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엔 방이 여러 개 있다. 어떤 방은 사시사철 활짝 열려있어 누가 들고나던 별문제가 되지 않고, 또 어떤 방은 안으로 굳게 잠겨있어 웬만해선 누구도 그 안을 들여다볼 수조차 없다. 때로는 밖으로 잠긴 방도 있는데 꼭 맞는 열쇠가 있어야만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어떤 이는 늘 열려있는 방을 보고는 넌 참 열려있는 사람이구나 하고, 늘 굳게 닫혀있어 결코 열릴 것 같지 않은 방을 목격한 이는 마음을 좀 열어두라고 하기도 한다. 늘 열려있는 방이 부산스럽게 느껴지는 이는 내게 외향적이라고 하고, 어쩌다 바람 소리 휑한 방에 들어섰던 이는 너 요즘 힘들구나 한다.
기분에 따라 어느 방문을 열어둘지 결정하는 건 나일 테지만 간혹 어느 방문이 열렸는지에 따라 기분이 좌우되는 것도 사실이다.
때가 되면 저절로 열리는 방이 있는가 하면, 일정 시기가 되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방도 있다. 어떤 방은 갑자기 조금씩 작아져서 안에 든 사람을 몰아내기도 하고, 아무리 왕래가 많아도 괜스레 허전하기만 한 방도 있다. 그래서 마음을 연다는 건 참으로 힘든 일이다.
누군가 내게 마음을 열라는 건 자신이 필요로 하는 그 방을 열라는 것일 텐데 나조차도 찾기 힘든 그 방들을 어떻게 열어두어야 할까. 이 방만큼은 누구도 들여다보지 않기를, 알려고 들지 않기를, 혹여 그런 방을 보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모른 척 지나쳐 주기를 바라게 된다.
소통은 마음의 방에 들어가는 것이고, ‘타인에게 이르는 가장 선한 길’이다. 그 방에 들어서면 가라앉았던 기분이 부유하며 상대를 향해 무장해제를 하게 된다.
어떤 방은 억지로 열어서 들어가기도 하고, 또 어떤 방은 꼭 맞는 열쇠가 있어 따뜻하게 번져오는 온기가 마음으로 스며들어 행복하게 만든다. 억지로 열어서 들어가면 강력한 방화벽이 작동하고, 열쇠로 열고 들어간다는 건 겨우내 얼어붙은 흙이 완강함을 풀고 서서히 스미어서 흙이 비켜준 자리를 따라 여리디여린 풀싹들이 지면으로 올라오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 열쇠는 충고 하고픈 마음을 누른 채 얘기를 듣는 것이고, 판단하는 마음 없이 상대방을 응원하는 것이다. 2천400년 전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로, 에토스(ethos)·파토스(pathos)·로고스(logos)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 첫 번째 에토스는 발로 뛰는 진정한 솔선수범으로, 진실됨과 높은 윤리의식을 갖는 것이다. 두 번째 파토스가 중요한데 아픔을 들여다보고, 기쁨에 보태서 감동을 주는 감성이다. 옳은 말만 한다고 소통이 되는 것이 아니며, 비판적이지 않은 태도로 같은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될 때 마음의 문은 열릴 것이다. 세 번째는 로고스로 거짓됨 없이 논리적으로 있는 그대로 설득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다.
진실만을 말하는 것보다 감성이 3배 더 영향력이 있고, 솔선수범과 진정성까지 보여주면 6배 더 영향력이 올라간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