 것으로 분석된다.지난해 농림식품사업부 등이 집계한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38만으로, 인구로 환산하면 약 1천500만명, 국민 4분의 1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얘기다. 여기어때에 등록된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소는 8월 기준 980곳으로 반 년 사이에 9% 증가했다. 특히, 최근 특급 호텔과 리조트도 펫캉스 열풍에 동참해 펫캉스 열풍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반려동물 전용 운동장과 카페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을 갖춘 소노캄 고양은 반려동물과 함께 즐기고 휴식하며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주 Dog특한 하루’ 패키지 상품을 선보였다. 여기어때는 펫캉스를 준비하는 여행자들을 위해 ‘반려견이랑’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다. 호텔부터 펜션까지 반려동물 동반 가능 숙소를 추천하고, 액티비티와 맛집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펫캉스 열풍은 코로나19가 우리의 여가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방증하는 지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22

1차 접종 70% 돌파… 위드 코로나 준비를

추석 연휴를 앞둔 17일 국내 인구의 70%가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지난 2월 26일 백신 접종 시작 이후 203일 만이다. 1, 2차 합산 접종 완료자 비율도 42%다. 우수한 접종 인프라와 의료진의 노력, 국민의 높은 참여의식 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여전히 4차 대유행을 주도하고 있어 확산세 억제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추석 연휴 인구 대이동의 여파가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추석은 방역의 중대 고비라 볼 수 있다.정부는 10월말까지 2차 접종률도 70%까지 끌어올려 집단면역력을 형성하는 데 힘을 쏟겠다고 했다. 그리고 성인의 80%, 고령자의 90% 접종이 완료됐을 때를 일상과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알다시피 자영업자의 극단적 선택 등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제약이 파생한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 코로나와 일상을 함께하는 위드 코로나는 이젠 우리에게 불가피한 선택이다. 영국을 필두로 싱가포르,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가는 이미 위드 코로나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제한조치를 풀면서 코로나와 함께 일상을 시작했다. 해외 의료전문가들도 지금의 팬데믹 상황이 단시일내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6개월 내 종식은 불가능하며 전 인류의 90∼95% 이상 면역력이 생겨야 유행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위드 코로나는 말그대로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와 함께 우리의 일상을 단계적으로 회복해 가는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감내해야 할 위험한 요소는 여전히 많다.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3%가 위드 코로나 전환에 찬성했다. 정부도 국민의 80% 이상이 접종을 끝내는 11월에는 위드 코로나를 신중히 검토한다고 했다. 우리가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할 길이라면 완벽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미 선진국에서 겪은 위드 코로나의 문제점을 잘 살펴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충분한 백신 확보는 물론 접종률을 높이는데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위드 코로나 준비가 잘 됐느냐에 따라 국민의 일상회복 만족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2021-09-22

추석연휴 지났지만 대선판세의 불확실성 여전

지난 18일부터 5일간 이어진 추석연휴를 맞아 여야 대선 후보들은 민심 공략에 총력을 쏟았다. 여야 모두 최종 후보를 선택하지 못한 상태에서 추석을 맞아 이번 명절 민심이 향후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은 연휴 기간에 전국 권리당원의 30%(20만명) 정도가 포진해 있는 호남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지난 21일부터 권리당원 투표가 시작된 호남지역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최대승부처다. 투표결과는 25일 광주·전남 순회경선과 26일 전북 순회경선에서 대의원과 일반당원·국민 신청자의 현장투표 결과와 함께 공개된다. 이재명 후보가 승리하면 대세론이 굳혀지는 반면, 이낙연 후보가 이기면 역전의 발판이 마련된다.국민의힘 후보들은 연휴동안 취약층 민심잡기에 올인했다. 윤석열 후보는 MZ세대와 2030 유권자 공략에 집중했다. 윤 후보는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에 ‘석열이형TV’를 개설했으며, 이날 출연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의 시청률이 두자릿수를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자 힘을 얻고 있다. 윤 후보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개발 의혹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했다. 1차 TV토론회 당시의 ‘조국 편들기’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유승민 후보는 연휴 기간 대구와 구미 등을 방문했다.과거 대선에선 선거 6개월 전쯤이면 여야 후보가 거의 확정됐지만, 이번 대선에선 아직 여야 모두 최종후보를 예측하기 힘든 상태다. 추석 연휴 중 나온 두 건의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는 결과가 나와 판세 예측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여론조사가 민심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이긴 하지만, 조사 방식과 기관, 질문 등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실제 민심이 여론조사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국민이 많다.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욕구가 높으면서도 후보 간 지지도에서는 여야 간 각축전이 이어지는 특이한 상황이다. 아마 최종 대선일까지 차기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1-09-22

하물숭배(荷物崇拜)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1890년대 유럽이 남태평양 도서(島嶼)를 식민지로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원주민들에 하물숭배(荷物崇拜)라는 종교가 생겼다. 생전 처음 보는 화물선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을 내려 쓰는 것을 보고 화물선을 모든 것을 내려 주는 신으로 생각하여 하물숭배의 제의를 드렸다. 1999년 이를 취재하러 간 토론토스타의 기자가 “어찌하여 어리석게도 하물숭배를 하느냐?”고 묻자 그들 중에 한 사람이 “우리는 불과 60년을 숭배하고 있지만 그러는 당신들은 어찌하여 2천년 동안이나 하물숭배를 하느냐?”고 되물었다.베드로는 밤새 그물질을 했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다. 날이 새고 해가 중천에 떠 그물질을 그만둘 시간에 예수님이 오셔서 뜬금없이 다시 가서 그물을 던지라고 한다. 고기가 활동하지 않은 시간이라 허탕칠 것이 뻔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서 그물을 던졌더니 두 배 가득 고기를 잡았다. 역사학자 플루타르크가 쓴 책에 의하면 생선 한 수레 가격이 양 백마리와 맞먹는다고 했으니 놀랍게도 그때 잡은 고기의 값은 지금의 돈으로 3억 정도가 된다. 이를 본 사람들은 예수를 따르면 큰 돈을 벌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예수를 하물신으로 추앙했다. 이들은 나중에 예수에게 책망을 듣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나를 찾는 것은 표적을 본 까닭이 아니요 떡을 먹고 배부른 까닭이로다.” 표적이란 무엇을 깨우치게 하기 위하여 보여주는 사인(sign)이다. 그들은 그 사건을 깨우침을 위한 표적으로 보지 않고 예수를 하물신으로 여겨 따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베드로는 이런 경험을 한 후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하면서 예수를 떠나겠다고 한다. 예수를 섬기면 엄청난 하물이 따르는데 떠나겠다는 것은 더이상 예수를 하물신으로는 섬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런 베드로에게 예수가 말한다. “이제 너는 고기 잡는 어부가 아니라 사람을 구하는 어부가 되리라.” 더 이상 떡을 먹고 배를 채우기 위한 하물신 숭배자가 아니라 사람을 구원하는 제자가 되라는 것이다.도강불고선(渡江不顧船·강을 건너면 배를 버리고), 득어경망전(得魚更忘筌·고기를 잡은 후엔 그물을 버리라)이라 했다. 베드로는 하물숭배의 배와 그물을 버리고 사람을 구원하는 어부로서의 새로운 길을 갔다. 기독교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오늘의 기독교가 하물숭배의 번영과 축복의 신앙에 빠져있다고 한다. 어디 기독교뿐이랴. 우리 모두가 떡을 먹고 배를 채우기 위한 하물숭배에 빠져있는 것이 아닐까? “주여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2021-09-22

20대 대선의 달라진 풍경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내년 대선 6개월 전의 풍경은 과거 대선과는 다른 모습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후보들이 대거 난립하여 출마한 점이다. 여당은 후보 8명이 출마를 선언했다가 5명으로 압축되어 있다. 2명은 컷오프, 1명은 자진 사퇴한 결과이다. 야당 역시 12명의 후보 중 3명이 컷오프, 1명이 사퇴하여 8명이 남아 있다. 여기에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 외 3명이 당내 경선중이며 무소속의 김동연이 정치 교체를 외치며 출마를 선언하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단골 후보 허경영을 포함하면 30명이상이 대선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이번 대선전의 다른 특징은 관료들의 대선 출마이다.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감사원장 최재형, 전 부총리 김동연이 출마를 선언하였다. 특히 정치 경력이 전무한 윤석열 전 총장이 유력 야당후보로 부상한 점은 과거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정치 경륜과 서열을 중시하는 이 나라 정치 풍토에서는 파격적인 변모이다. 과거 이회창 총리, 고건 총리와 반기문 총장 역시 대권 도전에는 실패 했다. 윤 전 총장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이번 대선에서는 후보 간의 당내 예비 경선이 어느 때 보다 치열하다. 과거에도 당내 후보 간의 갈등과 대립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흑색선전과 네거티브가 난무한 적은 없었다. 여권의 선두 이재명과 이낙연 후보 간의 대립은 연일 인신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야당 역시 윤석열과 홍준표 후보 간에는 상대를 향한 흠집 내기 네거티브가 전개되고 있다. 이들 간의 치열한 갈등이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측면도 있지만 대선 판의 혼란을 초래하고 정치 전반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 모두가 후보의 검증과정이라고 하고 있지만 그 도가 지나치고 있다.이번 선거의 또 다른 특색은 여론조사의 등락의 폭이 너무 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낙연 후보는 총리시절부터 타 후보의 추종을 불허하는 50% 이상의 지지를 얻고 있었다. 그러나 연 초 ‘전직 대통령 사면’ 발언 후 그의 인기는 급락하여 현재 이재명 후보에 20%정도 밀리고 있다. 윤석열 후보 역시 총장 재직 시부터 50%대의 지지율을 보이다 홍준표 후보에게 추월당하는 추세이다. 이러한 여론의 등락은 이번 대선의 결과를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과거 6개월 전의 판세가 이번 선거에는 작동하기 어려운 정황이다.이번 대선전의 경선과정의 과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그러나 대선 전야의 이러한 경향과 추세가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그 하나는 정치신인의 대선 출마로 과거와 달리 대선후보의 두터운 정치 장벽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당내에서부터 치열한 후보 검증과 공방이 당내 민주주의의 소생 가능성을 보여준 점이다. 이제 우리는 해방 후 20번째의 대통령을 뽑게 된 시점이다. 이번 선거가 지역 연고주의 정치, 좌우 정치 이념의 장벽이 무너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최소한 우리의 정치가 허구적 이념이 아닌 실용의 정치로 변할 때 이 나라 정치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때문이다.

2021-09-22

감사 교육부터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하루에 열 번은 행복해요. 눈을 뜨면서부터 행복해요. 모든 게 감사해요.” 모 방송에서 나온 말이다. 이 말을 한 출연자의 얼굴에는 어둠이나 슬픔, 걱정 따위의 표정은 없었다. 얼굴에는 늘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웃음에서 억지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웃음은 얼굴에만 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비를 맞고 일을 하는 그의 몸 어느 곳 하나 웃음이 피지 아니한 곳이 없었다. 심지어 그의 몸을 타고 흐르는 비도 웃고 있었다. 당연히 그가 웃음으로 가꾸는 작물도 모두 웃고 있었다.행복은 마음을 비우는 순간에 저절로 온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임으로 답을 했다. 그런 그에게 진행자가 앞으로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필자는 마음을 비운 사람은 과연 어떤 목표가 있을지 궁금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참 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자신이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그분들께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하며 살고 싶다고 하였다.필자는 그의 말에서 삶의 의미를 알았다. 삶이란 은혜(恩惠)와 보답(報答)의 연속이라는 것도 확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문득 생각했다, 우리가 사는 일 중에 은혜 아닌 것이 무엇이 있을지를! 은혜 앞에 오는 말들을 떠올렸다. 부모님의 은혜. 자연의 은혜, 친구의 은혜, 절대자의 은혜 등! 분명 세상 모든 일은 은혜 안에 있었다.은혜를 생각하다 은혜와 가장 이웃한 말을 찾았다. 그것은 감사(感謝)다. 감사함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감사함을 아는 사람은 마음의 문이 열린 사람이오, 그 반대인 사람은 마음의 문이 닫힌 사람이다. 마음이 닫힌 사람에게 은혜와 보답이 있을 리 없다. 감사함을 아는 사람은 은혜를 알고, 은혜를 아는 사람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는 보답의 삶을 산다. 이것이 우리가 숱한 힘듦을 이겨내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방정식이다.그런데 이것이 무너졌다. 사회 많은 곳에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가장 기본적인 연결 고리인 감사함이 사라졌다. 그나마 남아 있던 감사함조차 형식적으로 변질하고 있다.감사함은 저절로 마음에서 우러나기도 하지만, 학생들에게 있어 감사함은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의 대상이다. 지독한 입시 덫에 갇히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교육의 최고 목표는 학습자가 감사함을 내면화하고, 삶 속에서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었다. 이런 교육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학교와 가정과 사회는 합심하였다. 그리고 서로가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학교도, 사회도, 가정도, 종교도, 심지어 사랑도 모두가 맹목적으로 변질하고 있다. 맹목적인 학교, 맹목적인 사회, 맹목적인 가정 등 학생들이 감사함의 의미와 자세를 배울 곳이 사라지고 있다. 그러니 학생들도 맹목적으로 변하고 있다. 맹목적인 삶에 참 행복은 없다. 학생이 행복해야 가정도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도 행복하다. 이를 위해 어른들의 맹목적인 생각을 내려놓고 학교와 가정에서 학생들에게 감사와 은혜의 참 의미를 가르치면 어떨까! 그리고 그것을 생활 속에서 함께 실천하면….!

2021-09-22

쉿! 자나 깨나 말조심

백후자수필가 이팝과 아카시아가 다투어 속살을 드러낼 무렵, 봄바람이 차일구름을 밀어낸다. 하늘이 말개지자 봄빛이 더욱 화사하다. 이팝나무, 아카시아에도 햇살이 들어 뽀얀 쌀알 같은 꽃잎이 톡톡 향기를 내뿜는다. 꿀벌들이 꽃잎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엉덩이를 한껏 추켜둔다. 저 봄날의 밀어(密語)가 달콤하다.예천 지보면 대죽리로 간다. 언총(言塚) 즉 말무덤을 만나기 위해서다. 시골길을 한참 따라갔지만 안내판이 없다. 돌고 돌아 마을 입구에 닿았을 쯤, 저만치 조그마한 표지석이 보인다. 표지석 옆으로 갈라진 작은 들길로 가란다. 들길을 따라가다가 솔숲이 우거진 곳으로 방향을 튼다. 길이 승용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다. 길옆으로 말(言)과 관련된 격언·속담이 새겨진 돌비석이 띄엄띄엄 줄지어 있다. 그것을 읽어가며 올라가니 평평한 등성이다.등성이 아래로 논밭이 펼쳐져 있고 마을이 길게 자리 잡았다. 마을을 등지고 돌아서니 말무덤이 보였다. 길을 건너 대여섯 칸쯤 되는 계단으로 올라섰다. 말무덤이라 표시된 둥그런 무덤 위에 풀이 자욱하게 덮였다. 이곳에 죽음의 형체도 없는 말(言)을 묻었다니, 말부터 기이했다.말무덤을 가운데 두고 노란 민들레가 지천이다. 민들레 꽃무리를 무심히 바라보다 그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방시레 웃는 민들레에게 말을 걸었다.“너는 아니, 이 무덤이 생긴 이유를?”“알지. 내가 이래봬도 이곳 토박이거든.”“한 번 들어볼까?”“사오백 년 전이었어, 이 마을에 각성바지들이 모여 살았거든. 그런데 사소한 말 한마디가 불씨처럼 틔더니 문중 간에 싸움이 일어난 거야. 그 싸움은 쉬이 끝나지 않았어. 그들은 얼굴만 마주치면 불을 뿜는 거야.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었어.”“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각 문중 대표들이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모였어. 그런데 대표들도 자기 말만 옳다고 우기며 다른 사람들 말은 들으려 하지도 않았어. 갈수록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엔 또 싸움으로 이어졌지.”“그럼 다른 문중과는 왕래를 안 하고 살면 되지 않았을까?”“한 마을에 살면서 그럴 수 없잖아. 골목만 나서면 마주치게 되는 걸. 또 이웃 이야기는 가만히 앉아있어도 다 들리잖아. 안 좋은 소문은 더 빠르게 퍼지고 말이야.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돌아다니니까 사람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는 거야. 툭 건들기만 하면 펑 터져버렸지.”“다들 엄청 예민했나 보네.”“어느 매미소리 요란한 오후였어. 마을 가운데 정자에서 또다시 해결책을 논의하려 문중 대표들이 모였거든. 옥신각신 또 시끄러웠어. 그때 마침 지나가던 나그네가 왜들 그러느냐고 물었어. 자초지종을 다 들은 나그네가 처방을 내려줬어.”“어떻게?”“각 문중에서 뚜껑 있는 항아리 하나씩을 준비하시오. 그리고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항아리에 다 쏟아 담으시오. 그런 후 뚜껑을 꼭꼭 닫아서 무덤을 판 후 함께 묻으시오. 그러면 이 마을이 조용해질 것이오. 그러고 사라졌대.”“그렇게 해서 묻은 것이 말무덤이구나.”“그렇지. 참 희한하게도 말무덤을 만든 이후론 마을이 조용해지면서 평화를 되찾았다는 거야.”말무덤을 둘러본다. 저 안에 말이 묻혀 있다. 수백 년 전 그들이 뱉어낸 말들이다. 어쩌면 화근이 되어 마을을 혼란에 빠뜨렸을 말들이 항아리 안에 갇힌 채 잠들어 있다. 문득, 말들이 깨어나면 어쩌나 끔찍한 생각이 스친다. 내 모습을 본 듯 무덤 위의 민들레가 히죽 웃는다.말무덤에서 내려오는 길, 돌비석에 새겨진 ‘귀는 크게 열고 입은 작게 열어라.’는 말에 눈길이 간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험담하던 지난날의 한 순간이 머리에 스친다. 귓불이 훅 달아오른다.쉿! 자나 깨나 말조심.

2021-09-22

고생대로 가는 길

“아빠, 오늘도 무사히!”갱도 입구에 안전을 기원하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갱도로 한참 들어가면 탄맥을 따라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 갈래마다 더는 들어갈 수 없이 막힌 곳이 있는데, 바로 막장이었다. 광부들은 삽과 곡괭이로 석탄을 캐며 더 깊이 길을 냈다.덕대 - 남의 광산에서 계약을 맺고 채굴권을 얻어 광물을 캐는 사람.간드레 - 광산의 갱 안에서 불을 켜서 들고 다니는 카바이드를 연료로 하는 등.선산부 - 막장에서 석탄을 캐는 광부.후산부 - 석탄을 갱 밖으로 운반하는 광부.동바리 - 갱도를 떠받치는 통나무.쫄딱구덩이 - ‘작은 구멍’이란 뜻으로 영세탄광 또는 하청탄광을 일컫는 은어. ‘쫄딱’은 규모가 작고 망하기 쉽다는 의미.개청부 - 하청탄광 광부들을 비하해 부르는 표현.스데바 - 난장 잡부.햇돼지 - 신입 광부.열갱이 - 일에 능하지 못하고 둔한 광부.선탄장 - 석탄 더미에서 돌을 골라내는 작업장.“검은 황금을 찾아 팔도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던 시대, 탄광촌에는 들도 길도 온통 까맸다. 송사리, 버들치가 유유히 노니는 강은 그림책에나 나오는 풍경이며, 금모래가 반짝이는 강은 동요로나 부르는 노래였다. 개울도 까맣게 흘러 아이들이 풍경화를 그릴 때면 검정 크레파스도 초록만큼 닳았다. 산하를 뒤덮은 석탄이 해맑은 동심까지 까맣게 물들였던 것이다.”- 김이랑 수필 ‘검은 강’ 중석탄이 있는 곳은 고생대 지층이다. 광부들은 하루에 한 번 고생대와 현생대를 오갔다. 고생대 지층 막장에서 갱 바깥 현생대로 나오면 광부들은 먼저 담배에 불을 붙였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연기 한 모금 길게 뿜어낼 때, 살아서 나왔다고 안도했다. 그래서 광산촌 사람에게는 하지 말아야 할 금기도 많았다.- 출근할 때 다녀오겠다고 인사하지 않는다.- 출근하려고 집을 떠날 때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꿈자리가 사나우면 출근하지 않는다.- 탄광일 나가기 전 까지는 꿈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여자가 그릇을 깨면 출근하지 않는다.- 출근할 때 머리 위로 까마귀가 지나가면 재수가 없다.- 부부싸움 후 갱내에 들어가지 않는다.- 아침을 먹을 때 밥그릇이 엎어지면 출근하지 않는다.- 광부가 출근할 때 여자가 앞길을 가로지르지 않는다.출근할 때 인사하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고 믿었다. 집을 나선 뒤에는 뒤를 돌아보지 않으며 두려움을 이겨냈다. 흉몽을 꾼 날이면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일당을 주었는데, 이를 ‘마른공수’라고 했다. 나쁜 꿈자리도 공식 결근 사유로 인정했다.금기를 잘 지켜도 사고는 자주 터졌다. 갱내 곳곳에 목숨을 위협하는 요소가 도사리고 있어 언제 어디서 누가 다치고 목숨을 잃을지 몰랐다. 발파하거나 갱도가 붕괴되거나 지하수가 터지거나 유독가스가 폭발해 많은 광부가 갱내에 갇혔다. 바깥 동료들은 며칠 밤을 새면서 구조작업을 했고 동료의 시신을 수습했다. 그럴 때면 온 동네가 한꺼번에 초상을 치렀다.갱내가 정비되면 다시 채굴에 들어갔는데, 광부들은 갱내에 죽은 동료의 영혼이 떠돈다는 것을 느꼈다. 발파할 때, “○○야, ○○야, ○○야, 나가자, 발파다, 나가자”며 망자의 이름을 세 번 부른 뒤 다이너마이트를 터트렸다. 이는 자신이 죽은지 모르고 갱내를 떠도는 영혼을 갱 밖으로 인도하는 진혼의식이었다.순직한 광부의 아내는 보상금을 받아 고향으로 돌아갔다. 딱히 갈 곳이 없는 여성은 그대로 남았는데, 어린 새끼들 데리고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해서 탄광에서 특별히 배려했다. 갱에서 올라온 석탄 더미에서 석탄과 잡석을 가려내는 일을 주었다. 이러한 여성 광부를 ‘선탄부(選炭婦)’라고 불렀다.개발독재 시절, 국가는 광부들을 국가의 동력을 캐는 ‘산업전사’라며 한껏 치켜올렸다. 하지만 그 말로는 좋지 않았다. 늙은 광부에게 남는 것은 폐 속에 탄광 한 구덩이었다. 숱한 광부가 진폐로 가쁜 숨을 쉬다가 삶을 마감했고, 석탄밥을 먹고 자란 아들딸이 검은 기억을 잊지 못하고 지금 우리 사회에 살고 있다.그 자리는 이제 흔적만 남았다, 갱도가 시커먼 입을 벌리고 있던 자리에 지금은 카지노와 위락시설이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카지노가 문을 열면 일확천금 눈먼 돈을 캐려는 광부들이 줄지어 들어간다. 또 다른 막장이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9-22

대의(大義)

대의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 도리나 양심, 교양 등을 뜻한다. 집단으로 말하면 그 집단이 추구하는 최고선의 공동 목표다. 그래서 목표의 정당성을 내세울 때 대의명분(大義名分)이란 말을 잘 쓴다.삼국지에 나오는 읍참마속(泣斬馬謖)은 권력의 공정성과 엄격한 법 집행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포기할 때 쓰는 사자성어다. 제갈량이 공정한 법집행을 위해 자신의 친구 동생의 목을 직접 베면서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다.공자는 논어에서 “군자는 대의에 밝고 소인은 잇속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고 했다. 군자는 어떤 일을 결정할 때 그것이 의리에 맞는 것인지 또 정의로운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의멸친(大義滅親)이란 말도 있는데, 이는 대의를 지키기 위해서는 부모나 친척도 돌보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부터 대의는 이처럼 인간이 지켜야 할 기본적 도리나 질서로 존중돼 왔다.그러나 현실적으로 대의를 지키며 살기란 쉽지가 않다. 온갖 유혹이 난무하는 복잡한 세상살이에 한번씩 공공의 질서를 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보통 시민의 삶이다.그럼에도 적어도 정치인이라면 대의를 지키는 정도의 양식은 있어야 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책임정치를 실천하는 기본적 자세이기 때문이다.국민의힘 정홍원 선거관리위원장이 위원장직을 맡을 때부터 줄곧 주장하는 당부의 말이 하나 있다. 선거에 출마하는 대선주자들이 “대의를 위해 뭉쳐 달라”는 말이다. 15일 컷오프 결과를 발표하면서도 그는 또 “대의를 위해 소의를 버리는 자세를 보여 달라” 주문했다. 여기서 대의는 본선에서의 승리다. 대의를 위한 후보 각자의 선택을 지켜봐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9-16

승리의 비결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최근 인기를 끄는 스포츠가 바로 골프다. 골프는 흔히 멘탈게임이라고 한다. 마음과 육체가 혼연일체가 돼야 승리할 수 있는 경기라는 점에서 그렇게 불린다고 한다.큰 상금이 걸린 메이저 골프대회가 끝난 뒤 실시간 중계방송을 하던 앵커가 그날의 승자에게 묻는다. “오늘의 승리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느냐?”“마음을 비우고 제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어요. 그랬더니 경기가 저절로 풀리더군요.” 그렇다. 최후의 승자를 상대로 한 인터뷰에서는 항상 비슷한 내용의 인터뷰가 반복되는 데자뷰현상을 보게 된다. 무슨 경기든 승부에 연연하는 순간 힘이 들어가게 되고, 그 순간 스윙템포가 무너져 게임을 망치게 되는 게 골프다. 최후의 순간에도 자신의 평정심을 잃지않고, 자신의 골프를 하는 사람이 승리를 한다. 그게 승리의 비결이다.하늘과 땅을 걸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선 야당인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두를 달리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홍준표 의원과 선두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고발사주 의혹에 휘말렸다.‘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요지는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자신의 처, 장모 비리를 고발하고 언론에 알린다는 이유로 범여권 정치인인 최강욱,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황희석 당시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후보 등에 대한 형사고발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고발장은 손준성 검사에게 사주해서 그 서류를 당시 미래통합당 송파 갑 국회의원 후보이던 김웅 의원에게, 김 의원은 정점식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손 검사는 고발장을 작성한 적도, 전달한 적도 없다고 부인했고, 김 의원 역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윤 전 총장 측은 이 사건을 제보한 조성은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과 만난 데에 초점을 맞춰 박 원장이 고발사주 의혹을 보도하도록 한 몸통이 아니냐는 역공에 나섰고, 조씨와 박 원장이 만난 자리에 홍준표 캠프 인사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홍준표 의원 측과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윤 캠프의 좌충우돌 역공이 왠지 평정심을 잃은 듯 보인다.여당의 경선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경선 막바지에 대장동 개발의혹에 휩싸여 위기를 맞고 있다. 이번 논란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선 후인 2015년부터 공영개발로 추진했던 성남시 대장동 일대 92만여 m²녹지 개발 사업에 신생 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가 참여해 3년간 수백억 원대의 배당금을 받아갔다는 의혹이 핵심이다.당시 개발사업 시행 컨소시엄으로 선정된 ‘성남의뜰’에 공모 절차 불과 일주일 전 출자금 5천만 원으로 설립된 화천대유가 보통주 지분 14.28%를 가진 주주로 참여했다는 점이 의혹을 키웠다. 이 지사는 “민간 개발 특혜사업을 막고 5천500여억 원을 시민 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누가 더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까. 승부는 지금부터다.

2021-09-16

대선후보 경선 승부는 국정능력에서 결정된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 1차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안상수·원희룡·유승민·윤석열·최재형·하태경·홍준표·황교안(가다나순) 후보가 2차 예비경선에 진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에서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후보별 순위나 지지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석열·홍준표 후보의 양강(兩强) 구도 속에 최재형·유승민 후보 등이 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1차 예비경선은 지난 13일과 14일 양일간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책임당원과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2천명씩 표본조사를 하고, 이를 당원 20%, 국민 80% 비율로 합산해서 반영됐다.2차 예비경선부터는 본격적인 토론배틀이 시작돼 후보간 우열이 드러나게 된다. 토론회는 총 여섯 차례 진행되며, 2차 예비경선 결과는 10월 8일 발표한다. 국민의힘은 2차 예비경선을 통과한 4명 중 최종 당 대선 후보를 11월 5일 전당대회에서 지명한다. 2차 예비경선은 당원투표가 30%, 본경선은 당원투표가 50% 반영돼 향후 경선은 당원들의 표심이 판세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책임당원이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 지역 민심이 야권 대선후보 선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국민의힘 예비경선의 최대관심사는 이제 토론회다. 토론회가 각 후보의 지지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후보로 나섰던 만큼 토론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반면 윤석열·최재형 후보의 경우 첫 대선후보 토론회에 나선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경험적인 면에서 홍준표·유승민 후보보다 열세일 수 있지만, 준비 결과에 따라서는 오히려 신선함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정홍원 국민의힘 선관위원장이 밝혔듯이, 각 후보들은 정권교체라는 대의(大義)를 위해서 소의(少義)를 버릴 수 있는 큰 그릇이 돼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안심하고 야당에 정권을 맡길 수 있다. 각 후보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토론회를 각자의 국정비전과 공약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각 후보들의 국정운영 능력이 승부의 최대변수가 된다.

2021-09-16

추석연휴 수도권發 코로나 확산세 막아라

추석연휴를 코앞에 두고 코로나 감염증 확산세가 심상찮다. 이번 확산세는 수도권 중심으로 확진자 발생이 속출하면서 국내 전체 유행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추석연휴 인구 이동선이 지역의 코로나 전염에 미칠 파장이 크다. 추석연휴 일주일을 앞둔 이번 주 들어 코로나19는 급작스런 확산세를 나타내고 있다. 15일 하루 2천80명의 환자 발생을 기록하면서 16일에도 2천명에 육박한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72일째 네자리수를 이어가면서 하루 1천400명대 수준이던 확진자가 2천명대까지 올라섰다.보건당국은 사적모임 완화조치로 긴장감이 낮아졌고 추석을 앞두고 인구이동이 조금씩 커지면서 유행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금 상태로 가면 11월 계획한 단계적 일상 회복은 어려울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특히 변이 감염자의 99%가 전파력이 더 강한 인도발 델타 변이로 확인돼 앞으로 유행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도 높아 걱정이다. 방역당국도 추석특별방역조치로 사적모임을 일부 완화한 것이 확산의 불씨가 될까봐 뒤늦게 고향방문 자제를 주문하고 있다.대구와 경북지역 입장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서울 등 수도권에서 고향을 찾는 이동인구로 인한 확산세가 번지지 않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선제적 조치와 함께 보다 정밀한 방역조치를 통해 확산세를 차단하는 것이 관건인 셈이다.현재 수도권 발생 확진자는 전체 확진자의 80%를 차지한다. 확진자 1명이 감염시킬 수 있는 정도를 살피는 감염재생산지수도 서울은 1.12로 지방보다 훨씬 높다.하루 1백 명대를 넘나들던 대구와 경북은 16일 하루 신규 확진자가 78명으로 지금은 다소 안정세를 찾는 분위기다. 말했듯이 이번 추석은 귀성객을 대상으로 한 예방조치가 매우 중요하다. 잘 관리를 하면 코로나19 사태도 한고비를 넘길 수 있다.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나 단계적 일상회복의 길도 빨리 찾아갈 수 있는 것이다.교통연구원은 추석연휴 동안 작년보다 이동량이 3.2% 늘 것으로 예상했다. 시도민 각자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키고 고향방문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비록 연휴지만 절제 있는 생활이 필요하다. 이번 추석연휴 방역이 국내 코로나 사태를 꺾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21-09-16

포스텍의 인문사회학 역할 확대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제3회 현은 강좌가 15일 포스텍에서 온라인으로 열렸다. 이번 강연은 김성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강사로 초청돼 ‘한반도의 평화 정착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펼쳐졌다. 36년간 외교통으로 경험한 김 장관의 식견은 이공계 학생들에게 적잖은 반향을 안겨줬다.현은 강좌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키우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기 위해 산업경영공학과의 세미나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며 3년 전 도입했다.2018년 1회는 최근 상지대 총장으로 임명된 전 홍석우 지경부 장관, 2019년 2회는 진대제 전 정통부 장관이 맡았고 작년에는 코로나로 열리지 못했다.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소크라테스와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나의 모든 기술을 넘길 수 있다.”고 말하며 이공계의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했다. 그는 늘 애플 제품은 인문학과 기술의 융복합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애플 제품은 상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했다.취업을 중요시하는 전공선택에서 인문학의 인기 추락이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인문학 부침은 문학이나 역사, 철학을 전공해서는 취업이 안 된다는 게 문제였다. 대학평가에서 취업률이 중요 잣대가 된다고 하니 대학들은 앞다퉈 관련 학과를 통폐합하고 정원을 감축하고 있다.그런 측면에서 몇 년 전 포스텍의 인문사회학부 확대 발전은 주목된다. 포스텍은 인문사회학부 과정에 융합문명, 과학기술, 경제금융 3가지 정도 부전공을 만들고 대학원도 만들어 문화 데이터, 사회조사 데이터, 인터넷 데이터 이런 것을 분석해 사회적 추세나 인식구조를 잡아낼 수 있는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전공 과정을 두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표했고 실천해 가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인문사회학에서 포스텍의 역할을 확대하고 과학도 등의 현실감각을 키우겠다는 야심에 찬 계획이다.대학생이라면 자아와 세계를 보는 안목이 뚜렷해야 한다. 그들은 최고 학부를 다니는 지성인이며 미래 사회의 역군이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은 전공에 관계없이 사회를 이끄는 통합적 사고를 가져야 한다. 인문사회계 학생들도 이공계의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이공계 전공자도 마찬가지이다. 이공계 전공자들이 전문 지식만 갖춘 기술자로 도식화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 문과, 이과 구분을 없애는 분위기도 이런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필자도 이공계 대학을 나와 산업공학과 경영학으로 대학원을 다니면서 이공, 인문사회계의 통합적 사고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20년 전부터 포스텍에서는 김영걸 명예교수께서 설치한 항오 강좌가 이러한 역할을 해왔다. 그동안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이홍구 전 국무총리, 이석채 KT회장 등 주로 경제, 정치 전공자들의 강좌를 제공했다.현은 강좌가 기존의 항오 강좌와 함께 포스텍 학생뿐만 아니라 전국의 이공계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 배양에 크게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2021-09-16

달 따러 가자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장대 들고 망태 메고 뒷동산으로/ 뒷동산에 올라가 무동을 타고/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자”윤석중의 동시에 박태현이 곡을 붙인 동요‘달 따러 가자’의 일절이다. 노래를 불러보면 한 아름 달을 껴안은 듯 가슴이 환해지는 동요다. 중천에 높이 떠 있는 달이 아니라 장대로 따서 망태에 담을 수 있는,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는 달이다. 천진무구한 동심 앞에 달은 신비의 대상이거나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초가지붕 위에 얹힌 박덩이처럼 가깝고도 친숙한 사물일 뿐이다.달을 따려면 뒷동산에 달이 떠오를 때 서둘러 가야 한다. 혼자 가는 게 아니라 동무들을 불러내어, 빈손으로 가는 게 아니라 장대 들고 망태 메고 가야 한다. 달이 높아 장대가 닿지 않으면 동무의 어깨에 무동을 타고 따면 된다. 착실하게 계획과 준비까지 하였으니 달을 따는 일에 조금의 차질이나 망설임이 있을 수가 없다. 실로 엄청난 천문학적 사건이 될 일을 아이들 몇이서 놀이처럼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굳이 달을 따오려는 이유도 소박하고 기특하다. “옆집에 순이네는 불을 못 켜서/ 밤이면 바느질도 못한다더라/ 얘들아 나오너라 달을 따다가/ 순이 엄마 방에다 달아드리자”아마도 이 동시는 루이 암스트롱이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달에 갔다 오기 전에 씌어졌을 것이다. 우주복을 입은 암스트롱이 겅중겅중 뛰어다니던 달은 우리의 달이 아니었다. 풀 한 포기 없는 사막 같은 달의 사진은 수십만 년 인류가 우러러보며 한숨짓고 눈물짓던 그 달이 아니었다. 물론 아이들과 함께 달음박질하고 숨바꼭질하던 달도 아니었다. 장대로 달을 따서 망태에 담다니, 영악한 요즘 아이들에게는 ‘코끼리 냉장고에 넣기’와 같은 난센스쯤으로나 들릴 것이다. 그런데 왜일까, 아폴로 우주선 이전에 어린 시절을 보낸 우리들에겐 그것이 애틋한 그리움의 정경으로 떠오르는 것은.추석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연중 가장 크고 밝은 보름달을 맞는 명절이다. 수천 년 농경사회에서 가장 풍요로운 명절이었던 추석이지만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그 의미와 활기가 차츰 시들해져가는 형편이다. 더구나 코로나19 때문에 올해도 더 한층 쪼그라든 명절이 될 것이다. 물론 한가위 달도 옛날의 그 달이 아니다. 불야성을 이루는 인공의 불빛 때문에 달빛이 생기를 잃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옛날과는 사뭇 달라졌기 때문이다. 생활의 리듬과 생체리듬까지 차고 기우는 달에 맞추었던 농경사회에서 멀리 떠나온 오늘에는 매연 낀 도시의 밤하늘에 없는 듯 걸려 있는 게 달이다.휘황찬란한 불빛과 넘쳐나는 영상매체의 볼거리들을 얻은 대신 우리는 달을 잃었다. 누리를 환하게 비추던 보름달의 그윽하고 아늑하고 신비롭던 정경이 퇴색해버렸다. 아이들도 이제는 달을 노래하지 않는다. 달밤에 모여서 술래잡기나 그림자밟기를 하지 않고, 뒷동산으로 달을 따러갈 생각 따윈 더더욱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아이들에게 달을 찾아주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동산에 달이 뜨면 아이들을 불러내자. “얘들아, 나오너라 달 따러 가자”

2021-09-16

원 플러스 원

강영식포항 하울교회담임목사 벌써부터 모든 뉴스의 관심이 대선에 있는 듯하다. 각 당의 대선 후보가 된 사람이 어떤 구호를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잊혀지지 않는 대선구호의 고전이 있다면 3대 대통령선거 때인 민주당 신익희 후보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이다. 이에 맞서 당시 여당인 자유당은 ‘갈아봤자 소용없다, 구관이 명관이다’로 대응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국민은 정권을 바꾸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약간의 바뀐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갈아봐도 별 소용없었다’는 느낌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적폐청산을 외치지만 그 적폐청산이 정치 보복이라는 의구심을 받기도 했다. 정치보복이 반복되는 것은 “너희들이 그렇게 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한다”는 1:1의 보상 또는 보복원리가 작용되고 있다. 철학자 세네카는 “정복한 자들은 정복당한 자들에게 율법을 배운다”고 했고 마틴 루터 킹 2세는 “승자는 패자와 똑 같은 것을 생산해낸다”고 했다. 조지 윌리엄 러셀도 “승자는 패자가 가지고 있는 것을 재창조 한다”고 했고 히틀러의 홍보장관 괴벨스까지도 “우리가 패배해도 저들은 우리의 것을 배우게 될 것이기에 결국은 우리가 승자이다”고 했다. 바뀌어도 달라지는 것이 없이 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이유는 패자의 것을 답습하면서 1:1의 보복적 원리로 살기 때문이다.예수이전의 유대인의 삶은 1:1의 원리였다. 함무라비법전에도 나오는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갚는다”는 동태보상법은 범죄를 막고자 했던 1:1의 원리에 입각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보복의 반복을 불러 왔다. 이런 동태보상법의 정치로는 국민을 감동케 하는 정치가 되지 못한다. 예수는 1:1의 동태보상법을 깨고 원 플러스 원(1+1)의 제3의 길을 제시하였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이렇게 말한다. 왼편 뺨을 치거든 오른편 뺨도 대어주라. 속옷을 뺏어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도 주어라. 오리를 가자고 하는 자에게 십리동행을 하여라” 하나를 달라 하면 하나에 하나를 더하여 원 플러스 원으로 살라는 제3의 길을 제시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갈아봤자 소용없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진정 새로운 변화를 원한다면 1:1의 원리로는 안 된다. 1+1의 제3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이를 비현실적이고 실천불가한 가르침이라 했지만 간디는 이를 실천함으로 제3의 길을 보여 주었다. 다른 사람들은 차치하더라도 신앙으로 살고자 하는 사람들만이라도 이렇게 살아가야 할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받은대로 보복하는 1:1의 삶을 버리고 1+1원리로 살아간다면 모두가 행복해 지리라.

2021-09-15

달아, 내 마음이 보이니

양태순수필가 추석이 코앞이다.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품을 메모지에 적은 후 식탁 구석으로 던져둔다. 모레쯤 시장을 한 바퀴 돌아야지, 혼잣말을 해본다.한때는 설레는 추석이었다. 선물을 들고 오는 언니 오빠들 기다리느라 꼬맹이들은 골목을 뻔질나게 들락거렸다. 해가 진 후에도 누군가의 집에 멀리 떠났던 식구가 돌아왔다. 저녁 늦도록 발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한 마을을 둥그런 달님이 반겨주었다.집집마다 고된 손에서 기쁨이 피어났다. 안팎으로 나뉘어 그릇 닦고 전을 부치고 청소하느라 마당을 도리뱅뱅이질 했다. 밤에는 멍석을 펴고 두레상에 둘러앉아 송편을 빚었다. 누가 예쁘게 빚는지, 누구 개수가 많은지 내기도 하면서 서로 놀리고 깔깔대느라 팔월의 밤은 깊어 갔다. 그렇게 날이 이울도록 어린 마음에는 분홍 물이 남실댔다. 우리 집은 인절미도 했다. 안반에 찰밥을 올리고 꿍떡꿍떡 떡메를 쳤다. 아버지와 오빠는 떡메를 치고 엄마는 밥을 욱여넣었다, 세 사람의 손이 장단에 맞춰 엽렵했다. 밥알이 떡이 되기까지 흥겨운 리듬은 귀로 듣는 춤사위였다. 초록 고물을 입은 인절미는 색이 고와서 자태가 우아했다. 씹으면 말랑하고 고소해서 입맛이 당겼다. 맛이 절미라고 인절미가 되었다는 말이 딱 맞았다.추석을 맞이하는 마음은 처지에 따라 변했다. 어릴 적에는 선물꾸러미와 인절미 생각으로 가슴이 부풀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는 무슨 선물을 사야 할까 고민했다. 결혼해서는 어떤 음식을 차릴지에 신경 쓰였고, 종일 지지고 볶을 일거리에 괜히 명절이 있다고 투덜대는 마음이 컸다.올 추석 마중은 마음이 무겁다. 유례가 없는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으로 모임의 자유가 없어졌다. 또한 지역 간의 왕래가 조심스러워 동기간 얼굴을 볼 수가 없다. 대신 목소리로 안부를 전하고 건강해야 다음을 기약한다며 아쉬움 꾹꾹 담아 길게 늘여 보낸다. 추신으로 몸은 멀어도 마음만은 가까이 하자 덧붙인다. 더욱이 어머님의 갑작스런 투병으로 경황이 없다.어머님은 집안의 중심축이다. 결정권을 가져서가 아니고 경제적인 물주여서도 아니다. 형제들 사이에 기름칠을 하여 어머님을 중심으로 관람차처럼 적당한 거리를 벗어나지 않게 하는 축이었다. 추어탕 끓였다 불러모으고, 곰국 끓였다 나눠 주고, 오곡밥 먹으러 오라 기별을 했다. 명절을 비롯하여 기념일은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정을 쌓고 마음을 나눌 기회를 만들었다. 덕분에 시댁이 낯설던 내가 얼굴을 못 보면 궁금하고 보고 싶은 사이가 되었다. 어머님과 명절을 같이 보낸 지 삼십여 년이 되었다.어머님은 손이 컸다. 무엇이든 많이 해서 조상님께 올리고 자식들 먹이려고 일을 크게 벌였다. 그래서 음식 장만할 때 불퉁거릴 때가 있었다. 돌아보니 어머님을 돕는 것이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속 좁게 꿍얼거렸다는 후회가 든다. 아이들이 품을 떠난 지금은 투덜댔던 그 추석이 삼삼하다. 기름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우고 어른과 아이들 서로 무탈하게 웃고 떠들었던 날들이 어제처럼 선명하다. 수시로 설거지통에 손 담그며 앞치마 마를 새 없이 부산했던 옛 추석이 좋았다 싶다.사라져가는 추석 풍경이 아쉽다. 가족을 웃고 울리던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예전과 달라졌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볼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인사차 들고나는 손님들로 들썩거렸던 분위기와 정겨운 말들도 건조해졌다. 아예 추석 인사말이라는 글귀가 정해져서 나온다. 그 시절 학교에는 운동회를 열었고 운동회는 학생들만의 놀이가 아니었다. 마을마다 어른들이 학교로 모였다. 줄다리기와 손님찾기 게임, 계주 달리기에 참여할 선수를 뽑아 열심히 응원하고 막걸리잔 기울이며 마음껏 즐기는 날이었다. 더이상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아련하다.알다가도 모를 것이 사람의 마음인가 보다. 일하기 싫어 꾀병을 부리고 싶었던 명절이었다. 요즘은 가족끼리 송편을 빚었으면 싶고, 전도 푸짐하게 지져서 이웃과의 정을 수북하게 쌓았으면 싶다. 주고받는 인사에도 잣대를 들이대지 않고 은근하게 마음을 전했던 옛 추석이 되기를 꿈꾼다. 지나간 것을 손으로 당겨 와 마당귀에 붙박아 놓을 수 없는 법인데 알면서도 꿈을 꾸는 내 마음을 모르겠다.달아, 내 마음이 보이니?

2021-09-15

영웅을 기억하는 은행나무

하늘 구름 몇 점 지상을 내려다보며 떠간다. 잠자리가 투명한 날개를 휘저으며 한낮을 유영한다. 잘 가꾼 들판에 바람이 벼들을 쓰다듬고, 노릇노릇 알곡이 익어간다. 세간리 은행나무에도 때맞춰 가을바람이 머문다.아름드리 은행나무는 몇 아름이나 될까, 홍의장군 곽재우 생가의 은행나무는 두 팔을 벌려도 다 안아 볼 수도 없다. 600년 살아있는 혼을 느꼈다는 것만으로 왜소했던 내 품이 넉넉해지는 것 같다. 잠시 너른 품에 안겨 살포시 눈을 감는다.은행나무를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부른다. 나이가 수백 년에서 천 년이 넘는 고목이 많다. 그동안 몇 번의 혹독한 빙하시대를 지나면서 살아남았다. 은행나무는 덥거나 춥지 않으면 어느 곳에서나 살아갈 수 있다. 아무리 오래된 나무라도 줄기 밑에서 새싹이 돋아날 수 있게 한다. 또한, 잎과 열매에 강한 독성을 지니고 있어 외부에서 공격하는 물질을 느끼면 악취를 내뿜어 적을 물리친다.은행나무를 돌아본다. 외침을 이겨내느라 둥치가 움푹 파여도 여전히 하늘을 떠받들고 섰다. 몸은 노쇠해도 잎은 무성하고 열매가 주렁주렁 열었다. 남쪽 가지에는 여인의 젖가슴을 닮은 유주가 볼록하게 돋았다. 저 유주에 빌면 아기를 준다는데, 은행나무의 영험을 믿은 까닭이다.외침에 강하다고 해서 다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모진 삭풍이 휘몰아쳐도 꿋꿋이 견뎌야 한다. 대지를 태울 것 같은 가뭄이 들면 땅 밑으로 뿌리를 뻗고 또 뻗어 물길을 찾는다. 태풍에 가지가 부러져도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자신을 치유한다. 묵묵히, 오롯이, 은행나무는 그렇게 조금씩 높이와 둘레를 키워 오늘의 아름드리가 되었을 것이다.역사의 나이테를 읽다 보면 민초의 삶이 있고 한가운데 걸출한 인물이 있다. 그 인물이 사리사욕을 채우지 않고 민초를 위한 희망의 푯대를 세웠을 때, 우리는 그를 영웅이라고 부른다. 은행나무 나이테에 기록된 장군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 같다. 동무들과 고샅길을 뛰어다니는 것을 보았겠고, 골목대장 노릇을 하는 것을 보고 이 나라를 지킬 장수가 되리라 생각했겠지.곽재우 장군은 마흔이 넘은 고령이었지만 사재를 털어 의병을 모집하고 홍의를 입었다. 창이 없으면 죽창을 들고 총이 없으면 활을 들고 왜병에게 저항했다. 은행나무 아래서 발화해 온 고을로 번진 함성은 이 골짜기에서 저 골짜기에 울렸으리라. 마을마다 아귀찬 백성들은 조상이 물려준 우리 땅을 지키려 뜻을 모았다. 그 승전고가 팔도로 울려 의병들의 사기를 북돋웠을 것이다.은행나무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며 오래 산다. 오늘처럼 쏟아지는 여름 볕을 어서 피하라고 넉넉하게 그늘을 내준다. 뜨거운 햇볕을 다 토해내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노오란 색으로 갈아입고 쉼터를 마련한다. 노랗고 화사한 이파리들은 책 속에 납작이 엎드려 추억으로 남는다. 늦가을 은행나무를 보면 노란 성전(聖殿)같이 보인다.영웅은 가도 정신은 살아있는 화석처럼 남는다. 장군을 위해 힘이 되고 그늘이 된 나무는 아직도 정정하다. 오랜 역사의 목격자는 곽재우 장군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충의(忠義)의 인물로 말년에는 초야로 돌아간 선인(仙人)이라고 전설한다.贈李完平元翼 완평군 이원익에게 드림心同何害跡相殊 마음만 같다면 행실 다름이 무슨 상관 있으리오城市喧囂山靜孤 시중은 시끄럽기만 하고 산중은 고요하기만 하네此心湛然無彼此 이 마음은 담담하여 시중과 산중의 구별이 없으니一天明月照氷壺 온 하늘의 밝은 달이 깨끗한 마음을 비추리 이순혜수필가 생가에 들러 장군의 자취를 느끼다가 한시 한 수 받아 적는다. 시끄러운 세상을 벗어난 장군이 완평군에게 보낸 글이다. 초야로 돌아가 청빈하게 사는 선인(仙人)의 마음이 달빛처럼 비치는 것 같다.생가를 떠나 충익사로 향한다. 마을을 나와 뒤를 돌아본다. 사백 년 전, 홍의장군의 호령 아래 의병들의 함성과 우렁우렁 충의의 북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충-의 충-의 충-의….”아름드리 은행나무의 정신을 품고 오는 길, 장군이 남긴 위대한 흔적들이, 은행처럼 마음속에 알알이 맺힌다. 가을 곳간처럼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이다.

2021-09-15

대구수돗물 전국에서 가장 오염됐다니 충격

대구시민 70%가 먹는 낙동강 원수의 질이 전국에서 가장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대구안실련)은 그저께(14일) “대구시민이 낙동강 물을 정수해서 마시고 있는 매곡·문산취수장의 원수와 정수한 물에 대한 품질 수준을 확인한 결과 나쁜 품질의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정부와 대구시에 양질의 원수 확보와 선진국형 정수처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대구안실련이 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원수의 총유기 탄소량(TOC) 평균값의 경우 매곡취수장은 4.3㎎/L, 문산취수장은 4.4㎎/L로, 생활용수로도 쓰기 어려운 3, 4등급인 것으로 드러났다. 낙동강 최하류에 위치한 부산 물금취수장과 매리취수장의 지난해 평균 TOC 농도인 3.5㎎/L보다 수질이 더 나빴다. TOC는 유기물질의 농도로서 물속에 포함된 전체 탄소량을 의미한다. 수질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이며, 화학적 방법을 동원해 그동안 측정이 어려웠던 고분자 오염물까지 측정하는 지표다.30년 전에 발생한 대구 수돗물 페놀오염사태에서 경험했듯이, 대구 낙동강 취수장 원수가 이렇게 오염된 이유는 취수원 바로 상류에 위치한 구미공단 등에서 약 2천종의 화학물질이 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매일 배출되는 오·폐수 발생량도 엄청나다. 대구시가 낙동강 취수장 고도 정수처리를 위해 TF를 만들어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는 하지만, 수돗물 관련법상 3등급 이하 수질은 식수원으로 사용하기엔 부적합하다. 지금 대구시민은 생활용수로도 쓰지 않는 오염된 강물을 정수해서 마시고 있는 것이다. 대구 식수원은 낙동강과 공산댐, 가창댐, 운문댐 모두 4곳이다. 이중에서도 낙동강 매곡취수장과 문산취수장에서 공급하는 수돗물이 전체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시는 “구미 해평취수장에서 30만t의 물을 활용하게 되면 나머지 28만t에 대해서는 초고도정수처리를 통해 시민들이 안심하게 마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대구취수원 다변화 문제는 구미지역 국회의원이 중심이 돼 반대 여론을 형성하는 바람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대구시민들이 언제까지 구미공단에서 오염된 물을 정수해서 먹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2021-09-15

눈에 보이는 대로 배운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사람은 어떻게 배울까? 책보면서 깨우치고 학교에서 습득하며 살아가면서 여러 모양으로 배운다. 생각보다 우리는 ‘보면서’ 배운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목격하고 흉내내면서 내 것을 만들고 인성을 형성한다. 책이나 학교보다 눈으로 보면서 실제로 경험한 일들로부터 훨씬 많이 배운다.대선정국. 담론 주제가 위중하고 정치에는 모두 관심이 높은지라 국민의 흥미를 사로잡는다. 언론의 눈을 통해 ‘보이는’ 정치인들의 행태는 필자에게 깊은 우려를 가지게 한다. 정치의 현실이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게 숙명이라지만 정도(正道)가 있고 금도(禁道)도 있는 게 아닌가. 원칙도 없고 소신도 바르지 못한 모습을 흔하게 목격하는 국민은 지치다 못해 나라의 앞길을 걱정하게 된다. 그리고 국민이 특히 다음 세대가 무엇을 배울까 우려가 앞선다.거짓말. 돌아서서 살피면 금방 드러날 거짓말을 당당하게 한다. 실수로 발설한 거짓말도 끝까지 진실이라 우긴다.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길 원하지만, 혹 실수였다면 바로 사과하고 돌이킬 수 없는 것일까. 눈덩이처럼 불어난 산더미 거짓된 모습이 정치의 현실이라면 국민은 또 얼마나 가여운 처지가 되고 마는가. 개인이 아니라 특정 집단이었다면 당연히 나라와 국민 앞에 거짓을 고하고 속속들이 살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세상이 바뀌었다. 숨겨서 될 일이 아니다. 디지털과 온라인, 4차산업혁명은 거짓을 드러내는 데에도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 뿌리채 드러나 형편없는 창피를 당하기 전에 국민 앞에 정직해야 한다.말을 바꾸는 일. 평균적으로 지능이 높아져서 그럴까, 했던 말을 교묘히 바꾸며 빠져나간다. ‘법적으로는 모르지만 도의적인 책임은 지고’ 미끄덩거리며 꼬리를 뺀다. 실질적인 책임과 분명한 사리판단은 언제나 남의 몫이고 자신은 어느 틈에 그 자리에 없다. 유체이탈.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떠안지 않으려 말을 바꾸고 사라져 버린다. 거짓과 악행의 증거와 자취는 감쪽같이 없애 버리고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으로 행동한다. 국민은 무엇을 배울까. 거짓과 위선을, 말과 훈계로 경계하기 보다 저렇듯 뉴스 속에서 목격하고 경험하며 실증적으로 체득하게 되지 않을까. 궂은 일에 걸리면 핸드폰들은 파쇄되거나 사라질 터이다. 거짓말을 하면서 태연히 눈을 부릅뜨지 않을까.공정과 상식, 정의와 올바름은 그렇게 나타나지 않는다. 국민의 눈에 목격되어야 하고 경험과 기억 속에 들어와 박혀야 한다. 보고 듣는 것은 늘 거짓과 위선인데 어떻게 공정과 정의로 세상을 물들일 것인가. 공의가 물같이 흐르려면 거짓없는 사람을 흔하게 만나야 한다. 상식이 가득한 세상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상식에 맞게 살아내야 한다.남들은 몰라도 나는 나를 안다. 거짓을 저지른 당신은 그것이 거짓인 줄 스스로 안다. 필요한 건 용기. 나라가 선진국으로 우뚝 서기 위하여, 거짓을 떨치는 당신의 용기를 ‘보고’ 싶다. 사람은 본 대로 배운다.

2021-09-15

구미공단 분양 호조, 신공항 효과 반영됐다

경북 구미에 조성 중인 구미 하이테크밸리 국가산업단지(구미5산단)의 분양이 올들어 크게 호조를 보이고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에 따른 효과가 벌써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향후 신공항 건설이 구미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미는 지난해 경북 군위 소보와 의성 비안이 신공항 후보지로 결정되면서부터 신공항 건설의 최대 수혜지가 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최근 구미5산단의 분양 활성화는 분양가 인하 등의 요인도 작용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신공항 건설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한 탓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30% 수준에 머물던 구미5산단 분양률이 올들어 50%까지 올라섰다. 특히 분양된 1단계 총112만㎡ 가운데 89만㎡가 산업시설용지다. 올해 분양된 산업시설용지는 최근 5년간 팔린 산업시설용지의 2배라 한다. 현재 공단용지를 받은 업체가 43개사에 이르고 있다.구미지역은 최근 LG화학 등 구미형 일자리사업 유치와 함께 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높아져 있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첨단산업, 군수산업, 특수섬유산업 등을 바탕으로 구미를 신공항 중심의 관광·문화·비즈니스 등이 융합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통합신공항 후보지는 구미5산단과 불과 10km 거리에 있으며 시간으로 15분이면 닿을 수 있다. 기업의 물류비용을 줄이기에는 매우 적합한 조건이다. 현재 영남지역 수출입 항공화물의 대다수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처리되고 있다. 특히 구미 주력 수출품목들은 정보기술, 전자부품, 모바일 관련 제품이 많아 정밀운송이 요구돼 항공물류 이용 비중이 크다.신공항은 구미경제발전에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업은 경제적 이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찾아가기 마련이다. 구미시는 신공항 건설 효과를 최대한 활용해 기업의 지역유치에 더 분발해야 한다. 신공항 건설은 구미뿐 아니라 대구경북 전반에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끼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신공항 경제유발효과를 51조원으로 보고 있다. 지역의 노력에 따라 신공항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든지 더 커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신공항 건설이 반드시 성공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2021-09-15

무인자동결제 점포, 언커먼스토어

무인자동결제 점포, 언커먼스토어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세계 최초의 무인매장은 2018년부터 문을 연 미국의 아마존 고로, 주로 식료품을 구매할 수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서울 여의도 더 현대 서울 6층에 들어선 약 10평 규모(33㎡)의 언커먼스토어가 최초다. 주로 소매 패션잡화와 생활용품, 자체 개발한 굿즈와 식음료 등 200여 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해당 앱(현대식품관 to home 앱)을 깔고 입장하기 버튼을 눌러 QR코드를 생성한 고객에 한해 스피드게이트에 스캔 후 입장이 가능하다. 미리 깔아놓은 앱에는 결제카드를 사전 등록해야 하며, 원하는 제품을 선택한 후 들고 나가면 사전 등록한 카드로 자동 결제되는 시스템이다.서울 삼성동 코엑스 언커먼스토어도 마찬가지 방식이다. 매장 입구에서 사용자 인증 후 QR코드를 발급받은 뒤 원하는 상품을 골라 나가면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지는 방식이다. 편의점 곳곳에 달린 라이다 센서와 인공지능 카메라가 고객의 위치와 상품의 종류를 파악한 뒤 매대에 내장된 무게 감지 센서를 통해 고객이 실제로 상품을 실제로 집어갔는지 알아내는 원리가 적용됐다. 고객이 어떤 물건을 몇개 집어갔는 지 정확히 파악해 결제되고, 매대에 있는 음료수를 몰래 마시고 다시 넣어놓을 경우에도 매대 상품의 무게 변화를 감지해 결제가 된다.유통 사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한 것을 리테일테크(Retail-tech)라고 하는 데, 머신러닝, 로보틱스, 안면인식, RFID, 인공지능(AI), 3D 프린팅,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빅데이터 등이 적용돼 있다.우리 사회가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하나 둘 채워지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9-15

이재명 대세론은 굳어질 것인가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 경선에서 이재명 후보가 과반이상을 확보해 가고 있다. 대선의 향방을 가늠한다는 충청 세종 경선에 이어 대구경북, 강원 경선에서도 그의 대세는 유지되고 있다. 관심의 초점인 46만명의 1차 선거인단 선거에서도 이재명의 지지율은 과반을 넘었다. 현재 경선의 누적 집계도 이재명 51.41%, 이낙연 31.08%, 추미애 11.35로 나타났다. 다급한 이낙연 후보가 국회의원직 전격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지만 전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이재명의 대세론은 이낙연의 결선 투표론을 누를 가능성이 높다.우선 이재명의 선거 슬로건이나 공약이 선명성에서 이낙연 후보를 앞서고 있다. 어느 대선에서나 후보의 슬로건은 당시의 시대정신에 부합해야 한다. 이재명의 공정사회 건설을 위한 ‘이재명은 합니다.’는 이낙연의 ‘내 삶을 지켜주는 나라’보다 메시지의 호소력이 강해 보인다. 이재명의 메시지는 간결하고 분명하지만 이낙연은 이론적이고 논리적이다. 대중의 설득력은 이재명이 강하고 이낙연이 약하다. 갑자기 등장한 검찰의 ‘고발 사주’의혹은 윤석열의 ‘공정’프레임을 뒤흔들었으며 그 덕은 홍준표와 이재명이 차지할 수밖에 없다.후보의 인물 평가는 그의 공약이 아니라 그 실천력이 담보에 있다. 이재명의 기본소득론과 이낙연의 신복지론은 사실상 차이가 없고 대동소이하다. 그렇지만 그간의 정책 토론과정에서 보여준 이재명의 간단명료한 답변과 임기응변력은 그의 과단성을 잘 보여주었다. 이낙연은 부드럽고 좋은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했을 뿐이다. 이러한 코로나 위기 상황이 지속될수록 유권자들은 결단력과 실천력이 담보된 사람을 선호한다. 이재명은 코로나 초기부터 신천지 본부를 찾아가고, 유흥업소까지 직접 찾아가 단속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는 후보의 도덕성 보다는 그의 결단력이나 실천의지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선거의 대립 구도 면에서도 이재명이 이낙연 후보 보다 유리하다. 경선 초반부터 당내의 세력판도는 친문이 비문을 압도했다. 이낙연은 친문 적자를 내세우고, 이재명 후보는 이제 비주류임을 자인할 수밖에 없었다. 야권이 정권 교체를 강력히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여권의 비문 비주류가 유리할 수 있다. 또한 지역구도 면에서도 경북 출신 경기 지사 이재명이 유리하다. 이낙연은 결국 광주 전남의 절대적 지지로 열세인 국면을 전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호남인들은 선거 때마다 본선 경쟁력 우선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10월 10일 민주당 최종 경선일까지 한 달도 남지 않았다.25일의 광주 전남선거에서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압도하기는 어렵다. 이재명 후보가 호남선거에서도 우세하거나 대등할 경우 이재명의 대세론은 완전히 굳어질 것이다. 부산 경남에 이어 경기 서울 등 수도권 선거에서는 이재명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의 경쟁에서 유권자들은 후보의 정책이나 경륜, 도덕성보다는 본선 경쟁력과 실천 능력을 더욱 중시할 것이다.

2021-09-15

주문을 외워보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지금 사람들은 주문이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세상 가장 풍성한 한가위이지만, 세상은 악몽 같은 일들로만 가득하다. 깨고 싶어도 좀처럼 깰 수 없는 악몽. 악몽이 가장 힘든 것은 꿈의 주체가 비록 나이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명절을 앞두고 좋은 말만 하고 싶지만, 도저히 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선거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정치를 제외하고 악몽 아닌 곳이 과연 어디 있을까! 손님이 실종된 가게, 멈춰버린 공장, 문을 닫은 대학교, 사람이 사라진 거리, 친구와 웃음을 잃은 학생 등 우리 사회는 분명 지독한 악몽을 꾸고 있다. 그 악몽은 마치 개미지옥과도 같다.명절 또한 악몽 속에 갇혔다. 사람으로, 정으로 가득해야 할 명절이 비어 간다. 이대로 가다간 명절은 다큐멘터리에서나 나오는 먼 과거 유산이 되고 말 것이 뻔하다. 비어 가는 고향이 그나마 잠시 고향다움을 찾던 때가 명절이었다. 그런데 고향에도 이젠 명절이 없다.우리나라 명절에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사람들은 명절에 고향에 갈 생각으로 힘듦을 견뎠다. 그러면 고향과 명절은 어김없이 사람들에게 행복과 희망을 충전해주었다. 우리 사회가 그나마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명절과 고향의 희망 순환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고향과 명절이 사라지면서 같이 사라진 것이 정(情)이다. 정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장 기본이다. 사랑, 이해, 배려, 나눔 등의 출발점은 정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절대 잊지 않고, 잃어버리지 않았던 것이 정인데, 지금은 어떤가!정이 없어지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그것은 탐욕심, 사악함, 이기주의 등이다. 과연 지금 우리 사회가 공포 영화 속 장면과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영화 속 내용이 현실이 되기 전에 우리가 하루빨리 되찾아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어른이다. 흔들리는 우리 사회를 바로 잡아줄 모범이 되는 어른! 정이 없어진 것도 바로 어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정이 가득하던 시절엔 우리에게도 늘 삶의 귀감(龜鑑)이 되어주던 어른이 있었다. 그 어른을 본받기 위해, 그리고 그들처럼 살기 위해 사람들은 최선을 다했다.그것이 곧 공부였다. 학교는 그것을 가르치는 곳이었다.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모범으로 삼을 어른이 없는 시대에 학교도 가르쳐야 할 내용을 잃어버렸다. 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어른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떨까!우리 사회가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어른보다 더 어른다운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정을 잃어버린 우리 사회에 다시 정이 부활하기를 마음으로 그 아이들이 외치는 주문을 전한다.“우리는 하나입니다. 모두 하나 되어 높이 날아봅시다. 외칩시다. 윙가르디움 레비오우사!”이 주문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우리 사회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1-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