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나. ‘권력’인가 ‘국민’인가.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시작도 방향도 목표도 국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집권당에서 계속되고 있는 권력싸움은 “시작도 방향도 목표도 권력”때문이 아닌가.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른 표리부동의 전형이다.
‘백언불여일행(百言不如一行)’이라고 했다.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 대통령의 말은 ‘정치적 수사(修辭)’일 뿐이다. 대통령은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철학자’가 아니라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 공직자’이다. 대통령의 ‘국민만 보고 가는 정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국민은 정부여당에 묻고 있다. 대통령이 권성동에게 보낸 ‘체리따봉’ 문자가 국민을 위한 것인가? 법원이 지적했듯이 이준석을 쫓아내기 위해서 ‘억지로 비상상황을 만든 것’도 국민을 위한 것인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꼼수로 갈등을 심화시킨 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가? 당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데 내분의 빌미를 제공한 대통령은 왜 ‘강 건너 불구경’인가? 이 모든 정치행태에는 ‘국민의 관점’이 아니라 ‘권력의 논리’가 지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지기반이 약한 연합정권이다. 2030과 6070, 윤석열과 안철수, 그리고 윤석열과 이준석의 연합으로 간신히 0.73% 승리했다. 하지만 권력투쟁으로 연합정권은 붕괴위기다. 정권의 표리부동을 경멸하는 중도는 이미 떠났고 2030은 분열되고 있다. 20년 장기집권을 장담했던 문재인정권이 민심을 잃고 5년 만에 무너진 사실을 벌써 잊은 것 같다.
무엇보다 국민을 짜증나게 하는 권력싸움을 멈추라. 정치력이 없어서 ‘정치의 사법화’를 초래한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법원이 가처분 인용의 근거로 지적한 ‘정당민주주의 침해’, ‘가짜 비상상황 조작’ 등은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 거짓이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권력밖에 모르는 ‘꼰대’와 ‘싸가지’의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 국민은 ‘대결이 아니라 대화’의 정치를 바란다. 당내 갈등도 수습하지 못하면서 여야협치와 국민통합을 말하고 있으니 ‘소가 웃을 일’이다.
권력의 그 음흉한 속내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국민은 이미 ‘권력의 잔머리’를 꿰뚫고 있다. 오죽하면 당내에서조차 “새 비대위는 불가능하고 옳지도 않다”(안철수), “억지와 집착에 빠졌다”(홍준표)는 비판이 나오고, 서병수 의원이 당헌·당규개정에 반대하며 전국위원회 의장직을 사퇴했겠는가? 정기국회는 시작되었는데 민생을 책임진 집권당은 권력싸움으로 날을 새고 있다. 윤 대통령의 당선 지지율 48.5%가 9월 2일 현재 27%(한국갤럽)로 추락했다. ‘국민’이 아니라 ‘권력’을 선택한 ‘배신의 정치’ 때문이다.
‘문명의 정치는 국민’을 보지만 ‘야만의 정치는 권력’을 본다. 정권은 교체되었지만 ‘정치의 야만성’은 여전하다. 권력남용과 정치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야만의 한국정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