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두고 설전을 벌이는 것을 지켜보면서, 수도권 중심론자의 이기적인 사고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설전은 지난 14일 윤 전 의원이 CBS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지역에 다 공항을 만들면 어마어마한 투자가 필요하다. 전에 무안공항에서 동네 주민이 고추 말리는 사진도 봤는데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말한데서 비롯됐다. 듣기에 따라서는, 바로 이날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TK신공항 특별법을 비꼬는 투로 해석됐다. 이에 홍 시장은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안고 출발하는 신공항을 비아냥대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며 윤 전 의원을 직격했다. 홍 시장은 TK신공항 없이는 대구·경북의 미래가 없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두사람간 설전의 쟁점은 ‘예타’다. 윤 전 의원은 “총선이 다가오면서 예타 기준을 완화하는 여야협치로 전국이 총선 공사판이 될 우려가 있다”며 비아냥댔다. 누가 들어도 대구·경북과 부산, 광주 신공항건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 17일 전체회의에서 대규모 재정사업의 예타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도권 보수언론이 중심이 돼 예타면제 기준 완화에 대해 집중적인 비판기사를 쓰자, 국민의힘이 갑자기 법안처리에 제동을 건 상태다.
예타는 지난 1999년 예산낭비를 줄이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예타는 사업의 경제성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본심사인 타당성조사는 기술적인 문제에 중점을 둔다. 경제성 분석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B/C)’을 따진다. 자연적 돈과 사람이 몰려 있는 비수도권이 유리하다.
과거에도 수도권언론은 사회간접자본(SOC) 예타면제 논란이 있을 때마다 ’세금 낭비·선심성 사업‘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예타지수는 그 속성상 인구나 경제력이 집중된 곳일수록 높게 나오게 돼 있다. 수도권에서는 도로나 전철건설 등을 위한 예타가 수월하게 진행되지만, 비수도권 SOC건설은 예타면제 없이는 거의 사업이 불가능하다. 예타가 수도권 일극주의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가 재정법시행령에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국가 정책적 사업에 대해서는 예타 면제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국회가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심사하면서 예타면제의 기준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준이 분명하지 않을 경우 차별과 특혜 논란으로 지역 간 갈등이 심각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 명확한 기준 없이 광역단체별로 1개의 SOC사업에 예타를 면제해 주겠다고 발표했다가, 지자체간에 큰 혼란이 발생한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당시 각 지자체가 SOC사업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권력실세들에게 줄을 대는 사태가 발생했다. 윤희숙 전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 정치인들은 국가균형발전이 시대적 과제임을 꼭 명심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예타와 상관없이 공기업 지방 이전을 단행해 비수도권 지역민들로부터 두고두고 칭송을 받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