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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진실 규명을 원한다

등록일 2022-09-18 20:07 게재일 2022-09-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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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김진국 고문

지난 대선은 비호감 선거였다. 여야 후보를 막론하고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0.73% 이겼다. 윤석열 후보를 찍은 사람은 민주당, 혹은 이재명 후보가 싫고, 이재명 후보를 찍은 사람은 국민의힘, 혹은 윤석열 후보가 싫었다는 말이다.

왜 민주당 정부를 거부했나. 당시 최대 유행어가 ‘내로남불’이었다. 임기 절반을 질질 끈 조국 사태는 정의를 상대적 개념으로 추락시켰다. 극심한 진영 갈등으로 진실보다 누구 편이냐가 유무죄의 판단 기준이 됐다. 정치인에게는 공정보다 진영과 표가 중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평생 검사 경험밖에 없다. 표를 던진 사람도 그에게 큰 기대를 한 게 아니다. 미워하는 문 정부의 대항마여서 선택한 사람이 많다. 그렇지만 ‘공정과 정의의 실현’을 기대했다. 그 일은 검사가 적임자라 생각했다. 그가 잘하리라 기대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그를 싫어한 사람도 많다. 정의를 실현한다며 보복의 칼을 빼 들어 정치는 사라지고, 국정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임기 초에 벌써 그런 국면을 마주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의 기대와 협치 사이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경제도 안보도 매우 어려운 시기다. 국회의 절대다수 의석을 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고난의 행군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근 드라마 ‘수리남’이 인기다. 드라마에서는 대통령이 뇌물을 받고 군대까지 동원해 마약상을 돕는다. 수리남 정부가 국가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발끈했다. 90년대 수리남에서 실제 벌어진 일을 모티브로 삼은 드라마다. 하지만 이제 마약을 구하기 어려운 나라로 달라졌다는 것이다.

범죄는 용납할 수는 없다.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나라도 아니다. 과거 한 범죄자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를 외쳐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 범죄는 밉지만 그런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은 하나다. 마찬가지로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無權有罪)’도 안 된다. 권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범죄를 저질러도 건드리지 못한다면 나라가 아니다.

그런데도 말이 많다. ‘검수완박’이느니 ‘감사완박’이느니 하는 말이 나온 것도 법 집행의 공정성 때문이다. 한쪽은 공정하지 않은 검사의 수사권을 없애자고 하고, 다른 쪽은 그러면 범죄를 방치하자는 거냐고 반박한다. 한쪽이 그럼 그 권한을 경찰에 넘겨주자고 하자, 다른 쪽은 경찰은 공정하냐고 반문한다.

권위주의 정부는 사정 기관을 정치에 이용했다. 야당 의원의 약점을 이용해 협박하고, 협조하게 했다. 선거 운동 중에 구속해 손발을 묶기도 했다. 공권력으로 국민의 선택을 방해하는 정치를 혐오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선 직전 김대중 후보에 대한 비자금 수사를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추석 직전 넥스트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라는 응답이 51.4%였다. ‘정치 보복 수사’라는 답변은 41.2%였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도 64.5%가 찬성했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불법이 있으면 차별 없이 수사하라는 게 국민의 다수 의견이다.

정의 실현과 정치 보복은 어떻게 다른가. 수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진실만 중요하다. 무리한 몰아가기는 역풍을 맞는다. 요란을 떨고, 결과가 허망해도(泰山鳴動鼠一匹) 비난받는다. 그런 일로 국정과 협치를 포기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의 ‘논두렁 시계’처럼 망신 주기나 시간 끌기는 정치 보복 의혹을 키우게 된다.

특히 정치 수사가 어려운 건 ‘내로남불’이다. 자기희생이 필요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친척들을 특별 감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도 처삼촌부터 구속했다. 그런데도 동생 전경환 문제에 걸렸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남을 치려면 내 주변부터 단속해야 한다. 대통령과 영부인이란 자리보다 더 영예로운 게 있나. 박사가 뭔가. 논란이 된다면 먼저 던지는 게 방법이다. 잘못이 있다면 인정하고 털어버려라. 진실만큼 튼튼한 방패는 없다.

/본사 고문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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