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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피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등록일 2023-04-09 16:41 게재일 2023-04-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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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정부는 지난 3월 21일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을 발표하면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을 위한 세부 이행 방안도 제시했다.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가 203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기준 40% 줄이겠다고 발표한 NDC의 실행계획이다. 핵심내용은 우리나라가 줄여야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총량은 40%로 유지(IPCC 협정상 한번 설정한 NDC는 후퇴할 수 없다) 하되, 기존 산업부문 탄소 감축 목표(14.5%·3천790만t)를 11.4%(2천980만t)로 줄이는 것이다. 2021년 NDC 발표 당시에도 에너지, 건물, 수송 등 6개 분야에서 산업부문 감축률이 가장 낮았었는데 이번에 다시 3.1%나 줄인 것이다. 산업계는 이번에 5% 감축을 ‘현실적인 감축량’이라고 주장했는데, 국무총리가 설득해서 그나마 11.4%로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산업계에서 줄여준 810만t은 에너지(전기)분야에서 400만 t, 해외부문과 CCUS(탄소 포집 활용, 전장기술) 등에서 410만t을 줄일 계획이다.

기후경제학자인 서울대 홍종호 교수는 “2030년이 되면 국제무역규범이 기존의 ‘전통적 WTO 자유무역규범’에서 ‘탈탄소 무역규범’으로 완전히 옮겨질텐데 이러한 국제 추세에 맞춰 기업 경쟁력 재고를 위해서라도 최소한 14.5% 감축으로 원상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20일 정부의 기본계획 발표 하루 전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6차 종합보고서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하라”는 긴박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글로벌 기업 구글은 벌써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여 RE100을 달성했는데, 한국 기업 네이버는 0.64%만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글로벌 기업과 토종 기업 간의 재생에너지 경쟁력 수준이다. 국내 대기업들은 ‘탈탄소 무역규범’에 대비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제 본격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정부의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 후퇴 정책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축소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어서 심히 우려된다.

RE100 달성은 글로벌 기업들간의 피해 갈 수 없는 국제적 약속이다. 국가에 따라 에너지 믹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산업계에 대한 탈탄소 부담이 달라질 수 있지만, 글로벌 기업 경쟁력에서는 기준이 다를 수는 없다. 나라에 따라 NDC에 원자력이 포함되기도 하고 포함 안 되기도 하지만 RE100에 원자력 에너지는 포함되지 않는다. 순수 재생에너지만 포함된다. 2025~2026년부터 시행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철강제품, 유기화학물, 플라스틱 등 9가지 고탄소 배출 제품에 부과하는 일종의 탄소세다.

무역이 국가 경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제조업 강국 대한민국’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장벽이다. RE100은 우선 자체 재생에너지 생산으로 충당하고 부족한 소비전력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서 채워나가야 한다. 원활한 국제 교역을 위해서는 산업계가 최대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도록 해야 하는데도 정부가 잘못된 신호를 산업계에 보냄으로써 산업계의 경쟁력을 후퇴시키고, 재생에너지 기반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 아닌가라는 조바심도 든다.

필자가 대구, 구미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RE100 컨설팅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대구의 3공단에 있는 수출 중심의 안경 공장이나 애플에 납품하는 IT기업은 RE100에 굉장히 적극적이다. 50KW, 100KW 정도라도 태양광 설치를 한다.

하지만 성서산업단지의 내수용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태양광을 설치하면 RE100을 달성하고도 남는데도 필요성을 못 느껴 미적거리는 것이 현실이다.

구미산업단지의 삼성, LG에 납품하는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생산 여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태양광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 외관도 안 좋고, ‘정부가 어떻게 해주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후퇴시키는 정부 정책에 대해 기업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정부 로비 대신 당장 공장 지붕이나 공터, 주차장에 태양광을 설치해서 현재 가능한 20~30% 정도라도 재생에너지 공급에 앞장서야 한다.

탄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창한 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곳에서 실천하면 된다. 실천캠페인에는 가장 급한 산업계가 선두에 서야 한다. 국민들도 내 집 옥상이나 내가 다니는 회사 옥상 등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하는 운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세금 감면 등 각종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캠페인을 독려해야 한다.

탄소 감축은 어차피 맞아야 할 매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관문인 것이다. 피해 갈 길은 없다. 정부는 좀 더 타이트한 로드맵과 더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해서 산업계가 속히 RE100 달성을 이행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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