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지방선거에 나온 대부분 후보들의 공통된 제1공약은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가 최근 A 광역시에 가서 탄소중립 특강을 한 뒤 경제 부시장을 만나 나눈 이야기를 소개했다. 그 부시장이 말하기를, 해외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협의를 마친 뒤 마지막 단계에서 그 기업이 “한국의 그 도시에 가면 RE100은 해 줍니까”라고 해서 공장 유치 계획이 마지막에 무산되었다고 한다.
이제 공장을 유치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도로, 전기, 상하수도 시설이 잘 정비된 싼 공단 부지만 제공해서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RE100까지 지원해야지 기업하기 좋은 도시의 조건이 되고 기업이 올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600조 원의 인플레 감축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그중 468조 원이 기후대응 즉 태양광, 풍력 발전에 대한 투자와 송배전망 구축, 전기 충전소 투자, 전기차 보조금 지원 등인데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빠졌다고 난리가 난 상황이다. 미국에서 하나의 완결된 미래형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468조를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를 100% 생산해서 완벽한 새로운 전력망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고 물류도 전기차로 담당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세상이 다가왔다.
RE100을 국가 간의 규제로 인식해선 안된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공장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다국적 기업들의 자발적인 약속이다. 기업과 국제단체가 주도한 자발적인 세계적 기후대응 협약이다.
2022년 2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구글, 애플, 이케아 등 349곳의 다국적 기업이 RE100에 가입하였으며, 한국도 SK그룹 계열사와 LG에너지솔루션, 고려아연 등 14개 기업이 가입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9월에 들어서야 가입을 선언했다. 지난해 중국, 유럽, 미국에서 삼성전자는 RE100을 달성하였으나 한국에서는 재생에너지를 2.7% 조달하는데 그쳤다. 이유는 태양광, 풍력을 설치할 땅이 없어서이다. 온갖 규제에 막혀 어디에도 마땅히 태양광·풍력을 설치할 부지가 없다는 것이다.
태양광 설치에 관한 지자체(시·군)의 조례를 보면, 마을에서 300~500m 이상 떨어져야 하고, 군도 이상의 도로에서 또 300~500m, 심지어 1km 이상 떨어져서 설치해야 한다는 시·군도 있다. 거기다가 상수도 보호구역은 안된다는 환경부 규제까지 있어서 태양광이 자꾸 산으로, 저수지로 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깨끗하고 앞으로 지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우리나라에서는 ‘혐오시설’ 취급을 당하면서 산으로 가는데 기업이 어떻게 RE100 달성을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OECD 38개국 중 38등으로 지난해 기준 7.2%다. OECD 평균은 31%다. 우리가 후진국 취급하는 중국은 28% 이상, 우리와 기후여건이 비슷한 일본도 20%를 달성했다. 468조를 들여 미래형 산업 생태계를 만든다고 야단인 미국은 22% 수준이다.
EU는 내년부터 3년간 계도 기간을 거친 뒤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CBAM이 시행되면 EU에서는 탄소세가 t 당 10~11만 원이고, 한국은 3만 원이므로 이 제도의 적용을 받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알루미늄 제품들은 7~8만 원의 탄소세를 더 부담하게 되어 이제 EU에 팔지 말라는 말과 같다. 미국도 같은 법안이 계류 중에 있다.
우리나라는 무역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나 되는데 수출국 2·3위에 해당하는 EU와 미국에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알루미늄 제품을 팔지 않고 경제가 돌아가겠는가.
이제 기업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RE100을 지원해 주어야 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정부 시민이 똘똘 뭉쳐 RE100이 갖춰진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
RE100 달성을 위해서 우리나라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공장과 기업이 신재생에너지로 100% 가동될 만큼 신재생에너지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태양광 발전을 대폭 늘리는 것이 해답이다. 우리 국토의 3.5~4%에 태양광을 설치하면 2050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70~75%를 재생에너지로 담당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농지가 국토의 18%이다. 태양이 가장 잘 비치는 곳에 논·밭이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주곡인 쌀은 남아돌지만 그 외 모든 곡물은 95% 이상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기계화된 영농을 통해 쌀농사를 지을 수 없는 모든 농지에 태양광을 설치하도록 법과 제도를 바꿀 경우 충분한 재생에너지 공급이 가능하다.
그리고 산업단지 주변의 모든 농지는 우선적으로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서 공장과 기업의 RE100 달성이 손쉽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