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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숙제

심충택논설위원국민의힘 초선의원들이 4·7 재보궐선거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앞으로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한 말이 계속 귀에 남는다. 당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의제라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이 말이 내년 대선 전(前)에 야당이 풀어야 할 핵심적인 숙제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을 한 것은 20~30대 젊은 유권자들이 야당지지 쪽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다음 달로 예정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외연 확대를 위해 뉴페이스들이 지도부에 진입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도 “과거에는 정당이 다선의원 중심으로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국민의 의식도 많이 변한 만큼 초선의원들이 당권도전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응원했다. 현재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한 ‘5분연설’로 유명해진 윤희숙 의원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세대 공략에 앞장섰던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이 소장파 당권도전자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역동성과 적극성, 신선함을 함께 갖춘 젊은 정치인들이 바람을 일으키길 기대한다.국민의힘 내부에선 당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당 대표로 추대하자는 말이 나오고 있는 모양이다. 김 전 위원장은 재임 중 호남민심에 다가서며 당의 외연을 확장시켜 왔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종인 위원장이 선거승리의 마술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동행하려면 김 전 위원장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에는 당 대표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욕구충족을 위해서라도 내가 물러나야지. 상황 바뀐다고 돌아가거나 하는 일은 없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대권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야권에서는 이미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예비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주말 윤 전 총장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30년 구형을 내린 장본인”이라고 비판한 것이 대표적이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무소속 홍준표 의원의 복당,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합당, 전당대회 과정 등에서 심각한 내부분열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돼, 국민으로부터 자만(自滿)에 빠졌다는 비난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전 분열과 반목을 막고 외연을 확장할 지도자를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국민의힘은 어떤 방식으로든 윤 전 총장, 안 대표와 힘을 합쳐서 내년 대선을 치러야 승리 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서는 국민의힘이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를 포용하면서 야권 전체의 대선주자를 만들어낼 리더십이 부족한 것 같아 걱정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이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윤 전 총장, 안 대표와 같이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들과 후보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정권교체는 물 건너간다는 점이다.

2021-04-11

가덕도신공항과 공무원의 법적 의무

심충택논설위원국토교통부가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 관련 업무를 즉시 중단하고 가덕도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에 신속 착수한다는 계획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긴급입찰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용역을 다음 달에 착수하고 내년 3월까지 조사를 완료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을 위한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을 할 때 1년 4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속전속결이다. 10여년 넘게 말로만 무성하던 가덕도 신공항이 비로소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다.내년은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다. 가덕도신공항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PK(부산·경남) 민심을 얻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광경이 눈앞에 훤하게 그려진다. 가덕도 신공항과 항공노선, 여객, 화물 유치를 위해 사사건건 경쟁해야 할 대구경북통합신공항을 사석(捨石)으로 삼아 선거에서 이길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강원도가 지역구인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31일 부산에 가서 “대구경제는 전국 꼴찌다. 왜 그럴까”라고 조롱했듯이, 내년 선거에서 대구·경북을 안주로 삼을 것이다.현 정부 구상대로 과연 내년 3월이 되면 가덕도 신공항은 착공될 수 있을까. 나는 회의적으로 본다. 우선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가덕도 신공항이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올지 의문이다. 설령 용역발주처(국토부) 의도대로 공항건설에 문제없다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미 가덕도 신공항 입지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한 국토부의 결재라인에서 정권말 항명사태가 생길 가능성도 농후하다.국토부는 지난 2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를 앞두고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공무원의 법적 의무’를 거론했다. ‘절차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반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형법 122조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2016년 사전타당성 조사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의 문제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 수용시 공무원으로서의 성실 의무 위반(국가공무원법 56조) 우려가 있다’고 한 것이다.국토부는 국회보고서에서 가덕도 신공항이 안전과 환경, 경제성 등 7가지 면에서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류와 파도 영향으로 공사가 어렵다’, ‘해상 매립 공사만 6년 이상 예상되고 태풍 피해도 우려된다’, ‘부등침하(不等沈下) 발생 가능성이 높다’ 며 난공사와 안전성 문제를 적시했다. 진해군비행장과 가까워 항공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크다는 점도 강조됐다. 가덕도 주민들도 “여기에 1년만 살아보면 공항을 짓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변창흠 국토부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가덕도를 찾아 “가슴이 뛴다”며 신공항 추진에 부정적인 국토부를 질책하자, “송구하다”며 특별법을 받아들였다.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결재라인 공무원들의 의사를 들어봤는지는 의문이다. 정부가 사전타당성 조사를 초스피드로 진행하겠다는 것은 안전성 검증까지 적당하게 넘어가겠다는 것이다. 국토부 담당자들도 언젠가는 법과 상식, 도덕이 제대로 작동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2021-04-04

대구경북 합쳐야 살 길 생긴다

심충택논설위원사회 전 분야에 걸쳐 확산하는 ‘섹트주의’를 보면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니편 내편’으로 나누어 싸우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친여권으로 분류돼 왔던 조남관 검찰총장대행조차 최근 대검 간부회의에서 친(親)정권 검사들을 겨냥해 “검찰 조직이 편을 나누기 시작하면 공정과 정의를 세울 수 없다”며 공개 비판했겠는가.나는 검찰조직의 섹트주의보다 더 치졸하고 역풍이 거센 것이 ‘지역별 편가르기’라고 생각한다.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이용해 부산시민과 대구시민을 이간질하게 한 행위는 우리 역사상 길이 남을 섹트주의의 전형이다. 어떻게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식구와 다름없는 사람들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편가르기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현 국가권력자들의 행위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구와 경북도 섹트주의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한뿌리에서 태어난 시·도민들은 지금도 콩 한 쪽을 나눠 먹는 사이로 지내고 있지만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 정부 공모사업이나 기업 유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 출혈경쟁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시·도간 연계되어 있는 각종 현안이 숙원(宿願)으로 남아 있는 게 한두 건이 아니다. 경산~하양간 대구지하철 연장, 대구~칠곡~구미간 광역철도망 건설, 대구취수원 이전문제, 포항신항 물동량 유치 실패 등이 주요 사례다. 민선 4·5기와 6·7기에 추진됐던 경제통합 추진위원회와 한뿌리 상생위원회가 별 성과를 못 낸 것도 따지고 보면 섹트주의 탓이다.곧 주민여론조사 절차를 밟게 될 대구경북 행정통합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도 ‘니편 내편’ 의식 때문이다. 지금 대구는 각종 경제·사회지표에서 광주보다도 더 처지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경북은 얼마 안 가면 주민이 없어 소멸할 시·군이 줄지어 있다. 현 행정 시스템으로는 누가 시장, 도지사가 돼도 문제를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역대시장이나 도지사가 역량이 부족해서 상태가 이렇게 악화한 것은 아니다. 비수도권의 어느 자치단체도 혼자 힘으로 수도권 블랙홀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행정통합 후의 대구경북이 어떤 위상을 가질지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니편 내편’ 출혈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대구는 포항이나 경주, 안동, 구미 등과 같은 행정구역이 되면 유서깊은 관광지와 공단, 해양을 낀 큰 도시로 변모한다.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가 된다는 말이다.최근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시·도와 4개 연구원(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연구원)이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같은 이유에서다. 먼 훗날 이 지역이 지명조차 잊혀져 가는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살림을 합쳐 생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통합으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들은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된다. 새로운 길이 바로 고속도로 일 수는 없지 않은가.

2021-03-28

권력자들의 너무 다른 언론관

심충택논설위원대구에서 재선을 한 모 국회의원은 지역구에 내려와 기자들을 만날 때면 “기자만 없으면 국회의원이 최고의 직업인데 말이야….”라는 말을 자주 했다. 전 공직자 감사권과 회기 중 불체포특권 등 보통 국민과 비교해 백 개도 넘는 특권을 가졌으니 대통령도 부럽지 않은데 기자만 만나면 숙제를 안 한 사람처럼 찝찝하다는 것이다. 언론으로부터 감시를 당하고 있다는 의식을 하면 헌법기관이라는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고 국회 본회의장이나 국정감사장, 지역구에서 함부로 자세를 흩트릴 수 없다는 말도 했다.지난 주말(18일) 한국 방문 중 젊은 기자들과 화상 간담회를 가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공직자로서 때로는 언론이 고맙지 않지만, 그래도 감사하다”고 했다는 기사를 읽고 정치부 기자 때 허물없이 지냈던 그 국회의원이 생각났다. 기자에 대해 두 사람 다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건전한 사회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직업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블링컨 장관은 “민주주의에서 자유 언론은 필수다. 언론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최근 미국 하원 법사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규모 언론사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업체에 ‘기사사용료 부과를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는 뉴스를 보고 참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호주, 유럽에서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에 게재되는 뉴스에 해당 언론사들이 사용료를 받고 있는데 미국도 법안을 만들어 이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업체들이 뉴스 전재로 인한 광고 수입을 언론사와 공유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이나 유럽 권력자들의 민주적인 언론관을 대하면 우리 상황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느낌을 가진다.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중 언론사가 ‘거짓뉴스’를 내 보내면 최대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법안을 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거짓뉴스는 권력자들이 입맛대로 판단할 수 있는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지금은 권력자들이 자신들과 다른 비판의견이 나오면 가짜 뉴스로 몰아붙이는 세상이 아닌가. 국회 상임위의 검토보고서도 “민법상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 제도와 중첩돼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적시했지만, 블링컨과 같이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이 법안을 두고 “피해자 구제를 위한 미디어 민생법이자 국민의 권리와 명예, 사회의 안정과 신뢰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라고 말했다.지난 2017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지방지 기자들과 만나 “언론의 자유는 헌법적 가치”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면서 “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며,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이 제대로 살아나게 만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권력자들은 이미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언론의 자유가 왜 지켜져야 하는지를 되새겨 보고 선진국들로부터 비웃음을 당하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2021-03-21

“국민을 바보로 아는가”

심충택논설위원정부 산하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이 엄청난 이권(利權)을 가진 수많은 공기업과 공공기관, 기타공공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에 소속된 공직자들의 비리는 주로 내부고발, 국민권익위 신문고 등에 의해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비리내용이 가볍다고 판단될 때는 자체감사로 종결되지만, 비리규모가 크고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으면 해당 정부부처 감사실이나 감사원에서 감사반이 투입돼 조사를 한다. 그러나 감사주체가 어디든 비리혐의 당사자가 자신의 부정행위를 시인하지 않고, 증거자료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검찰에 수사의뢰를 할 수밖에 없다. 증거자료를 찾기 위해서는 계좌추적이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검찰을 통해 법원에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LH 임직원들의 수도권 신도시 땅투기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출범한 정부합동조사단이 지난주 국토교통부와 LH 임직원 1만4천명을 대상으로 토지거래를 조사한 결과 20명의 투기의심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민변과 참여연대가 투기의심 현직 LH 직원 13명을 공개했던 것을 포함하면 합조단이 새롭게 밝혀낸 직원은 7명에 불과하다. 청와대도 같은 날 “비서관급 이상 간부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투기의심 거래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정부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가 그야말로 빈수레만 요란했던 셈인데, 국민 대부분은 “우리를 바보로 아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애초 비리수사를 검찰에 맡기지 않고 국토부의 ‘셀프조사’에 의존할 때부터 예상됐던 일이다.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얼마 전 신도시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 “직원을 조사할 게 아니라 돈 되는 땅을 조사하고 매입자금을 따라가야 한다. 거래된 시점, 거래된 단위, 땅의 이용실태를 분석한 뒤 매입자금원을 추적해 실소유주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기의혹을 조사하기 위한 상식적인 수사기법을 얘기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의 말처럼 돈 되는 땅과 돈의 흐름을 즉각 대대적으로 뒤졌다면 투기의심자가 이 숫자 밖에 나올 수가 없다. 이러니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조사에 대해 “지인이나 차명거래는 물론이고 배우자 기록도 조사된 바 없는 ‘무늬만 조사’”(윤희숙 국민의 힘 의원), “부동산 타짜들이 제 이름 갖고 투기하느냐. 셀프조사의 뻔한 엔딩”(심상정 정의당 의원), “국민이 만족하기 어려운 어설픈 대응은 화를 키울 뿐”(노웅래 민주당 최고위원)이라는 비난을 쏟아내지 않는가.LH 직원들이 공적(公的) 지위를 이용해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것은 중범죄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청년들과 서민들은 지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내 집 마련 꿈을 포기하고 절망에 빠져 있다. 그런데 국민 세금으로 먹고사는 공직자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땅 짚고 헤엄치듯 거액을 벌어들이고 있으니 민심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고 하는데, 정부·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땅투기 발본색원’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21-03-14

윤석열과 TK민심

심충택​​​​​​​논설위원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주 사퇴하면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한 말이 가슴에 남는다. 이 정부 출범 이후 이 나라 권력자들이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문재인 정부는 국책사업이나 정부예산 배분, 인사를 할 때 지역과 이데올로기를 우선시했다. 국민을 양 진영으로 쪼개 한쪽 진영을 자원 배분에서 배제시키며 다른 한쪽을 응집시키는 결정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대구·경북은 철저히 소외당하는 쪽이었다. 그 결과 현재 정부 고위관료나 공기업, 공공기관 임원 중에서 대구·경북 사람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국회 예산심의 때마다 ‘TK패싱’이라는 소리도 유행가처럼 나온다. 국회가 ‘가덕도 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은 휴짓조각 취급을 하자 부산 국회의원조차 두고 볼 수 없었던지 “노골적인 지역차별을 중단하라”고 했다. 지난해 봄 이 지역이 코로나19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친여성향 한 교수는 “대구는 독립해 일본으로 가라”는 기막힌 소리를 하기도 했다. 요즘도 나는 이 말을 떠올리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현 정권의 대구·경북에 대한 지역차별은 이렇게 노골적으로 진행돼 ‘정부가 국민을 위한다’는 말을 꺼내는 것조차 어색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현직 검찰총장 마지막 날 대구검찰청을 방문해 ‘대구가 친정처럼 느껴진다. 앞으로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대구시민들에게 큰 위로가 됐다.윤 전 총장이 대구를 다녀간 후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그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최근 만나는 사람 대부분이 그의 얘기를 화제로 삼을 정도다. 내년 대선에서 윤 전 총장이 주도적으로 나서 정권교체를 이루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민심이 주류인 것 같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서 이제 자연인 신분이 됐다. 현재 서울 집에 머물며 조용하게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 선거 개입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정치적인 행보를 자제할 것이란 분석이 있지만, 국민의 힘 내부에서는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윤석열계’ 세력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윤 전 총장은 서울출신이지만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충남 공주출신이다.대구·경북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현 정권 출범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돼 박근혜 정권 수사의 책임을 맡은 것을 두고 ‘TK에서 넘어야 할 산’이라는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 논리는 내년 대선에서 또다시 박근혜 탄핵을 대선후보 판단의 변수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제는 박근혜 탄핵에는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이미지가 유령처럼 따라다닌다는 것이다. 차기 대선에서도 대구·경북이 이를 이슈화 할 경우 전국적인 외톨이 신세가 될까 걱정된다. 윤 전 총장이 현 정부의 온갖 탄압에도 불구하고 조국일가에 대한 수사를 강행했듯이, 검찰이 이전 정부의 권력 비리를 수사한 것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2021-03-07