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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가치’ 평가절하하면 안 된다

등록일 2021-12-05 18:56 게재일 2021-12-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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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정치부 기자 시절 각종 선거를 취재하면서 다양한 여야 후보들의 캠프를 경험했다. 외부에 대해 개방적인 캠프가 있는가 하면, 이너서클(Inner circle) 중심의 꽉 닫힌 캠프도 있다. 주로 거물급 인사들의 선거캠프가 닫혀 있다. 이너서클 멤버들이 외부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충성심 경쟁을 펼치는 배타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선거캠프의 이너서클은 생리상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문고리 권력을 나누기 싫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주류인물로 구성된 ‘윤핵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윤석열 핵심 관계자’를 줄여서 쓴 윤핵관은 일종의 이너서클이다. 경선과정에서 윤 후보를 지지하거나 도왔던 중견정치인들 다수가 해당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 후보에게 불만을 터트린 것도 근본원인은 윤핵관에 있다. 이 대표는 이들이 의도를 갖고 당내분란을 조장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핵관 일원으로 지목되는 익명의 한 의원은 이 대표를 두고 “당무우선권을 가진 후보가 대표를 징계할 수 있다. 초장에 버릇을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막말이다. 전형적인 호가호위(狐假虎威)다.

최근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도 “선대위의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대선에 임하고 전쟁을 치러야 하는데 문고리 3인방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불만이 나왔다. 윤 후보가 소수의 핵심인물에 의존해서 선거를 치르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을 ‘문고리 3인방’이라며 부정적으로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지난 6·11 전당대회에서 젊은 당원들과 2030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로 36세에 제1야당 당수로 선출됐다. 당시 국민이 이준석을 국민의힘 사령탑으로 선택한 본질은 권위주의와 부패에 찌든 낡은 정치를 바꾸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취임 후 국민의힘을 디지털정당으로 변신시켜 기업처럼 효율성과 효과성을 추구했다. 각 시·도당에서는 온라인 입당신청자가 쇄도했고, 호남지역에서도 신규당권이 급증했다. 국민의힘 전성기는 그때였다.

윤 후보가 지난 3일 울산에 머물던 이 대표를 직접 찾아가 그동안의 갈등을 풀고 ‘일체(一體)’가 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윤핵관 울타리를 벗어난’ 윤 후보의 리더십이 돋보인 시간이었다. 선대위 합류를 보류했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총괄선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니 이제 ‘윤석열 선대위’는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6·11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국민의힘의 변화다. 그때의 변화 돌풍이 지금 불면 집권여당이 아무리 자금이나 조직, 여론형성 등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더라도 선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내년 대선은 부동층이 많은 젊은 유권자들의 의중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이준석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해야 하며, 그가 활동할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줘야 한다. 윤 후보가 포용력과 수권능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민심은 하루아침에 싸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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