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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죄 감옥?… 과오 있어도 예우를

등록일 2022-03-01 18:24 게재일 2022-03-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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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어느 대선 후보께서 유세 중 “…. 제가 지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감옥에 갈 것 같다…. 검찰은 있는 죄도 덮어버리고 없는 죄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조직”이라 하였다고 한다. 이 말은 아마 진심에서가 아닌 유세장 분위기에 휩싸여 엉겁결에 나온 말일 것이다. 그게 아니면 이 표현은 단적으로 말해서 민주국가이고 법치국가인 우리나라 법질서를 전면 무시하는 발언이며, 나아가선 우리 헌법 제1조 1항(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을 부정하는 것이 된다. 어떤 사건에 대해 검찰의 기소에 다소 무리가 있다하더라도 그 행위자가 수감되려면 최종적으로 법원판결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죄 없음에도 감옥 간다는 말은 검찰과 법원을 모두 불신한다는 뜻인데 결코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누가 뭐래도 법질서와 민주적 절차들이 잘 지켜지고 있는 우리나라이기에 설령 감옥에 가고 싶다고 해도 없는 죄를 만들어서 갈 수는 없다.

얘기가 나온 김에 독자들의 양해를 구하며, 황당하다고 여길지 모를 인문 논리적 담론을 한마디 하려한다. 즉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헌법 제84조에 해당하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가 아니면 재임 중 중대 과실이 있었다 하더라도 퇴임 후 형벌을 받는 일은 없도록 하는 예우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만약 대통령 퇴임 후 형벌에 해당하는 과오를 범했던 사실이 발견된다면 그 사안의 진행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한 참모나 장관은 반드시 엄한 처벌을 받게 되는 장치는 있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항에 대해 실무 담당자나 중간 보고자가 합리적 타당성을 근거로 윗사람의 뜻과 다른 의견을 제시했을 때 “너 죽을래?”라는 식으로 말하는 부류의 사람을 엄히 처벌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을 그런 형태로 보필하는 사람은 업무적 판단뿐만 아니라 대통령을 모시는 자세마저 잘못됐기에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대통령으로부터 높은 자리에 앉는 하늘같은 은총을 받은 사람은 대통령과 국가를 위해 신명을 바쳐 올바르게 잘 보좌할 각오를 해야 하며 그것이 의무이고 도리이다. 대통령도 인간이니 오판이나 착각이 있을 경우 힘들거나 마음이 아파도, 올바른 조언과 충언을 전하여 바로 잡아야한다. 응당 해야 할 일을 성가시다고 피하기만 하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미루고 떠맡긴다면 이는 임명권자에 대한 불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오판이나 잘못된 업무수행을 바로잡거나 말리는 일을 못하겠다면 그 대신 벌 받을 각오를 하든지 아니면 자리에서 즉시 물러나는 것이 옳은 자세다. 다만 문제가 된 사안에 대해선 관련내용과 그 진행의 전후관계를 자세히 공개해 국민들과 후세 사람들이 알 수 있게 하는 절차나 제도는 꼭 필요하다고 본다. 광복 후 우리 손으로 뽑은 아홉 분 대통령 중에 퇴임 후 무사히 생을 마치신 분은 단 두 분뿐이다. 이는 매우 슬픈 일이면서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나 국가품격에 비추어 봐도 정말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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