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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실력으로 작동되는 TK사회 만들자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7일) 울산시청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면서 중요한 말을 했다.‘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할 경우 정부가 모든 역량을 결집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 발언이다. 이 말을 곱씹어 보면, 각 지방정부가 먼저 정책 아이디어를 내면 중앙정부가 평가해서 지원을 하겠다는 내용이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너무 의존하지 말고 스스로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이나 사업기획 역량을 쌓으라는 말과 다름없다.나는 윤 대통령의 이 발언에 백번 공감이 간다. 대부분 지방정부가 마찬가지지만, 과거 대구·경북(TK)은 공동체 전체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이나 사업 아이디어(예를들어 대구경북통합신공항)를 공론화 한 적이 별로 없다. 대신 일부 기득권 그룹의 이익에 맞는 사업을 사회현안으로 포장해 연줄로 국비를 따내는데 익숙해 있었다. 자연적 공직사회의 정책발굴이나 사업기획과 관련한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TK가 온갖 모욕과 설움을 당한 것도 자업자득인 측면이 강하다.윤 대통령이 주재한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모여 국가균형 발전에 대한 의제를 논의하는 자리여서, 앞으로 국정운영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회의에는 주요 국무위원들과 민선 8기 광역단체장,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시도의회의장협의회장, 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이 정규멤버로 참석했다. 향후 분기별로 열리게 될 이 회의체는 지방정부간의 정책·사업 기획력을 둘러싼 경쟁의 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TK는 특히 새로운 자세로 무장하지 않으면 지방정부끼리의 대결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6일 시청출입기자들과 만나 “연말이나 신년이 되면 국비 몇 푼 더 받아왔다고 신문 1면 톱기사로 나오고 그런 것, 나는 ‘천수답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지방정부 스스로) 사업과 정책을 확보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TK의 자생력 강화를 주문한 것으로 짐작된다.역대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TK 주류그룹은 중앙정부 실세들과 전화 한 통화로 줄이 닿아 웬만한 인허가는 쉽게 해결했다. 아마 주요사업도 이런 식으로 해결했을 가능성이 있다. 역량은 기획력이 아니라 평소 연줄을 얼마나 잘 잡았느냐가 판가름했다. 공직자들이 외연을 넓히고 실력을 쌓거나 밤새워 사업과 정책을 연구할 필요가 없었다. TK라는 용어가 부정적으로 비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TK는 이제 바뀌어야 한다. 지방정부간 평가에서 선두권에 랭크되려면 정치인을 포함한 공직자들이 정책발굴이나 사업기획에 대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안 된다. 과거 타지역 공직자들이 전략적으로 지역 이익을 극대화하던 기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TK의 위계적이고 보수적인 성향은 디지털 세상과도 맞지 않다. 사이버 세상에서도 TK는 타지역에 뒤떨어지는 퍼스낼리티를 가진 것이다. TK는 이제 실력으로 작동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2022-10-11

洪시장이 화두로 던진 ‘대구의 폐쇄성’

심충택 논설위원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주말 국민의힘 대구시당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에서 대구사회의 폐쇄성과 기득권 카르텔을 언급해 주목받고 있다.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선 대구시장이 대구사회의 주류집단과 시민의식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홍 시장은 취임 이후 대구의 GRDP가 전국에서 꼴찌고, 시민소득이 울산의 3분의 1에 그칠 정도로 쇠락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는 말은 더러 해 왔지만, 공식석상에서 그 원인이 대구시민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홍 시장은 이날 “대구는 인재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구에 와서 성공했다는 인재가 없고, 대구에 와서 성공했다는 사업가가 없다”고 했다. 아마 홍 시장의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대구는 오래전부터 ‘굴러온 돌을 경계’하는 도시문화 때문에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인사에서 가장 기피하는 도시로까지 지목돼 왔다.사실 대구는 도시규모만 커졌지 사회문화는 여전히 전통사회다. 대구에서 처음 근무하는 공공기관 임원들을 만나보면, 대구시내 유명호텔에 조찬모임이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다른 대도시 호텔과는 달리 손님과 아침을 먹기 위해 예약을 해 보면 대부분 조찬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대구시민들도 그 흔한 조찬기도회나 조찬세미나를 경험하기가 힘들다. 반면 동창회다 향우회다 해서 끼리끼리 모이는 저녁모임은 많아 도심 곳곳이 불야성을 이룬다. 그만큼 대구사회가 외부세계와 단절돼 있다는 방증이다. 홍 시장은 “심지어 대구는 TK에서 자라나서 서울에 올라간 사람도 ‘서울 TK’라고 하며, ‘대구 TK’와 분리해서 대접을 한다”고 했다.대구시민들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해서도 ‘코이의 법칙’을 가슴에 새기며 ‘열린 도시’를 추구해야 한다. 코이는 비단잉어다. 어항에서 키우면 10cm이상 크지 않고, 연못에서 키우면 30cm이상 크지 않는다. 그러나 강이나 호수에서 자라면 120cm까지 큰다. 같은 물고기지만 사는 곳에 따라 크기가 엄청난 차이가 난다는 법칙이다. ‘한국의 시간’이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김태유 박사는 “자라는 아이에게 새총을 주면 산에 가서 참새를 많이 잡는 꿈을 꿀 것이고, 엽총을 주면 호랑이나 사자 같은 맹수를 사냥하는 꿈을 꾼다”고 했다.우리 자녀들이 살아가는 대구의 사회환경을 바꿔주는 역할은 사회지도층이 중심이 돼서 해야 한다. 그러나 홍 시장도 언급했듯이, 대구를 이끌어온 기득권 세력들은 학맥, 인맥으로 카르텔을 형성해 자기들끼리 먹고 사는 도시를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많이 받아왔다.‘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사는 아이와 기득권세력이 카르텔을 형성한 폐쇄적 도시에서 사는 아이가 한평생 누리는 행복수준은 같을 수가 없다. 대구시장이 공개석상에서 대구의 폐쇄성과 기득권 카르텔을 비판한 것을 계기로 해서, 지금부터라도 대구는 열린도시를 지향하며 4차 산업혁명시대를 준비했으면 한다.

2022-10-04

TK, ‘지방시대위’ 출범에 대비하라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이 특별법 제정 문제로 주춤해졌지만, 특별법안을 들여다보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깜짝 놀랄만한 내용이 많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입법예고돼 있는 이 법안을 자세히 분석해서 다른 지자체들보다 한발 앞선 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제주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법안에 담긴 내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여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정부는 지난 14일 ‘지방자치’와 ‘국가균형발전’을 총괄하는 ‘지방시대위원회’ 발족을 위해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은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을 통합한 것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전 대구시교육감)이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법안에 명시된 국정과제를 총괄하게 된다. 정부는 당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방시대위원회를 이달 중 출범시킬 예정이었지만, 다른 법률과의 충돌 우려가 제기되면서 새로운 특별법 제정으로 방향을 틀었다.대구시와 경북도가 법안내용 중 눈여겨볼 것은 비수도권지역에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된다는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가려면 20대 대기업 본사나 공장,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 특목고를 함께 내려 보내야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말은 바로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지정을 놓고 한 말이다.기회발전특구는 비수도권 지자체와 기업이 협의한 후 정부가 지정하는데,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과 직원에겐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의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 교육자유특구는 학생선발·교과과정 개편 분야에서의 규제 완화와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교육 공급자 간 경쟁을 통해 다양한 명문 학교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상민 장관의 말처럼, 지자체 역량에 따라 서울 명문대의 특구이전도 가능해진다.정부가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에 자치단체와 주민, 관계부처,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이 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야당과 수도권 의원들이 다수인 국회의석을 고려해 보면 특별법안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대기업과 서울 주요 대학의 지역 이전과 같은 획기적인 정책은 아직 정부 차원의 세부적인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미숙성 상태다.윤석열 정부가 지방시대위원회 발족을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는 것은 비수도권 지자체로서는 둘도 없는 기회다. 만약 대구·경북이 이 기회를 잡지 못하면 곧바로 다른 지자체와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은 물론, 인구소멸에 가속도가 붙게 된다.지금 모든 비수도권 지자체가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는 이유는 인구유출을 막아 지방자치단체 소멸을 막기 위해서다. 대구·경북이 ‘특별법안’에 명시된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로 반드시 지정될 수 있도록 이 지역 구성원 모두가 총력전을 펴야 한다.

2022-09-27

윤 대통령은 주제를 좀 파악하라

김진국 고문 얼마 전 인터넷에 “임영웅, 주제 파악해줘”라는 글이 올랐다. 임영웅 씨의 안티팬이 악성 댓글을 올렸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임 씨가 1만석 규모인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했는데, 입장권 구하느라 전쟁을 치른 팬들이 아우성친 것이다. 이제 무명 가수가 아니라 10만명을 수용하는 올림픽 주 경기장이 어울리는 인기 가수라는 사실을 깨달으라는 말이다.윤석열 대통령도 임영웅처럼 ‘주제 파악’을 좀 해야 한다. 그는 이제 검사가 아니다. 친구들과 막걸릿집에 잡담하고, 말실수가 소탈해 보이던 시절은 끝났다. 좋은 남편, 인정 많은 친구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이다. 어제의 윤석열과 오늘의 윤석열은 달라야 한다.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행사장을 나서면서 뱉은 말로 시끄럽다. MBC가 22일 윤 대통령이 ‘이××’ ‘쪽팔려서’라고 비속어를 쓰는 영상을 공개했다. 같은 영상인데 들은 말은 조금씩 다르다. 1차 보도한 MBC와 민주당은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한국)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믄’(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회에서 이××들이 승인 안 해주면, 날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는 것이다.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에서 만났다. 에이즈·결핵·말라리아의 예방과 치료 재원을 조성하는 협력기구다. 미국은 전체 목표액의 3분의 1인 6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했고, 한국은 1억 달러를 약속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웃으며 대화한 직후 바이든을 조롱하는 말을 했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더군다나 절대다수 야당이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 중인 점을 고려하면 윤 대통령이 남 걱정할 처지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라는 말은 한 것 같다.바이든을 겨냥한 말이라면 이런 외교적 결례가 없다. 미국 정부는 한미동맹이 튼튼하다는 말로 비껴갔지만, 욕설을 들은 당사자는 기분이 좋을 리 없다. 한국 대통령실이 아니라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부득부득 우기며 사서 욕을 먹으려 하지는 않을 거다. 우리도 외교 문제로 번지는 건 막아야 한다.사실 여부를 떠나 윤 대통령은 언행을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사석이라고 아무 말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손짓, 눈짓 하나까지 주목받는다. 국민의힘에서 문자 파문이 계속되는 걸 봐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자기를 겨냥해 ‘이××, 저××’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그런 표현을 남자답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건 건달문화다. 더군다나 대통령이라는 자리에는 너무 안 어울린다.윤 대통령은 ‘주제’를 파악해야 한다. ‘변변하지 못한 처지’를 말하는 ‘주제’가 적절한 표현은 아니다. 그렇지만 임영웅 씨에게 재미있게 비틀어 쓴 표현대로 자신의 처지에 맞은 언행이 필요하다. 대통령은 국가의 대표로서 그 품격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 말만 그런 게 아니다. ‘내가 아는 게 전부’가 아니다. 대통령에 앉고도 범부 시절 고치 안에 갇혀 있어선 곤란하다. 가정집 실내 공사하던 경험으로 국가사업에 아는 척 끼어들 일이 아니다. 가까운 친구들과 의기투합하던 시절처럼 의리에 기대 인사해서도 안 된다.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전두환 대통령이 쿠데타와 5·18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는 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에게 맡긴 것”을 이유로 들었다. 자신도 “최고의 전문가들을 뽑아서 적재적소에 두고, 저는 시스템 관리나 하면서 국민과 소통하고 아젠다만 챙기겠다”라고 말했다. 옳은 말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머리는 빌리면 된다”라고 말했다. 바보라서 빌리는 게 아니라 국정은 최고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설픈 지식은 독이 된다.윤 대통령은 보고받을 때 듣기보다 말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길다고 한다. 분수에 맞게 눈과 언행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 주변 관리와 조직도 습관의 틀을 깨고 다시 볼 때가 됐다.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본사 고문

2022-09-25

정치권은 왜 포스코 재해를 주목할까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산자위 회의에서 민주당 김회재 의원은 “포스코 포항제철소 전 직원들이 추석 연휴, 주말 가리지 않고 피해복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산업부가 이를 돕기는커녕 이때다 싶어 오히려 책임을 가리겠다고 한다”며 이창양 산업부 장관을 질책했다. 산업부가 포스코를 상대로 태풍 대비 사전 대응이 적절했는지 과실여부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부적절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 장관이 이에 대해 “경영진 문책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산업부는 앞서 포항제철소 재해와 관련해 ‘민관 합동 철강 수급조사단’을 구성했다. 포스코측이 피해 상황과 정상화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축소 보고했는지부터 사전 대비와 사후 대책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정치권과 재계에선 이와 관련해 정부가 포스코 경영진에 대한 문책성 조사에 나섰다는 소문이 퍼져있다.지난 주말(16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성일종 정책위 의장이 느닷없이 포스코 재해를 거론하면서 이 소문은 팩트가 되다시피 했다. 성 의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대한민국 대표 제철소가 미리 예고된 태풍에 철저히 대응하지 못하고 73년 창립 이래 50년만에 셧다운된 점은 분명히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며 정부에 이어 ‘경영진 책임론’을 다시 제기했다. 그저께 산자위 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대구수성을)도 “포스코 내부에서 재해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경영진이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포스코 재해의 인재(人災)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포스코 측이 누차 해명했듯이, 이번 포항제철소 재해는 태풍길목에 있는 제철소 인근 냉천이 범람하면서 손 쓸 새도 없이 갑자기 발생했다. 재해가 포스코 경영진의 예측 범위 밖에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아직도 포스코측이 사전에 대비가 부족해 피해를 키웠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정부가 포스코 경영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정상 가동 시점에 대한 예상에서도 감지된다. 포스코는 올 연말까지는 철강 완제품 생산을 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하고 있지만, 정부는 복구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많다고 보고 있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전 계열사 임직원들이 모두 포항제철소 복구작업에 매달리고 있다.정부·여당과 포스코가 수해의 원인부터 복구 기간까지 이견을 보이면서, 사실상 포스코가 여권과 맞서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민주당이 포스코 경영진 편을 드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 들어 일부 여당의원이 특정 인물을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밀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까지 나서서 포스코 경영진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은 최정우 회장 체제를 흔들기 위한 속셈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마음은 재해복구보다 콩밭에 가 있는 것 같다.

2022-09-20

TK인구 ‘500만명’ 붕괴의 의미

심충택 논설위원 추석연휴 찾아간 고향마을 골목은 조용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해도 작은 산골동네지만 집집마다 귀성 가족들로 붐볐는데, 올해는 명절분위기가 거의 나지 않았다. 고향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정치·경제적 상징성이 강한 대구경북(TK)인구 ‘500만명’이 지난 3월(500만135명)을 마지막으로 무너졌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대구인구는 237만1천936명, 경북인구는 260만9천356명으로, TK인구는 모두 498만1천292명이다. 행안부 인구현황을 가끔 들여다보면 TK인구가 매달 3천500여명에서 많게는 6천여명씩 줄어들어 아찔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TK인구 500만명은 정치적 지분이라는 무게감과 함께 경제적 의미도 컸다. 기업이 공장입지 선택을 할 때 가장 먼저 보는 데이터가 청년층 유출입 통계인데, 대구·경북은 이제 이 부분에서 매력적인 곳이 되지 못한다. 부산시도 인구 감소 걱정을 하는 것은 대구와 마찬가지다. 8월말 기준 333만1천444명으로 매달 1천400여명씩 인구가 줄고 있다. 청년인구가 살길을 찾아 떠나가는 비수도권 도시의 공통적인 비극이다.반면, 8월말 기준 경기도는 1천359만56명, 인천시는 296만3천117명으로 매달 인구가 2천~4천5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 인천시가 대구시 인구를 추월한 것은 아주 오래됐다. 유정복 인천시장(국민의힘)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서인부대’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서인부대’는 서울, 인천, 부산, 대구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경제 규모에서 인천이 서울 다음가는 국내 2대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뜻이 담겼다.부산과 대구는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지만, 인천은 경제자유구역과 원도심 개발 활성화로 인구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어 국내 2대 경제도시로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낸 것이다.TK인구 감소는 곧 청년 인구 감소를 의미한다. 대구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순유출 인구 2만4천여명 가운데 20~29세 청년 인구만 9천여명이다. 청년 인구 감소와 노인 인구 증가는 결국 ‘지방소멸’의 문제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부정적인 현상이다. 청년층 인구의 중요성에 대해 UC버클리대 엘니코 모레티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청년층 창조계급을 유인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모든 권력과 사회적 자원이 지금처럼 수도권으로 몰리는 한 국민은 좋은 직장과 교육 환경을 찾아 서울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토 전체를 효율적으로 쓰겠다는 각오를 단단히 하지 않으면 인구위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지역균형발전이 제대로 되려면 수도권에 집중되는 국가자산(일자리·교육·의료·교통·문화)을 규제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수도권규제를 완화하면서 비수도권 균형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다시 강조하지만 사회 모든 분야에서 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2-09-13

국가균형발전, 대통령생각이 중요

심충택 논설위원 우동기 대구가톨릭대 총장이 지난주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지난 1일부터 업무를 시작했으며, 임기는 2024년 7월 14일까지다. 우 위원장은 조만간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를 합친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된다. 지방시대위원장은 비상근으로 겸직이 가능하지만, 우 총장은 위원장직에 충실하기 위해 조만간 대구가톨릭대 총장직을 사퇴할 예정이다.우 총장의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취임으로 대구·경북으로선 대통령과 소통할 수 있는 핵심적인 창구를 얻어 경사를 맞게됐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수도권 초집중화’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보면 된다. 이 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때 수도권 비대화를 막기 위해 긴급하게 설치됐다. 장관급인 우 위원장의 결재라인은 대통령밖에 없다. 대통령의 지역 공약 실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공공기관 지방이전 추진, 혁신도시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관리하는 게 이 위원회다. 앞으로 국가균형발전사업을 평가하고 비수도권 소멸을 막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대통령에게 직접 내놓게 된다.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지역균형 뉴딜정책을 ‘대통령 어젠다’로 채택해 다양한 과제를 발굴했지만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직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 역시 이 지역 출신인 김사열 경북대 교수가 맡았지만, 위원회 성격이 자문기구라 실질적인 권한행사와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우동기 위원장은 이와관련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한만큼, 대통령이 지방시대를 구현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철저하게 하겠다”고 말했다.지금은 권력과 재화를 비롯한 모든 자원의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온갖 분야에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 의석수가 국회를 압도하면서 과거에는 그래도 비수도권 눈치를 보면서 시행됐던 수도권 규제완화가 속수무책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여야 의원들의 막강하고 조직적인 파워는 이제 누구도 막아설 수 없는 상황이 된 듯하다. 그들의 의사결정은 블랙홀처럼 모든 자원을 수도권으로 빨아들이고 있다.지방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인식도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지방과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역대정부와는 달리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별도로 설치해 지방정부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표방하면서 수도권 규제를 거침없이 풀기 시작했다.지역균형발전은 반드시 수도권 정치인들의 반발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권 초기 대통령이 직접 밀어붙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법률이나 경제성 논리에 막혀 추진할 수 없는 현안은 국가균형발전 논리로만 풀 수 있다. 우 위원장이 꼭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2022-09-06

‘공멸의 길’ 걷는 국민의힘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정상이 아니다. 정당의 존재근거인 민심(民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사생결단식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람들이 서로 편을 갈라 당을 장악하려 들고, 3권분립의 주요축인 법원까지 안중에 없는 태도를 보인다. 세상에 이런 여당이 있었던가 싶다.국민의힘은 그들의 권력원천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 지지율이 요즘처럼 바닥권이면, 국정동력을 회복하는데 모두가 총력을 쏟아야 할 텐데 오히려 끼리끼리 모여 당 내분을 촉발하고 있다.민주 정당이라면 법원이 지적한 문제들을 다시 살펴보고 치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법원결정을 한낱 종잇조각처럼 무력화하고 있다. 일부는 이준석 전 대표를 제명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모두가 친윤그룹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친윤그룹 의원들 사이에선 ‘기왕 피를 본 것 확실히 봐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는 아찔한 소리도 들린다.경찰 출신의 이철규 의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증거조작 문제”라며, 여권 혼란의 원인을 이준석 개인에게로 돌리고 있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지구를 떠난다면 호남에라도 출마하겠다”고 말한 사람이다.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도 의총에서 “다시 윤리위를 열어 이 전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신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이 전 대표와 전면전을 벌이긴 부담스러워 그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최근 윤핵관들의 행보를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경우 당초 비대위 전환이 당헌·당규상 무리라고 보고 직무대행 체제를 추진했지만 신윤핵관으로 불리는 강경파에서 밀어붙이면서 비대위로 넘어갔다가 비대위원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대통령실은 윤핵관들과 함께 계속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윤핵관들이 대통령의 성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호가호위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성공적인 임기를 마치기 위해서는 지금 즉시 윤핵관 강경파들을 단호하게 분리해서 정리를 하는 게 맞다.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통합조차 이루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윤상현·유의동·최재형 의원 등이 그제(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혔듯이, 지금 국민의힘 위기는 윤핵관들이 촉발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 그들은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법 절차를 편의적으로 남용했다. 현재 여권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명확하다.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살려 내 민심을 얻는 일이다. 여권의 분열과 내홍은 결국 당정이 공멸로 가는 길이다.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윤핵관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이준석도 이제 윤핵관들에 대한 분노와 저주, 복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권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상식적이고 진정성 있는 정치를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2022-08-30

윤석열 정부 최대현안이 된 ‘이너서클’

심충택 논설위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 20일 한 방송사 대담프로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너서클(Inner circle)에 갇히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너서클은 조직 내에서 소수집단을 형성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룹을 일컫는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어떤 조직의 수장도 이너서클에 포위되면 외부 비판여론을 제대로 듣지 못하게 된다.정치부 기자 시절 각종 선거를 취재하면서 다양한 여야 후보들의 캠프를 경험했다. 외부인에 대해 개방적인 캠프가 있는가 하면, 이너서클 중심의 꽉 닫힌 캠프도 있었다. 주로 거물급 후보들의 선거캠프가 닫혀 있는 경향이 강했다. 이너서클 멤버들이 외부인사들을 경계하면서 충성심 경쟁을 펼치는 배타성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선거캠프의 이너서클은 생리상 폐쇄적일 수밖에 없다. 문고리 권력을 나누기 싫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도 ‘문고리 3인방’ 논란이 제기됐었다.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 해체론’을 단호하게 거절한 것은 이너서클 견제와 당 외연확장을 위해 잘한 일이다. 주 위원장은 지난 19일 최재형 당 혁신위원장을 만나 “혁신위 활동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후, 그제(22일)는 혁신위 전체회의에도 참석했다. 혁신위는 전체회의에서 그동안 당 공천관리위원회 권한이었던 ‘후보자의 부적격 심사권한’을 당 윤리위에 넘기는 방안을 ‘1호 혁신안’으로 발표했다. 폭발성이 강한 ‘공천시스템 개혁안’ 대신 ‘윤리위 기능 강화’를 최초 혁신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친윤그룹과 마찰을 피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지는 부분이다.친윤그룹이 혁신위에 거부감을 가지는 이유는 ‘이준석 혁신위’가 공천개혁을 주도해 2년 뒤 총선 공천에서 자신들을 배제하려 한다는 의심 때문이다. 안 의원의 혁신위 해체 주장도 이 전 대표와 혁신위에 대한 당내 일각의 반감과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주 위원장도 이 점을 우려해 지난주 최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논쟁적인 것은 다듬어서 2단계 정도에 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제시했었다. 공천개혁안을 미리 꺼낼 경우 혁신안 수용여부를 두고 당내갈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 공천시스템 개혁안을 당의 주요의제로 삼을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은 지금 여당처럼 비대위 상황에 처해 있을 때다. 총선을 1년 앞두고 선출될 당 대표는 누구든지 본인이 공천권을 행사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기득권을 내려놓는 개혁을 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총선이 임박할수록 의원들간의 이해관계가 엇갈려서 공천개혁의 합의안을 만들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난해 6·11전당대회 당시와 같은 국민의힘의 변화다. 내년 총선은 보수와 진보 지지층 결집이 확고한 지역을 제외하고는, 부동층이 많은 젊은 유권자들의 의중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는 지역이 다수일 것으로 예측된다. 여당의 개방성도 전제돼야겠지만, ‘이너서클 울타리를 벗어난’ 윤 대통령의 포용력 있는 리더십이 민심을 얻는 열쇠가 될 것이다.

2022-08-23

윤석열, 외연 넓히려면 주변정리 필요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1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친윤그룹 국회의원에 대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인식은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구맹주산·狗猛酒酸)’는 고사를 떠오르게 한다. 이 고사는 주로 측근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할 때 인용된다. 술 빚는 재주가 좋고 친절한데도 술이 잘 팔리지 않아 주막주인이 동네 어른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술집의 개가 너무 사나워 술 심부름 오던 아이들을 모두 쫓아버린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의원들을 윤핵관(권성동·이철규·장제원)과 윤핵관 호소인(정진석·김정재·박수영)으로 나누고, “그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일이 호명한 측근들을 ‘술집의 개’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윤핵관들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본인들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희생양에 윤 대통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머릿속에 삼성가노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그 이상은 말 안 하겠다“고 했다. ‘삼성가노(三姓家奴)’는 ‘성 셋 가진 종’이란 뜻으로, 삼국지연의에서 여러 명을 아버지로 섬긴 여포를 비판한 말이다. 친윤그룹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해타산에 따라 윤 대통령과도 등을 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감정이 섞인 발언이긴 하지만, 정치세계의 이합집산 원리를 비꼰 듯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이미 2년 후(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향배를 염두에 둔 줄서기를 시작했다. 이준석 징계는 공천권 헤게모니전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준석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당 혁신위를 가동해 총선공천을 시스템화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후 혁신위 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도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공천이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특정 계파의 공천권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혁신위 차원의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부연설명도 했다.당시 친윤그룹 의원들은 시스템 공천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공천 개혁은 일반적으로 주류 세력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지난 대선기간 중에도 ‘윤핵관’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당내 ‘이너서클 타파’를 공론화한 적이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친윤 그룹’이 당권을 장악해 ‘윤석열 당’이 만들어지면 안정적인 당정운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최대원인은 그동안 확장해 놓은 외연을 여권 주류세력이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당시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이준석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우리 정치계를 ‘열린 광장’으로 이끌려고 애써온 청년이다. 대표재임 1년여간 그는 당비를 내는 열성당원을 80여만명까지 늘렸고,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을 외연확장의 모델로 인식해야지 증오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이준석의 기자회견을 당정간의 비판 담론 형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22-08-16

‘측근정치인’이 윤대통령에겐 毒이다

심충택 논설위원 비대위 상황까지 갈 정도로 심각해진 국민의힘 내분의 본질은 ‘권력투쟁’이다. 제22대 총선(2024년)을 2년여 앞두고, 공천권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당·정 지도부간의 파워게임이 여당의 중병(重病) 원인인 것이다. 어제(9일) 당 대표직에서 ‘자동해임’된 이준석의 경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총선공천 개입을 막기 위해 무리하게 혁신위를 가동시키려다 당에서 밀려나는 신세가 됐다. 지난 6월 3일 혁신위원장으로 선임된 최재형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어떤 개인의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언급한 것이, 헤게모니전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말해준다.이준석의 대표직 해임으로 여당 혁신위원회는 이제 동력을 상실한 상태다. 물론 이준석이 시도하려던 차기총선 ‘시스템 공천’도 좌초된 것과 다름없다. 이준석의 축출은 당 개혁주체의 실종, 그리고 윤핵관의 세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당내 상당수 인사들이 윤핵관을 향해 “책임질 위치에 있는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국민의힘 김근식 전 선거대책위 정세분석실장은 “윤핵관들이 스스로 2선 후퇴하는 결단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진정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일 것”이라고 최근 말했다. 구체적으로 윤핵관의 핵심인물인 권성동 원내대표는 비대위가 출범한 만큼 최소한 원내대표 재신임 절차는 밟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엊그제 고용노동부가 장관 정책보좌관으로 권 원내대표 선임보좌관 출신을 임명한 것도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인사 업무에 관여한 장제원 의원도 대통령실 인사실패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만약 윤핵관들이 당 내분에 대한 반성없이 비대위체제 구성이나 차기 공천권 주도권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인다면, 국민의힘은 파산될 가능성이 크다.지금은 윤 대통령이 직접 여당이 처한 총체적 난맥상을 극복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윤 대통령의 최대 리스크가 여당이기 때문이다. 이 리스크 소멸이 바로 대통령 국정지지율 반등의 해법이다. 윤 대통령은 당과의 관계를 설정할 때 항상 차기 총선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다수당이 될 경우를 상상해 봐야 한다. 아찔한 생각이 들면서 민심을 살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장 서둘러 할 일은 대통령 주변에서 호가호위하며 민심을 갉아먹는 인사들을 과감하게 내치는 것이다. 대신 외연확장을 위해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당내 인사들에게 지도부를 맡겨야 한다. 이미 구성돼 있는 당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윤 대통령은 이제 야당에게도 협조를 구할 때가 됐다. 야당의 합리적인 요구는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야권인사를 내각에 과감하게 중용할 줄도 알아야 한다. 만약 전면적인 쇄신 조치 없이 이 상황을 적당히 넘기겠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윤 대통령은 집권 초반 이런 문제가 불거진 것을 전화위복(轉禍爲福)으로 만들어야 한다. 수습하고 보완할 시간은 충분히 있다.

2022-08-09

정부는 ‘지역균형발전’ 의지가 있는가

심충택 논설위원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도권 규제완화가 브레이크 장치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140건의 각종 규제혁신 사례를 발표하면서 ‘풀 수 있는 것은 다 푼다’고 밝혀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는 비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지난달 2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인천에서 연 ‘산업입지 규제개선을 위한 기업간담회’에서도 비수도권 지자체의 기업유치에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 발표됐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과 관련한 규제를 풀겠다는 내용이다. 관련 시행령이 개정되면 해외에 나가있는 ‘유(U)턴 기업’의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증설이 허용된다. 지금까지 인천, 경기 등 수도권 경제자유구역에는 외국인 투자기업만 공장 신·증설이 가능했다. 정부 발표 이후 비수도권 시민단체들은 공동으로 규탄성명서를 내고 “수도권의 초집중과 난개발을 부추기며 비수도권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맹비난했다.윤석열 정부는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그나마 기대를 걸 수 있는 유턴기업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에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법)’을 제정해 비수도권 지자체의 유턴기업 유치활동을 지원해 오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그동안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상공회의소,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협조를 받아 유턴기업 유치에 전력을 쏟았다. 지난해에는 대구·경북에서 6개의 유수한 유턴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도 냈다. 해외 진출기업의 국내복귀 통계를 공식 집계한 2014년 이후 누적 유턴기업은 모두 108곳으로 이 가운데 대구는 5곳, 경북은 14곳이다. 최근에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인건비가 많이 올라 외국에 차렸던 공장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기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정부가 더 잘 알겠지만,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도는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결코 나타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모든 자원이 수도권에 몰림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은 당연히 비수도권 소멸이다. 현 정부처럼 효율성을 잣대로 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마구 허용하면 비수도권 지자체의 기업유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 산업 투자·인력 양성 계획도 수도권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정책판단 과정에서 ‘국토균형발전’ 보다는 ‘효율성’에 집중하는 것 같다. 효율성만을 따지면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윤석열 대통령은 그동안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생존의 문제”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지역균형발전의 최우선 조건은 수도권에 편중된 일자리와 인력을 비수도권 지역에 골고루 퍼지도록 하는 것이다. 비수도권지역에 우수한 기업과 인재들이 찾는 대학이 들어서면 청년들이 가족을 등지고 수도권으로 떠날 이유가 없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수도권 규제완화를 노골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2022-08-02

‘대형마트 휴업 폐지’ 누굴위해 하나

심충택 논설위원 윤석열 정부가 ‘국민제안’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한 달에 두 번 휴업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대통령실은 현재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등 온라인 제안 TOP10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고 있다. 투표결과 상위 3개 제안을 확정해 국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 정부가 그동안 기업 규제를 풀겠다고 강조해온 만큼,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폐지될 가능성이 크다.10여년에 걸쳐 꾸준히 의무휴업제 폐지를 주장해왔던 유통 대기업들은 당연히 반색하고 있다. 아마트와 롯데쇼핑 주가도 상승세다. 대부분 메이저언론들도 대형마트가 일요일 휴업을 한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영업규제에 대한 반대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반면 골목가게와 전통시장 상인들은 의무휴업제 폐지가 곧 골목상권 붕괴를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대형마트 규제법’은 지난 2013년 초 국회에서 통과된 법이다. 중소도시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던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초토화시키자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하고, 점포를 개설할 때 주변상권영향평가서와 지역협력계획서를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도록 등록요건을 강화한 내용이다. 당시 언론보도 내용을 보니, 대형마트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규제 수위를 완화시키는데 총력을 쏟은 것을 알 수 있다.대형마트 규제완화에 앞서 정부가 꼭 짚어야 할 부분은, 서울에서 발행되는 메이저 언론들이 국민여론을 올바르게 대변한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메이저 언론들은 10년 후인 지금도 똑같은 논리로 비수도권 곳곳에서 문제가 되는 대형마트 입점을 옹호하고 의무휴업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유통대기업들은 꾸준히 이들 언론사 지면을 마치 전단지처럼 활용하며 광고를 쏟아내고 있다. 회사경영상태가 우선인 언론의 생리상 광고주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다행히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를 폐지하려면 대형마트 규제법이 국회에서 개정돼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와 관련해 ‘찬반 개정법안’이 나란히 발의돼 있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지난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일이나 영업시간 제한에 상관없이 온라인 상품 배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이동주 민주당 의원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범위를 지금보다 확대하고 추석과 설날 당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는 개정안을 발의해 둔 상태다.비수도권 주민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똑같은 돈을 골목가게에서 쓰는 것과 대형마트에서 쓰는 것은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천양지차(天壤之差)라는 점이다. 대형마트에서 쓰는 돈은 그날 바로 은행을 통해 서울로 가 지역 자산을 그만큼 축내게 된다. 그러나 전통시장에서 쓰는 돈은 즉시 골목상권으로 되돌아 나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킨다. 영세 상인을 비롯한 서민들이 번 돈은 은행에 들어갈 여유도 없이 곧바로 생계비로 쓰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 최후의 보호막이라는 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2022-07-26

국민의힘 ‘혁신위 카드’ 주목한다

심충택논설위원 국민의힘 내분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실체 없는 의혹으로 윤리위를 소집해 당 대표를 몰아내더니, 이제 이준석 축출의 배후로 지목받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이 링위에 올라와 내분을 주도하고 있다.현정권 실세로 알려진 장제원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말씀이 무척 거칠다. 권(성동) 대행은 집권여당 대표로서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며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대통령실 공무원 사적채용 논란과 관련한 권 대행의 발언내용에 불만을 제기하며 공개적으로 경고한 것이다. 장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시절 비서실장을 하며 대통령실 인사를 주관했다. 권 대행이 청와대 사회수석실에 임용된 우모씨의 채용과정을 언론에 해명하면서 ‘장 의원에게 압력을 넣었다’고 표현한 것에 대해‘거칠다’며 지적한 것이다.집권당 핵심인사들이 당 내분의 중심에 서면서 권력투쟁으로까지 비치자 윤 대통령 지지율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다. 리얼미터가 지난 11∼15일 전국 18세 이상 2천519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과 관련한 긍정 평가는 33.4%로 추락했다. 부정 평가는 63.3%로 올라갔다. 부정 평가는 대구·경북(긍정평가 3.8%p 상승)을 제외하고 전 지역에서 상승했다.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초반대로 떨어진 것은 대선 당시 그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년 후 총선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신호다. 민심이반의 원인에 대해 야당 쪽에서는 윤 대통령 인사스타일과 적폐청산 수사를 꼽고 있지만, 주된 이유는 집권당 중진들의 권력다툼 때문이다.국민의힘 내분사태는 그동안 윤 대통령과 이준석 대표가 애써 확장해 놓은 당의 외연을 갉아먹고 있다. 집권당의 텃밭인 TK 민심도 예전과 같지 않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선장 없는 난파선 상태로 계속 갈 경우, 차기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국민의힘이 차기 총선에서도 메이저 정당을 유지하려면 당의 리더십을 확고하게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당장 급한 것은 당의 뉴스메이커가 ‘윤핵관’이 아니라 ‘혁신위’가 돼야 한다. 국민의힘 혁신위는 이준석 대표가 지방선거 직후 공천 혁신을 주창하면서 출범했지만, 친윤(윤석열)계는 ‘이 대표의 사조직(배현진 의원)’, ‘이준석 혁신위(김정재 의원)’라고 비하하며 당의 공식기구로 인정하지 않았다.최근 권 대행이 “혁신위원회는 최고위 의결을 거친 공식기구로 당내 상황에 위축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혁신위에 힘을 실어준 것은 현명한 처사다. 권 대행도 언급했지만,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으로 신뢰를 받으려면 혁신위가 특정 정치 세력이나 특정인에 편중되지 않는 ‘혁신안(공천룰 포함)’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지난 18일부터 ‘의견수렴 경청회’라는 타이틀로 활동에 들어간 혁신위가 정국흐름을 바꿀 수 있는 카드를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22-07-19

국민의힘 중진, 지금 세몰이할 때인가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국민의힘 원내모습을 보면 이준석 대표를 쫓아내고 즐기는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이 대표 지지자 입장에서는 집권여당에 등을 돌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가깝다는 당 중진들이 이 대표가 그동안 얻어놓은 민심이 돌아서는데 대해 아무 감각이 없는 것 같다.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지난 주 이 대표가 당 윤리위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 중징계 조치를 당한 바로 이튿날 대대적인 지지자 모임을 가졌다. 윤 대통령의 왼쪽팔이라는 그가 야유회를 하면서 전하려는 메시지는 도대체 무엇일까. 장 의원은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비서실장을 하면서 ‘반(反)이준석’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여원산악회’가 2년 7개월 만에 다시 출발했다. 1천100여 회원이 버스 23대에 나눠 타고 경남 함양 농월정으로 향했다”는 글을 올리며, 세력과시를 했다. 남녀 회원들과 포옹하며 어깨동무하는 사진도 올렸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당·정 모두 시름에 빠져 있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야유회 장면을 중계라도 하듯 스스로 홍보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의원도 이 대표 중징계 직후 기다렸다는 듯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여당에 입당한 후 어제(12일) 처음으로 토론모임을 주최하기도 했다. 이 토론회는 차기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본격적인 세 결집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이 대표 중징계 직후의 장제원·안철수 의원 행보는 배현진 최고위원 등 일부 ‘친윤계’ 의원들의 신중한 모습과 대조된다. 배 의원은 “당내 문제로 인해 정부 운영의 동력을 드리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걱정을 끼쳤다는 것에 지도부의 한 사람으로 송구하다”며 자세를 낮췄다. 공감이 가는 태도다.지금 윤 대통령은 여당의 내분과 경제침체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며 위기에 빠진 상태다. 그제(11일)는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진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천5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7.0%,‘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7.0%로 나왔다. 특히 대구·경북(9.6%p)과 20대(12.9%p)의 지지율 하락 폭이 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이러한 위급한 상황속에서도, 명색이 대통령 측근이라는 당 중진들이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는 일에 바빠 국민여론을 무시하는 행위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지금 집권여당 구성원 모두는 2년후로 다가온 총선승리를 위해 당의 혁신과 외연확장에 집중할 때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중 상당수는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의 1등공신인 이준석 대표가 정치적 사형선고를 받은 것에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새 정부와 국민의힘 미래를 걱정하는 당 중진이라면 민심을 정확하게 읽고 진중하게 처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22-07-12

‘이준석 왕따’ 대통령에게 도움될까

심충택 논설위원 이준석 당 대표를 축출하려는 의도가 다분히 있는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징계심의가 내일(7일) 열린다. 이 대표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리위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주려는 시도가 있다고 윤리위원들이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진석 부의장이나 김정재 의원, 배현진 최고위원 같이 실명으로 공격하는 사람도 있지만, 익명의 가면에 숨어서 인터뷰하는 ‘여권관계자’를 경멸한다”고 말했다. ‘여권관계자’라는 익명으로 그를 비판하는 정치인의 배후에 어떤 집단이 있다는 것이다.국민의힘 윤리위는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는 강용석 변호사가 지난해 연말 이 대표를 ‘성상납 의혹’으로 제소한 게 발단이 돼 개최된다. 강 변호사는 6·1 경기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민주당 김동연 후보를 당선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국민의힘 윤리위가 이 제소를 수용한 이유가 ‘성상납 관련 증거인멸 교사 의혹’ 때문이지만, 근본적으로 시효가 끝난 10년전의 사건, 그것도 실체나 증거가 없는 사건을 심의대상에 올리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특히 윤리위가 징계심의의 직접적 원인으로 발표한 ‘증거인멸 교사 의혹’도 현재 경찰수사가 진행중이다. 모든 공공기관이 그렇듯이, 징계혐의가 적발되더라도 수사가 진행되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징계심의를 늦추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이러한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이 대표로서는 내일 ‘무혐의’ 외에 다른 어떤 징계처분이 나오더라도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당 대표 토끼몰이’로 불려지는 이번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친윤계)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2년 후의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6·1 지방선거 직후 청년 중심 당원배가운동 등을 위해 당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공천 룰을 개정하겠다고 공언해 왔다.실제 혁신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첫 회의를 열고 정식 가동에 들어갔다. 혁신위원인 천하람 변호사는 이와관련 “이 대표가 남은 1년의 임기 동안 결코 조용히 있지 않겠구나, 이런 판단이 나오니까 전체적인 친윤계 반응이 더 차가워진 것이 아닌가 해석한다”고 언급했다.다음 총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지난 대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승리해 수권정당이 되었지만, 총선에서 과반을 획득하지 못하면 지금처럼 야당에 끌려다니는 정당으로 남는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도 국회 의석이 받쳐주지 않으면 허약하기 짝이 없다. 아마 윤 대통령이 가장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윤계’로 지목되는 정치인들이 ‘윤 대통령 보란 듯이’ 학교 교실에서나 볼 수 있는 ‘왕따 가해자’로 앞다퉈 나서고 있으니, 기막힌 상황이다.국민의힘이 차기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2, 제3의 이준석 같은 인물이 배출돼 당을 혁신시키는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다음 총선에서 만약 집권당에 대한 중도층 민심이 멀어진다면 그 즉시 심각한 레임덕이 온다는 것을 윤 대통령이 깨달아야 한다.

2022-07-05

‘반도체 전쟁’에 국민역량 모을 때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주 열린 MBC ‘100분 토론’에서 정부의 반도체 정책과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언론에서는 ‘영호남 반도체 동맹’이라는 타이틀로 보도됐지만, 반도체 정부정책과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두 당선인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느껴졌다.그날 발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주제토론에서 강 당선인은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영호남 반도체 동맹’을 맺어 산업과 교육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대는 망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영호남이 힘을 합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의 반도체정책을 수도권 규제완화 차원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시기에 비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인으로선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나는 이 토론부분에서 홍준표 당선인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홍 당선인은 “대구는 경북대 중심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강 당선인으로선 기대했던 응답이 나오지 않아 다소 맥빠졌을 것이다. 홍 당선인은 반도체 산업 정책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비수도권이 모두 원팀이 돼 해법을 찾아야 하는 국가적 현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반도체 산업은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지식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우리는 조선말 주자학과 쇄국정책에 갇혀 신무기개발(함대, 탱크, 소총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혁명 대열에서 낙오해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를 경험했다. 그 당시 산업혁명 성공의 열쇠가 신무기였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식산업혁명 성공의 키는 반도체 기술이다.지금 세계 각국이 전쟁처럼 치르고 있는 지식산업혁명 대열에 끼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19세기 말 조선 때처럼 다시 한 번 강대국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우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점유율은 14%로 세계 2위이지만,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출판업을 예로 들면 책을 기획하거나 집필하지는 못하고 인쇄만 대신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도 1위 TSMC와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고, 후발주자인 인텔의 도전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선진국의 서열을 가리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민의힘 반도체산업특위 위원장직을 수락해 주목을 받고 있다. 양 의원은 “반도체는 경제이자 안보다. 여야와 이념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도약이냐 쇠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반도체산업은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룰 때처럼 전 국민이 역량을 모아야 성공시킬 수 있다.

2022-06-28

권력자의 부패범죄 덮일 수가 없다

심충택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아침 용산 대통령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주고받는 인터뷰 내용이 매일 주요뉴스가 되고 있다. 이제 TV를 통해 지켜보는 대통령의 이런 모습은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있다.아마 대통령 본인은 취재진이 안 보이는 출입구를 따로 만들고 싶을 정도로 스트레스가 대단할 것이다. 언론의 본질이 권력에 비판적인데다, 종편방송은 거의 온종일 공격적인 패널을 동원해 비평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으니, 출근길이 상쾌하진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대통령이 매일 아침 기자들과 마주치면서 즉석 질의응답을 하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 대통령이 솔선수범해 ‘권력자의 권위의식’을 그만큼 낮춘 것이다.윤 대통령은 지난주말 출근길에는 기자들에게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의원 관련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말이 민주당에서 나온다’는 질문을 받았다. 이전에는 해당수사를 담당하는 부서 간부가 검찰청 출입기자들에게 받던 질문이다. 이에대해 윤 대통령은 “정상적 사법시스템을 정치논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나”라고 대꾸했다. 그러자 당장 비난이 쏟아졌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윤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했던 국정농단 수사가 정치보복 수사였다고 주장하는 것인가”라고 비꼬았다.윤 대통령의 출근길 발언으로 전 정권 수사를 둘러싼 본격적인 진영싸움이 시작됐다. 지금 당장 이슈가 되는 문재인 정권 수사는 2가지다.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이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에는 문재인 정부의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핵심 피의자로 수사받고 있다. 백 장관은 부하공무원을 시켜 산하 발전사 사장과 공공기관장에게 사표를 종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은 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을 할 때 벌어진 일이다. 대장동 비리는 특혜 수천억원과 뇌물 수백억원이 오간 부패범죄다. 최근에는 전 정부가 서해에서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을 은폐·왜곡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윤 대통령은 지난 2월 대선후보시절에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처럼 집권하면 적폐청산 수사를 할 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해야죠, 돼야죠”라고 단언했다. 현재 전 정권과 관련해 수사나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은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외에도 울산 시장 선거 공작, 원전 경제성 조작, 대통령 딸과 관련된 이상직 비리사건 등이 있다. 모두 실정법 위반 혐의에 따른 사법 절차가 진행중이다.전 정부 권력자와 야당이 반발한다고 해서 진행 중인 수사를 덮을 수도 없고 덮이지도 않는다. 범죄 행위에 대한 단서와 고소·고발이 있으면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수사기관은 야당에서 ‘먼지털기식 수사’ 또는 ‘보복수사’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광범위한 증거자료를 확보해 범죄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22-06-21

정치가 부추기는 심각한 ‘보복사회’

심충택 논설위원 주로 마피아 영화의 단골메뉴인 보복범죄가 우리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을 극도의 증오심으로 편 갈라온 진영·팬덤정치의 영향이 크다. 지난 9일 방화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도 이러한 병든 사회분위기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타지역에 거주했던 용의자 천 씨는 부동산 신탁 주식회사에 투자한 자신의 돈을 돌려받기 위해 7년전인 지난 2015년부터 소송에 쫓기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월세를 얻은 집도 법원에 가까운 범어동 작은 아파트였다고 한다. 천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재판결과(5억9천만원 추심금청구소송 패소)가 나오자 천씨는 침울한 표정만 지었고 아무말이 없었다. 해당 재판 외에도 많은 소송에서 패소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했다. 안타까운 요소도 있지만, 소송결과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보복테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다.이번 참사(慘事)를 계기로 우리사회는 각 분야에 만연하고 있는 ‘보복행위’ 근절에 대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특히 각급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학부모와 교사, 또는 학생과 교사간의 폭행행위는 심각한 실정이다. 몇 년 전 대구에서 학생체벌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수업 중인 30대 여교사의 머리채를 붙잡고 벽에 머리를 내리치는 등 폭력을 휘두른 사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여성 자영업자들이 불친절하다는 등의 단순한 이유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가 하면, 도로위의 보복운전은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 2천명 가운데 ‘보복운전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문재인 정부들어 심화된 진영싸움과 팬덤정치는 보복사회의 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무조건적 충성심을 가진 팬덤은 온라인 좌표 찍기, 게시판 댓글 도배, 특정인을 겨냥한 문자 폭탄 등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사회를 극도로 오염시키고 있다.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살고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수시위단체들의 시위도 진영정치가 낳은 보복성 일탈행위로 볼 수 있다. 시위대는 엄청난 소음을 내는 방식으로 집회를 해 인근주민들까지 환청이나 식용부진,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고통이 크다고 한다.문 전 대통령은 ‘문빠’로 불리는 팬덤의 문자폭탄이 당 안팎의 건전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를 ‘양념’이라며 묵인했었다.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는 이와관련,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 집 주위에서 떠드는 이들도 잘못이지만, 이 모든 일의 시초에는 문 전 대통령의 팬덤정치 편승과 방치, 조장이 있다”고 말했다.보수단체의 양산시위에 맞서 진보성향단체인 ‘서울의 소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파트에서 앞으로 규탄시위를 이어나갈 모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한 치의 양보 없는 진영싸움이 계속돼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22-06-14

이준석·박지현의 정치적 성과

심충택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인물들이다. 우리나라 주류 정당에서 2030세대가 사령탑을 맡은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26세 당 대표급 여성정치인’ 박지현은 아마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이준석·박지현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정치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층의 정치참여를 불러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수도권 광역의회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대 당선인이 서울시의회 16명(14.2%), 경기도의회 20명(12.8%), 인천시의회 4명(10%) 등으로 모두 10%를 넘어섰다. 전국 광역의원 당선인 872명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이 9.5%에 이른다. 청년정치인 돌풍이 불면서 정치주도권이 새로운 세대로 전환되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영논리보다는 실용지향적인 청년들의 정치권 진출 붐은 바람직한 현상이다.이준석·박지현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우리 정치계를 ‘열린 광장’으로 이끌려고 애써온, 젊지만 강력한 리더들이다.이 대표가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후, 취임 첫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낯설고 신선한 정치인’의 등장에 박수를 보냈다. 대표재임 1년여간 그는 당비를 내는 열성당원을 80여만명까지 늘렸고,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지난 대선기간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주류인물로 구성된 ‘윤핵관’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당내 ‘이너서클 타파’를 공론화했다. 이 시간 현재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당 중진들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그는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번 지방선거 압승에도 1등공신이다.박지현의 성과도 이준석 못지않다. 민주당내 팬덤정치와 86그룹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지현은 “일부지만 팬덤정치가 우리당원을 과잉대표하고 있다”며, 당의 극렬 지지층인 팬덤의 역린을 건드렸다. 특정 정치인을 무조건적으로 숭배하며 비판과 반론에 재갈을 물리는 팬덤정치는 민주당내 합리적 비판을 차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지현은 86그룹을 겨냥해서는 “아름다운 퇴장준비를 해야한다”고 직격했다. 이 말에 대한 파장은 팬덤공격때보다 더 컸으며, 결국 그를 민주당에서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됐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박지현이라는 역대급 진상의 패악질”이라고 비난했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지현 아웃이라는 글이 도배됐다.이준석·박지현은 우리나라 정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던진 청년들이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이제 권위주의나 진영논리, 포퓰리즘에 빠진 인물들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치인들이 실질적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정당이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도록 노력해야지, 특정인맥이나 지역, 특정이념을 대변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존속하기가 불가능하다.

2022-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