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해 전 어느 법과대학 졸업식에 참석했을 때 일이 기억난다. 대학장의 졸업축사 중에 “법은 예술입니다”라는 말을 듣는 순간 필자는 깜짝 놀랐다. 추상같이 엄해야할 법이 어떻게 “아름다움”이 바탕인 “예술”이란 말인가? 그러나 조금 뒤에 나온 “법은 사회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라는 표현에서 “균형”이라는 말에 속으로 공감의 무릎을 쳤다. 여기서 균형은 사회질서의 균형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으며, 자연현상이든 인간사회의 질서든 균형은 정말 아름다운 것이며 아름다움은 바로 예술이다.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정치보복’이니 ‘적폐청산’이니 하는 말들을 여러 번 들었다. 그중 정치보복이라는 말은 정치에 문외한인 필자가 듣기에 거북한 용어였다. ‘보복’은 앙갚음이란 뜻인데, 이는 개인이나 폭력조직 등이 사형(私刑)의 수단으로 삼는 행위는 될지언정 정부나 국가의 공인이 보복행위를 한다는 것은 법치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차기 대통령과 정권의 사전에는 ‘정치보복’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없으리라 믿는다. 한편 ‘적폐’란 오래 지속되는 폐단이라는 뜻으로 우리 사회에서 마땅히 청산되어야할 부분이다. 그러니 적폐청산이 특정 대통령이나 정권에만 주어지는 과제가 아니라 적폐가 생길 때마다 어느 정권에서든 마땅히 청산해야한다.
그러나 적폐청산에 대해 대통령께서 직접 관심을 가진다면 그 자체가 정치보복으로 오해받을 수가 있다. 따라서 적폐청산에 대해 대통령께서는 지시도 보고받는 일도 일체 없이 해당부처와 담당기관에다 통상적 업무로 완전히 맡기시고 평소 주장처럼 “법과 원칙에 따른 공정과 상식의 사회를 만들자”는 통치이념이 전달되기만 하면 될 것이다. 다만 해당기관에서 적폐청산 수행 중에 만에 하나라도 앞 정권의 인사와 관련된 사건·사항들이 있다면, 특별히 신속철저하게 조사 처리하되, 사법부 판단까지 최대한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 그런 다음엔, 뭘 잘 모르는 말을 감히 하자면, 해당 적폐청산 관련 건에 대해선 대통령 통치권 차원에서 사면 등의 특별조치를 통해서라도 국민화합과 대통합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소망해본다. 법과 원칙도 중요하지만 국민들 사이의 적대감과 갈등을 해소하여 화합과 통합의 사회를 만드는 과업이 지금으로선 무엇보다 절실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선(善)을 많이 폄으로써 악(惡)이 저절로 시들게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필요악이란 말은 어쩔 수 없는 사회악이란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사회에서, 때로는 악이 어느 정도의 순기능 작용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 담겨있다. 지고의 선도 보통사람에게 지나치게 강요하면 그 자체가 악이 된다고 한다. 반면 악을 용서관용으로 대할 때 오히려 선이 더 돋보이면서 그 영향력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정의원칙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불만을 다소 감수하더라도 차기 대통령께서는, 법이 예술이 되게 하면서, 젠더 사이와 세대 간 그리고 이념 간의 갈등을 하루바삐 해소하여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균형 잡힌 대통합의 사회로 이끌어주시길 간절히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