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가 ‘국민제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 달에 두 번 휴업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대통령실은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온라인 제안 TOP10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결과 상위 3개 제안을 확정해 국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정부가 그동안 기업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10여년에 걸쳐 꾸준히 의무휴업제 폐지를 주장해왔던 유통 대기업들은 당연히 반색하고 있다. 아마트와 롯데쇼핑 주가도 상승세다. 대부분 메이저언론들도 대형마트가 일요일 휴업을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업규제에 대한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반면 골목가게와 전통시장 상인들은 의무휴업제 폐지가 곧 골목상권 붕괴를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대형마트 규제법’은 지난 2013년 초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다. 중소도시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자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고, 점포를 개설할 때 주변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도록 등록요건을 강화한 내용이다. 당시 언론보도 내용을 보니, 대형마트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규제 수위를 완화시키는데 총력을 쏟은 것을 알 수 있다.대형마트 규제완화에 앞서 정부가 꼭 짚어야 할 부분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메이저 언론들이 국민여론을 올바르게 대변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메이저 언론들은 10년 후인 지금도 똑같은 논리로 비수도권 곳곳에서 문제가 되는 대형마트 입점을 옹호하고 의무휴업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유통대기업들은 꾸준히 이들 언론사 지면을 마치 전단지처럼 활용하며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회사경영상태가 우선인 언론의 생리상 광고주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다행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면 대형마트 규제법이 국회에서 개정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관련해 ‘찬반 개정법안’이 나란히 발의돼 있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지난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에 상관없이 온라인 상품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추석과 설날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비수도권 주민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똑같은 돈을 골목가게에서 쓰는 것과 대형마트에서 쓰는 것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점이다. 대형마트에서 쓰는 돈은 그날 바로 은행을 통해 서울로 가 지역 자산을 그만큼 축내게 된다. 그러나 전통시장에서 쓰는 돈은 즉시 골목상권으로 되돌아 나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영세 상인을 비롯한 서민들이 번 돈은 은행에 들어갈 여유도 없이 곧바로 생계비로 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이라는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2022-07-26
심충택논설위원 국민의힘 내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실체 없는 의혹으로 윤리위를 소집해 당 대표를 몰아내더니, 이제 이준석 축출의 배후로 지목받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링위에 올라와 내분을 주도하고 있다.현정권 실세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씀이 무척 거칠다. 권(성동) 대행은 집권여당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며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대통령실 공무원 사적채용 논란과 관련한 권 대행의 발언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며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시절 비서실장을 하며 대통령실 인사를 주관했다. 권 대행이 청와대 사회수석실에 임용된 우모씨의 채용과정을 언론에 해명하면서 ‘장 의원에게 압력을 넣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거칠다’며 지적한 것이다.집권당 핵심인사들이 당 내분의 중심에 서면서 권력투쟁으로까지 비치자 윤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5일 전국 18세 이상 2천51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관련한 긍정 평가는 33.4%로 추락했다. 부정 평가는 63.3%로 올라갔다. 부정 평가는 대구·경북(긍정평가 3.8%p 상승)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상승했다.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대선 당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년 후 총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민심이반의 원인에 대해 야당 쪽에서는 윤 대통령 인사스타일과 적폐청산 수사를 꼽고 있지만, 주된 이유는 집권당 중진들의 권력다툼 때문이다.국민의힘 내분사태는 그동안 윤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가 애써 확장해 놓은 당의 외연을 갉아먹고 있다. 집권당의 텃밭인 TK 민심도 예전과 같지 않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선장 없는 난파선 상태로 계속 갈 경우, 차기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국민의힘이 차기 총선에서도 메이저 정당을 유지하려면 당의 리더십을 확고하게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당장 급한 것은 당의 뉴스메이커가 ‘윤핵관’이 아니라 ‘혁신위’가 돼야 한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이준석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공천 혁신을 주창하면서 출범했지만, 친윤(윤석열)계는 ‘이 대표의 사조직(배현진 의원)’, ‘이준석 혁신위(김정재 의원)’라고 비하하며 당의 공식기구로 인정하지 않았다.최근 권 대행이 “혁신위원회는 최고위 의결을 거친 공식기구로 당내 상황에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혁신위에 힘을 실어준 것은 현명한 처사다. 권 대행도 언급했지만,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으로 신뢰를 받으려면 혁신위가 특정 정치 세력이나 특정인에 편중되지 않는 ‘혁신안(공천룰 포함)’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지난 18일부터 ‘의견수렴 경청회’라는 타이틀로 활동에 들어간 혁신위가 정국흐름을 바꿀 수 있는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2-07-19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국민의힘 원내모습을 보면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고 즐기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대표 지지자 입장에서는 집권여당에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는 당 중진들이 이 대표가 그동안 얻어놓은 민심이 돌아서는데 대해 아무 감각이 없는 것 같다.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주 이 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 조치를 당한 바로 이튿날 대대적인 지지자 모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의 왼쪽팔이라는 그가 야유회를 하면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장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하면서 ‘반(反)이준석’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여원산악회’가 2년 7개월 만에 다시 출발했다. 1천100여 회원이 버스 23대에 나눠 타고 경남 함양 농월정으로 향했다”는 글을 올리며, 세력과시를 했다. 남녀 회원들과 포옹하며 어깨동무하는 사진도 올렸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당·정 모두 시름에 빠져 있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야유회 장면을 중계라도 하듯 스스로 홍보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도 이 대표 중징계 직후 기다렸다는 듯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여당에 입당한 후 어제(12일) 처음으로 토론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다. 이 토론회는 차기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이 대표 중징계 직후의 장제원·안철수 의원 행보는 배현진 최고위원 등 일부 ‘친윤계’ 의원들의 신중한 모습과 대조된다. 배 의원은 “당내 문제로 인해 정부 운영의 동력을 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걱정을 끼쳤다는 것에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송구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공감이 가는 태도다.지금 윤 대통령은 여당의 내분과 경제침체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위기에 빠진 상태다. 그제(11일)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0%,‘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7.0%로 나왔다. 특히 대구·경북(9.6%p)과 20대(12.9%p)의 지지율 하락 폭이 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이러한 위급한 상황속에서도, 명색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당 중진들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일에 바빠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지금 집권여당 구성원 모두는 2년후로 다가온 총선승리를 위해 당의 혁신과 외연확장에 집중할 때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의 1등공신인 이준석 대표가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것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새 정부와 국민의힘 미래를 걱정하는 당 중진이라면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진중하게 처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22-07-12
심충택 논설위원 이준석 당 대표를 축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심의가 내일(7일) 열린다. 이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리위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주려는 시도가 있다고 윤리위원들이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진석 부의장이나 김정재 의원, 배현진 최고위원 같이 실명으로 공격하는 사람도 있지만, 익명의 가면에 숨어서 인터뷰하는 ‘여권관계자’를 경멸한다”고 말했다. ‘여권관계자’라는 익명으로 그를 비판하는 정치인의 배후에 어떤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국민의힘 윤리위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해 연말 이 대표를 ‘성상납 의혹’으로 제소한 게 발단이 돼 개최된다. 강 변호사는 6·1 경기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김동연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국민의힘 윤리위가 이 제소를 수용한 이유가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시효가 끝난 10년전의 사건, 그것도 실체나 증거가 없는 사건을 심의대상에 올리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특히 윤리위가 징계심의의 직접적 원인으로 발표한 ‘증거인멸 교사 의혹’도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중이다. 모든 공공기관이 그렇듯이, 징계혐의가 적발되더라도 수사가 진행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징계심의를 늦추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이 대표로서는 내일 ‘무혐의’ 외에 다른 어떤 징계처분이 나오더라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당 대표 토끼몰이’로 불려지는 이번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친윤계)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2년 후의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직후 청년 중심 당원배가운동 등을 위해 당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공천 룰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실제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첫 회의를 열고 정식 가동에 들어갔다. 혁신위원인 천하람 변호사는 이와관련 “이 대표가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결코 조용히 있지 않겠구나, 이런 판단이 나오니까 전체적인 친윤계 반응이 더 차가워진 것이 아닌가 해석한다”고 언급했다.다음 총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해 수권정당이 되었지만,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야당에 끌려다니는 정당으로 남는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도 국회 의석이 받쳐주지 않으면 허약하기 짝이 없다. 아마 윤 대통령이 가장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윤계’로 지목되는 정치인들이 ‘윤 대통령 보란 듯이’ 학교 교실에서나 볼 수 있는 ‘왕따 가해자’로 앞다퉈 나서고 있으니, 기막힌 상황이다.국민의힘이 차기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2, 제3의 이준석 같은 인물이 배출돼 당을 혁신시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만약 집권당에 대한 중도층 민심이 멀어진다면 그 즉시 심각한 레임덕이 온다는 것을 윤 대통령이 깨달아야 한다.
2022-07-05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주 열린 MBC ‘100분 토론’에서 정부의 반도체 정책과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언론에서는 ‘영호남 반도체 동맹’이라는 타이틀로 보도됐지만, 반도체 정부정책과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두 당선인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느껴졌다.그날 발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주제토론에서 강 당선인은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영호남 반도체 동맹’을 맺어 산업과 교육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대는 망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영호남이 힘을 합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의 반도체정책을 수도권 규제완화 차원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시기에 비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인으로선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나는 이 토론부분에서 홍준표 당선인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홍 당선인은 “대구는 경북대 중심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강 당선인으로선 기대했던 응답이 나오지 않아 다소 맥빠졌을 것이다. 홍 당선인은 반도체 산업 정책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비수도권이 모두 원팀이 돼 해법을 찾아야 하는 국가적 현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반도체 산업은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지식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우리는 조선말 주자학과 쇄국정책에 갇혀 신무기개발(함대, 탱크, 소총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혁명 대열에서 낙오해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를 경험했다. 그 당시 산업혁명 성공의 열쇠가 신무기였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식산업혁명 성공의 키는 반도체 기술이다.지금 세계 각국이 전쟁처럼 치르고 있는 지식산업혁명 대열에 끼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19세기 말 조선 때처럼 다시 한 번 강대국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우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점유율은 14%로 세계 2위이지만,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출판업을 예로 들면 책을 기획하거나 집필하지는 못하고 인쇄만 대신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도 1위 TSMC와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고, 후발주자인 인텔의 도전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선진국의 서열을 가리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민의힘 반도체산업특위 위원장직을 수락해 주목을 받고 있다. 양 의원은 “반도체는 경제이자 안보다. 여야와 이념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도약이냐 쇠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반도체산업은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룰 때처럼 전 국민이 역량을 모아야 성공시킬 수 있다.
2022-06-28
심충택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아침 용산 대통령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주고받는 인터뷰 내용이 매일 주요뉴스가 되고 있다. 이제 TV를 통해 지켜보는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있다.아마 대통령 본인은 취재진이 안 보이는 출입구를 따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대단할 것이다. 언론의 본질이 권력에 비판적인데다, 종편방송은 거의 온종일 공격적인 패널을 동원해 비평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으니, 출근길이 상쾌하진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통령이 매일 아침 기자들과 마주치면서 즉석 질의응답을 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대통령이 솔선수범해 ‘권력자의 권위의식’을 그만큼 낮춘 것이다.윤 대통령은 지난주말 출근길에는 기자들에게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말이 민주당에서 나온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전에는 해당수사를 담당하는 부서 간부가 검찰청 출입기자들에게 받던 질문이다. 이에대해 윤 대통령은 “정상적 사법시스템을 정치논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나”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당장 비난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했던 국정농단 수사가 정치보복 수사였다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으로 전 정권 수사를 둘러싼 본격적인 진영싸움이 시작됐다. 지금 당장 이슈가 되는 문재인 정권 수사는 2가지다.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는 문재인 정부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핵심 피의자로 수사받고 있다. 백 장관은 부하공무원을 시켜 산하 발전사 사장과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은 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을 할 때 벌어진 일이다. 대장동 비리는 특혜 수천억원과 뇌물 수백억원이 오간 부패범죄다. 최근에는 전 정부가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을 은폐·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대선후보시절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집권하면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해야죠, 돼야죠”라고 단언했다. 현재 전 정권과 관련해 수사나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외에도 울산 시장 선거 공작, 원전 경제성 조작, 대통령 딸과 관련된 이상직 비리사건 등이 있다. 모두 실정법 위반 혐의에 따른 사법 절차가 진행중이다.전 정부 권력자와 야당이 반발한다고 해서 진행 중인 수사를 덮을 수도 없고 덮이지도 않는다. 범죄 행위에 대한 단서와 고소·고발이 있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수사기관은 야당에서 ‘먼지털기식 수사’ 또는 ‘보복수사’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광범위한 증거자료를 확보해 범죄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2-06-21
심충택 논설위원 주로 마피아 영화의 단골메뉴인 보복범죄가 우리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을 극도의 증오심으로 편 갈라온 진영·팬덤정치의 영향이 크다. 지난 9일 방화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도 이러한 병든 사회분위기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타지역에 거주했던 용의자 천 씨는 부동산 신탁 주식회사에 투자한 자신의 돈을 돌려받기 위해 7년전인 지난 2015년부터 소송에 쫓기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월세를 얻은 집도 법원에 가까운 범어동 작은 아파트였다고 한다. 천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재판결과(5억9천만원 추심금청구소송 패소)가 나오자 천씨는 침울한 표정만 지었고 아무말이 없었다. 해당 재판 외에도 많은 소송에서 패소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했다. 안타까운 요소도 있지만, 소송결과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보복테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다.이번 참사(慘事)를 계기로 우리사회는 각 분야에 만연하고 있는 ‘보복행위’ 근절에 대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특히 각급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학부모와 교사, 또는 학생과 교사간의 폭행행위는 심각한 실정이다. 몇 년 전 대구에서 학생체벌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수업 중인 30대 여교사의 머리채를 붙잡고 벽에 머리를 내리치는 등 폭력을 휘두른 사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여성 자영업자들이 불친절하다는 등의 단순한 이유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가 하면, 도로위의 보복운전은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 2천명 가운데 ‘보복운전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문재인 정부들어 심화된 진영싸움과 팬덤정치는 보복사회의 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무조건적 충성심을 가진 팬덤은 온라인 좌표 찍기, 게시판 댓글 도배, 특정인을 겨냥한 문자 폭탄 등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사회를 극도로 오염시키고 있다.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살고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수시위단체들의 시위도 진영정치가 낳은 보복성 일탈행위로 볼 수 있다. 시위대는 엄청난 소음을 내는 방식으로 집회를 해 인근주민들까지 환청이나 식용부진,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고통이 크다고 한다.문 전 대통령은 ‘문빠’로 불리는 팬덤의 문자폭탄이 당 안팎의 건전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를 ‘양념’이라며 묵인했었다.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는 이와관련,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 집 주위에서 떠드는 이들도 잘못이지만, 이 모든 일의 시초에는 문 전 대통령의 팬덤정치 편승과 방치, 조장이 있다”고 말했다.보수단체의 양산시위에 맞서 진보성향단체인 ‘서울의 소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파트에서 앞으로 규탄시위를 이어나갈 모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한 치의 양보 없는 진영싸움이 계속돼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22-06-14
심충택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인물들이다. 우리나라 주류 정당에서 2030세대가 사령탑을 맡은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26세 당 대표급 여성정치인’ 박지현은 아마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이준석·박지현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정치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층의 정치참여를 불러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수도권 광역의회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대 당선인이 서울시의회 16명(14.2%), 경기도의회 20명(12.8%), 인천시의회 4명(10%) 등으로 모두 10%를 넘어섰다. 전국 광역의원 당선인 872명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이 9.5%에 이른다. 청년정치인 돌풍이 불면서 정치주도권이 새로운 세대로 전환되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영논리보다는 실용지향적인 청년들의 정치권 진출 붐은 바람직한 현상이다.이준석·박지현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우리 정치계를 ‘열린 광장’으로 이끌려고 애써온, 젊지만 강력한 리더들이다.이 대표가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후, 취임 첫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낯설고 신선한 정치인’의 등장에 박수를 보냈다. 대표재임 1년여간 그는 당비를 내는 열성당원을 80여만명까지 늘렸고,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지난 대선기간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주류인물로 구성된 ‘윤핵관’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당내 ‘이너서클 타파’를 공론화했다. 이 시간 현재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당 중진들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그는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번 지방선거 압승에도 1등공신이다.박지현의 성과도 이준석 못지않다. 민주당내 팬덤정치와 86그룹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지현은 “일부지만 팬덤정치가 우리당원을 과잉대표하고 있다”며, 당의 극렬 지지층인 팬덤의 역린을 건드렸다. 특정 정치인을 무조건적으로 숭배하며 비판과 반론에 재갈을 물리는 팬덤정치는 민주당내 합리적 비판을 차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지현은 86그룹을 겨냥해서는 “아름다운 퇴장준비를 해야한다”고 직격했다. 이 말에 대한 파장은 팬덤공격때보다 더 컸으며, 결국 그를 민주당에서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됐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박지현이라는 역대급 진상의 패악질”이라고 비난했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지현 아웃이라는 글이 도배됐다.이준석·박지현은 우리나라 정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던진 청년들이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이제 권위주의나 진영논리, 포퓰리즘에 빠진 인물들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치인들이 실질적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정당이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도록 노력해야지, 특정인맥이나 지역, 특정이념을 대변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존속하기가 불가능하다.
2022-06-07
심충택 논설위원 오늘은 6·1 지방선거일이다. 오늘 선거는 앞으로 4년간 대구와 경북의 지방정부 살림을 살 행정·교육기관 단체장과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대의기관을 뽑는 중요한 행사다. 유권자들의 주된 관심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시·도 교육감, 시장·군수·구청장 등 단체장을 고르는 일에 쏠려 있겠지만, 광역의원(대구시의원, 경북도의원)과 기초의원(시·군·구의원)을 선택하는데도 신경을 써야 한다. 지방정부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지방의원 수준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누구에게 표를 줘야 할지 아직 고민을 하는 유권자들에게는 후보들의 공약을 한번 확인해보라는 권유를 하고 싶다. 지난 13일간의 공식선거운동 기간 중 각 후보는 나름대로의 정책과 공약을 발표하면서 민심을 잡기 위해 총력을 쏟았다. 후보들의 공약에는 정치적 지향점과 수준 등이 종합적으로 녹아 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 후보들의 제1공약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서재헌 민주당 후보의 첫 번째 공약은 ‘대구형 기본의료제도 등 복지 강화’다. 그는 주기적 질병 진단 및 예방을 위한 ‘주치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는 ‘대구통합신공항 건설 및 동촌후적지 개발’이 제1공약이다.‘대구통합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해 국비 지원을 받겠다는 약속이다. 한민정 정의당 후보는 ‘산업재해·저임금 노동 없는 대구’를 우선공약으로 내걸었다. ‘산업재해 예방 및 노동안전보건 지원 조례’를 제정하겠다고 했다. 신원호 기본소득당 후보 중요공약은 모든 대구 시민에게 연 12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경북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임미애 민주당 후보는 ‘미래 산업의 수도 경북’이 제1 공약이다. 이를 위해 2차전지 소재산업 벨트와 친환경 자동차·로봇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철우 국민의힘 후보는 ‘충분한 규모의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다. 연간 1천만명 항공수요를 반영한 3천200m 이상 중장거리 활주로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시장·경북도지사 후보 외에도 교육감, 시장·군수, 광역·기초의원, 지방의원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약도 각 가정에 배달된 선거공보물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보면 상세히 알 수 있다.대구시내 주요 간선도로에는 투표독려와 함께 ‘헛된공약 선심공약 잘 살펴서 실현가능한 공약의 일꾼에게 투표합시다’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후보들의 공약에 대한 불신이 높기 때문에 이러한 현수막이 게시되는 것이다. 사실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해 보면 선심성 사업, 재탕·삼탕 사업, 졸속 사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눈길이 가는 공약이라도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돼 실현불가능한 것들이 많다.유권자들이 공약의 수준을 판별하는 방법은 자신이 먹고사는 문제와 연결시켜 보면 도움이 된다. 특정 후보의 대표 공약이 지역발전과 내 삶의 질 개선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구체적인 실현 방안은 있는지 정도만 따져봐도 엉터리 공약을 쉽게 고를 수 있다.
2022-05-31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내일(26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첫 정식 국무회의를 개최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첫 국무회의를 세종청사에서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새 정부는 올 연말 입주 예정인 세종청사 중앙동 내에 대통령 집무실도 마련한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탈(脫) 서울’ 행보는 비수도권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신선감을 준다.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 지역 간 갈등, 저출산 문제 등은 수도권 일극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수도권에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의 자산, 권력, 인재가 몰려 있기 때문에 국가기능이 균형 있게 작동할 수가 없는 것이다.수도권에 국가 주요사업과 예산이 집중돼 있으니까 6·1 지방선거도 서울, 경기, 인천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듯하다. 전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경기도지사 선거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는 1기 신도시 건설과 재건축, 광역급행철도(GTX) 신설·연장, 군 공항 이전 및 국제공항 건설 등 후보들의 굵직한 개발 공약이 넘쳐나고 있다. 이 공약에 따라 해당 지역의 부동산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이에 비례해 비수도권지역 주민들의 박탈감은 커지기만 한다.비수도권 모든 지자체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기업 하나라도 유치하기 위해 올인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도지사 후보들은 ‘수도권 공장 총량제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 경기도지사 후보는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대못 규제’라고 비난하면서 경기도 이전 기업에 대해 과감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다닌다.지역균형발전이 제대로 되려면 수도권에 집중되는 국가자산(일자리·교육·의료·교통·문화)을 규제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출산유도를 위해 아이 낳는 가정에 현금을 지급하고, 여기저기 도로를 넓히는 식의 대증적 요법으로는 지역균형발전은 요원하다.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를 균형적으로 배분하는 종합 대책이 필요하다. 수도권규제를 완화하면서 비수도권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애초에 불가능하다.이런 측면에서 새 정부가 현재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는 별도로 윤 대통령의 지역균형발전 공약을 챙길 새로운 조직을 구성하기로 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는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거 남아있어 새 정부의 ‘지방시대 국정과제’를 적극적으로 챙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 관련, 김병준 전 인수위 균형발전특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자신도 적극적으로 참여할테니 지역균형발전이 국민의 관심사가 될 수 있도록 외부포럼이나 학회가 적극적으로 연계해서 활동하라고 했다”며 대통령의 말을 전했다.지역균형발전을 범정부적 현안으로 추진하려면 특정기구에 맡길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공론화작업을 하는 것이 맞다. 지방소멸 어젠다는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출산 문제에 직결돼 있기 때문에 새 정부는 반드시 이 문제를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야 한다.
2022-05-24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가 국내적으로 초저성장과 대규모 실업, 양극화의 심화와 다양한 사회적 갈등으로 공동체의 결속력이 흔들리고 와해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반지성주의”라고 언급했다. 일부 언론에서 ‘반지성주의라는 낯선 단어가 불쑥 등장했다’고 빈정댔지만, 이 취임사를 들은 많은 국민은 고개를 끄덕였을 것이다. 나는 반지성주의라는 단어만큼 지금 우리 사회의 병리현상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지성주의가 ‘논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사회적 현안해결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면, 우리 사회에 지성주의가 산산조각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이번 대선과정에서 대도시는 물론, 산골마을까지 전염병처럼 번진 반지성주의는 주로 대선후보 캠프 안팎에서 비롯됐다. 권력을 노리는 지식인들이 여야 후보 캠프에 대거 참여해서 우리사회의 공론장을 이성이 지배하는 소통의 장이 아니라 감정이 판치는 증오의 장으로 변질시켰다. 그들은 합리적인 논리 전개로 민심을 얻는 것이 아니라, 짧고 기억하기 쉬운 선동성이 강한 말로 대중을 휘어잡았다. 이로인해 생겨난게 팬덤정치다.일부정치인의 팬덤정치는 SNS (트위터, 카카오톡, 페이스북)를 극도로 오염시켰다. 무조건적 충성심을 가진 팬덤은 온라인 좌표 찍기, 게시판 댓글 도배, 특정인을 겨냥한 문자 폭탄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이 때문에 SNS는 상대 당과 특정 인물들에 대한 광기 어린 독설과 막말, 근거 없는 데이터 등이 난무했다.이재명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14일 그의 열광적인 지지자 모임(개딸)에 대해 “세계사적 의미가 있는 새로운 정치행태라고 생각한다. 참 많은 개딸, 양아들. 개이모, 개삼촌, 심지어 개할머니까지 함께 해 주셔서 큰 힘이 난다”고 말했다. 팬덤정치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도적으로 일축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정권 초기부터 민주당 안팎에서 문빠로 불리는 팬덤의 문자폭탄이 당 안팎의 건전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를 ‘양념’이라며 묵인했다. 그는 지난 15일 경남 양산 사저 주변에서 보수성향 단체들이 집회를 하자 “반지성이 시골마을 평온을 깨고 있다”며, 듣기에 따라서는 윤 대통령이 언급한 반지성주의를 비웃는 듯한 말을 했다.나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상대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반지성주의를 언급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반지성주의가 진실을 왜곡하고,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해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현안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적 진영 대결, 팬덤정치, 편가르기 등으로 구체화되는 반지성주의를 민주주의의 위기 요인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윤 대통령에게 가장 결핍된 언어가 지성”이라며 되받아 쳤지만, 반지성주의가 우리사회의 국민통합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2022-05-17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의 비단주머니는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야당과의 협치다. IMF 사태에 버금가는 위기가 닥친 국가 현안을 극복하려면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과의 협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윤석열 정부로서는 야당이 국회에서 과반 의석(300석 중 172석)을 차지한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새 정부를 지원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할 수 없다.협치로 향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에도 나오지만, 어떤 조직이든 전임자가 인수·인계를 할 때 후임자에게 덕담과 함께 성공을 기원해 주는 게 상식이다. 대통령 자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 허니문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번 대통령 인수·인계 과정은 상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이냐”며 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후임자를 비판했다.그 이전에도 그는 윤 대통령의 북한 선제타격론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해 “국가 지도자로서 적절하지 못하다”, “검찰총장으로서 임기를 지키는 것이 중요했는데 중도에 그만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식의 모욕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앞으로도 이런 식의 정치적 메시지를 낼 가능성이 농후하다.전임 대통령의 태도도 문제지만,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와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이 수사기관에 쌓여있는 것도 협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고소·고발 건수는 모두 6건이다.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사적 유용과 공무원 사적 동원, 허위 해명 의혹 등이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정영학 녹취록을 왜곡한 혐의와 검사 사칭 의혹도 포함돼 있다.윤석열 대통령도 대선후보 당시 민주당으로부터 세 차례 검찰에 고발당했다.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허위 해명과 선대본부 임명장 무작위 발급 의혹 등이다. 보수와 진보 시민단체들이 두 사람을 고소·고발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전체 건수는 두 손으로 세기가 어렵다.현재로선 협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키를 쥔 사람은 여·야 원내대표 정도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금도 겉으로는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두 사람이 최일선에 서서 한치 양보없는 ‘오기의 전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권 원내대표는 ‘172석 거야(巨野)’에 휘둘려서는 새 정부 국정과제를 관철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듯하다. 당내 강경·개혁 의원들의 지지에 힘입어 대표직에 오른 박 원내대표도 개혁 완수를 촉구하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협치는 말 그대로 ‘서로 도우면서 정치한다’는 의미다. 지금으로선 양당의 갈등이 역대급이어서 협치를 기대하기가 힘든 상황이지만, 두 원내대표가 국가미래를 위해 열린 마음으로 유연하게 상대를 파트너로 인정한다면 협치의 길은 반드시 트인다.
2022-05-10
심충택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반대 국민청원에 답변하면서 “많은 비용을 들여 광화문이 아닌 다른 곳으로 꼭 이전해야 하는 것이냐”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을 직접적인 화법으로 비판한 것이다. 물러나는 대통령이 새 대통령을 이렇게 비판적으로 대하는 모습은 과거에는 듣도 보도 못했다. 청와대는 “임기말 없는 대통령으로 끝까지 일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야당에선 “권력의 뒤끝이 대단하다”는 말이 나왔고, 대통령직 인수위는 “남은 임기동안 국민께 예의를 지켜달라”고 했다.문 대통령의 퇴임을 불과 며칠 앞두고 정권을 인계하는 쪽과 인수받는 쪽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갈등을 노출하고 있다. 양측은 대선직후 첫 회동 일정조율 문제, 집무실 이전 예비비 승인 문제, 감사원과 중앙선관위원 인사권 문제 등을 두고 충돌을 거듭해왔다.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두고 신구 권력의 대치 전선이 오히려 확산되고 있는 느낌이어서 시민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대단하다.문 대통령은 그동안 ‘잊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을 거듭 밝히긴 했지만, 퇴임 후에도 정치적 메시지를 계속 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SNS팔로어 수 200만명을 자축하며 “이제 퇴임하면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이야기로 새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고 언급한데서, 그의 팬덤정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문 대통령의 공세적 메시지는 ‘문빠’를 중심으로 한 핵심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문 대통령의 이러한 팬덤정치가 우려되는 부분은 팬덤의 극단적인 지지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매우 비이성적인 경향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현 집권당 원로들도 “문재인의 문빠 정치가 진보세력을 망친다. 강성 지지층에 빠지면 중도, 혹은 대중을 외면하게 된다”며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지난 대선과정에서 과열된 범정치권의 팬덤문화로 인해 우리사회는 각계각층의 반목과 질시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해졌다. 무조건적 충성심을 가진 팬덤은 온라인 좌표 찍기, 게시판 댓글 도배, 특정인을 겨냥한 문자 폭탄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휩쓸었다. 그 여파가 이제 진영싸움을 넘어서 대선불복 단계로 치닫고 있다.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비상시국이다. 경제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해 있다. 정치권이 한 몸이 돼 위기극복에 나서도 현 상황을 타개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 분열을 걱정하는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어떤 진영에 속하든 지금의 상황을 수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다. 팬덤 뒤에 숨어서 좌표를 찍거나 충동질하는 모습은 결코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우선 가장 정신을 차려야 할 사람은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과 국정철학이 다르더라도 속으로 삭이고 윤 당선인이 순조롭게 정권을 인수해 나라를 안정시키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게 순리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측 인사들은 물러나는 정권을 과도하게 자극해선 안 된다.
2022-05-03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 19일 열린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대구 50년 미래번영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구통합신공항 건설과 동촌후적지의 성공적인 개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항산단 200만 평을 조성해 대기업과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대구 동촌 이전터는 첨단관광상업지구로 개발하며 아파트는 짓지 않겠다”고 했다.TV토론회를 지켜보면서 홍 의원의 이 공약에 귀를 기울인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구는 말할 것도 없고 비수도권 대도시의 가장 큰 현안은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 취업할 만한 일자리를 많이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국내에 있는 대기업이든, 해외에서 국내로 다시 리턴하는 대기업이든, 지자체가 깜짝 놀랄만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정부가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지방도시로 선뜻 이전해 오지 않는다.대기업을 움직이려면 반드시 국제사회와 24시간 연결돼 있는 관문공항이 있어야 한다. 홍 의원은 평소에도 기자들과 만나면 “대기업들이 수도권 입지를 선호하는 것은 항공화물의 거의 100%를 인천공항에서 처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왔다. 지방도시가 인근에 하늘길을 열어 기업 물류비를 줄여주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땅값이 비싼 수도권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문제는 국비지원을 받아 통합신공항을 건설하려면 국회에서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공항 건설의 제1관문인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와 국가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홍 의원이 이미 국회에 발의한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 다행인 것은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 2월 15일 동대구역 대선 유세에서 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해 확실히 협력과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신공항 국책사업화를 위한 관련 TF가 꾸려지고, TF 첫 간담회에서 그동안의 최대현안이었던 국비 지원과 공공기관 개발참여가 긍정적으로 검토됐다.차기 정부가 특별법 제정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칼자루를 쥔 측은 국회 다수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2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은 보류한 채 가덕도 특별법만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부산과 대구의 갈등을 유발시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한 것이다.밉든 곱든 지금으로선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려면 민주당이 찬성하지 않고는 달리 길이 없다. 민주당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한 여야 후보들이 특별법 제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현재 민주당에서는 서재헌 전 대구 동구갑 지역위원장, 정의당에서는 한민정 대구시당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선거운동 기간 중 여야후보들이 TV토론회 등을 통해 특별법 제정 촉구결의에 대한 합의안을 만들어 각 정당으로 하여금 당론으로 채택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홍 의원이든 서 위원장이든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제안을 하면 지방선거를 특별법 제정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2022-04-26
심충택 논설위원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5일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에 남아 있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대한 수사권을 검찰에서 분리하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두 개정안은 박홍근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했으며 민주당 의원 172명 전원 명의로 제출됐다. 국가 사법체계의 핵심적인 기구인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법률 개정안이 어떻게 민주라는 이름을 내건 정당에서 한 사람의 반대의견도 없이 발의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민주당의 현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말은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고사성어다. 중국 진나라 시절 조고는 황제도 눈 아래 둘 정도로 절대권력을 쥐고 있었다. 지금 민주당이 행사하고 있는 입법권력과 마찬가지다.조고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그가 사슴을 말이라고 해도 틀렸다고 할 수 없었다. 조고의 거칠 것 없는 권력 행사는 민생 파탄을 가져오고 결국은 백성의 반란으로 이어졌다.절대권력이 해피엔딩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다. 민주당이 법률 제·개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다수의석을 가졌다 해서 이를 국민이 부여한 권한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국민이 민주당에 ‘입법독재’ 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 다수결 원리의 전제는 야당과의 절충과 타협이다. 다수의 독재는 1인의 독재보다 더 무섭다.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핵심은 2가지다.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다룬 형사소송법 제196조를 삭제했다. 또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범죄에 대한 수사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4조의 조항을 삭제하고 검사의 직무에 대해 공소제기와 유지만 남겼다.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이 삭제되면서 검사가 보완 수사를 할 수 있는 근거도 사라졌다.최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 2부 부장검사는 사표를 내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면 당분간 금융 증권시장 교란 행위, 대기업 시장 질서 문란행위, 최고위 권력층의 이권개입 등에 대한 수사는 사라져버릴 수밖에 없다”고 한 말이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사회에 다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후진적인 병리현상이 판칠 것이라고 예고하는 소리다.민주당 의도대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다음달부터 언론사 사회부 출입처에서도 검찰청은 빠지게 생겼다.수사를 하지 않는 검찰은 언론에서도 취재할 내용이 없다. 대신 지금은 갓 수습을 뗀 기자들이 주로 출입하는 경찰서는 중견기자들이 배치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에 기소를 하지 않고 경찰 선에서 내사종결되는 사건들을 추적해서 취재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이제 검수완박 법안과 관련한 공은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넘어갔다. 박 의장이 본회의 사회권을 민주당 소속 국회부의장에게 넘기지 않고 해외출장(23일부터 10일간 미국·캐나다 순방)을 가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검수완박 법안 통과는 사실상 물건너 간다.
2022-04-19
심충택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달성 사저정치’가 대구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다. 대구의 시간이 다시 박근혜 탄핵 당시의 과거로 돌아가는 음울한 분위기다.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느닷없이 대구시장에 출마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박 전 대통령은 지난 8일, 동영상을 통해 유 변호사 지지 발언을 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 발을 담갔다. 유 변호사가 공개한 영상에서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유영하 예비후보의 후원회장을 맡게 된 것은 그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 변호사가)저의 눈과 귀를 가리고 저와의 만남을 차단한다는 터무니없는 모함을 받고 질시를 받았음에도 단 한마디 변명도 없이 그 비난을 감내했다”며 유 변호사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사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생활을 했던 지난 5년간 생업을 뒤로한 채 그를 모시는데 전력을 쏟아왔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정은 그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이 격려하는 것도 인지상정으로 여겨지는 측면이 있다.대구에서는 정치신인과 다름없는 유 변호사가 출마를 선언한지 보름도 채 안돼 다크호스로 부상한 것은 ‘박심(朴心)’의 영향력이 아직도 대단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최근 대구경북기자협회가 실시한 대구시장 지지율 조사에서는 유 변호사가 2위를 차지했으나 선관위가 조사방법에 불법적인 요소가 있다며 공표금지 처분을 내렸지만, 지난 9일 내외경제TV가 비전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홍준표 의원(30.2%),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25.4%)에 이어 유 변호사가 3위(14.6%)를 차지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유 변호사가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홍 의원이나 국회의원 3선을 지낸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상대로 선두권 판세를 유지할 경우,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대구지역 지방자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타 지역민들도 과거에 갇힌 대구시민들의 정치행위를 도마위에 올릴 것이다. 이것은 대구·경북이 탄생시킨 윤석열 정권의 앞날에도 유익하지 않다.대구는 최근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소멸위기 구(區)가 나올 정도로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 이후 계속 전국 꼴찌다. 이 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대구시민들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차기 대구시장의 책임이 그만큼 막중하다는 것이다.대구시장 선거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는 후보가 당선될 확률이 높다. 차기 대구시장은 반드시 위기의 대구를 구할 수 있는 역량있는 후보가 공천돼야 한다. ‘친박’이라는 용어가 또다시 선거판을 오염시켜서는 안 된다.지금까지 전직 대통령들은 자신에 대한 평가를 역사에 맡긴 채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를 멀리하고, 존경받는 국가원로로 평화스럽게 지냈으면 좋겠다.
2022-04-12
심충택논설위원 대구시와 구미시가 지난 4일 세종컨벤션센터에서 ‘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에 관한 협정서’에 서명을 함으로써 해평취수장 공동활용을 둘러싼 오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물꼬를 텄다. 이 협정서에는 대구시와 구미시, 환경부, 국무조정실, 한국수자원공사, 경북도, 한국수자원공사가 모두 사인함으로써 기존 일정대로 진행되면 오는 2028년부터는 대구시민 일부가 해평취수장 물을 식수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해평취수장 물을 대구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44km의 관로를 설치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타당성조사와 설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2022-04-05
심충택 논설위원 최근 서울에 사는 지인을 만났더니 이번 대구시장 선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다. 거론되는 예비후보들을 보면 ‘보수꼴통’이라는 도시 이미지를 오히려 더 짙게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기업과 인재가 몰려들려면 대구시장이 젊고 개방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이 중요한데 출마 예상자 대부분이 낡고 폐쇄적인 인상을 가졌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인물들의 정치·사회·행정 분야 업적을 보면 대구 이미지를 확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드는 인물이 없다. 여기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까지 이번 시장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니, 대구에서는 철지난 친박 타령까지 재현될 판이다.지금 대구는 소득꼴찌의 지방도시로 쇠락했다. 청년들은 변변한 일자리가 없어 고향을 등지고 있다. 한강 이남 최대의 물적·인적 자산을 보유했다는 소리를 듣던 대구가 지금은 해방 이후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외부인이 대구를 보는 시각은 꼰대의 도시, 변화를 거부하는 도시, 세상과 담쌓은 도시, 독불장군의 도시, 고담의 도시 등등이다. 취직자리를 찾아 서울로 간 대구 청년들이 직장 동료들에게 고향의 정치성향 때문에 왕따를 당한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사태 때는 대구가 조롱받는 도시로까지 추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누구 탓이 아니고 대구시민들이 자초한 것이다.도시의 단체장을 선출하는 것은 ‘도시미래’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국내외를 보면 지방선거를 통해 단체장을 잘 뽑은 도시가 국제적인 위상을 자랑하면서 변모하는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구의 경우 시민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후보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대구시장 여론조사를 보면 작대기를 꽂아도 당선된다는 ‘뻔한 선거결과’가 예측된다.대구시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구의 이미지를 바꾸어 놓겠다는 신념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정당으로서의 존재가치가 거의 없던 국민의힘이 6·11 전당대회에서 이준석 대표를 선출함으로서 당의 역사를 바꾼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은 젊고 국제적인 이미지를 가진 이준석을 대표로 선택함으로서, 지금은 대통령을 배출한 수권정당으로 180° 변했다. 이준석 대표는 당시 수락 연설에서 “세상을 바꾸는 과정에 동참해 관성과 고정관념을 깨 달라. 그러면 세상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설내용을 지금 대구시민들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역사적으로 대구경북 지역은 불가능할 것 같던 난관을 극복하고 우리 민족의 새길을 연 적이 몇 차례 있었다. 화랑정신으로 삼국을 통일했고, 국채보상운동으로 일제에 저항했다. 자유당 정권에서는 대구학생들이 가장 먼저 부패에 맞섰다. 이것이 바로 근대화의 산실인 이 지역의 정체성이다. 대구는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개방적인 국제도시로 변해야 먹고 살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려면 리더십과 실력을 겸비한 인물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일본 이즈모시 시민들은 미국 최고의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이와구니 데쓴도를 시장 단일후보로 추대해 도시경영을 맡긴 사례가 있다.
2022-03-29
심충택 논설위원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주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소위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이라고 불리는 권성동, 장제원 같은 의원들은 인수위가 끝나는 대로 뒤로 물러나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다. 그는 “압도적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거국 중립 내각을 구성해야만 윤석열 정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그 자리를 양보해야 한다”고 했다.거국중립내각은 여야가 함께 내각에 참여해 초당적으로 정부를 운영하는 형태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갑자기 위기 상황에 처하거나 전시 등 비상시에 구성된다. 김 전 대표의 생각은 국민의힘 의원, 특히 당선인의 측근들이 내각 자리를 양보하고, 야당과 협치를 해야 국가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민주당 의석수는 172석이며, 국민의힘은 국민의당(3석)과 합당이 이뤄지더라도 113석에 그친다. 윤석열 정부는 당장 코로나 극복을 위한 추경안 편성이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협조가 절실하다.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012년 12월 19일 치러진 제18대 대선 막바지에 새누리당 선대위에서 지금의 윤핵관 논란과 흡사한 ‘친박(근혜)사태’가 발생했을 때 총괄선대본부장으로 발탁돼 위기국면을 수습한 경험이 있다. 당시 선거를 불과 2개월 앞두고 ‘친박감별’ 논란으로 판세가 급격하게 요동치자 박근혜 후보는 최경환 당시 후보 비서실장을 ‘읍참마속’하고,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선대위를 전격 재구성해 당선됐다.윤핵관 사태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윤석열 후보 최측근들의 전횡에 반발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직을 던지고 지방으로 잠적하면서 외부에 노출됐다. 이 대표가 지목한 윤핵관은 권성동·장제원·윤한홍 의원이다. 권성동 의원은 당시 당 사무총장과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직을 겸직했고, 윤한홍 의원은 당 전략기획부총장과 선대위 당무지원본부장으로 활동했다. 장제원 의원은 지난해 11월 대선 경선 직후 윤 후보의 비서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당내에서 반대 의견이 나오자 2선 퇴진을 선언하고 공식직함을 가지지 않았다.윤핵관은 대선이 끝나자마자 당선인의 최측근 자리로 돌아왔다. 장 의원은 지난 10일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임명된 후 사실상 인수위 구성을 진두지휘했다. 권 의원은 새정부 초대 법무부장관 입각설과 원내대표 출마설이 돌고 있다. 윤 의원은 인수위 주요보직을 맡고 있고, 6월 지방선거에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윤 당선인이 당선 직후 장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전격 지명하자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대해 많은 말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는 그의 인사 스타일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척도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중용한다는 ‘의리’와 주변의 ‘조언’ 모두를 중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 새 정부 청와대와 내각, 공공기관의 주요 인사도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에 따라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전 대표의 쓴소리가 받아들여질지 주목된다.
2022-03-22
심충택논설위원 프랑스 동화작가인 라퐁텐이 쓴 우화 ‘늑대와 어린양’의 한 부분이다.
2022-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