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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역지사지 · 다른 시각으로 보기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미국 유학 시절의 일이다. 비영어권에서 온 학생들의 영어 토론 수업 시간, 각 국가의 정치체제가 주제였다. 군사 정변으로 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을 반대하여 직선제 선거를 한 한국. 정변의 공범인 노태우 씨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군사 정변의 주범들이 연이어 대통령이 된 것이 싫었지만, 우리나라가 외국인들 눈에 낮춰 보이는 것은 더 싫었다.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당혹함을 되돌려 줄 심사로, 미국인 교수에게 물었다. 미국 레이건 대통령이 니카라과 내정에 간섭하여 군대를 파병한 것에 대한 교수의 의견을 물었다. 교수는 평온한 표정으로 답했다.‘파병은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 레이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 답을 들은 순간의 충격은 이전의 당혹스러움이 잊혀질 만큼 강렬했다.내가 가진 국가관이 깨어지는 충격이었다. 국가 안에서 지도자와 국민은 하나라고 생각했었다. 유교적 문화 배경에 더해 전체주의 교육을 받은 결과다. 그것이 유일하고 진리인 국가관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국가와 지도자, 지도자와 국민 개인을 분리하여 생각하는,‘새로운 우주’가 열린 것이었다. 이것이 미국 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보다 인생에 더 소중한 자산이 되었노라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교수가 되기 전에 십여 년 기업에서 일했다. 새로 인수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성공하고 성장하는 회사가 아니었다. 안팎으로 많은 문제가 있는 회사였다. 당장 해야 할 일이 산적했지만, 회사 구성원들과 6개월간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했었다. 모회사에서는 회사가 변하는 속도가 늦다고 채근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구성원들의 제안을 듣고 토론하고 합의하여 회사의 나아갈 방안을 정했다. 그 이후에는 일일이 설명하거나 강압할 이유가 없었다. 한 마음으로 일하는 임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돌아보면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조금씩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눈이 열리며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시간을 보낸 것이다.우리는 조급하다. 빨리 이루려 한다. 게다가 내 이름으로 이루려 한다. 2년 임기의 임원으로, 4년 임기의 국회의원으로, 5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무언가를 이루려 한다. 일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자리에만 오르면 조급병에 걸린다. 진정 성공하려면 먼저 이전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중에 좋은 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바꾸기보다는 바른 방향에 있는 것을 계속해야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자신의 임기에 마칠 수 없는 더 큰 꿈을 그려 후임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런 지도자가 훌륭한 지도자이다. 우파 지도자로서 어떤 좌파 정책의 우수함을 칭찬하면 얼마나 멋질까.상대편 전임자 정책의 우수함에 손뼉 쳐주는 멋진 지도자가 나오는 날, 우리 사회는 틀림없이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사회가 되어 있을 것이다.

2023-07-11

100개의 우주

전재영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미국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패배하게 되면서 나치 독일과 일본 제국의 분할통치를 받게 된다. 비록 전쟁에서 패배했지만, 나름 평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어떤 필름 하나가 비밀스럽게 돌고 있었다.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증명하는 촬영 장면들이 담겨 있는 필름이었다. 그 필름은 묘한 감정과 수많은 질문들을 불러일으켰다. “연합국이 승리했다면, 도대체 어떻게 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 속고 살 수 있다는 말인가?”미국의 SF작가 필립 K. 딕이 1962년에 발표한 한 소설책의 도입부 줄거리이다. 대체 역사 장르에 속한 이 소설은 6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냐하면, 어쩌면 우리도 우리 삶의 일부분을 이런 형태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한 예로, 필터 버블을 들 수 있겠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진보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는 진보적 성향의 콘텐츠만 보여주고 보수적 성향의 콘텐츠는 걸러내 버림으로써, 정보를 편식하게 하고 균형 있는 사고를 할 수 없게끔 만든다. 버블에 가둬두고, 나에게 지금 보이는 것이 전부인양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를 계속 접하게 되는 것은 강화학습으로 이어져 자신의 생각을 더욱 더 확고하게 만들어버린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버블에 사실 꽤 익숙해져 있다. 한국에서 유난히 인기 있는 MBTI를 보자. 우리를 버블 안에 가둬두고 “넌 이런 사람이야”라고 규정하는 것에 왜 사람들은 그렇게 열광하고 당연시 여기는 것일까? 우리는 그렇게 창조되지 않았는데 말이다.“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우주가 있다”라는 말이 있다. 빅테크의 알고리즘은 각 개인에게 맞춤화된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자신들의 플랫폼이 100명에게 각기 다른 100개의 우주를 제공하는 것처럼 말한다. 그런데 사실, 그 우주는 우리를 가두는 버블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더 위험한 것은, 개개인의 우주에 주입되는 콘텐츠는 개개인의 성향에 맞게 준비되지만, 사실 그 과정 중에 인간의 행동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그런 요소들 또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PSY-OPS이며, Cambridge Analytica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8천7백만 명의 페이스북 사용자 프로파일과 온라인 광고를 이용해,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 영국의 Brexit, 기타 브라질, 필리핀, 케냐 등 여러 선거에서 투표자의 행동에 불공정한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어쩌면 우리는 프랑스의 양치기들이 사용하던 표현, ‘개와 늑대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해질녘, 낮도 밤도 아닌 모호한 시간의 경계에서,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죽이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런 시간 말이다. 해질녘, 모든 것이 다 그냥 붉게만 보이는 그런 시간 말이다.지금 우리 개개인의 우주에 빅데이터와 AI가 걷잡을 수 없이 들어오고 있다. 붉게 물든 하늘 감상에 마냥 젖어 있을 때가 아니다. 깨어 있는 시선이 필요할 때이다.

2023-07-04

빅데이터 시대 교수의 역할

김정현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대한민국의 수많은 대학교는 오랫동안 주입식 교육방식을 채택해 왔다.이러한 교육방식에서 교수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었고 학생들은 전달되는 지식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필자가 경험한 대한민국에서의 학사, 석사 과정에서의 수업들도 대부분 교수가 수업 시간에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들은 전달된 지식을 외우고 시험을 통해 성적을 얻는 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기억한다. 돌이켜보면, 해당 교육방식은 지식의 전달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적어도 필자에게는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대한민국에서 경험한 단기적인 정보의 습득과 암기에 초점을 둔 교육방식과는 다르게 필자가 경험한 미국 박사과정에서의 교육방식은 토론 위주의 수업이었다. 학생들은 수업에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처음에는 토론식 교육방식이 어색하여 수많은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하게 되었지만, 돌이켜보면 토론 위주의 수업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 의사소통 방법, 그리고 문제 해결 접근법 등을 배울 수 있었다. 이러한 교육방식에서 교수의 역할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이 해당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학생들을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만들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었다.빅데이터의 출현과 함께 현대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교육 분야 또한 상당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과거의 전통적인 교육방식과는 달리 이제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직접 지식을 전달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양한 온라인(Online) 교육 및 강의 자료가 흘러나오고 있다. 가령, 미국 보스턴(Boston)에 있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양질의 교육을 전 세계에 공급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오픈 코스웨어(Open Course Ware)가 그러하다. 이는 곧 강의실 안에서 지식을 전달하는 교수의 역할은 언제든 보다 좋은 교육 매체에 의해 대체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빅데이터 시대 교수의 역할은 무엇일까.우선, 현대 시대의 흐름 속에서 교수들은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흐름에 적합한 교육방식을 지속해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주입식 교육방식보다는 토론식 교육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강의실 안에서 배운 개념들을 강의실 밖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또한, 실제 산업 현장의 문제들을 다룰 수 있는 프로젝트(Project) 기반의 수업을 설계함에 따라 학생들이 산업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과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데이터(Data) 사용의 윤리적인 책임을 가르치는 것 또한 빅데이터 시대 교수의 역할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2023-06-20

인공지능 규제와 데이터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심상치 않게 들린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을 지금부터 통제하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SF영화와 같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생성형 AI가 학습에 이용된 데이터의 출처와 저작권 등의 공개를 의무화하는 인공지능법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데이터의 위험도에 따라 인공지능 기술을 금지, 고위험, 제한된 위험, 최소 위험으로 분류하는데, 그 중 금지된 인공지능에 해당될 경우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적용을 금지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규제들이 오히려 인공지능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사실 기술 규제는 비단 인공지능만의 이슈가 아니다. 기술에 대한 규제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끊임없이 논의되어 왔다. 아무리 완벽한 기술이라 할지라도 그 파급효과까지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기술 규제는 기술이 조금은 제한된 환경에서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의 인공지능 규제는 어디에 초점을 맞춰 설계되어야 할까? 유럽연합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유럽연합의 인공지능 규제 법안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결국 요지는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보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 있어 활용되는 데이터를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의 활용, 시장에서의 경쟁, 기술 그 자체의 진보에 있어서 데이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앞으로 인공지능 경쟁은 사실상 데이터 경쟁임을 의미하며, 좋은 양질의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또 다른 시사점은 인공지능 시대에서 완전한 지식의 공유는 없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보편적 지식 확산에 기여하더라도 여전히 학습한 데이터의 가치에 따라 지식의 불균형이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이는 지금보다 더 불평등한 사회적 구조를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앞으로 인공지능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 뿐만 아니라 여러 구성원들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절한 기술규제의 설계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앞선 사례들을 통해 파악한 것처럼, 인공지능 규제는 우리나라가 보유한 양질의 데이터를 보호하고 그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동시에 우리 사회 안의 지식 불균형 혹은 인공지능으로 인한 정보 차별을 방지 또는 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 기술규제가 단순히 기술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데이터에 대한 규제인 것을 기억하자.우리가 결국 지금 더 보호해야하는 것은 최첨단의 기술이 아니라 남들이 갖지 못한 우리만의 고유한 데이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기업과 젊은 청년들이 인공지능 시대에서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그런 인공지능 규제가 마련되길 바란다.

2023-06-06

성숙한 인공지능을 기다리며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인공지능의 시대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한다.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는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 토대가 되었다. 학습에 사용할 데이터는 양적으로 폭발하고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정보는 이런 데이터의 양과 다양성 증가에 일조하고 있다. 그런데 SNS에 게시되는 데이터는 자신이 원하는 모습만 노출하기에 편향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런 데이터에 매몰된 우리는 편향과 오류 가능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견해를 더욱 강화하는 근거로 삼기도 한다.인공지능의 시대, 특별히 생성형 인공지능이 열어놓은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기술 발전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아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기술만능주의에 빠지고 있지는 않은지 유의해야 한다. 인공지능 분야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더라도, 그 기술은 불가피하게 데이터에 의존하게 된다. 또한 효과적인 생성형 인공지능의 학습 과정에는 인간의 평가가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보여주고 싶은 것만 노출하는 SNS, 대화와 토론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온라인 매체들에 포위된 우리는 편향된 데이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데이터는 대상을 관찰하고 인식하는 주체의 관점을 반영한다. 편향을 줄이려면 다양한 관점으로 접근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인식의 한계로 관찰하지 못한 영역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아직까지의 인공지능은 지식의 가공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접근 가능한 데이터에 의존하고, 모델이 예측한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평가 또한 필요하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의 신뢰도는 사용한 데이터의 품질과 평가에 참여한 인간의 수준에 따라 편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인공지능이 생성한 불완전하거나 악의적인 정보로 인한 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에서 문체위 소속 이상헌 의원이 대표 발의한 ‘콘텐츠산업 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입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이 법률개정안은 인공지능으로 제작된 콘텐츠를 공개할 때 인공지능에 의한 제작물임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입법 취지에 무책임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오남용을 방지하려 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서 이와 같은 입법 활동이 활발하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장기적으로 근거 데이터와 학습 방법을 밝힐 수 있는 책임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기술로의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오늘날 인공지능은 사용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로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는 지식의 영역을 다룬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기에 인공지능에게 공감과 지혜를 기대할 수 없다. 편향 없는 데이터에 기반하고 성숙한 인간이 평가에 참여해야 바람직한 인공지능의 개발이 가능하다. 오늘의 인공지능은 힘은 세지만 지혜가 부족한 사춘기 모습이다. 기술이 견인하고 법과 제도가 틀을 잘 잡아야 균형 잡힌 인공지능이 가능하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내일, 성숙한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기대한다.

2023-05-30

인공지능, 나의 해방일지

전재영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일반 사람들은 물론, 심지어 예제 코드와 데이터를 사용해서 인공지능을 직접 만들어본 사람들조차도, 꽤 괜찮은 인공지능 서비스가 만들어지기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적, 재정적, 환경적 비용이 필요한지는 잘 모르거나 아예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코딩대회에서 사람과 경쟁하며 문제를 푸는 AI를 만들어낸 딥마인드의 한 관계자에게 질문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수백 대의 기계를 사용해 AI 모델을 단 한 번 훈련시키는 데만도 꼬박 2주가 필요하다고 답해주었다. ChatGPT 운영비용은 한 달에 최소 300만 달러가 필요하며, 초기 버전에 탑재 되었던 GPT-3 모델을 훈련시킬 때 약 502톤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는 조사결과가 있었다. 이는 뉴욕발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 한 대가 방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의 500배에 달할 만큼 어마어마한 양이다.그런데 이런 비용 말고 더 중요한 다른 비용이 있다. 바로 인간비용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건널목 신호등을 가리키며 빨간불일 때는 멈춰야하고 파란불일 때는 건너도 된다고 알려주는 것처럼, 기계에게도 인간이 일일이 각 상황에 맞는 정답을 알려주며 학습시키는 것을 지도 학습이라고 한다. 그리고 각각의 주어진 상황에 정답을 부여하는 작업을 보통 레이블링이라고 한다. 오늘날 기계가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고, 120개에 달하는 강아지의 품종을 하나하나 사람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맞출 수 있는 이유는 막대한 양의 레이블 작업을 수행했던 수많은 사람들이 뒤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선정적이고 부적합한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서도 인간의 도움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물론 ChatGPT도 예외는 아니다.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 위치한 한 기업과 계약을 맺었고, 수백 명의 케냐 사람들은 9시간 교대 근무 형태로 레이블링 작업을 수행했다. 그런데 문제점이 있었다. 시간당 2달러가 채 되지 않는 임금은 사실 나중 문제다. 레이블링 작업이라는 이름하에, 여러 형태의 폭력, 강간, 사형, 아동학대 등의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결과, 이들이 정신 이상 증상을 보인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착취공장이었고, 인공지능을 등에 업고 가는 현대판 노예였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진 인공지능에 열광하고 있다.사실 이러한 레이블링 작업은 고등의 전문교육의 기회를 접하지 못한 최빈국 사람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X-ray 사진을 보고 폐렴인지 정상인지를 구분하기 위한 AI, 눈 사진을 통해 백내장을 판별하는 AI도 고도로 훈련받은 전문가들의 레이블링이 필요하다.사회심리학자이면서 정신분석학자였던 에릭 프롬은 말했다: “과거의 문제는 사람들이 노예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미래의 문제는 사람들이 로봇이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그는 로봇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사실 우리는 여전히 이런 저런 형태의 노예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여전히 해방일지를 쓰고 있는 중이다.

2023-05-23

빅데이터 시대의 공학교육

김정현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최근 대한민국의 많은 공학과 연관된 기업들이 빅데이터(Big Data) 관련 다학제간(Multi-disciplinary) 융합 및 실제 문제(Real-world problem)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일부 국내의 대학교에서는 공학 및 빅데이터 관련 산업체에 속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산업체 설문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설문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학부 과정을 마치고 바로 회사로 합류하게 된 대부분 학생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대한민국의 기존 주입식 교육방식 혹은 정답만을 요구하는 교육방식으로 인해 학생들이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문제에 접근하는 능력,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의 부족으로 나타난 결과라 생각한다. 미국 대학교의 경우, 이러한 잠재적인 문제들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프로젝트(Project-based) 기반 수업을 제공함에 따라 강의실 안에서 배운 개념 및 이론들을 강의실 밖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회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예를 들어, 미국 앤아버(Ann Arbor)에 있는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는 6학점으로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설계하고 있으며, 학기 초에 기업체를 통한 실제 프로젝트들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하도록 해당 수업을 설계하고 있다. 또한, 미국 애틀랜타(Atlanta)에 있는 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도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와 같은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산업체의 전문가들과 학생들을 연결하여 학생들에게 문제를 설계하는 방법, 연구를 수행하는 방법, 청중에게 발표의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 그리고 산업체 전문가와 소통하는 방법 등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하고 있다.빅데이터의 출현과 함께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국내의 대다수 기업 또한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도 해당 기업들은 졸업 이후 회사의 추가적인 교육 없이 곧바로 실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희망할지도 모르겠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교육 방법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해 보이며 더 나아가 주입식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이 강의실 안에서 배운 개념을 강의실 안에서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실 안에서 배운 개념들을 학생들이 강의실 밖에서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 믿는다. 더 나아가 빅데이터 시대의 적절한 공학교육을 위해서는 학교가 현재 산업체가 요구하는 역량을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존의 교과목 및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2023-05-16

우리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보통 역사를 ‘인간 활동의 기록’ 또는 ‘인간사’라고 많이 얘길하지만, 역사 속 굵직한 사건들을 되돌아보면 기술의 역할이 인간보다 더 중요하게 작동한 경우들이 종종 있었다. 대표적으로 산업혁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당시의 핵심 기술을 발명한 사람보다는 기술 그 자체를 떠올린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발명가 없는 발명이 존재할 수 없는 것처럼 기술을 발명하는 인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결국 산업혁명을 통해 발생한 여러 산업적 또는 사회적 변화들이 새로운 기술의 활용과 확장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적어도 산업혁명만큼은 이를 인간사 보다는 기술사로 보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산업혁명을 기술과 그 활용의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발견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은 바로 각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이 가진 긍정적 기대 효과와는 별개로 그것이 실제 우리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의 무게가 상당히 무거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이었던 내연 기관은 기대처럼 대량 생산을 통한 경제 성장 및 도시화를 촉진시켰지만, 한편으로는 소득 불평등이나 환경 문제와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디지털화가 본격화된 3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ICT 기술은 디지털화나 자동화를 통해 정보 차원에서의 불평등 문제를 완화시켰지만, 동시에 디지털 격차, 사회적 고립, 개인정보 및 보안 문제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낳기도 했다.결국 기술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들은 실제로 해당 기술을 접한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고 또 이로부터 야기되는 일련의 변화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내연 기관의 등장으로 전보다 노동의 수고는 줄었지만 팽배해진 인간의 이기주의는 빈부의 격차를 악화시키고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야기했다. ICT 기술의 활성화는 인간이 서로 더 잘 소통하며 공유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온라인 상에서의 익명성은 사회를 단절시키는 개인주의 문제를 일으켰다.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기술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고 고도화된다고 가정했을 때, 앞으로 우리는 사이버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경계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이전보다 더 고도화된 ICT 중심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활용하며 살게 될 것이라고 한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두 기술의 수준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종합해서 생각해보았을 때 적어도 하나 분명한 것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거의 모든 산업과 사회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변화라는 것은 결국엔 그 기술을 사용하는 우리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우리가 어떻게 사용하고 또 이로 인해 발생되는 변화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도 있고 더 나빠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기억하자. 앞으로 우리가 마주하게 될 변화들은 바로 우리 손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2023-05-09

성취하려면 바꾸지 말아야 한다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바꾸지 않아도 행복한 나라. 영국의 이야기다. 이전 직장동료 부부가 영국에서 지내는 동안의 관찰과 경험을 기반으로 쓴 책의 제목이다. 수백 년 전통을 가진 대영제국의 나라, 영국은 과거 영광의 상당 부분을 반납했지만, 아직도 건재한 나라다. 빨리 바꾸는 것이 미덕인 한국인의 눈에는 참 신기했다고 한다. 시민들이 불안해할까 해서 경찰도 뛰지 않는다고 했던가.하루가 멀다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가 출현하는 요즘, 10년 이후의 사업의 지형을 예측하는 것은 무의하다. 이 급변하는 환경의 와중에도 국가의 미래는 설계되고 또한 실현되어야 한다. 우리가 진정 변화하려면 혁신하려면, 그 지향점을 변경하지 말아야 한다.1999년 봄 새로 과학기술부 장관에 취임한 서정욱 장관이 대덕연구단지를 방문했다. 취임 이후 출연연구기관들을 방문하고 기관장들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당시 연구단지 담당 기자 한 분이 출연연구기관의 신진 과학자들과 장관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기획했고, 필자도 그 자리에 초청받아 참석하게 되었다. 밤늦은 시간 계룡산 자락 도예촌의 한적한 찻집에서 장관과 청년 과학자들의 만남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이날 모임의 모든 대화는 다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는데, 오래 잊히지 않는 장관의 말이 있다. “장관이 바뀌었다고 정부 정책이 바뀌면 어떻게 과학기술자들이 안정적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기에 내가 장관으로 취임했지만, 전임 장관이 세운 계획은 바꾸지 않고 지속해서 추진해 나가려고 합니다.”2차세계대전 이후 한 세대, 동서냉전의 시기만 해도 누가 독일의 통일을 꿈꿀 수 있었을까. 그러나 동서독의 통일 과정에서도 바꾸지 않는 것의 힘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후 서독에서는 기민당과 사민당이 정권을 바꾸며 수상이 되었지만, 그 기간 동독을 향한 서독의 정책은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서독 정부는 서독의 주민들은 물론 상대방인 동독의 주민들,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인 주변국들로부터 견고한 신뢰를 확보할 수 있었다. 분단의 상징 베를린장벽은 하룻밤에 무너졌지만, 실제로 통일은 서독 정치인들의 불변함을 통해 수십 년간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다.우리나라의 정책은 대통령이 바뀌는 5년마다 바뀐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에 동일한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금기시된다. 5년마다 정책과 목표를 변경하니, 5년짜리 계획만 무성하다. 단거리 스프린트는 잘 뛰는데 장거리 마라톤은 꼴찌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받아든 성적표의 명암이다. 세계 10위권 경제 강국, 동시에 OECD 최고 자살률 국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유일한 국가, 동시에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의 국가. 이제 우리 다음 세대에도 자랑스러울 나라의 모습을 꿈꾸고 싶다. 그리고 그 꿈 이룰 긴 계획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고 바꾸지 않아야 한다.바꾸지 않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굳게 방향타 흔들리지 않게 붙들고 있는 것은 아무 일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바뀌는 환경과 상황에도 본질을 유지하기 위해 죽을힘 다 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그 노력이 소중하다.이제 길게 계획하고 바꾸지 말자.

2023-05-02

AI 진리전쟁

전재영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는 역사에 대해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역사란 인쇄된 종이 조각에 불과한 것. 중요한 것은 역사를 만드는 일이지, 역사를 쓰는 일이 아니다.”그가 정확하게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런 말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역사를 만드는 일 만큼, 역사를 쓰는 일은 예전에도 중요했고, 앞으로 어쩌면 더 중요해질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금껏 불러왔던 역사라는 것이, 이제는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데이터라고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데이터는 인간의 단순한 질문에서부터 철학, 종교, 윤리 등 모든 분야의 심오한 질문들에 응답할 수 있는 AI 개발을 위해 사용되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지금 ChatGPT에게 낙태나 이민자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을 하면, 매우 중립적인 자세를 취한다. 이런 답이 가능한 것은, 사회적 이슈가 될 법한 내용들은 ChatGPT를 만든 OpenAI가 검열 작업을 했기 때문이다. 작년 11월 ChatGPT가 처음 나왔을 때의 편향된 답과는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잘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여기서 좀 더 깊게 생각해 볼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검열 작업이 누구의 생각을 바탕으로 되었냐는 것이다. 위키피디아의 글들은 전 세계 흩어져 있는 많은 사람들이 협업을 통해 검열을 하지만, ChatGPT에 행해진 검열은 한 조직의 생각에만 기반을 둔 검열이기 때문이다.우리는 구글 검색을 할 때, 일일이 링크를 눌러보며 내가 찾는 것과 가장 가까운 검색결과를 분별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을 전부 건너뛰고, 바로 답을 줄 수 있는 ChatGPT가 구글을 대체할 것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의 독점이 딱히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구글 검색을 하는 동안은, 우리가 검색 결과를 추려내는 일종의 검열자 역할을 스스로 한 것이나 다름없기에, 최소한 진리를 강요받지는 않았다. 아니 최소한 무엇이 진리이고 무엇이 비진리인지를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는 선택의 여지는 우리에게 주어졌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선택권을 잃어버리는 중이다.OpenAI는 계속 중립을 유지할 것이라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 회사는 인공지능 기술이 어느 한 대기업이나 한 국가에 속하는 것을 원치 않는 몇몇에 의해 세워진 비영리회사로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몇 억 달러를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공급받는 하청업체가 되어 버렸다.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을 쫓아내고 공화국을 세운 동물들은 7계명을 작성했고, 그 중 하나는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동물이 죽임을 당했는데, 원래 계명은 이미 소리 소문 없이 “이유 없이 동물을 죽이면 안 된다”로 수정되어 있었고, 어느 누구도 원래 계명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 했기에, 그 죽임은 이유 있는 죽임으로 합리화 된 채 그냥 그렇게 마무리 된다.위키피디아가 시작한지 20년이 지났다. 이제는 위키피디아에 있는 문서들에 대해 진리를 판가름하려 드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동물농장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이제 진리전쟁을 준비해야만 하는가?

2023-04-25

부족함 속에 감춰진 능력

김정현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 플라톤은 행복의 조건으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다.첫째, 의식주를 해결하기에는 조금은 부족한 듯한 재산. 둘째,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외모. 셋째, 자신이 기대하는 것의 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넷째, 남과 힘을 겨루어 한 사람은 이겨도 두 사람에게는 질 정도의 체력. 다섯째, 자신의 연설을 듣는 사람의 반 정도만 박수를 칠 정도의 말솜씨. 이처럼, 플라톤이 이야기하고 있는 행복의 조건에는 한 가지 공통분모가 있어 보인다. 그것은 바로 완벽함이 아닌 부족함이다. 우리가 현재 살아가고 있는 세상은 우리에게 지속해서 완벽함을 요구하지만 때로는 부족함이 우리의 인생에 더 큰 가르침을 주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 필자는 이를 “부족함 속에 감춰진 능력”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앞서 언급한 부족함 속에 감춰진 능력은 빅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전 알고리즘(Genetic algorithm)과 담금질 기법 알고리즘(Simulated annealing algorithm)의 전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유전 알고리즘의 경우에는 선택(Selection), 교배(Crossover), 변이(Mutation), 엘리티즘(Elitism) 등의 전략에 따라 조금 더 포괄적으로 근사해를 탐색하며, 담금질 기법 알고리즘의 경우에는 메트로폴리스 규칙(Metropolis criterion)을 적용하여 항상 최적의 해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닌 확률에 따라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해도 선택하는 전략을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들은 결국 수많은 국소 최적해(Local optimum)를 가진 복잡한 문제에서 최적화를 수행하는 과정 중, 국소 최적해에 수렴하는 것이 아닌 전역 최적해(Global optimum)에 가까운 근사해를 찾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다시 말해, 이러한 알고리즘의 아름다움은 때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가 탐색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위의 알고리즘 예제에서 우리는 한 가지 교훈을 체득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우리가 세상에서 말하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눈높이에서 잠시 벗어나 조금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부족함은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이다.필자는 학생들을 만날 때마다 열심히 공부하는 목적이 “5천인분을 먹을 수 있는 부자가 아닌, 5천명을 먹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으로 설정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의 시선으로는 5,000인분을 먹을 수 있는 사람이 더 완벽한 사람일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평소에 보는 것과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현재의 삶에 감사가 있게 되고 매사에 겸손한 자세를 지니는 원천이 될 것이다.부족함은 결코 우리의 삶에 걸림돌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의 삶에 더 많은 성장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한 부족함 속에는 분명 감춰진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2023-04-18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우리나라의 인구 소멸 문제가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존폐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35년부터는 총 인구수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2060년에는 총 출생아 수가 20만 명 이하로 집계될 것이라고 한다. 사실 이 문제는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논의된 사안이 아니다. 이미 10~20년 전부터 인구감소에 대한 경고는 여러 데이터를 통해 보고되었고, 관련된 여러 통계값들의 변동 추이는 우리 사회가 심각한 인구 절벽의 문제를 직면할 것이라는 사실을 반복해서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인구감소 문제는 우리가 20년 전부터 여러 데이터를 통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객관적 사실이었다는 것이다.이처럼 데이터로 발견한 하나의 사실은 매우 객관적이다. 데이터 값 그 자체의 꾸밈없고 편향되지 않은 고유한 특성은 주관적 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가 덜 편향되고 덜 주관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게 도와준다. 아무리 죄가 명백해 보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죄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증거가 없으면 함부로 그에게 유죄를 선언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그렇기에 데이터를 통해 알려진 인구 소멸 위기에 대한 우려는 그 어떤 정치적 또는 상업적 의도가 내포되지 않은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였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했다. 다만 기성세대라고 하는 우리 모두가 국가의 존폐가 달린 이 심각한 문제에 귀 기울이지 않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지난 20년간 우리 사회는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을 거부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그저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만 집착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사회적 동기부여(세금 감면, 부동산 청약 우선순위, 공공 정책 지원 등)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지금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통계측의 40년 후 예측치 역시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결국 데이터 활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데이터를 통해서 객관적인 사실을 찾아내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니라 이 객관적인 사실의 경중을 이해하고 판별하는 가치 체계이다. 물론 데이터의 양과 종류가 더 늘어나다보니 데이터로부터 수집한 수많은 객관적 사실들 중에 중요도를 판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는 무엇이 더 중요하고 선행되어야 하는 문제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데이터는 결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다만 데이터를 활용하는 우리가 그 의미와 중요성을 가리는 잘못된 또는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수많은 데이터가 경고하고 있는 객관적 예측들을 너무 쉽게 간과할 뿐이다. 현 사회와 더 나아가서는 우리 자녀들이 살게 될 미래 사회를 더 유익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데이터가 제공해주는 유익하고 객관적인 여러 정보들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겸손함과 그러한 정보들을 잘 판별하여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현명함이 우리에게 더욱 필요할 것이다.

2023-04-11

자율주행의 출현: 기회와 위기

김정현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2022년 12월 15일 필자는 경기시청자미디어센터의 초대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 관련 기조 강연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당시 인공지능의 역사, 인공지능의 최신기술, 인공지능의 응용사례, 인공지능의 교육 방법 등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고 청중들과 함께 많은 토론을 진행하였는데 그 중의 가장 기억에 남는 토론은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에 의해 운영되는 비행기가 만약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면 해당 사고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라는 주제였다.사실 위에서 언급한 질문은 비행기 이전에 자율자동차의 출현과 함께 여러 차례 반복되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가령,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작동되는 자율주행차가 도로에서 스스로 주행하다가 사고를 유발하게 되었을 경우 운전자, 자동차 제조사, 아니면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사 중 어디에 책임소재를 해야 할지에 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이러한 자율주행 차 사고의 법적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미국 자동차공학회(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 SAE) 에서는 통용되는 자율주행 기능의 단계를 레벨0에서 레벨5까지 총 6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운전자의 주행을 지원하는 수준인 레벨2 까지는 운전자가 책임을 지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반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주행이 가능한 레벨4부터는 제조사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원칙을 세우려는 움직임들이 보이고 있다.그렇다면 과연 자율주행과 관련한 기술, 법, 제도 등의 준비가 완벽해진다면, 비행기 혹은 자동차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관련된 문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해당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2014년 인공지능의 윤리적 딜레마(Dilemma) 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엠아이티미디어랩(MIT Media Lab) 의 연구원들이 설계한 광차 문제(Trolley problem) 를 예로 들고 싶다.해당 문제는 인간의 도덕적 윤리관을 묻는 문제로 설정된 조건은 다음과 같다. 빠른 속도로 선로를 달리는 광차가 있고 해당 광차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통제 불능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불행하게도 광차의 현재 선로에 저 멀리 5명의 사람이 서 있는 상황이며, 만약 5명의 사람을 살리고자 한다면 기관사는 기존 선로의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그러나 변경된 선로에 저 멀리에도 1명의 사람이 서 있는 상황이다. 5명의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존 선로를 변경하여 무고한 한 명을 희생시킬 것인가? 아니면 기존 선로로 그대로 운행할 것인가?광차 문제는 어떤 이들에게는 간단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또 다른 이들에게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분명 자율주행 기술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다양하고 유익한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는 자율주행으로 인한 위기 또한 존재한다. 변화는 기회를 가져온다. 그 변화가 기술 혁명일 때는 그 효과가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 기회가 때로는 위기를 동반한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2023-04-04

21세기 한중일 삼국지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요즘 일제 강제징용 배상금 처리 문제로 벌집을 쑤신 듯하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다수는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도 선진국인 일본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소니, 미쓰비시, 혼다, 토요타 등 일본 기업이 세계시장을 호령하던 1980년대에도 그랬다. 그 기업들이 만든 제품은 사용하면서, 정작 그 제품을 만든 기업과 사람들에 대해서는 적절한 평가를 하지 않았다. 시기심과 경쟁심이 있었고, 저변에는 피해의식이 있었다. 잃어버린 10년을 훌쩍 지난 일본, 그럼에도 일본은 여전히 경제 강국이고 과학기술 강국이다. 다른 편 이웃 중국은 어떤가. 시진핑 집권 이후 등장한 표어, 중국 굴기. 2004년 독일회사 지멘스에서 일할 때 종종 듣는 질문이 있었다. 세계시장에 등장한 화웨이라는 중국기업의 기술력과 사업 전망에 대한 것이었다. 당시는 중국기업들이 내수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에 막 진출할 때였다. 나도 궁금했었다. 그러나 궁금함은 10년도 지나지 않아 풀렸다. 화웨이는 무섭게 성장하여 이미 세계 최고를 다투고 있었다. 중국은 그 이후로도 괄목할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이제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겨누는 경제 강국이다.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중국의 대륙 세력과 일본의 해양 세력 사이에 놓여있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3위의 경제 대국이다. 2022년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자료에 의하면, 미국 25.03조 달러, 중국 18.32조 달러, 일본 4.30조 달러. 우리나라는 1.73조 달러 13위 수준이다. 국가경제력이 국가경쟁력의 매우 중요한 지표라는 점에서 볼 때, 아직 우리나라는 일본을 따라잡지 못했고 중국은 진작 우리를 추월했다.중국은 14억의 인구 대국이다. 그렇기에 개인 소득은 낮지만, 국가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경제력은 우리나라의 10배 이상이다. 2023년 중국의 국방 예산은 전년 대비 7.2% 증액한 293조 원으로, 우리나라 57.1조 원의 5배 이상이다. 올해 일본의 국방 예산 규모도 한국보다 많다. 냉정히 볼 때 국가가 전략적으로 동원 가능한 경제력 면에 있어서, 한중일 삼국 중에서 한국이 가장 떨어진다.우리 이웃들은 세계적 경제 강국이고 기술 강국이다. 중국과 일본, 더이상 무시하거나 도외시할 수 없는 이웃이다. 세계정세는 우리에게 중국과 일본, 다시 말해 중국과 미국 중 어디에 더 긴밀하게 연결될 것인지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그 선택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이런 선택은 한반도에 발을 딛고 사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이미 19세기 말 시작되었고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이어질 듯하다.중일 양국과 규모로 경쟁해서는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 우리는 내용으로 내실로 뛰어나야 한다. 우리는 이미 몇몇 분야에 세계 최고를 경험했다. 초격차, 이제 우리의 세계 최고는 더 깊이 있고 더 뛰어나야 한다. 그래야 어느 한 편으로 떠밀려 속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균형의 중심에 설 수 있다. 2023년의 한중일 삼국지, 우리에겐 생존하고 번영할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2023-03-28

기계다워지는 인간

전재영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 애틀랜틱 잡지에 기고한 니콜라스 카의 글은 깊이 생각하지 않는 인간과 기억하려 하지 않는 인간을 적나라하게 고발했다. 많은 사람들이 검색엔진에서 찾은 정보를 일회용 플라스틱처럼 사용하고는 그냥 버려 버린다. 필요시 언제나 다시 검색 할 수 있는데, 굳이 칼로리를 소비하면서까지 자신의 뇌에 그 정보를 기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창조의 신비인 우리의 뇌는 그렇게 버림받는 중이고,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이제 비와 함께 내린다고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보도했다.ChatGPT는 45 TB가 넘는 양의 웹 페이지, 책, 기사 등의 글을 가지고 학습되었다. 사람 한 명이 이만큼의 글을 읽으려면 최소 약 4천 번 정도 인생을 반복해야 한다고 한다. 이렇게 방대한 양을 가지고 학습되었기에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에게 여전히 매우 중요한 것은 아날로그 방식이든 디지털 방식이든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AI를 가능케 하는 핵심 동력 중의 하나는 글, 즉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글쓰기가 없었다면 지금의 ChatGPT는 없다. 문제는 인간의 글쓰기 능력은 이미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례로 서울대 자연과학대 입학생 25%는 정규 글쓰기 과목을 수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글쓰기 능력이 부족했다. 미국과 호주 등 다른 나라도 비슷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ChatGPT의 출현은 사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촘스키 같은 언어학자들은 어떤 형태이든 문법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ChatGPT는 웹에 있는 인간의 글들, 즉 데이터만을 가지고 인간 언어를 학습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글들을 ‘생성’한다 (‘창작’이 아닌 ‘생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음에 유의하자). 이렇게 생성된 글들은 인간들이 자신의 목적에 맞게 다시 웹에 게시할 것이고, 이렇게 웹에 게시된 글들은 다시 ChatGPT의 학습 데이터로 사용되어지는 반복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좀 과한 비유를 하자면, 먹었던 음식(데이터)을 소화하고 배설한 후(생성), 그 배설물을 다시 먹는 격이다. 이런 악순환을 피하려면, 기계가 생성한 글은 학습데이터에서 제외하고 인간의 창작 글을 학습 데이터로 사용해야한다. 문제는 주어진 글이 생성인지 창작인지 구분도 안 될 뿐더러, ChatGPT에 열광하는 우리는 순수 창작 글쓰기를 더 멀리 할 것이라는 점이다.존 컬킨은 “우리는 도구를 만들고, 그 후에는 도구가 우리를 만든다”고 말했다. ChatGPT가 높은 품질의 답을 생성할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만드는 인간의 작업을 Prompt Engineering이라고 한다. 도구를 인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도구에 맞춰지고 있는 격이다. 그리고 심지어 그것을 엔지니어링이라고 명명했다. 이는 몇 십 년 전에 검색엔진최적화(SEO)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우리가 기계를 인간답게 만드는 동안, 인간은 점점 기계다워지고 있는 것이다. 배설물을 가지고 다시 학습한다면 ChatGPT의 성장도 언젠가는 멈출 것이다. 인간이 계속 기계다워진다면 말이다.

2023-03-21

데이터로 바라본 사회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우리 사회의 대다수 데이터들은 주로 중앙집중형 또는 탈집중형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앙집중형 데이터 관리 구조의 요지는 권한을 부여받은 핵심 소수 또는 허브(hub)가 대다수 데이터의 저장과 처리를 전담하는 것이다. 관리의 대상이 적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고 관리 자체도 용이해 생산 최적화된 방식의 구조라고 볼 수 있다.따져 보면 우리 사회도 데이터와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에서 중앙집중형 구조를 띠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하는 대다수의 조직 활동만 보더라도 여러 명이 동등한 의사결정을 갖는 것보다 한 명이 최종 의사결정을 갖고 일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덜 소모적이다. 직장인들의 최대 고민이라고 하는 그 흔한 점심 메뉴 고르는 것조차 개개인이 의사결정을 갖는 것보다 담당자 한 명이 결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생산성이 최우선시되는 산업시대에서 중앙집중형 방식은 효율성을 최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방식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사회의 상당 부분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중앙집중형 구조로 구성되어 왔던 것이다.그러나 중앙집중형 구조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종속성이라는 아주 치명적인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허브는 모든 정보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큰 권한을 부여받는다. 모든 사람들은 오직 허브를 통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이는 곧 허브와 허브에 연결된 이용자 간에 큰 불평등을 야기한다. 또한 중앙집중형 구조에서 구성원들은 지나치게 허브를 의지하게 된다. 허브로의 종속은 허브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개인의 주권과 정체성의 상실을 뜻한다. 생각해보면 이는 애석하지만 낯설지 않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데이터는 분산형 구조를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 분산형 구조는 별도의 허브를 두지 않고 모든 객체가 다 연결되어 데이터에 서로 접근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분산형 구조에서는 다 연결되어 있어서 이를 적용하려면 모두를 관리해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등장으로 널리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이 분산형 구조 내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해주게 되면서, 분산형 구조는 실제로 활용 가능한 것이 되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는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자 정부를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도들은 앞으로 더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 구조로의 변환은 단순히 데이터를 관리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거버넌스 문제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분산형 구조의 핵심은 단순한 연결성의 확장이 아니라 정보의 개방성과 평등이다. 분산형 구조 하에서 모든 사람들은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 정보의 투명성이 보장될 때, 소위 말하는 동등한 권리와 공정한 기회가 생길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생각해본다. 데이터가 그러하였듯이, 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더 연결되어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면 개인에게 동등한 권리와 공정한 기회가 지금보다는 더 보장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이것이 우리 모두가 꿈꾸는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의 첫걸음이 되지 않을까?

2023-03-14

챗GPT, 어디까지 할 수 있니?

이상산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장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챗GPT 이야기 말이다. 작년 11월 말에 오픈AI라는 회사에서 공개한 인공지능 채팅 프로그램이다. 어지간한 보고서쯤은 뚝딱 써낸다. 이런 질문을 챗GPT에 던져보았다. 한국의 한반도 통일전략을 단계적으로 제시하라. 이 질문에 대한 답은 600자 정도로 단계에 대한 제목은 다음과 같았다. 1. 상호 연락과 문화 교류 강화, 2. 경제적 통합, 3. 제도 및 법률 통합, 4. 정치 및 안보 통합, 5. 문화, 사회, 교육 통합. 고등학교 학생의 과제 보고서로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이뿐 아니다. 챗GPT에게 코딩을 시키기도 한다. 나아가 코딩의 오류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교육 기관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보편적인 지식이나 규정화된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주 내용인 교육과정은 위기를 직면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특정 주에서는 챗GPT 사용을 전면금지하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챗GPT를 활용한 과제에 0점을 부여한 학교도 나왔다. 전자계산기가 나왔다고 해서 수학교육이 없어지지 않았고, 컴퓨터가 나왔다고 단순업무가 현장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검색 포털이 나왔다고 컨설턴트 직업이 없어지지도 않았다.그러나 우리가 통찰하고 인정해야 할 것은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컴퓨터 없는 세상, 인터넷 없는 세상, 휴대폰 없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 우리 앞에 인공지능의 세상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단언컨대 이제 인공지능 없는 세상은 없다. 우리가 모두 컴퓨터를 만들고 프로그래머가 되지 않아도, 각자의 수준에 맞게 인터넷을 잘 활용하고 있다. 특별히 우리나라는 이런 일들을 참 잘하고 있다. 인터넷 인프라와 서비스의 많은 부분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있다.챗GPT,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많은 정보를 모으고 조합하고 정리하는 세상 친절한 개인비서다. 문제는 이 비서에게 무슨 일을 시키느냐에 따라서, 그 비서의 능력이 다르게 발현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교육에서 ‘반복적인 것 잘하기’는 좀 덜어내고, ‘새로운 생각 다듬어가기’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하면 좋겠다. 우리의 교육은 개념 이해에 집중하고 반복되는 일은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맡기면 좋겠다.챗GPT, 만능처럼 보이지만 아직은 편견도 있고 오류도 있으며, 상황을 반영할 만큼 구체적이지도 못하다. 개인적으로는 영원히 인간을 다 담아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우리의 길이 있다. 챗GPT는 모른다. 통일의 단계는 언급했지만, 언제 어떤 단계의 일을 어떤 수준으로 해야 할 것인지, 여러 단계의 일을 어느 정도로 동시에 추진해야 할지, 정부가 바뀔 때는 어떤 조정이 필요한지. 챗GPT는 못한다.일의 성공을 위해서는 반드시 디테일이 필요하다. 우리 각자는 개인이 처한 상황에 대해서는 전문가이며, 의도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다. 챗GPT 두려워하지 말고, 재미있게 유익하게 사용해 보자. 좋은 질문을 하자, 그러면 우리도 오늘 비서로 요술램프의 지니를 가질 수 있다.

2023-03-07

혼돈속의 질서

전재영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사마천의 사기(史記)는 3000년의 역사를 130권에 풀어낸 양적으로만 봐도 어마어마한 역사책이다.등장 인물의 직업들만해도 1천300여 가지이니 말이다. 그 시대의 빅데이터인 셈이다. 그런데 이 사기를 정말 독특하게 여기는 이유는 따로 있다. 왕조역사를 기록한 본기(本紀) 외에도 역사를 몸으로 지탱했던 수많은 ‘일반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열전(列傳)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라고 말했던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의 말을 무색 시킬 정도로, 지배자와 승자를 넘어 민중의 역사도 담아냈다. 무려 4천여 명의 인물을 다루었으며, 사회적 약자와 실패자, 심지어 비겁자의 이름과 삶까지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통해 귀한 교훈들을 우리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2천년 전에 쓰여진 책이라는 것을 감안할 때, 무대 뒤편에서 역사를 등에 업고 아무개로 살던 사람들을 기록하겠다던 사마천의 그 시선은 놀라운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시선이 아닌가 싶다.코펜하겐비즈니스스쿨의 로버트 D. 오스틴 교수는 보잘 것 없어 보이는 민들레도 잡초가 아닌 약초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두고 ‘민들레 원칙’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덴마크의 회사 스페셜 리스테른은 자폐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테스트 분야에 그들을 대거 고용하여 남다른 경쟁력으로 성공을 이끌어내었다. 민들레 원칙이 적용된 좋은 사례이다. 사마천은 어찌 보면 진부하고 반복되는 왕들의 권력 다툼과 욕심의 이야기는 잠깐 뒤로 하고, 전국 방방 곡곡에 흩어져 있는 민들레를 직접 찾아가서 그들의 삶을 역사로 기록했는지도 모르겠다.빅데이터는 우리에게 혼돈(chaos)으로 다가온다. 데이터가 3차원을 넘으면 우리는 더이상 그 데이터를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혼돈으로 보이는 것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종종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기술을 사용한다. 기계학습은 주어진 고차원 데이터를 저차원으로 줄이고 공통된 패턴과 규칙을 찾아내고 대다수의 데이터가 합의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추세와 범주를 벗어나는 데이터들은 특이값(outlier), 즉 잡초로 간주하고, 수학과 통계라는 칼을 이용해 민들레 뽑아내 듯 과감하게 제거해 버린다. 각각이 가지고 있는 독특함과 다양성은 대세와 주류에 묻어버리고,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0과 1로만 구분해 버리는 새로운 전체주의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우리가 혼돈을 해결하는 대부분의 방법은 그냥 민들레를 뽑아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자리에‘질서’라는 이름표를 붙여버리곤 한다. 하지만, 그 혼돈 속에 이미 창조주의 질서가 들어있다고 나는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그냥 아직 민들레의 숨겨진 진짜 가치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빅데이터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정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쓰레기통이라고 이름 붙이고 그 통에 던져버린 민들레, 그 민들레를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창조주의 시선이 아닐까.

2023-02-21

패러다임의 전환:디지털 트윈 그리고 미래항공모빌리티

김정현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고등학생 시절, 첫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때의 감격은 아직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같다. 거대한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모습, 활주로에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비행기들, 무엇보다도 커다란 소음을 내며 이륙하는 비행기의 모습에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던 필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당시에 “비행기 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하늘을 날 수 있다면?”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그 엉뚱했던 상상이 20년이 지난 지금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2019년 우버(Uber)가 지상교통 혼잡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교통수단인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사업모델을 처음으로 제시한 이후 2023년 현재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미래항공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AAM) 관련 새로운 시장들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대한항공 등이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영화 혹은 공상과학 소설을 통해 상상했던 것들이 교통 수단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실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뒤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관련 기술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디지털 트윈’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을 컴퓨터가 운영하는 환경에 그대로 모사함에 따라 실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컴퓨터환경에서 테스트하여 해당 현상에 따른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경우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여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함에 따라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에 직접 가지 않고 관련 시스템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멘스(Siemens)의 경우에도 실제 운영하고 있는 공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함에 따라 공장의 생산 과정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컴퓨터가 운영하는 환경에서 실험하여 해당 상황과 관련된 현상들을 미리 구현해보고 결과들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트윈 관련 기술들은 우리의 삶의 영역에서 많은 부분들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과거 설 연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자동차에 탑승하며 반드시 챙겨야만 했던 종이 지도는 현재 휴대폰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목적지까지의 최단 거리와 같은 운행 정보에 대해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1903년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의 성공적인 비행처럼 120년이 지난 오늘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 상공에서의 AAM의 성공적인 비행을 그려본다.

2023-02-14

미래를 알고 싶다는 욕망

김경외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2023년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올 한 해에 대한 회색빛 전망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장기적인 글로벌 경제 위기가 지속되는 상황 속에서 앞으로 우리나라 경제 전망은 어떨지, 금리는 어떻게 될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이 우리 가족의 생계와 아이들의 학업 및 취업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 등 고민하고 생각해야 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들의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이를 위한 대가 지불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 금액이 얼마가 되든지 말이다.다행스럽게도 앞으로 이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매번 마주하게 되는 이 불확실성 문제의 답을 전문가 대신 인공지능이 찾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데이터의 학습을 통해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인공지능이 대용량 데이터를 만나면서 우리는 다양한 분야의 예측을 대신 수행해주는 전문가를 곁에 둘 수 있게 되었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인공지능에 대한 지식과 데이터만 있다면 우리 모두가 마치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과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이처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의 뛰어난 예측력과 성능은 지금보다 덜 불안해하고 덜 염려하면서 살 수 있는 윤택한 삶을 우리에게 선물해 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아주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는 빅데이터가 결코 ‘전부’가 될 순 없다는 것이다. 빅데이터가 분명 엄청나게 큰 데이터인 것은 맞지만, 결코 그것이 모든 정보와 지식을 대변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지금의 몇만 배로 늘어난다고 해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정보들은 여전히 존재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계속해서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마치 수많은 바둑 경기를 학습했던 알파고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세돌의 78수처럼 말이다.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폭발적인 성장은 어쩌면 미래를 알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더 빠르게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 두 기술은 지금보다 더 눈부신 속도의 혁신적인 발전을 이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기술은 신이 아니기에 모든 것을 알 순 없으며, 삶의 불확실성을 줄여줄 수 있을 뿐 완전히 해소시키지는 못한다는 것을 말이다. 즉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모든 불확실성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그렇다면 미래를 알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오히려 이렇게 묻고 싶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대로 움직이는 사회에 과연 인간다움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을까? 오히려 인공지능도 정복할 수 없는 미지의 불확실성이라는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기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선물이 아닐까?

2023-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