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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등록일 2023-04-11 19:28 게재일 2023-04-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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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우리나라의 인구 소멸 문제가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존폐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5년부터는 총 인구수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2060년에는 총 출생아 수가 20만 명 이하로 집계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 문제는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논의된 사안이 아니다. 이미 10~20년 전부터 인구감소에 대한 경고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 보고되었고, 관련된 여러 통계값들의 변동 추이는 우리 사회가 심각한 인구 절벽의 문제를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인구감소 문제는 우리가 20년 전부터 여러 데이터를 통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객관적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데이터로 발견한 하나의 사실은 매우 객관적이다. 데이터 값 그 자체의 꾸밈없고 편향되지 않은 고유한 특성은 주관적 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가 덜 편향되고 덜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무리 죄가 명백해 보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그에게 유죄를 선언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데이터를 통해 알려진 인구 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는 그 어떤 정치적 또는 상업적 의도가 내포되지 않은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였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했다. 다만 기성세대라고 하는 우리 모두가 국가의 존폐가 달린 이 심각한 문제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거부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저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만 집착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동기부여(세금 감면, 부동산 청약 우선순위, 공공 정책 지원 등)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통계측의 40년 후 예측치 역시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결국 데이터 활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데이터를 통해서 객관적인 사실을 찾아내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이 객관적인 사실의 경중을 이해하고 판별하는 가치 체계이다. 물론 데이터의 양과 종류가 더 늘어나다보니 데이터로부터 수집한 수많은 객관적 사실들 중에 중요도를 판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무엇이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

데이터는 결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다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우리가 그 의미와 중요성을 가리는 잘못된 또는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수많은 데이터가 경고하고 있는 객관적 예측들을 너무 쉽게 간과할 뿐이다. 현 사회와 더 나아가서는 우리 자녀들이 살게 될 미래 사회를 더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데이터가 제공해주는 유익하고 객관적인 여러 정보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겸손함과 그러한 정보들을 잘 판별하여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현명함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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