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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집게 코칭이 필요해

등록일 2022-09-18 18:03 게재일 2022-09-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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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유영희 작가

장윤정은 자타가 인정하는 트롯 신이다. 본인이 노래를 잘할 뿐만 아니라 남의 노래를 잘 들어주고 조언도 잘해준다. ‘장윤정의 도장깨기’라는 프로그램에서 장윤정은 노래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레슨해준다. 프로그램 이름을 가만히 보니, 처음에는 ‘원포인트 레슨’이었다가 ‘족집게 코칭’으로 바뀐 것 같은데, 변경된 이름이 훨씬 좋다.

출연자들이 어느 정도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기는 하지만 장윤정이 레슨 신청자의 노래 부르는 습관 한두 가지를 귀신같이 포착해서 교정해주면 노래가 완전히 달라진다. 전 국민 가수 만들기라는 부제가 왜 달려 있을까 생각해보니, 그런 고급 레슨을 받을 수 없는 일반인들도 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노래를 잘하게 될 수 있게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한때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보컬 레슨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고, 혼자 노래방에 가서 몇 시간씩 노래를 불렀던 경험이 있는 터라 흥미 있게 영상을 보면서 장윤정 레슨의 요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레슨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노래와 상관없는 나의 습관이나 성격을 드러내지 말고 노래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몸짓과 목소리와 표정을 노래 가사에 일치시키고, 지나치게 멋을 부리지 말라는 등 신청자에게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 그런 조언을 듣는 신청자의 표정은 깨달음에서 오는 환희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영상 몇 개를 보니 그런 습관이 생기는 배경에는 노래 부르는 이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예 중에 가장 인상적인 출연자는 탈북 가수 노수현이다. 장윤정은 노수현에게 떠나는 임을 원망하는 가사를 자기 탓하는 방식으로 부른다면서 원망할 때는 확실하게 원망해야 한다고 하자 노수현이 갑자기 눈물을 흘린다. 구체적인 말은 안 했지만 아마도 누군가 자신을 떠났어도 자기 탓만 했던 경험이 있었던 듯하다.

이렇게 가수는 다른 사람의 노래를 들으며 그의 습관과 마음을 보지만, 글쓰기 강의를 하는 사람은 글을 보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본다. K대 강의에서 어느 학생이 글마다 편차가 심하고 분노가 많이 느껴져 불러서 물어보니, 자신은 키보드 워리어라고 하면서 인터넷에서 공격적인 글로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고 한다.

성인 글쓰기 반에서는 어느 수강생이 친구와 통화하는 장면을 쓴 것을 읽고 그때 마음이 어디에 있었느냐고 물으니, 자기 자랑만 하는 친구가 달갑지 않아서 빨래를 널며 통화했던 것 같다고 한다. 이렇게 글을 보면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이 보이고 글을 지도할 방향을 알게 된다.

그런데 노래나 글은 짧아서 이렇게 코치도 할 수 있고 귀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인생은 그럴 수 없다. 특이한 습관과 결핍으로 가득 찬 우리 인생도 누군가 한눈에 알아보고 코칭해주면 좋으련만, 인생은 길기도 길어서 코칭해 주기도 쉽지 않고 자기 삶을 볼 수 없으니 고치기도 어렵다. 그러나 노래든 글이든 자신을 자꾸 표현하고 코칭을 받다 보면 몰랐던 나의 모습을 알게 되고 그러면 삶도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 용기 내어 나를 표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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