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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위기 타령보다 대학구조개혁부터

등록일 2022-05-31 18:04 게재일 2022-06-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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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과학만능 사고가 중심이 된 기술개발과 편리함의 추구가 현대의 인간소외와 인류의 대형 재난재해를 일으키는 등 그 모순 현상들을 많이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이런 현상들이 초래할 미래의 인간운명에 대한 인류공동의 가치관과 윤리적 판단 그리고 창의적 대처능력 함양을 위하여 인문교육의 역할이 중요함은 자명하다. 선도국가에서는 인문사회학술연구와 인문 사회적 통찰로 사회적 갈등비용을 줄이며 성숙한 국가를 만드는 힘을 얻는다고 한다. 인문사회를 단순한 교양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미래의 성장과 혁신은 인문사회의 가치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하고, 인문사회 분야는 가치생산의 가장 큰 원천이고 출발점이라는 언설들이 있다.

이러한 현 상황에 맞추어 요즘 대학이나 인문학자들을 중심으로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한 담론들이 많다. 그 담론들은 대개 방치와 소외로 위기에 처한 인문학 육성을 위하여 국가나 정부의 ‘지원강화’, ‘특별 법률제정’, ‘인문정책연구원 설치’ 또는 ‘인문학술연구교수의 수적 확대’ 등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인문학에 대한 지원강화를 얘기하기에 앞서 인문학이 현재의 위기를 맞게 된 이유가 무엇이며 그간 인문학이 어떤 노력과 역할을 해왔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할 것으로 본다. 당장에는 각 대학에서 인문학 관련 전공의 나눔과 학과설치 운영에 대한 냉철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외국 같으면 대학원에서나 전공으로 나눌 연구 분야나 영역을 학부의 학과로 쪼개는 등으로 해당 전공교수들의 안일을 보장하려는 경우가 없는지를 솔직하게 진단해봐야 한다. 학생들에게 정말 필요한 내용을 가르치기 보다는 교수 자신이 아는 내용이나 연구하는 분야를 활용하는 정도의 가르침은 없었는지, 학생들에게 가르칠 필요가 없는 정도를 넘어 가르쳐선 안 될 과목이나 내용을 가르친 경우는 없는지 등을 분명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인문학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추진 방향을 보면서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한 대학교육개혁이 친기업적 친자본적 실용적으로 치우친다고 비판한다. 한편으로는 대학이라는 교육기관에서는 모름지기 예술적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사회가 되게 하여 삶과 사회를 아름답게 만들 수 있도록 그리고 그러한 필요성을 깊이 성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말들이 옳기는 하나, 외람되지만, 필자 생각엔 인문학의 중요성 보다는 인문학자 자신들의 보호를 먼저 생각하는 위장전술 같은 주장으로 들린다. 인문학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사회의 모든 곳에서 항상 필요로 하는 법인데, 인문학의 기능이나 역할이 그 필요성들에 부응하도록 인문학 전공자들이 제대로 노력을 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인문학 교육의 강화는 좋으나 필요한 장소와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내용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수용되게 하였는지에 대한 성찰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인문학위기는 외부적 여건들보다는 대학과 인문학자들이 자초한 영향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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