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시절, 첫 해외여행을 위해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창문 밖으로 보이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그때의 감격은 아직도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 같다. 거대한 비행기가 안전하게 착륙하는 모습, 활주로에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비행기들, 무엇보다도 커다란 소음을 내며 이륙하는 비행기의 모습에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던 필자의 모습이 떠오른다. 돌이켜보면, 이·착륙하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당시에 “비행기 뿐만 아니라 자동차가 하늘을 날 수 있다면?”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 엉뚱했던 상상이 20년이 지난 지금 점점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령, 2019년 우버(Uber)가 지상교통 혼잡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교통수단인 도심항공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UAM)
사업모델을 처음으로 제시한 이후 2023년 현재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미래항공모빌리티(Advanced Air Mobility·AAM) 관련 새로운 시장들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 한화시스템, 대한항공 등이 경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어린 시절 영화 혹은 공상과학 소설을 통해 상상했던 것들이 교통 수단의 패러다임 전환과 함께 실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 뒤에는 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관련 기술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 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디지털 트윈’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디지털 트윈이란 현실 속에서 발생하는 상황들을 컴퓨터가 운영하는 환경에 그대로 모사함에 따라 실제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현상을 컴퓨터환경에서 테스트하여 해당 현상에 따른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경우에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하여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구축함에 따라 우주 비행사들이 우주에 직접 가지 않고 관련 시스템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멘스(Siemens)의 경우에도 실제 운영하고 있는 공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함에 따라 공장의 생산 과정에서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트윈은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들을 컴퓨터가 운영하는 환경에서 실험하여 해당 상황과 관련된 현상들을 미리 구현해보고 결과들을 미리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이점을 가지고 있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트윈 관련 기술들은 우리의 삶의 영역에서 많은 부분들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령, 과거 설 연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자동차에 탑승하며 반드시 챙겨야만 했던 종이 지도는 현재 휴대폰만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목적지까지의 최단 거리와 같은 운행 정보에 대해서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1903년 세계 최초의 동력 비행기의 성공적인 비행처럼 120년이 지난 오늘 가까운 미래에 대한민국 상공에서의 AAM의 성공적인 비행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