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생태중심주의와 포스트휴먼 시대

등록일 2022-12-27 19:22 게재일 2022-12-28 18면
스크랩버튼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산업화 이후 인간은 자연을 이용과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고 과학기술 가능성을 강조·자랑하면서 자연을 함부로 개발·파괴해왔다. 그 결과 오염과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간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난 생태중심주의(ecocentrism) 관점은, 인간은 자연과 별개 존재가 아닌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여기며, 인간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보다 전체 자연생태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란 힘든 기간을 맞으면서 인간들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체는, 심지어 바이러스까지도,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전체가 강한 네트워크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현대 환경운동 창시자 레오 폴드는 ‘생태계 전체를 도덕적 고려 대상으로 여기는 관점에서 지구의 도덕공동체 범위를 동식물뿐만 아니라 물과 흙도 포함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앞으론 이러한 생태인식에 ‘포스트휴먼’개념이 추가될 전망이다. 포스트휴먼이란 인간 다음 세대의 인간이라는 뜻으로 인간이라는 종(種)이 아닌 새롭게 창조된 인간 형태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는 몇 백만 년 지속되어온 호모사피엔스라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진화된 형태의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해체되는 상태다. 단순히 자연을 대상으로 했던 인간의 기술영역이 이제는 기술이 인간을 향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미래에 예상되는 ‘슈퍼인공지능(AI)’은,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간을 둘러싼 문제들의 복잡성과 그 복잡성이 야기하는 여러 가지 위협적 사항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위협을 제거할 목적으로 개발될 것이다. 한편 AI는 인간의 명령에 따라 타율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명령 이전에 인간이 원하거나 필요한 것을 인간보다 먼저 파악하여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러한 혁명적 변화과정에 따라 기존 인간관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된다. 앞으로는 AI를 두려워하고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어떻게 대처·수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AI가 인간보다 더 창의적으로 구현하기도 하는 한편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한단다. 따라서 AI가 만들어낸 화려한 결과물에 속는 일이 없도록 판단하고, 인간의 뜻에 따라, AI를 도움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획력과 통찰력을 기르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며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이제 지구상의 다른 생물들뿐만 아니라 AI도 인간과 동등한 존재자격을 가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간이 반드시 세상의 주체가 되어 다스리고 통제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무익한 고집이며 오만이다. 인간과 AI 사이의 관계정립은 과학자와 철학·윤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고민해야 할 문제이겠으나, 무작한 필자의 생각엔, 다수의 인류에게 유용하다면 AI로부터 통제받는 부분도 수용하는 새로운 생태주의 감수성으로 나아감이 바람직하다. AI에 대해 나쁜 마음을 품거나 욕심을 내지 않으면 인간이 인간을 해치는 것 이상으로 AI가 인간에게 해를 가하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여의도 역할이 AI로 대체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이명균의 인문담론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