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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제는 BTS가 아니다

지난 4월 23일 ‘가디언지’에는 다음의 기사가 올라왔다. ‘BTS 병역 논란으로 분열된 한국’이라는 기사에는 BTS가 기여한 경제 효과가 35억 달러에 이른다는 설명과 함께 요즘 이들의 병역 문제에 대한 한국에서의 논란을 다루고 있었다. 더불어 이 기사에서는 대체복무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국내 예체능인으로 손흥민과 조성진을 소개하며 한국의 병역 대체 자격 제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BTS의 병역 면제에 대한 이슈는 올해에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보자면, 2018년 당시 바른미래당 소속의 하태경 의원이 아시아 게임과 같은 스포츠 종목이 아닌 다른 예체능계에서는 병역 특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BTS를 거론한 것이 시초이다. 물론 당시의 하태경 의원의 주장과 현재의 BTS의 병역 특례를 둘러싼 주장에는 다소간 차이가 있겠으나, ‘병역법’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이 지적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대다수의 한국인이 알고 있듯,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성인 남성은 예외 없이 국방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누구나 치러야만 하는 의무에 있어 각종 편법을 통한 면제가 난무하다보니, 같은 남성의 입장에서는 병역과 관련된 문제가 보다 예민하게 다가온다.겉으로 보기에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신성한 의무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군 내부의 만연한 폭력과 각종 부조리를 비롯한 기본권의 무시와 사회진출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시기에 2년을 강제로 압류 당해야 한다는 박탈감에서부터, 병역 의무 이행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전무하다는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한국 남성에게 군대란 신성한 의무가 아니라 편법을 취할 수 없어 치러야만 하는 벌칙과 같이 다뤄지기 때문이다. 그것도 개인의 잘못에 대한 벌칙이 아니라, 그와 같은 편법을 저지를 경제적 배경을 지니지 못한 자가 치러야 하는 벌칙 말이다. BTS의 병역 특례와 관련된 이슈를 살펴보고 있자면 병역의 의무를 벌칙처럼 생각하는 사회적 풍조가 만연해있으며, 그것이 더욱 강화되는 것 같다. 특례라는 말에서부터 그렇다. 왜 특례가 필요한 것인가? 국방의 의무가 신성한 것이고 모든 사람들이 치러야 하는, 대한민국의 어쩔 수 없는 의무라면 왜 특례 제도를 통한 면제가 존재하는 것인가. 특례 제도는 법적인 문제이므로 글쟁이인 내가 옳고 그름을 면밀하게 따지기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30대 남성으로써 느끼는 바는 이와 같은 제도에 전제되어 있는 병역의 의무가 지닌 위상이 그다지 신성하지도, 또 고귀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사실 BTS가 그렇게 문제겠는가. 그간 예체능 부류에서는 계속해서 병역 특례가 나왔었다. 가장 훈련에 매진해야 할, 가장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는 시기에 병역의 의무를 다한다는 것이 한 선수의 경력을 단절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들에 대한 병역 특례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아마 이와 같은 기본적인 요소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성인 남성이 동의하리라고 본다. 예컨대, 최근의 병역법 개정을 둘러싼 문제에 대해 20~30대 남성의 반응이 거셀 수밖에 없는 것은 BTS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BTS를 둘러싼 법적, 정치적 움직임에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은 병역을 피해야 하는 요인으로 다루는 시선들과 개인적, 사회적 피해들에 대한 고려가 전무하기 때문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즉, 이와 같은 문제에서 나타나는 의견들은 BTS라는 가수에 대한 배척의 태도가 아니라 병역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가 훨씬 더 크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최소한의 선택지조차 없는 채 단지 의무라는 이유로 인생의 귀중한 시간을 할애해야만 하며, 그 대가로 인권 경시와 심지어 생명권의 경시조차 경험해야만 했던 의무 이행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BTS는 이런 경험을 안했으면 하는 것이 최소한의 마음이다. BTS만이 아니라, 군입대를 앞둔 모든 남성에게 드는 생각이다. 단지 의무라는 이유만으로 가혹하고 부조리한 환경에 던져지는 것은 과연 합당한 일인가? 합법적이기에 우리가 그것을 합당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면, 우리는 그 합법성의 요소들에 대해 다시금 고려하고 제도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병역 제도에 대한 남성들의 발언은 결코 쪼잔한 남성들의 나보다 나은 남성을 향한 한풀이가 아니다. 병역제도라는 대한민국의 근간을 이루는 법적 제도적 장치로 인한 피해자의 증언으로 이 사회가 받아들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05-10

다들 이렇게 산다고요?

오월이다. 오월은 이상하게 들뜨는 달. 부쩍 좋아진 날씨에 어디론가 훌쩍 떠나야 할 것만 같고 예기치 못한 수상한 이벤트가 벌어질 것 같은 그런 달이다.오월에도 나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구름처럼 흘러가는 시간을 꼼짝없이 바라보고 있다. 삼월에도 사월에도 그랬던 것처럼.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비슷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일상을 영위하는 일도 나쁘지만은 않다.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남들만큼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시절이 유한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는 요즘, 복원할 수 없는 현재를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일상의 반복이 답답하다는 기분에서 벗어날 수 없다.격무에 시달리고 집으로 돌아오면 곧장 침대 쓰러져서 자고 싶지만 아무렇게나 시간을 흘려보낼 수는 없다. 퇴근 이후야말로 하루 중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반려견을 위한 산책이다.새로 이사한 집 앞에는 온갖 꽃나무가 흐드러지게 핀 공원이 있다. 한 시간 정도 강아지와 산책을 한 뒤에는 간단한 음식으로 요기하고 집안일을 한다. 설거지, 빨래, 청소… 집안일은 왜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것인지. 그러다 보면 캄캄한 어둠이 찾아오고 책상 앞에 앉아 소설을 끼적이다가 침대에 드러눕는다. 핸드폰을 뒤적거리면서 인터넷 세상을 기웃거리고 있노라면 ‘이제야 좀 쉬고 있군’이라는 마음이 절로 떠오른다. 침대 위의 휴식 시간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플랫폼은 유튜브다.이제는 유튜브와는 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정보를 검색하는 것부터 음악 감상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이 채널 안에 있다. 이러한 니즈에 맞춰 다양한 채널은 질 높은 콘텐츠를 제공한다. 추억의 코미디 프로그램을 짧은 클립으로 잘라서 업데이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짧은 분량의 웹드라마, 콩트까지. 유튜브는 이제 기존의 텔레비전이 담당했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단순하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패션, 요리, 메이크업, 게임 등을 보여주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채널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그 안에서 요즘 내가 자주 시청하는 영상은 일상을 찍어 올리는 ‘브이로그(v-log)’다.처음 브이로그를 봤을 때의 당혹감을 기억한다. 한 사람의 일상이 특별하지 않게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일, 그러니까 타인의 삶을 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들었다. 카메라를 가운데 두고 담아내는 일상이 완전하게 날 것일 수는 없다. 의도적으로 편집된 부분들과 삭제된 시간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흥미로운 것을 연출한다는 것도 느껴졌다. 거기에 따라오는 이질감이 불편했던 것도 잠시, 어느 순간 스스로 브이로그를 검색해서 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들의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삶을 지켜보면서 일종의 동질감과 일말의 위안이 생겼기 때문이다. 화면 너머 바쁘게 움직이는 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아… 다들 이렇게 사는구나.이토록 망망한 세계를 혼자서 살아갈 순 없다. 타인과의 관계맺음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좌우를 살피고 함께 걷는 사람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내 걸음이 너무 빠르거나 느린 것은 아닌지 타인을 가늠하고 나 자신의 좌표를 인지한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돌이켜보면 오래전부터 그랬다. 까맣게 어둠이 내려앉은 밤, 환하게 불빛을 빛내는 어느 집의 창문을 바라보면서 저곳에는 과연 누가 살고 있을지 궁금해하곤 했었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헤아리듯 모두의 삶 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만져보고 싶었다. 상상의 영역에 존재하던 타인의 삶을 너무 쉽게 볼 수 있게 된 요즘이다. 보이는 영역과 보이지 않는 영역의 경계가 흐릿해진 것이 느껴지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기도 한다.오늘도 나는 핸드폰을 들어서 타인의 삶을 관망하는 중이다. 이렇게 사는구나.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이런 삶은 어떤 기분일까? 그러한 질문은 돌고 돌아서 다시 내게로 돌아온다.그리하여 너는 어떻게 살고 싶어?답을 내리기엔 골치 아프지만 일상을 지내다보면 순식간에 휘발되고야 마는 물음에 가깝다. 침대 위의 내게 너무 많은 정보가 와르르 쏟아지고 있다. 과연 좋은 시절일까. 안도와 불안 속에서 두 눈을 감는다.결국엔 이렇게 마음을 다잡을 수밖에 없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이렇게 차근차근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중이라고.

2022-05-10

윤석열 시대, 여야 協治는 불가능할까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비단주머니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야당과의 협치다. IMF 사태에 버금가는 위기가 닥친 국가 현안을 극복하려면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야당이 국회에서 과반 의석(300석 중 172석)을 차지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새 정부를 지원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협치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도 나오지만, 어떤 조직이든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할 때 후임자에게 덕담과 함께 성공을 기원해 주는 게 상식이다. 대통령 자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 허니문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번 대통령 인수·인계 과정은 상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이냐”며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후임자를 비판했다.그 이전에도 그는 윤 대통령의 북한 선제타격론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하다”,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는데 중도에 그만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런 식의 정치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농후하다.전임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지만,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쌓여있는 것도 협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고소·고발 건수는 모두 6건이다.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공무원 사적 동원, 허위 해명 의혹 등이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정영학 녹취록을 왜곡한 혐의와 검사 사칭 의혹도 포함돼 있다.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민주당으로부터 세 차례 검찰에 고발당했다.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허위 해명과 선대본부 임명장 무작위 발급 의혹 등이다. 보수와 진보 시민단체들이 두 사람을 고소·고발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전체 건수는 두 손으로 세기가 어렵다.현재로선 협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키를 쥔 사람은 여·야 원내대표 정도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금도 겉으로는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사람이 최일선에 서서 한치 양보없는 ‘오기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권 원내대표는 ‘172석 거야(巨野)’에 휘둘려서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관철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당내 강경·개혁 의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표직에 오른 박 원내대표도 개혁 완수를 촉구하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협치는 말 그대로 ‘서로 도우면서 정치한다’는 의미다. 지금으로선 양당의 갈등이 역대급이어서 협치를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지만, 두 원내대표가 국가미래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협치의 길은 반드시 트인다.

2022-05-10

보복소비

우정구 논설위원 보복소비(revenge spending)란 원래 배우자에게 과소비로 보복하기 위해 사치품 등을 흥청망청 사들이는 행위를 뜻하는 용어였다. 그러나 근래 와서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적 상황으로 억눌렸던 소비가 보복하듯이 분출하는 현상을 두고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일부 학자들은 강압적으로 소비를 억제한 적도 없는데 보복이란 표현은 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고, 일부서는 보복보다는 보상이 적절한 표현이라 주장도 한다.이유야 어찌됐던 지난달 18일부터 거리두기가 사실상 해제되면서 우리 주변에는 보복소비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백화점의 매출이 거리두기 해제 직전보다 2∼3배 가량 늘고 전국의 관광지나 놀이공원, 호텔 등에는 보복소비를 하려는 인파로 넘쳐나고 있다.억눌렸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코로나로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살아난 경기에 살맛이 난다. 소비는 경제활동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소비가 제때 이뤄져야 생산과 분배로 이어지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도 가능하다. 또 소비가 진작되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게 마련이다.2년여 만에 나타난 폭발적 소비현상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지 관심이다. 아직은 끝나지 않은 코로나19가 어떻게 심술을 부릴지 알 수 없어 걱정스러운 면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특히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는 우리 경제에 보복소비가 경기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기대도 거나 아직은 의문이다. 일본은 예상했던 보복소비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물가 상승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경제에 나타난 보복소비가 경제회복의 단초가 되길 기대해 본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5-10

윤석열 정부, 진정한 지방시대 열어달라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면서, 새정부 출범을 전폭 지지한 대구·경북 지역민의 기대가 크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날 취임식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공정과 상식이라는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 경제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윤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비수도권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지방시대를 열겠다며 강조해왔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도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만들어 지방시대 개막에 힘을 실어줬다. 이제야 정부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차별하지 않는 정상적인 국가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우리나라는 지금 과거정부의 수도권 일극화 정책으로 비수도권지역 상황은 공동화를 넘어 소멸위기 단계까지 치닫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5년간 대구·경북은 많은 홀대를 받아왔다. 지난 2021년에는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국비지원을 외면해온 집권여당이 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의식해 가덕도 특별법을 추진하면서 이 지역 민심은 폭발했다. 문 정부의 탈원전정책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도 경북이다. 지난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까지 출범시키며 울진 신한울 3·4호기 원전건설을 멈춰세웠다. 경북도는 탈원전정책으로 인한 피해규모를 28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이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했을 때 대구봉쇄를 입에 올리며 시민들을 위협한 것도 문재인 정부다.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지난 8일 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가 발표한 대구·경북 정책과제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정책과제에 이 지역 현안으로 거론됐던 사업들이 상당수 포함된 만큼 이 과제들이 원활하게 추진되길 바라고 있다. 다른 지역에 비해 교통, 교육, 문화, 의료 등 인프라가 많이 부족한 동해안 지역민들의 기대는 남다르다.새 정부는 지금까지의 실패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으로는 지방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과감하게 지방정부로 넘겨, 지방이 수도권과 같은 공정한 기회를 누리며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2-05-10

새 정부, 경제위험 커졌다는 경고 경청하길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5월 경제동향’에서 “국내 경제는 전 세계적인 공급망 교란과 주요국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하방 위험성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KDI는 대외여건 악화의 주요 배경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 글로벌공급망 교란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KDI는 이보다 앞서 지난 4월 경제동향에서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기하방 위험이 커진 것으로 진단했으며 작년 12월 이후 연속으로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을 수차례 경고해 왔다.우리 경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대외적으로 글로벌공급망 차질과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침체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는 줄고 생산설비 투자는 위축돼 산업활동 전반이 침체국면이다. 특히 미국 등의 글로벌 금융긴축으로 금리인상 부담이 커져 있고 물가도 다락같이 올랐다. 국내물가는 6개월 연속 3% 이상 고공행진 중이며 지난달에는 4.8%까지 올랐다. 고물가 속 경기침체 조짐이 뚜렷하다.금리인상과 고물가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고통이 이미 시작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새 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나 국가부채 부담이 커져 있고 재정지출이 확대된 상태라 뾰족한 대책이 나올지 걱정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밝힌 최근 대구경북지역 실물경제 동향을 보면 지역사정도 비슷하다. 3월 중 지역 제조업의 생산은 작년 같은기간 보다 2.3%가 감소했고 재고는 16.2%가 증가했다. 반면에 소비자물가는 대구가 전월보다 0.6%포인트, 경북이 0.9%포인트 상승했다. 대구경북의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전국 최고다.새 정부 출범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크다. 그 중에서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높다. KDI의 경제하방 위험성 확대 경고는 새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다. 그러나 난제를 푸는 것 또한 새 정부의 몫이다. 새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는 데 온갖 역량을 다해 주길 바란다.

2022-05-10

나팔꽃과 해바라기

조현태 수필가 가뜩이나 코로나19 감염병 때문에 이태가 넘도록 답답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침공이 온통 화젯거리로 식을 줄 모른다. 국내 뉴스도 서로 헐뜯는 감정대립에다가 자기유익만 강조하니 너무 식상하고 암담하다. 이런 상황에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동화가 언뜻 떠오른다.담장아래 꽃밭에 해바라기들이 살고 있었다. 그리고 해바라기들의 발밑에는 나팔꽃이 자라고 있다. 나팔꽃은 먼저 A해바라기에게 부탁한다. 자기 혼자서는 설 수 없는 존재라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자라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내가 너에게 기댈 수 있게 해 준다면 나의 아름다운 꽃을 너에게 줄 수 있다고. 이 말을 들은 A해바라기는 가당치도 않다는 투로 되받아친다. 내게 거추장스러운 존재는 딱 질색인데 내 몸에 칭칭 감고 올라가겠다는 것이 아니냐? 네가 나를 꽁꽁 묶어 어떻게 할 작정이냐? 어림도 없으니 다른데 가서 알아봐. A해바라기의 매몰찬 거절에 나팔꽃은 주눅이 든다.그렇다고 넝쿨식물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척 미안한 마음으로 B해바라기에게 고개를 돌려 눈치를 살핀다. 그런데 B해바라기는 나팔꽃에게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 미소에 힘을 얻은 나팔꽃이 용기를 내어 부탁한다. B해바라기야 내가 기댈 몸이 되어주겠니? 허락만 해 준다면 나의 가장 아름다운 꽃을 너에게 줄 테야. B해바라기는 흔쾌히 나팔꽃 아가씨의 버팀목이 되어주겠다고 한다. 사실은 해바라기끼리 해만 바라보며 남보다 더 크게 자라려고 경쟁하는 삶이 너무나 각박한 터였다. 하늘의 해를 향해 더불어 살면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사이로 지내자고 오히려 위로하는 자세다.기꺼운 허락을 받은 나팔꽃은 기쁨에 겨워 B해바라기의 몸을 감싸안으며 자라 오른다. 마침내 나팔꽃은 진분홍 꽃을 가득 피우며 바깥세상의 아름다움도 구경할 수 있게 된다. 거기다가 나팔꽃의 깜찍하고 독특한 색채가 B해바리기와 어우러져 더욱 아름답고 우아하게 보인다. 노란색 꽃 한 송이만 달랑 피어있는 다른 해바라기들이 부러워하기까지 한다.어느 날, 거센 비바람이 휘몰아친다. 밤새도록 불던 비바람이 잔잔해지고 아침 해가 돋는다. 나팔꽃은 아침을 맞이하려고 부랴부랴 꽃을 피우면서 단단하게 끌어안았던 몸을 느슨하게 풀고 주위를 살핀다. 그때 나팔꽃이 A해바라기의 모습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목이 꺾인 채로 흔들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밤의 비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목이 부러진 것이다. 하지만 같은 비바람을 맞아도 B해바라기는 거뜬하게 서서 나팔꽃과 가볍게 입맞춤한다.거센 비바람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나팔꽃도 무서움에 떨며 B해바라기를 바짝 끌어안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해바라기야 무서워. 너도 무섭지?” 밤새도록 서로 감싸고 보호했던 것이리라. 아침의 따사로운 해를 바라보며 B해바라기와 나팔꽃은 함께 행복했다.서로 밀어내는 전쟁보다 함께 끌어안는 공동체가 목을 부러뜨리는 힘에도 견딜 수 있다는 이야기.

2022-05-10

가정의 달에 생각하는 ‘가족’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자식과 부모, 반려자에 대해 숙고하고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시간은 소중하다. 일상 속에서 무뎌지기 쉬운 관계의 유지와 지속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자처럼 챙겨야 하는 아이와 양가 부모님이 계시는 세대들에게 가정의 달은 경제적, 육체적으로 피곤한 시기이기도 하다. 보통의 가정에서 아이 선물과 양가 부모님 용돈, 외식 몇 번은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매년 반복되는 5월 가정의 달. 올해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도권에서 사는 형님네를 찾았다. 양가의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교도 입학 전이지만 자연스럽게 화제는 아이 교육 문제로 옮겨갔다. 형님은 아이 교육을 위해 중국 주재원을 생각하고 계셨고, 나는 미국으로 연구년을 떠날 계획이 있다. 둘 다 아이 영어 교육이 해외로 나가는 중요한 목적이었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경쟁’에 대한 걱정과 분노를 공유했지만, 동시에 어떻게 우리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를 걱정하는 평범한 아빠였다.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기억한다. 교수 아빠와 엄마가 ‘부모찬스’에 불법까지 저지르며 자식의 스펙을 만들어 대학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고 많은 사람이 분노했다. 검찰의 과잉 수사가 논란이 되었지만, 그와 별개로 평범한 사람들에게 박탈감을 준 자식 사랑이 공론화된 사건임은 분명하다.최근 윤석열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자식 사랑도 남다르다. 누군가의 자식은 아빠가 병원장으로 있는 대학에 편입학을 했고, 학교 본부에 신고도 없이 아빠 수업을 들었다. 어느 후보자의 고등학생 딸은 두 달 만에 논문 5편을 학술지에 투고했으며, 1년 만에 영어로 된 전자책 10권을 출간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자식에 대한 남다른 사랑은 좌·우를 떠난 공통된 현상이라고 해야 옳겠다.이러니 결혼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당연한 귀결이다. 경제력을 갖춘 특권 계급의 자식 사랑에 대다수 부모가 초라해지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아이를 낳고 싶을까? 자본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 공동체로서 가족 개념은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여성·남성의 노동 이원화 정책 속에서 출산과 양육을 여성 주도의 사적 영역에 묶어두는 편이 국가 산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도 아이를 키우는 일이 오로지 여성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혈연·경제 공동체로서 가족의 의미는 오히려 강화되었다.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얽혀 있어서 쉽사리 해결책을 찾기 어렵지만, 지금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혈연·경제 공동체로서 가족이란 범주를 넘어설 수 있는 상상력이다. 우리는 특권 계급의 자식 사랑을 비판하지만, 내 자식만큼은 그렇게 키우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이 욕망에 충실한 것이 나와 사회의 발전에 보탬이 되던 시절이 있었지만, 단언컨대 지금은 우리 사회에 안 좋은 영향만 줄 뿐이다. 매년 반복되는 가정의 달에 뻔한 가족의 의미만 추억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니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22-05-10

희망을 보여주는 정치인이 되었으면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몇 년 전 작고하신 아버님이 생각난다.고향에서 부모님과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고 있어 선거일에 부모님을 모시고 투표를 하러 가곤 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투표를 하고 식사와 나들이를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왔던 추억들이 있다.투표를 하러 갈 때마다 아버님께서는 노파심에 후보자 중 한 명의 이름을 말씀하시며 ‘그 사람을 찍어야 나라가 잘 된다’라고 하시며 나도 같이 동참하길 바라셨다. 속으로는 다른 후보자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겉으로는 ‘네 그러지요’하면서 투표소로 향했다.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에 들어가 어디에 찍을까 하는 사이에 아버님께서 말씀하신 후보자의 이름이 내 눈에 더 크게 부각 되어 나도 모르게 찍었던 경우가 있었다.그런데 어느 순간 선거 때가 되면 자녀들에게 아버님과 똑같이 하는 나의 모습을 보았다. 지난 3. 9 실시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20대, 30대가 된 자녀들과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다.난 내가 가지고 있는 견해와 생각을 강조하며 자녀들이 같이 동조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내가 아버님의 권유로 내 한 표를 아무런 생각없이 행사했던 것과 달리, 20대 아들은 자기 생각이 분명하였다. 진보, 보수를 떠나서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대통령이 된 다음에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등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자기 생각을 분명히 제시하면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아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선거 문화가 많이 성숙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리고 아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어느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처음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유권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약속 이행이다.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과 정책을 바꾸거나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다. 당선 이후 ‘되고 나면 다 똑같다’,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는 말이 떠오르는 실망스러운 일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물론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여 이행이 어려울 수도 있겠으나 국민과의 합의를 통해 변경하거나 이해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는 등 노력하면 될 것이다.우리가 어렸을 때만 해도 학생들의 장래희망 중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치인이 10위 안에, 그것도 상위에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2021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보면 초·중·고등학생의 장래희망 Top10에 정치인은 없다.물론 시대적 상황과 직업의 다양성, 학생들이 추구하는 것이 다를 수 있는 영향도 있겠지만 자라나는 학생들 마음에 정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지 못한 기성세대들의 잘못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신 분이나 다음을 기약하고 계신 분,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출마를 결심하신 분들 모두 대한민국의 발전된 앞날을 위하여 국민들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진정으로 봉사하려는 마음과 정치에 대한 바른 모습을 통해 자라는 세대들에게 선거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고, 더 나아가 ‘나도 저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라는 희망을 심어주기를 소망해 본다./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2-05-10

그림도 없는 책을 무슨 재미로 볼까?

“그림도 없고 대화도 없는 책을 왜 보는 걸까? 그런 책이 무슨 소용이람?”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시작 부분에 앨리스는 언니와 함께 강둑에 앉아 있다가 언니가 읽고 있던 책을 흘끔거리고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른들만 읽던’ 글자만 있던 책이 지루했던 앨리스는 환상적인 이미지들이 넘치고 있는 꿈 속 세계로 토끼를 따라 들어가게 된 것이다. 루이스 캐럴 역시 이 아이들을 위한 환상의 동화의 삽화를 소설만큼이나 귀중하게 골라 넣었다. 어쩌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독자들을 끌고 가는 것은 이야기의 힘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 있는 삽화와 대사의 맛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지금처럼 어디에나 시각적 이미지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책 속에 들어가 있는 삽화 정도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겠지만, 불과 몇 십 년 전만 하더라도 책 속에 간간히 들어 있는 삽화들은 그야말로 사막에서 발견한 오아시스 같은 반가운 것이었다. 아직도 읽는 것을 취미로 여기고 있는 분들이라면, 아마 책 속에 간혹 들어 있는 삽화를 여전히 기억하고 계신 분들이 많으시리라. 물론, 문장을 읽고 또 읽고 난 뒤,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희부윰하지만 강렬한 세계라는 것도 매력적인 것이 아닐 수 없지만, 간단히 손으로 그린 작은 삽화라도 문자로 만드는 세계를 위한 상상의 재료로 소중했다.한국에서 신문에 연재된 소설에 삽화가 처음 들어가게 된 것은, 1912년 1월 1일의 일이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기관지나 다름없던 ‘매일신보’가 판매부수를 늘리기 위해 연재소설을 싣기 시작했고, 나아가 연재소설에 삽화를 넣기 시작했던 것이다. 강점 이전 제국신문에서 오랜 기간 동안 소설을 연재했던 작가 이해조(李海朝)가 새롭게 연재했던 ‘춘외춘’이라는 제목의 소설에 신문 일을 하려고 잠시 한국에 와 있던 일본인 화가가 삽화를 넣었다. 한국인 소설가가 쓴 소설에, 일본인 화가가 삽화를 넣었으니, 소설의 내용과 삽화가 잘 맞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문밖으로 내다보고 있는 어린 여자 아이의 뒷모습이 그려진 이 삽화는 한국에서 이후 백 년 좀 못되게 이어진 삽화가 들어 있는 신문연재소설의 관습적 전통을 만들어낸 최초의 일이 되었다. 대체로 인쇄 매체 속에 시각적 이미지가 부족했던 당대의 독자들이 삽화 속 이미지를 상상의 재료로 소설 속 세계를 보다 다채롭게 만들었을까 하는 것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금색야차’ 같은 작품을 썼던 오자키 고요나, ‘무정’의 이광수도 연재소설의 삽화에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그들은 삽화가 소설적 세계의 상상을 제약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삽화는 이미 시대적인 흐름이 되었다. 당시 이 삽화가 붙은 신문연재소설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1912년 이후 약 3~4년 동안 한국인 소설가와 일본인 삽화가의 공존은 계속되어 ‘장한몽’등 번안소설로 이어졌고, 3·1운동 이후 국내에 민간신문이 생겨나면서, 안석주, 이승만, 이상범, 노수현 등의 전문 삽화가들이 등장하여 전성기를 맞았다. 옛신문의 연재소설란을 아직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2단 정도의 크기로 소설과 함께 실려 있던 이 반가운 흑백의 삽화를 여전히 기억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물론, 지금처럼 시각적 이미지가 넘쳐 나는 시대에 이 흑백의 삽화를 추억하는 것은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지만, 눈으로 꾸역꾸역 읽어내던 문자들이 물릴 때쯤, 나타나 눈을 시원하게 해주던 이 삽화를, 그 반가움을 기억한다. 전달의 매체는 다를지언정 그것을 통해 그려내고자 하는 상상의 세계는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그렇게 삽화의 시대는 저물었으면서, 이제는 우리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2-05-09

마이걸 <Ⅲ>

안나는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이라 말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 만식의 기분을 고려한 것이었다. 만식도 알고 있겠지. 그렇다고 미워하거나, 일부러 말을 꺼내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라 할 수 있는 감정도 아니었다. 그것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을 뿐이었다. 만식은 안나에게서 안나는 만식에게서 서로 필요한 것을 얻었다.-짓궂으시네요. 이 상황에서 대답 안 하면 사랑하지 않는 게 되잖아요. 우리 아이의 아빠고, 저를 엄마로 만들어 주신 분이에요. 제게는 소중한 분이십니다. 저는 그분의 아이를 가졌어요.필립이 웃었다. 안나는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었지만 묻지 않았다. 사랑 따위에 대한 대화를 끝내고 싶었다.-말씀을 들어보니 아버지가 안나 씨를 사랑하는 것은 맞나 보네요. 아버지가 안나 씨에게 아이를 낳아달라고 하셨으니. 하하. 농담입니다. 결혼식은? 혼인 신고는 어떻게 하신 답니까?결혼식? 혼인 신고? 이게 궁금했던 건가? 만식이 결혼식이나 혼인 신고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 없었다. 안나도 마찬가지.-아마도 이야기 꺼내지 않으셨을 겁니다. 아버지의 아이를 가지는 것과 아버지의 부인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지요. 그 문제에 대해서만은 아버지도 생각이 많을 겁니다. 얽혀 있는 사람들의 생각과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지요. 사실 지난 번 인공 폐 이식을 할 것이라고 제게 말씀하셨던 그 다음날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아버지께서 부르셨지요. 그 자리에서 아버지께서 제게 약속을 하셨습니다. 이 젊은 여자를 너의 새엄마로 삼지는 않을 것이다. 결혼식은 물론이고 혼인 신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젊은 여자가 언제까지 내 곁에 있을지, 내가 언제까지 그 여자를 내 곁에 둘지 알 수 없지 않느냐. 하지만 뱃속의 아이는 다르다. 그 아이는 나의 아이이며 너의 동생이다. 그러니 더 이상 이 문제로 시끄러운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 건데 아버지께서 하신 약속은 제가 요구한 것 아닙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께서 먼저 꺼내신 약속입니다.치즈의 비린 맛이 속에서 입으로 올라왔다. 안나는 휴지를 들어 침을 뱉어내었고 입술을 닦았다. 만식으로부터 들은 적 없는 이야기였다. 안나는 만식이 자신을 무척 아낀다 생각했었다. 아니었나? 안나는 자신을 바라보던 만식의 눈길을 떠올렸다.아이를 가지지 않았다면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돌이킬 수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의 엄마로 살아야 한다. 안나는 뱃속의 아이를 아빠 없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구십 살이 다 되어가는 아빠일지라도.-그렇군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잘 알겠습니다.필립이 치즈 케이크를 더 드시라 권했다.-맛이 비려요.안나는 케이크가 담긴 접시를 옆으로 밀었다.-제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는 단지 안나 씨에게 스스로의 인생을 생각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선의로. 그리고 남자 형제가 한 명 있던데. 이름이 ‘노마’던가요?안나는 필립이 오빠의 이름을 알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았다. 뒷조사를 했을 수도 있고. 그랬다 하더라도 따질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만식이 필립에게 했다는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다.-네. 하나 있는 오빠지요. 로봇 관리사예요. 지금은 보잘 것 없어도 학교 다닐 때는 제법 수재 소리를 들었어요. 몇몇 공모전에 나가서 상도 탔구요.-아. 네. 그렇더군요. 사이보그와 인간형 로봇이 주 전공이었더군요. 공부도 꽤 했던데. 요즘 젊은 사람들 삶이 다 그렇지요.지난밤 안나가 울었다. 왜 그러냐. 노마가 다그쳤지만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한참 동안 흐느끼다 입을 열었다. 오빠, 밤늦게 미안해. 그러고는 전화를 끊었다. 노마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침, 노마는 안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굴 좀 보자, 오랜만에.카페 소파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는 안나의 배가 제법 불러 보였다. 저것이, 뭐가 아쉬워서. 노마는 안나의 선택에 동의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노마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안나 뱃속에는 이미 늙은이의 아이가 자라고 있었고 그 아이는 안나가 원한 아이이기도 했다. 노마가 테이블 맞은편 의자에 엉덩이를 걸치자 안나는 허리를 세워 앉았다.-왔어? 오빠, 오랜만이네.노마는 손을 내저었다.-아니야. 그대로 기대고 있어. 우리 사이에 무슨 예의야. 네 몸 편한 대로 앉아있어. 몸은 좀 어때? 아이는 잘 크고 있대? 먹고 싶은 것은 없어? 입덧은 안 하고?-그렇게 많은 걸 한꺼번에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안나는 등 뒤로 쿠션 두 개를 받히고 다시 기대며 말했다.-그런가? 뭐, 대답은 한꺼번에 하지 않아도 돼. / 김강 소설가

2022-05-09

노화방지기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과학과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노화방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하지만 노화는 현대의학의 최대 난제다. 노화방지기술, 이른바 ‘역 노화 기술’ 개념은 지난 2012년 노벨생리학상을 수상한 일본 교토대학교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처음 제시했다. 이미 분화된 세포를 역분화시키는 4개의 전사인자를 일시적으로 발현시켜 노화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것이다. 다만 이 기술은 노화된 세포가 젊은 세포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지만 유전자 돌연변이로 암세포가 생기거나 상처가 났을 때 조직재생을 더디게 하는 부작용이 있어 부작용을 배제할 수 있는 정교한 제어가 난제로 남아있다.이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逆) 노화 원천기술을 개발해 화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조광현 교수 연구팀은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를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역 노화 초기 원천기술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우리 몸안의 세포 분자를 조절하면 세포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 개발중인 역 노화 기술은 노화세포를 없애는 항노화 기술과 다르게 노화세포를 정상으로 되돌려 암과 같은 노인성 질환의 발병을 늦춘다.연구팀은 시뮬레이션 분석을 통해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데 필요한 핵심 인자 ‘PDK1’를 찾아냈다. 연구팀은 PDK1을 억제함으로써 노화된 인간 진피 섬유아세포를 다시 정상적인 젊은 세포로 되돌릴 수 있음을 분자 세포실험 및 노화 인공피부 모델 실험을 통해 입증했다. 조만간 이 기술을 적용한 화장품도 출시될 예정이란다. 나이를 먹어도 늙지않는 노화방지기술이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니 자못 기대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5-09

윤석열 정부 지역균형발전 정책 기대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가 지난 8일 오후 대구 엑스코에서 대국민보고회를 열고, 오늘(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구·경북 정책과제 30개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다.대구는 글로벌 경제물류공항 건설, 미래 디지털 데이터 산업 거점도시 조성, 소프트웨어 의료산업 중심도시 조성, 전기차 혁신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15개 정책과제가 포함됐다. 그리고 경북은 신공항 시대 공항경제권 육성, 신공항 연계 도로철도망 조기 구축, 국가 신발전전략 SOC망 확충, 포스텍(포항공대)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안 등이 제시됐다.이날 발표된 대구·경북 정책과제의 경우 차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일부 수정될 가능성도 있지만, 그동안 이 지역 현안으로 거론됐던 사업들이 대부분 포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이번 대선과정에서 보여준 윤석열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가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보여 고무적이다. 이와관련 김병준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은 “지역균형발전을 인수위의 한 분과에서 다루는 게 아니라 특위를 따로 만들어 별도로 특별하게 다룬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날 보고회 참석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언급했듯이, 문재인 정부 5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이전 정부보다 훨씬 더 벌어졌다. 국가의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비수도권은 어느 지역 할 것 없이 공동화를 넘어 소멸의 위기 단계까지 와 있다.과거에도 선거 때만 되면 지역균형발전은 단골공약으로 내걸렸다. 그러나 정치권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수도권규제가 하나하나 풀리면서 지역 불균형 문제는 심화됐다. 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사업은 정부 부처에서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밖에 없다. 새 정부가 사상 처음으로 인수위에서부터 특별기구를 구성하면서까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2022-05-09

‘혁신성장’

남광현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나라 생산가능 인구는 매년 지속해서 감소추세에 있으며, 생산성과 자본 및 노동으로 이루어진 잠재성장률도 2000년대 초반 5% 전후에서 최근에는 2~3%로 급격히 하락하였고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이는 저출산과 고령화 심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기존 주력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 고착화, 미래 먹거리 발굴 노력 부족, 높은 청년실업률에서 보여주는 일자리 분배의 난맥상 등 경제·사회 분야의 심각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민간주도의 기술, 자본, 인력 등 생산요소의 원활한 연결, 효율적인 자원배분, 노동시장 개선, 규제 재설계, 사회적 자본 확충 등 경제·사회 구조와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성장’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지난 5월 3일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국정비전과 목표, 110대 ‘국정과제’를 살펴보면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라는 ‘국정비전’이 제시되었다. 그리고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라는 ‘국정목표’ 달성을 위해 110대 ‘국정과제’의 많은 부분에 ‘혁신성장’을 위한 다양한 제도개선과 정책과제를 담고 있다.특히 “경제체질을 선진화하여 혁신성장의 디딤돌을 놓겠습니다.”, “핵심전략산업 육성으로 경제 재도약을 견인하겠습니다”, “중소벤처기업이 경제의 중심에 서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와 같은 국민께 드리는 약속들을 제시하였다. 이 약속은 경제의 중심을 기업과 국민으로 전환하여 민간의 창의, 역동성과 활력 속에서 성장과 복지가 공정하게 선순환하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라고 하고 있다.구체적으로 이러한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국정과제’ 들을 살펴보면, ‘성장지향형 산업전략추진’,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금융·세제지원강화’, ‘중소기업 정책을 민간주도 혁신성장의 관점에서 재설계’ 등 혁신성장과 관련된 많은 과제들이 제안되고 있다.이들 과제들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규제영향 분석, 덩어리규제 집중발굴, 규제세르파, 규제샌드박스 플러스, 네거티브 규제시스템 도입 등 매우 도전적 과제들이 제안되고 있다.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 늘어나는 자연·사회재난 피해의 저감을 위해 불가피하게 강화될 수밖에 없는 규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면서 혁신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많은 규제혁신 과제들이다.또한 성장사다리 구축, 혁신생태계 복원, 중소·중견기업 ESG경영 확산, 지속성장위원회 신설, 소셜택소노미 도입, 기업활력법 상시화, 산업브레인센터 구축, 클러스터경제 혁신체계 구축, 중소기업생산성 특별법 제정 및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도입 등 ‘혁신성장’을 위한 참신한 과제들이 많이 제안되었다.대구·경북은 산업구조적 취약성 등으로 인해 2010년 이후 연평균 성장률이 각각 2.0%, 1.0%로 전국 평균(2.5%) 보다도 낮아서 신정부의 ‘혁신성장’ 관련 핵심 ‘국정과제’가 선도적으로 실천 되어야할 지역이다.

2022-05-09

지역기업의 ESG경영, 확대 전파돼야

대구상의와 대구시가 지역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ESG경영 지원사업을 본격 펼친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일반화돼 가고 있는 ESG경영에 대한 지역기업의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이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대구상의는 앞으로 ESG컨설팅, ESG진단평가, ESG교육 등 다방면에 걸쳐 지원 사업을 펼칠 예정인데, 지역에서는 평화홀딩스, 태왕이엔씨, 화성산업 등 10군데 중견업체가 이 사업에 참여하게 된다.ESG는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다. ESG경영은 기업이 환경보호에 앞장서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등 사회공헌 활동을 하며, 법과 윤리를 철저히 준수하는 경영 활동을 뜻한다. ESG 경영은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평가하는 비재무적 성과측정의 한 방법으로 유럽과 미국 등지서는 이미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우리나라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맹렬하게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30대 그룹의 투자키워드는 ESG였다. 기업에 대한 평가가 성과에서 가치로 바뀌는 시대적 흐름이라 할 수 있다.우리나라도 경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국민의 의식 수준도 크게 향상돼 기업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도 높아졌다. 기업의 역할이 단순히 사업을 잘하는 데 머물지 말고 환경, 안전, 인권 등 사회적 책무에도 충실하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이런 흐름이 기업의 경쟁력으로 바뀌고 있는 만큼 지역기업도 ESG경영 체제 도입의 흐름에 당연히 따라야 한다. 대구상의가 중심이 돼 펼치는 ESG경영 지원사업은 매우 바람직하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중소 영세업체가 많은 지역의 경우 이런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영세기업이기 때문에 이를 수용하기 어려운 기업도 많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시대 흐름을 잘 이해시키고 기업의 자발적 유도를 통해 ESG경영 체제가 자연스럽게 지역기업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업계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상공단체인 대구상의가 앞장서서 할 일이다.

2022-05-09

새 대통령의 출발과 기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초록빛 향연이 눈부신 계절이다. 연두와 초록으로 넘실대는 산과 들엔 희끗희끗 아카시아꽃이 수를 놓고, 오월의 고운 꿈으로 내려앉는 햇살은 정갈하기만 하다. 생명의 잔치가 시작되는 봄날이 깊어지자 초목은 무엇 하나 거리낌없이 초록의 진영으로 무성해지고 있다. 바람은 부드럽게 쓰다듬듯이 불어오고 때 맞추어 단비(好雨)가 자분자분 내리니, 들판의 농작물은 춤추듯이 반기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부푼 설렘과 새로운 시작의 봄날은 깐깐오월마냥 활기차고 꿋꿋하기만 하다.5월의 푸르름 속에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오늘은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는 날이다. ‘다시, 대한민국! 새로운 국민의 나라’를 슬로건으로 국민이 소망하며 염원하는 정책을 실천하고, 국민이 행복한 미래를 약속하는 윤석열정부가 국민의 기대와 축복 속에 새롭게 출범하는 것이다. 이른바 공정과 상식이 통하고 정의와 법치가 살아 숨쉬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국민통합과 화합을 이루며 국민의 뜻을 겸손하게 받들어 나갈 새로운 대통령이 첫 발을 내딛는 의미있는 날이다. 그만큼 국민들의 여망과 성원이 큰 날이기도 하다.신선한 새 출발은 언제나 설레고 벅차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이 그렇고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을 때의 뿌듯함이 그러하다. 하물며 한 나라의 수장으로 통솔과 최고 지도자의 자리에 오르는 심정은 오죽하랴. 이루 말할 수 없는 자긍심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이 느껴질 것이다. 국민들의 축하와 신임을 받은 만큼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며 당면한 역할과 리더의 책무를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찬반이 대립되고 갈등이 난무하며 이해가 얽힌 작금의 현실은 결코 녹록지가 않다. 그렇기에 늘 지도자의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任重而道遠)고 하는지도 모른다.지도자의 길은 지고지난(至高至難)하면서도 지엄(至嚴)하다. 보수와 진보의 틈바귀에 지역과 계층을 아우르고 세대와 성별을 배려하며 균형과 통합을 조율해야 한다. 국민을 살뜰히 섬기면서도 국정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시대정신과 가치를 담아 밝은 미래의 희망을 기약하는 소신이 있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때마다 장밋빛 청사진으로 국정운영의 희망을 제시하지만, 임기말에는 대부분 국민들의 기대치와 요구치에 다소의 괴리가 있어 왔다. 그만큼 국정과 위정자에게는 복잡다단함이 많고 민심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그래도 새롭게 내딛는 정부에 또 다른 희망을 걸어보는 것은, 어쨌거나 좀 더 나아지고 편안한 삶을 희원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과 믿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윤석열정부는 특히, 공정과 정의, 통합과 균등을 위한 당찬 의지로 이례적이고 차별화된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듯해서 자못 기대가 크다. 이러한 신정부의 순항을 위해서는 늘 국민 앞에 겸손하고 소통을 강화하며 소명과 책임의식으로 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위정자가 나무 옮기기로 백성들을 믿게 한다’는 사목지신(徙木之信)의 자세로 굳건히 약속을 지켜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관건일 것이다.

2022-05-09

기업의 최대 화두, 안전 최우선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명심보감 효행편에 보면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란 말이 있다. 신체와 터럭과 피부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는 말로 무릇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신체가 다치거나 상해를 입으면 효를 다하지 못 한다는 것이다.지난 주말 모친의 팔순을 맞이하여 고향에 다녀왔다. 필자는 선물로 “인생은 80부터 건강하게 오래오래 꽃 길만 걸으면서 사세요”라는 글과 장수 축원 성구(成句)로 “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같이 큰 복을 누리라”라는 ‘수산복해(壽山福海)’라는 글을 붓글씨로 적어서 드렸다.모친도 건강 덕담으로 “늘 건강하구 회사생활 할 때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라”라는 말을 하였는데, 명심보감의 구절을 생각해 보면서 기업에서 안전 최우선 활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의미를 다시한번 새기고자 한다.우리나라 기대수명이 남자는 80.5세, 여자는 86.5세로 늘었고, 올해 1인당 GDP도 3만4천994달러로 전세계 29위로 높아졌다. 따라서 수명과 수입이 늘어난 만큼 기업에서의 안전사고 충격은 그만큼 커지게 되었다.또한 시대적으로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가 생산, 품질, 원가 중심에서 작업자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변화되고 있다.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삼으면서도 100년 넘게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어나가는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있는 것을 보면 안전 투자가 미래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중 유명한 기업이 듀폰사이다.이 회사처럼 많은 기업들이 안전을 최우선 핵심가치로 삼고, 안전한 현장을 위해 개선하는 비용에 아끼지 말고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최근 컨설팅하면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안전최우선 ‘해저드 프리(Hazard Free) 공장 만들기 활동’이다. 해저드 프리는 위험점(Hazard)에서 해방(Free)된다는 의미이며, 다시말해 위험점을 없애서 근로자가 안전한 현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현장을 만들어 놓는 ‘안전 최우선 현장 혁신활동’이라 할 수 있다.안전 최우선 현장 혁신활동은 작업자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작업자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강한 현장 만들기에 적합한 현장 혁신활동이라 할 수 있다.실상 산업현장을 살펴보면 수많은 위험요소가 잠재되어 있고 작업자들이 곳곳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 현실인데 이런 위험한 현장을 작업자·설비 간 접촉 방지를 위한 위험점 제거 활동과 설비와 사람의 불안전한 상태와 불안전 행동 개선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활동의 핵심은 잠재위험을 지속적으로 발굴, 개선하여 안전이 확보된 작업현장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생산, 품질, 원가 측면이 아닌 안전에 집중하는 활동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안전은 직원의 행복을 위한 기본이며 혁신활동은 ‘실천을 중시하는 전원 참여 활동’이 되어야 한다.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진 시점에서 안전이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안전 최우선 현장혁신활동이 기업에 뿌리내리길 기대해 본다.

2022-05-09

퇴임하는 대통령, 취임하는 대통령

김진국 고문 오늘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난다. 그는 취임하면서 ‘국민과 역사가 평가하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5년 임기를 마친 오늘 그는 어떤 마음으로 걸어 나올까. 5년 전 그는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니 닷새 전 “우리가 이룬 성과에 대해서 자부하고 있다”는 그의 자평은 진심일 것이다.문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진정한 국민 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지금 국민은 유례없이 갈라져 있다. 옳고 그름도 없다. 누구 편이냐가 기준이다. 그는 또 “승자도 패자도 없다…함께 손을 맞잡고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5년 내내 적폐 청산에 매달렸다. 퇴임 직전에야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저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의 공과 과가 있는데…그 역사를 청산의 대상으로 여긴다면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문 대통령 말처럼 적어도 취임 초에는 새 정부가 하는 걸 지켜보는 게 정상이다. 국민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국정 운영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쟁이다. 민주당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는 윤 당선인을 ‘0.73%포인트짜리’라고 깎아내렸다. 적은 표 차로 당선됐다는 말이다.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의 정당 득표율(33.4%)은 미래통합당(33.8%)보다 적었다. 지역구 득표율도 과반에 못 미쳤다. 그런데도 대선 직후 다수의 힘을 더 휘두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가로막고, ‘검수완박’ 법안을 온갖 꼼수로 밀어붙이고, 법사위원장 배정 합의도 뒤집으려 한다. 민주당 정부 총리였던 한덕수 후보까지 발목을 잡아, 내각 없이 취임하고, 한동안 그렇게 굴러갈 판이다. 문 대통령은 퇴임 직전까지 소금을 뿌리고 있다.윤석열 당선인도 굽히지 않는다. 당장 급한 건 당선인이다. 그런데도 강수로 밀어붙인다. 마주 달리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렵다. 당장 한미 정상회담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 핵 도발을 어떻게 대처하며, 빅스텝 파도는 견뎌낼 수 있을까. 결국은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시행령 정부, 공안 정국이 이어지며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민주주의는 상생이다. 상대에 대한 인정,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한 존중이다. 나만 옳다면 정당이 여러 개 있을 이유가 없다. 서로 다른 처지와 생각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민주주의다. 그런데 우리 정치가 일당 독재의 승리 지상주의, 독선에 빠졌다. 모의법정의 변호사와 검사처럼 이기는 데만 몰두한다. 정말 민주주의가 걱정이다. 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당내에 생각이 달라도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드는 진영논리와 학연·지연·혈연에 따라 내 편을 챙기는 온정주의가 팽배해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조문, 부동산 등 대선 패배 책임론, 최강욱 의원 성적 비속어 발언…. 곳곳에서 내 편 감싸기를 보였다. 20대 위원장의 쓴소리에 기성 정치인 반응은 시큰둥하다. 나잇값을 못 한다.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는 남겨야 한다. 그래야 소수도 숨을 쉴 수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지 않고, 공격하는 요즘 정치가 두렵다. 정치적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청산, 박멸, 척결하자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독일의 나치나 중국의 문화대혁명, 스탈린의 대학살에서나 보던 태도다. 유일사상에 대한 신앙이다.지금 이 나라에는 두 개의 나라가 있는 것 같다. 대통령 정부와 국회 정부, 국민의힘 정부와 민주당 정부다. 민주당은 선거 막판에 다당제 연합정치를 위한 정치개혁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대선에서) 졌을지라도 국민께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정치지도자들이 조금은 더 어른스러워야 하지 않나.문 대통령은 5년 내내 잘못을 시인한 적이 없다. 물러나는 날까지 ‘남 탓’했다. 부동산도, 경기도, 고용도 이전 정부, 야당, 국민 탓이다. 남 탓의 유효 기간은 짧다. 잘못이 쌓여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내일부터는 윤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적어도 자세는 그래야 한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5-08

공천 잡음에 대해 김형동 의원이 답해야!

정안진 경북취재부 지난 6일 오후 2시 예천군의회 앞에서 공천에 탈락한 군의원과 도의원 예비후보들이 국민의힘 경북도당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집단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이날 성명서에서 공천 낙천자 일동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당선 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 당원 동지들을 배려 한번 해주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혔다.이에 이들은 “예천지역 지방의원 공천자들의 기초자격평가 점수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김형동 국회의원은 잘못된 공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이보다 앞서 발표 된 국민의힘 예천지역 지방선거 공천자를 두고 당원이 아닌 지역주민들의 반응도 싸늘하기는 마찬가지다.특히 이번에 공천을 신청한 현역 군의원 대다수가 김은수 군의회 의장을 제외하고 자신이 출마를 희망한 지역에서 공천을 받은 것을 두고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다.이로 인해 현재 군의원 선거의 경우 국민의힘 공천자들을 모두 선거에서 낙마시켜야 한다는 낙선 운동 분위기마저 감지되면서 향후 선거 판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여기에다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앞다퉈 무소속 출마를 불사할 뜻까지 내비치며 국민의힘과 김형동 의원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는 형세라 공천자들도 긴장하고 있다.실지로 예천군의 경우 그동안 역대 지방선거 군의원 선거에서 보수 정당 공천을 받고도 선거에서 낙선한 후보가 적지 않아 공천을 받은 후보들로서도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할 수 있다.공당의 공천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공정하고 선명하게 이뤄져야 한다.이런 차원에서 이번 예천지역 국민의힘 지역선거 공천은 그 어떤 것보다 여성 비례대표에 대한 당원들과 군민들의 의구심이 만만치 않다.공천자 발표 이전부터 “의외의 인물이 비례대표로 공천된다”는 소문이 나기도 했었지만 이번에 공천자로 결정 된 A씨에 대해 당원들과 군민들 모두가 받아 들이기가 어렵다며 수군대고 있다.지난번 외유 사태로 군민 대다수의 신뢰를 잃으며 의회 무용론까지 제기 될 정도로 위기를 맞은 예천군의회가 공천 잡음 속에 치러진 선거로 원구성이 된다해도 군민들의 불신을 과연 얼마나 씻어 낼 수 있을 지가 걱정이다.이제 이같은 군민들과 당원들의 반발을 무마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를 위해서라도 경북도당과 김형동 국회의원이 원칙있는 답변을 해야 할 시간이지 싶다.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는 길은 지역주민들의 머슴을 뽑는 일인 당의 공천이 아니라 지역 유권자들에게 온전히 맡기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예천/ajjung@kbmaeil.com

2022-05-08

‘산업도시’ 구미, ‘문화도시’로 건너가기

황윤동 문화예술연구소 ‘점·선·면’ 소장 문화(文化)의 반대말은 자연(自然)이다.사회가 발전하면서 순차적으로 정치학, 법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철학, 심리학, 고고학, 인류학 등의 학문이 그 사회에 주도적인 기능을 한다고 한다. 사회 발전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사회 구성원에 의해 행동 또는 생활 양식화하는 과정에서 의식주,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문화이다. 따라서 문화는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기능을 하는 학문에 의해 정리되고 정의되어지는 것이다. 한편, 인간의 문명은 농업혁명을 통해 원시사회에서 농업사회로 진화하고, 산업혁명을 통해 공업사회로 진화하는 과정을 겪는다. 산업혁명은 1차, 2차, 3차의 과정을 거쳐 융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발전하는 시기라는 4차 혁명의 과정에서 문명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니까 문명은 물질적이고 기술적이며 사회 구조적인 발전을 하면서 나타나는 삶의 양태(樣態)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을 하는 문화(文化)를 통해 물질적이고 기술적인 진보를 이룩한 문명(文明)을 이끌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구미는 1960년대 말 낙동강 모래벌판에 3백여만 평의 ‘굴뚝 숲’이 들어서면서 산업화와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름 없던 이 곳은 국내최대산업단지가 되어 도시를 먹여 살리고 국가경제를 성장시킨 중요한 도시가 된다. 산업화의 과정은 국가주도의 방식이었고 그 계획은 시대의 요구에 부흥했으며 도시를 살 찌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의 성장세는 주춤하고 산업의 쇠약화로 도시 경쟁력이 약화되기 시작한다. 이에 대응할 새로운 신 성장 동력과 도시의 새로운 먹거리 마련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한다. 한편 국가의 발전과 함께 사회·경제적 구조는 정보화 시대를 넘어 융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하고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문화’를 국가 발전 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바로 ‘문화도시’이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으로 ‘문화도시 지정 및 지원(제4조)이 정식화되고 문화도시 조성 정책의 흐름이 정식적인 틀을 갖추게 되면서 많은 도시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구미시는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과 문화적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도시’를 경험하고 ‘문화도시지정’ 공모에 2차례 도전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2021년 10월 전담부서인 ‘문화도시 TF팀’을 신설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문화도시 지정’ 사업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그들의 다양한 관점으로 ‘도시가 지닌 고유의 문화적 가치’에서, 보편적인 특성을 발견하고 진단하는 수평적인 과정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새로운 이름을 가진 창의적인 도시 만들기”로 해석해 본다. 구미 문화도시의 핵심목표는 ‘산업도시’ 구미에서 다음 단계로 건너가기 위한 도시의 정체성 찾기이다.문화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국가 주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됐던 시민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구미시가 경험했던 ‘문화도시지정’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관 주도의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시민 거버넌스의 부재가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구미시 행정의 서비스 대상은 시장이 아닌 시민이어야 하고, 그들의 자율적 의사구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행정협의체는 부서별 사업 보고에만 머물지 말고 실질적인 업무협조를 통해 도시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의회는 이런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절차가 보호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산업도시’ 구미가 다음 단계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문화를 통한 구미시의 도시전략수립’이라는 과감한 사고의 혁신으로 문화도시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구미의 신 성장 동력은 바로 ‘문화’가 되어야 하며 도시의 새로운 먹거리 마련은 저절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2022-05-08

화석(花石)

오늘 아침 노래 하나가 입에 매달렸다. 옛날에 금잔디 동산에 매기 같이 앉아서 놀던 곳~, 어릴 적 이 노래를 들으면 왜 산에 메기가 산다는 거지 하다가 멜로디를 놓치곤 했다. ‘라디오에서 김창완 아저씨가 나와 똑같은 경험을 이야기했다. 아침에 떠오른 노래가 종일 따라다닌 것, 외국 사람 이름 매기가 물고기 이름 메기가 되어 뒤섞였던 기억이 같았다.매기의 추억을 들으면 초등학교 시절이, 또 어떤 곡을 들으면 중학생 때가, 이 노랜 대학생이 되어 불렀었지. 노래가 지나간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 화석(化石)이라고 읊조렸다. 지질학에서 화석이 발견되면 그곳이 고생대 땅이니 중생대 땅이니 나누는 시준화석이 있다고 한다. 시준화석이란 어떤 일정한 층에서만 발견되는 화석속 또는 화석종을 이르는 용어다. 생존 기간이 한정되어 있고 그 분포가 넓어야만 해서 예로부터 고생대의 삼엽충류, 중생대의 암모나이트류, 신생대의 포유류 등이 시준화석으로 이용된다.내 추억의 시준화석으로는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이 풍금을 연주하며 알려준 ‘아름다운 것들’이 있고, 임병수의 ‘약속’을 들으면 라디오 앞에 엎드린 중학교 3학년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이상은의 ‘담다디’를 들으면 교생 실습하던 가을이 내 몸 어딘가 저장돼 있다가 툭 튀어나와 가사 하나 잊히지 않고 따라부르게 한다. 그때 그 모습을 간직한 노래가 추억을 소환하는 화석이라는 김창완 아저씨 말이 딱 맞다.이렇게 추억을 불러내는 시준화석이 또 있다. 꽃이다. 겨울이 끝나고 봄이 왔다고 폭죽을 터뜨리는 산수유를 보면 비가 오는 날 함께 꽃내 골짜기에 산수유군락지를 함께 보러 갔던 현미씨가 생각나고, 통일전에 매화가 환하게 피면 꽃만큼 진한 향기가 입구부터 그득해 함께 코를 흠흠거렸던 은정씨 목소리가 들리고, 분홍빛 진달래를 보면 비슬산에 함께 올라 꽃길 사이를 누비던 경숙 순혜 언니가 생각난다. 꽃마다 데려다주는 사람이 다르다.5월, 향교산에 이팝꽃이 뽀얗게 얹혔다. 나무 아래서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가지마다 함박눈이 소복 쌓인듯하고, 늘어진 가지를 눈높이에서 마주하면 수북하던 이밥이 여러 개의 국수 가락으로 갈라져 흔들린다. 이래저래 보릿고개를 넘던 조상님들이 올려다보며 침을 꼴깍 삼킬만하다.오랜 시간 그곳에 잘 있어 주었다고 2020년 12월에 ‘포항 흥해 향교 이팝나무 군락’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561호(식물-군락)로 지정됐다. 옥성리 흥해 향교와 임허사 주변에 있는 군락지는 향교 건립을 기념해 심은 이팝나무의 씨가 떨어져 번식해 조성됐다. 예로부터 흰쌀밥 모양인 이팝꽃이 많고 적음에 따라 한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 등 선조들의 문화와 연관성도 높아 민속·문화적으로도 가치가 크다는 평가도 받는다.십여 일 흥해 읍내 가로수부터 산까지 하얗게 뒤덮는다. 만개 하기 전에 민재씨와 같이 다니러 가 첫 눈맞춤을 했다. 며칠 뒤 선희씨와 도시락을 싸서 이팝꽃 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다. 삼 일 후 미정과 영희씨가 향교산을 모른다고 해서 가이드로 따라갔다.갈 때마다 꽃그늘 아래에는 어제도 그제도 거기 머물렀다는 듯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자신들이 가져다 놓은 의자 하나씩 차지하고 앉았다. 이팝꽃이 그분들을 위로하고 그분들은 숲을 보전했다. 함께 같은 시간을 지나와서인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풍경이다.꽃이 피었다는 소식을 다들 어디서 들었는지 상춘객들이 몰린다. 커다란 렌즈를 단 카메라를 들고 꽃을 담느라 꿀벌처럼 나무 주위를 맴돈다. 우리도 계단을 따라 내려가 동네와 만나는 곳에 가지를 드리운 이팝꽃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 인증샷을 사진과 글을 나누는 SNS에 올리니 친구 주영이가 내가 선 곳이 자기 친정집 앞이라고 댓글을 달았다.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친정집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니 반갑다고 했다. 흥해가 고향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내가 그 앞에 서서 꽃을 올려다볼 줄은 몰랐다. 이팝꽃이 피면 이제 소환될 친구가 하나 더 늘었다. /김순희(수필가)

2022-05-08

세계가스총회, 대구산업 글로벌化 전기 삼자

오는 23일부터 5일간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2022년 세계가스총회는 코로나19 이후 처음 열리는 대규모 국제행사인 동시에 대면 행사라는 점에서 세계적 주목을 끌고 있다. 세계가스총회(WGC)는 세계에너지총회(WEC), 세계석유총회(WPC)와 함께 3대 에너지 컨벤션 중 하나다. 가스산업의 올림픽이라 불릴 만큼 세계가스업계의 최고 축제다. 특히 국제가스연맹(IGU) 회원국의 가스교역량이 전 세계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가스총회의 집중도는 매우 높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의존도를 줄이고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는 글로벌 에너지시장의 지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시점에서 총회가 열려 세계 각국의 관심도도 어느 때보다 높다.이번 대회를 개최하는 대구로서는 대구의 글로벌 브랜드를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다. 대회 기간 동안 전세계 90개국에서 1만2천여명의 방문객이 대구를 찾는다. 글로벌에너지 기업은 물론 각국의 고위급 인사, 최고경영자, 금융, 투자, 환경 등 전통 가스산업 이외 분야의 리더들도 대구를 찾게 될 것으로 보여 대구의 브랜드를 알릴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대구는 국제행사로서는 가장 큰 행사를 개최하게 된 데다 때마침 코로나19마저 한풀 꺾여 행사가 주는 경제 등 유무형의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짐작이 된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이번 총회 개최로 대구는 생산유발효과 1천181억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544억원, 취업유발효과 2천905명이 된다고 분석했다.무엇보다 대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행사기간 동안 집중적인 국내외 언론보도를 통해 대구 노출효과를 극대화시켜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 최고의 비즈니스장이 될 이번 총회를 통해 글로벌 대구 효과와 지역 에너지산업과의 연계,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대구 브랜드의 글로벌화 전략은 세계적 트렌드에 맞춰 반드시 실천해 가야 할 필수 과정이다. 이번 총회가 대구산업의 글로벌화 되는 전기가 되도록 성공적 개최에 대구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2022-05-08

정치와 치킨게임

우정구 논설위원 손자병법은 시대를 초월해 병서로써만 아니라 일반인의 처세학으로도 자주 회자되는 책이다.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나 승패 병가상사(勝敗 兵家常事)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것과 “한번 이기고 한번 지는 것은 병가에서는 흔히 있는 일로서 지더라도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는 이 말은 진리처럼 회자되는 표현이다.어느 군사전문가는 “정치도 전쟁의 연장선”이라 말했다. 전쟁이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속성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민주정치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데 있다면 전쟁이란 수단이 필요할지는 의문이다.맹자는 “정치는 민중의 마음을 얻기 위한 일련의 과정과 행위”라고 말했다. 민중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위임된 정치권력은 회수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사상이다.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 사이에 유행한 자동차 게임에서 유래한 용어다. 두 명의 경쟁자가 각각 도로 끝에서 서로 마주보고 정면으로 돌진하다가 충돌 직전에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패자가 되는 게임이다. 여기서 핸들을 먼저 꺾는 사람을 치킨(chicken)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겁쟁이라는 뜻이다.마주보며 달려오는 기차가 부딪치면 타고 있던 승객 수백명의 목숨이 위태로운 것은 당연한 이치다. 정치를 치킨게임처럼 할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고 모두가 공멸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가와 국민이 입는 피해는 말할 것도 없다. 정치에 대화와 협상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지금 강대강 대결구도의 우리 정치가 행여 치킨게임처럼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몹시 걱정스럽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5-08

붓다를 생각한다

김규종 경북대 교수 음력 4월 8일인 어제는 ‘부처님 오신 날’이었다. 올해가 2,022년이고, 불기(佛紀)로는 2,566년이기에 고타마 싯다르타는 기원전 544년에 태어난 셈이다. 도이칠란트 철학자 칼 야스퍼스는 1949년 역사의 기원과 목표에서 ‘축의 시대’라는 개념을 창안한다. 기원전 800년부터 기원전 200년까지 유라시아에 걸출한 사상과 종교가 동시다발적으로 출현했다는 것이다.놀라운 발상이자 탁월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춘추전국시대 중국에서 공자를 비롯한 제자백가가 등장하고, 인도에는 우파니샤드 철학에 바탕을 둔 자이나교와 불교가 출현한다. 중앙아시아에는 배화교(拜火敎)를 창시한 조로아스터(차라투스트라)가 등장하며, 근동에서는 히브리 선지자들이 유대교의 가르침을 예비한다. 그리스에서는 탈레스와 피타고라스 같은 자연 철학자와 소크라테스를 비조(鼻祖)로 하는 아티카 철학이 나타난다.인공지능 로봇과 드론의 21세기에도 이들의 가르침은 강력한 위력을 발휘한다. 과학기술문명의 시대에도 우리는 2,000년 선각자들의 가르침에 의지해 살아간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사상과 종교다. 종교와 사상의 가르침과 깨달음에 의지해서 우리는 인간성과 품위, 가치와 미덕, 선과 정의를 아침저녁으로 사유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이다.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붓다’ 말씀 가운데 ‘탐진치 삼독(三毒)’이 특히 폐부를 찌른다.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의 세 가지가 인생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게 붓다의 가르침이다. 이들 세 가지는 세 마리 새끼돼지처럼 한 묶음으로 뭉쳐 다닌다. 탐욕에 사로잡혀 욕망을 실현하지 못하면, 우리는 분노의 차원으로 이동한다. 분노를 억제하지 못할 경우, 우리는 다시 어리석은 행동으로 향한다. 지극히 명약관화한 연쇄반응이자 인과(因果) 법칙이다.이 세상 누구에게나 나름의 욕망이 있다. 욕망이 없는 사람은 절정의 수도승이거나, 절반 죽은 사람 내지 광인(狂人)일 것이다. 문제는 욕망의 제어 정도에 있다. 욕망이 욕망과 충돌하면 강렬한 파찰음과 불화의 굉음이 터져 나온다. 요즘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면 폭발 직전의 거대한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는 듯하다. 남녀와 세대, 부자와 빈자,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사이의 갈등과 알력이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다.하나의 궤도(軌道) 위를 마주 보고 달리는 두 대의 열차가 정해진 충돌 시각에 맞춰 질주하는 살풍경을 나는 오늘도 예감하고 있다. 그 모든 것의 근저에 ‘탐욕’이 자리한다. 욕망을 넘어선 탐욕, 특히 물질을 향한 욕망이 괴기스러울 정도로 거대하다.영화 ‘스파이더맨’ 연작에 등장하는 각종 괴물이 한반도 남단에 총출동해 있다는 불길한 느낌이 비단 나만의 감촉일까?! 어째서 우리는 탐욕의 열차를 멈추지 못하고 충돌을 향해 곧바로 직진하고 있는 것일까?!이 나라의 수많은 민초(民草)의 넉넉함과 선량함과 달리 탐욕을 부추기는 정치인들과 언론인, 일부 권력자들의 행악질을 통렬하게 경고하고 그들을 퇴출하지 않으면 우리 공동체에 적신호가 켜질 것은 자명하다. 부처님 오신 날에 전하고자 하는 나의 낮은 목소리다.

2022-05-08

홍준표의 신공항 공약, 민주당 설득이 관건

홍준표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면 인수위 첫 과제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 의제를 다루겠다. 통합신공항은 가덕도신공항보다 5년 빨리 개항(2030년)하도록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가덕도신공항은 바다매립 방식이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통합신공항은 공사 측면에서 더 용이하다. 대구경북의 힘을 모은다면 조기 완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사시 위기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천공항 중심의 일극 체제를 재편해야 하고,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항공정책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통합신공항 건설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홍 후보는 지난달 19일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도 “대구 50년 미래번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통합신공항 건설과 동촌후적지의 성공적인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항산단 200만 평을 조성해 대기업과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대구 동촌 이전터는 첨단관광상업지구로 개발하며 아파트는 짓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홍 후보는 최근 대구공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대구에 본사를 둔 항공사를 유치하고 후적지에는 플라잉카 이착륙장인 버티포트(vertiport)를 마련해 신공항까지 20분 이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홍 후보의 공약과는 별도로 새 정부에서도 통합신공항 국책사업화를 위한 관련 TF가 꾸려지고, 지난달 열린 TF 첫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최대현안이었던 국비 지원과 공공기관 개발참여가 긍정적으로 검토된 것은 희망적이다. 문제는 가덕도 신공항처럼 국비지원을 받아 통합신공항을 건설하려면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는 현재 홍 후보가 국회의원 시절 발의한 ‘대구통합신공항 특별법안’과 추경호 의원(달성군)이 발의한 통합신공항 관련 특별법안이 계류돼 있다. 칼자루를 쥔 측은 국회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다. 민주당 설득은 차기 대구시장, 경북도지사와 이 지역 여·야 정치권이 역량을 발휘해 풀어야 할 숙제다.

2022-05-08

북한 농촌의 에너지자립마을을 꿈꾼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난 2015년에 있었던 일이다. 러시아 현지 지사장을 맡고 있던 후배로부터 뜻밖의 주문이 날아왔다. 태양광 패널 100Wh, 200Wh, 300Wh 3종류를 구해줄 수 있느냐는 문의였다. 용도를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북한에 수출하겠다고 했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에 문의했더니 그 정도 용량은 너무 소형이어서 한국에서는 생산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에서는 최소한 1~3kWh 정도는 되어야 생산이 가능하다고 했다.그렇다면, 북한에서는 왜 이렇게 작은 소형패널이 필요한지 궁금했다. 내용을 알고 보니 뜻밖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하면서 기존 집단농장을 해체해서 농민들에게 농지를 분배했다고 한다.농가마다 1천~1천500평씩 나눠줬고, 몇 년이 지나자 부지런한 농부들은 잉여 농산물을 내다 팔아서 나름대로 재산을 형성했고, 여유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TV도 사고 휴대폰도 가지게 되었다.하지만, 대부분의 농촌지역이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으니 TV도 볼 수 없고 휴대폰 충전도 할 수 없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용량이 작은 태양광이라도 설치해서 전등 몇 개 켜고, TV도 1~2시간 보고, 휴대폰도 충전하고자 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얘기를 전해 듣고 몇 가지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첫째, 집단농장을 없애고 농민들이 자경을 시작하면서 북한 사회에도 시장경제가 싹트고 있다는 점이다. 사유재산을 늘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니까 생산량이 증가하고, 자연스럽게 잉여농산물을 거래하는 장마당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둘째, 북한 농촌지역에는 전기공급이 거의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한밤에 찍은 인공위성 사진에 암흑으로 나타난 북한 모습으로 이미 증명되었다. 10여 년 전 선교단체들이 가로세로 40~60㎝ 태양광 패널에 충전용 전구 2개를 달아서 아프리카로 보내는 일에 동참한 적이 있었다. 바로 북한 농촌의 모습이 그와 유사한 상황이라 여겨져서 새삼 놀랐다.셋째, 북한 농민들이 중국산보다 훨씬 비싼 한국산을 원한다는 것이다. 북한에서도 중국산은 값은 싸지만 품질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고 했다. 동시에 농민들 마음속에 강한 반중감정이 자리잡고 있다는 소리도 듣긴다. 이런 이유로 가격은 조금 더 비싸긴 하지만 한국산 태양광패널을 선호한다고 했다.마지막으로 새롭게 깨달은 것은 북한 농촌에도 부자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김정은 집권 10년이 지났으니 빈부격차가 상당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북한 농촌이야말로 탄소배출이 없는 이상적인 에너지자립마을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개발이 안된 북한 농촌이 가장 이상적인 21세기형 신·재생 에너지 기후환경사회로 직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내가 구상해본 북한 농촌의 탄소제로 에너지자립마을 조성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거주환경이 취약한 농촌지역에 북유럽·러시아풍 목조주택을 지으면 건축과정에서 CO₂ 배출제로 주택을 지을 수 있다. 북한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베리아에 수만 명의 벌목공을 파견했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러시아로부터 주택건설용 목재를 들여와서 목조주택을 짓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로 추측된다.특히 남향 지붕 한 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지붕일체형 태양광 주택’을 지을 경우 한 가구에서만 5~10kWh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집집마다 소형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면 2~3kWh 정도의 전력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다. 생산된 전기는 저장장치(ESS)에 갈무리해서 마을단위로 단일 그리드(전력망)에 묶으면 이상적인 에너지자립마을이 완성된다.북한은 지금 전기 불모지나 다름없다. 지난 2015년 기준, 북한의 발전설비 용량은 770만kW로 한국의 10%에도 못 미친다. 북한 당국이 오는 2044년까지 생산 목표로 잡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전력량은 500만kWh이다. 이 정도는 북한 농촌주택 100만 호에 호당 5kWh용량 태양광 패널만 설치해도 달성되는 목표치다.마을마다 독립된 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은 송·배전 손실을 줄일 수 있어 국제적으로 권장하는 사항이다. 북한의 노후화된 송·배전 설비는 송전 손실률이 20%(한국은 3.5%)에 달해 마을별로 독립된 그리드를 구축하는 것은 시급하다.북한의 끊임없는 핵·미사일 위협으로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상황에 놓여 있지만, 관계개선을 위한 다양한 채널은 열려 있어야 한다. 그 채널 중의 하나가 ‘북한 농촌 에너지자립마을 건설을 위한 협상창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협상창구는 남북관계 개선에 실용적인 성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내가 구상하는 에너지자립마을 건설이 가능해지기만 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가장 외톨이로 지내는 북한이 지구촌의 최대 현안인 탄소중립이라는 글로벌 어젠더에 있어서는 선도적인 나라가 될 가능성이 있다.나의 이런 생각이 엉뚱한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22-05-08

새 내각 인사 청문회를 보면서

배한동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흔히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윤석열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대통령에 당선되면 이 나라 최고 인재를 뽑아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역이나 세대, 당파를 뛰어 넘는 능력과 전문성에 기반한 인사를 기용하겠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의 코드 인사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 중엔 새로운 내각에 대한 첫 인사에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지난달 총리 후보를 포함한 내각 후보 명단이 발표됐고 현재 인사 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총리 후보의 인준 가능성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여소 야대 구도 하의 이번 청문회의 모습은 과거의 파행적인 모습과 달라지지 않았다. 후보의 비리의혹과 도덕성 문제가 여지없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과거와 다른 ‘혹시나 청문회’가 ‘역시나 청문회’로 이어지고 있다.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는 총리나 장관 없이 출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한덕수 총리후보 낙점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코로나와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그의 총리 발탁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었고, 청문회 통과는 무난하리라는 예상도 있었다. 그러나 청문과정은 그에 대한 기대와 예상을 뒤엎어 버렸다. 그는 총리 등 공직 퇴직 후 이 나라 최대의 로펌에서 4년간 20억원의 고문료를 수령했음이 드러났다.그는 로펌에서의 활동과 역할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국익과 공익을 위해 일했다’고 답변하면서도 구체적 활동 내역은 로펌의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했다.일부 의원들은 그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대가라고 비판하고, 그의 여러 공직 경력은 로펌을 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혹평하였다.과거 청문회에서 여러 총리 후보의 낙마사태가 연상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변호사 수임료 문제로 총리후보에서 낙마한 안대희 대법관의 데자뷰가 떠오른다. 차제에 고위 공직자와 로펌간의 회전문 인사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이번 청문과정에서 김인철 사회 부총리가 청문회 직전 전격 사퇴했다. 그의 사립대 총장직과 원로 교수로서의 경력은 장관후보로서 부족함이 없는듯 보였다. 그러나 청문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과거 여러 행적은 결코 국민들의 정서에는 부정적으로 비쳤다.누구나 선망의 대상인 미국의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본인뿐 아니라 아내, 아들, 딸 등 전 가족이 수령했던 것이다.이 장학금은 연 6천만원 뿐 아니라 이사비까지 지원되는 최고의 장학 제도인데 김 후보자 자신도 장학생 선발의 추천자임이 드러났다. 더구나 그가 제자의 논문 심사를 유흥업소에서 했다는 보도는 그에 대한 위신을 여지없이 실추시켰다.그가 청문회 전 전격 사퇴한 것은 윤석열 정부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사회 부총리 후보의 검증을 소홀히 한 인수 위원회 등 담당자들은 책임은 면하기 어렵다.보건 복지부 정호영 후보의 인사 청문회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여론의 질타로 의기소침할 줄 알았던 정 후보는 청문회 초반부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두 자녀 의대 편입이 도덕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견지했다. 정 후보자의 아들딸이 자신이 병원장으로 재직 중인 의과 대학 편입은 사실이지만 성인이 된 자녀가 자신의 자유의지로 편입한 것을 부모가 막을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같은 의대 동료 교수들에게도 ‘자녀가 떨어질까 두려워’ 알리지도 않았다고 강변하였다. 그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 두 자녀 모두 자신이 재직 중인 의과대학에 편입한 것은 국민 정서상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조국교수 자녀의 부모 찬스 문제로 세상을 들끓게 한 민심이 이를 용납키는 더욱 어려운 현실이다. 그는 자녀의 의대 편입이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맨 꼴이라 송구하다고 했으나 이 역시 적절한 비유로 보이지 않는다.5월 10일은 윤석열 새 정부의 출범일이다. 현재로서는 총리 인준은 기대하기 어렵고 거대 야당은 장관 후보 3∼4명의 낙마까지 주장하고 있다.이는 문재인 정부의 출범 시와 대동소이한 광경이다.각료들의 회전문 인사, 부모 찬스, 법인카드 사용, 병역비리, 자녀의 입시 스펙 쌓기 등은 청문회의 단골 메뉴가 되어 버렸다.새 정부의 인사 담당자들은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여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인사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공직자의 이해 충돌, 부모의 찬스 등도 상식의 잣대로 검증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또한 야당의 총리인준 연계 장관 후보 사퇴 요구는 새 정부 출범 발목잡기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고, 국민의 눈높이에서 벗어난 주장 역시 엄청난 역풍을 맞을 수 있다.국민들의 인사에 대한 요구 수준은 저만큼 높아졌는데 후보의 도덕성은 더욱 퇴락하여 안타까울 뿐이다. 혹시나 했던 청문회가 역시나 청문회로 전락한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다.

2022-05-08

여성가족부는 계륵인가?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내각 인선 발표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되면서 당분간은 존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고 보면, 여성가족부는 폐지하자니 아쉽고 유지하자니 큰 명분이 없는 상태가 되어 계륵이 된 모양새다. 계륵이란 닭의 갈비뼈라는 뜻으로 버리자니 아깝고 먹자니 먹을 것이 없는 것을 뜻한다. 여성가족부는 어쩌다 계륵이 되었을까?여성가족부의 전신은 여성부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부 또는 여성 업무 전담 부서가 생기게 된 것은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제4차 세계여성대회에서 유엔의 결의안이 채택된 데서 비롯됐다. 이 선언을 계기로 우리나라도 2001년 여성부를 설치한 것이다. 그러나 여성부의 역사는 순탄치 않았다.여성부가 설치되고 보건복지부 업무가 점점 이관되다가 2004년 보건복지부에서 담당하던 영유아 보육사무를 이관받은 후 그 다음 해에는 아예 명칭도 여성가족부로 바꾸고 보건복지부의 가족 관련 업무까지 여성가족부로 이관시키면서 여성부의 설립 이유가 흔들리기 시작했다.2008년 잠시 여성부로 개편됐지만, 다시 여성가족부로 바뀌고 보건복지부의 청소년과 가족 관련 업무를 이관시켰다. 그 후 점차 청소년과 가족 관련 예산이 증가하면서 올해에는 여가부 예산 1조 4천억 원 중 여성 예산은 2천억 원에 불과하다. 이제는 여성가족부라는 명칭이 무색해지고, 가족여성부 또는 청소년가족부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상태가 됐다. 그러나 이렇게 여성 예산이 적은 것은 성차별이 해소되었기 때문은 아니다.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3년부터 매년 봄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유리천장 지수가 높을수록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인데, 우리나라는 조사가 시작된 첫해부터 올해까지 10년 내내 조사대상국 29개국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남녀 임금 격차도 31.5%로 가장 높고,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모두 꼴찌이다.그런데도 5월 7일 뉴스를 보니, 여가부 장관 후보를 지명한 일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인지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성가족부를 폐기하는 안건을 발의했다. 하루전까지만 해도 인구가족부로 발의한다고 예상했는데 아예 폐지로 돌아선 것이다. 그 대신 청소년과 가족 업무는 보건복지부로 이관하고 보건복지부 장관을 부총리 급으로 격상시킨다는 것이다.여성가족부가 이렇게 치이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부처 이름이 대상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업무가 여러 부처에 중복되어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여성부가 독립되어 있지 않고 부처마다 국의 형태로 설치돼 있다.유리천장 지수 꼴찌에서 보듯이 한국의 여성 차별의 구조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브라질, 방글라데시, 네팔, 인도는 물론, 프랑스를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도 여성부가 있거나 여성 전담 기구가 있다. 나라마다 형태는 다를지라도 구조적 성차별 문제를 해결할 전담 부서는 필요하다.

2022-05-08

코로나19 펜스

강길수 수필가 학교 녹지화단에서 영산홍꽃이 활짝 웃으며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하지만, 갈 수 없다. 전 같으면 여러 사람이 정자나 곁 의자에 앉아 웃음꽃을 피우고, 더러는 운동장을 걷고 있을 시간이다.무엇이 마음에 걸리고 억누르는 것만 같다. 찝찝한 생각도 가슴을 붙잡는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 후 새로 세운 펜스 때문이다. 펜스는 녹지의 화단이나 정자, 의자 같은 시설물들 위치를 고려하지 않고 부지경계선 위에 무작정 놓아졌다. 그 바람에 녹지의 꽃과 나무, 편의 시설들이 그만 갇힌 신세가 되고 말았다.십여 년 전쯤, 전국적인 ‘담장 허물기’ 붐이 일었다. 초등학교는 물론 관공서, 종교시설까지 담장 허물기 사업이 벌어졌다. 국민 쉼터가 부족한 우리나라 도심의 현실에서 담장 허물기 사업은 가뭄의 단비였다. 덕분에 주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쉬거나, 걷기운동까지 하게 되었으니 정말 따봉이었다. 피부에 와 닿는 위민(爲民)행정의 한 표본이었다.출퇴근 시마다 한 초등학교 곁을 걸어 지나다닌다. 보도 옆 학교 구내엔 아름다운 녹지 정원이 담장 허물기 사업으로 마련되었다. 정자, 야외의자 등 편의 시설도 함께 있어 도심의 훌륭한 녹지 쉼터다. 많은 시민이 쉬거나 여가를 즐기는 곳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철길 숲이 생기기 전엔 나도 자주 걷거나 쉬었다. 코로나19가 퍼진 어느 날, 어른 허리춤 높이의 ‘코로나19 펜스’가 녹지 정원을 막아섰다.우리말 ‘울타리’는 풀이나 나무 따위를 얽거나 엮어서 만든 일종의 표지(標識)다. 경계를 알려주어 사람이 스스로 넘지 말라는 안내판 같은 것이리라. 하지만, 코로나19 전염을 막으러 설치한 이 금속펜스는 울타리로 보이지 않는다. 하얗게 칠하고 알록달록한 동그라미, 타원, 세모, 마름모 모양의 무늬들로 꾸몄다. 그러나 사람 출입을 강제로 막으려는 시설물이니, ‘울타리’가 될 수는 없을 터다.금속펜스의 높이나 견고성으로 볼 때, 영, 유아나 노약자 말고는 맘먹으면 누구나 넘을 수 있다. 때문에, 범죄 의도를 품고 넘는 자는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시민 쉼터만 빼앗은 결과가 되고 말았다. ‘코로나19 펜스’를 세운 이곳 초등학교들의 녹지 차단 모습은 거의 같다. 비용은 따지지 않더라도, 뻔히 보이는 것을 애써 감추려는 나라 살림의 단면을 펜스를 통해 보는 것 같아 답답하고 씁쓸하다.대통령이 ‘촛불혁명’이라 자칭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권의 지난 5년이, 학교의 ‘코로나19 펜스’ 같아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아름다운 녹지가 눈에 뻔히 보이는데, 불필요한 펜스가 가로막아 갈 수 없는 답답함…. ‘소득 주도 성장론’의 실패처럼 나라의 경제, 안보, 외교, 복지, 의료, 국방 등 주요 정책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펜스처럼 만들어져, 주권자 국민과 소통하지 못했다. ‘내로남불’의 먹먹한 세월만 보냈다.이번 3·9 대선은 중앙 선관위의 통계수치가 증명하는 ‘부정선거’ 정황에도 불구하고, 하늘의 도우심으로 정권이 바뀌게 됐다. 새 정부는 나라의 요소요소에 필요 없이 막아 세운 ‘코로나19 펜스들’을 하루빨리 제거해 나가면 좋겠다.

2022-05-08

경북도 원전생태계 복원… 스피드가 중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수출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포함하면서, 경북도의 침체된 원전 산업이 새 전기를 맞게 됐다.경북도가 지난달 인수위에 건의한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와 SMR(소형모듈원전) 개발 등이 국정과제에 들어감으로써 원전관련 산업이 되살아나고 전문·연구 인력양성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북도로서는 새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성장의 핵심동력을 얻은 셈이다.발표된 국정과제에는 울진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와 원전 핵심기자재 국산화, RD(연구개발) 인력양성을 통한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화, 원전의 수출산업화, SMR 개발 및 원전연계 수소생산 등이 포함됐다.새 정부는 우선적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조속히 재개할 방침이다. 신한울 3·4호기는 주기기 사전 제작 등에 이미 7천억원 이상 투자했지만 2017년 현 정부가 공사를 중단했다. 이를 새 정부가 다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SMR 시장과 관련해선, 경주에 SMR 개발을 담당할 문무대왕과학연구소를 건립중에 있다. 그리고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생산을 비롯해 관련 기업유치를 위해서도 울진에 수출·실증 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경북도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아 지난 5년 동안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국가 전체적으로 원자력산업 매출은 2016년 27조4천513억원에서 문 정부 시절인 2020년 22조2천436억원으로 18.9% 줄었다. 같은 기간 원전 기자재 제조 분야 매출도 2조1천499억원에서 1조6천992억원으로 22.4% 감소했고, 건설 시공 분야는 1조6천141억원에서 7천459억원으로 53.8% 급감했다.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강조했듯이, 새 정부의 원전사업 재개는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원전생태계는 거의 파괴되고, 여기에 종사하는 우수인력들도 대거 유출됐다. 이를 복원시키려면 국정과제에 제시된 주요 사업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 원전산업의 핵심기지인 경북도의 역할이 중요하다.

2022-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