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택 논설위원 오늘은 6·1 지방선거일이다. 오늘 선거는 앞으로 4년간 대구와 경북의 지방정부 살림을 살 행정·교육기관 단체장과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대의기관을 뽑는 중요한 행사다.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시·도 교육감, 시장·군수·구청장 등 단체장을 고르는 일에 쏠려 있겠지만, 광역의원(대구시의원, 경북도의원)과 기초의원(시·군·구의원)을 선택하는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지방정부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지방의원 수준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지 아직 고민을 하는 유권자들에게는 후보들의 공약을 한번 확인해보라는 권유를 하고 싶다. 지난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 중 각 후보는 나름대로의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면서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쏟았다. 후보들의 공약에는 정치적 지향점과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녹아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들의 제1공약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서재헌 민주당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은 ‘대구형 기본의료제도 등 복지 강화’다. 그는 주기적 질병 진단 및 예방을 위한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및 동촌후적지 개발’이 제1공약이다.‘대구통합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해 국비 지원을 받겠다는 약속이다. 한민정 정의당 후보는 ‘산업재해·저임금 노동 없는 대구’를 우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했다. 신원호 기본소득당 후보 중요공약은 모든 대구 시민에게 연 12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임미애 민주당 후보는 ‘미래 산업의 수도 경북’이 제1 공약이다. 이를 위해 2차전지 소재산업 벨트와 친환경 자동차·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는 ‘충분한 규모의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연간 1천만명 항공수요를 반영한 3천200m 이상 중장거리 활주로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시장·경북도지사 후보 외에도 교육감, 시장·군수, 광역·기초의원, 지방의원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약도 각 가정에 배달된 선거공보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상세히 알 수 있다.대구시내 주요 간선도로에는 투표독려와 함께 ‘헛된공약 선심공약 잘 살펴서 실현가능한 공약의 일꾼에게 투표합시다’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현수막이 게시되는 것이다. 사실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해 보면 선심성 사업, 재탕·삼탕 사업, 졸속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눈길이 가는 공약이라도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돼 실현불가능한 것들이 많다.유권자들이 공약의 수준을 판별하는 방법은 자신이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시켜 보면 도움이 된다. 특정 후보의 대표 공약이 지역발전과 내 삶의 질 개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있는지 정도만 따져봐도 엉터리 공약을 쉽게 고를 수 있다.
2022-05-31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내일(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첫 정식 국무회의를 개최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첫 국무회의를 세종청사에서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새 정부는 올 연말 입주 예정인 세종청사 중앙동 내에 대통령 집무실도 마련한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탈(脫) 서울’ 행보는 비수도권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신선감을 준다.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지역 간 갈등, 저출산 문제 등은 수도권 일극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수도권에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의 자산, 권력, 인재가 몰려 있기 때문에 국가기능이 균형 있게 작동할 수가 없는 것이다.수도권에 국가 주요사업과 예산이 집중돼 있으니까 6·1 지방선거도 서울, 경기, 인천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전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경기도지사 선거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1기 신도시 건설과 재건축, 광역급행철도(GTX) 신설·연장, 군 공항 이전 및 국제공항 건설 등 후보들의 굵직한 개발 공약이 넘쳐나고 있다. 이 공약에 따라 해당 지역의 부동산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이에 비례해 비수도권지역 주민들의 박탈감은 커지기만 한다.비수도권 모든 지자체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기업 하나라도 유치하기 위해 올인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는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대못 규제’라고 비난하면서 경기도 이전 기업에 대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다닌다.지역균형발전이 제대로 되려면 수도권에 집중되는 국가자산(일자리·교육·의료·교통·문화)을 규제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출산유도를 위해 아이 낳는 가정에 현금을 지급하고, 여기저기 도로를 넓히는 식의 대증적 요법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은 요원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를 균형적으로 배분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수도권규제를 완화하면서 비수도권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이런 측면에서 새 정부가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는 별도로 윤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공약을 챙길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남아있어 새 정부의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챙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 관련, 김병준 전 인수위 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자신도 적극적으로 참여할테니 지역균형발전이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 있도록 외부포럼이나 학회가 적극적으로 연계해서 활동하라고 했다”며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지역균형발전을 범정부적 현안으로 추진하려면 특정기구에 맡길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론화작업을 하는 것이 맞다. 지방소멸 어젠다는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출산 문제에 직결돼 있기 때문에 새 정부는 반드시 이 문제를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야 한다.
2022-05-24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반지성주의”라고 언급했다. 일부 언론에서 ‘반지성주의라는 낯선 단어가 불쑥 등장했다’고 빈정댔지만, 이 취임사를 들은 많은 국민은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나는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만큼 지금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성주의가 ‘논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사회적 현안해결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면, 우리 사회에 지성주의가 산산조각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이번 대선과정에서 대도시는 물론, 산골마을까지 전염병처럼 번진 반지성주의는 주로 대선후보 캠프 안팎에서 비롯됐다. 권력을 노리는 지식인들이 여야 후보 캠프에 대거 참여해서 우리사회의 공론장을 이성이 지배하는 소통의 장이 아니라 감정이 판치는 증오의 장으로 변질시켰다. 그들은 합리적인 논리 전개로 민심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짧고 기억하기 쉬운 선동성이 강한 말로 대중을 휘어잡았다. 이로인해 생겨난게 팬덤정치다.일부정치인의 팬덤정치는 SNS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를 극도로 오염시켰다. 무조건적 충성심을 가진 팬덤은 온라인 좌표 찍기, 게시판 댓글 도배, 특정인을 겨냥한 문자 폭탄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이 때문에 SNS는 상대 당과 특정 인물들에 대한 광기 어린 독설과 막말, 근거 없는 데이터 등이 난무했다.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14일 그의 열광적인 지지자 모임(개딸)에 대해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행태라고 생각한다. 참 많은 개딸, 양아들. 개이모, 개삼촌, 심지어 개할머니까지 함께 해 주셔서 큰 힘이 난다”고 말했다. 팬덤정치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도적으로 일축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정권 초기부터 민주당 안팎에서 문빠로 불리는 팬덤의 문자폭탄이 당 안팎의 건전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를 ‘양념’이라며 묵인했다. 그는 지난 15일 경남 양산 사저 주변에서 보수성향 단체들이 집회를 하자 “반지성이 시골마을 평온을 깨고 있다”며, 듣기에 따라서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지성주의를 비웃는 듯한 말을 했다.나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상대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반지성주의를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반지성주의가 진실을 왜곡하고,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해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현안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 진영 대결, 팬덤정치, 편가르기 등으로 구체화되는 반지성주의를 민주주의의 위기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가장 결핍된 언어가 지성”이라며 되받아 쳤지만, 반지성주의가 우리사회의 국민통합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22-05-17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비단주머니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야당과의 협치다. IMF 사태에 버금가는 위기가 닥친 국가 현안을 극복하려면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야당이 국회에서 과반 의석(300석 중 172석)을 차지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새 정부를 지원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협치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도 나오지만, 어떤 조직이든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할 때 후임자에게 덕담과 함께 성공을 기원해 주는 게 상식이다. 대통령 자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 허니문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번 대통령 인수·인계 과정은 상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이냐”며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후임자를 비판했다.그 이전에도 그는 윤 대통령의 북한 선제타격론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하다”,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는데 중도에 그만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런 식의 정치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농후하다.전임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지만,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쌓여있는 것도 협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고소·고발 건수는 모두 6건이다.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공무원 사적 동원, 허위 해명 의혹 등이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정영학 녹취록을 왜곡한 혐의와 검사 사칭 의혹도 포함돼 있다.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민주당으로부터 세 차례 검찰에 고발당했다.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허위 해명과 선대본부 임명장 무작위 발급 의혹 등이다. 보수와 진보 시민단체들이 두 사람을 고소·고발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전체 건수는 두 손으로 세기가 어렵다.현재로선 협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키를 쥔 사람은 여·야 원내대표 정도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금도 겉으로는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사람이 최일선에 서서 한치 양보없는 ‘오기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권 원내대표는 ‘172석 거야(巨野)’에 휘둘려서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관철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당내 강경·개혁 의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표직에 오른 박 원내대표도 개혁 완수를 촉구하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협치는 말 그대로 ‘서로 도우면서 정치한다’는 의미다. 지금으로선 양당의 갈등이 역대급이어서 협치를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지만, 두 원내대표가 국가미래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협치의 길은 반드시 트인다.
2022-05-10
심충택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을 직접적인 화법으로 비판한 것이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을 이렇게 비판적으로 대하는 모습은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했다. 청와대는 “임기말 없는 대통령으로 끝까지 일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야당에선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는 말이 나왔고, 대통령직 인수위는 “남은 임기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켜달라”고 했다.문 대통령의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정권을 인계하는 쪽과 인수받는 쪽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양측은 대선직후 첫 회동 일정조율 문제, 집무실 이전 예비비 승인 문제, 감사원과 중앙선관위원 인사권 문제 등을 두고 충돌을 거듭해왔다.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신구 권력의 대치 전선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느낌이어서 시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대단하다.문 대통령은 그동안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히긴 했지만, 퇴임 후에도 정치적 메시지를 계속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SNS팔로어 수 200만명을 자축하며 “이제 퇴임하면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이야기로 새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고 언급한데서, 그의 팬덤정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공세적 메시지는 ‘문빠’를 중심으로 한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문 대통령의 이러한 팬덤정치가 우려되는 부분은 팬덤의 극단적인 지지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매우 비이성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현 집권당 원로들도 “문재인의 문빠 정치가 진보세력을 망친다. 강성 지지층에 빠지면 중도, 혹은 대중을 외면하게 된다”며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지난 대선과정에서 과열된 범정치권의 팬덤문화로 인해 우리사회는 각계각층의 반목과 질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 무조건적 충성심을 가진 팬덤은 온라인 좌표 찍기, 게시판 댓글 도배, 특정인을 겨냥한 문자 폭탄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그 여파가 이제 진영싸움을 넘어서 대선불복 단계로 치닫고 있다.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비상시국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정치권이 한 몸이 돼 위기극복에 나서도 현 상황을 타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 분열을 걱정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어떤 진영에 속하든 지금의 상황을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다. 팬덤 뒤에 숨어서 좌표를 찍거나 충동질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우선 가장 정신을 차려야 할 사람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과 국정철학이 다르더라도 속으로 삭이고 윤 당선인이 순조롭게 정권을 인수해 나라를 안정시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게 순리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측 인사들은 물러나는 정권을 과도하게 자극해선 안 된다.
2022-05-03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대구 50년 미래번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구통합신공항 건설과 동촌후적지의 성공적인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항산단 200만 평을 조성해 대기업과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대구 동촌 이전터는 첨단관광상업지구로 개발하며 아파트는 짓지 않겠다”고 했다.TV토론회를 지켜보면서 홍 의원의 이 공약에 귀를 기울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구는 말할 것도 없고 비수도권 대도시의 가장 큰 현안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취업할 만한 일자리를 많이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국내에 있는 대기업이든, 해외에서 국내로 다시 리턴하는 대기업이든, 지자체가 깜짝 놀랄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정부가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지방도시로 선뜻 이전해 오지 않는다.대기업을 움직이려면 반드시 국제사회와 24시간 연결돼 있는 관문공항이 있어야 한다. 홍 의원은 평소에도 기자들과 만나면 “대기업들이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는 것은 항공화물의 거의 100%를 인천공항에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왔다. 지방도시가 인근에 하늘길을 열어 기업 물류비를 줄여주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땅값이 비싼 수도권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문제는 국비지원을 받아 통합신공항을 건설하려면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공항 건설의 제1관문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국가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홍 의원이 이미 국회에 발의한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다행인 것은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2월 15일 동대구역 대선 유세에서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해 확실히 협력과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신공항 국책사업화를 위한 관련 TF가 꾸려지고, TF 첫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최대현안이었던 국비 지원과 공공기관 개발참여가 긍정적으로 검토됐다.차기 정부가 특별법 제정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칼자루를 쥔 측은 국회 다수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은 보류한 채 가덕도 특별법만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부산과 대구의 갈등을 유발시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한 것이다.밉든 곱든 지금으로선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려면 민주당이 찬성하지 않고는 달리 길이 없다. 민주당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특별법 제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현재 민주당에서는 서재헌 전 대구 동구갑 지역위원장, 정의당에서는 한민정 대구시당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선거운동 기간 중 여야후보들이 TV토론회 등을 통해 특별법 제정 촉구결의에 대한 합의안을 만들어 각 정당으로 하여금 당론으로 채택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홍 의원이든 서 위원장이든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제안을 하면 지방선거를 특별법 제정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2022-04-26
심충택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남아 있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두 개정안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했으며 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제출됐다. 국가 사법체계의 핵심적인 기구인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률 개정안이 어떻게 민주라는 이름을 내건 정당에서 한 사람의 반대의견도 없이 발의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민주당의 현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다. 중국 진나라 시절 조고는 황제도 눈 아래 둘 정도로 절대권력을 쥐고 있었다. 지금 민주당이 행사하고 있는 입법권력과 마찬가지다.조고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가 사슴을 말이라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 없었다. 조고의 거칠 것 없는 권력 행사는 민생 파탄을 가져오고 결국은 백성의 반란으로 이어졌다.절대권력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민주당이 법률 제·개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다수의석을 가졌다 해서 이를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국민이 민주당에 ‘입법독재’ 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다수결 원리의 전제는 야당과의 절충과 타협이다. 다수의 독재는 1인의 독재보다 더 무섭다.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핵심은 2가지다.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다룬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했다. 또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4조의 조항을 삭제하고 검사의 직무에 대해 공소제기와 유지만 남겼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이 삭제되면서 검사가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사라졌다.최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 2부 부장검사는 사표를 내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 행위, 대기업 시장 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후진적인 병리현상이 판칠 것이라고 예고하는 소리다.민주당 의도대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음달부터 언론사 사회부 출입처에서도 검찰청은 빠지게 생겼다.수사를 하지 않는 검찰은 언론에서도 취재할 내용이 없다. 대신 지금은 갓 수습을 뗀 기자들이 주로 출입하는 경찰서는 중견기자들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기소를 하지 않고 경찰 선에서 내사종결되는 사건들을 추적해서 취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이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공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박 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에게 넘기지 않고 해외출장(23일부터 10일간 미국·캐나다 순방)을 가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검수완박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 간다.
2022-04-19
심충택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달성 사저정치’가 대구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대구의 시간이 다시 박근혜 탄핵 당시의 과거로 돌아가는 음울한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느닷없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박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동영상을 통해 유 변호사 지지 발언을 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발을 담갔다. 유 변호사가 공개한 영상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유영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그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가)저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저와의 만남을 차단한다는 터무니없는 모함을 받고 질시를 받았음에도 단 한마디 변명도 없이 그 비난을 감내했다”며 유 변호사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사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했던 지난 5년간 생업을 뒤로한 채 그를 모시는데 전력을 쏟아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정은 그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격려하는 것도 인지상정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대구에서는 정치신인과 다름없는 유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한지 보름도 채 안돼 다크호스로 부상한 것은 ‘박심(朴心)’의 영향력이 아직도 대단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근 대구경북기자협회가 실시한 대구시장 지지율 조사에서는 유 변호사가 2위를 차지했으나 선관위가 조사방법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며 공표금지 처분을 내렸지만, 지난 9일 내외경제TV가 비전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홍준표 의원(30.2%),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25.4%)에 이어 유 변호사가 3위(14.6%)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유 변호사가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홍 의원이나 국회의원 3선을 지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상대로 선두권 판세를 유지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구지역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타 지역민들도 과거에 갇힌 대구시민들의 정치행위를 도마위에 올릴 것이다. 이것은 대구·경북이 탄생시킨 윤석열 정권의 앞날에도 유익하지 않다.대구는 최근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소멸위기 구(區)가 나올 정도로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 이후 계속 전국 꼴찌다. 이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대구시민들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차기 대구시장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것이다.대구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다. 차기 대구시장은 반드시 위기의 대구를 구할 수 있는 역량있는 후보가 공천돼야 한다. ‘친박’이라는 용어가 또다시 선거판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지금까지 전직 대통령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긴 채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를 멀리하고, 존경받는 국가원로로 평화스럽게 지냈으면 좋겠다.
2022-04-12
심충택논설위원 대구시와 구미시가 지난 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서’에 서명을 함으로써 해평취수장 공동활용을 둘러싼 오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 이 협정서에는 대구시와 구미시, 환경부, 국무조정실, 한국수자원공사, 경북도, 한국수자원공사가 모두 사인함으로써 기존 일정대로 진행되면 오는 2028년부터는 대구시민 일부가 해평취수장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해평취수장 물을 대구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44km의 관로를 설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타당성조사와 설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22-04-05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서울에 사는 지인을 만났더니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거론되는 예비후보들을 보면 ‘보수꼴통’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오히려 더 짙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과 인재가 몰려들려면 대구시장이 젊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이 중요한데 출마 예상자 대부분이 낡고 폐쇄적인 인상을 가졌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인물들의 정치·사회·행정 분야 업적을 보면 대구 이미지를 확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는 인물이 없다. 여기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까지 이번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니, 대구에서는 철지난 친박 타령까지 재현될 판이다.지금 대구는 소득꼴찌의 지방도시로 쇠락했다. 청년들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고 있다. 한강 이남 최대의 물적·인적 자산을 보유했다는 소리를 듣던 대구가 지금은 해방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외부인이 대구를 보는 시각은 꼰대의 도시, 변화를 거부하는 도시, 세상과 담쌓은 도시, 독불장군의 도시, 고담의 도시 등등이다. 취직자리를 찾아 서울로 간 대구 청년들이 직장 동료들에게 고향의 정치성향 때문에 왕따를 당한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 때는 대구가 조롱받는 도시로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누구 탓이 아니고 대구시민들이 자초한 것이다.도시의 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은 ‘도시미래’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국내외를 보면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잘 뽑은 도시가 국제적인 위상을 자랑하면서 변모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시민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후보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대구시장 여론조사를 보면 작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뻔한 선거결과’가 예측된다.대구시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가 거의 없던 국민의힘이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를 선출함으로서 당의 역사를 바꾼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젊고 국제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준석을 대표로 선택함으로서, 지금은 대통령을 배출한 수권정당으로 180° 변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시 수락 연설에서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설내용을 지금 대구시민들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역사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은 불가능할 것 같던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 민족의 새길을 연 적이 몇 차례 있었다. 화랑정신으로 삼국을 통일했고, 국채보상운동으로 일제에 저항했다. 자유당 정권에서는 대구학생들이 가장 먼저 부패에 맞섰다. 이것이 바로 근대화의 산실인 이 지역의 정체성이다. 대구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개방적인 국제도시로 변해야 먹고 살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리더십과 실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일본 이즈모시 시민들은 미국 최고의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이와구니 데쓴도를 시장 단일후보로 추대해 도시경영을 맡긴 사례가 있다.
2022-03-29
심충택 논설위원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소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같은 의원들은 인수위가 끝나는 대로 뒤로 물러나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압도적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만 윤석열 정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거국중립내각은 여야가 함께 내각에 참여해 초당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갑자기 위기 상황에 처하거나 전시 등 비상시에 구성된다. 김 전 대표의 생각은 국민의힘 의원, 특히 당선인의 측근들이 내각 자리를 양보하고, 야당과 협치를 해야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이며, 국민의힘은 국민의당(3석)과 합당이 이뤄지더라도 113석에 그친다. 윤석열 정부는 당장 코로나 극복을 위한 추경안 편성이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협조가 절실하다.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12월 19일 치러진 제18대 대선 막바지에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지금의 윤핵관 논란과 흡사한 ‘친박(근혜)사태’가 발생했을 때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발탁돼 위기국면을 수습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두고 ‘친박감별’ 논란으로 판세가 급격하게 요동치자 박근혜 후보는 최경환 당시 후보 비서실장을 ‘읍참마속’하고,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선대위를 전격 재구성해 당선됐다.윤핵관 사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최측근들의 전횡에 반발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던지고 지방으로 잠적하면서 외부에 노출됐다. 이 대표가 지목한 윤핵관은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이다. 권성동 의원은 당시 당 사무총장과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직을 겸직했고, 윤한홍 의원은 당 전략기획부총장과 선대위 당무지원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선 경선 직후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당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2선 퇴진을 선언하고 공식직함을 가지지 않았다.윤핵관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당선인의 최측근 자리로 돌아왔다. 장 의원은 지난 10일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후 사실상 인수위 구성을 진두지휘했다. 권 의원은 새정부 초대 법무부장관 입각설과 원내대표 출마설이 돌고 있다. 윤 의원은 인수위 주요보직을 맡고 있고, 6월 지방선거에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 장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전격 지명하자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그의 인사 스타일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척도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중용한다는 ‘의리’와 주변의 ‘조언’ 모두를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 새 정부 청와대와 내각, 공공기관의 주요 인사도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따라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전 대표의 쓴소리가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2022-03-22
심충택논설위원 프랑스 동화작가인 라퐁텐이 쓴 우화 ‘늑대와 어린양’의 한 부분이다.
2022-03-15
심충택 논설위원 재향군인회가 최근 “제20대 대통령은 안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며 차기 대통령의 5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한국 정통성을 부정하지 않을 것, 북한과 대화하면 평화가 올 것이라는 환상이 없을 것, 한미동맹 위축이나 손상을 초래하지 않을 것,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할 의지가 있을 것, 군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폄훼하지 않을 것 등이다.벌써 2주일째로 접어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를 보면서 재향군인회가 제시한 차기 대통령의 조건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을 것이다. 당초 우리 국민은 압도적인 전력을 가진 러시아가 단기간에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은 소총과 화염병을 들고 침략군에 맞서고 있다. 그 중심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있다. 그는 러시아의 암살위협에도 조국을 떠나지 않고 “내게는 죽음을 겁낼 권리가 없다”며 ‘대통령 값’을 하고 있다. 외신에서는 그를 두고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질 전 영국총리와 닮았다며 호평을 하고 있다.젤렌스키 대통령과 가장 대비되는 우리나라 최고지도자는 조선시대 선조임금이다. 1592년 임진년 4월 13일 왜군이 부산포에 상륙한지 20일도 채 안된 4월 말 선조는 궁궐을 버리고 피란을 떠난다. 징비록에서는 ‘경복궁 앞을 지나갈 무렵 양쪽 길에는 백성들의 통곡소리가 요란했다. 임진강에 이를 무렵 밭에서 일하던 사람이 왕을 보며 “나라님이 우리를 버리시면 우린 누굴 믿고 살아간단 말입니까”라며 통곡했다. ‘5월 1일 날이 저물어서야 개성을 향해 떠나려고 했는데 경기도의 아전과 병사들이 모두 도망쳐 호위할 사람마저 없었다’고 선조의 피란과정을 기록했다. 징비록은 이어서 ‘왕이 성을 비우자 성안에 남아있는 백성을 보니 살아 있는 사람도 모두 굶주리고, 야위고, 병들고, 피곤하여 얼굴색이 귀신과 같았다’고 했다.선조와 같은 무능한 지도자 때문에 우리 민족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주변 국가의 침략을 당해왔다. 그때마다 백성들은 살상을 당하고 금수강산은 초토화됐다.그럼 지금 우리는 안전한가. 친북·친중 외교로 일관해온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한국의 유일한 안보시스템인 한미동맹은 뿌리째 흔들려 왔으며 지금도 악화일로에 있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정에서도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유일하게 우리나라만 대러제재 동참에 우물쭈물하다 미국측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현재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4국(호주·인도·일본·미국) 안보협력체인 ‘쿼드(Quad)’에도 한국은 쏙 빠져 있다. 위험한 독재정권인 북한·중국·러시아가 바로 옆에 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강한 동맹국 없이 혼자 힘으로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우리 국민은 독재정권의 무자비한 본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오늘은 20대 대선 선거일이다. 지금 우리 국민 상당수는 진영논리에 갇혀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조건도 생각해 보지 않은 채 투표를 하는 경향이 있다. 최소한 나와 가족의 생명과 직결된 후보의 ‘국가 안보관’만이라도 체크해 보고 투표장에 가야 한다.
2022-03-08
심충택 논설위원 모레(4일)부터 이틀간 실시되는 대선 사전투표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돼 고령층을 중심으로 투표율이 뚝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지금의 확진자 추세라면 사전투표일이나 9일 본선거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오미크론에 감염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선관위가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해 별도의 투표시간을 마련했지만, 기저질환자나 병세가 좋지 않은 유권자들은 투표를 꺼릴 확률이 높다.사전투표가 조작가능성이 있으므로 선거일인 9일 당일에만 투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퍼지는 것도 국민의힘으로선 안타까운 부분이다. 지난 2020년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사전투표 부정이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이 이번 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을 우려해 사전투표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의힘 주지지층인 보수층과 60대이상에서 사전선거를 부정선거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실제 지난 4·15총선 당시 투표용지 출력 과정에서 다른 투표용지와 겹쳐 인쇄(배춧잎 투표지)됐거나, 투표용지 고정을 위해 부착한 화살표 모양 스티커가 함께 인쇄(화살표 투표지)된 경우가 있어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다. ‘요즘 세상에 부정선거가 어떻게 가능하냐’는 생각이 우리사회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유튜브를 통해 지난해 총선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국민의힘으로선 유권자 모두가 사전투표든, 본투표든 투표를 하기를 바라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박빙승부가 예상되는데다 유권자 절반 이상이 정권교체를 원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투표율은 승패를 가를 최대변수로 여겨지고 있다. 윤 후보도 “당일 투표만 해서는 이길 수 없다. 사전투표, 반드시 해 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민주당은 사전투표율이 높을수록 이재명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보고,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이 후보 지지층에서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응답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전투표에서는 코로나 확진 및 밀접접촉으로 인한 격리자도 투표할 수 있다. 중앙선관위는 선거일 당일 치러지는 본투표일과는 달리, 사전투표는 이틀간 진행되는 만큼 둘째 날인 5일 확진·격리자 투표를 진행하기로 했다.선관위는 유권자가 선거제도에 대한 불신을 갖는 것에 대해 해소해 줄 책임이 있다. 이와관련, 중앙선관위 측은 “소위 ‘배춧잎 투표지’나 ‘화살표 투표지’는 투표사무원의 부주의나 인쇄 과정에서의 오류에 의한 것으로 부정선거와 무관하고, 정규 투표용지로서의 효력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리고 투표용지에 인쇄된 QR코드를 통해 투표자를 역추적하거나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는 일각의 소문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은 투표 관리의 투명성과 방역의 안전함을 100% 믿고, 사전투표든 본투표든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민의(民意)가 왜곡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2-03-01
심충택 논설위원 정부 방역당국이 그저께 “코로나19가 빠르면 이달말, 늦어도 3월중에는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코로나가 낮은 중증화율을 유지하면서 대규모 유행상황을 거치면 계절성 독감과 마찬가지로 그렇게 치명률이 높지 않은 풍토병(엔데믹)으로 자리잡는다”고 했다.방역당국은 확진자의 치명률과 위중증률 수치로 이를 설명하고 있다. 과거 코로나 델타변이의 치명률과 위중증률이 0.7%와 1.4% 수준이었던 반면 오미크론 치명률과 위중증률은 0.18%와 0.42%로 뚝 떨어졌으며, 특히 50대이하의 경우 오미크론 치명률은 거의 0%에 가까워, 코로나를 독감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논리다.정부발표와는 달리 국민들은 지금 주변에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이제 전염병과의 전쟁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매일 확진자와 위중증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모두가 좌불안석이다.얼마 전 시골 고향마을에 갔더니 골목에 인적이 없어 마을 전체가 텅빈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자식과 떨어져 혼자 사는 노인이 많아 너도나도 코로나 감염 불안 때문에 집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덜컥 코로나에 감염되기라도 하면 보건소 외에는 의사진료를 받을 수 없는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경우 이렇게 셀프방역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대도시에 사는 시민들도 불안하기는 시골노인들과 마찬가지다. 가족 중 한 사람이 확진이 될 경우 격리는 어떻게 해야 될지, 한밤중에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받아줄지, 10세이하 아이들도 확진자가 많다는데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도 되는지 등등 걱정이 태산이다.최근 약국과 편의점에서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감기약 해열제가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언제 코로나에 걸릴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가정 내 상비약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어린이 해열·진통제 판매량이 최근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지난주 상급종합병원이 즐비한 수도권에 사는 생후 7개월 아기가 응급병원 이송 중 사망한 사건은 아이가 있는 가정을 더욱 불안하게 하고 있다. 119구급대는 신고 6분 만에 집에 도착해 10곳이 넘는 병원에 전화를 걸어 입원이 가능한지 수소문했지만 모두 ‘준비가 안된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방역당국이 “병상은 충분하다”고 큰소리치지만 응급상황에서 영유아나 임신부들이 곧바로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숨진 아기 가족에게는 이미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붕괴한 것과 다름없다.정부의 느슨한 방역 탓에 재택 치료자들이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시민들을 24시간 공포에 떨게 한다. 재택치료자 무단이탈 사례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입국자 자가 격리 애플리케이션 사용이 중단되면서 확진자들이 거리를 누벼도 방역당국이 파악하기 어려워졌다.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해 보면, 주변사람이 기침이나 재채기라도 하면 승객 모두가 화들짝 놀라 피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런 공포상황 속에서 정부가 코로나를 감기정도로 여기고 안심하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2022-02-22
심충택논설위원 요즘 포항을 방문하는 외지인들은 포항시민들이 반세기 이상 애환을 같이해 온 포스코그룹이 신설지주사(포스코홀딩스)를 서울에 설립하는 것에 대해 얼마나 큰 배신감을 가지고 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2022-02-15
심충택논설위원 정치·외교·경제·사회·문화 전 분야를 이데올로기 도구로 삼아 한쪽 편에 모든 자산과 권력을 몰아주는 현 정권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 미래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전대미문의 이러한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현재의 지지율로는 자력으로 집권당 대선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을 할 수 없다.
2022-02-08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주말 다녀온 고향마을에서도 주된 화제는 역시 대통령선거였다. 그중에서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단일화될 수 있는지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었다. 아마 설 연휴가 지나면 이러한 유권자 관심은 여론조사에 반영돼 나타날 것이다.과거 대선후보 단일화 사례를 보면 대체적으로 선거 30~40일 정도시기에 단일화에 합의했거나, 단일화 방식에 합의했다. 내일(27일) 한 시민단체 주관으로 처음 열리는 야권후보 단일화 토론회에서 어떤 말이 오갈지 주목이 된다.국민의힘 원희룡 선대본부 정책본부장과 국민의당 이태규 선대위 총괄본부장이 최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언급한 내용은 후보 단일화의 어려움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날 원 본부장은 “추울 땐 난로가 필요했는데 지금 봄이 왔다”며 윤 후보의 ‘자강론(自强論)’에 무게를 싣는 당내기류를 강조했고, 이 본부장은 “단일후보 조사를 했을 때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상대로 경쟁력에선 안 후보가 월등히 높다”며 안 후보의 독자출마론을 거론했다.양당의 입장도 그렇지만, 현재로선 후보단일화로 가는 길이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그러나 안 후보 지지율이 20%선까지 갈 경우 유권자들의 단일화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강 1중 구도가 고착화 되면 야권의 후보 단일화 없이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일화 여론이 강해지면 양쪽 모두 단일화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조선일보가 지난 15~16일 전국 18세이상 유권자 1천1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정권교체를 원하는 응답자 중에서 야권단일화가 필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65.2%에 이르렀다. 경쟁력에선 윤 후보(38.5%)가 안후보(35.9%)를 앞선 반면, 적합도에선 안 후보(41.3%)가 윤 후보(36.3%)를 앞섰다.원희룡 본부장이 언급한 것처럼, 윤 후보측은 최근들어 지지율이 상승추세를 보이면서 단일화 없이 대선 승리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진 듯 있다. 후보 단일화 과정의 진통 등을 고려하면 4자 대결도 해볼만 하다는 게 윤 후보 측 내부 판단이다. 특히 안 후보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준석 대표가 후보 단일화 추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내분이 재현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윤 후보 입장에선 부담이다.그러나 정권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후보 단일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대선이슈의 중심이 후보 단일화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크다. 단일화 방식으로는 현재 ‘여론조사 경선 뒤 공동정부 구성’이 그럴듯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로 손해 보지 않고 명분이 있는 합의형 단일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윤 후보의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안 후보 지지율이 가라앉을 경우 여론조사 경선은 생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야권후보 단일화가 이루어지면 지지율 흡수와 컨벤션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대선 판세가 급변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시각이다. 어쨌든 설 연휴이후의 민심이 야권후보 단일화의 최대변수가 될 전망이다.
2022-01-25
심충택 논설위원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오늘(19일) 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을 위한 간담회를 갖지만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해 아쉽다. 대선보도 영향도 있겠지만, 인구만을 기준으로 한 현행 선거구 획정방식이 농어촌지역 정치소멸을 가져온다는 문제의식을 언론사들이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잘 반영하는 현상이다. 현행대로 사람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나눌 경우, 인구가 집중되는 수도권은 지방선거나 총선거 의석수가 계속 증가하게 되고, 반대로 비수도권 의석수는 정원을 늘리지 않는 한 줄어들게 된다. 국회의원 선거구의 경우 지금도 수도권 의석이 절반정도를 차지하고 있다.최근 경북 성주·청도군을 비롯해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선거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전국 농어촌 자치단체 13곳이 집단행동에 들어간 것도 언론에서는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2018년, 광역의원 인구 상하한선 편차를 4대 1에서 3대 1로 바꾸라고 판결하면서 올해 지방선거부터 이들 자치단체의 광역의원이 각각 한 명씩 줄어들게 돼 있다.총선이든, 지방선거든, 농어촌 지역 선거구의 경우 인구 하한선과 함께 선거구 면적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예천군을 예로 들면 현행 선거구 획정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다. 예천군은 19대 총선(2012년)부터 21대 총선(2020년)까지 매번 선거구가 조정됐다. 19대에는 문경·예천 선거구, 20대에는 영주·문경·예천 선거구, 21대에는 안동·예천 선거구에 속했다. 예천군은 2024년 치러지는 22대 총선에서도 군위군의 대구편입이 예고돼 있어 또다시 선거구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선거 때마다 예천군민들이 느끼는 ‘정치적 소외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하고도 남는다.국회입법조사처에서는 선거구획정의 기본방향과 관련해 ‘사람 수가 적은 농어촌지역은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지역대표성이 선거구획정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보고서를 낸 적이 있다. 도시로의 인구유입과 농어촌 인구감소가 가속화하고 있는 현실에서 인구수만을 편향되게 적용한다면 농어촌 선거구는 도시지역에 비해 지나치게 면적이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대부분 주에서 하원 선거구를 획정하면서 인구수 외에도 지리적 인접성, 지역이익의 대표성 등을 일반적인 획정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거구획정 개선과 관련한 입법안이 여러차례 국회에 제출됐지만, 정개특위에서 한번도 심사받지 못한 채 폐기돼 왔다. 총선때마다 수도권 의석 비중이 계속 커지면서, 국회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 입법이 거침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14일 수도권 군사시설 제한보호구역이 대거 해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과반의석을 획득한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의사결정은 블랙홀처럼 모든 자원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국회가 국토 전체를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정개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개선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길 기대한다. 선거구 획정이 합리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의석수를 무기로 한 수도권 국회의원들의 권력남용을 막을 수가 없다.
2022-01-18
심충택 논설위원 정부가 이번 주부터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방역패스’ 대상에 추가로 포함시키자 수도권 주요언론사들이 일제히 비판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시설을 이용하는 소비자 입을 통해 방역패스 적용에 대한 부당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를 집중 보도하고 있다. 예를들면, ‘임신이나 기저질환, 백신 부작용이 있으면 백신을 맞지 않은 게 아니라 못 맞는 것인데 갑자기 장도 볼 수 없는 죄인으로 만드느냐’, ‘대형마트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돕는 생필품을 판매하는 곳인데, 모든 고객이 모바일로 방역패스를 확인해야 하는 절차를 거치게 됨으로써 고령 고객들의 불만이 높다’, ‘고객 불편이 증대되고 기본권을 보장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등의 논리다. 취재내용에 수긍은 가지만, 한편으론 생필품을 꼭 대형마트에서 구입해야 되느냐는 생각이 든다. 집주변에는 전통시장도 있고, 동네가게도 널려 있다.여기에서 대형마트에 대한 일부 언론사들의 보도태도를 언급하는 것은 지난 2013년 ‘대형마트 규제법’이 국회에서 통과됐을 때도 이들 언론사들이 대형마트 입점규제와 의무휴업을 문제 삼는 기사를 약속한 듯이 쏟아낸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대형마트 규제법은 중소도시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대형 유통시설이 골목상권을 붕괴시키자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고, 점포를 개설할 때 주변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도록 등록요건을 강화한 내용이었다.당시 이들 언론사들은 대형마트가 일요일 휴업을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농어민의 피해사례를 집중 부각시키며 영업규제에 대한 반대여론을 확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형마트들은 당시 수도권 언론을 마치 전단지처럼 활용하며 광고비를 뿌려댔다.그동안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이용할 경우, 골목 가게들과는 달리 안심콜이나 QR코드만으로 입장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주부터는 전자출입명부 QR코드 등으로 백신 접종 완료 인증을 하거나 PCR 음성확인서를 제출해야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일주일의 계도기간을 거쳐 다음주(17일)부터는 방역패스를 위반할 경우 해당 시설은 물론 개인에게도 과태료가 부과된다.정부가 이번에 대형유통시설에 대해 방역패스를 확대한 것은 집단감염 위험성에 대비한 측면도 있지만 타 시설과의 형평성 문제를 많이 고려했다. 자영업자들과 학부모들은 그동안 식당과 학원, 독서실, 도서관은 방역패스를 적용하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왜 포함시키지 않느냐는 불만을 많이 제기해 왔다.설 연휴가 이제 보름 남짓 남았다. 대구·경북 시도민들은 이번 설 장은 대형마트 대신 전통시장이나 주변가게에서 봤으면 좋겠다. 똑같은 돈을 골목상권에서 쓰는 것과 대형마트에서 쓰는 것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다르다. 대형마트에서 쓰는 돈은 당일 서울본사에 입금되지만, 골목상권에서 쓰는 돈은 곧바로 지역사회로 환원된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번 돈은 은행에 들어갈 여유도 없이 생계비로 쓰여진다.
2022-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