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갑자 중 서른한 번째에 해당하는 갑오(甲午)다. 천간(天干)의 갑목(甲木)은 우뚝 선 나무처럼 강직하고 바르다. 지지(地支)의 오화(午火)는 6월의 태양이며, 동물로는 달리는 야생마다.
갑오일주는 큰 나무가 햇빛에 빛나듯 당당하고 시원한 모습이다. 우뚝 선 나무처럼 강직하고 바르며 안전감이 있다. 갑목(甲木)이 오화(午火)를 생하여 주위를 밝혀준다. 총명하며 공부를 잘하지만, 열기가 쉽게 사그라지듯이 끈기가 부족하다. 이상이 높고 개성이 강하여 지도자로 실력을 발휘하려는 욕구가 많은 편이다.
갑오의 말은 역마의 기운이 있어 자유롭고 분주하게 여러 장소를 다니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이사도 자주하고, 여행도 자주하고, 많은 환경과 접할수록 강한 상승의 운이 있다. 젊어서 타향에 가면 일찍 성공하기도 한다. 창조적이고 개척정신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갑오일주는 삶의 기복이 많은 일주다. 눈치가 빠르고 재치가 있는 반면, 성격이 급해 일처리는 속전속결이다. 오화(午火)의 열기가 과일을 성장시켜 열매를 맺게 하지만, 결과 위주이기에 이해타산적이다. 모든 면에서 득실을 따져보면 소탐대실이다. 모든 일이 늦게 이루어지니 기다림이 중요하다. 또한 지나치게 아무 일에나 끼어들어 구설수가 따르니 조심해야 한다.
말솜씨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최적화된 일주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언변이 화려하고, 떠벌이는 것을 좋아한다. 직설적인 표현으로 남의 일에 간섭하여 미움을 받기도 한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잦아 공든 탑이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남을 통제하려는 성향이 강해 자신만의 의견을 강요하다보니 꾸지람이 되기도 한다. 자존심이 세어 최고가 되어야 직성이 풀린다. 허풍 또한 심하여 내실을 다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맹자’ 등문공 하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떤 사람이 매일 이웃의 닭을 훔쳤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그러한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라고 충고하였다. 그러자 닭을 훔친 사람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한 달에 한 마리만 훔치다가 내년에 가서 그만두면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했다. 만약 그러한 것이 도리에 어긋난다는 것을 알았으면 즉시 그만 두는 것이 옳지, 무엇 때문에 내년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인가?
아무리 능숙하게 거짓을 말하는 사람일지라도 그 혀끝으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투로, 표정으로, 완벽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하는 법이다.
갑오일주는 남녀 상관없이 본인을 가꾸고 꾸미기를 좋아해서 이성에게 어필이 잘 된다. 주변에 이성이 끊이지 않는 것은 남녀 공통이다. 특히 여자의 경우 홍염살(紅艶殺)이 있어 미모가 뛰어나고, 눈웃음을 치기 때문에 주변에 항상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성향이며,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매력을 지녔다. 사회활동을 하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가 있지만, 가정에 소홀해서 부부가 화목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다.
홍염살은 붉은 홍(紅)에 고울 염(艶)이다. 마치 6월부터 피는 붉은 칸나와 같다. 꽃말은 정열, 존경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피며, 꽃은 참으로 예쁘고 매혹적이다. 미인초로도 부린다. 키가 크고 넓은 잎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커서 풍만함이 느껴지며, 넘치도록 붉은 꽃은 야해 보인다.
칸나에 대한 전설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인도에 ‘네와다드’라는 질투 많은 악마가 있었다. 어느 날 붓다가 유명해지자 질투가 났다. 질투에 사로잡힌 네와다드는 붓다를 해치려고 마음을 먹었다. 붓다가 지나갈 때 큰 바위를 굴러 붓다를 죽이려 했다. 기회를 엿보고 있던 네와다드는 때마침 지나가는 붓다를 향해 큰 바위를 굴렸고, 굴러온 바위는 붓다 발 아래서 부서졌다. 깨진 바위의 파편이 붓다의 발등을 때려 피가 흘렀고, 피가 떨어진 땅에 붉은 색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칸나다.
1894년 조선말 갑오년에 갑오개혁으로 백성을 위한 민권이 성문화되었다. 조선시대 최고의 법전인 경국대전도 갑오년에 완성되었다. 조선 성종5년(1474년)인 갑오년에 개정하여 시행된 경국대전을 갑오대전이라고 칭한다. 성종은 즉위한 1470년 경국대전을 수정하게 하였는데 이때 나온 것이 신묘대전(辛卯大典)이다. 여기에도 누락된 조문이 있어 이를 보완하여 개수한 것이 성종5년 2월 1일부터 시행된 갑오대전이다.
쉽게 말하면, 고려와 조선의 차이는 법치주의의 구현 및 실현이었다. 갑오(甲午)의 특징이 서민적이고 타인을 위한 이타심이나 봉사심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 때문에 이러한 파격적인 법도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여자 관노비가 임신한 경우에는 출산 전 30일, 출산 후 50일 등 총 80일 휴가를 준다. 그래서 갑오(甲午)는 ‘한여름 땡볕의 나무 그늘’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을 쉬게 해주고, 괴로움을 덜게 하고, 남을 도와주고픈 마음은 본성이 발동해 영적인 힘이 최고조에 이른다. 갑오년도 갑오월도 갑오일도 갑오시도 그러한 기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적인 욕심은 내려놓으면 된다. 우리가 숙고하고 주목해야 할 것은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다. 어떤 방법에 의해 법과 질서를 바로잡을 것인지 숙고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법을 제정해도 집행하는 사람의 도덕기준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다르게 나타나 피해가 민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 어떤 목적도 없이 자신을 가진 것 이상으로 내세우는 사람은 멸시받아 마땅하다. 허풍을 떠는 사람이 아니라면 거짓을 좋아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허풍쟁이 같아 보인다. 그러나 어떤 목적이 있어서 큰소리를 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상의 호평이나 명예 때문에 큰소리치는 자는 허풍쟁이로서 그다지 크게 비난할 것이 못되지만, 재물이나 재물로 바꿀 수 있는 것들 때문에 큰 소리 치는 자는 허풍쟁이보다 더 추악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