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국민의힘 최고위는 캠프대변 기구인가

등록일 2021-08-22 18:22 게재일 2021-08-23 19면
스크랩버튼
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당 중진들의 공격 속에 사면초가 상황에 처한 이준석 대표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중도층 지지를 가져올 수 있는 정당 개혁 과제에 집중하겠다”고 한 말이 귀에 남는다.

이 대표가 밝힌 정당개혁과제는 “유력자에게 줄 잘 서는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고 인식되는 폐쇄적 당 문화를 개방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일례로 그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선출직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 제도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는 대선결과가 나온 후 3개월여 뒤에 치러진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연히 대통령 당선자가 주도적으로 지방선거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이 대표가 이러한 상식적인 생각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자격시험이라는 제도도입을 통해 공천과정을 시스템화하겠다는 발상이다.

지금 국민의힘 원내·외 중진 상당수가 내년 지방선거 공천을 의식해 유력 대선주자에게 줄을 서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여당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야당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비중있는 정치인들이 몰려 있다. 이들 중에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권 시스템을 언급한 것은 이런 현 상황을 감안해서 나온 말이다.

국민의힘 최고위원회가 캠프이익을 대변하는 인사들로 인해 ‘다중분열’됐다는 소리는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지난 19일 최고위 회의에서 “정권교체라는 국민 열망을 뒤로하고 경선 주도권부터 잡고 보자는 식의 ‘캠프식 당내 정치’에 모두 지쳐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유권자 눈으로 보면, 국민의힘은 지금 바람 앞의 촛불처럼 위태위태하다. 곧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가 시작되지만, 너도나도 당 대표를 흔들면서 당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선버스가 출발하면 곧 대형사고가 날 가능성이 크다. 각 캠프 이해관계자들이 일일이 ‘밤놔라 대추놔라’며 트집을 잡을 경우 국민의힘이라는 배는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선관위원장 선출문제가 대표적인 뇌관이다. 여기에다 압박면접이나 역선택 방지 조항 삭제 등 경선룰을 두고서도 각 후보 간 이해관계가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원내·외 중진 대부분이 이미 유력 대선주자 캠프에 합류해 진지를 구축하는 바람에 이러한 갈등을 흡수할 ‘중간지대’도 없어져 버렸다.

윤 전 총장이 기존의 태도를 바꿔 오는 25일 경선준비위가 개최하는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기로 해 갈등이 진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야권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공멸할 수 있다는 경고음은 여러 곳에서 들리고 있다. 국민의힘과 당내 유력대선주자의 지지율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이 지난 19일 “당 분열은 곧 패망이니 모두들 한발 물러서 당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자”고 한 말에 공감이 간다.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은 바로 자신들이 ‘봉숭아학당’과 ‘콩가루집안’의 주역이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심충택 시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