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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가능과 희망의 사회를

등록일 2022-05-17 17:47 게재일 2022-05-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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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이탈리아의 대문호 단테(Dante Alighieri)는 그의 대표작 ‘신곡’(La Divina Commedia)의 ‘지옥편’에서 지옥의 입구 문에는 “여기 들어오는 자들은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라는 문구가 있다고 묘사한다. 이는 단테가 내리는 ‘지옥’의 정의는 인간에게 ‘희망이 없는 곳’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한국행정연구원 보고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 5명 중 1명이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 한다’고 생각하며 사회의 공정성에 대해서도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됨으로써 좌절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청년들 20%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지 못함과 동시에 사회를 불신한다는 뜻이다. 한편 사업이나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요사이는 무엇을 해도 되는 일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사회든 가정이든 미래의 예측이 가능하고 그에 따른 노력으로 희망이 보일 경우엔 현재가 아무리 힘들어도 참고 견딜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고난에서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굳게 각오한다면 오히려 용기와 힘이 생기게 마련이며 그것을 이겨내고 뜻이 이루어지면 성취감과 함께 기쁨을 느낀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앞이 보이지 않고 변화나 개선의 희망이 없다면 용기도 의욕도 생기지 않은 채 늘 불안하고 괴로워 지옥 같은 삶이 될 것이다.

새 정부는 국민들로 하여금 지금은 비록 고생스러워도, 앞날에 대해 예측이 가능한 사회가 되게 해주기 바란다. 코로나 상황까지 겹쳐 그동안 많은 국민들이 힘들었다 해서 당장 전시효과를 내기 위해 퍼주기 식 같은 선심정책을 펴지 말고 국민들 각자가 자기 나름의 계획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나아진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국정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옛날을 돌이켜보면 정부가 하는 일들에 떳떳치 못하거나 국정운영에 자신이 없을 땐 얄팍한 이벤트성 정책들을 내걸어 과오나 약점을 가리면서 국민들의 환심을 사려 한 경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권의 허점을 덮거나 특정 집단만을 의식하며 전시효과 정책을 이용하는 약한 정부가 돼선 안 된다. 정부는 국가 장래를 생각하며 국민들을 옳은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되 일부 유권자들에게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선거기간 중에 내건 공약들 가운데 타당성이나 합리성이 떨어지는 사항들이 있다면 약속을 지키겠다는 생각보다는, 다소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국민들에게 솔직히 고백하고 설득하는 용기로 국정을 효율적으로 바로 이끌어야 한다. 당시엔 상대 경쟁자를 의식하여 꺼낸 무리한 공약들이 있었다면 약속에 대한 책임을 꼭 지키겠다는 오기를 부려서도 안 되며 또한 지켜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져서도 안 될 것이다. 정책의 실용성과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고 이해시켜서 국민들이 믿고 따르게 하는 것도 정부역량의 중요한 몫이다. 새 정부가 다 할 수 있고 다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상식과 공정의 원칙이 사회전반에 정착되고 일반화되게 하여 성실한 국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노력할 의욕이 생기게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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