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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1인가구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행안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의하면 2021년 9월 우리나라의 1인 가구수는 940만명이다. 전체 가구수의 40.1%다. 가구형태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2인 가구가 23.8%로 다음으로 많았다.부족사회에서 씨족사회로, 대가족사회에서 핵가족사회로 바뀌어 오던 종전의 가족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패턴의 가족개념이 1인가구다. 부모나 형제없이 혼자 사는 사람이다.1인 가구가 늘어난 이유는 다양하다. 결혼보다 자신의 삶을 즐기겠다는 시대적 흐름과 경제적 이유, 이혼율 증가, 고령화에 따른 노년인구 증가 등을 손꼽을 수 있겠다.이런 1인가구 증가는 미국, 일본 등 외국에서도 나타난 신조류다. 일본은 1980년쯤 등장해 1990년대에 와서는 보편화된 사회현상이다. 이후 1인가구로 살다가 혼자죽는 고독사가 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이르러 본격 등장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가 자극제가 됐고 이후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그 수가 늘었다. 지금은 증가 속도가 가팔라 머지않아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뉴욕대 에릭 클라이넨버그 교수는 1인가구 증가에 따른 변화를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라고 불렀다. 혼자사는 싱글족을 겨냥한 새로운 시장경제의 흐름을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1인가구를 위한 소비상품은 이제 대중화됐다. 전기밥솥이나 초소형세탁기 등 혼자 쓰기 편리한 가전제품이나 가구는 물론 쪼개 파는 소포장 단위 식품과 1인가구를 위한 식당도 있다.1인가구가 새로운 트랜드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는 숙제다. 가정의 달을 맞아 한번쯤 생각해 볼 문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5-05

검수완박을 보는 민심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여서인지 정치권의 반응은 더욱 예민하다.특히 검수완박 법안 추진 이후에 민주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 지방선거에서도 국민의힘이 낙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우리 사회 일각에서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쓰일 만큼 검찰의 위세가 드높아지면서 병폐가 적지않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전관예우’라는 전근대적인 비리도 그중 하나다. ‘절대적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했다. 대통령제하에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에 맞서 검찰이 맞서 싸울 정도면 검찰의 권력이 그만큼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보수나 진보 할 것 없이 검찰의 제왕적 권력에 견제를 가할 필요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그렇다해도 국회에서 과반을 넘는 다수의석을 가졌다는 이유로 더불어민주당이 여야간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입법을 강행한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정당지지율을 일별로 분석한 자료를 되짚어보면 더욱 그렇다. 여야가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한 날인 4월 22일 민주당 지지율이 급등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락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사실상 중재안을 거부한 4월 26일에는 민주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등했다는 것.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 파기란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바꾼 이유를 알 수 있다.대다수의 보수층과 중도층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걸 미루어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이번 입법과정에서 중도층 여론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준 건 입법 강행 과정에서 노출된 편법과 꼼수다.아무리 정당한 입법이라고 해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아닌가. 편법과 꼼수는 결코 정도가 아니다.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이 차가운 데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 수사권 폐지가 포함된 입법은 아무리 봐도 방탄입법의 냄새가 짙기 때문이다.이런 이유로 검수완박 이슈는 6·1 지방선거에 임하는 민주당 후보자들에게 매우 곤혹스럽다. 국민의힘은 대선 때 들고나왔던 민주당 심판론을 다시 꺼내들면서 검수완박 이슈를 지방선거 때까지 끌고갈 태세다.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핵심지지층이 많은 호남을 제외하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검찰 수사권 폐지에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많고, 특히 수도권은 물론 캐스팅 보트라는 충청권에서도 10%p 넘게 차이를 보였다.민주당은 일단 인사청문회 정국을 통해 정국 주도권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마땅치 않다. 검찰개혁이 꼭 필요했다면 물 흐르듯 했으면 어땠을까.노자는 도덕경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아 도에 가깝다. 시끄럽고 혼란스런 오늘의 정치가 물 흐르듯 이뤄지는 날은 언제일까.

2022-05-05

새정부는 서민경제 살릴 高물가부터 잡아라

물가상승이 심상찮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4.8% 급등하면서 고물가, 고유가, 고환율의 3고 위기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중 국내 물가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 이후 13년6개월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쌀, 라면, 달걀 등 생활필수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은 5.7%나 됐다. 같은 달 대구는 4.9%, 경북은 5.8%가 올랐다. 2%대를 유지하던 소비자 물가가 작년 10월 3%대로 오르고 올 3월 4%, 지난달에는 4.8%까지 올라 이제 5%대 돌파는 시간문제다.물가상승은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는 등 외적 요인에 의한 것이 많으나 문제는 단기간내 물가가 안정되기 힘들거라는 점이다. 국내적으로도 새정부 출범하면서 소상공인을 위한 추경 등 국민 기대에 편승해 통화량이 늘어날 요인이 많아 물가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통계청도 “당분간 오름세를 크게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물가가 오르면 서민경제가 가장 타격을 입는다. 특히 국제유가 폭등으로 이동에 필수적인 휘발유, 경유, 차량용LPG 등의 가격이 인상되면서 서민경제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타격을 입었다. 유가인상이 반영되지 않은 물가가 없기 때문이다.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금리를 인상하나 금리가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커져 경기가 둔화될 소지가 많다. 이래저래 걱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물가에 대해 이미 손놓은지 꽤 오래다. 새정부가 물가상승에 대해 적극 대응해나가야 한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미 약속한 공약만 해도 재정적 부담이 너무 많다.지금 우리경제는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에 빠져들고 있다고 한다. 정부의 정교한 대응이 절실한 때다. 거듭말하지만 물가가 오르면 부자층 보다 취약한 서민층의 고통이 훨씬 더 크다. 새정부는 서민이 좌절하지 않도록 물가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022-05-05

꿀벌을 어떻게 하나

김규인수필가 자기 몫을 챙기려는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거리를 메운다. 요구조건을 관철하기 위하여 단식까지 하는 사람들. 그들의 발아래에 힘없이 떨어지는 꿀벌은 데모가 아니다. 말없이 일만 하는 저 성실한 일꾼들의 죽음을 알아야 한다. 몸이 버틸 때까지 견디다 쓰러지는 순진한 꿀벌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전국의 77억 마리가 넘는 꿀벌이 사라졌다. 봄이 다가와 꿀을 따는 꿀벌로 가득 차야 할 꽃밭에 벌이 사라졌다. 얼마 남지 않은 꿀벌이 돌아다니며 꿀을 따도, 꽃밭은 한산하다. 벌이 사라진 꽃밭에는 꽃만 홀로 피었다가 진다.세계 100대 농작물의 71%를 꿀벌이 수정한다. 꿀벌을 기다리는 농작물의 수정은 어떻게 할지. 수정하지 못해 쭉정이만 남은 너른 들판은 어떻게 하나. 세계적으로 발생한 꿀벌 실종 사건이 이제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는 아인슈타인의 예언이 빗나가기를 바랄 뿐이다.사람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지구가 더워진다. 온도에 민감한 꿀벌에게 계속되는 지구 온난화는 치명적이다. 더운 날씨에 한꺼번에 핀 꽃은 꾸준하게 꿀을 모으는 꿀벌의 삶을 힘겹게 한다. 게다가 덥고 습한 기후로 꿀벌의 움직임마저 둔해진다. 날씨가 더워지니 꿀벌의 천적은 더욱 날뛴다. 높은 기온으로 배로아(Varroa)라는 기생 응애는 더 늘어난다. 늘어난 배로아는 빠른 속도로 꿀벌을 죽음으로 내몬다. 여기에다가 꿀벌의 유충에 발생하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꿀벌은 점점 마르고 암갈색으로 색깔이 변하며 죽는다.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사람들은 농작물에 농약을 얼마나 쳐대는지 꿀벌이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특히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화합물은 꿀벌의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학습과 기억에 생존이 달린 일벌들의 능력 저하는 꿀벌의 생존을 어렵게 한다.휴대폰을 위한 강한 전자파는 꿀벌의 신경계를 교란한다. 약해진 신경계로 꿀벌이 방향감각을 잃는다. 일하러 간 일벌이 사라지니 집에 남은 꿀벌은 먹지 못하여 죽어간다. 일벌이 내비게이션 기능을 잃음으로 꿀벌은 물론 인류의 삶마저 위태롭게 한다.꿀벌의 죽음은 만물의 영장이라 불리는 사람들 때문이다. 꿀벌의 아픔에 대하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꿀을 따지 못하는 것과 농사를 짓지 못하는 것만 걱정한다. 사람은 단지 꿀벌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지구상 생명체의 한 종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부단히 자신들의 영역을 넓혀왔다. 통제하지 않는 욕구는 꿀벌의 생존만을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라진 숲 때문에 야생동물은 설 자리를 잃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는 쉴 자리가 사라져 서서히 죽어간다. 지구는 열이 나서 질병에 시달린다.작은 벌이 살지 못하는 녹색별에 사람인들 살 수 있을까. 지구는 사람만 사는 곳이 아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들이 이제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사람다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2-05-05

어린이는 나라의 미래

윤영대수필가 이번 5월 5일은 제100회 어린이날이다. 1923년 일제 강점기에 소파 방정환 선생이 그해 5월 1일 ‘색동회’를 주축으로 ‘어린이날’을 제정하고 ‘어린이 해방선언’을 했었다. 어린이들이 올바르고 슬기로우며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고 어린이들에 대한 애호 사상을 앙양하기 위한 외침이었다. 즉, 윤리적 압박에서 벗어나 완전한 인격으로 예우하고 경제적 압박으로부터 해방시켜 14세 이하는 노동을 강요받지 않고 고요히 배우고 즐거이 놀기를 바랐다.그 후 1957년 5월 5일 ‘대한민국 어린이 헌장’이 선포되었고 2016년 ‘아동권리 헌장’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의 선언을 거치면서 인간의 존엄성과 민주사회 시민으로서의 어린이 미래를 표방하며 건강, 교육, 놀이와 노동에 대한 사회 보장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의 진취적 기상을 갖추도록 하였다.UN 아동권리협약에도 ‘충분히 쉬고 놀 권리’를 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과도한 학습과 경쟁의식으로 어린이들에게는 뜻하지 않은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줄 수 있다. 우리 민법에는 ‘부모가 자식을 보호 또는 교양(敎養)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그 징계권을 삭제하였지만 근래 들어 매년 아동학대 사건이 3만여 건, 사망이 40여 명이나 발생하여 제재의 강화뿐만 아니라 아동권리에 대한 부모나 사회의 인식이 필요하며 폭력적 자녀 양육방식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어린이는 일반적으로 6~13세 아동을 말하며 단순한 자식으로서가 아니라 주체로서의 당연한 권리를 갖는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서 70%가 학원이나 과외 공부에 불만이고 또 16% 이상이 숙제나 부모의 간섭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에서 9~17세 대상으로 한 ‘삶의 만족도’ 조사를 보면 10점 만점에 6.57점으로 OECD국가 중 최하위이다. 최고를 위해 강요하는 경향이 큰 교육방식으로 인해 ‘한국의 어린이는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현실이다.소외 아동, 무연고 아동 등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아이들에게 어린이 주간에는 더 많은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 등 사회의 여러 복지단체에서는 각종 후원금을 모아 기부하기도 하고 각종 행사를 통해 어린이들의 행복과 사회성 향상에 노력하고 있다.‘아동기에 행복을 모르면 평생 행복을 모른다’는 말처럼 어린이들에게 잘 먹고 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 역경을 헤쳐나가는 힘을 갖도록 이끌어야 한다. 또 어린이들을 비하하는 언어폭력을 삼가고 늘 부드럽고 사랑스럽게 존중하는 말을 나눔으로써 부모의 가정교육과 함께 참된 공교육을 통한 올바른 인성교육으로 학교폭력과 집단 괴롭힘이 없는 사회를 만들도록 국민 모두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어린이가 없는 곳엔 천국이 없다’는 영국 시인 스윈번의 말을 되새기며 이제 코로나 방역도 어느 정도 해제됐으니 나라의 미래를 위해 어린이 마음에 더 따뜻한 사랑을 심어주어야겠다.

2022-05-05

우주영웅과 전장연 시위

김초엽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단편 ‘나의 우주영웅에 관하여’는 매혹적인 작품이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48세의 미혼모 ‘재경’은 인류를 대표해 ‘우주 터널’을 통과할 우주인으로 선발된다. 우주 터널 저편에 있을 새로운 유토피아를 탐사하기 위해, 척박한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18개월의 신체 개조를 견뎌낸 그녀는 사이보그 같은 초월적 몸을 갖게 된다. 마침내 우주 터널 프로젝트가 개막하는 날, 재경은 우주로 가는 대신 깊은 심해로 몸을 던져버린다. 엘리트주의가 한 개인에게 과도하게 짊어지운 성공 서사의 굴레를 벗어버리고, 주체적 선택을 통해 우주가 아닌 심해라는 제3의 세계, 인류를 위한 것이 아닌 자기 개인을 위한 완벽한 자유를 개척한 것이리라.재경은 동양인, 여성, 미혼모, 48세, 왜소한 신체 등 온갖 소수자적 조건을 갖춘 약자이자 비정상인이다. 이러한 재경이 인류를 대표하는 우주인으로 선발된다는 설정은 엘리트주의가 강요하는 ‘정상성’ 개념을 비판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독자들은 우주가 아닌 바다로 뛰어든 재경의 선택을 두고 생각이 복잡해진다. 정상성이라는 왜곡된 신화를 해체하는, 획일화된 성공 서사를 무력화하는 소수자 여성의 주체성으로 읽으면 응원하게 되지만, 우주 터널 프로젝트에 동원된 사회 자본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한없이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이 양가적 감정 사이에 김초엽은 우리에게 화두를 하나 던진다. 개인의 신념과 행복 추구가 사회라는 전체와 충돌할 때, 또 소수자의 목소리가 보편다수의 평화에 노이즈를 일으킬 때 우리는 과연 그들의 타자성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 말이다.재경에게 지워진 세계의 과도한 기대와 부담, 그것을 저버린 그녀의 주체적 선택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와 진보 지식인들은 ‘남북 평화’, ‘세계 평화’라는 거대담론을 내세워 선수 개개인에게 남북 단일팀 구성이라는 부당한 희생을 강요했다. 젊은 세대에서 반발이 일자 “어차피 메달권도 아니다”, “올림픽 정신도 모르는 이기적 철부지” 따위 막말도 했다. 국가라는 전체주의의 낡은 망령이 개인에게 가한 이 폭력을 보면서 대부분 사람들은 선수들을 응원했지만, 일각에서는 “국민 세금으로 국가가 제공한 시설에서 운동한 선수들이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시위를 두고 여론이 팽팽하다. “그만큼 절박하기에 저렇게까지 해서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게 아니냐”는 옹호 여론과 “아무리 절박해도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건 폭력이다”는 비난 여론이다. 나는 전장연의 시위가 벼랑 끝에서 살려달라고 간신히 내뱉는 신음 같아서 안타깝고 아프다. 그들의 행동이 다 옳은 건 아니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하고 응원하는 입장이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장애인들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이 야멸치게 느껴진다. 그런데 ‘당사자성’이라는 네 글자가 가슴 깊은 곳에 가 박히면 꽉 막힌 체증이 된다. 전장연 시위로 인해 중요한 취업 면접에 가지 못했다는 한 청년의 사연이 내 이야기였다면 나는 과연 지금처럼 고상하고 정의로운 척 그들을 옹호할 수 있을까?사회의 소수자, 약자들이 절박한 목소리를 낼 때, 그들의 권리 추구가 사회라는 전체, 보편다수의 ‘정상성’과 충돌할 때, 소수자들을 위해 다수가 자신들이 누리는 이익과 편리와 평화의 일부를 희생해야만 할 때, 그들로 인해 우리가 피해를 감수해야 할 때, 멀리서 쉽게 정의를 노래하다가 내가 피해의 직접 당사자가 될 때 우리는 과연 그들을 수용하고 보듬을 수 있을까?레비 스트로스가 지적한 대로 인류의 가장 큰 고민은 늘 ‘타자성’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김초엽 소설집의 또 다른 단편 ‘스펙트럼’에서 외계인 ‘루이’는 지구인 ‘희진’을 처음 본 순간 자신의 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그는 놀랍고 아름다운 생물이다” 놀라움은 이질적 타자에 대한 본능적 반응이고, 아름다움은 감성, ‘생물’이라는 단어는 합리적 이성을 지시한다. 소수자의 타자성 앞에서 우리는 감성과 이성의 균형을 지켜야 한다. 어려운 얘기다.

2022-05-03

쓰는 비건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다시금 색조 화장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해선지 지난 달 색조 화장품 중심 매출이 최대 40% 증가하였고 로드샵과 면세점, 백화점 아울러 전반적인 화장품 매출 증가가 급증하였다고 한다.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로 코로나19 사회적인 분위기 흐름이 조금 달라지면서 ‘비건’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나 최근 ‘비건 뷰티’가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는데, 비건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동물성 원료를 대신하여 친환경 성분만을 사용하여 만드는 제품을 일컫는다. 비건 제품은 동물 실험으로 인해 얻어지는 성분과 원료를 포함하고 있지 않으며 과거 무작위로 착취 해왔던 동물 실험 자체도 일절 이루어지지지 않는다.많은 이들이 비건 뷰티에 관심을 갖기 이전, 그간 가루 형태의 파우더나 반짝이는 펄은 전부 동물이나 생선의 비늘에서 원료를 얻었다. 속눈썹을 길고 짙게 보일 수 있도록 해주는 마스카라의 경우엔 인체에 무해한지 실험하기 위해 토끼를 대상으로 실험 하였으며 화장할 때 흔히 쓰이는 붓의 경우엔 다람쥣과의 청설모 털을 사용하는 등 동물성 털로 만들어졌다.문제는 원료를 생산해내는 과정이 굉장히 비윤리적이라는 점이었다. 털이나 재료를 얻기 위해 감금은 물론 학대와 폭력이 동반되었기 때문이다.그런데 이젠 소비자의 인식이 분명히 변하고 있는 듯하다. 스킨이나 수분 크림 같은 기초 제품이 비건 위주로 쏟아지는 데다 최근에는 색조 제품 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다. 비건 립밤은 물론 선크림, 파운데이션, 마스카라, 아이쉐도우, 하이라이터, 립스틱, 틴트까지 그간 동물성 원료가 필수적으로 들어갔던 색조 화장품은 비건 제품으로 대체되어 종류가 무궁무진 증가하였다.더 놀라웠던 건 일반 화장품과 비교했을 때 결코 제품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비건 인증기관에서의 까다로운 기준과 인증 과정을 거쳐야만 출시되는 데다 FSC 인증을 받은 포장재 사용, 화장품 공병 수거를 위한 캠페인 진행으로 지속 가능한 자원 순환과 나아가 환경 보호를 지향한다는 점도 놀라움을 자아냈다.비건 마크를 확인하는 방법으론 화장품 케이스 뒷면에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 프랑스의 이브 비건, 한국비건인증원 비건 마크를 확인 하면 되어서 비교적 판별도 쉬워 구매하기에 용이하다.패션 업계 또한 비동물성 소재만을 사용하는 비건 패션이 중요 트렌드로 자리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의 최고경영자인 마르코 비자리는 더는 모피를 제작하거나 팔지 않겠다는 반모피 운동을 선언했고 줄줄이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베르사체 등 모피 사용을 중단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많은 패션 브랜드들 또한 그간 동물 학대와 착취를 통해 얻어지던 가죽과 모피를 사용하지 않고 그것을 대신할 소재를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나 겨울용 옷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메리노 울은 양의 엉덩이쪽 살을 비윤리적으로 잘라내어 무작위로 생산해내는데, 더 많은 양의 울을 얻기 위해 일부러 양의 엉덩이쪽 살을 쭈글쭈글하게 만들어 개량하기도 한다. 비건 패션은 이렇게 강제적으로 채취하는 울이나 모피를 대신하기 위해 인조 모피와 에코 퍼 소재를 대체하여 사용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또한 말하지 않으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다양한 소재가 개발되고 있는데, 와인 찌꺼기로 만든 가죽이나 파인애플 잎으로 만든 천연 섬유 또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먹는 비건 뿐만 아닌 내가 쓰는 물품도 비건을 지향할 수 있단 사실이 알면 알수록 놀라웠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씻곤 했던 손세정제나 옷, 화장품, 붓 등 얼핏 보면 작고 사소한 물건이지만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동물들이 희생되었단 사실은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그러니 이제부턴 물건을 구매할 때 더욱이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사실 조금 더 시선을 확장해보면 별다른 수고로움 없이도 너무나 쉽게 비건 제품을 만나볼 수 있다. 무엇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그것이 무언가에게 도움이 되는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 때엔 내 자신이 조금 더 맑고 선명해지는 기분이 든다. 먹는 비건이 어렵다면 쓰는 비건부터 차근차근 실행해보는 것이 비건을 시작하는 좋은 방법 같다.

2022-05-03

출산육아·군복무 가산점 도입했으면

이명균​​​​​​​창원대 명예교수 인류가 낳은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첫 아내, 물리학자가 꿈이었던, 밀레바 마리치는 취리히 국립공과대학에서 석사학위 논문준비 중 임신출산으로 학업연구를 중단하였다. 두 사람 공동연구인 ‘특수상대성 이론’ 등 5편의 공동저작 발표논문에 결혼 전엔 ‘아인슈타인, 밀레바 마리치’로 공동 서명하였으나 결혼 후엔 ‘아인슈타인’ 이름만 썼다. 아인슈타인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려고 밀레바와 이혼하였고 밀레바는 피아노·수학 레슨으로 혼자 병약한 아이를 돌보며 살다, 말년엔 반신불수의 홀몸으로 눈을 감았다. 여자의 훌륭한 업적과 공로가 남자에 의하여 묻히고 출산육아로 그 꿈과 재능이 깡그리 희생된 대표적 사례. 밀레바가 학업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재능이 있으면서도 육아가사노동 때문에 아깝게도 썩는다고 생각되는 여성들을 주위에서 볼 수도 있고, 한편 재능과 자질이 훌륭하지만 육아가사에 전념한 결과 사회활동에 직접 참여한 것 못지않게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여겨지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타고난 소질과 재능을 가능한 마음껏 개발·발휘하면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남녀 누구든 사회 각 분야에서 각자의 재능발휘에 있어, 자신의 뜻에 반하여, 부당하게 피해보는 경우가 없도록 법적 제도적 필요한 장치들이 마련되어야 마땅하다. 그 구체적 방안의 하나로 여성들에겐 출산육아 가산점제를 그리고 남성들에겐 군복무가산점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남성들의 종전 군가산점 제도를 폐지한 것은 여성들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하는데, 출산육아와 군복무에 대해 동시에 가산점제를 도입한다면 남녀평등과 형평원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는 출산육아 후 사회활동을 희망하는 소위 경단녀들의 사회 재진출의 경우에도 도움이 될 것이며, 군복무기간동안의 노동력제공과 군복무로 인한 국가시험 준비나 학업중단 등으로 발생하는 남성들의 피해에도 다소 보상이 될 수 있다. 외국에서는 모병제임에도 군제대자들에게 일정한 혜택을 주고 있는데, 우리는 징병제임에도 군복무의 혜택이 없다는 것은 형평원칙에도 맞지 않다.개인의 활동에서 잘못된 제도나 관념 때문에 받게 될 피해나 제한을 최대한 없애줌으로 남녀 모두의 에너지가 충분히 잘 활용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남녀사이의 구조적갈등도 상당히 해소되어 요즘의 결혼기피현상 또는 여성들의 출산기피의식도 자연히 많이 해소될 것이며, 따라서 절박한 저 출산 대책에도 도움 되는 면이 있을 것이다. 서구에서는 많은 여성페미니스트들이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 원할 경우엔, 집에서 육아가사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다고 한다. 남녀가 서로를 탓하거나 적대시하지 않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가운데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이 조성되도록 정부와 국가가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 남녀들이 서로 아끼면서 들려주는 웃음소리와 함께 귀여운 어린이들의 재잘거림 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2022-05-03

외나무다리 건너는 소

조현태수필가 중국에 아주 똑똑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스무 살에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에 등용됐다. 젊은 나이에 벼슬을 할 만큼 총명하여 자연히 황제의 관심을 받았다. 황제의 두터운 신망을 바탕으로 고속승진하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출세가도를 달렸다. 자연히 온 장안에 최고의 화제가 될 정도였으니 많은 사람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시기와 질투, 모함 등의 좋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어느 날 젊은이가 궁궐에서 퇴청하여 한적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배를 쭉 내밀고 온갖 거드름을 다 피우면서 걷고 있는데 조그만 냇가에 놓인 다리가 나타났다. 막 건너려고 할 때 다리난간에 걸터앉았던 한 노인과 눈이 마주쳤다. 초라한 차림에 걸인 행색을 한 노인이었다. 노인이 나지막하고 점잖은 소리로 젊은이를 불렀다. 젊은이는 그냥 지나치려다가 귀찮은 안색을 하고 노인 앞에 멈췄다. 노인은 “여보게 젊은이, 소(牛)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듯이 사는 것이 인생이라네.”하면서 生자를 땅바닥에 지팡이로 커다랗게 써 보였다.‘生’자는 코흘리개 적에 외워 둔 글자라 젊은이에게는 완전히 관심 밖이었다. 뿐만 아니라 남부러울 것 없이 자신만만하게 살고 있는 젊은이에게는 노인이 가엾은 거지로 보였다. 그래서 후하게 선심 쓰듯 엽전 한 닢을 던져주고 돌아갔다.그 후, 세월이 흘러 젊은이는 마흔 살에 벼슬의 최고봉인 재상에까지 올랐다. 그러나 재상에까지 오른 젊은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간신배들은 배알이 뒤틀렸다.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젊은이를 황제 앞에서 대역죄인으로 몰아갔다. 결국에는 간신배들의 모함에 걸려 젊은이가 죄인으로 몰려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귀양 가는 길에 노인을 만났던 그 다리를 건너가게 되었다.그제야 예전에 거지노인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다시 기억났다. 인생살이란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형국’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하! 그렇구나. 이미 자신이 외나무다리 위에 서있는 소에 불과하구나 하고 무릎을 치더라는 이야기.그 당시의 소는 농사에 동원되고 등에 짐을 실어 나르는 힘든 삶에서 몸을 균형 잡는 훈련이 어느 정도 되었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가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것이 불안한 인생살이와 같다고 했음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그렇다면 지금의 소는 어떤가? 고급 사료와 안전한 시설에서 사육되고 있다. 운동이나 훈련은커녕 인간의 입맛에 맞아떨어지게 수명이 조정되고, 육질 좋은 몸집을 키워가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고깃소에 불과하다. 심지어 새끼를 낳을 때도 사람이 거들어주지 않으면 자연분만이 어렵다.아마도 그 옛날과 현재에 같은 외나무다리를 건너게 한다면 현재 소가 더 불리하지 싶다.대다수의 독자들은 이의를 제기할 것이다. 외나무다리도 없어졌거니와 엄청 넓은 콘크리트 다리 위로 트럭에 실려 다닌다고. 하지만 필자는 인생 삶을 비유한 어느 작가의 이야기를 인용했다. 세상에서 소든지 사람이든지.

2022-05-03

100일된 중대재해법, ‘과실범위’ 입법보완을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00일을 앞둔 가운데 각 사업장에서는 “모호한 법 규정으로 인해 교도소 담장을 걷듯 불안하게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며 법개정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포항지역 기업체들은 중대재해법의 최우선 입법 보완 사항으로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 면책규정’을 꼽았다.포항상공회의소가 최근 회원업체 68개사를 대상으로 중대재해법 대응실태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1.1%의 업체가 법 시행으로 인해 경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입법 보완이 요구되는 내용으로는 ‘고의·중과실 없는 중대재해 면책규정’(31.7%), ‘경영책임자 개념 및 원청 책임범위 명확화’, ‘근로자의 안전지침 준수 법적의무 부과’(각 18.6%), ‘구체적 안전보건확보 의무’(13%) 등의 순으로 답했다.지난 1월27일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하청 업체를 포함해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는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 시행이후 산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조선·철강·화학·건설업종 CEO들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일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항상의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법률 내용 중 형사처벌 근거가 되는 경영진 과실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의도를 가진 ‘고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더라도 재해만 발생하면 대부분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산재 예방 의지가 아무리 강한 사업장이라도 누가 어떤 의무를 어디까지 이행해야 하는지를 몰라 혼란스러워한다는 것이다.최근 한국경총에서는 중대재해법을 보완해달라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제안서를 전달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선거 기간동안 “구속 요건이 약간 애매하게 돼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중대재해법이 기업주 처벌에 주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재해 예방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정부에서 문제가 되는 법률 조항을 신속히 보완할 필요가 있다.

2022-05-03

文대통령 팬덤정치, 퇴임후도 이어질까

심충택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을 직접적인 화법으로 비판한 것이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을 이렇게 비판적으로 대하는 모습은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했다. 청와대는 “임기말 없는 대통령으로 끝까지 일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야당에선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는 말이 나왔고, 대통령직 인수위는 “남은 임기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켜달라”고 했다.문 대통령의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정권을 인계하는 쪽과 인수받는 쪽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양측은 대선직후 첫 회동 일정조율 문제, 집무실 이전 예비비 승인 문제, 감사원과 중앙선관위원 인사권 문제 등을 두고 충돌을 거듭해왔다.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신구 권력의 대치 전선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느낌이어서 시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대단하다.문 대통령은 그동안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히긴 했지만, 퇴임 후에도 정치적 메시지를 계속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SNS팔로어 수 200만명을 자축하며 “이제 퇴임하면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이야기로 새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고 언급한데서, 그의 팬덤정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공세적 메시지는 ‘문빠’를 중심으로 한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문 대통령의 이러한 팬덤정치가 우려되는 부분은 팬덤의 극단적인 지지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매우 비이성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현 집권당 원로들도 “문재인의 문빠 정치가 진보세력을 망친다. 강성 지지층에 빠지면 중도, 혹은 대중을 외면하게 된다”며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지난 대선과정에서 과열된 범정치권의 팬덤문화로 인해 우리사회는 각계각층의 반목과 질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 무조건적 충성심을 가진 팬덤은 온라인 좌표 찍기, 게시판 댓글 도배, 특정인을 겨냥한 문자 폭탄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그 여파가 이제 진영싸움을 넘어서 대선불복 단계로 치닫고 있다.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비상시국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정치권이 한 몸이 돼 위기극복에 나서도 현 상황을 타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 분열을 걱정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어떤 진영에 속하든 지금의 상황을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다. 팬덤 뒤에 숨어서 좌표를 찍거나 충동질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우선 가장 정신을 차려야 할 사람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과 국정철학이 다르더라도 속으로 삭이고 윤 당선인이 순조롭게 정권을 인수해 나라를 안정시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게 순리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측 인사들은 물러나는 정권을 과도하게 자극해선 안 된다.

2022-05-03

5월 가정의 달…가족의 소중함 다시 새기자

5월은 가정과 관련한 행사가 많아 가정의 달이라 부른다. 5일 어린이날, 8일 어버이날, 15일 스승의 날, 16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등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정의 소중함을 느끼고 의미를 되새겨야 할 날들이다.특히 올해는 거리두기가 풀리고 비록 실외지만 마스크 의무착용까지 해제돼 각종 행사의 분위기가 한층 고조돼 있다. 2년여 만에 코로나로부터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어 가정의 날 행사도 더 풍요롭고 의미도 각별하다.대구, 포항 등 어린이날 행사는 각 지자체마다 대면행사로 치러질 예정이고 3년만에 재개되는 실외 행사여서 어느 때보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손을 잡고 행사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누구보다 이날을 기다려온 어린이에게는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새기는 어버이날도 온가족이 함께 모여 모처럼의 식사와 여유를 즐길 수 있으니 다행이다. 올 가정의 달은 가정마다 함박 웃음꽃이 듬뿍 피어나길 기대한다. 가정은 국가와 사회의 최소 단위다. 가정이 무너지면 사회가 흔들리고 국가도 온전하게 존립할 수 없다. 아동이나 노인학대, 배우자 폭력 등 위기의 가정을 국가가 앞장서 보호하고 사회가 공동체 정신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것도 우리 사회구성의 근본이기 때문이다.그러나 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한햇동안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례는 3만건이 넘는다. 이로 인해 사망하는 아동이 수십명이다. 아직 우리 현실은 어두운 면이 여전히 많다. 건전한 가정은 건전한 사회를 구성한다. 상처받은 아이가 많은 사회는 결코 미래가 밝지 못하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 국가다.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도 줄었다. 1인가구가 급속히 늘어 전통적 가족구성이 무너지고 가정의 존립도 위협받는다. 우리 사회의 이성적 대응이 필요한 때다.2년여 지속된 코로나로 우리 사회는 수많은 희생과 고통, 변화를 경험했다. 그런 면에서 올 가정의 달은 더 새롭고 성숙한 의미가 있다. 기념일에 열리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가족 구성원이 더 건전한 가정을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22-05-03

팬데믹 예언

우정구논설위원 코로나 발생 전 인도의 14살 소년 예언가가 2019년 11월부터 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유행할 것이란 예언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비냐 아난드라는 이름의 이 소년은 올해 초 “5월부터 마스크를 벗는다”고 예언하면서 그의 예언 적중이 또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는 비트코인 폭락을 예고했고, 최근에는 세계 3차대전 가능성도 예언해 세계의 주목을 끌었다.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인 빌게이츠가 코로나에 이어 또다른 팬데믹이 닥칠 것을 예고했다. 그는 미국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의 위험이 현격히 감소했지만 전염성이 더 강하고 치명적인 팬데믹이 올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류가 전염병을 극복하는 데 공동의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빌게이츠는 2015년 한 강연에서 “전염병 확산은 전시 상황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미사일이 아니라 미생물”이라고 말해 전염병 유행을 예고한 적이 있다. 그는 그때 “만약 앞으로 몇 십년간 무엇인가가 1천만명이 넘는 사람을 죽인다면 그것은 아마 전쟁이 아니며 전염병이 강한 바이러스일 것”이라고 말했다.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는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 우리는 그의 예측이 거의 적중되고 있음에 공감한다. 그는 코로나 전염병 대처를 위해 자선단체를 통해 10억달러 이상을 기부하는 등 또다른 전염병 확산 방지에도 노력하고 있다.실외지만 마스크 벗기가 허용되면서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갈거라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빌게이츠의 말대로 우리 인류는 아직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와 끝없는 전쟁을 벌여야 할지 모른다.20세기 초 스페인 독감으로 5천만∼1억명이 희생됐다. 바이러스와 전쟁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예언의 영역인가 싶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5-03

학급수 조정

홍택정 문명중·고등학교 이사장 교육의 기회는 모든 학생들에게 균등하고, 공평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런 다음에 학생 각자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학업성과 즉 실력은 개인적인 결과물일 것이다.공정이란 가치가 사회의 중요한 기준으로 등장하면서, 모든 분야가 공정의 잣대로 다시 한번 검증받고 있다. 고등학교 내신 성적은 학급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15학급 미만의 학교와 30학급 이상 학교의 상위권에 대한 대학의 평가는 절대적으로 대형 학교 학생들이 유리하다.공사립 중·고등학교 간의 학급수를 비교해 보면, 대부분 공립은 대형 학급 즉 30학급인데 반해 사립 중·고는 미니 학급의 경우가 많다.심지어 상치 과목 발생으로 비전공 교사의 지도로 부실한 수업을 받는 경우도 있다.100명 중의 1등급과 500명 중의 1등급에 대한 대학의 선호도는 대형 학교의 1등급을 결정적으로 선호한다.예를 들면 소형 학교의 학생들은 아예 의예과 진학은 포기해야 할 정도다. 학생과 학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교육기회의 균등은 빈말이 되는 것이다.소규모 학교에 재학하는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 들은 이와 같이 불공평한 불이익에 대한 문제 해결을 요구해야 한다.교육당국도 공사립 간의 학급 규모에 대한 재검토를 통해 적절한 조정을 해야만 공정한 교육기회와 대학 진학에 소규모 학교 학생들이 받고 있는 불공정한 내신평가가 해결될 것이다.신설 공립학교의 학급 규모는 대부분 30학급이 기본이다. 공립만이 공교육의 場이 아니다. 공사립의 지혜로운 조화를 통해 학령아동 감소로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처해야 한다.

2022-05-02

쉰아홉 번째 베니스 비엔날레

베니스 비엔날레 방문을 위해 짧은 일정으로 먼 길 여행을 떠났다. 팬데믹 이전의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는 듯 느껴졌다.스마트폰에 저장된 백신접종 확인서만 내밀어 보이는 절차만 추가되었을 뿐 출국장의 분산함이 사라졌다는 것 이외에 공항의 풍경도 예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행경로가 달라졌다는 것. 그래서 비행시간이 3시간 남짓 늘어났다는 것 이외에 하늘에서 내려다 본 땅에도 큰 변화는 없어 보였다.베니스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바포레토의 느린 움직임이 물 위에 그려진 하늘 풍경에 훼방을 놓는다. 도시 곳곳은 관광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상상 초월하는 베니스의 인파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면 지금의 미묘한 한산함을 전혀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찾았다.올해로 벌써 쉰아홉 번째로 개최되는 비엔날레다. 베니스에서 열리는 미술 비엔날레는 역사성으로 보나, 규모로 보나, 주목성으로 보나 여전히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베니스 비엔날레의 특징은 전시구성이 장소적으로 형식적으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공원 자르디니에는 스물여섯 개 나라의 국가관이 마련되어 있다. 한정된 공간 때문에 1995년 우여곡절 끝에 한국관이 세워진 것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새로운 국가관이 들어오지 못한다. 자르디니에 자리를 얻지 못한 나라들은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국가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심리적으로 자르디니에 포함된 국가관 그리고 그렇지 못한 국가관 간의 심리적 서열이 생겨났다. 자르디니에 국가관이 있느냐 아니냐가 공교롭게도 국가파워와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비엔날레 참가국들은 각자의 기준에 따라 커미셔너와 미술가를 선정해 국가관 전시를 진행한다. 각 국가별 전시가 이루어지다 보니 국내 언론에서는 베니스 비엔날레를 ‘미술 올림픽’으로 소개하기도 한다. 이런 비유가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이번 비엔날레의 한국관은 김윤철 작가의 기계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키네틱 설치 작품들로 채워졌지만 전시 기술적 완성도에서 사뭇 아쉬움을 보였다.국가관이 위치한 자르니디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 아르스날레라는 곳이 있다. 아르스날레는 산업화되기 이전 배와 무기를 만들던 거대한 일종의 군수산업 복합단지였다. 이곳에서 베니스 비엔날레의 또 다른 중심 행사가 진행된다. 자르디니의 전시들이 국가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면 아르스날레는 총감독의 기획아래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엄청난 규모의 전시가 만들어진다.올해 총감독으로 선정된 이탈리아 큐레이터 세실리아 알레마니는 ‘꿈의 우유’를 전시 주제로 내걸었다. 초현실주의 미술가 레오노라 캐링턴의 책 제목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아르스날레의 본전시에는 총감독의 기획의도가 집결된다. 58개국 213명의 작가가 참여한 본전시에서 가장 도드라지는 특징은 여성 작가의 비율이 90%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구성에 이미 총감독의 분명한 의지와 메시지가 담겨 있다. 한국 미술가로는 정금형, 이미래 두 사람이 초대 받았다.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여성과 흑인여성이 주목을 끌었다. 본전시 최고 작가상은 미국의 흑인 여성작가 시몬 리에게 돌아갔고, 최고 국가가관의 명예를 차지한 것은 영국관이다. 영국관에서 소개된 소냐 보이스의 작품은 음악, 비디오, 콜라주가 결합된 사운드 설치작업으로 흑인 여성 뮤지션의 음악을 다루었다.비엔날레는 세계미술의 흐름을 읽는 중요한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한계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전 세계 미술을 아우르는 전시와 연관 행사 규모로 미루어 보았을 2년의 준비 기간은 지나치게 숨 가쁘지 않은가 싶다./김석모 미술사학자

2022-05-02

마이걸 <Ⅱ>

-우리 둘 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어요. 이이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만식이 안나의 손등을 토닥였다.-우리? 이이? 허, 참. 저는 갑니다. 알아서들 하시고. 그런데 아가씨, 뱃속의 아기가 저의 동생이라는 것은 확실한 겁니까?안나는 필립의 말에 화를 내지 않았다. 만식의 손을 자신의 배에 가져다 대며 빙긋이 웃었다.-누구든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요. 하지만 그걸 증명하겠다며 나서고 싶지는 않아요. 제 뱃속의 아기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낸 생명이 분명하니까요. 손끝으로 만식의 눈가 주름 결을 어루만지며 안나가 덧붙여 말했다.-아이의 아빠가 누구인지, 아이의 엄마는 알아요.만식의 며느리가 다른 친지들과 함께 찾아와 무슨 말이든, 무슨 짓이든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필립도 그날 이후 안나의 임신에 대해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안나는 만식의 힘이라 여겼다. 안나는 뱃속의 아이에게 ‘증거’라는 태명을 붙였다. 만식이 무슨 증거냐 물었다. 안나는 배를 내려 보며 대답했다.-우리의 사랑, 당신의 건강, 그리고 당신이 가진 힘.당신이라, 사랑이라, 나쁘지 않군. 만식은 안나의 볼을 쓰다듬었다.인공 폐 이식을 받겠다 만식이 필립에게 통보한, 문을 나서는 필립에게 핸드폰을 던진 그날로부터 한 달이 지났을 때 안나와 필립이 만났다. 필립이 먼저 안나에게 연락을 했다. 안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뭐라 이야기하든 흘려들을 거야, 마음먹었다. 만식은 강했고, 만식 앞에서 필립은 둘째 아들에 불과했다. 필립이 안나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든 그것은 단순한 협박일 뿐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라 여겼다.필립이 먼저 와 기다리고 있었다. 안나는 마주 앉은 필립의 눈가에서 깊은 주름을 보았다. 그도 늙는 중이었다. 많이 닮았네. 늙는 것까지. 하긴, 그의 아들이니까. 내 뱃속의 아이도 그렇겠지. 그래야 해. 아니, 똑같아야 해.-일전에는 제가 말이 좀 지나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에게 화가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버지에게 화가 나기도 했고, 섭섭하기도 했던 거지요.부드러웠다. 만식의 목소리가 단호함이 배어 있는 저음이라면 필립의 목소리는 완곡함, 이해, 배려 이런 것들이 섞여 있는 저음이었다.-아니에요. 충분히 그러실 수 있지요. 제게도 많이 화나셨을 거예요. 저라도 그랬을 걸요.안나는 필립이 안쓰럽기도 했다. 만식의 옆에서 보고 들은 상황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보고를 하거나 결재를 받기 위해 만식의 집으로 찾아온 직원이 간혹 필립의 의견을 전하거나 필립이 이렇게 지시했다 이야기하면 만식은 크게 화를 냈다. 이 회사가 누구 것인데 그 녀석의 의견을 묻느냐? 내가 그 녀석에게 지시할 권한을 주었느냐? 너는 누구의 직원이냐? 대답 한 마디 하지 못한 직원은 만식의 서재 한구석에서 진땀을 흘리다 돌아갔다. 만식이 먼저 물어보지 않는 한, 경영에 관한 필립의 의견을 만식에게 전하지 않는 것이 올더앤베러의 불문율이었다.-동생은 잘 크고 있지요?필립이 안나 뱃속의 아이를 동생이라 불렀다. 안나는 필립의 호의에 고맙기도 했지만 필립의 태도가 바뀐 것이 의아했다.-이렇게 갑자기 바뀌신 이유가?필립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테이블에 찻잔을 내려놓았다. 쿵쿵 소리를 내며 잔을 내려놓는 만식과 달리 필립이 잔을 내려놓을 때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안나. 이름이 안나 맞지요? 이게 뭐 안나 씨 잘못이겠습니까? 뱃속의 아이가 잘못이겠습니까? 잘못이라 할 것 없지요. 그럴 수 있는 세상이니까. 그저 내 입장에서 좀 답답한 일이기는 하지요. 그렇다고 화를 낼 정도는 아닙니다. 왕조 시대도 아니고, 세자 자리를 두고 싸우는 것도 아니니. 하긴 세자 자리라 해도 별 볼 일 없는 자리니 탐낼 일도 아니지만. 이번 일로 우리 아버지가 얼마나 건강한지 확인도 했고. 허허. 우리 아버지 정말 대단하지요?필립이 소리 내어 웃었다. 안나는 빙긋이 미소만 지었다. 필립이 차 말고 다른 것도 드시라 권했고 안나는 치즈 케이크 한 조각을 주문했다. 안나는 스푼으로 케이크 모서리를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필립이 물었다.-우리 아버지, 사랑합니까? 지금 안나 씨 이러는 것 사랑입니까?안나는 스푼을 내려놓은 뒤 필립을 바라보았다. 되물었다.-무슨 뜻으로 물으시는 건지?-무슨 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궁금해서요. 삼십 대 초반 젊은 여자와 팔십 대 후반 늙은 남자의 뜨거운 사랑인 건지. 아니면…….처음 받아 본 질문은 아니었다. 만식의 마이걸이 되면서부터 주위의 사람들로부터 익히 들어온 질문이었다. 만식의 아이를 가지자 사라진 질문이기도 했다.-아니면 뭐요?눈썹 사이를 찡그리며 안나가 물었다. 치즈의 비린 맛 때문이었다.-솔직한 안나 씨의 감정을 알고 싶어서 그럽니다. 물론 엄마로서의 감정, 뱃속 아이를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아버지를 사랑해서 곁에 있고 아이를 가진 건지 아니면 편안한 인생을 위해서 선택한 길인지. 아, 그렇다 하더라도 안나 씨를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사는 것도 인생이지요. 그리고 여기서 안나 씨가 어떻게 대답하시더라도 아버지에게 말씀드리지는 않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마시구요. 진정한 사랑이라 대답하시면 당연히 전해드리지요. 내키지 않으시면 대답 안 하셔도 됩니다./ 김강 소설가

2022-05-02

세대간 소통의 도구 5S활동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사람은 음식을 섭취하여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그러기에 인류는 탄생 이래 끊임없이 먹을 것을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취득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해왔고 그 시대의 지혜와 지식을 총 동원하여 발전을 거듭하여 왔다. 그 결과물들은 종이가 없을 때는 동굴 속의 벽화나 말로 전해졌으며 종이와 글이 발명되면서부터는 글로 이어져 왔고 현대에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영상으로 만들어 검색만 하면 누구나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때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오랜 시간에 걸쳐 정보가 누적되고 발전을 지속하는 데는 많은 사람들의 정리정돈의 노력이 작용하고 있다. 국어사전에서는 정리정돈을 ‘주변에 흐트러진 것이나 어수선한 것을 한데 모으거나 둘 자리에 가지런히 함’으로 정의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정리는 ‘흐트러지거나 혼란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을 한데 모으거나 치워서 질서 있는 상태가 되게 함’을, 정돈은 ‘어지럽게 흩어진 것을 규모 있게 고쳐 놓거나 가지런히 바로잡아 정리함’으로 표현하고 있다.일본에서 1945년 패전 이후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의 단합과 생산현장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정리정돈의 개념을 확장하여 정리(SEIRI), 정돈(SEITON), 청소(SEISO), 청결(SEIKETSU), 습관화(SHITSUKE)의 일본어 표현의 앞 글자인 ‘S’를 따서 5S활동을 창안하였다. 정리는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여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활동이며, 정돈은 정리 후 필요한 것들을 사용 후 되돌리기 쉽도록 어디에(정위치), 무엇이(정품), 얼마나(정량) 있는지를 구분하여 두는 곳을 표준화하는 활동이다.정돈활동으로 표준화된 현장을 주기적인 청소를 통해 점검하여 문제점을 발굴하고 개선하여 유지가 되도록 하는 것이 청결이며 습관화는 정리, 정돈, 청소, 청결 활동을 반복하여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5S활동을 필자가 지도하는 P사에서도 2005년부터 지금까지 전(全) 공장의 작업현장, 자재창고, 사무실 등을 중심으로 지속해오고 있다. 5S활동은 계층, 근속, 지식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하여 함께 땀 흘리고 아이디어를 도출하여 개선하는 과정을 통해 동료애와 협동심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활동이다.작업 현장이 잘 정돈되어 있으면 찾고 되돌리는 낭비가 줄어 일의 효율이 향상되고 동선이 줄어 작업 안전이 자연스럽게 확보될 수 있는 활동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소홀하기 쉬운 활동이기도 하다.중요한 것은 이 개념적인 5S활동을 우리가 일하는 현장에 접목하여 작업이 편하고 안전해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는 생각만으로 되지 않으며 나와 동료를 위하는 마음으로 같이 행동할 때 구현이 가능하다. 최근에 많은 기업들이 MZ세대와의 소통으로 고민하고 있는데 공동의 터전인 작업현장을 안전하고 일하기 좋게 만들자는 공통의 목표로 세대를 넘어 함께 참여하고 일을 통해 소통하는 도구로 5S활동을 적극 권장한다.

2022-05-02

새로운 문화의 발돋움 ‘詩뜨락’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초록이 흐르고 연둣빛이 피어나는 5월은 눈길 닿는 곳마다 푸르기에 푸른달이라 했던가. 봄의 꽃잔치 속에 조금씩 돋아나던 잎사귀가 오월 들어 본격적으로 피어나며 그야말로 초록의 세상을 이루고 있다. 겨울을 이겨낸 진초록 잎새 위에 연초록 잎새가 겹쳐서 피어나니, 마치 울음처럼 복받치는 연둣빛 그리움이 꿈결처럼 흐르는 듯하다. 온통 초록과 연두의 녹엽으로 펼쳐지는 오월은 맑고 푸르러 싱그럽기만 하다.푸르른 오월을 기약이라도 하듯이 4월의 잎새달 끝자락에 초록빛 문화예술의 향기가 5월의 푸르름마냥 진하게 피어났다. 코로나19의 진저리를 떨치기라도 하는 듯 도심 속 작은 정원에서 잔잔한 시낭송과 악기 연주, 시인과 독자와의 대화가 들꽃처럼 소담스레 피어났다. 초록의 계절에 어울리는 시편과 일상 속의 다반사인 커피 마시는 얘기,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하고 행복을 부르는 시낭송의 메아리가 수수한 듯 낭랑한 음성으로 다가오고, 간간이 악기의 선율과 시 같은 노래가 그윽하면서도 유장하게 울려 퍼졌다.이같은 일련의 행사는 4월의 마지막 날 포항시 효자동의 한 켠에서 포항시낭송회가 주관한 일곱 번째 시뜨락(詩가 흐르는 뜨락)의 주요 레퍼토리다. 서옥(書屋)의 좁다란 뒤뜰에서 간소하게 열렸지만, 시낭송과 음악의 문화적인 울림은 어느 공연 못지 않게 넓고 깊었다. 특히 이번에는 전국적으로 ‘커피시인’의 명성을 떨치고 있는 윤보영 시인을 초대하여 그의 스무 번째 시집인 ‘세상에 그저 피는 꽃은 없다 사랑처럼’에 실린 시를 골라 낭송하고, 서예가의 시서(詩書) 작품으로 미니 전시회까지 곁들여 다채로움을 더했다.이른바 감성시인으로 통하는 윤보영 시인은 신춘문예에 동시(童詩)로 등단해 스무 권의 시집을 내면서 간결하고 섬세한 감정으로 공감을 불러일으켜 초등, 중등학교 교과서에 시와 동요의 가사가 수록되는 등 관록있고 독자층이 두터운 시인이다.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소재 속에서 시를 끌어올리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발상이 읽는 이의 마음을 두드리며, 순수하고 긍정적인 감정이 메말라 가는 각박한 시대에 커피 한 잔처럼 따스하게 마음을 데워줄 수 있는 감성적인 시를 많이 썼다. 그에 따라 춘천, 파주, 문경 등지에 ‘윤보영 시가 있는 길’이 조성되기도 했고, ‘윤보영 동시 전국 어린이 낭송대회’ 개최와 ‘윤보영 캘리랜드연구소’ 등의 운영으로 시의 저변확대와 새로운 발전 모색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그러한 저명시인을 모시고 봄과 커피에 어우러진 시잔치를 벌였으니 문화도시 포항의 품격이 적지 않게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 경향의 문인을 초대하여 시낭송회와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문학과 예술의 삶을 공감하고 문인과 독자가 소통하는 ‘시뜨락’은 문화의 새로운 발돋움이 아닐 수 없다. 마침 코로나의 터널에서도 벗어나는 때, 시와 시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펼치는 시뜨락 같은 시낭송 토크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2-05-02

심각한 지역 미분양 아파트, 지역경제 악재다

대구와 경북의 미분양 아파트 적체가 심각하다. 미분양 아파트 물량 해소를 위해 여러 차례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을 중앙정부에 건의했으나 무응답이다.국토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의하면 대구지역 미분양 주택수는 6천572가구로 전달보다 2천11가구(44%)가 증가했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다. 경북은 3월 미분양 주택이 6천519가구로 전달보다 33가구가 감소했지만 물량은 대구에 이어 전국 두 번째다. 대구와 경북의 미분양 주택수를 합치면 1만3천91가구로 전국 미분양 주택 2만7천974가구의 46.7%로 거의 절반이다. 최근 공동주택 분양실적을 보면 전년 동기보다 대구는 72.9%, 경북은 89.8%가 각각 감소했다. 특히 대구지역은 2025년까지 5만가구 이상 더 공급될 것으로 전망돼 주택시장이 크게 교란에 빠질 가능성도 높다. 주택시장 침체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하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금융리스크가 커진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등 3고 시대를 맞아 하반기 국내 경제마저 불확실하다고 한다. 경제구조가 취약한 지방도시의 미분양 적체가 빚을 경제적 파장에 벌써 걱정이다. 대구지역은 10여년 전 심각한 아파트 미분양으로 혹독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그때를 반면교사해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를 설득해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풀고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켜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새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나 수도권과 다른 지방의 사정이 제대로 반영될지 의문이다. 수도권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지방까지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정책부터 바뀌어야 한다. 지역은 지역사정에 맞는 지역단위 정책이 필요하다. 주택건설시장은 산업의 전후방 효과가 크고 가계경제에도 직접적 영향을 준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후보들도 이런 지역의 문제를 잘 인식하고 대안을 적극 제시해야 한다. 주택공급 과잉으로 빚어질 주택시장의 충격을 잘 흡수해 지역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있어야 한다.

2022-05-02

고소·고발난무…과열되는 국힘 TK공천

지방선거를 눈앞에 두고 국민의힘 대구·경북 시도당이 심각한 자중지란에 빠졌다. 포항·영주시장과 군위군수 컷오프 과정에서 발생한 사천논란에 이어 대구 남구, 경북 청송 등지에서는 단체장 예비후보간 고소·고발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 대한 유권자의 정당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하는 모양새다. 대구 남구청장 선거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등록한 조재구 남구청장은 권오섭 예비후보에 의해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조 예비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당내 경선 후보를 비방하고 자신에게는 우호적인 기사 작성을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송군수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윤경희 예비후보의 동생이 최근 윤종도·전해진 예비후보와 이경기 전 예비후보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와 형법상 명예훼손으로 청송경찰서에 고소했다. 고소를 당한 예비후보들은 지난달 22일 국민의힘 경북도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경희 예비후보에 대해 “군수 직분을 망각하고 친동생에게 관급공사를 여러 건 몰아줬다”고 밝힌 혐의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 공천결과에 불복한 예비후보들의 무소속 출마선언도 이어지고 있다. 경산에서는 경산시장 경선에서 배제된 예비후보 10명이 ‘시민협의체’를 구성해 무소속 단일후보를 내기로 했다. 성주에서는 군수에 출마했던 전화식 예비후보가 현직 이병환 군수의 단수 추천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청도·고령에서도 보수성향 예비후보들이 국민의힘 공천에 반발하며 무소속 출마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처럼 대구·경북지역에서 유독 국민의힘 공천 후유증이 심각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유력 예비후보들이 단체장 선거 공천에 자신의 모든 자산을 걸며 올인하다시피 하니까 이전투구 양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공천파동의 주요 원인은 어쨌든 공천과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행사하는 지역구 국회의원 탓이 크다. 국회의원들은 지방선거 공천을 투명하게 해야 곧 시즌이 시작되는 총선 과정이 순탄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2022-05-02

윤석열 정부의 ‘공정’과 ‘상식’을 위하여

변창구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윤석열 당선인의 아이콘(icon), ‘공정’과 ‘상식’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인사청문회와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당선인의 태도는 실망스럽다. 새 정부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공정과 상식이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으니 우려가 크다.공정을 역설했던 당선인이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아빠찬스’ 의혹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정 후보 관련 의혹들은 조국 전 장관 자녀의 특혜 입학과 닮은꼴이다. 2030세대는 물론이고 보수언론들까지 많은 의혹들을 지적, 낙마의 불가피성을 지적했음에도 청문회를 지켜보자고 했다. 청문회는 법적 판단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며, 법의 역할과 정치의 역할은 다르다. 대통령이 된 ‘정치인 윤석열’은 ‘검사 윤석열’과는 달라야 한다.당선인은 선거에서 자신을 “조국의 위선을 무너뜨린 공정의 상징”이라고 하면서 문재인 정부와는 달리 “내로남불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공정이라는 잣대는 여당과 야당, 조국과 정호영에게 다르게 적용될 수 있는 ‘고무줄’이 아니다. ‘특권에 대한 이중 잣대’가 바로 내로남불이다. 정 후보자를 두고 좌고우면(左顧右眄)하는 당선인의 태도에 대해 벌써 조국 전 장관은 “윤석열의 선택적 정의”라고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 권력과 결탁하여 이익공동체가 되어버린 어용교수는 공정할 수가 없다. 자녀에게 ‘아빠찬스’를 제공한 장관이 업무에는 공정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겠는가? 최근 당선인의 직무수행을 평가한 여론조사는 부정(45%)이 긍정(42%)보다 높다는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이뿐만 아니라 ‘검수완박’ 협상과정에서 보여준 당선인의 태도 역시 적절하지 못했다. 그는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는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하면서 검찰총장직을 던지고 대선에 출마해서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 그런데 이른바 ‘윤핵관’이라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법안의 핵심내용에는 전혀 변화가 없는 국회의장 중재안에 전격 합의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에 국민들이 ‘신·구 권력의 정치적 야합’이라고 거세게 반발했고, 심지어 안철수 인수위원장까지 “이해 상충이며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그때서야 비로소 당선인은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고 했다. 최측근이 합의한 내용을 몰랐다는 말인가? 더욱이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의총에서 추인까지 받았는데, 이를 3일 만에 파기한 것을 당선인이 역설해 온 ‘상식’으로 이해될 수 있는 일인가?이처럼 윤석열의 공정과 상식은 ‘내로남불’과 ‘합의번복’으로 명분도 잃고 실리도 잃으면서 표류하고 있다. 공정과 상식의 잣대가 흔들리면 국민의 불신을 사게 된다. 입법 권력의 독재도 문제지만 집행 권력의 ‘선택적 공정’ 역시 문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요구되는 협치는 집권당이 먼저 공정과 상식을 지킬 때 가능하다. 당선인에게 기대하는 ‘춘풍추상(春風秋霜)’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2022-05-02

마스크 착용의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년여 넘게 지속돼온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가 2일부터 해제됐다. 방역당국은 다른 사람과의 거리가 1m 이상 되고, 자연 환기가 잘 이뤄지는 실외에선 전파 위험이 실내보다 낮다고 판단해 마스크를 벗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사람과의 거리가 좁고 군중이 몰리는 곳, 대화와 함성이 이어지는 곳 등에선 실외여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유지된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의 안내에 따르면 2일부턴 실내에선 마스크를 쓰고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다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환경을 판별하는 기준은 자연환기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곳인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버스·택시·기차·배·항공기 등 대중교통, 트럭 등 운송수단, 외부와 차단된 건물 내부 등에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한 50명 이상이 모여 함성·대화과 밀접 접촉이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집회·공연·행사·경기장 등에서도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써야 한다. 놀이공원·해수욕장 등 야외에 노출된 환경이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1m 이상 거리를 둘 수 없을 정도로 인구밀집도 높은 곳에선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는 게 중대본 관계자의 설명이다. 따라서 밀폐·밀집·밀접 시설이나 요양병원·요양원 등 감염에 취약한 시설에선 KF80 이상 되는 마스크를 꼭 착용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의무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학교 운동장에서 학급단위 체육수업, 두 면 이상이 열려있는 실외 전철 승강장, 다른 사람과 1m 이상 거리를 둬 움직일 수 있는 공원 등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가 너무 반갑지만 아직도 대중교통이나 건물 내부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겠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5-02

끝까지 ‘내로남불’인가

김진국 고문 결국 난장판이 됐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욕설이 오갔다. 민주당은 숫자로 밀어붙여 검찰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국민의힘은 악을 썼다. 국가 공권력이 전리품인가. 차기 행정부와 의회 권력의 힘겨루기가 막장극을 연출했다. 전문가들과 숙의도 공론화도 없다. 꼼수와 편법이 야바위꾼 뺨친다. 이게 이 나라의 지도자들이다.‘검수완박’이 뭔가.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한다고 한다. 검찰 권력이 너무 커서 횡포를 부린다는 이유다. 다른 견제 수단은 없는 걸까. 수사와 기소를 어느 정도 분리하는 게 효율적인가. 검찰이 하던 수사는 모두 누가 하나. 전문가들 사이에도 논란이 계속된다. 아직도 혼란이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판단뿐이다. 이미 대부분 수사권을 경찰로 넘겼다. 공수처도 출범했다. 1차 수사권 조정에 따라 개정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 적응도 하기 전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서두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동원된 편법들이 ‘사사오입 개헌’과 ‘10월 유신’ 등 혼란스럽던 헌정사를 떠올린다. 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이 5월 10일 취임하기 전에 공포 절차까지 마치려고 한다. 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피하기 위해서다. 이게 그렇게 중대한 사안일까.‘검수완박’에 반대한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로부터 ‘검수완박을 처리하지 않으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 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주장했다. 지은 죄가 많아선가. 아니면 검찰의 공정성을 의심해서인가. 어느 쪽이든 정권 교체 이후 안전이 문제인 건 틀림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억도 있다.그렇지만 검찰만 수사하는 게 아니다. 검찰은 독립을 보장하는 장치라도 있다. 다른 수사기관은 윤석열 정부가 직접 통제한다.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한국형 FBI)도 법무부 장관이 지휘한다. 더 어이가 없는 일은 법무부 장관에 한동훈 후보자가 지명되자 개정안에서 중수청 설치 조항까지 넣었다 뺐다 촌극을 벌였다. 다른 사람이 지명되면 윤석열 정부 각료가 아닌가. 이럴 참이면 아예, 검찰과 경찰을 모두 없애는 정부조직법을 만들어버리는 건 어떤가.원안과 법사위안과 본회의안이 수시로 바뀌었다. 그렇게 중대한 법안을 이렇게 조령모개(朝令暮改)하나.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합당한 논리적 근거가 있다면 국민을 설득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게 정상이다. 몰아치는 모양이 선거 패배의 분풀이 같다. ‘윤석열=검찰’이라 생각하는 건 아닌가.제도의 횡포는 검찰이 아니라 국회가 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무력화하기 위해 회기를 쪼갰다. 국회 선진화법과 필리버스터 제도가 무력해졌다. 중수청도 없이 검찰 수사권부터 없앴다. 정상적인 법체계를 짜는 게 아니라 검찰 수사권 해체가 목적이다. 안건 조정위를 무력화하는데 민주당 출신 무소속을 활용해왔다. 양향자 의원마저 ‘검수완박’을 반대하자 민형배 민주당 의원을 거짓 탈당시켜 무소속 의원으로 위장했다. 비례대표용 가짜정당을 만들어 선거법을 우롱하더니, 이제 가짜 탈당으로 국회법을 조롱한다.문 대통령 임기 안에 공포하려고 국무회의 시간까지 변칙으로 바꿨다. 민주당 단독으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구성 결의안도 통과했다. 히틀러는 민간 돌격대(SA)를 이용해 테러로 합법을 가장한 권력 장악을 했다. 그리고는 친위대(SS)를 이용해 돌격대를 제거했다. 독립적인 판결을 하는 판사들이 일당 독재에 걸리적거리자 반역죄를 전담하는 인민재판소, 정치범을 처벌하는 특별재판소를 따로 설치했다. 가장 민주적이었던 바이마르공화국은 그렇게 무너졌다. 히틀러는 시스템의 합리성이 아니라 나에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 하는 피아(彼我) 구분으로 존폐를 판단했다. 지금이 그 꼴이다.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청산할 때는 검찰 특수수사를 강화했다가, 그 칼날이 나에게 돌아올 때가 되자 그 칼을 빼앗았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다. 마구 휘두르면 나도 다칠 각오를 해야 한다. 처지가 바뀌면 자기가 뱉은 말과 싸워야 한다. 그게 ‘내로남불’이다. /본사고문

2022-05-01

울릉도의 오래된 미래, 손꽁치어업

김윤배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울릉도에서는 매년 5~6월이면 특별한 어업 활동이 펼쳐졌다. 손으로 꽁치를 잡는 이른바 손꽁치어업이다. 꽁치는 우리나라 동해, 오호츠크해, 일본 연안에서 미국 연안에 이르는 북태평양 해역 등의 수심 30m 이내에 주로 분포하는 냉수성 근해 회유 어류이다.겨울철 동중국해, 일본 남쪽 바다에서 월동하다가 봄이 되면 동해안으로 올라와 산란하고, 더 북쪽으로 이동했다가 가을이 되면 다시 남쪽으로 회유해 월동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울릉도 근해에서는 통상 5~6월이 산란기이다.꽁치의 수명은 약 3~4년으로, 2년차부터 산란하며 산란기 동안에 약 1천500~9천개의 알을 낳는다. 꽁치는 산란할 때 해조류 등 바다에 떠다니는 물체에 몸을 비비면서 알을 낳는 습성이 있는데, 알에는 약 20여 개의 털이 돋아 있어 해조류나 표류물에 잘 달라붙는 특징과 관련된다.울릉도에서는 이러한 꽁치의 산란 습성을 이용하여 몰이라 불렀던 모자반과 같은 해조류를 활용해 울릉도 연안에서 손으로 꽁치를 잡아왔다.손꽁치 어업은 손이 배 위에서 충분히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하기에 조그마한 선박이 필요하다. 울릉도에서는 3~4명 탈 수 있는 목선인 강고배 혹은 떼배가 활용되었다. 꽁치를 유인하는 해조류 또한 필요하다. 몰이라 불리는 괭생이모자반 같은 대형해조류가 활용되었다.손꽁치 어업은 파도와 바람이 잔잔한 날을 살피며 조업 해역을 정했다. 북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댄갈바람, 댄갈청풍이라 불렀고, 남서풍은 갈바람, 동남풍은 동갈바람, 을진바람, 그리고 서풍은 청풍이라 불렀다. 청풍은 울릉도 지역에서만 부르는 독특한 바람 이름이었다.조업 해역에 도착하면 새끼를 꼬아 만든 줄로 몰을 묶고 수면에 띄운다. 몰을 긴 줄과 짧은 줄로 연결해 짧은 줄은 배 가까이에, 긴 줄은 배에서 멀리 하여 몰을 넓게 펴는 것도 중요하다.1960~70년대 울릉도에서 왕성했던 손꽁치어업을 기억하는 울릉도 현포 주민 최해관씨(82)는 무엇보다 몰을 잘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씨는 떼배의 노를 날렵하게 젓는 울릉도 어업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몰을 펼친 다음에는 꽁치가 몰 주변으로 몰려올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다. 꽁치가 몰려올 때 먼저 한쪽 손의 세 손가락을 이용하여 꽁치를 잡은 다음에 다른 손으로 연신 꽁치를 잡아 배에 건져 올린다. 많이 잡을 때는 3~4가마니는 거뜬했다.이렇게 잡은 꽁치는 그물로 잡은 꽁치에 비해 껍질을 벗겨 바로 먹을 정도로 신선도 면에서 매우 우수했고, 그물로 인한 해양쓰레기 문제 혹은 타 어종의 어획 문제가 없어 매우 친환경적인 어법이었다.울릉도에서는 손꽁치로 젓갈을 담그거나 꽁치를 말려 갈아 육수처럼 국에 넣기도 했으며, 꽁치 완자를 만들어 미역국에 넣기도 했다. 꽁치젓은 멸치젓에 비해 굉장히 깊은 맛이 우러나 울릉도 김장젓은 전부 꽁치젓갈이었다.하지만 무엇보다 울릉도 주민에게 손꽁치는 춘궁기를 견디는 구황 수산물이었으며, 가축이 적은 울릉도에서 축산물을 대신하는 최고의 단백질 공급원이었다.손꽁치는 과거 울릉도의 주식이었던 보리가 익어 수확하기 직전에 통상 조업이 시작됨으로써 울릉명이, 부지깽이와 같은 봄의 산채나물처럼 배고픈 울릉도 주민의 허기를 달래는 구황 수산물이었다. 울릉도의 봄의 허기를 달래는 바다의 선물이었다.1961년 울릉군 통계자료에 따르면 울릉도의 주요 수산물은 오징어(5천646t), 명태(747t), 미역(359t), 꽁치(317t)로 꽁치는 오징어, 명태와 함께 주요 어종이었다. 그러나 그 많던 꽁치는 이제 울릉도 주변의 아열대화와 함께 서서히 자취를 감추고 있다. 우리나라 연근해 꽁치 어획량 또한 1970년대 연평균 2만9천22t에서 2010년대 연평균 1천449t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늦봄 울릉도 바다를 누볐던 손꽁치어업 또한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제슬로푸드협회에서 점차 잊혀져가는 음식문화유산 보전 차원에서 울릉손꽁치를 지난 2014년에 맛의 방주로 지정하였으며, 울릉군에서는 슬로푸드 울릉지부와 연계해 다양한 음식문화 보전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또한 경북도와 울릉군에서는 울릉도 손꽁치어업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신청해 어업기술과 어업문화를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어업인의 고령화, 우리 세대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아열대화라는 바다 환경변화 앞에서 해양수산인의 적응이 요구된다. 그 과정에서 울릉도만의 독특함과 색깔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령화된 어업인은 걸어다니는 울릉도의 자연사 박물관이다. 너무도 울릉도다웠고, 너무도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보여줬던 울릉도 손꽁치어업. 손꽁치어업의 시대적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문화자원 창출이 필요하다. 울릉도의 오래된 미래, 울릉도 손꽁치어업의 국가어업유산 지정을 희망해 본다.

2022-05-01

ESG경영은 기회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 새 정부 출범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최근 인수위에서는 새 정부의 ESG혁신성장 전략을 공개했다. 총 60조원의 재원을 투입해서 에너지, 탄소중립 분야의 신산업을 육성하고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여 일자리를 92만개 만든다는 계획이다. ESG경영은 무엇이기에 정부와 기업이 관심을 보이는 것일까?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22년 2월 매출액 상위 300대 기업 ESG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 86개 중 81.4%가 2021년 대비 2022년 사업비와 인력을 늘리겠다고 답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ESG경영의 정확한 정의를 바탕으로 기업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대선을 통해 유명해진 RE100의 현황을 확인하면 우리의 부족한 점이 보인다.RE100은 재생에너지 전기(Renewable Electricity) 100% 의 약자로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의 10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생산된 전기로 사용하겠다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며 ESG경영의 일환이다. 구글, 애플, BMW, 이케아 등 350여개 기업이 가입했고, 국내에서는 SK그룹, LG에너지솔루션, 미래에셋증권,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등 14곳이 가입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상황에서 국내기업의 가입이 쉽지만은 않다.새 정부가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SG경영이란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이며,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경영 활동을 말한다.기존 경영방식은 투자자와 기업 간의 관계유지를 중시하고, ESG경영에서는 소비자와 노동자, 관련업체, 지역사회, 환경 등 다중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기업은 비용지출의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과거에도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나, 코로나19 이후 환경이 인류미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SG경영에 대한 필요성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평가하는 지표는 제각각이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ESG 등급을 평가하는 평가기관은 무려 125개 이상이며, 글로벌ESG 표준, 프레임워크, 데이터 공급업체까지 합치면 ESG 관련기관은 600개가 넘는다.국내의 경우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자체 개발한 ESG 평가지표와 평가결과가 2011년부터 매년 공개되고 있고, 국민연금, KB, 신한, 한화, 미래에셋 등 주요 투자기관과 회사들도 각자 ESG 평가지표를 사용하고 있다.평가절차는 거의 유사하지만, ESG 평가 지표가 상이하다보니 평가기관별 ESG 점수도 차이가 발생한다.특히 기업에서 제공하는 정보량에 따라 평가점수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업들은 ESG평가 지수를 높게 받아야 할 상황이지만 평가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고 평가 기관이 관련 기준이나 내용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이러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 총 61개 항목으로 구성된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K-ESG 가이드라인은 관계부처 합동으로 다우존스지속가능경영지수(DJSI), 모건스탠리캐피탈 인터내셔널(MSCI), 세계경제포럼(WEF) 등 국내외 주요 13개 평가기관의 3천여 개 이상의 지표와 측정항목을 분석해 작성한 것이다.지금까지 ESG경영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각기 다른 평가 방식으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됐다. 이제 K-ESG 가이드라인을 통해 일관성 있는 평가를 기대해본다.지속가능한 성장으로의 패러다임을 위해 공공기관의 ESG 공시항목도 대폭 확대시키고 있다. 이는 지방공기업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고, 지역사회에서도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지난해 대구상공회의소가 대구지역 기업 375개사를 대상으로 ‘ESG 관련 대구기업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 62%가 ESG경영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상당수 기업이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전문적 상담해줄 인프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세계경제 동향도 급변하고 있고, 환경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새로운 소비세대인 MZ세대는 소비에 가치를 담고 있기에 ESG경영은 수익성과도 연관이 있다.이제 똑똑한 소비자들은 가격, 선호도, 품질을 떠나 자신의 가치를 지지하는 방향으로 제품을 구매하고 투자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기회이다. 지속가능한 안전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ESG경영은 필요하며, 부패지수가 높고 환경인식이 낮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평가받기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ESG경영은 꼭 살려야 될 기회이다.

2022-05-01

‘근로자의 날’ 유감

김규종 경북대 교수 해마다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이날은 세계 전역이 노동자와 노동을 생각하면서 하루 노동을 내려놓는 날이다. 그야말로 노동하는 인간들의 휴식과 노동의 의미 반추를 위해 만들어진 날이다. 그래서 이름도 ‘노동절’이다. 하지만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이 나라에서는 노동절이 아니라, ‘근로자의 날’이다. 해괴한 일이다.1886년 5월 미국 시카고에서 발생한 노동자 시위와 관련하여 노동자 8명이 죽어 나간 비극적인 사건이 노동절의 발단이다. 188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 5월 1일을 ‘노동절’로 정해 기념하기로 한다. 노동절은 133년의 역사를 가지고 오늘에 이른 게다.한국에서는 이승만이 1958년에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했으며, 1963년에 박정희는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바꾼다. 김영삼은 1994년에 한국노총 창립기념일인 3월 10일 대신 5월 1일로 날짜만 바꾼다. 이름은 끝까지 ‘근로자의 날’을 고수한다.근로자와 노동자는 별 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근로자는 국가나 회사를 위해 근면 성실하게 순종적으로 일하는 사람, 노동자는 주체적으로 힘써 일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래서 국가와 기업은 노동자보다 근로자를 좋아한다.21세기 2020년대를 살아가면서도 한국 정부와 관료, 기업은 여전히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이며 순치(馴致)된 인간을 욕망한다. 스스로 사유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깨어있는 노동자들을 두려워하고 경원하는 것이다. 20세기 3공과 5공의 너덜너덜하게 낡아빠진 시대착오적인 인식과 세계관으로 인간과 세상을 재단하는 자들이 이 나라 주류사회를 구성하고 있다. 세상 어느 선진국이 ‘근로자의 날’이란 이름으로 5월 초하루일 노동절을 기념하는가?!내가 굳이 노동절이라는 이름을 주장하는 데에는 까닭이 있다. 언젠가 공자의 제자인 자로(子路)가 스승에게 묻는다. “정치를 하신다면 무엇을 맨 먼저 하시겠습니까?!” 공자의 대답은 뜻밖이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 하겠노라! (必也正名乎)” 놀란 자로가 되묻는다. “현실을 모르십니다. 하필이면 이름을 바로 하시겠다니요?!” 이에 공자가 준엄하게 자로를 타이른다. 이른바 공자의 6단 논법이 화려하게 전개된다.“이름이 바르지 아니하면, 말이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이치에 맞지 않으면, 일을 성취할 수 없고, 일을 성취할 수 없으면, 예와 악이 흥하지 못하며, 예와 악이 흥하지 못하면, 형벌이 실정과 어긋나게 된다. 형벌이 실정과 어긋나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어진다. 고로 군자의 말에는 모호함이 없어야 한다. (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 事不成則禮樂不興, 禮樂不興則刑罰不中, 刑罰不中則民無所措手足. 君子於其言無所苟而已矣)” - 논어‘자로’ 편‘근로자의 날’과 한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기관 ‘고용노동부’의 부조화는 어찌할 터인가?! 고용노동부를 ‘고용근로부’로 바꾸든지 아니면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바꿈이 온당하지 않겠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진보 정부의 어리석음이 우리의 발목을 잡은 노동절이 어제였다.

2022-05-01

참다운 도덕성 지닌 지도자 찾아야

권영호 아동문학·의성문협회장 노란 산수유가 당겨 놓은 봄이다. 새악시처럼 수줍게 피어난 노란 개나리, 연분홍 진달래, 그리고 하얀 벚꽃은 우리가 뽑은 봄 향연의 주인공들이다.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을 선출하는 6·1 전국 동시 지방 선거 날이 다가온다. 생명의 계절인 새봄을 맞이했을 때, 무언가 꼭 이루어질 것 같았던 기대로 마음이 설렌다.선출직의 입후보자는 피선거권을 가진 국민의 권리이며 자유이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라고 자처하는 입후보자들이 국민의 선택을 받아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지도자 즉 리더라는 이름이다. 지도자, 그 이름은 가지고 있는 걸로만 존경을 받을 수는 없다. 지도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을 위해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했을 때 비로소 별처럼 빛나는 이름이 되는 것이다.농경시대, 윤리와 도덕 위주의 가치관은 물질 만능 시대를 살아가면서 물질적 가치관으로 변했다. 지도자의 역할과 책무라고 규정 짓는 지도력 역시 다양한 형태로 변모해 왔다. 그렇다면 다변화의 시대에 과연 어떤 지도력을 가진 입후보자가 지도자로 선택될까.우리는 맨 먼저 참다운 도덕성을 지닌 지도자를 찾아낼 것이다.예나 지금이나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사람을 지도한다는 것은 곧 자기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이다.지도자는 자기를 선택한 사람들이 가진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지도자에게는 그 책무성을 실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참다운 도덕성을 지니는 것이다. 여태껏 우리는 바르지 못함에서 얻으려고 법을 멀리했고 자기의 양심마저 내팽개친 지도자들을 자주 보아왔다. 부도덕한 지도자를 믿고 따랐던 우리는 망연자실(茫然自失)하다가 급기야는 오랫동안 허탈의 늪으로 깊숙이 빠져들기도 했다. 그래 놓고도 후안무치(厚顔無恥)했던 그 지도자를 쳐다보며 우리는 오히려 자신이 부끄러워 고개를 돌려야 했다.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자신의 인격을 자신의 지위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 참다운 도덕성을 지닌 지도자를 다시 찾아낼 것이다. 진정 자기를 비우는 법을 터득하고 자기 부정에 단련된 도덕성을 지닌 그런 지도자를 말이다,우리는 삶의 질을 높여주는 정책을 추진하는 지도자와 함께하고 싶다. 코로나의 팬데믹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날들이 벌써 이태가 지났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에너지 및 원자재 상승 충격으로 내수가 감소하는 등 경기 둔화가 심각하다. 국가의 재정과 개인의 가계는 팍팍하다 못해 붕괴될 위기에 이르렀다며 미리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구상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해 줄 지도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그러나 한편으로 걱정이 앞선다. 우리가 뽑은 지도자가 국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입안한 정책을 자신의 정치적, 사적 이익을 위해 독선적으로 결정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이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작은 정책을 수립함에도 지도자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그렇게 정해진 정책은 자신을 다른 사람 위에 두지 않고 항상 겸허하고 지혜롭게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일하는 과정에 참여의 문을 만들어 활짝 열어둬야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마음껏 그 문을 드나들게하여 시행착오를 극소화 시켜야 한다. 우리는 풍요와 행복을 추구한다. 그런 까닭에 진정 국민을 위해 창의적인 정책을 만들어 열과 성을 다해 펼쳐 주는 지도자와 함께하고 싶다.머지않아 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국민을 위해 헌신할 기회를 달라는 입후보자들의 간곡한 호소와 고장의 발전은 반드시 내가 이루겠다는 호언장담으로 선거판은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언행을 눈여겨보고 귀담아들을 뿐 그 어떤 것에도 현혹되지 않는다. 오직 참다운 도덕성을 지닌 사람,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는 사람을 찾아 지도자라는 빛나는 이름표를 달아 줄 것이다.

2022-05-01

봄날에 어머니 생각

따르릉, “형수님, 전데요. 엄마가 독사에 물려서 119 불러서 병원으로 가고 있대요. 같이 가실래요?” 시동생과 함께 병원으로 가는 길에 목 뒤가 당겨오며 머리가 아파 미칠 지경이다. 독사가 내 머리를 물은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니 어머님은 그새 치료를 끝내고 병실에 계셨다. 어디 물리신 거냐고 여쭈니 오른손 중지를 보여주셨다. 퉁퉁 부었을 줄 알았는데 워낙 마르신 분이라 그런가, 다행히 붓기가 없었다.어머님은 내가 결혼하고부터 봐왔지만 흥분해서 일을 그르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어지간한 일은 속으로 삭이고 혼자 해결하셨다. 둘째 아들과 큰며느리가 궁금한 눈빛으로 옆에 서 있으니 천천히 입을 떼셨다. 산에 동네 친구분들과 나물을 하러 가셨단다. 나물 따라 자꾸 오르다 뭔가 손이 따끔해서 가시에 찔렸나 하고 장갑을 벗어보니 이빨 자국이 선명해서 독사에게 물렸다는 것을 직감했단다. 그래서 바로 옷핀으로 마구 찔러서 피를 내고 그것도 모자라 입으로 피를 빨아 뱉고를 반복하고 운동화 끈을 끊어서 손가락에 묶었단다. 병원에 오니 의사 선생님이 응급처치를 잘해서 다행이라고 칭찬하셨단다.산속 깊은 곳이라 내려오면서 바로 전화하면 119가 기다릴까 봐 산을 거의 내려오면서 여기쯤이면 기다리지 않아도 될 시간이겠지 싶어 그때야 전화를 걸었단다. 그러고선 그래도 병원을 가는데 몸빼바지는 예의가 아니라고 집에 가서 바지 갈아입고 의료보험카드 챙겨서 구급차를 탔다고 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다.그 말끝에 시동생 “어지간하면 화장도 하고 오지 그랬노, 엄마?” 어머님은 누워서도 종일 뜯은 나물 상할까 봐 걱정이셨다. 그때 시동생에게 동서가 전화를 걸어왔다. 어머님을 문 뱀이 무슨 뱀이냐고 묻자 “뱀이 뭐 이름표 달고 다니나, 이따가 엄마한테 인상착의 물어볼게.”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다.자주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나지만, 특히 봄에 내 곁을 다녀가시는 듯하다. 쑥 뜯을 시기가 오면, 산에 고사리가 필 무렵, 오천 장날 난전에 할머니들이 봄나물을 내놓고 파는 것을 보면 더 선명하게 어머님 얼굴이 떠오른다.묵밭두댁이, 무시나물, 참뜯까리, 우산나물, 산초나물, 재피나물, 콩대가리나물, 취나물, 쑥, 두릅, 고추나물, 달래나물, 부지깽이나물, 어름순(국수나물), 꽃나물, 어머님과 2006년 산에 가서 뜯은 나물들이다. 어머님 입에서 나는 소리를 그대로 적어본 것이라서 표준말도 아니고 정확한 풀 이름은 따로 있을 것이다.그해 봄, 어머님이 독사에 물리신 거다. 남편이 저녁 야간 당번을 마치고 퇴근하면서 어머니 병문안을 가잔다. 낮에 갔다 왔지만, 아이들이 할머니 궁금하다고 해서 또 따라나섰다. 할머니가 독사에 물렸다니까, 아홉 살인 둘째가 “뱀한테 물렸으면 진짜 큰일인데 다형이다.” 다행이란 말을 처음 배웠는지 ‘다형’으로 들은 것 같다. 독사는 독이든 뱀인데 다른 종류인 줄 아는 둘째. 모든 게 서툰 녀석이 “아버지, 음료수라도 사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런다. 제법 컸구나 싶다.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요구르트, 홍삼 사탕, 초콜릿을 사 들고 갔다. 병실에 도착하니 밤 10시라 불 끄고 주무시는 어머니를 깨워서 한참 재롱떨다가 왔다. 손자 둘이 왔더니 평소에 9시 전에 주무시는 분이 기분이 좋으신지 오래 견디셨다.그 손자가 16년이 지나 다 커서 자기가 자신을 책임지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 멀리 안성에 첫 살림을 내주었다. 3월에 기다리던 첫 월급을 받았다. 어엿한 직장인이 된 모습을 어머님이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아마 살림 내는 날 반찬까지 이것저것 해주시며 멀리까지 따라가 보셨으리라. 보내놓고 자주 안부를 물으셨으리라. 첫 월급으로 산 빨간 내복 선물로 받고 눈물지으셨으리라. 장가보내도 되겠네 하시며 둘째 손을 잡으셨으리라.봄이라 더 어머님 생각이 간절하다. /김순희(수필가)

2022-05-01

포항, 애플과 손잡고 ‘앱 개발자’ 産室된다

애플이 포스텍(포항공대)에 개설한 ‘애플 개발자 아카데미(Apple Developer Academy)’가 지난달 28일 강의를 시작했다. 아카데미 첫 학기 수강생은 다양한 배경을 가지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0명으로 구성됐다. 소프트웨어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개발자 아카데미는 9개월 과정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수강생들은 포괄적인 앱 개발, 그리고 기업 운영과 관련된 교육을 수강함으로써 차세대 첨단 앱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세계 기업 가치 1위인 애플은 그동안 스마트폰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한국시장에 투자할 마음이 없다는 태도를 고수해 왔지만, 지난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포항에 투자하게 됐다. 경북도와 포항시, 포스텍은 지난해 4월부터 민·관 합동TF를 구성해 애플 유치에 총력을 쏟아왔다. 고든 슈크윗 개발자 아카데미 총괄 디렉터는 “첫 학기 학생들이 세계적인 앱을 개발, 운영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과 리소스를 접하면서 한국의 차세대 개발자와 기업가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애플은 개발자 아카데미 외에 또 다른 투자로, 5월 중 ‘애플 제조업 RD(연구개발) 지원센터’를 개소한다. 애플은 현재 RD 지원센터 참여를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접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애플이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에 도입하는 이 지원센터는 기업에 최신 스마트 기술에 대한 트레이닝을 지원한다.애플의 개발자 아카데미와 RD 지원센터에 거는 경북도와 포항시의 기대는 크다. 포항지곡연구단지에는 이미 제3·4세대 방사광가속기, 나노융합기술원, 한국로봇융합연구원 등의 우수한 연구기관과 포항창조경제센터가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소프트웨어 자산과 애플이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과 함께 기업 기술지원과 개발자 교육에 나서는 포스텍도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겼다. 포항시가 지속적으로 애플의 지원을 받아 소프트웨어 산업의 세계적 허브도시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2022-05-01

실외마스크 해제, 일상회복 안착에 집중해야

오늘부터 산책이나 공원 등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2020년 10월 13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 566일만이다. 지난달 18일 사적모임,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데 이어 실외마스크 착용의무도 사라져 이제 국민은 일상회복을 한층 더 실감할 수 있게 됐다.정부가 실외마스크 해제를 결정한 것은 코로나19 유행의 감소세가 뚜렷하고 방역과 의료적 대응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세계적으로도 실외마스크 규제를 완화하는 추세를 감안한 것이다.그러나 정부의 실외마스크 해제를 두고 인수위가 성급한 결정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힌바 있고 의료계에서도 신중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엿보인다. 아직 하루 5만명 수준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하루 100명을 넘는 상황에서 실외마스크 해제는 시기상조라는 게 일각의 주장이다.인수위가 5월말 해제를 검토하자는 의견을 냈음에도 임기가 불과 열흘 정도 남은 정부가 서둘러 발표한 것을 두고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정치적 판단이 아니다”며 해명하고 국민이 불필요한 상황에서 실외마스크를 착용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한 것이라 했다.그러나 실외마스크 해제를 두고 신구 권력이 대립한 것처럼 비쳐진 것은 유감이다. 실외마스크 해제를 한 두주 늦춘다고 불편해할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과학적 판단이 우선돼야 할 사안에 신구 권력이 의견 대립을 보인 것에 대해 오히려 국민은 불안해 한다. 국민건강과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한 과학적 검증이 우선시 돼야 한다. 실외마스크 해제를 이미 결정한 마당에 더이상 정치적 논란은 불필요하다. 이를 계기로 일상회복의 안정적 정착에 모두가 집중해야 한다. 남미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오미크론 변이가 여전히 확산세에 있는 점 등 아직도 위험요소가 많다. 고령층에 대한 4차 접종 등 면밀한 방역대책으로 코로나 재확산을 방지해야 한다. 국민들도 실외마스크 착용의무가 해제가 되더라도 방역 긴장감을 잃지 않고 높은 보건의식으로 잘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022-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