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산업화 이후 인간은 자연을 이용과 지배의 대상으로 여기고 과학기술 가능성을 강조·자랑하면서 자연을 함부로 개발·파괴해왔다. 그 결과 오염과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인간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생겨난 생태중심주의(ecocentrism) 관점은, 인간은 자연과 별개 존재가 아닌 자연의 일부분일 뿐이라고 여기며, 인간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보다 전체 자연생태상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란 힘든 기간을 맞으면서 인간들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체는, 심지어 바이러스까지도, 독립된 존재가 아니라 전체가 강한 네트워크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현대 환경운동 창시자 레오 폴드는 ‘생태계 전체를 도덕적 고려 대상으로 여기는 관점에서 지구의 도덕공동체 범위를 동식물뿐만 아니라 물과 흙도 포함해야한다’고 주장한다.앞으론 이러한 생태인식에 ‘포스트휴먼’개념이 추가될 전망이다. 포스트휴먼이란 인간 다음 세대의 인간이라는 뜻으로 인간이라는 종(種)이 아닌 새롭게 창조된 인간 형태를 지칭하는 것이다. 이는 몇 백만 년 지속되어온 호모사피엔스라는 생물학적 진화가 아닌 과학과 기술의 힘으로 진화된 형태의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해체되는 상태다. 단순히 자연을 대상으로 했던 인간의 기술영역이 이제는 기술이 인간을 향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미래에 예상되는 ‘슈퍼인공지능(AI)’은, 전문가들에 의하면, 인간을 둘러싼 문제들의 복잡성과 그 복잡성이 야기하는 여러 가지 위협적 사항들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 위협을 제거할 목적으로 개발될 것이다. 한편 AI는 인간의 명령에 따라 타율적으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명령 이전에 인간이 원하거나 필요한 것을 인간보다 먼저 파악하여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이러한 혁명적 변화과정에 따라 기존 인간관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된다. 앞으로는 AI를 두려워하고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며 어떻게 대처·수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AI가 인간보다 더 창의적으로 구현하기도 하는 한편 거짓말도 천연덕스럽게 한단다. 따라서 AI가 만들어낸 화려한 결과물에 속는 일이 없도록 판단하고, 인간의 뜻에 따라, AI를 도움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획력과 통찰력을 기르는 장치가 필요할 것이며 이는 어디까지나 인간의 몫이다. 따라서 이제 지구상의 다른 생물들뿐만 아니라 AI도 인간과 동등한 존재자격을 가진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인간이 반드시 세상의 주체가 되어 다스리고 통제하는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무익한 고집이며 오만이다. 인간과 AI 사이의 관계정립은 과학자와 철학·윤리학자들이 중심이 되어 고민해야 할 문제이겠으나, 무작한 필자의 생각엔, 다수의 인류에게 유용하다면 AI로부터 통제받는 부분도 수용하는 새로운 생태주의 감수성으로 나아감이 바람직하다. AI에 대해 나쁜 마음을 품거나 욕심을 내지 않으면 인간이 인간을 해치는 것 이상으로 AI가 인간에게 해를 가하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여의도 역할이 AI로 대체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2022-12-27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영유’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뜻인지 몰랐다가 나중에야 ‘영어유치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요즘 자녀교육에 열성적인 가정에서는 아이를 유치원 때부터 영어유치원에 보낸다하며 어떤 영어유치원은 입학 때부터 영재테스트를 거쳐 영어수준테스트도 한단다. 영어뿐 아니라 어떤 학습내용이든 유치원 때부터 아이를 시험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필자 생각으론, 정교한 기계에 모래를 뿌리는 것과 같으며 자유롭고 다양한 사고력 형성을 크게 저해하게 된다.언어의 주된 기능이 의사교환 수단의 역할이지만 인간은 언어를 습득함으로써 사물이나 현상을 구별할 수 있게 되고 추상적이며 개념화된 사고를 시작한다. 언어를 정확하고 아름답게 구사할 줄 알아야 논리적 사고력과 풍부한 창의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언어를 잘 구사한다는 것은 말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좋은 내용의 자기 생각을 영어로 체계적으로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뜻이지 그저 발음 좋고 일상생활대화를 매끄럽게 하는 것으로 여겨선 안 된다.영어조기교육에 열성적인 엄마들은 미국의 대표적 언어학자인 노엄 촘스키 이론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촘스키 주장은 13세 이전엔 문법을 별도로 배우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할 수 있지만, 이후로는 문법규칙을 인위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2018년에 발표된 MIT 인지과학 연구원의 조슈아 하트숀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외국어 문법실력이 원어민 수준이 되려면 10세 이전에 학습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18세까지는 언어문법 습득능력이 크게 쇠퇴하지는 않는다고 한다.어느 쪽 주장을 따르든 원어민 수준의 문법습득은 영어권 사회에서 생활하려는 아이들이나 나중에 우리 풍습이나 정서를 담은 문학예술작품을 영어로 번역하는 직업을 가지려는 아이들에게는 필요할 것이나 영어를 외국어로 삼으며 생활할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필요한 학습이 아니다. 외국어로서의 영어는 고등학교나 대학 때 공부하더라도 필요한 영어능력은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다. 어릴 때 영어 학습에 쏟을 에너지를, 악기나 운동 등 다른 재능이나 기능들의 개발·연마에 쓰는 것이 아이의 미래행복을 위해 훨씬 더 중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말을 정확하고 아름답게 잘할 수 있어야 사고도 정확하고 고상하게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외국어도 수준 높게 잘 구사할 수 있다. 영미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교수라는 사람이 우리말 설명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 사람은 대개 영어실력도 별로였다.집에선 우리말을 하는데 유치원·학원에선 영어를 써야한다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 뿐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5∼7세 사이에 모국어 습득이 체계화되면서 아이들의 사고력이 형성되는데, 외국어 학습을 인지발달이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 수행하면 더 효과적이란 연구결과도 있다. 영어 장사하는 사람들의 광고와 마케팅에 좌우되지 않은 채 중심을 잡고 아이를 키우겠다는 엄마들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22-12-06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2012년 11월 23일 부임한지 5개월 밖에 안 된 서울동부지검장이 갑자기 사표를 냈는데, 사의표명 이유는 검사 실무수습을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된, K검사가 피의자인 40대 여성을 집무실로 불러 조사하던 중의 유사 성행위와 그 뒤에 인근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 가진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었다.사의를 표한 지검장은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서울동부지검에서 발생한 불미사태에 관해 청의 관리자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직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고 한다.사건이 터지자 K검사 소속 형사부 관리·지도자에 해당하는 부장검사까지 책임론이 논의되었으나, 지검장에 대해선 직접 거론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검장은 “K검사 사태로 조직의 위신이 바닥에 추락한 상태에서 다시 조직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이번 사태를 처음 접하는 순간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해 마음을 비웠다”며 사의표명 배경을 설명했고, 지검장이 기꺼이 희생양을 자청한 덕택에 사건 소속 형사부 선임 검사들의 책임문제가 해소됐다 한다. 이태원 참사가 터진 뒤 관련자들이 책임의식이 전혀 없는 모습에 2012년 서울동부지검사건이 생각났다.보도된 바에 의하면 경찰과 정부의 보고체계는 엉망진창이었다.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보다 늦게 내부 알림문자로 사태를 알게 됐고, 치안 총책임자인 경찰청장은 캠핑장에서 잠자느라 대통령보다 73분이나 늦게 보고 받았다. 이쯤 되면 사고지역 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그리고 경찰청장에 대해서는 즉시 인사조치가 있어야 했으며 행안부 장관도 즉시 사퇴했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어느 인터뷰의 책임 언급에서 ‘사표를 폼 나게 던진다’는 표현을 쓰는 등 장관은 임명권자에 대한 예의도 잊은 채 국민을 우롱하는 말을 하는 것 같다.대통령실 관계자는 “책임지우는 문제는 누가 얼마나 무슨 잘못을 했는지, 권한에 맞춰 얼마만큼 책임 물어야 할지를 판단한 다음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는데, 책임질 인사가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보기에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대통령께서도 범죄의 구성요건을 따져서 기소하던 검사 시절의 의식이나 사법시험 2차 날짜를 며칠 앞두고 친구의 함진아비로 대구까지 갔다는 일화에서처럼 개인적 의리 같은 것은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서 주장하는 사항들이 오늘날 민주국가 지도자에겐 맞지 않는 것들도 있지만 깊이 새겨야 할 사항도 있을 것이다. 군주의 덕목으로 “혼란을 막지 못하는 부드러움 보다 가혹한 조치로 질서를 세우는 것이 낫다” 또는 “지도자의 자질은 그 부하를 보면 안다”라는 말들은 오늘날 민주국가 대통령에게도 그대로 해당할 것이다.지금이라도 이태원 참사의 안전대책에 법적뿐만 아니라 정무적·도덕적 책임이 있는 사람은 즉시 문책해야 한다. 대통령으로서 개인적 의리를 지키는 것보다 나라와 국민을 안정되게 하는 것이 더 원칙적이고 상식적이다. 정부 각 부서의 장들이 책임의식이 없다면 대통령은 통치자로서 냉정하고 엄정하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2022-11-15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우리나라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2007년 개정)에 따르면 사망한 사람을 ‘자연장’으로 치를 수 있는데, 자연장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흙과 섞어 용기사용 없이 또는 생화학적으로 분해 가능한 용기에 담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말한다(법률 제2조). 이 장례 방법은 넓이는 가로세로 50센티미터 이하 그리고 깊이는 30센티미터 이상 땅을 파서 골분을 묻으면서 분묘를 만들지 않고 유골을 묻은 자리에 석물 등을 설치할 수 없으므로 아주 자연친화적이다. 초기엔 거부 반응도 많았으나 지금은 자연장법을 따르는 사례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최근 신문기사에 의하면 미국에선 ‘퇴비장’이란 장사 방법이 시행되고 있다는데 이는 시신을, 전통적 매장이나 화장이 아니라 거름용 흙으로 만들어 처리하는 ‘인간 퇴비화 매장’(Human Composting Burial) 방식이며 이용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이 방식은 시신을 철제 용기에 담아 풀과 꽃, 나무 조각, 짚 등 생분해 원료를 더한 뒤 6~8주간 바람을 통하게 하여 미생물과 박테리아가 시신을 천천히 자연 분해하도록 하는 것이다. 매장은 시신 처리부터 관 제작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데다 생분해에 오랜 시간이 걸리며, 화장도 목재·연료 등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데, 그에 비하여 퇴비장은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그런데 일부 시민들은 퇴비장이 고인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불경스러운 장례법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며, 가톨릭 교계 등에선 인간을 일회용품으로 만드는 행위로 생각하기 때문에 한편으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육신의 부활을 믿기 때문에 퇴비장의 합법화에 반발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서의 창세기에 “하나님이 땅의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와 “하나님은 아담에게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고 하셨다”는 구절이 있으니 가톨릭 교계에서도 생각을 조금만 달리한다면 퇴비장에 대해 반대할 사항이 아니라고 본다.필자가 주장하고 싶은 점은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든, ‘퇴비장’이란 용어를 ‘토양장’으로 바꾸어서 우리나라 자연장법에도 이 방법을 도입하면 좋겠다는 것이다. 낙엽이나 풀이 말라서 쌓이고 그것을 온갖 생물들이 이용하고 마지막에는 미생물까지 가세하면서 긴 세월에 걸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 ‘토양’이다. 토양은 우리 인간에게 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에게는 기본적으로 물과 함께 꼭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퇴비’라고 하면 옛 농사법에서 풀, 짚 등과 가축의 똥, 오줌 또는 그 밖의 잡살뱅이를 섞어서 만든 거름을 연상하게 되어 기분이나 느낌이 좋지 않을 것이나, ‘토양’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가장 소중한 요소인 흙이니 ‘토양장’이라 부른다면 부정적 생각이나 이미지는 많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토양장으로 만들어진 토양을 고인이 좋아했던 장소 등에 뿌리거나 유족들의 뜻에 따라서는 집안의 나무나 화단에 뿌려서 유해를 가족 곁에 두며 고인의 모습을 기리는 것도 의미 있는 장례법일 것이다.
2022-11-01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지난 한글날, 아파트 같은 동(棟)의 총 90세대 중 필자 집을 포함 단 2세대가 국기를 달았다. 아파트 관리소에서 다른 국경일에는 국기게양 안내방송도 하는데 한글날엔 국기게양 방송조차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 공식 국기게양일은 국경일인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과 정부지정일인 현충일과 국군의 날이다.국경일들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며 그 정도를 본다면, 비록 신화이지만, 우리나라 뿌리가 시작된 단군왕검의 고조선건국을 새기는 개천절이 가장 중요할 것이며, 다음엔 일제치하에서 광복을 맞게 된 광복절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 생각으론 광복절보다 한글날이 더 의미 깊고 중요한 날이 아닐까한다. 광복을 맞은 덕분에 한글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좋은 우리 한글이 있었기에 진정한 광복을 맞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경일들 중 한글날이 둘째 아니면 셋째로 중요한 날인데, 태극기 게양은 최하위에 가까우니 안타깝기 그지없다.개인에게나 국가에 있어서나 언어의 기능과 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뿐더러, 우리 한글의 우수성은 아무리 강조하고 찬사하여도 결코 지나칠 수가 없다. 그런데 현재 우리 사회는 한글교육뿐만 아니라 한글에 대한 인식마저도 너무 부족하며, 외래어나 외국어표기를 쓰지 않으면 무지하거나 시대와 유행에 뒤지는 것처럼 여기는 것 같다.필자는 정치보도가 싫어서 TV뉴스를 거의 시청하지 않지만 신문을 통해 잠깐씩 접하게 되는 정치기사를 보면 세계 최고언어를 가진 나라에서 세계에서 가장 저질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정치가 저질이 된 것은 정치인들의 말이 속악(俗惡)스럽고 그것이 행위로 나타나기 때문일 것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던 근현대 정치사 속에서도 나라가 이 만큼 발전하게 된 것은 오로지 한글과 한글정신 그리고 국민들의 노력 덕분이라 생각한다.지금부터라도 한글을 잘 다듬고 바르게 사용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생각과 정신을 더욱 정화시키고 다져서 혼란스럽고 기울어가는 나라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최근 어느 도시에서는 시장과 교육감이 손잡고 영어 상용화 정책을 펴서 영어사용에 불편함이 없는 도시로 만들기로 했다는데, 이는 얼이 한참 빠진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땅에서 우리 국민이 영어를 몰라도 아무런 불편이 없는데, 영어사용 외국인들의 불편함을 없애려고 영어상용 정책을 편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외국관광객이나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방안이라면 영어상용화 정책 대신 외국인들을 위한 영어도우미 제도를 치밀하게 만들어 시행하는 것이 비용과 실용성에서 더 효율적일 것이며 영어구사능력자들의 고용창출에도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언어란 인간의 생각과 정신을 지배한다. 당장 급하게는 힘들겠지만 한글 전용화까지는 아니라도 한글장려, 한글강화 또는 한글순화운동을 펴야한다. 영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평생을 살아온 필자의 경험으로는 우리말을 잘 구사할 줄 알아야 외국어도 잘할 수 있으며, 우리말을 제대로 구사할 줄 모르면 정확하고 세련된 외국어를 구사하기가 어렵다.
2022-10-18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죽음에 대한 얘기를 예전엔 금기로 여겼지만 요즘엔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렇더라도 칠십을 조금 넘긴 필자가 죽음에 대한 생각을 얘기한다면 나이 드신 분들은 무엄하다할지도 모르겠다. 어느 보험회사의 TV광고에서 ‘유병장수’라는 어휘를 보았을 때 병든 노인에게 저주를 보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필자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별세에 대해 가끔 생각하곤 한다. 당신께서는 잠을 주무시다 조용히 세상을 뜨시겠다고 생전에 자주 말씀하셨다. 사람이 죽는 순간엔 목숨을 편안하고 쉽게 거두어야 된다며 예순이 지난 뒤부터는 보약이나 건강식품 같은 것을 일체 드시지 않으셨으며, 간혹 선물로 받으신 건강식품은 자녀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주셨다. 그 이유는 나이든 사람이 보약이나 건강식품 같은 것을 먹어봤자, 새롭게 힘이 많이 솟아나지도 않을뿐더러, 그냥 목숨만 더 오래 유지되게 할뿐이라는 것이었다. 당신께서는 9년 전 만 82세로 세상을 뜨셨는데 평소 말씀대로 밤에 혼자 주무시다 돌아가셨기에 6남매 자녀들 중 아무도 임종을 못하였다. 시골집 텃밭에 심어놓은 고구마를 가을이 되면 수확하여 우리 형제들에게 보내주겠다고 하시던 어머님이랑 전화통화를 했던 동생이 그 다음날 오전 약속시간에 맞춰 어머님을 찾아갔을 땐 이미 숨을 거두신 뒤였다. 일반적으로는 자식으로서 부모의 마지막 임종을 못하면 불효라고 여길지 모르겠으나 필자는 솔직히 말해서, 그러한 죄책감은 전혀 없었다. 당신 생전에 장례절차, 49제를 지낼 절, 화장한 유골 모실 곳(가족 자연장지)까지 직접 방문하시며 필자와 함께 모든 의논을 다 해놓은 터였다.필자는 15년 전 대학병원에 시신기증을 하였으며 얼마 전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도 하였고, 현재는 어떤 건강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며 암이나 중병에 걸려도 항암치료나 연명치료 등은 일체 하지 않기로 하였다. 미소 짓는 나의 모습의 영정사진도 마련해놓았다. 사람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끊어서도 안 되지만 의료기술에 의지해 억지로 연장하는 것도 자연이치에 어긋난다고 본다. 신체와 의식이 건강하면서도 타인이나 사회에 조금이라도 이로운 일을 할 수 있거나 적어도 부담은 주지 않는 정도에서 세상을 살다 떠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통상적 기준으로 세상을 살만큼 살았다면 언제 어디서 쓰러져 죽더라도 전혀 아쉬움이나 문제가 없도록 생전에 모든 조치를 다 해두어야 할 것이다. 오래 살면서 나이 많은 것을 무슨 큰 훈장처럼 자랑하며 내세우거나 그렇게 비친다면 보기 좋은 모습이 결코 아닐 것이다. 유병장수가 가족이나 사회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짐이 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무병장수도 자칫하면 누군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질병치료와 건강관리를 적극적으로 하여야 마땅하다. 그러나 죽음이 본인과 가족들의 고통과 부담을 없애주는 좋은 수단으로 여기고 자신의 생각, 활동, 주변 등을 잘 정리하면서 노년을 보내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필자에게 무병장수와 무병단수 중 선택하라 한다면 단연코 후자를 택할 것이다.
2022-10-03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정치경험이 거의 없이 떠밀려 대통령 되신 분은 국정 전반에 걸쳐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에 맞는지를 대통령이 잘 챙기면 된다. 그러나 각 부처장관들은 밤새워 연구하고 배워서라도 부처 업무 특성들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최근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방경제회생과 인구분산 등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 현 대통령 임기 내에 대기업 3~5곳과 주요 대학, 특목고의 지방이전 추진을 밝혔다고 보도됐다. 해당 장관은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가려면 대기업이 내려가야 하며, 공공기관 이전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기업이 지방으로 가기 위해선 대기업에 인재를 공급할 주요 대학과 대기업 직원 자녀들이 공부할 특목고를 세트로 묶어 같이 보내야 한다”고 하였단다. 장관은 또한 “20대 대기업의 본사나 공장,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 주목을 끌 만한 주요대학, 특목고를 함께 내려 보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구체적 언급까지 하였단다.기업이란 사회의 생산단위로서 각 기업마다 특정한 영역이나 분야에서 사람들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생산판매하거나 그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 조직체이다. 반면에 학교란 대학이든 고등학교이든 사회의 전 분야에서 활동할 다양한 인재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러한 학교를 특정 기업에 인재를 공급할 기관으로 간주하여 세트로 묶어 지방으로 보내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대학을 특정 분야의 직업훈련소 정도로 생각하거나 특목고를 특정 대기업 직원들을 위한 사설학원처럼 여긴다는 말인가? 장관이라는 분이 기업도 제대로 이해 못할 뿐만 아니라 학교를 옛 서당 정도로 생각하는 수준 같다.기업유치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여 해당 기업이 그 지역에서 활동하기에 가장 적합한 여건을 만들어주면 될 것이다. 그러나 학교란 극히 일부 전문분야를 제외하고는 특정한 지리적 여건과 학생들의 교육과는 상관성이 별로 없다. 학교는 어디에 위치하든 교육을 열심히 잘 시키면 될 것이며, 학부모들의 거주지가 멀리 떨어진 경우는 기숙사제도를 잘 운영하면 된다. 정부의 정책수립과 이행을 여행사의 여행 상품판매나 마트의 세일행사처럼 세트로 묶어서 추진하겠다니 참 희한한 발상이다. 백보 양보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충심 끝에 떠오른 생각이라 간주하더라도 관련 부처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먼저 들은 뒤에 언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구상한 정책에 대한 타당성이나 가능성을 짚어보지도 않고 언론 인터뷰에서 그것도 현 대통령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먼저 말했다니 무슨 영웅 심리나 조급증에서 나온 발언인가 싶다.얼마 전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관한 내용을 섣불리 발표했다가 35일 만에 사퇴하였다. 어쩌다 여당으로, 어쩌다 장관으로 보이는 모습들 때문에 대통령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2022-09-20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인문학은 인간의 삶, 사고 또는 인간다움 등 인간의 근원문제를 탐구하는 공부다.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사회과학 자연과학은 인간을 둘러싼 사회와 자연계의 현상에 대해 경험적 접근이나 보편적 원리를 통하여 어떤 법칙을 유도하려 하나, 인문학은 인간 본질에 대해 분석적이고도 비판적으로 접근하면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대한 종합적 성찰과 이해를 목표로 한다.미국 명문대학인 컬럼비아 대학의 학부과정에서 훌륭한 저서읽기인 ‘인문교육 프로그램’(코어)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한다. 문학과 철학, 윤리학과 정치학, 미술과 음악, 과학을 망라하여 지정된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필수 공통학습과정이다. 이 과정은 학습량이 엄청날 뿐만 아니라 엄격하기로 소문난 프로그램인데도, 이 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이 강좌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강좌로 손꼽는다고 한다. 이 강좌는 명 교수의 명 강의가 아니라 다양한 전공과 이력을 가진 교수들이 대화와 토론의 조력자로서 참여할 뿐 수업진행의 주축은 20여 명 정도로 이루어진 학생들 각자의 활발하고도 집중적인 참여이다. 이러한 수업참여로 학생들 각자는 시간적 역사와 공간적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고 설정하는 방식을 구축해가게 되며, 지식은 주입식 강의나 암기가 아닌 스스로의 탐구와 성찰의 공유과정을 통해 축적된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을 맡았던 몬타스 교수에 의하면, 첨단과학기술이 발달한 새로운 세대의 학생들도 존재론적 불안에 시달리고 무의미함의 위협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고 진단한다. 몬타스 교수는 학생들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성찰하면서 내면의 힘을 함양하는 방법과 지혜를 습득하기를 권하는 동시에, 컴퓨터 과학자, 회계사, 사업가, 법조인, 의사 등 모든 유형의 전문직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교양교육이 특히 필요함을 강조한다.최근 필즈상 수상으로 유명한 허준이 교수는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일반적으로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 하는 일입니다”라고 하였다. 또한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18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은 리스트의 피아노곡 ‘단테 소나타’를 좀 더 이해하려고 단테 ‘신곡’의 국내번역판을 모두 찾아 읽었다 한다.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인문학적 감성과 소양을 명 강의를 통해 쌓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체득(體得)하였으며 그것이 그들의 재능의 원천이 된 것이다.첨단과학기술의 고도발달사회에서 전문직이나 지도급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겐 인간의 삶의 현상들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과 종합적 분석력이 더욱 필요하다. 컬럼비아 대학의 인문교육프로그램 같은 과정이 힘들어서 미국의 많은 대학들도 포기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대학들도 전문가양성 교육과정에서는 밀도 있는 인문교육프로그램을 필수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프로그램 담당교수들은 추상적 용어나 개념을 들먹이며 사변적 얘기로 자기과시나 하려는 전달식 강의보다 조력자 내지는 사회자 역할을 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022-09-06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얼마 전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국회의 대정부질문 장면을 잠깐 본 적이 있었다. 어느 여당 국회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질문하는 순간이었는데, 그 질문 내용들이 가히 가관이었다. 국회 대정부 질문이라면 최소한 질문 대상자의 직무나 업무에 관련된 내용을 질의해야 할 것인데 전혀 엉뚱한 사항을 묻고 있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아느냐”, “현 대통령을 존경하느냐” 게다가 “이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의 차이점을 아느냐”라는 유치한 질문까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준답다(?)고 여기며 들을 수 있었다. 더 가관인 질문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더 훌륭한 분이 대기하고 있는데 왜 사퇴하지 않느냐”는 식의 호통소리(?)가 나왔을 땐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더 훌륭한 분’이란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며 그 훌륭함의 기준은 무엇이며, 해당 업무를 실제로 수행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더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또한 대통령이 임명할 기관장인데 질문자가 특정인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서와는 달리, 대통령 직속기관이라 하더라도, 고유성과 독립성이 있는 공공기관들은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수행업무 사항들이 크게 달라질게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들먹이며 임기가 남은 기관장에게 사퇴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법과 원칙 그리고 공정과 상식’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 된다. 여당 의원의 질의는 질의가 아니라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인을 해당 기관장에 임명되게 할 의도를 가지고서 현 기관장에게 사퇴를 강요하는 것 같았다.‘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르면 기관장의 임기는 정해져있으며,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거나 직무수행에서 현저히 게으른 경우가 아니면 해임사유가 되지 않는다. 보도에 의하면,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은 각 상임위 간사로 내정된 의원실에 연락하여 상임위 산하공공기관 현황을 종합하여 보내라고 하면서, 한편으론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방만한 경영과 과다한 부채 등의 문제가 있는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착수를 위한 조사라고 설명한다는데, 대통령의 국정철학 기준에서 명백하게 문제되는 공공기관은 필히 조사·개혁해야하며 기관장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경우엔 해당 기관장을 문책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전 정부에서 임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관장 사퇴를 압박해선 안 된다. 그러한 압박 자체가 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의 기본정신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며,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사퇴강요의 발언을 한 여당 의원이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배치되는 행위를 한 것이다.대통령 취임 후 아직까지 국정운영의 큰 틀이나 구체적 비전도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나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기보다는 자신들 이해관계에 정신이 팔려있는 여당의원들이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2022-08-16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대통령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양성’을 강조하자 교육부는 대학정원 규제를 풀고 반도체 인력을 키우겠다고 하니, 수도권 대학정원을 늘릴 경우 지방의 인재유출 가속화를 우려하며 지방대학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반도체 분야의 대학교육에 대한 논의는 요란하다. 그러나 반도체산업인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고졸기술자 교육에 대해선 조용하다.그런데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21년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의하면 반도체산업의 학력별 부족인원은 고교졸업생이 55%를 차지했다. 게다가 특성화고교를 중심으로 포진한 전기·전자학과 등의 고졸인력들이 반도체나 전자산업 현장에서 필수인력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2022년 추가경정 예산안을 보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학생 수가 감소함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어 교육재원의 효율적 활용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한다. 각 교육청에선 늘어난 교부금을 쓸 곳이 없어 재난지원금이나 입학준비금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현금성으로 또는 필요성이 의심스런 스마트기기 구입 등으로 썼다고도 한다. 한편 정부는 유치원과 초중등 교육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대학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학생 수가 줄어들기는 대학도 마찬가지인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여유분을 구태여 대학에 쓸 이유가 있을까. 대학에 예산이 필요하다면 학생 감소에 따른 비효율적 부분에 대한 대학구조조정을 통한 예산절감으로도 상당한 재원을 확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대학의 반도체학과에 증원정책 지원도 중요하지만 반도체 관련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지원도 시급하고 절실하다. 그러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여유분은 당장에 필요한 반도체 관련 특성화고교 육성과 그 학생들을 위하여 쓰여야 하며 그것이 재원의 목적에도 맞다. 반도체 산업현장에서 학력별 부족인원은 고교졸업생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관련 교육제도와 지원은 미비하단다. 많은 특성화고교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비한 실험실습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설투자 확대도 필요하다고 한다. 또한 노동 강도가 높고 근무조건들이 열악한 반도체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현장 고졸사원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한 대책도 수립해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대학의 반도체교육은 정부와 대학에서 애를 쓰고 있으니 특성화고의 반도체 인력교육에 대해선 시·도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관련 기업들이 함께 연구팀이나 협의체 등을 구성하여 지원을 강화함이 바람직하다. 특성화고교생들의 자격증 취득과 외국어학습 그리고 국비유학 및 해외연수 제도 등에 대폭적 지원을 통한 학생유치 장려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나아가 기업체근무 고졸사원들의 교양함양을 위한 문화예술 등 인문교양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를 적극 제안한다. 지역 또는 산업단지의 권역별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대학교육 기회가 없었던 고졸사원들이 퇴근 후 또는 주말에 교육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함은 개인적 자질함양과 함께 산업현장의 근무의욕 고취 등으로 근로생산성에도 효과가 클 것이다.
2022-08-02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극시 ‘파우스트’의 앞부분 ‘천상의 서곡’에서 파우스트를 유혹하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제안을 허락하면서 신(창조주)은 “인간은 자칫하면 풀어지기 쉽고 무조건 쉬기를 좋아하기에 그들을 유혹하며 자극하게 될 악마의 역할을 할 동료를 붙여주려 하지”라고 말한다. 한편 파우스트가 그에게 접근한 메피스토펠레스에게 “대관절 자네는 뭘 하는 자인가?”하고 물었을 때, 메피스토는 “항상 악을 탐하면서도 오히려 늘 선을 이룩하는 그 힘의 일부입니다.”라고 대답한다.이처럼 신의 위치에서 본다면 악마란 증오나 거부의 대상이 아니라 휴식이나 만족감에 빠지기 쉬운 인간을 흔들어 일깨우고 자극하는 존재가 된다. 신은 악마를 생성의 힘을 지속시키기 위한 자극제로서 절대 필요한 존재로 여긴다. 이런 의미에서 악도 신의 세계를 유지하는 요소 중의 하나다. 선과 악은 대립적 특성을 가지기는 하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을 보다 높은 질서와 조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이는 우주에서 낮과 밤 또는 음양의 조화와 작용으로 만물이 생성되고 운행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신은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증오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동료나 장난꾸러기 정도로 여기며 꼭 필요한 존재로 본다.생물종의 다양성은 지속적인 지구 생태계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심지어는 해충도 어느 정도는 있어야 익충의 먹이공급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인간사회에서도 다양성은 매우 중요한데, 고대 로마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자신들이 점령한 지역 민족들의 문화와 종교의 다양성을 포용했던 시대에는 번창하였지만, 동일 종교와 순수를 추구 강요하면서는 로마가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우리 사회도 다양한 철학, 문화, 신념들을 포용하며 상호 존중하여야 보다 풍성하고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몇 해 전 당시 정치권의 중심에 있던 어느 인사가 “보수 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는 말을 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을 때, 나라의 주요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보수 궤멸’이라는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으며, 지금 생각해도 섬뜩하다. 민주사회란 다양한 사고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 자극과 견제를 통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변화발전을 이어가는 곳이다. 진정한 진보라면 보수가 설사 악이라 하더라도, 궤멸시키려 하기보다는, 보수를 거울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건전한 양식의 진보라면 보수를 인정할 수 있는 자신감과 아량이 있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보수도 진보를 존중하고 수용하며 때로는 진보와 협의 협력할 줄 아는 능력과 자세를 갖추어야 사회가 보다 풍요롭고 발전적이 될 것이다. 지금 정권을 잡고 있는 보수라는 쪽에서도 ‘진보의 궤멸’을 생각해선 결코 안 될 것이며, 오히려 제대로 된 보수라면 진보가 건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진보 쪽에도 “이전 정부에서 ‘증오의 대오’를 ‘정의의 대오’로 착각하는 실책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음을 보수는 기억하길 바란다.
2022-07-19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학령인구의 절대적 감소로 대학에 진학할 학생 수가 대학정원보다 훨씬 적어서 생겨나게 될 많은 정원미달 대학들에게 고령자 재교육 또는 평생교육기능을 담당케 하여 대학 위기극복의 실마리를 찾게 하자는 말들이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20여 년 전부터 저출산 인구감소는 벌써 예측된 것인데, 그동안 아무런 대책이나 노력도 없이 기득권만 누려오다가 이제 와서 전혀 엉뚱한 방안의 제시는 납득하기 어렵다.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위기 상황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대학의 수와 대학정원 수를 줄임과 동시에 전공학과와 단과대학이나 대학원 등에 대한 과감한 구조개혁이 따라야 마땅하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전공 학과에 학생들을 모집하여 방만하고 안일하게 운영해오던 대학들은 인구감소와 사회구조의 변화에 따라 없어지는 것이 합리적이고 순리다.최근 어느 언론 보도에 의하면 청년 일자리가 없다하기보다는 대학교육과 산업계 일자리의 부조화로 인하여 청년실업이 더 심해진 것이라 한다. 인력난의 근본원인은 대학이라는 곳이 청년학생들과 그들을 수용할 사회에 필요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교수들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란다. 세상은 무섭게 변하는데 낡은 교과목을 붙들고 철밥통으로 삼는 교수가 너무 많으며, 이들의 기득권 지키기 저항으로 학과 간 정원조정 조차도 번번이 무산된단다. ‘2021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교육과 실제 직업의 연계성이 OECD 주요 30개국 중 꼴찌다. 대학진학률은 세계적으로 높지만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일자리 수요와 심하게 어긋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철밥통을 잘 지켜오다가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이 존폐위기에 놓이니, 이제는 평생교육 재교육 운운하며 기존 특권을 어떻게든 유지하겠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존속 능력과 필요성이 없는 대학들을 평생교육 등을 구실로 국민세금을 들여서 억지로 유지시켜야 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령화 사회에서 은퇴자 고령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필요한 교육내용들이 있다면 한계·부실대학을 살리려는 측면이 아닌 고령자 재교육의 필요성과 효과의 관점에서 충분한 연구검토를 거쳐 내실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은퇴자나 고령층 사람들에게 평생교육을 통해 생동감을 불어넣는다는 핑계로 한계·부실대학의 존속을 노리는 것은 잘못이다.한편 대개 외곽지대에 있는 대학이라는 곳은 고령자들의 접근이 쉽지 않을 것이며, 수업료를 지불하면서 대학건물까지 찾아가 배우겠다는 고령자들은 더더욱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나 공공도서관 등에서 지자체나 국가예산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많은 무료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것마저도 교육내용과 방법에 대한 평가나 점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히 부실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된다. 고령층 교육의 필요와 중요성에 대해서라면 이런 프로그램의 내용과 운영부터 잘 정비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2022-07-05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하였다. 대선은 0.73%라는 미소한 차이였으나 지방선거는 압승이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이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지지했다고 해석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선에서는 국민들이 윤석열 후보를 선택한 것이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은 아니며,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것 역시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성향이 그대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고 본다. 대선에선 당시 여당과 여당후보가 싫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떠밀려 대통령 후보가 되었던 야당 후보를 찍은 것이고, 지방선거에서는 소위 ‘검수완박법’ 처리와 일부 희한한 공천과 황당한 공약 등 야당의 자충수를 보며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심리로 여당에 압승의 결과를 안겨준 것이지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 의미로 여당 후보를 많이 찍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은 국정운영에 상당한 힘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니 국민들의 기대에 꼭 부응해주기 바란다. 건전한 비판은 야당의 것이라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되 비난이나 억지소리에 대해선, 명백한 왜곡이나 허위 내용이 있다면 사실 여부에 대해서만 솔직하고 분명하게 밝히고, 불필요하게 맞붙어 싸우는 일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응할 필요가 없는 사항들에 같이 응수하느라 힘이나 정신을 쏟지 말고 정부의 올바른 정책들의 수행에 대하여 국민들의 이해, 도움 또는 협조를 구할 사항들을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열심인 모습들을 보여주면 좋겠다. 정책의 수립과 수행이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위에서 이루어진다면 비록 당장은 힘들더라도 다수의 국민들은 잘 따르고 적극 협조할 것이다.새 대통령은, 외람된 말이지만 보수 성향의 국민들로부터는 은혜를 입었을지언정 정치권의 보수진영에 대해서는 도움을 받았기 보다는 오히려 정권을 되찾는 혜택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새 대통령의 정부는 당의 명분이나 진영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과 민생을 위한 정책수립과 수행에 매진할 것으로 믿는다. 국민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하고 어려운 문제는 경제 살리기와 청년일자리 창출, 그리고 장단기의 저출산 대책일 것이다.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돈을 벌어야 할 사람들이 돈벌 곳이 없는데, 돈 쓸 사람들을 기다리는 자영업자들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니 나라 사정이 이중 삼중으로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 목숨까지는 아니라도 혼신의 힘을 다하길 희망한다.오래전 우스개로 ‘정치인과 정자(精子)의 공통점은 그 수많은 개체들 중 인간될 것이 하나 있을까말까 한 것이고, 차이점은 정자는 인간되려고 난자를 향해 달리며 최대의 노력을 하는데 정치인은 인간되려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권력을 탐하면서 허울 좋은 행위나 열성으로 가장하여 자신만의 욕심을 은밀하게 달성하려는 기성의 교활한 정치인들과는 달리 경험은 없지만 정치 때가 묻지 않은 새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는 국민들에게 솔직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2022-06-14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과학만능 사고가 중심이 된 기술개발과 편리함의 추구가 현대의 인간소외와 인류의 대형 재난재해를 일으키는 등 그 모순 현상들을 많이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런 현상들이 초래할 미래의 인간운명에 대한 인류공동의 가치관과 윤리적 판단 그리고 창의적 대처능력 함양을 위하여 인문교육의 역할이 중요함은 자명하다. 선도국가에서는 인문사회학술연구와 인문 사회적 통찰로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며 성숙한 국가를 만드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 인문사회를 단순한 교양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미래의 성장과 혁신은 인문사회의 가치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고, 인문사회 분야는 가치생산의 가장 큰 원천이고 출발점이라는 언설들이 있다.이러한 현 상황에 맞추어 요즘 대학이나 인문학자들을 중심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담론들이 많다. 그 담론들은 대개 방치와 소외로 위기에 처한 인문학 육성을 위하여 국가나 정부의 ‘지원강화’, ‘특별 법률제정’, ‘인문정책연구원 설치’ 또는 ‘인문학술연구교수의 수적 확대’ 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그런데 인문학에 대한 지원강화를 얘기하기에 앞서 인문학이 현재의 위기를 맞게 된 이유가 무엇이며 그간 인문학이 어떤 노력과 역할을 해왔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 당장에는 각 대학에서 인문학 관련 전공의 나눔과 학과설치 운영에 대한 냉철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외국 같으면 대학원에서나 전공으로 나눌 연구 분야나 영역을 학부의 학과로 쪼개는 등으로 해당 전공교수들의 안일을 보장하려는 경우가 없는지를 솔직하게 진단해봐야 한다.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기 보다는 교수 자신이 아는 내용이나 연구하는 분야를 활용하는 정도의 가르침은 없었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없는 정도를 넘어 가르쳐선 안 될 과목이나 내용을 가르친 경우는 없는지 등을 분명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인문학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보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학교육개혁이 친기업적 친자본적 실용적으로 치우친다고 비판한다. 한편으로는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에서는 모름지기 예술적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게 하여 삶과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러한 필요성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말들이 옳기는 하나, 외람되지만, 필자 생각엔 인문학의 중요성 보다는 인문학자 자신들의 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위장전술 같은 주장으로 들린다. 인문학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회의 모든 곳에서 항상 필요로 하는 법인데, 인문학의 기능이나 역할이 그 필요성들에 부응하도록 인문학 전공자들이 제대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인문학 교육의 강화는 좋으나 필요한 장소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수용되게 하였는지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인문학위기는 외부적 여건들보다는 대학과 인문학자들이 자초한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2022-05-31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Dante Alighieri)는 그의 대표작 ‘신곡’(La Divina Commedia)의 ‘지옥편’에서 지옥의 입구 문에는 “여기 들어오는 자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라는 문구가 있다고 묘사한다. 이는 단테가 내리는 ‘지옥’의 정의는 인간에게 ‘희망이 없는 곳’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 5명 중 1명이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 한다’고 생각하며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됨으로써 좌절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 20%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지 못함과 동시에 사회를 불신한다는 뜻이다. 한편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요사이는 무엇을 해도 되는 일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사회든 가정이든 미래의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노력으로 희망이 보일 경우엔 현재가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딜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고난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굳게 각오한다면 오히려 용기와 힘이 생기게 마련이며 그것을 이겨내고 뜻이 이루어지면 성취감과 함께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앞이 보이지 않고 변화나 개선의 희망이 없다면 용기도 의욕도 생기지 않은 채 늘 불안하고 괴로워 지옥 같은 삶이 될 것이다.새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지금은 비록 고생스러워도, 앞날에 대해 예측이 가능한 사회가 되게 해주기 바란다.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힘들었다 해서 당장 전시효과를 내기 위해 퍼주기 식 같은 선심정책을 펴지 말고 국민들 각자가 자기 나름의 계획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나아진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국정을 이끌어주길 바란다.옛날을 돌이켜보면 정부가 하는 일들에 떳떳치 못하거나 국정운영에 자신이 없을 땐 얄팍한 이벤트성 정책들을 내걸어 과오나 약점을 가리면서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 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권의 허점을 덮거나 특정 집단만을 의식하며 전시효과 정책을 이용하는 약한 정부가 돼선 안 된다. 정부는 국가 장래를 생각하며 국민들을 옳은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되 일부 유권자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선거기간 중에 내건 공약들 가운데 타당성이나 합리성이 떨어지는 사항들이 있다면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보다는, 다소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설득하는 용기로 국정을 효율적으로 바로 이끌어야 한다. 당시엔 상대 경쟁자를 의식하여 꺼낸 무리한 공약들이 있었다면 약속에 대한 책임을 꼭 지키겠다는 오기를 부려서도 안 되며 또한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서도 안 될 것이다. 정책의 실용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국민들이 믿고 따르게 하는 것도 정부역량의 중요한 몫이다. 새 정부가 다 할 수 있고 다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상식과 공정의 원칙이 사회전반에 정착되고 일반화되게 하여 성실한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노력할 의욕이 생기게 해주길 바란다.
2022-05-17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인류가 낳은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첫 아내, 물리학자가 꿈이었던, 밀레바 마리치는 취리히 국립공과대학에서 석사학위 논문준비 중 임신출산으로 학업연구를 중단하였다. 두 사람 공동연구인 ‘특수상대성 이론’ 등 5편의 공동저작 발표논문에 결혼 전엔 ‘아인슈타인, 밀레바 마리치’로 공동 서명하였으나 결혼 후엔 ‘아인슈타인’ 이름만 썼다. 아인슈타인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고 밀레바와 이혼하였고 밀레바는 피아노·수학 레슨으로 혼자 병약한 아이를 돌보며 살다, 말년엔 반신불수의 홀몸으로 눈을 감았다. 여자의 훌륭한 업적과 공로가 남자에 의하여 묻히고 출산육아로 그 꿈과 재능이 깡그리 희생된 대표적 사례. 밀레바가 학업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재능이 있으면서도 육아가사노동 때문에 아깝게도 썩는다고 생각되는 여성들을 주위에서 볼 수도 있고, 한편 재능과 자질이 훌륭하지만 육아가사에 전념한 결과 사회활동에 직접 참여한 것 못지않게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타고난 소질과 재능을 가능한 마음껏 개발·발휘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남녀 누구든 사회 각 분야에서 각자의 재능발휘에 있어, 자신의 뜻에 반하여, 부당하게 피해보는 경우가 없도록 법적 제도적 필요한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마땅하다. 그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여성들에겐 출산육아 가산점제를 그리고 남성들에겐 군복무가산점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남성들의 종전 군가산점 제도를 폐지한 것은 여성들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출산육아와 군복무에 대해 동시에 가산점제를 도입한다면 남녀평등과 형평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는 출산육아 후 사회활동을 희망하는 소위 경단녀들의 사회 재진출의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군복무기간동안의 노동력제공과 군복무로 인한 국가시험 준비나 학업중단 등으로 발생하는 남성들의 피해에도 다소 보상이 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모병제임에도 군제대자들에게 일정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우리는 징병제임에도 군복무의 혜택이 없다는 것은 형평원칙에도 맞지 않다.개인의 활동에서 잘못된 제도나 관념 때문에 받게 될 피해나 제한을 최대한 없애줌으로 남녀 모두의 에너지가 충분히 잘 활용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남녀사이의 구조적갈등도 상당히 해소되어 요즘의 결혼기피현상 또는 여성들의 출산기피의식도 자연히 많이 해소될 것이며, 따라서 절박한 저 출산 대책에도 도움 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많은 여성페미니스트들이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원할 경우엔, 집에서 육아가사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고 한다. 남녀가 서로를 탓하거나 적대시하지 않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가운데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부와 국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남녀들이 서로 아끼면서 들려주는 웃음소리와 함께 귀여운 어린이들의 재잘거림 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22-05-03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무례하다고 할 때는 일반적으로 힘의 바탕은 없이 행위가 예의에 어긋난다는 것이기에 그로 인해 실제적 해악이 생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오만은 힘과 교만이 결합되어 생겨나며 행위자의 기본적 의식이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특정 상황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그 오만이 반복되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2022-04-12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여성들에게 심한 불평등을 가하였던 가부장제인습 타파를 위해 19∼20세기 초 서양에서 페미니즘 물결이 일어났으며, 초기엔 가부장제관념의 모순·횡포에 대한 폭로·저항이 중심 목표였고 대표적 성과가 여성투표권 획득이었다. 이후 여성들의 적극적 사회참여와 법적·제도적 평등에 이어 경제적·실제적 평등을 주장하였으며 현재는 불평등 외침보다는 남녀 새로운 관계 맺기와 육아권익 주장 등에 관심을 쏟는 단계다. 그런데 근자 우리 사회의 페미니즘 담론은 매우 당혹스럽다. 약자와 연대가 페미니즘 정신과 맞느니 심지어는 동물복지법 적용이 페미니즘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페미니즘 담론은 해괴하기까지 하다. 약자를 위함은 복지정책 영역이고 성희롱·폭력은 형사정책 영역이며 페미니즘은 사회경제문화 영역에서 폭넓게 다루어질 사항이다.
2022-03-27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여러해 전 어느 법과대학 졸업식에 참석했을 때 일이 기억난다. 대학장의 졸업축사 중에 “법은 예술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깜짝 놀랐다. 추상같이 엄해야할 법이 어떻게 “아름다움”이 바탕인 “예술”이란 말인가? 그러나 조금 뒤에 나온 “법은 사회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라는 표현에서 “균형”이라는 말에 속으로 공감의 무릎을 쳤다. 여기서 균형은 사회질서의 균형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으며, 자연현상이든 인간사회의 질서든 균형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며 아름다움은 바로 예술이다.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정치보복’이니 ‘적폐청산’이니 하는 말들을 여러 번 들었다. 그중 정치보복이라는 말은 정치에 문외한인 필자가 듣기에 거북한 용어였다. ‘보복’은 앙갚음이란 뜻인데, 이는 개인이나 폭력조직 등이 사형(私刑)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될지언정 정부나 국가의 공인이 보복행위를 한다는 것은 법치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과 정권의 사전에는 ‘정치보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없으리라 믿는다. 한편 ‘적폐’란 오래 지속되는 폐단이라는 뜻으로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청산되어야할 부분이다. 그러니 적폐청산이 특정 대통령이나 정권에만 주어지는 과제가 아니라 적폐가 생길 때마다 어느 정권에서든 마땅히 청산해야한다.그러나 적폐청산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관심을 가진다면 그 자체가 정치보복으로 오해받을 수가 있다. 따라서 적폐청산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지시도 보고받는 일도 일체 없이 해당부처와 담당기관에다 통상적 업무로 완전히 맡기시고 평소 주장처럼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과 상식의 사회를 만들자”는 통치이념이 전달되기만 하면 될 것이다. 다만 해당기관에서 적폐청산 수행 중에 만에 하나라도 앞 정권의 인사와 관련된 사건·사항들이 있다면, 특별히 신속철저하게 조사 처리하되, 사법부 판단까지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그런 다음엔, 뭘 잘 모르는 말을 감히 하자면, 해당 적폐청산 관련 건에 대해선 대통령 통치권 차원에서 사면 등의 특별조치를 통해서라도 국민화합과 대통합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소망해본다.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국민들 사이의 적대감과 갈등을 해소하여 화합과 통합의 사회를 만드는 과업이 지금으로선 무엇보다 절실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善)을 많이 폄으로써 악(惡)이 저절로 시들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필요악이란 말은 어쩔 수 없는 사회악이란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서, 때로는 악이 어느 정도의 순기능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 담겨있다. 지고의 선도 보통사람에게 지나치게 강요하면 그 자체가 악이 된다고 한다. 반면 악을 용서관용으로 대할 때 오히려 선이 더 돋보이면서 그 영향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정의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불만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차기 대통령께서는, 법이 예술이 되게 하면서, 젠더 사이와 세대 간 그리고 이념 간의 갈등을 하루바삐 해소하여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균형 잡힌 대통합의 사회로 이끌어주시길 간절히 빈다.
2022-03-15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어느 대선 후보께서 유세 중 “…. 제가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 검찰은 있는 죄도 덮어버리고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조직”이라 하였다고 한다. 이 말은 아마 진심에서가 아닌 유세장 분위기에 휩싸여 엉겁결에 나온 말일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 표현은 단적으로 말해서 민주국가이고 법치국가인 우리나라 법질서를 전면 무시하는 발언이며, 나아가선 우리 헌법 제1조 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어떤 사건에 대해 검찰의 기소에 다소 무리가 있다하더라도 그 행위자가 수감되려면 최종적으로 법원판결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죄 없음에도 감옥 간다는 말은 검찰과 법원을 모두 불신한다는 뜻인데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누가 뭐래도 법질서와 민주적 절차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설령 감옥에 가고 싶다고 해도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갈 수는 없다.얘기가 나온 김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며, 황당하다고 여길지 모를 인문 논리적 담론을 한마디 하려한다. 즉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헌법 제84조에 해당하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재임 중 중대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퇴임 후 형벌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하는 예우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만약 대통령 퇴임 후 형벌에 해당하는 과오를 범했던 사실이 발견된다면 그 사안의 진행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한 참모나 장관은 반드시 엄한 처벌을 받게 되는 장치는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항에 대해 실무 담당자나 중간 보고자가 합리적 타당성을 근거로 윗사람의 뜻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때 “너 죽을래?”라는 식으로 말하는 부류의 사람을 엄히 처벌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을 그런 형태로 보필하는 사람은 업무적 판단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모시는 자세마저 잘못됐기에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대통령으로부터 높은 자리에 앉는 하늘같은 은총을 받은 사람은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신명을 바쳐 올바르게 잘 보좌할 각오를 해야 하며 그것이 의무이고 도리이다. 대통령도 인간이니 오판이나 착각이 있을 경우 힘들거나 마음이 아파도, 올바른 조언과 충언을 전하여 바로 잡아야한다. 응당 해야 할 일을 성가시다고 피하기만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미루고 떠맡긴다면 이는 임명권자에 대한 불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오판이나 잘못된 업무수행을 바로잡거나 말리는 일을 못하겠다면 그 대신 벌 받을 각오를 하든지 아니면 자리에서 즉시 물러나는 것이 옳은 자세다. 다만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선 관련내용과 그 진행의 전후관계를 자세히 공개해 국민들과 후세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는 절차나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광복 후 우리 손으로 뽑은 아홉 분 대통령 중에 퇴임 후 무사히 생을 마치신 분은 단 두 분뿐이다. 이는 매우 슬픈 일이면서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나 국가품격에 비추어 봐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22-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