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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카오의 ‘골목상권 지배’ 위험상황

심충택 논설위원 과거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김종인 위원장이 음식 사업가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 대해 “이런 사람도 대선주자로 거론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나도 그가 출연하는 TV프로를 자주 보는 편인데, 우리 경제의 실핏줄인 골목상권 활성화와 영세 자영업자의 붕괴를 막기 위한 그의 노력은 언제 봐도 감동적이다. 어려움에 처한 전통시장 상인과 젊은 창업자들에게 상권분석과 창업 컨설팅, 신메뉴 솔루션을 제공하며, 가게를 핫플레이스로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성공적인 성과에 박수를 아끼지 않는다.소비자들은 동네가게가 공기나 물처럼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니까 그 중요성을 잊고 산다. 사실 동네가게는 공동체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한다. 동네가게들이 장사가 안돼 하나둘 문을 닫게 되면 공동체 경제활동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그 수입으로 가족생계를 유지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가게주인들의 수입에 따라 공동체 전체가 활력이 넘치기도 하고 생기를 잃기도 한다. 요즘 도시나 농촌을 막론하고 동네상권이 빈사(瀕死)상태에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대기업들이 소비자 입맛에 맞춰 막힘없이 동네상권 진출을 하고 있으니 자본력이 약한 가게들이 버틸 수가 없는 것이다.최근에는 수많은 골목가게들이 카카오그룹 때문에 존폐 위기에 놓여 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카카오는 영업제한을 받고 있는 대형마트와는 달리 미용실 같은 골목가게 영역에도 진출하면서 ‘카카오공화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가고 있다. 참여연대 등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을 비판하는 토론회를 열고 골목상권 생태계 보호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기도 했다.카카오그룹 계열사는 지난 2015년 45개에서 올해 상반기 기준 118개로 늘었다. 자영업자들은 “카카오가 대리운전, 꽃 배달, 미용실 등 대부분 소상공인의 영역에서 낮은 수수료로 경쟁사를 몰아내고, 이후 독점적 위치를 활용해 플랫폼 수수료와 이용 가격을 인상하며 돈을 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카카오의 영업영역이 갈수록 커지면서 골목상권을 구성하고 있는 가게들이 하나하나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카카오에 종속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골목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배달플랫폼으로 나가는 광고료, 수수료 등을 떼고 나면 거의 남는 게 없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경우다.자영업자들은 카카오그룹 성공 신화의 이면에는 이처럼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 시장 독점 후 가격 인상과 같은 시장 지배의 문제가 숨어있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의 골목상권 사업 확장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논리인 ‘승자독식’ 현상을 정부가 방관할 경우 결국엔 카카오그룹의 영역확장에 골목가게들이 희생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기업은 골목상권의 토대인 영세자영업자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2021-09-12

권력이 신문사에 재갈을 물리면…

심충택 논설위원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판사가 자의적으로 판결할 수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 5배 징벌할 수 있는 규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확정되면 기자들의 취재 자세는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청와대, 국회, 지방의회를 주로 출입하는 정치부기자나 행정기관, 검찰, 경찰 등이 주 출입처인 사회부 기자들은 절벽과 같은 취재장벽이 생긴다.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주로 신문사 정치·사회부 기자들이 권력기관의 부패행위나 비리내용을 끈질기게 취재해 사회의 건전성 유지에 공헌해 왔는데, 언론중재법이 개정되면 이러한 근성 있는 기자들을 구경하기가 어렵게 된다.일부 메이저급을 빼고는 우리나라 신문사 재무구조는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취약하다. 대부분 수입을 정부나 지자체, 대기업, 건설사 광고에 의존하고 있다.최근 들어 광고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신문사 광고 파이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을 뻔히 알고 있는 기자들이 만약 자신이 쓰고 있는 기사가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과연 기사를 쓸 수 있을까. 혹시 판사를 잘못 만날 경우 자칫 패가망신은 물론, 소속 신문사 존폐문제까지 걸려 있는데, 기사 한 건 때문에 이러한 모험을 할 수 있는 기자는 아마 없을 것이다.언론중재법이 개정돼 기자들이 권력비리에 대한 폭로 기사를 쓰지 않는 것이 우리 사회에 더 순기능적일까.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이 오듯, 신문사가 권력비리 행위에 대해 침묵을 지켜도 현실은 그대로 존재한다. 오히려 악화된다.신문사가 조국 전 법무장관의 가족비리를 끈질기게 파헤치는 기사를 쓰지 않았을 경우, 어둠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 특정계층의 의전원 입학 비리 행위는 국민들이 까마득히 모를 것이다.권력을 견제하는 신문들이 생존을 위해 침묵을 선택하면, 우리나라는 하루아침에 친여권 매체들이 만들어 내는 ‘가상세계’가 실재(實在)를 압도해 버리는 사회가 된다. 프랑스 사회학자인 장 보드리야르는 이러현 현상을 ‘하이퍼 리얼리티’라고 했다. 하이퍼 리얼리티는 대중이 가상세계를 더 실재인 것처럼 인식하고 사는 것을 말한다. 보드리야르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 대중매체가 만들어 낸 카피(모사)된 이미지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현실을 모사(模寫)된 이미지의 세계, 즉 허구 혹은 환상일 뿐이며 가짜가 진짜를 대신하는 세계라고 보는 것이다.그는 대표적으로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론이 만들어낸 모사된 이미지라고 설명했다. 실재하고 있는 현실은 권력에 의한 부정부패, 부도덕, 비리 행위로 가득 차 있는데, 언론은 빙산의 일각 같은 사건을 들춰내 마치 우리 현실 속에 이러한 병리현상이 특정 정치인에게만 국한된 것처럼 다뤘다는 것이다.대중이 현실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창문인 언론은 사회의 병리현상을 밝혀내고 치유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도구다. 권력에 도취된 일부 정치인들이 신문사에 재갈을 물려 침묵을 강요하면, 우리 국민은 ‘문(文)비어천가’를 부르는 친여권 매체에 둘러싸여 보드리야르가 말하는 가상세계에서 살 수밖에 없다.

2021-09-05

충격적인 低出産 흐름, 해법 찾아라

심충택 논설위원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연간 출생아 100명 미만인 곳이 지난 2015년에는 경북 군위군·영양군·울릉군 3곳뿐이었으나, 2020년엔 청송군 등 10여곳이 추가됐다. 이들 지자체는 앞으로 몇 개 남지 않은 학교마저 텅텅 비어갈 것이다. 전국 지자체 모두가 정책과 재원을 총동원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출산율이 늘어나는 곳은 별로 없다.지난해 전남 영광군이 합계출산율 2.46이라는 기적적인 일을 해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의 전국 평균은 0.84다. 인구유지를 위해서는 최소한 2.1명의 출산율이 필요한데 유일하게 이를 넘어선 곳이 영광군이다.지난 2012년부터 쭉 전국 출산율 1위를 기록한 전남 해남군은 왜 지난해부터 영광군에 1위자리를 뺏겼을까. 감사원이 지난주 내놓은 ‘저출산 성과분석 감사보고서’를 보면,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감사보고서에 의하면, 2015년 해남군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받은 여성 10명 중 3명 정도가 출산 6개월 내에 전입했으며, 같은 해 출산장려금 지급 종료 이후 여성 831명 중 180명이 6개월 내에 다른 지자체로 전출했다. 해남군은 2012년부터 출산지원금을 기존 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렸고, 둘째 출산지원금도 12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늘렸다. 해남군은 지난해 발표된 2019년 합계 출산율에서 1.89명을 기록하며, 1위를 영광군에 내줬다.영광군은 2019년부터 파격적인 출산장려정책을 폈다. 출산지원금이 첫째는 500만원, 둘째는 1천200만원, 셋째이상은 3천만원이며, 이외에도 신생아 양육비, 신혼부부 건강검진, 임신부 교통카드, 출산용품도 별도 지원한다. 최근에는 셋째 아이를 낳으면 최대 1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지자체까지 나왔다. 창원시는 결혼하는 부부에게 1억원까지 ‘결혼드림론’을 지원하고, 10년 안에 셋째 아이를 낳으면 대출금 전액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감사원은 “지역의 출산율을 지속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지원외에도 일자리, 주거, 교육여건 개선 등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모든 지자체가 이같은 여건을 갖추긴 어렵지만, 세종시를 보면 출산율 해법은 보인다. 세종시의 2020년 합계출산율은 1.28명으로 광역자치단체로서는 1위를 기록했다. 특별공급을 통해 아파트를 분양받은 젊은 공직자들이 몰려 있는데다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비율이 거의 100%에 달해 육아여건이 타 지자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양호하다.우리나라와 같은 충격적인 저출산 흐름은 사회의 모든 현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한다. 그렇다고 육아 부담과 돈 때문에 결혼마저 기피하는 청년들에게 출산을 강요할 수는 없다. 지금처럼 수도권에 국가 모든 자원이 빨려 들어가면, 비수도권 지자체 소멸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다.정부는 출산율 문제를 국가 존폐문제로 다루어야 한다. 특히 여야 대선후보들은 저출산문제 해법을 주요공약에 반영해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필요가 있다.

2021-08-29

국민의힘 최고위는 캠프대변 기구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당 중진들의 공격 속에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이준석 대표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도층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정당 개혁 과제에 집중하겠다”고 한 말이 귀에 남는다.이 대표가 밝힌 정당개혁과제는 “유력자에게 줄 잘 서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인식되는 폐쇄적 당 문화를 개방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선출직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했다.내년 지방선거는 대선결과가 나온 후 3개월여 뒤에 치러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연히 대통령 당선자가 주도적으로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가 이러한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자격시험이라는 제도도입을 통해 공천과정을 시스템화하겠다는 발상이다.지금 국민의힘 원내·외 중진 상당수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의식해 유력 대선주자에게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여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비중있는 정치인들이 몰려 있다. 이들 중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 시스템을 언급한 것은 이런 현 상황을 감안해서 나온 말이다.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캠프이익을 대변하는 인사들로 인해 ‘다중분열’됐다는 소리는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최고위 회의에서 “정권교체라는 국민 열망을 뒤로하고 경선 주도권부터 잡고 보자는 식의 ‘캠프식 당내 정치’에 모두 지쳐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유권자 눈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지금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위태하다. 곧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지만, 너도나도 당 대표를 흔들면서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버스가 출발하면 곧 대형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각 캠프 이해관계자들이 일일이 ‘밤놔라 대추놔라’며 트집을 잡을 경우 국민의힘이라는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선관위원장 선출문제가 대표적인 뇌관이다. 여기에다 압박면접이나 역선택 방지 조항 삭제 등 경선룰을 두고서도 각 후보 간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원내·외 중진 대부분이 이미 유력 대선주자 캠프에 합류해 진지를 구축하는 바람에 이러한 갈등을 흡수할 ‘중간지대’도 없어져 버렸다.윤 전 총장이 기존의 태도를 바꿔 오는 25일 경선준비위가 개최하는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기로 해 갈등이 진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야권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음은 여러 곳에서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당내 유력대선주자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것이다.홍준표 의원이 지난 19일 “당 분열은 곧 패망이니 모두들 한발 물러서 당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자”고 한 말에 공감이 간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은 바로 자신들이 ‘봉숭아학당’과 ‘콩가루집안’의 주역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2021-08-22

‘立法독재’에 취해 있는 정치권력

심충택 논설위원 대통령과 국회의원, 민선단체장처럼 선거에 의해 선출된 권력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가 언론이다. 누구에게도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않는 그들은 권력감시와 비판기능을 하는 언론만 통제할 수 있으면 그야말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파워를 가지게 된다.집권여당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27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16건을 병합한 위원회 대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4표, 반대 3표로 통과시켰다. 해당 안건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고,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범여권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민주당은 내일(10일) 상임위(문체위)를 열어 법안 의결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현재 문체위 전체 위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이 8명이고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까지 합치면 9명으로 과반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이 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될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은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물리는 것이다. 현행 언론중재법으로도 기사의 ‘허위·조작’이 확실하다면 형법과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다. 굳이 중대재해법과 같은 ‘언론 징벌법’을 무리하게 제정하려는 것은 집권당에 찍힌 언론사를 손보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아마 이 법안이 제정되면 정치권력자들이 자신에게 불리는 비판적 기사에 대해 이 법을 근거로 배상금 청구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크다.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위·조작기사’라는 게 기자가 범죄의식을 가지고 쓰지 않는 이상 판단기준이 모호하다. 이 때문에 언론사 사회부에 근무하는 사건·사고 담당 기자라면 언제든지 ‘허위·조작기사’의 덫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살인사건을 취재할 때 기자들은 경찰의 수사내용을 위주로 해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는데, 만약 경찰이 수사방향을 잘못잡아 ‘우발적 범죄’를 ‘계획적 살인사건’으로 몰고 갈 경우 기자는 100% ‘허위·조작’ 혐의를 뒤집어쓰게 된다. 부지런한 사회부기자라면 이러한 경우를 일상적으로 겪으면서 취재활동을 한다. 이러한 기사마다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기자나 기자가 소속된 언론사가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 법안에 대해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은 약하다.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얼마나 전제군주적인 발상인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이 정부가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박탈)에 나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공감이 간다.지난주 공개된 문체위 법안소위 속기록을 보면, 이 법안 소관 부처인 문체부 차관과 국회 입법조사처조차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언론사에 근무하는 평범한 기자가 본연의 업무인 기사를 쓸 때마다 자신의 가정과 회사의 운명까지 걱정해야 한다면, 이것이 어떻게 언론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가.

2021-08-08

차기 정부 제1 현안은 ‘지방소멸’

심충택 논설위원 대선후보 지지를 놓고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호남, 강원 등 비수도권 지역민들의 민심이 확연하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현안은 있다. 이 시간에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방소멸에 대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생각이 어떠냐는 것이다. 지방소멸 어젠다는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출산 문제에 직결돼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이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후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비수도권 소멸’ 문제를 간과한 채 다른 데 어디 가서 대한민국 경쟁력을 찾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최근 정세균 민주당 예비후보(전 국무총리)가 공약 제1호로 ‘충청권을 중심으로 강원·전북을 포괄하는 중부권을 신수도권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금까지 나온 국토균형발전 공약의 전부인 것 같다. 정 전 총리는 이 공약발표를 통해 “충청·대전·세종 메가시티와 전북·강원의 양 날개를 포괄하는 중부권을 신수도권으로 만들겠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청와대 세종집무실, 대법원, 법무부, 대검찰청 등 입법, 사법, 행정의 큰 축을 충청권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사실 TK와 PK, 호남, 강원 지역민들이 보기엔 대전·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의 경우 이미 수도권에 포함된 것과 다름없어 눈길을 끄는 국토균형발전 공약으로 여겨지지 않는다.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사업은 정부 부처에서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명확하게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현 대선주자 모두가 우리 국민을 골고루 잘 살게 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서울중심의 좁은 시각을 가지고 대한민국 전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현 대선주자 대부분은 수도권 주민들이다. 수도권에 있으면 지방이 안 보인다. 자기 생활권 바깥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해서 기대를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수도권 일극주의를 오히려 심화시켰다.최근 취임한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당위원장과 김정재 경북도당위원장이 “대선에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선공약을 발굴하는데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혀 정당의 운영 방향을 정확하게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주자들이 판세장악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은 대구·경북 현안이 후보자들의 공약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구·경북은 문재인 정부 들어 노골적인 왕따를 당하면서 인구가 계속 줄고 현안은 줄줄이 표류돼 왔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이 지역을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하며 현안을 제기할 때마다 거추장스럽게 취급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국민의힘 시·도당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서 국토균형발전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2021-08-01

노골적인 ‘언론 손보기’ 시작됐다

심충택 논설위원 신문사 편집국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민주당은 지난 주말(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를 열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언론중재법 개정안)’를 단독 의결하려다 한 주 보류했다. 법안소위에 포함된 국민의힘 간사를 비롯한 의원 2명이 코로나19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번 주 중 법안소위를 다시 열어 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현재 문체위 전체 위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이 8명이고 비교섭단체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까지 합치면 9명으로 과반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이 법안은 일사천리로 국회에서 통과된다.야당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재갈법’으로 부른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를 가진 법률이라는 의미다. 당초에는 SNS, 유튜브, 1인 미디어 등도 이 법률 적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최근 민주당 미디어특위 회의에서 제외됐다. 친여권 유튜버를 비롯한 지지층 반발과 SNS를 이용하는 여권 정치인들의 계산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지난해부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에서 쏟아진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들을 묶어 이달 초 민주당 미디어특위가 만든 통합안이다. 언론사가 허위·조작 보도를 했을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주 이 법안과 관련 “저는 (언론이)가짜뉴스에 가깝게 왜곡할 때 징벌 배상을 거의 회사가 망할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까지 언급했다.말문을 닫히게 하는 독재적인 생각이라서 놀랍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취재기자나 편집국 간부들은 한층 더 ‘셀프검열’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폭로·비판기사나 의혹기사를 쓰거나 편집할 때 회사의 입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비민주적 발상이라고 보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모호해서 기사가 마음에 안 들면 사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어떻게든 법 적용 대상으로 몰아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판단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 권력자들이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언론사와 기자를 형사범으로 고발하는 사례는 줄을 잇고 있다. 권력자들이 검찰을 비롯한 공권력을 이용해서 언론을 손아귀에 쥘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적용될 경우 권력비판 뉴스와 관련한 고소·고발은 남발될 것이 뻔하다.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홍창우 부장판사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사회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취재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결원칙을 만능열쇠로 착각해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옥죄려 하는 권력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판결문이다.

2021-07-18

유력인사들의 어이없는 모럴 해저드

심충택 논설위원 포항출신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포르쉐 차량 등을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박영수 특검이 지난주 사표를 내자,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가 희대의 사기꾼과 부적절한 교류를 한 것에 대해 어이없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박 특검은 ‘렌트비를 지급했다’고 하지만 지급시기가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던 시점과 맞물리면서 박 특검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뇌물 수사’ 전문가로 불렸던 박 특검이 이번에는 뇌물 소지가 있는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가 된 것이다.지난 2017년 연말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이후 본격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인 김씨는 수행원 역할을 하는 직원들과 함께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이 직원들을 통해 선물 배달을 시킨 후 사진을 찍어 증거를 남겼다. 포르쉐 차량을 렌터카 업체에서 빌린 뒤 박 특검의 아파트까지 운전해서 그의 운전기사에게 차량 키를 전달한 사람도 이들이다.경찰은 김씨가 선물을 보냈다는 28명의 명단을 확보해 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명단이나 범죄 혐의가 발표된 것은 없지만, 경찰에 제출된 선물리스트에는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검찰, 경찰, 언론계 등 각계 유력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김씨는 이들 중 일부에게 자동차와 고급시계, 골프채 등을 건넸다고 한다. 현직 검사와 경찰의 경우 수사 진척에 따라 뇌물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현직검사가 이 사건에 연루된 것을 계기로 검찰 내 스폰서 문화를 점검해 보겠다는 입장이다.김씨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까지 접촉한 것으로 미뤄볼 때 그의 로비는 전방위적으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있다. 경찰은 몇몇 언론사 기자들도 김씨의 사기행각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내사를 하고 있다.경찰은 명단을 확보한 인사들이 받은 금품에 대해 대가성이 있는지를 철저히 조사해서 합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 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나 언론인 등이 직무와 관련없이 1회 100만원 또는 한 회계연도에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선물내용을 볼 때 현재로선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이 법률을 적용할 대상은 그렇게 많지 않아 보인다.사기꾼 김씨를 만나 식사한 적이 있는 홍준표 의원은 “정치를 하다 보면 지지자라고 하면서 만나는 수없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만났다고 해서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대부분 공직자들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민원인에게 커피 한 잔 얻어먹는 것도 꺼리고 있다.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지지자’로부터 선물을 받거나 식사대접을 받을 특권은 없다.이 사건은 흔히 권력집단으로 분류되는 정치권, 검경, 주요언론사가 외부 유혹에 얼마나 둔감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경찰은 광범위하고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 사기꾼과 사회 유력 인사들의 유착 의혹 실체를 한 점 의혹 없이 규명해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2021-07-11

윤석열, 정당의 인력풀이 필요한 때다

심충택 논설위원 주변을 둘러보면 이제 막 대선 출마를 선언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장모 최모씨의 실형선고로 대선행보 동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아무래도 처가와 관련한 의혹 해명에 집중하다 보면 그의 역량과 국정비전을 알릴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가 빨리 국민의힘에 입당했더라면 훨씬 수월하게 이번 역경을 이겨나갈 수도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윤 전 총장은 지난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입당문제보다는 정권교체가 우선이다”고 밝힌 상태다.국민의힘 지도부는 연일 윤 전 총장의 입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준석 대표는 “경선버스가 ‘버스’라고 하려면 무조건 정시에 출발해야 한다”며 8월말 당내 경선스케줄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정미경 최고위원도 “빨리 들어와야 한다. 너무 좌고우면하면 안된다”고 했다. 지난 3일에는 권영세 대외협력위원장이 윤 전 총장과 만찬을 하면서 조기 입당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국민의힘 합류를 시간문제로 보는 시각도 있긴 하다. 권 위원장은 본인의 스케줄도 있겠지만, 윤 전 총장이 입당을 해서 네거티브에 공동 대응하고 대선경선도 같이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윤 전 총장은 지난주 출마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가치 철학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본인의 선택지가 제3지대가 아니고 국민의힘이란 것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것이다. 지금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윤 전 총장의 사조직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만약 사조직이 법조계나 진보·중도 지식인 등 엘리트 위주로 인선될 경우 대중적인 정당인 국민의힘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명심해야 할 것은 정치는 정당에 들어와서 해야 안정감과 추동력이 생긴다는 것이다.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며칠 전 우려하듯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정당 자체를 무시하거나 회피해선 안 된다.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캠프는 최소한으로 운영하면서 국민의힘에 들어와 당내 상호검증을 치열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돌발적으로 닥쳐올 여러 가지 위기들을 지혜롭게 넘길 수 있다.윤 전 총장은 현재 대선주자 중 가장 많은 국민 지지를 받고 있지만, 혹시 ‘검사 특유의 엘리트 의식을 갖고 있지 않을까’라며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대중을 기반으로 해야 파이를 무한대로 키울 수 있는 정계에서 소수 엘리트가 참여할 수밖에 없는 캠프의 의사결정에 의존할 경우 정책입안이나 외연 확대, 위기대처 등에서 대중적 지지를 얻기가 어려울 수 있다. 사실 윤 전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율은 거의 대부분 문재인 정권이 만들어 준 것이다. 앞으로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국정전반에 대한 자신의 역량을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처가 리스크를 비롯해 ‘X파일’에 대한 후폭풍도 극복해야 한다. 다양한 검증 과정을 무사히 거치려면 정당에 몸담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캠프 사조직은 성격상 구성원간의 이해관계가 각기 달라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국정비전과 정책입안을 하려면 정당의 인력풀이 꼭 필요하다.

2021-07-04

윤석열, ‘사조직’에 의존 말라

심충택 논설위원 근거없는 악의적 루머를 퍼뜨리며 내년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는 ‘X파일’과 ‘정치유튜버’들이 어떤 식으로든 법적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 한 시민단체는 “X파일은 윤 전 검찰총장과 그 가족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의 허위사실이 적시된 괴문서”라면서 “성명불상의 X파일 최초 작성자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윤 전 총장측도 친여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에 대해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공감TV는 ‘윤석열 X파일’ 중의 하나를 만든 출처로 최근 확인됐다. 그들이 만든 파일에는 윤석열 전 총장의 성장과정, 아내와 장모의 각종 의혹 등이 담겨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윤 전 총장 측은 섣불리 대응을 했다가 역효과가 날 것을 우려해 고발시기는 조율하고 있는 모양이다.‘윤석열 X파일’을 보면 주로 윤 전 총장의 가족을 마타도어 대상으로 삼아 그를 대권주자에서 낙마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선거판을 이처럼 무법천지로 만드는 행위에 대해 당사자들이 제재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지만, 혼탁선거를 막기 위한 정공법은 검찰이나 경찰이 고발이 들어오는 즉시 신속하게 수사를 벌여 진위(眞僞)를 가려내는 것이다.‘윤석열 X파일’을 처음 언급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장성철 씨는 “4월 문건과 6월 문건은 다른 곳에서 작성됐다. (자신에게 X파일을 전달해준 사람이) 6월 문건은 ‘여권으로부터 받았다’는 표현을 썼고, 4월 문건은 ‘어떤 기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장씨의 주장이 맞다면 이 파일을 만든 주체가 어디인지 가려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씨는 이 파일을 공개할 경우 “명예훼손·허위사실 유포가 될 수도 있다”며 파일을 파쇄해 버렸다.정치권은 지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저마다의 이해타산에 따라 이 파일을 이용하고 있다. 실체 없는 파일을 두고 온 나라가 이전투구를 벌이는 양상이다. 앞으로 이러한 괴문서는 대선 기간 내내 꼬리를 물고 나올 것이다. 이번 대선은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생태탕’, ‘페라가모 신발’ 논란처럼, 온갖 흑색선전과 정치공작이 횡행하는 혼탁한 선거가 돼 후폭풍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윤 전 총장은 내일(29일) 서울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권도전 선언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아마 선언식에서 X파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언급은 할 것이다.앞으로 윤 전 총장은 집권여당이나 야권 경선과정에서 제기될 X파일 해명요구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치러야 하는 통과의례로 여기면 된다. 윤 전 총장도 대권에 도전하는 일이 그렇게 순탄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좌파진영이나 야권내부 대권주자들과 승부전을 펼치기 위해서는 ‘사조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사조직으로 구성된 캠프는 쉽게 사분오열(四分五裂)될 수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을 우군으로 만들어 흑색선전과의 전쟁을 치러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2021-06-27

이준석의 ‘포용적 리더십’ 필요하다

심충택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첫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 사실을 두고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걸어서 2분거리”라며 시비를 걸다가 민주당 내에서조차 “부끄럽다”는 비판을 받았다. 야당 대표의 일거수일투족에 흠집을 내려는 집권당 인사들에게 여권인사들조차 혀를 차는 이유는 민심의 변화와 너무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국민이 이준석을 선택한 본질은 권위주의와 부패에 찌든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다.하루하루의 언행이 화제가 되고 있는 이 대표가 최근 국민의힘을 디지털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유수의 선진국 대열에 오르려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디지털 강국이 되는 것이다. 최근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엘리트 직원들을 따로 선발해 디지털 공부를 시키고, 기존 직원이 이직한 빈자리에 디지털 전문인력을 메우는 것도 다국적기업과 맞서 생존하기 위한 몸부림이다.국민의힘은 중앙당-시·도당-지역 당원협의회 식의 중앙집권적 조직체계를 갖추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평당원의 목소리가 중앙당에 수렴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디지털 정당화를 통해 당 지도부와 실시간 의사소통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국민과의 소통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소통 플랫폼을 만들거나 카카오톡과 같은 기존 플랫폼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카톡을 통한 의사소통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대구에서 여실히 증명됐다. 대구시가 지난해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때 52일만에 확진자 제로를 만들어 낸 데는 단체카톡방 덕이 컸다. 대구지역 병원장과 실무보직자들을 중심으로한 의료직능단체, 감염병 전문가, 각 상급병원과 민간 병원, 대구시 등 민·관 방역주체 간에 만들어진 수십 개의 단톡방이 병상확보와 중환자입원, 자가격리자 증상분류 등등에 컨트롤 타워 역할을 했던 것이다.국민의힘 각 시·도당에서는 요즘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하는 모양이다. 호남지역에도 신규당권이 급증한다니 놀랍다. 국민의힘으로선 이 대표의 출현으로 전성기를 맞은 셈이다. 이 대표가 지금 명심해야 할 것은 인기가 올라갈수록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무부분에서 사무총장,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인사를 두고 당 최고위원들과 패싱논란을 빚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4선 중진인 권영세 의원이 이 대표의 삼고초려에도 사무총장직을 거부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이 대표는 직설적인 말투가 건방져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야채가 아삭아삭하면서 부드러울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재밌는 비유를 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하는 식으로 ‘내가 하는 것은 모두 정의’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 이 대표가 ‘소명(召命)’이라고 표현했듯이 내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국민의힘이 지금보다 2배의 영역을 더 키워내야 한다. 그러려면 이 대표의 겸손과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2021-06-20

윤석열 대선출마선언 빠를수록 좋다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공식적인 대권도전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9일 퇴임 후 3개월 만에 독립운동 명문가인 우당 이회영 선생의 기념관 개관식에 참석하면서 처음으로 공개적인 정치 행보에 나섰다.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는데, 그는 “한 나라는 어떤 인물을 배출하고 어떤 인물을 기억하느냐에 그 존재가 드러난다”는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첫 행보의 의미를 부여했다. 대권 도전이나 국민의힘 입당 등에 대해선 지켜봐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그의 정치적 발걸음이 빨라진 것은 공보담당자 임명에서도 엿볼 수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주말 이동훈 조선일보 논설위원(51)을 공보담당자로 임명했다. 이 논설위원은 대구 출신으로 대구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일보에 입사했다가 2013년 조선일보로 옮겨 왔다.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그를 상대로 느닷없이 수사절차에 들어간 것도 ‘민심에 의한’ 그의 대선출마를 앞당기고 있는 것 같다. 그가 현 정권 권력기관에 의해 핍박을 받으면 받을수록 그의 대선출마를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내년 3월 대선까지 270여일 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윤 전 총장이 고민할 시간도 사실 얼마 남지 않았다.윤 전 총장이 대선출마의 정치적 기반을 만드는 방법은 2가지가 있다.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거나 제3지대에서 정치세력을 규합해 새로운 당을 만드는 방법이다. 나는 그가 주변에 현혹되지 말고, 국민의힘을 대선의 산실(産室)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은 그의 대선후보 지지율보다 더 높아졌다. 과거 대선과정을 반추해보면 후보 중심의 캠프를 차려 사조직을 가동하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캠프 내부알력으로 인해 불법정치자금 문제도 반드시 불거지게 돼 있다. 대선을 치르려면 수백억원의 선거비용이 들어가는데 개인 자금이나 후원금으로 버틴다는 건 불가능하다. 지난번 대선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던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선거비용문제 등으로 중도 포기한 점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한다.윤 전 총장의 본격적인 대권도전 움직임에 집권당의 방해작업도 강해지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윤 전 총장의 대선후보 지지율(리얼미터 조사)이 35.1%로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10일, “윤 전 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일종의 발탁 은혜를 입었는데 이를 배신하고 야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는 것은 도의상 맞지 않는 일”이라며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기도 했다.냉정하게 말하면 윤 전 총장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자산은 대선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지율은 선거 구도와 정치 지형 변화에 따라 하루아침에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가 지금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국민의힘에 합류하는 것이 맞다. 합류시기를 늦추다 보면 사조직이 커질 수 있고, 타이밍도 놓칠 수 있다. 국가 미래를 걱정하는 국민들은 야권의 강력한 지도자가 하루빨리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다.

2021-06-13

국민의힘 全大는 외연 넓히는 場이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달 청와대 5당 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에게 “거기 진짜 이준석이 되냐”고 거듭 물었다고 한다.집권당 대표로서는 다양한 테이블에서 마주앉아야 할 제1야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지만, 송 대표의 질문에는 호기심 반, 우려 반의 감정이 교차한 것으로 보여진다. 거침없이 의사표현을 하는 이준석과 마주앉아 협상을 하는 자기모습을 그려보면 기가 찰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에서도 현재 국민의힘 변화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이 전 최고위원이 최근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할 변화를 만들겠다”고 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4·7 재·보선 참패 후 강성당원들의 문자폭탄으로 변화의 흐름을 놓쳤던 여당으로선 아프게 느껴질 부분이다.한국정치사에서는 한번도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이 없는 30대 정치인이 당 대표 선거에서 선두를 다투는 적은 없었다. 어느지역이냐, 몇선이냐로 승부가 결정되던 보수정당 전대에서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다. 선거역사가 오래된 미국과 유럽에서는 젊은 정치인들의 도전으로 당이 혁신되고 국정운영이 획기적으로 바뀐 사례가 다소 있긴 하다.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민심은 국민의힘에 세대교체 바람이 부는 것을 건강하게 보고 있다. 어떤 조직이든 역동성과 의외성은 생명이다. 이준석 돌풍을 이끄는 것은 무엇보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당원과 보수층의 열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4·13 총선 참패 이후 수없이 혁신을 내걸었으나 일반 국민 눈에는 여전히 기득권에 집착하는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심은 지금 제1야당에서 나타나고 있는 격식파괴, 탈권위적 비전을 접하면서 정치권의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이분법 진영 논리로 국민을 분열시킨 기존 정치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며칠 남진 않았지만 아직 변수가 있긴 하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했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했다는 문항 역시 스스로 지지자라고 주장한 응답자들의 지지율이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당원들의 선택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여론조사와는 달리 투표장에 가면 ‘경험 없는 당대표가 대통령선거를 어떻게 이끌까’라는 분위기가 확 퍼질 수도 있는 것이다.누가 당대표가 되든 이번 전당대회에서의 이준석 돌풍은 제1야당이 환골탈태 수준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국민의힘이 정권교체 대안세력으로 제 역할을 하려면 지역·이념·세대별로 고른 지지를 얻어야 한다. ‘이준석 대세론’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인다는 계파·배후설이 계속 나오면서 전대분위기가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현상이다. 선거과정에서 당연히 나올 수도 있는 논란이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야권파이를 키우는 장(場)이 돼야 한다.

2021-06-06

‘한계상황에 와 있다’는 자영업자들

심충택논설위원대부분 사람은 대도시 골목이나 농촌지역 장터에 있는 슈퍼마켓, 약국, 옷가게, 빵가게, 음식점, 문방구 등이 내일도 모레도 그 자리에 있을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다. 이들 동네 가게들이 우리 공동체에 주는 순기능(順機能)이 얼마나 큰지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도 아마 드물 것이다. 만약 동네 가게가 어느 날 갑자기 모두 사라졌다고 가정해 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다양한 기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공기나 물처럼 항상 우리 주변에 있으니까 모두가 그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것이다.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대구시내 중심가에서도 오래전부터 장사가 안돼 하나 둘 문을 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적자운영을 견뎌낼 자영업자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최근 전국 자영업자 525명을 대상으로 ‘내년도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폐업을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현재도 한계 상황’이라는 답변이 32.2%로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이 지금보다 15∼20% 인상되면 폐업을 하겠다는 답변도 26.7%에 달했다. 특히 종업원이 없거나 가족이 직원으로 근무하는 자영업자 중에서는 40.6%가 현재도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10명 중 적어도 3명 정도는 더이상 버티기 어려워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는 조사결과다. 장사가 안되고 매출이 시원찮다 보니 빚에 의존하는 자영업자도 증가하고 있다.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지난 25일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대구·경북지역 자영업자 대출 변화 및 잠재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신규대출한 대구·경북 자영업자는 전년 말보다 30.9% 증가한 24만2천700명(대구 12만6천900명, 경북 11만5천900명)에 달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평균 자영업자 신규대출 증가율(24.1%)을 크게 웃돌았다.우리나라는 특히 자영업자 수가 많다. 취업자 2천700만명 중 550만명이 자영업자다. 그러니 자영업이 경기나 고용,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국가적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특히 취약 경제주체인 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최근 가동됐는데 한계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만이라도 현 수준에서 동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우리 민족은 어려운 시절 이웃끼리 콩 한쪽도 나눠먹고 살았다. 늦가을에 감을 따면서 까치밥으로 몇 개의 감을 남겨두는 배려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계와 품앗이로 대표되는 공유의 삶을 살아온 민족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따뜻한 자본주의의 모델을 우리는 이미 자산(資産)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따뜻한 배려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동네마다 빈 점포가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지역경제에 가장 좋지 않은 모양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지역경제의 실핏줄인 동네가게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1-05-30

국민의힘 당대표 적임자는?

심충택논설위원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주 부처님오신날 동화사 법요식에 참석해 “대구는 우리당의 뿌리다. 당의 뿌리에 계신 분들이 그동안 당을 지켜왔고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내년 정권교체에 대한 마음이 모아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민의힘 일부 당권주자들로부터 ‘영남당’이니 ‘꼰대당’이니 하는 조롱 섞인 소리를 들으며 서운해 했던 대구·경북 지역민에게는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대구·경북은 보수정당의 각종 선거나 당 혁신 발표 때마다 지금처럼 ‘왕따’의 대상이 돼 왔다. 지난해 4·15 총선 때도 김형오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은 “TK 등 영남에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며 이 지역 현역 중진들을 대거 물갈이 했다. 총선결과 영남 지역 의원 중 절반에 가까운 26명(48.1%)이 초선 의원들로 채워졌다. 4·15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1명 중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이 54명(53.4%)에 이르렀지만, 대구·경북 유권자들은 지역구 국회의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정도로 대부분 기대이하의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당원(대의원·책임당원·일반당원) 투표 70%, 일반 여론조사 30%로 승부가 결정난다. 전체 책임당원의 60% 가까이 분포하고 있는 영남지역 여론이 선거판세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정권을 잡으려면 영남 정당으론 어렵다”(홍문표 의원)는 소리가 나오고 있고, 일부 소장파 주자들은 ‘영남·중진 배제론’을 마치 유행가처럼 외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국민의힘은 6·11 전당대회가 끝나면 바로 대선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당권에 욕심을 내 지역감정을 들먹이며 당을 삼삼오오 분열시켜서는 절대 안된다. 그 후유증은 대선 판세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힘이 대선을 안정적으로 치르려면 영남지역의 적극적인 지지없이는 불가능하다.이런 맥락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영남이 4년간 궤멸 위기였던 당을 지켜 정권을 견제하는 야당 역할을 해줬기 때문에 정권 교체의 희망이 보이게 된 것이다. 당의 쇄신과 변화라는 의지에는 공감하지만 영남과 비영남을 나누고, 선수와 나이로 나누는 프레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한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다.오는 28일 예비경선을 앞두고 있는 당권주자 8명의 초반 판세를 보면 정치경륜이 돋보이는 중진들은 당내 지지에서, 개혁을 앞세운 소장파들은 일반 여론조사에서 자신하는 분위기다. 각종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중진그룹으로 분류되는 주호영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소장파 그룹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김웅·김은혜 의원 등이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번에 선출될 국민의힘 당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만들어 정권교체를 성공시켜야 하는 등 매우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고도의 정치력과 지혜가 요구되는 자리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전당대회가 모든 지역과 세대, 계층이 같이 할 수 있는 외연확장의 무대가 돼야 한다. 그래야 당 대표도 통합적 리더십을 가지고 내부 갈등 없이 대선을 치를 수 있다.

2021-05-23

국민의힘 그릇이 이렇게 작나

심충택논설위원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서울과 대구에서 잇달아 가진 국민의힘 복당 선언 기자회견에서 “나의 복당을 논쟁거리로 만드는 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국민의힘 지지층 65%이상이 찬성한다”며 당의 빠른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6월 11일 전당대회를 앞둔 국민의힘은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그의 복당문제에 대해 선뜻 결론을 낼 것 같지 않다.전당대회가 임박하자 발언수위를 높이고 있는 주자들 중 홍 의원의 열성지지층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복당을 지지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들은 대구·경북을 비롯해 주로 영남권에서 광범위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홍 의원과 우호전선을 구축할 경우 투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반면 홍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는 측은 강성이미지를 가진 홍 의원에 대한 반감을 가진 당내 세력이 상당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것이다.대체로 국민의힘 중진들은 그가 당에 복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SNS를 통해 “홍 의원은 오랫동안 당을 위해 헌신한 분이다. 복당을 요구할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당권 도전에 나선 주호영 의원도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남북통일도 국민통합도 하자는 정당이다. 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의원 복당에 대해 거부감을 표명하고 있는 측은 주로 소장파 당권주자들이다.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호남출신 김웅 의원은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영남당’, ‘꼰대당’이라는 당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 세대교체를 원하는 초선의원들의 표를 얻으려는 속셈이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어쨌든 소장파 당권주자들의 거침없는 공세는 홍 의원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내 초선의원들의 거부감부터 극복하는 게 우선이다. 국민의힘은 4·7 재보궐선거이후 초선의원들과 소장파 당원들의 역동성이 커지면서 당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낡은 정당’이라는 색채를 지우기 위해서는 2030세대가 참여하고 그들의 목소리가 당 안에서 커져야 한다. 홍 의원도 최근까지 젊은 의원들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개별적인 만남을 꾸준히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들의 거부감은 여전하다. 홍 의원이 명심해야 할 것은 젊은 정치인들이 다소 거친 언사를 쓰더라도 맞상대를 해서 막말을 해선 곤란하다. 너그럽게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중진답게 당에 헌신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인상을 후배 정치인들에게 심어주는 것이 맞다.국민의힘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포용력을 가지고 당의 외연을 확장해야 할 때다. 성공적인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당의 그릇을 키워야 한다. 개개인의 이해타산에 따라 유력 대선주자의 복당을 저울질하는 것은 편협한 행위다. 국민의힘 내에서 특정인이나 특정지역을 배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올 경우 당의 기반인 대구·경북 민심부터 돌아설 수 있다.

2021-05-16

외교관 가족의 빗나간 특권

심충택논설위원정부 부처를 대표해서 해외 대사관에서 근무한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아내가 고가 도자기 밀수 의혹에 휩싸여 물의를 빚고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15~2018년 주영(駐英) 한국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으로 재직할 당시 부인이 1천점이 넘는 도자기 등을 관세를 내지 않고 ‘외교행낭(외교관 이삿짐)’으로 반입해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그는 지난 4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집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했지만, 야당에서는 “외교관 신분을 이용해서 수천 점의 도자기를 이삿짐으로 위장해 들여와 사적으로 판매까지 한 파렴치의 끝판왕”이라며 맹비난을 하고 있다. 김근식 국민의힘 전 비전전략실장은 페이스북에 “박 후보자 부인의 도자기 밀수의혹은 가장 악질적인 경우”라고 올렸다.국제사회에서는 외교관 밀수행위가 북한의 전매특허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주체코 북한 외교관이 현지 사업가에게 접근해 무기와 드론을 구입하려다 체코당국에 적발됐으며, 2015년에는 남아공 주재 북한 대사관 외교관이 모잠비크에서 코뿔소 뿔을 밀매하다 체포돼 추방됐다. 2019년에는 또 다른 북한 외교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상아를 밀수하다 네덜란드 당국에 적발됐는데, 당시 “아프리카 주재 북한 외교관들이 생계비와 평양에 보낼 충성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밀수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해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가 현직 이란주재 북한 외교관이 금과 현금 밀수에 가담하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북한이 해외 외교관을 통해 무기와 사치품을 상습적으로 밀수하는 것은 외교관과 그 가족들이 파견 대상 국가에서 누리는 다양한 특권 때문에 가능하다. 외교관은 파견국을 대표한다는 상징성 때문에 다양한 혜택을 보장받고 있다. 외교관과 그 가족에게는 1961년 만들어진 ‘외교 관계에 대한 빈 협약’에 따라 면책특권이 적용된다. 범죄행위를 하더라도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신체불가침 특권이 있다. 외교관 가족(본인, 배우자, 자녀)에게 자동으로 발급되는 외교관 여권은 공항에서 VIP의전 혜택을 받으며 파견대상 국가에서 조세면제도 받는다. 최근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이 서울의 한 의류 매장에서 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면책특권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실은 벨기에 현지 언론을 통해 상세하게 전해져 대사 부인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위공무원의 배우자가 외교관시절 대량으로 사들인 도자기를 무관세로 국내반입해서 만약 판매까지 했다면 분명한 범죄행위다. 외교관 특권은 사적이익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어진 것이다. 감사원이나 외교부는 박 후보자 부인사건을 계기로 해외 외교관과 그 가족의 공직기강 문제를 대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달성군 화원읍 인흥마을 남평문씨 세거지 목화밭 앞에는 고려말 외교관이었던 문익점 동상이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은 백성을 위해 붓뚜껑 속에 목화씨를 숨겨와 우리나라 의복문제를 해결한 문익점에게서 외교활동의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

2021-05-09

교도소 갈 각오를 해야 하는 기업인

심충택논설위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 22일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출석시켜 ‘산업재해 청문회’를 연 장면은 잊히지 않는다. 그날 위안부 할머니를 대상으로 한 사기·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TV에 방영됐다. 윤 의원이 요통으로 인해 몸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청문회에 나온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향해 “증인은 포스코에서 노동자들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야단치는 장면은 핫 이슈가 됐다. 관련 기사에는 ‘어이가 없다’,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등등 윤 의원을 비꼬거나 비난하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최 회장은 취임 후 기업경영에 사회적·환경적 책임과 수평적 거버넌스 개념을 도입해 포스코의 이미지를 혁신하고 있는 인물이다.윤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에도 관여해왔다. 중대재해법은 지난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김용균 씨 사고를 계기로 민주당에서 발의해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조만간 시행령이 확정되면 내년부터 법률효력이 발생한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법의 입법취지, 실행가능성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방향으로 시행령을 마련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중대재해법은 하청 업체를 포함해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에게는 1년 이상 징역,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이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상시근로자 5인이상 50인미만 기업은 3년유예) 시행되면 산재 발생 가능성이 상존(尙存)하는 조선·철강·화학·건설업종 CEO들은 매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기분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 산업계 반응이다. 법률 내용 중 형사처벌 근거가 되는 경영진 과실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의도를 가진 ‘고의 과실’이나 ‘중대한 과실’이 아니더라도 재해만 발생하면 대부분 과실로 인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대구경영자총협회도 최근 대구지역 국회의원과 기업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 법률의 ‘보완입법’에 대해 논의했다. 금형·주물업 등 대구시내 공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뿌리산업 기업인들이 특히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뜨거운 쇳물이나 무거운 금속을 다루는 공정이 있는 업종이라 직원들이 잠시만 방심해도 산재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중대재해법의 바탕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그동안 산업화 과정에서 근로자의 안전과 생명을 희생시키며 성장했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해 근로자 안전을 침해하는 것은 범죄행위이고 강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일리(一理)가 있는 말이긴 하지만, 산재사고의 모든 책임을 기업주에게만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안전시설을 완벽하게 유지하더라도 개인이 주의하지 않으면 사고예방이 불가능한 사업장도 있을 것이다.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 중에는 만약 사고가 나서 사장이 구속되면 그날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무거운 처벌보다는 기업이 안전시스템 점검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적극 반영할 필요가 있다.

2021-05-02

아편보다 더 중독성 강한 ‘權力’

심충택논설위원문재인 정권이 역대 다른 정권과 크게 구별되는 것은 노골적으로 국민을 양 진영(陣營)으로 나눠 전쟁하듯 나라를 통치하는 것이다. 이제 국회와 법조계, 학계, 방송계, 시민단체 등 사회 전 분야를 장악하다시피 한 이 정권의 권력자들은 국가 시스템과 자원을 마음대로 주물러도 된다는 망상에 젖은 듯하다.가장 위험한 것은 법률까지 입맛대로 요리할 수 있다는 그들의 발상이다. 대표적인 게 여당 위성정당인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최근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것이다. 최 대표는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한(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상 피해자의 의사표시와 상관없이 제3자의 고소로 수사 착수를 할 수 있는데, 이 법이 시행되면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가 가능해진다. 최 대표에 대한 검찰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수사는 피해자인 이 전 기자가 아닌 제3자인 시민단체 고발로 시작됐기 때문에, 개정안 통과 이후였다면 최 대표 사건은 수사조차 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전형적인 ‘셀프구제법안’이라는 비난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며칠 전 철회되긴 했지만, 민주당 설훈 의원이 발의한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도 ‘셀프특혜법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법안의 취지는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에 대해서만 관련자들을 국가유공자와 민주유공자로 예우하고 있는데, 유신반대투쟁과 6월 항쟁유공자까지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선거과정에서 자신을 도운 전교조 출신 해직교사 등을 부당하게 특별채용한 혐의로 감사원에 의해 경찰에 고발됐는데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권력집단의 탈법적이고 비상식적인 특권 행위는 이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서울 교통방송(TBS)이 김어준 씨에게 예외규정까지 적용하며 고액 출연료를 주고 있다는 의혹은 시급을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들에게 절망을 주고 있다. 서울 한남동 김명수 대법원장 공관을 리모델링하는데 16억원 이상의 세금이 들어간 것, 경기도 안성 소녀상 설립 모금액 중 1천500만원이 방송인 김제동씨에 대한 강연비(2시간)로 지출된 것, 위안부 할머니들을 앵벌이 도구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윤미향 민주당 의원 사건 등도 국민의 눈엔 기가 막힌 일로 비쳐진다.진보논객인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중앙지에 쓴 한 칼럼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일일이 정리하다가 너무 많아 중도에 그만두고 말았다”고 언급한 부분에 공감한 적이 있다. 민주화 운동의 대명사격인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는 이런 일은 없었다. 양 김 씨는 적어도 국민을 대상으로 자원을 고루 배분했고 국민세금을 남용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권력을 행사하는 습관은 아편보다 훨씬 더 큰 중독성을 가졌기 때문에 멈출 줄을 모른다는 말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2021-04-25

‘법당 뒤를 도는’ TK리더

심충택논설위원대구시 동구 신서혁신도시에는 장기간 빈터로 남아 있는 공공시설 부지가 있다. 1만4천㎡가 넘는 이 부지는 고등학교 설립을 위해 남겨둔 땅이다. 고교설립이 혁신도시 주민들의 최대 숙원인데도 불구하고 왜 대구시교육청은 이 빈터에 학교를 짓지 않을까. 법률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학교 설립이나 학급 증설을 할 때는 ‘학령인구’를 반영해 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령인구라는 잣대를 적용하면 출산율 감소로 인해 대구시내에는 혁신도시뿐 아니라 어느 한 곳에도 학교를 지을 수 없다. 대구의 외딴 지역에 자리잡아 교통이 불편하기 짝이 없는 혁신도시 주민들은 그래서 아이들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이면 이사 갈 생각을 한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정착한 공공기관 직원들도 자녀 교육 문제 때문에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대구혁신도시 주민들의 이러한 상황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도 전달됐다. 국가균형발전위는 혁신도시 공공기관들의 지역기여도를 체크하는 업무도 하고 있으며, 이 지역 출신 김사열 경북대 교수가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지난해 말 혁신도시를 교육특별지구로 지정해 학교설립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 지금 국회에서 논의중인 ‘혁신도시법 일부개정안’과 ‘기업도시법 일부개정안’,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이 그것이다. 이 법률개정안의 발의자는 엉뚱하게도 강원도 원주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이다. 원주 기업도시 주민들의 최대숙원이 ‘고교 설립’이어서 이 의원이 총대를 멨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법률개정안 공동발의자 명단에 대구지역 국회의원은 한 명도 찾아볼 수 없다니 놀라울 따름이다.문재인 정부는 지난해부터 지역균형 뉴딜정책을 ‘대통령 아젠다’로 채택해 다양한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는 대구혁신도시 고교설립 문제도 이 과제 안에 넣어 해결책을 찾는 중이다. 부산·울산·경남이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는 ‘동남권 메가시티’도 뉴딜정책에 근거해 국비를 확보하려는 지역발전 전략이다. 지금 뉴딜정책을 겨냥한 지역 간 초광역협력 논의는 충청권(대전·세종·충남·충북)과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지역균형 뉴딜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법률이나 경제성 논리에 막혀 추진할 수 없었던 현안을 국가균형발전 논리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경제성 논리로만 따지면 대한민국에는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광역전철이나 광역대중교통망을 구축할 수 없다”고 말했다.지역균형 뉴딜사업 예산을 따내려면 일단 지자체가 지역의 특성·여건을 반영해 창의적 과제를 기획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지금 전국 지자체들이 이 기회를 잡기 위해 해상풍력발전소 건설을 기획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대구·경북만 너무 조용한 것 같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TK 패싱’이라는 정치논리를 ‘자기 보신(保身)’의 도구로 삼아 이 지역의 미래 발전기회를 놓친다면 다음 선거에서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다.

2021-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