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이재명, 떳떳하면 검찰에 가라

등록일 2022-09-04 20:04 게재일 2022-09-05 3면
스크랩버튼
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전쟁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보좌관이 보낸 문자를 노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 ‘야당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죄 없는 김대중(DJ)을 잡아갔던 전두환이나 죄 없는 이재명을 잡아가겠다는 윤석열이나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었으니 충성 경쟁을 하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DJ에 비유하는 건 DJ를 욕보이는 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80년 서울의 봄 이후 정치권의 유력인사를 모두 묶었다. 군사재판에서, 없는 죄도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집권당을 쑥대밭으로 만든 법원이다. 이재명 대표의 혐의는 일반 국민이 보기에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은데다 제대로 해명을 안 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이 맡긴 권력은 민생을 챙기고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수사하지 말라는 말이라면 지나치다. 민생을 챙긴다고 수사를 포기할 수는 없지 않나. 이 대표에 대해서는 이미 큰 의혹이 드러나 있다. 이 대표를 위해서도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정치로 풀어야 할 건 사법부에 미루고, 법으로 풀어야 할 문제는 정치 쟁점화하는 정치권의 행태가 정치를 더 위기로 몰아넣는다.

민주당은 ‘왜 6일이냐’라고 항의한다. 추석 밥상 이야깃거리로 만든다는 것이다. 선거법 위반 사건 공소시효가 9일이라 더 미룰 수 없다는 검찰의 해명이 일리가 있다. 대통령 선거 때는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 뒤에는 지방선거가 있었던 데다 이 대표도 보궐선거 후보로 나섰다. 바로 이어 민주당 대표 경선이 있었다. 그러니 검찰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보인다. 제1야당 대표이니 서면 조사를 해도 되지 않느냐는 불만도 있다. 검찰은 서면 조사를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지만 접촉할 수 없었다고 항변한다.

이재명 대표는 “먼지털이 하듯이 털다가 안 되니까 엉뚱한 걸 가지고 꼬투리를 잡았다”라고 말했다. 이번에 소환한 건 선거법 위반 혐의 세 가지다. 수사 중인 다른 혐의들은 아직 꺼내지 않았다. 그러니 ‘꼬투리’로 끝난 것 같지는 않다. 또 말꼬투리라기엔 범죄를 전면 부인하는 중요한 말이다. 정직은 정치인을 판단하는 중요한 덕목이다. 거짓말로 위기를 넘기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하는 일이 반복되면 안 된다.

하나는 백현동 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자연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해준 특혜 의혹과 관련이 있다. 이 대표는 “국토부가 (용도 변경을 안 해주면) 직무 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시 주거환경과는 2014년 12월 국토부 질의를 거쳐 ‘단순 협조 요청’이라고 당시 이재명 성남 시장에게 보고했다. 용도 변경 신청을 계속 반려하다, 이 대표의 측근이 개발사에 참여한 뒤 이듬해 5월 요청보다 2단계 더 높여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

두 번째는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자인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9박 11일 해외 출장 때 수행한 사진이 나왔다. 세 번째는 대장동 초과이익 환수 조항 삭제와 관련한 이 대표의 지난해 국정감사 발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는 “직원의 환수 조항 추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가 이틀 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들은 바 없다”고 뒤집었다.

정치 보복을 위해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면 안 된다. 하지만 그게 무서워 정치인의 범죄를 무조건 덮을 수는 없다. 가뜩이나 불신받는 정치권을 비리 덩어리로 방치하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특히 선거법은 엄격하다. 사소한 거짓말로 당선 무효가 된 판례가 있다.

이게 끝이 아니다. 대장동·백현동 본안과 변호사비 대납, 법인카드 불법 사용 의혹 등이 기다리고 있다. “내복은 쌍방울을 잘 입고 있다”라는 말장난으로는 국민의 의혹이 풀리지 않는다. 당당하게 진실을 소명해야 국민도 안심한다. 무리한 정치 탄압이라면 그때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본사 고문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김진국의 ‘정치 풍향계’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