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洪시장이 화두로 던진 ‘대구의 폐쇄성’

등록일 2022-10-04 18:04 게재일 2022-10-05 19면
스크랩버튼
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주말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대구사회의 폐쇄성과 기득권 카르텔을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선 대구시장이 대구사회의 주류집단과 시민의식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홍 시장은 취임 이후 대구의 GRDP가 전국에서 꼴찌고, 시민소득이 울산의 3분의 1에 그칠 정도로 쇠락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은 더러 해 왔지만, 공식석상에서 그 원인이 대구시민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는 인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구에 와서 성공했다는 인재가 없고, 대구에 와서 성공했다는 사업가가 없다”고 했다. 아마 홍 시장의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구는 오래전부터 ‘굴러온 돌을 경계’하는 도시문화 때문에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인사에서 가장 기피하는 도시로까지 지목돼 왔다.

사실 대구는 도시규모만 커졌지 사회문화는 여전히 전통사회다. 대구에서 처음 근무하는 공공기관 임원들을 만나보면, 대구시내 유명호텔에 조찬모임이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다른 대도시 호텔과는 달리 손님과 아침을 먹기 위해 예약을 해 보면 대부분 조찬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시민들도 그 흔한 조찬기도회나 조찬세미나를 경험하기가 힘들다. 반면 동창회다 향우회다 해서 끼리끼리 모이는 저녁모임은 많아 도심 곳곳이 불야성을 이룬다. 그만큼 대구사회가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다는 방증이다. 홍 시장은 “심지어 대구는 TK에서 자라나서 서울에 올라간 사람도 ‘서울 TK’라고 하며, ‘대구 TK’와 분리해서 대접을 한다”고 했다.

대구시민들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도 ‘코이의 법칙’을 가슴에 새기며 ‘열린 도시’를 추구해야 한다. 코이는 비단잉어다. 어항에서 키우면 10cm이상 크지 않고, 연못에서 키우면 30cm이상 크지 않는다. 그러나 강이나 호수에서 자라면 120cm까지 큰다. 같은 물고기지만 사는 곳에 따라 크기가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법칙이다. ‘한국의 시간’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김태유 박사는 “자라는 아이에게 새총을 주면 산에 가서 참새를 많이 잡는 꿈을 꿀 것이고, 엽총을 주면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사냥하는 꿈을 꾼다”고 했다.

우리 자녀들이 살아가는 대구의 사회환경을 바꿔주는 역할은 사회지도층이 중심이 돼서 해야 한다. 그러나 홍 시장도 언급했듯이, 대구를 이끌어온 기득권 세력들은 학맥, 인맥으로 카르텔을 형성해 자기들끼리 먹고 사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는 아이와 기득권세력이 카르텔을 형성한 폐쇄적 도시에서 사는 아이가 한평생 누리는 행복수준은 같을 수가 없다. 대구시장이 공개석상에서 대구의 폐쇄성과 기득권 카르텔을 비판한 것을 계기로 해서, 지금부터라도 대구는 열린도시를 지향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했으면 한다.

심충택 시평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