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청명·한식에 식목일까지 몰려있다. 청명은 ‘하늘이 맑아진다’는 날이라 날씨가 좋으면 그해 농사가 잘되고 고기도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러나 올봄은 유난히 가뭄이 심하고 산불이 잦아 걱정이었는데 마침 단비가 내려 크고 작은 산불도 끄고 산과 들도 물기를 머금게 하였으니 오히려 농사가 잘될 것이 아닌가.
오동나무 꽃 피우고 종달새 나타나고 첫 무지개가 뜬다는 청명 절기에 예년처럼 되풀이된 식목일의 산불을 각인시키려는 듯, 지난 2일 오전 충남 홍성을 시작으로 전국 34곳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한 산불은 강풍에 힘을 얻어 4일까지 58곳으로 확산해 그 발화원인에 야릇한 의심을 사게 만들기도 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피해가 심한 10개 시·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주택과 공공시설의 피해복구 등 후속 조치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산불 피해 면적이 10ha 이상인 곳만 5곳, 그중 4곳이 충남 호남이다. 경북은 최근 3년 동안 청명 한식 전후로 10건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이번 전국적 산불 사태에서 경북지역 피해가 적은 것은 올해 1월 출범한 경북소방본부 소속 ‘119산불특수대응단’이 24시간 진화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이다.
그동안 계속되어 온 가뭄 현상으로 전국의 산천은 거의 말라버렸고 이에 따라 화재위험이 크다는 우려에 3월 말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불위험지수 4단계 중 ‘높음’으로 예측하며 4일 비가 내리기 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예보한 바 있다. 자료를 보면 희한하게도 식목일날 산불 발생이 2000년 50건, 2002년 63건 등 청명·한식에 많이 발생했다.
옛날 임금이 고을 수령들을 통해 백성들에게 내려주는 불을 받으려고 ‘묵은 불을 끄고 새 불을 기다리는 동안 밥을 지을 수 없어 찬밥을 먹었다’고 한식이라고 했지만, 불을 금했다는 이날 요즘 산불이 많다 보니 그 의미가 묘하다. 이제 산불도 다 꺼졌으니 한식에 약밥, 쑥떡을 먹으며 무병을 빌고 또 윤달이니 조상묘를 찾아가서 풀 베고 잔디 입혀 성묘하며 마음을 달래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껏 강원과 경북이 산불 주요 발생지역이었던 것은 태백산맥의 영서에서 영동으로 불어오는 양간지풍(襄杆之風) 탓이라 하며 이번처럼 충남 호남지역에서 많이 발생할 것은 예상치 못했다. 다행히 청명 날부터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려 산불은 껐지만, 평균 이하 강수량으로 50년 만의 가뭄 해갈에는 부족할 것 같다. 그런데 제주와 남해 지역에서는 호우주의보, 강풍특보 등이 내려 항공편 결항사태를 빚었으니 참 이상한 기후 현상이다.
요즘은 식목일 행사도 뜸하다. 그러나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꽂아도 싹이 난다’고 했으니 비록 산림복구엔 100년이 걸린다지만 잿더미가 된 축구장 4천400개 넓이의 산에 힘을 모아 나무를 심어야겠다. 산불 피해로 마음 둘 곳 없는 이재민의 상처를 어루만지듯 봄갈이하는 들판에도 계속 비가 내렸으면 한다. 이상 고온으로 서둘러 핀 벚꽃이 이번 단비로 모두 떨어져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될 것 같아 마음이 아프지만 시원한 메밀국수 한 그릇 훌훌 말아먹고 진달래술 한잔하며 정녕 아름다운 4월을 만들어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