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7일) 울산시청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면서 중요한 말을 했다.‘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경우 정부가 모든 역량을 결집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발언이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각 지방정부가 먼저 정책 아이디어를 내면 중앙정부가 평가해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이나 사업기획 역량을 쌓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나는 윤 대통령의 이 발언에 백번 공감이 간다. 대부분 지방정부가 마찬가지지만, 과거 대구·경북(TK)은 공동체 전체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나 사업 아이디어(예를들어 대구경북통합신공항)를 공론화 한 적이 별로 없다. 대신 일부 기득권 그룹의 이익에 맞는 사업을 사회현안으로 포장해 연줄로 국비를 따내는데 익숙해 있었다. 자연적 공직사회의 정책발굴이나 사업기획과 관련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TK가 온갖 모욕과 설움을 당한 것도 자업자득인 측면이 강하다.
윤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모여 국가균형 발전에 대한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여서, 앞으로 국정운영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회의에는 주요 국무위원들과 민선 8기 광역단체장,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이 정규멤버로 참석했다. 향후 분기별로 열리게 될 이 회의체는 지방정부간의 정책·사업 기획력을 둘러싼 경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TK는 특히 새로운 자세로 무장하지 않으면 지방정부끼리의 대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6일 시청출입기자들과 만나 “연말이나 신년이 되면 국비 몇 푼 더 받아왔다고 신문 1면 톱기사로 나오고 그런 것, 나는 ‘천수답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정부 스스로) 사업과 정책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TK의 자생력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짐작된다.
역대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TK 주류그룹은 중앙정부 실세들과 전화 한 통화로 줄이 닿아 웬만한 인허가는 쉽게 해결했다. 아마 주요사업도 이런 식으로 해결했을 가능성이 있다. 역량은 기획력이 아니라 평소 연줄을 얼마나 잘 잡았느냐가 판가름했다. 공직자들이 외연을 넓히고 실력을 쌓거나 밤새워 사업과 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 TK라는 용어가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TK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지방정부간 평가에서 선두권에 랭크되려면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정책발굴이나 사업기획에 대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타지역 공직자들이 전략적으로 지역 이익을 극대화하던 기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TK의 위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은 디지털 세상과도 맞지 않다. 사이버 세상에서도 TK는 타지역에 뒤떨어지는 퍼스낼리티를 가진 것이다. TK는 이제 실력으로 작동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