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험이 거의 없이 떠밀려 대통령 되신 분은 국정 전반에 걸쳐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공정과 상식, 법과 원칙’에 맞는지를 대통령이 잘 챙기면 된다. 그러나 각 부처장관들은 밤새워 연구하고 배워서라도 부처 업무 특성들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야 한다.
최근에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방경제회생과 인구분산 등 지역균형발전정책으로 현 대통령 임기 내에 대기업 3~5곳과 주요 대학, 특목고의 지방이전 추진을 밝혔다고 보도됐다.
해당 장관은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가려면 대기업이 내려가야 하며, 공공기관 이전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대기업이 지방으로 가기 위해선 대기업에 인재를 공급할 주요 대학과 대기업 직원 자녀들이 공부할 특목고를 세트로 묶어 같이 보내야 한다”고 하였단다.
장관은 또한 “20대 대기업의 본사나 공장,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 등 주목을 끌 만한 주요대학, 특목고를 함께 내려 보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구체적 언급까지 하였단다.
기업이란 사회의 생산단위로서 각 기업마다 특정한 영역이나 분야에서 사람들 생활에 필요한 재화를 생산판매하거나 그에 따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제활동 조직체이다. 반면에 학교란 대학이든 고등학교이든 사회의 전 분야에서 활동할 다양한 인재들을 교육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러한 학교를 특정 기업에 인재를 공급할 기관으로 간주하여 세트로 묶어 지방으로 보내는 정책을 추진하겠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대학을 특정 분야의 직업훈련소 정도로 생각하거나 특목고를 특정 대기업 직원들을 위한 사설학원처럼 여긴다는 말인가? 장관이라는 분이 기업도 제대로 이해 못할 뿐만 아니라 학교를 옛 서당 정도로 생각하는 수준 같다.
기업유치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가 함께 노력하여 해당 기업이 그 지역에서 활동하기에 가장 적합한 여건을 만들어주면 될 것이다. 그러나 학교란 극히 일부 전문분야를 제외하고는 특정한 지리적 여건과 학생들의 교육과는 상관성이 별로 없다. 학교는 어디에 위치하든 교육을 열심히 잘 시키면 될 것이며, 학부모들의 거주지가 멀리 떨어진 경우는 기숙사제도를 잘 운영하면 된다.
정부의 정책수립과 이행을 여행사의 여행 상품판매나 마트의 세일행사처럼 세트로 묶어서 추진하겠다니 참 희한한 발상이다.
백보 양보해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충심 끝에 떠오른 생각이라 간주하더라도 관련 부처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먼저 들은 뒤에 언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구상한 정책에 대한 타당성이나 가능성을 짚어보지도 않고 언론 인터뷰에서 그것도 현 대통령 임기 내에 추진하겠다고 먼저 말했다니 무슨 영웅 심리나 조급증에서 나온 발언인가 싶다.
얼마 전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 브리핑에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관한 내용을 섣불리 발표했다가 35일 만에 사퇴하였다. 어쩌다 여당으로, 어쩌다 장관으로 보이는 모습들 때문에 대통령이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