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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중요성, 필요성, 교육방법

등록일 2022-09-06 18:00 게재일 2022-09-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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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인문학은 인간의 삶, 사고 또는 인간다움 등 인간의 근원문제를 탐구하는 공부다.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회과학 자연과학은 인간을 둘러싼 사회와 자연계의 현상에 대해 경험적 접근이나 보편적 원리를 통하여 어떤 법칙을 유도하려 하나, 인문학은 인간 본질에 대해 분석적이고도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종합적 성찰과 이해를 목표로 한다.

미국 명문대학인 컬럼비아 대학의 학부과정에서 훌륭한 저서읽기인 ‘인문교육 프로그램’(코어)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다. 문학과 철학, 윤리학과 정치학, 미술과 음악, 과학을 망라하여 지정된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필수 공통학습과정이다. 이 과정은 학습량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엄격하기로 소문난 프로그램인데도, 이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이 강좌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강좌로 손꼽는다고 한다. 이 강좌는 명 교수의 명 강의가 아니라 다양한 전공과 이력을 가진 교수들이 대화와 토론의 조력자로서 참여할 뿐 수업진행의 주축은 20여 명 정도로 이루어진 학생들 각자의 활발하고도 집중적인 참여이다. 이러한 수업참여로 학생들 각자는 시간적 역사와 공간적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설정하는 방식을 구축해가게 되며, 지식은 주입식 강의나 암기가 아닌 스스로의 탐구와 성찰의 공유과정을 통해 축적된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을 맡았던 몬타스 교수에 의하면, 첨단과학기술이 발달한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도 존재론적 불안에 시달리고 무의미함의 위협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진단한다. 몬타스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성찰하면서 내면의 힘을 함양하는 방법과 지혜를 습득하기를 권하는 동시에, 컴퓨터 과학자, 회계사, 사업가, 법조인, 의사 등 모든 유형의 전문직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교양교육이 특히 필요함을 강조한다.

최근 필즈상 수상으로 유명한 허준이 교수는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일입니다”라고 하였다. 또한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리스트의 피아노곡 ‘단테 소나타’를 좀 더 이해하려고 단테 ‘신곡’의 국내번역판을 모두 찾아 읽었다 한다.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인문학적 감성과 소양을 명 강의를 통해 쌓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體得)하였으며 그것이 그들의 재능의 원천이 된 것이다.

첨단과학기술의 고도발달사회에서 전문직이나 지도급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겐 인간의 삶의 현상들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종합적 분석력이 더욱 필요하다. 컬럼비아 대학의 인문교육프로그램 같은 과정이 힘들어서 미국의 많은 대학들도 포기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대학들도 전문가양성 교육과정에서는 밀도 있는 인문교육프로그램을 필수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프로그램 담당교수들은 추상적 용어나 개념을 들먹이며 사변적 얘기로 자기과시나 하려는 전달식 강의보다 조력자 내지는 사회자 역할을 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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